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드의 물고기 책
리처드 플래너건 지음, 유나영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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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물학자 닐 슈빈은 인간 몸속에 물고기의 일부가 남아 있는 진화 흔적을 찾아냈다. 인체 해부 구조가 물고기와 유사하다는 이야기는 사실 놀라운 이야기는 아니다. RNA로 시작한 단세포 생명체가 DNA가 있는 다세포 생명체로 진화한 장구한 시간의 역사를 우리가 잘 모르면서도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 더 놀라운 일이다. 내 눈이, 내 손가락이 처음 어떻게 생겨났는지도 모르면서 인간의 권리와 나라는 주체의 고귀함을 의기양양해 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생명은 또 탄생하고 있을 것이다
  
관광객에게 사기나 치며 하루하루를 임시변통으로 살아온 시드 해밋은 그리 멀지 않았던 19세기 초 기결수이자 예술가였던 윌리엄 뷜로 굴드(빌리 굴드)가 남긴 물고기 책을 우연히 발견한다. 해밋은 그 기록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이곳 인간의 역사가 끝없이 환생하고 있는 이상한 기적을 본다. 끔찍할 정도로 뒤죽박죽인 물고기 책은 굴드가 캥거루 피에서 얻어낸 붉은 잉크, 훔친 보석에서 얻어낸 파란 잉크, 성게에서 얻어낸 자주색 잉크로 꿈처럼 악몽처럼 써 내려간 기록이었다. 해밋은 색의 경이가 그가 속한 세계의 참상을 상쇄해주었을까?”생각했지만 우리가 이 소설에서 확인했듯이 그 색은 삶을 닮았고 담았을 뿐 어떤 해결과도 연결되지 못한다. 해밋은 이 책이 도서관에 전혀 다른 모습으로 한 권 더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도서관 책은 굴드가 비굴한 부역으로 그렸던 삽화만 담겨 있는 침묵과 가려진 역사의 권위라면, 해밋이 발견한 굴드 책은 죄수에게 금지된 것을 기어코 남기려 한 말과 폭로의 권위의 책이다그런데 해밋은 물고기 책을 잃어버린다. 필연적이게도 그 책은 사라져 버린다. 마치 물고기처럼 잽싸게. 과연 무엇이 기억이고 무엇이 계시이며 무엇이 역사인가. 광기 안에 진실이 있거나 진실 안에 광기가 있듯, 일체의 선도 일체의 악도 똑같이 불가피한 것이라는 듯 풀잎 해룡은 물속에서 우주를 헤엄치고 있는데
  

한 장의 그림, 한 권의 책은 기껏해야 한 채의 빈집으로 여러분을 초대하는 열린 문에 불과할 뿐, 일단 그 안에 들어가면 나머지 부분은 여러분 스스로가 최대한 만들어서 채워넣어야 한다. 내가 조금이라도 확신을 가지고 여러분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라곤 여기서 일어난 일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 무슨 이유로, 이런 것은 분 바른 가발과 검은 법모를 쓴 판사들, 엉터리 비평가 부류에게는 그야말로 장황한 헛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죄의식, , 동기, 영감, 선악 따위를 누가 알며, 누가 신경이나 쓰겠는가?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곤, 구타와 만조를 번갈아 겪는 와중에 간수 팝조이가 등기소에서 빼돌린 싸구려 종이 몇 장을 가져다주고는 컨스터블풍의 목가적이고 행복한 풍경화유쾌한 건초 작업, 팝조이 자신과 똑같은 시골 바보들, 햇빛이 아른거리는 잉글랜드 시내를 건너는 우마차 따위가 등장하는, 판매하거나 다른 물건과 교환할 수 있는 회화를 그리라고 시켰다는 것뿐이다.”(p60~61)

당시 비천한 사생아의 삶이 으레 그랬듯 굴드도 이런저런 죄명에 세라섬으로 끌려온다. 떠돌이 생활을 하며 배웠던 미술 재능으로 선장의 애인을 위한 그림을, 세라섬 외과의사의 야심을 채워줄 물고기 삽화를, 섬을 통치하는 사령관의 치하를 꾸미는 여러 작업을 하지만 그가 예술에 대해 처음 느꼈던 것처럼 덧없는 작업이었다.

 

 

늦여름의 지독한 열기 속에서 사암으로 지은 온갖 흉측한 창고와 세관, 쇠사슬로 엮인 죄수들과 군인들이 득시글한 밴디스먼스랜드의 저 추레한 근대 세계에 도착하자, 나는 이 섬 북부의 수도로 취급되는 론서스턴의 마차 제조공 파머 밑에 배속되었다. 거기서 가문의 반짝이는 문장들을 마차에 그렸고, 구세계의 우스꽝스러운 제복을 차려입고 싶어하는 신세계의 사생아들을 위해 휘장을 고안했다. 뒷발로 일어선 사자, 상록 떡갈나무, 피에 젖은 손, 영원히 우뚝 서 있을 검들이 별다른 이유도 없이 설명할 필요도 없이 마차 문짝 위에서 어수선하게 뒤섞였다. 수간으로 복역중인 한 아일랜드인 성직자가 작문해준 우스꽝스러운 라틴어 문구들, 과거에 악덕이었던 것이 지금은 예의다. 호바트를 보고 죽으라, 봄이라고 항상 꽃이 피는 건 아니다 같은 걸 그 아래 달고서 말이다. 이는 내가 최초로 얻은 값진 예술적 교훈이었다. 즉 식민지 예술이란 새것을 낡은 것으로, 미지의 것을 기지旣知의 것으로, 대척지(오스트레일리아)를 유럽으로, 경멸스러운 것을 존경스러운 것으로 만드는 희극적인 요령이다.”(p84~85) 

처음엔 살기 위해 굴드가 그리던 물고기는 서서히 만물에 대한 귀 기울임, 깨달음을 얻는 대상이 된다. 그의 그림을 보고 취하는 이들이 자기 식대로 감탄하고 취할망정.

내가 그린 것은 훈훈한 것, 행복한 것이 아니라 차가운 것, 추하고 무시무시하고 겁에 질린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내게 원한 것은 위안이었지만 이 그림은 절망이었다. 나는 잠재된 폭력도, 광기에 찬 환상도 포착해내지 못했다. 그들은 희망과 진보를 원했지만, 두렵게도 내가 본 것은 부루퉁하게 마주 응시하는별바라기(한국에서는 통구멍이라 부르는 어류)였다! 그들은 새로운 신을 원했지만, 나는 엄청난 혼돈 속에서 그들에게 물고기를 주었다!”(p192~193)
 
"그림을 끝내고 이제 탁자 위에 죽은 채로 놓인 불쌍한 쥐치를 보았을 때, 나는 물고기 한 마리가 죽을 때마다 그 피조물이 품은 사랑의 양만큼 세상이 줄어드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고기 한 마리가 그물에 끌려올라갈 때마다 세상에 감도는 경이와 아름다움도 그만큼 줄어드는 게 아닐까? 우리가 포획과 약탈과 살해를 계속한다면, 그래서 세상에 사랑과 경이와 아름다움이 점점 더 결핍된다면 결국에는 무엇이 남게 될까?“(p221)
 
"그토록 오랜 시간을 물고기와 함께 보내면서 그들의 차가운 눈과 떨리는 피부의 무언가가 공기 중을 거쳐 내 영혼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란 불가능해 보였다.“(p236) 

이 소설에서 묘사되는 죄수들의 비참한 삶, 터무니없는 철도역 건설이나 마작의 전당건설, 제국주의 시대 야비하고 잔인한 지배자들의 면모, 그 실상을 폭로하고 증언하려 한 이들의 기록, 굴절되어 남는 역사는 역사학을 공부하고 논픽션 집필에 주력했던 플래너건이 12년 뒤 쓴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과 맥이 닿는다.

그것은 그 모든 피물고기 눈깔의 피, 몸이 찢긴 반란 노예들의 피, 모레파의 못 박힌 어깨에서 철철 흐르던 피, 우리가 짚자리를 걷었을 때 기계 파괴범의 눈에 맺혀 있던 피였다. 또 그것은 나와 그들과 모두를 가두어놓은 이 깨진 세상에 대한 나 자신의 공포였다. 우스운 일이었지만, 그때는 이 모두가 잠시 하나로 묶여 죽어가는 한 마리 켈피(비늘돔의 일종)로서 존재한다는 것이 그리 우습게 느껴지지 않았다.”(p108)  

섬의 모든 기록이 담겨 있다는 비밀 장소 등기소를 우연히 발견한 굴드는 섬에 대한 모든 것이 날조된 것을 확인한다. 사령관이 호러스 대위로 사칭해 신분을 세탁하고 이 섬으로 흘러 들어와 사령관이 되고 토마스 드 퀸시가 사령관의 가족 앤 누나라고 사칭해 그를 농락한 것이 섬을 광기의 장소로 만든 것만큼 어이없었지만 기록으로 남는다면 그것이 사실이고 역사가 되는 걸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서류란 기억에 대한 신의 농담이자, 현재에 대한 해석 가운데 미래에 전해질 유일한 것이니까.“(p409)

“인생이란 역사화에서 관습적으로 묘사되는 식의 진보도 아니고, 적절한 순서에 따라서 열거되고 이해되는 사실의 연속도 아니다. 그것은 변형의 연속이다. 어떤 변형은 즉각적이고 충격적이며, 어떤 변형은 감지되지 않을 정도로 느리지만 너무나 철저하고 무시무시해서, 우리는 삶이 끝날 때쯤 노망든 자아와 어린 시절의 자아가 일치하는 순간을 찾아 기억을 헛되이 더듬게 된다.
세라섬에서 보낸 오랜 시간이 실은 무한히 느린 변형의 과정이었음을 내가 언제 처음 깨달았는지는 말할 수 없다."(p333)

“이야기꾼은 자기 삶의 심지를 이야기 불꽃에 태워버리는 사람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선량한 트리스트럼 샌디처럼 나는 누구의 규칙에도 얽매이지 않을 것이다. 내 그림 곁에 단어들의 모닥불을 지펴, 초라한 그림에 담긴 진실의 하찮은 순간이라도 비추는 말이라면 무엇이든지 할 것이다.”(p109)

굴드는 탈옥해 이 잘못됨을 바꿔줄 사람으로 섬의 반란자이자 혁명가로 여겨지는 맷 브레이디를 찾아 나선다. 천신만고 끝에 그가 찾아낸 것은 그것 또한 사람들이 꿈꾼 허상이라는 사실이었다. 다시 잡혀서 감옥으로 온 굴드는 이 세계를 진짜 뒤바꾸는 것은 한낱 인간이 아니라 세계 자체의 힘임을 목도한다. 그의 교수형을 코앞에 두고 불길이 식민지 전체를 덮친다.

“우리는 각자가 사는 다양한 세계의 연장으로만 불을 언급했을 뿐, 그것이 이 세계의 종말이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p396)

교수대에서 탈출한 굴드는 풀잎 해룡으로 변신한다. 전혀 이상하지 않다. 오랜 시간 동안 우리가 물고기에서 인간으로 진화했다면 왜 그 역은 되지 못하는가. 그것을 막는 것은 지금 우리의 직선적이고 합리만을 추구하는 시간관념뿐일 수도 있지 않을까. '먼먼 옛날에'로 시작하는 이야기로만 가능한 일일까. 

“그래서 이 두 가지. 이 둘을 나는 도저히 화합시키지 못하고, 그것이 내 몸을 둘로 찢어 놓는다. 세상이 너무나도 끔찍하다는 인식, 삶이 너무나 특별하다는 감각ㅡ이 두 가지 감정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사람이 물고기가 될 수 있을까? 나의 신비를, 이 질문을, 이 고통을, 이 선과 악을, 이 사랑과 증오를, 이 삶을 풀기 위해 이렇게 멀리까지 찾아온 그대 잠수부들이여, 나를 위해서 이것을 해결하고, 내 이야기를 헤아리고, 나를 이 삶과 결합시켜서, 이것이 내 본성의 불가분한 일부가 아니라고 말해달라ㅡ제발……”(p434)

그러나 역사의 서류철은 우주의 카오스만큼이나 이 모든 걸 뒤섞는다.

 

 

 

웬만해서 오타 지적 안 하는데요. 매우 중요한 오타가 있습니다.
p27 "1928년 그는 세라섬 유형지의 외과의사로부터, 아마도 과학 연구가 목적이었을 텐데, 이곳에서 잡히는 모든 어류를 그림으로 묘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ㅡ 그때가 19세기 초라는 설정인데 “1928”말이 안 되죠. 굴드 사망 연도가 1831년이니 1828이 맞습니다.

 

이 환상적 이야기를 책 표지가 충분히 표현해주지 못하는 거 같아 제 그림으로 좀 바꿔 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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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많고 많은 작가들 소개에 독서샘이 강렬히 자극되다.

많은 책들이 욕심났지만 그 중에서도 예전부터 관심이 갔던 David Foster Wallace를 또 만나다.

 

 

 

데이비드 포스터 월러스 소설 번역 좀 해주세요ㅜㅜ... 나오면 5권 정도는 기필코 사겠음요. 이 작가를 안 뒤부터 수년째 기다리고 있는데 안 나오고 있어서 이젠 원서를 사야 하나 심각한 고민 상태. 1000 페이지가 넘으니 원서 장벽이_

유명세에 비해 전세계적으로 고작 60만 부 팔린 로버트 메이너드 피어시그 라일라 - 도덕에 대한 탐구처럼 될까 우려한다 싶지만...하지만 그 책도 번역된 마당에!

    

 

˝그는 오른쪽의 고통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으로 대응했다. 버티기. 통증이 오는 한 번의 순간쯤은 견디기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곧바로 두 번째 통증이 왔다. 그는 참았다. 정말로 견디기 힘든 건 모든 순간들이 줄지어 늘어서서 반짝이며 대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 순간들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았다. 그것들에 버티기 위해서는 ()심장박동 사이의 공간에 쭈그려 앉아있을 수만은 없고, 그 박동들 각각에 벽을 치고 거기서 살아야 했다. 머리 들고 위를 보지 못하게.​˝

(David Foster Wallace infinite Jest(끝없는 농담))

ㅡ 휴버트 드레이퍼스, 숀 켈리 《모든 것은 빛난다》에서 인용

 

 

강연집 하나로는 부족함...

 

 

 

 

 

그리고 한 달 뒤 에세이집이...

자자, 이제 소설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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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8-03-14 07: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AgalmA님의 원서 도전을 응원합니다! ^^:)

AgalmA 2018-03-14 08:02   좋아요 2 | URL
아하하^^; 이 원서 한 권 읽을 시간 동안 다른 책 100권을 못 읽을 거 같아서요ㅜㅜ...

울라쑝 2023-01-09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마출판사에서 번역중이라고 21년도에 확인했는데 지금은 모르겠군요..!
같이 쓰신 라일라보다 먼저 나온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도 최근 알게 됐는데, 라일라는 이미 절판됐네요. 아쉽습니다.
이런 책들을 만나게 되니 신기합니다.
 

오랜만에 본 오후 풍경

내 기분과 상관 없이.

 

 

 

 

 

주체할 수 없는 굿즈 욕심. 파란 컵은 왜 이토록 멋진가!

 

 

 

주인공은 젤리.
젤리 먹으며 소일 삼아 책을 들춰봤다.

톰 스탠디지 《세계의 이면에 눈뜨는 지식들》
「사람들이 불경기 때 피자를 좋아하는 이유」에서 짐작하던 것보다 더 큰 이유가 있었다.
1. 싸구려 패스트푸드보다 피자가 건강한 요리인 것처럼 착각하는 트랜드
"미디엄 사이즈의 채식주의자 피자도 빅 맥 같은 고칼로리 햄버거보다 칼로리가 4배는 높다"
2. 외식 비용의 절감 → 테이크 아웃 인기↑
3. 그러나 가장 큰 비결은 ★꾸준한 메뉴 개발!★

오~ 그렇게 말해도 피자 먹고 싶다. 그래서 시켜 먹었다 -ㅅ-)...경제 책 보며 형편없는 경제 생활;;;

 

 

 

"선물을 준다는 것은 그 자체로 여러 가지 의무를 발생시킨다. 선물이라는 것은 현물의 답례를 요구하게 되어 있으며, 개인들은 이 상호성의 사슬 속에서 관계를 맺게 된다.

경제적 거래는 바로 이러한 상호성의 사슬이 끊어져 있는 거래이다. 재화나 서비스의 대가로 돈을 건네주게 되면 그 외의 인간적 유대는 강화되기는커녕 모두 끊어져 버리고 만다. 어떤 물건을 구매하게 되면 그 물건의 주인은 다른 사람으로 바뀌며, 그 물건에 대해 이전에 존재했던 노동, 시간, 권리 등의 청구권들은 모조리 사라지게 된다. 당신과 당신의 사랑하는 이와는 달리, 경제적 거래의 쌍방은 거래가 끝나면 영영 다시 보지 않는다.

내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는, 이러한 구매(혹은 지불이라고 해도 좋겠다)라는 행동이야말로 오늘날의 삶을 규정하는 특징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지불하며, 고로 존재한다. 구매란 혼자서 행하는 의식(儀式)이다. 이 의식의 절차를 다스리는 규칙들은 우리가 품질과 가격을 모두 추구하면서 여러 꽃 가게들을 돌아다니는 가상의 사냥 행위 속에 모두 집약되어 있다. 우리는 돈을 쓰기 전에 먼저 정보를 모으고, 그 모은 정보로 우리에게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 차갑고 계산적인 평가를 행한다. 이 순간만큼은 우리 모두가 자기 이익에 충실한 경제적 인간이 된다. 우리는 비용과 수익을 양쪽에 달아 본다. 그리고 거래를 행한다. 그러고는 다른 거래를 찾아 떠난다. ...... 가장 단순한 형태로 말한다면, 가장 순수한 경제적 사회란 바로 이러한 여러 의무로부터 모든 이들을 해방시켜서 오로지 자기 자신의 이익 하나만을 원칙으로 삼아 조직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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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로스코 《차가운 계산기》는 칼 폴라니부터 가라타니 고진까지 경제 분야 이론들이 총출동하고 있다. 결론이 어찌 날지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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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3-13 22: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사진은 아파트인가요? 상가건물 같기도 하고요.
조금 전에는 하리보 젤리를 보지 못했던 것 같은데, 병 하나를 다 채울 정도라면 얼마나 될까요.
사진만 보아도 단맛이 느껴집니다.^^

AgalmA 2018-03-14 03:01   좋아요 2 | URL
사무실 근처에 공장식 아파트가 많아서 저 건물도 아마 그 중 하나 아닌가 싶어요.
매일매일 글 올리기 귀찮아 시간날 때 올리다보니 빠뜨리고 넣고 하는 게 많아요ㅎㅎ;;
요즘 치아가 많이 안 좋아져서 젤리 좀 그만 먹어야 하는데, 제가 젤리 하도 좋아하니까 저건 무려 어머니가 선물로 사 주심^ㅁ^;;

2018-03-14 1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8-03-14 20:12   좋아요 1 | URL
그러고 보면 그런가 싶기도 해요. 이상하게 눈이 가고 발길이 멈추는 건 저런 풍경들입니다. 뭔가 작정하고 그러는 게 아닌데도.
네, 폐업한다고 손님들에게 세탁물 잊지 말고 찾아가라고 현수막까지 써서 건 세탁소 사진.
글이고 이미지고 그런 마음이 담긴 것에는 애정이 더 가요. 그래서 더이상 애정을 받을 길 없는 사물에 더 마음이 가는지도 모르고요.

저도 뭔가 받으면 부채감이 좀 심해서 안절부절입니다ㅎ 너무 매정하게 거절하는 것도 어렵고 사람살이 이래저래 참 힘들다니까요ㅎㅎ;;;
 
굴드의 물고기 책
리처드 플래너건 지음, 유나영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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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뽑은 상반기 최고의 소설 top 1.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보다 두 세배 더 좋다. 놀라운 상상력과 표현력의 회오리와 흙탕물이 물고기 몸짓처럼 순식간에 나타났다 흩어진다. 감탄 연속!!! 물고기떼처럼 많은 게 쏟아져나와 이해는 차차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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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8-03-11 19: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티브 J 굴드와도 관련있는 책인가 보네요^^:)

AgalmA 2018-03-12 17:15   좋아요 1 | URL
딱히 그렇지는 않아요. 다만 굴드가 범죄자 & 예술가이면서 인간의 존재론적 의문, 지배층이 만드는 역사 날조에 회의를 느끼는 스토리 라인, 동물/물고기ㅡ인간의 유사성을 보는 점 등이 진화론, 역사론과 좀 비슷하게도 보이죠.
워낙 다양한 내용이 파노라마로 펼쳐져서 이런 책은 직접 읽어야지 전달되는 말로는 멋짐 폭발을 10분의 1도 만끽할 수 없을 듯. 이래서 문학이 위대한 점^^

단발머리 2018-03-11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Agalma님이 상반기 최고로 뽑으셨다면 안 읽을 수가 없겠는대요. 장바구니로 고고^^

AgalmA 2018-03-12 17:16   좋아요 0 | URL
내용이 복잡하고 어렵다고 분명 말이 나올 작품인데요. 문장력만으로도 이 책은 100점입니다.

서니데이 2018-03-12 18: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리 나라에서는 같은 날 같은 출판사에서 나왔지만, 이 책이 더 먼저 쓰여진 초기작이네요.
먼 북으로 가는 길 다음 편인 줄 알았어요.
agalma님, 즐거운 월요일 보내세요.^^

AgalmA 2018-03-13 20:55   좋아요 2 | URL
먼 북이 아무래도 어필하기에 더 좋은 소재라 그런 듯. 제가 보기엔 <굴드의 물고기 책>이 한수 위라고 생각해요.
 

 

 

하나뿐인 내 선인장

내게만 예쁜가
그러면 더 좋지
어머니는 가지 치기며 이런저런 걸 잘 하시는데 난 잎사귀 하나 떼는 것도 상하게 만들까 봐 두려워 그냥 자라고 싶은 대로 놔둔다;
그렇게 10년 넘게 서로를 의지하고 있다
괜찮아?
괜찮아
화분 가게에서 흔하게 파는 선인장이지만 이 모습은 오직 하나지

 

 

그런데 이상한 것은 다윈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조차도 이 같은 식물학 연구에 별로 주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윈이 여섯 권의 책과 일흔 편 내외의 논문을 식물학에 할애했는데도 말이다.
.
.
다윈은 식물에 대해 늘 특별하고 다정한 느낌을 갖고 있었으며, 식물을 특별히 찬미하기도 했다. 그는 자서전에 이렇게 썼다. "식물을 체계화된 존재organized being의 지위로 격상시키면 늘 기분이 좋다."

올리버 색스 《의식의 강》「다윈에게 꽃의 의미는?」중에서

올리버 색스 《의식의 강》 스튜디오 촬영해준 기분ㅎ

다윈 씨, 나도 그래요!
그나저나 물 주려다 이러고 있네;;;
참 뭐 하나 하기 어렵다...

 

 

 

 

 


 

 

 

 

아무 생각하기 싫을 때 니콜라스 빈딩 레픈 《Drive》을 종종 본다.

이젠 반려영화가 된 기분이다.
오늘 또 봤다.
라이언 고슬링, 케리 멀리건 왜 둘다 8~90년대 느낌인지...
70년대생 감독이어서?
"인간은 자기 조상을 닮은 것보다 자신의 시대를 더욱 닮는다." ㅡ 기 드보르 
기 드보르의 이 말은 어쩜 이렇게 명언인지!
이 영화의 ost, kavinsky 곡도 정말 좋다.

《Drive》 보고 《온리 포 갓 리브스》(2013) 봤다가 감독에게 대원망. 왜 그랬어!

책도 처음부터 이성을 위한 도구는 아니었다. 지배의 도구에 가까웠지. 학교의 탄생처럼.
끌려 들어가는 것의 미학.
우리는 외로움에서 그렇듯 폭력성도 어떤 식으로든 표현하지. 그것 가까이에는 많은 것들이 얽혀있어 또 끌려 나온다.
글, 이야기, 인용, 멋진 이미지로 덮어도 안심하지는 마.
내가 나를 보는 것보다 보여주는 것보다 더 많은 걸 드러내니까.
살아있음은 너무 자주 미칠 노릇이다.

라이언 고슬링 앞과 뒤에는 늘 거리가 펼쳐져 있었다.
나는 어떤 배경에 주로 있는 것일까. 생각해 볼 일이다.

책의 하렘?...(  -_);;; .... 왜 이런 순간 이런 농담을ㅜㅜ

性에 대한 댓글을 쓰고 온 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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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8-03-11 07: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선인장 꽃 사진 그리고 의식의 강은 넘 근사한데요!^^

AgalmA 2018-03-11 18:19   좋아요 1 | URL
˝나만 고양이 없어! ˝를 이길 수는 없겠지만ㅎ ˝나만의 선인장 있어!˝는 되겠지요^^ 다윈이 식물을 그토록 아꼈다니 더 친근하게 느껴져요 :) <의식의 강> 그장소님도 갖고 계시니 서로 부럽지 않겠다는ㅋ

[그장소] 2018-03-11 18:30   좋아요 1 | URL
ㅎㅎㅎ나만 고양이 없어! 저도요! 고양이 없네요. 선인장도 없네요 . 푸핫~^^

겨울호랑이 2018-03-11 09: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선인장이 멋지게 컸네요. 저 정도 큰 선인장은 화원 이외에서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AgalmA님이 잘 키우신 덕분이긴 한 것 같은데, 다육이가 잘 크는 것을 보면 물을 잘 안 주신 것 같기도 하네요.ㅋㅋ 저 품종은 물을 잘 줘야하는 품종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렇지 않다면 적당한 게으름(?)도 때로는 육아에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AgalmA 2018-03-11 18:34   좋아요 3 | URL
저희 어머니는 2미터 넘는 선인장도 키우고 계신데 이 정도 크기면 집에서 관리하긴 어려워 결국 여기저기 부러지는 사태가^^;; 너무 멋지게 크니까 성질나쁜 사람들이 지나가다 확 부러뜨리기도 하고! 에효, 나쁜 인간들....
제가 식물을 아껴 키우는 거 보고 어머니께서 가족 아니랄까봐 서로 그런 건 닮았네 하며 웃으셨죠. 그래도 어머니는 강아지 애호, 저는 고양이 애호라는 건 확실히 갈림ㅋㅋ

선인장은 물 자주 주면 뿌리 썪는다고 해서 애가 기운이 없어 보인다 싶으면 줘요. 제 엉성한 감각의 힘으로만 키우는데도 잘 자라는 거 보면 제 노력보다 쟤 생존력이 더 강한 거라고 봐야겠죠^^

2018-03-14 1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8-03-14 20:07   좋아요 0 | URL
아, 저 선인장 이름까지 아시고 정말 식물에 관심이 많으시군요 :)
저희 어머니는 선인장 정말 많이 키우시는데, 어머니댁에도 게발선인장 있어요^^
괴상한 선인장도 좋다고 키우시는데;;; 악마의 뿔처럼 생긴 스투끼 선인장은 저는 호감이 전혀 안가는데요ㅎ;; 어머니는 자라는 게 재밌고 기특하다고 제게 보여주시며 좋아함ㅎㅎ;;
본능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우리 기억과 관련되면 싫고 좋음이 사람마다 많이 다르죠. 선인장을 싫어하셨을 이유가 짐작 가능하시다니 그 맘도 참~_~;

2018-03-14 1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8-03-14 21:39   좋아요 1 | URL
알로에도 많이 착취대상이죠ㅎ; 인간은 참 혼자 사는 게 아니라니까요~_~;;
선인장이 죽는 건 특히나 마음 아파요. 이렇게 생명력이 질긴 생물이 얼마나 살기 어려웠으면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