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지음, 류승경 옮김 / 수오서재 / 2017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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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겔의 시골풍경화가 그로테스크한 유머 가득했다면 비슷한 구도와 화풍의 모지스 할머니의 풍경화는 사랑스러운 정감으로 가득하네요. 올해 책 그만 사기로 했는데 ㅜㅁㅜ;;;; 내년까지 참았다간 사은품 달력이 사라질까봐....사고 크리스마스 선물도 하고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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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7 08: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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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8 05: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8 06: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1.

한동안 소설에만 빠져 있다 보니 <직업의 종말> 중간까지 읽었던 거 다 까먹었다. 에잇! 이래서 여러 책을 한꺼번에 읽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replay)
내 의식이여, 잘 저장하고 있었기를...
<그것이 알고 싶다> 하기 전까지 책을 읽기로 한다.

˝어느 시스템이든 레버리지 포인트(지레를 사용하여 적은 힘으로 바위를 들 수 있듯이 상황을 반전시키는 작은 변화 또는 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 지점을 의미)가 있다. 그게 말 그대로 기계적인 것이든, 우리 삶과 경력처럼 한층 복잡한 것이든 간에 말이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열심히 일해 때론 성과를 거두기도 하고, 때론 실패를 겪기도 한다˝ ㅡ 테일러 피어슨 <직업의 종말> 중

 

 

 

2.

연말 마지막 영화 감상은 음악 선곡이 끝내주는 짐 자무쉬, 시 쓰는 패터슨이 어떨까 싶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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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12-16 2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원형접시가 좋아보여서 ... 책을 사는 것을 조심해야겠어요. ^^;
a님 유리컵의 하얀 음료는 뭐예요??
오늘도 많이 추운데 내일 더 춥대요.
저녁 맛있게 드세요.^^

AgalmA 2017-12-16 21:29   좋아요 2 | URL
맥주를 빨리 먹으려고 급한 맘에 붓다가 거품 가득-_-; 크리미 생맥 느낌은 전혀 아니고요;;
서니데이님도 주말 잘 보내십숑^^

겨울호랑이 2017-12-16 22: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그런데 말입니다‘ 즐겁게 시청하세요. 저는 온가족이 함께 「바다 탐험대 옥토넛」을 봤네요 ㅋㅋ

AgalmA 2017-12-16 23:04   좋아요 2 | URL
어휴, 영화관 간 지 까마득하네요. 연말 마지막은 극장을 갈까. 음...요즘 무슨 영화 나오는 지도 모르고 온통 책박스만 정리하고 있으니-ㅅ-; 겨울호랑이님은 닉넴답지 않게 사람냄새 많이 나게 사시구만요ㅎ

겨울호랑이 2017-12-16 23:08   좋아요 2 | URL
^^: 전 오리엔트 특급 살인 사건을 보려합니다 ㅋ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 원작이니 중박이상 가지 않을까요?ㅋㅋ

2017-12-17 00: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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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7 0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7-12-18 12: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얀 음료- 크리미 생맥, 에서 완전 웃었습니다.
전 고 밑의 샐러드 옆의 생크림 같은게 뭔지 궁금합니다.
그 밑엔 삽겹살 입니까?
삼겹살 제일 밑엔 김인가요?@@

AgalmA 2017-12-18 12:12   좋아요 1 | URL
리코타 치즈라고 샐러드랑 먹음 고기 부럽지 않지요~ㅎ 맨날 먹고 싶은데 넘 비싸요^^; 삼겹살 옆에 있는 건 제가 만든 수제 스케이크소스예요. 사진색깔이 춘장 같이 나와 버렸지만ㅋ

보슬비 2017-12-18 2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식판 필요없다 자기암시를 걸고있었는데 와르르 무너집니다. ㅜㅜ

AgalmA 2017-12-19 01:47   좋아요 0 | URL
사각식판 하나면 됐지. 했는데 막상 받아보니 원형도 있으면 좋겠다 싶은 거에요ㅎ 참다참다 막상 사려니까 원하던 디자인은 사라지고ㅋㅜ... 실생활에 이렇게 바로 쓸 수 있는 건 그냥 사는 게 정신건강에 이로운 듯요ㅎ 암튼 제겐 유용한 굿즈요^^
 

지난해 12월 8일 감사 인사 드린 게 생각나 올해도 감사 인사 잊지 않고 드립니다.

요즘 정신없이 바쁘고 어쩐지 언어능력도 현저히 떨어진 걸 느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_');;;;나 어뜨케. 잉잉.

총 적립 횟수는 100회가 좀 넘고 thanks to를 가장 많이 받은 책은 김영하 작가 《오직 두 사람》인데요. 그즈음 제가 알쓸신잡 시청에 몰두해 소감 포스팅을 열심히 썼던 게 큰 요인? 제 추리력도 요즘 현저히 떨어진 걸 느껴서 정확한지는.... 김영하 작가 덕에 thanks to 많이 받은 게 썩 맘이 편하진 않네요. 제 리뷰가 누가 되지 않았길 바라며...

 

 

 

 

 

 

 

 

 

 

 

 

아래는 thanks to를 받은 책.

페이퍼와 ttb2로 적립해주신 책은 어떤 건지 잘 모르겠어서 작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답답하네요;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모든 작가들에게도. 열심히 읽고 생각한 나 자신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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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12-16 08: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AgalmA님의 책들이 확대재생산되는 과정을 잘 봤습니다 ㅋㅋ AgalmA님 한 해동안 많은 사회적 기여를 하셨습니다^^:

AgalmA 2017-12-16 08:22   좋아요 1 | URL
책장사하는 데서 제가 책팔이를 하고 있으니 웃겨요ㅎㅎ;

2017-12-16 08: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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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6 08: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fledgling 2017-12-26 16: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보수 노동에 대한 댓가로 저런 소소한 적립금이라도 받는게 다행이랄까요. 알라딘의 장점인거 같아요. 다른 곳도 있나... 알쓸신잡 너무너무 재밌게 보고 있는데 이번주가 또 마지막회네요. ㅎㅎ 연말 마무리 잘하시길..!

AgalmA 2017-12-27 02:54   좋아요 1 | URL
반가운 fledgling 님. 추운 겨울 잘 지내고 계신지^^

무보수 노동ㅋ 여기 글쓰는 대부분 자기 만족으로 쓴다고 해도 돌아오는 게 아무것도 없다면 의욕을 계속 유지하기 힘들 겁니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지만 글도 자신을 매우 소진하는 일이니까요. 육체, 정신, 시간 등등등. 그럼에도 글쓰기에 중독된 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계속 할 수밖에 없는 연옥이지만~_~
다른 서점도 thanks to 같은 적립금 제도가 각각 있는데요. 알라딘이 금액은 적더라도 받는 사람에게 주기도 쉽고 정확히 가는 건 장점인 듯.

알쓸신잡 2는 시즌1만큼 열심히 안 봤지만 볼 때마다 재밌었는데 시즌 3도 기다려집니다^^

연말, 새해 건강히 보내세요^-^
 

 

 

 

 

 

 

 

 

 

 

 

 

 

 

"어쩌면 지금이 내 인생을 들여다보려는 단 한 번의 노력을 해야 할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르겠다........ 그대로 내가 어제 무엇이었는지 이야기하고, 어떻게 여기에 이르렀는지를 나 자신에게 설명하려 한다."(불안의 책, p31)


소아르스가 자신이 "언제까지나 회계사무원으로 살아갈 운명을 타고났을지도 모른다", "시나 문학은 내 머리에 앉은 나비와 같아서, 그것이 아름다울수록 나를 더 우스꽝스럽게 만들 것"(p32)이라고 자조했듯이 여기서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같은 심정이다. 언제나 생각한다. 나는 누구인가. 지금 이걸 왜 하고 있는가. "삶에 동의하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 자신에게 동의하지 않는 것"(p35)이라고 페소아이자 소아르스는 말했다. 즉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정말 우리가 원하는 것일까. 친밀과 공감대를 얻을 수 없었기에 차라리 철저히 거부했고, 자신만의 고독과 몽상과 영혼을 부르짖은, 모두가 삶의 조건으로 거론하는 미덕의 이면을 파헤쳤던 소아르스, 루소, 알렉시. 진짜 삶이 그런 이들도 있었지만 세상의 많은 작가들은 다들 사생아나 천애 고아인 듯이 굴었고 썼다. 페소아의 異名 소아르스는 자신이 이미 양친의 사망으로 고아이지만 사회적으로도 모두가 고아라고 말했다. 합리적 판단을 요구하는 과학 맹신 세태에 종교라는 의지처가 무력해진 시대 탓도 하면서 말이다. "우리는 신앙이 주는 위로를 조금도 누릴 수 없는 고아로 태어났다"(불안의 책, p386) 루소도 태어나자마자 어머니를 잃고 사춘기 때부터 떠돌이 생활을 했으니 실제로 평생 고아였던 거나 다름없었다. 유르스나르도 어머니가 산욕열로 사망하고 아버지와 방랑생활을 하며 정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이들의 유년을 획일화해 재단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내가. 그러나 그것은 이들 작가의 고백체, 자기 자신에 대한 천착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교육론 에밀을 쓴 저자였기에 비난을 더 피할 수 없었던 루소는 자신의 아이들을 모두 고아원에 보낸 사실이 볼테르에 의해 폭로되자 고백록, 대화:루소, 장자크를 심판하다를 써 자신의 진정성, 정당성을 인정받으려 했다. 사람들에게 교육에 대해 사상에 대해 논하던 사람이었던 터라 사회의 심판과 냉대는 굳건했다. 소아르스는 물고기와 오스카 와일드는 자신의 입 때문에 망한 이들이라고 했는데 루소도 어쩌면 그런 케이스가 된 것인지도 모른다. 결국 타인에 의해 고립된 루소는 그의 사망으로 미완성 유고작이 된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에서 나 자신은 무엇인가를 탐구 주제로 써 내려갔다. 그는 고백록을 통해서도 당시 누구보다 자신을 치열하게 까발린 작가이기도 했다. 페소아는 세상과의 단절을 스스로 원했던 작가였는데, 평생 70개가 넘는 다양한 정체성의 가상 인물을 통해 를 분리하며 자신을 탐구했다. 그의 미완성 유고작 불안의 책속 수백 개의 단상들은 그것을 반영한다. ‘부조리와 역설이 진정한 작가의 임무라고 말하고 있듯이 이 책에는 상반된 의견이 많다. 초반엔 신을 부정하는 무정부주의자처럼 말하고 있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신을 깨부순 세계를 원망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은 작가의 어떤 페르소나인지도 불분명하고 여러 편집본도 있는 터라 하나로 규정될 수 없는 자유를 획득했다. 유르스나르 알렉시·은총의 일격에서도 주인공 알렉시는 지극히 개인적인 인물이다. 그는 편지로 아내에게 일방적인 이별 통보를 하고 있다. 그 자체가 쓰는 자의 자유 형태인 독백이자 일기이자 편지인 이들의 글 속에는 세상의 요구에 결코 굴복할 수 없다는 한결같은 자기애, 자유의지가 담겨 있다.   

 

자신의 성향을 따르는 것은, 또한 성향이 우리를 이끌어 선을 행하는 기쁨을 맛보는 것은 미덕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덕은 의무가 우리에게 명령을 내릴 때 그 명령을 행하기 위해 우리 자신의 성향을 억제하는 것에 있으며, 바로 이것이 내가 세상 사람들보다 잘할 줄 몰랐던 것이다.”(고독한 산책자의 몽상p95)
"인간의 자유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절대로 하지 않는 데 있다고 생각했다"(고독한 산책자의 몽상p104)

   

 

루소가 그토록 주장했던 인간의 자유에 대해 유르스나르의 단편 알렉시만큼 잘 표현한 소설도 드물다. 아직도 동성애는 누군가의 허락과 용인이 필요한 일탈로 간주되고 있다. 알렉시에 영감을 준 앙드레 지드 코리동 처음에 익명으로 발표되었다가 1924년에 저자 이름으로 출간되었고, 알렉시(혹은 공허한 투쟁에 관하여)」는 1929년에 출간되었다. 유르스나르는 이 소설에서 동성애 단어나 독자가 기대할 만한 외설스러운 장면을 한 번도 쓰지 않으면서 우리가 당연시하는 관습, 통념 등 모든 것들에 이의를 제기하며 인간의 성적·감정적 자유에 대해 말하고 있다. 동성애자 남성과 두 번 결혼한 유르스나르를 생각할 때 주장이나 옹호보다 객관성에 더 가까웠다.

 

 

 

결국 삶 역시 생리적인 비밀일 뿐이니까. 어째서 쾌락이 감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난받아야 한단 말이오. 통증 역시 감각이지만 아무도 비난하지 않는데. 우리가 통증을 존중하는 것은 우리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건지, 그저 받아들이는 게 아닌지 따져봐야 하잖소. 그리고 그게 아니라 해도, 우리가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이라 해도, 난 쾌락이 죄가 되지는 않으리라 생각하오.”(알렉시·은총의 일격p31)
 
난 친구들을 사랑하는 게 행복했고, 친구들도 날 사랑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소. 사랑은(용서하오, 그대) 그 이후 내가 다시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오. 사랑을 느낄 수 있으려면 너무도 많은 미덕이 필요하다오. 어린 시절의 내가 그토록 부질없는 연모의 감정을, 거의 대부분 거짓이고, 심지어 관능을 위해서도 필요하지 않은 그런 감정을 신뢰할 수 있었다는 게 놀랍소. 하지만 아이들에겐 사랑이 순수의 일부라오. 자기들이 상대를 욕망의 대상으로 갈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기에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거요.”(알렉시·은총의 일격p34)

 

 

 

   

소아르스, 루소, 알렉시 모두 속박을 견딜 수 없어하고 불안과 몽상 속에 있으면서 한결같이 자신의 감각에 집중하고 있다는 게 공통점이다. 이들이 가족처럼 혹은 페소아의 다른 이명들처럼 느껴졌다.

 

"내 말이 앞뒤가 안 맞는다는 건 나도 알고 있소. 과거에 느꼈어야 마땅하기에 정말로 느꼈다고 생각해버리고 마는 예감 같은 건지도 모르겠소. (설사 관습에 순응하기 위해서라 할지라도) 내가 우리의 과오를 범하지 않은 시절의 기억까지도 오염시킨다는 거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난 지금 불안하오.”(알렉시·은총의 일격p23)
살아오는 동안 나에겐 늘 쾌락과 고통이 지극히 가까운 감각이었소. 어느 정도 깊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같으리라 생각하오.”(알렉시·은총의 일격p30)
 
온갖 커다란 충동에 냉담해진 내 영혼은 이제 감각적인 대상들의 영향만을 받는다. 이제 내게는 감각밖에 없으며, 고통이나 기쁨은 오로지 감각에 의해서만 이승에서 나를 자극할 수 있다.”(고독한 산책자의 몽상p112)
자기 영혼 속에 틀어박혀 자만심을 더 고집하게 만드는 외부와의 관계를 끊어버리고 비교와 편애를 단념함으로써, 자만심은 내가 자신에게 선한 사람임에 만족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자만심은 다시 자기애가 되어 자연의 질서로 되돌아가 나를 평판의 굴레에서 해방시켜주었다.”(고독한 산책자의 몽상p135)
 
무능하고 예민한 나는 나쁘든 좋든, 고귀하든 천하든, 난폭하고 강렬한 충동은 다룰 수 있지만 내 영혼의 본질로 파고들어 지속되는 감정과 계속 이어지는 정서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내 안의 모든 것은 항상 다른 무엇이 되려 한다. 영혼은 칭얼거리는 어린아이를 못 견디듯 스스로를 못 견디고, 불안은 점점 커지면서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불안의 책, p25)

"나에게 나는 누구인가? 내 감정의 일부에 불과하다.”(《불안의 책》 p202)
아무도 사랑한 적 없다. 내가 사랑했던 것은 나의 감각들, 의식적으로 보고 있는 상태, 귀 기울일 때 받는 느낌, 그리고 세상의 소박한 것들이 과거(과거는 냄새를 통해 참 쉽사리 기억된다)의 일들을 상기시키며 내게 말 걸어오는 방식인 향기 등이다.”(불안의 책p271)

  

 

원하진 않았지만 내가 타고난 감수성의 혼란스러운 밑바닥에 있는 것들의 총체가 바로 나라는 존재다라고 말한 소아르스의 고백처럼 이들의 공통적인 사태는 그들의 타고난 감수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그들이 인간이기 때문이겠다.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면서 수많은 이명으로 역설적으로 모든 것이 되려 한 페소아이자 소아르스나, 외부의 영향과 타격에 대응하기 위해 역경에 무감각해지게 만듦으로써 자기를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자기 안에서 평온을 찾으려 한 루소나, 자신과 갈라설 수 없어 자신이고 성 정체성으로 더욱 자신이었던 알렉시는, 책임과 의무보다 자신의 천성을 택했다. 
    
소아르스는 회계사무원이면서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글을 썼다. 루소는 아무도 보지도 듣지도 않으려는 글을 썼다. 훌륭한 음악가가 되지 못한 알렉시는 타인이 원하는 인간이 되지도 못하겠다고 편지를 썼다. 그들의 글은 진정 자신만을 위한 글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철저히 자신만을 위해 쓴 그 글이 내게 힘이 됐다. 인간이기에 가지는 끝없는 불안과 고통을 다스리는 조언이었기 때문이다. 루소는 사람의 행복을 위한 우리의 모든 계획은 공상이라고 말했다. 페르난두 페소아, 장자크 루소,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작가의 다른 책은 많이 읽지 못했다. 행복하기 위해서라는 말은 내겐 너무 추상적이다. 나는 그들의 책을 더 읽을 것이다. 이 순간의 나를 돌아보기 위해. 그리고 쓸 것이다. 그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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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12-16 08: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추억의 테이프가 있네요. 그럼 카세트도 아직 보유하고 있겠지요? ㅋ

AgalmA 2017-12-16 08:22   좋아요 1 | URL
며칠 전에 찍은 따끈한 사진입니다ㅎ! 이사다니느라 테이프 많이 버려서 속이 쓰려요ㅜㅜ 신해철, next(심지어 라이브 실황까지), 015b...지금은 구하기도 어려운.

겨울호랑이 2017-12-16 08:27   좋아요 1 | URL
^^: 오래된 테이프는 늘어져서 나중에는 어학용 카세트로 1.2배속1.5배속으로 들었던 제 과거가 떠오르네요.ㅋ 그리신 그림처럼 투명한 테이프로 이문세의 별밤에 나오는 노래를 DJ라도 된 듯 더블데크로 녹음했던 과거도요.ㅋㅋ
 

12월 마지막 책 구매 결심! 결심? 결심.... 스르르))))
12월엔 그리 맘이 동하는 신간이 없어서 알라딘굿즈 도자기식판(원형) 결국 못 사나 보다 했는데 <수용소군도>가! 그런데 원하던 ‘푸른 꽃‘ 디자인은 품절ㅜㅜ 오늘 자수 실내화가 알라딘굿즈로 새로 나왔던데 기다릴 걸 그랬나ㅎ; 이젠 적립금도 없는 빈털터리...

 

 

 

1.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수용소군도 세트>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중1 때 인상적으로 봤죠. 작가 이름 신경 쓰지 않고 막 읽던 때라 한동안 도스토예프스키 책으로 기억ㅎ;
러시아 유형을 담은 글들은 다른 감옥 소설에서 볼 수 없었던 특이한 점들이 많았죠. 직접 유형 생활을 했던 도스토예프스키도 <죄와 벌>이나 <죽음의 집의 기록>에서 시베리아 유형 생활의 기이하고 황량한 풍경을 잘 그려냈죠.
이번에 22년 만에 멋진 모습으로 나온 <수용소군도> 올해 내가 만난 최고의 책 디자인 같네요. 사은품 보온병도 퀄리티가ㅎㄷㄷ 책값이 아깝지 않게 만들어주신 열린책들 수고하셨고 고마워요^^/
반양장이라 꺼낼 때 조심조심; 빡빡해서 책을 밖에 오래 내놓으면 다시 넣기 힘들 듯. 바로바로 제자리에 꽂아놔야겠어요.
※ thanks to도 잊지 않고 했어요^^*

 2. 루이 페르디낭 셀린 <제멜바이스/Y교수와의 인터뷰>
<Y교수와의 대담>은 읻다출판사에서도 나왔더군요.
셀린의 출세작 <밤 끝으로의 여행>(현재 절판)이 피카레스크(악당 소설 or 건달 소설) 장르로 욕설과 패악이 노골적인 소설이다, 과한 평가를 받고 있다 괄시를 받는 게 전 좀 안타깝습니다. 작가가 반유대주의를 옹호하기도 하고 감옥생활도 해 이미지가 안 좋긴 하죠. 그가 괴팍한 성격파탄자나 신랄한 냉소주의자이기만 할까. 그걸 알아보기 위해 그가 쓴 의학박사 학위논문, 작가의 자기 변론이 담긴 이 책을 산 것. 저는 그의 문장에서 악의보다 통찰력을 더 보게 됩니다.

˝영혼이란 육체가 건강할 때는 육체의 허영이며 또한 쾌락이지만, 그것이 병들었을 때나 매사가 잘못 돌아갈 때는 육체를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기도 하다˝
˝세상의 슬픔은 힘닿는 대로 사람들을 사로 잡지만, 거의 항상 그들을 사로잡는 데 성공하고야 마는 듯하다˝

ㅡ루이-페르디낭 쎌린느 <밤 끝으로의 여행>(동문선) 중


※사은품 ‘한때 활자‘ 비누 수제비누답게 저번에 받은 비누랑 향이 다르네요. 역시나 향 좋습니다! 파란색 받기 위해 또 사....??

책 제목이 'Y교수와의 인터뷰'라고 Y를 주신 거면 센스 짱~ㅎ 

3. 아돌포 비오이 까사레스 <러시아인형>
보르헤스와 함께 중남미 ‘환상문학‘과 ‘탐정소설‘에서 빠질 수 없는 대가.
라틴 문학 선집에서 단편만 몇 번 봤는데 보르헤스만큼 열심히 안 봐서 차근차근 알아가려고요.


 

 

4. 올해 내가 알게 된 최고의 작가는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5. 흥미로운 과학 책도 오늘 도착~
스튜어트 클라크 <쌍둥이 지구를 찾아서>
˝우주에서 우리밖에 없다면 그것은 엄청난 공간의 낭비다˝- 칼 세이건
의 화두를 받아 제목 그대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지구 같은 행성을 추적해온 천문학자들 이야기.
칼 세이건 <콘택트>를 먼저 읽고 보면 더 좋겠지만 그 책은 지금 내게 없는 관계로 이 책 먼저~

 

 

 

 

6. 제 굿즈 관심은 대단해서 알라딘굿즈와 어울리는 코디를 발견하면 혼자 싱긋.

알라딘굿즈와 코디도 맞출 수 있는 재밌는 환경.

※옷은 알라딘에서 팔지 않으니 없다고 항의하지 마세요;
굿즈로 시작해 굿즈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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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윗듀 2017-12-15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예쁜 펭귄컵은 뭐죠?!?!?

2017-12-15 2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5 2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2-15 22: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쿄대 교양학부 교수들이 쓴 《교양이란 무엇인가》에 수록된 ‘읽어서는 안 되는 책‘ 리스트를 보면 셀린느의 《밤 끝으로의 여행》이 포함되어 있어요. 정말 내용이 궁금한 책입니다. ^^

AgalmA 2017-12-16 02:47   좋아요 0 | URL
‘읽어서는 안 되는‘ 수식까지 붙을 정도는 아녔는데요; 제게는 꽤 흥미로운 텍스트였습니다. 제대로 정리를 못 해서 이번 기회에 정독하며 살펴 봐야죠^^
비평 책에도 무수히 언급되는 책인데 절판이 기네요^^;

레삭매냐 2017-12-15 23: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한 가득 사셨네요...

전 굿즈들은 다 패스했어요.
예전엔 그냥 주던 것들이었는데 언제
부터인가 포인트를 내놓으라 해서 말
이죠 ㅋㅋㅋ

셀린느의 책이 궁금해지네요. 절판돼
서일까요 ~

AgalmA 2017-12-16 02:49   좋아요 0 | URL
부끄럽네요. 굿즈 중독에 초연해질 나이도 됐는데...쩝;
전 이미 가지고 있고 읽었지만 거의 까먹어서 또다시 궁금한 이상한 지경이요ㅎ;

보슬비 2017-12-18 2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용소군도 읽지 못할것을 알기에 과감히 패쑤했어요. 잘 했다고 스스로 쓰담쓰담 칭찬 중입니다. ㅋㅋㅋ

AgalmA 2017-12-19 01:49   좋아요 0 | URL
식판도 참으시고 보슬비님 이번달 엄청 참으시는데요ㅎ 전 칭찬할 데가 전혀 없어요;; 혼내기 바빠요. 그만 사! 이눔아 하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