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파이? 아니면 과자?

 

§ 아트나인

메가박스 아트나인 영화관이번에 처음 가봤는데, 지금은 사라진 대학로 동숭 아트시네마 분위기와 비슷하더군요.

작고 아담하지만 창밖을 볼 수 있는 스크린 공간이 카페 같은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영화가 끝나고 창쪽 가림막이 올라갈 때 12층에서 보는 저녁 노을이란!

뻥 뚫린 스카이라운지 휴식 공간도 무척 맘에 드는데

요즘 같은 날 영화 관람 앞·뒤 시간에 책읽기에도 좋은 공간입니다.

사람도 많지 않아 아지트 같아요 >_<)ㅇ

아래층에는 메가박스가 따로 있으니 예술영화와 흥행영화를 골라볼 수도 있죠.

서울 지하철 2/7호선 이수역 7번 출구 바로 앞이라 편하긴 한데, 근처 사는 사람이 아니면 갈아타야 하는 불편하고 애매한 위치.

그러나 도착하면 시네마 천국~

 

 

 

 

 

 

 

 

 

 

§ 아트나인 엘리펀트 송이벤트 & 자비에 돌란  

알라딘 실버 이상 회원이면 매달 4천원 맥스무비 영화 할인권을 주잖습니까?

못 써먹고 넘어가는 분도 계실텐데 이 영화는 어떨까요.

곧 개봉될 엘리펀트 송이벤트가 메가박스 아트나인에 있어서 겸사겸사 소개합니다.

http://www.megabox.co.kr/?menuId=movie

메가박스 어플이나 홈페이지에서 6.9()까지 조기 예매 시 경품으로 [자비에 돌란 마스터 카드+스페셜 포스터+오리지널 포스터]를 준다고 합니다. 자비에 돌란을 좋아하고, 근처에 사시며, 이왕 보실 영화라면 이 이벤트를 권합니다~ 이벤트에 당첨되지 않아도 장소 자체가 휴식을 주는 공간이라 저를 그리 원망하지는 않을 듯;;;

엘리펀트 송》이 아니라도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등 다른 좋은 영화를 보실 수도 있으니까 상영 날짜를 살펴보시길~

 

 

 

감독이자 배우인 자비에 돌란의 섬세한 감수성과 연기를 눈여겨보셨다면, 이번 엘리펀트 송에서 정신병 환자 배역은 제격이라 생각할 겁니다~ 자비에 돌란은 어쩐지 제 3의 제임스 딘, 2의 리버 피닉스를 잇는 것 같기도 하죠? 제가 강조하고픈 건 생김보다는, 사춘기+ 예술가 + 분열증이 섞인 듯한 그 개성입니다.

 

 

   

 

 

 

 

 

 

(스틸 사진은 엘리펀트 송》이 아닌 다른 영화)

 

 

 

엘리펀트 송자비에 돌란의 연기는 잭 니콜슨의 정신병 연기(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1975))와는 어떻게 다른 시대성과 캐릭터를 보여줄지 제겐 특별히 흥미롭습니다.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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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엘리펀트송(*스포주의,불쾌주의) ㅡ 정말 들을 준비가 되어 있나
    from 공 음 미 문 2015-06-11 20:26 
    §감독에게만 페르소나 배우가 있는 게 아니다. 관객에게도 페르소나 배우가 있다. 자비에 돌란의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나는 그가 내게 그렇다는 걸 직감했다. 이쯤 되니 다른 관객들은 어떤 공감을 가지고 그를 보는 걸까 궁금하지만 알 수 없다. 그 내밀한 감정과 삶들은 모두 숨기고 이렇게 영화관에서 몰래 투사하고 있는 걸 테니... 나는 수다스러우니까 이 기록을 남기기로 한다.스토리는 대략 이렇다. 마이클(자비에 돌란)을 담당한 정신과 의사 로렌스가 갑자기
 
 
달걀부인 2015-06-04 17: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담에 한국에 가면 꼭 가볼래요. 좋은 공간소개 감사드려요.

AgalmA 2015-06-04 18:29   좋아요 0 | URL
가족과 같이 가기도 좋아요. 흥행영화 파는 아래 메가박스 가고, 예술영화 파는 아트나인에서 보고 나중에 여기 라운지에서 보자! 하면 되니까ㅎㅎ 근처에 이마트 있어서 장 보고 집으로 지하철ㅋ;;

2015-06-04 1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04 17: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04 17: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04 17: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04 17: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04 18: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걀부인 2015-06-04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딩땐가 동숭아트시네마 다녔는데 그 때 생각이 문득. 거기서 여왕마고를 봤는데.. 하지만...가족들과는 노~ 요런데는 혼자서...자유롭게..취향맞추는것도 힘들어요.

AgalmA 2015-06-04 17:39   좋아요 0 | URL
ㅎㅎ... 동숭아트시네마 폐관될 때 많이 아쉬웠죠. 인상적인 영화 여기서 많이 봤었는데... <트레인스포팅>을 조조로 보고 나올 때 세상이 정말 너무 이상하게 보였던 순간이 잊혀지지 않아요.

요즘 영화관은 무슨 병원대기실 같잖아요. 책 볼 수 있는 공간도, 분위기도 없는...그런데 이곳은 그게 참 좋았어요 :)

21세기컴맹 2015-06-04 18: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본문과 댓글들 모두 즐겁게 참여했어요.
생활의 즐거움이 새록새록 감사할 일이 오래 지속됐음 합니다

AgalmA 2015-06-04 18:16   좋아요 0 | URL
다들 마스크를 쓰고 외출을 자제하라는 분위기에 참 엉뚱한 글이기도 하겠죠^^; 제가 참 분위기 파악 못하는 사람인가 싶기도 하지만...무엇보다 동요하지 않고 차분히 자신의 생활을 꾸려가는 게 어떨까 했습니다...

수이 2015-06-04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까 말까 평상시에 놀던 서울 아지트가 아닌 곳이어서 낯설어요_

AgalmA 2015-06-04 18:59   좋아요 0 | URL
낯설어서 더 좋을걸요ㅎ? 예전 낙원상가 서울아트시네마 가 보셨어요? 그 버전의 럭셔리분위기ㅎ 맥주와 와인과 스파게티를 먹는 카페가 붙어있을 거라곤 상상못했어요ㅋ; 영화보기도 바쁜데 잉;;;

수이 2015-06-04 19:00   좋아요 1 | URL
그곳은 제 아지트였지요~ 훗_ 서울 가면 가볼게요. 꼬옥_

AgalmA 2015-06-04 19:03   좋아요 0 | URL
낙원상가 서울아트시네마가 이전되어서 그것도 참 아쉬운 일이었어요. 그 옥상에서 내려다보는 안국, 서울 시내 노을이 참 멋졌는데...

북다이제스터 2015-06-04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광화문 씨네큐브 앞 미로스페이스에 가끔 가요. 안 가보셨으면 추천...^^

AgalmA 2015-06-05 01:49   좋아요 0 | URL
미로 스페이스는 딱 한 번 가봤어요. 이상하게 그곳과 연결이 잘 안돼요;;
부르는 곳은 없어도 갈 곳은 늘 많네요ㅎ;

맥거핀 2015-06-05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트나인이 다른 건 몰라도 음향이나 화면 같은 것은 참 좋은 것 같아요(저는 이수쪽은 잘 안가게 되기는 합니다만..). 자비에 돌란은 벌써 칸영화제 심사위원도 하고...이 인간, 천잰가...

AgalmA 2015-06-05 21:56   좋아요 0 | URL
소규모인데 비해 시설도 좋고, 집 가까이 예술영화관이 없어서 늘 멀리 가는 게 힘들었는데 선택지가 생겨 좋아요^^
네, 저도 그 소식 들었어요. 연출력에 연기력에 저는 천재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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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패한 개그에 대한 우리 불쾌감은, 인간이 공감과 재미에 더 치중한 심리 메커니즘을 갖고 있어서겠죠. 유행어를 따라하는 심리는 뭐 겠습니까. 진화와도 연관되어 있겠죠. 끊임없이 배제하고 좋은 걸 찾아내려는 욕망. 공감 되면 환호하지만 안 되면 야유하거나 무시합니다. 서로 잘 지내보자는 것 같지만 이리저리 눈치 보고 재고 따지고, 생활 전반과 여기 서재에서도 매일 일어나는 일이죠. 그 행동을 단순히 좋다/나쁘다로 이야기할 수 없으며, 바람직한 행동을 강요할 수도 없습니다. 그것을 따지는 우리 또한 별다르지 않으니까요.

 

 

(여기까지는 에스카님 서재글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2>에서 '무명 개그맨'과 연관해서 생각해봤고, 아래는 영화<원터슬립>에서 배우와 인간, 심리에 대해서...)

 

 

 


Schubert's Piano Sonata No 20 in A Major


 

윈터슬립》에는 이국적인 터키 카파도키아의 겨울 풍경 속에 호텔 오셀로’가 있습니다. 하필 오셀로라니. 셰익스피어 《오셀로》를 이 영화는 어떻게 비켜갈까요. 호텔 오셀로의 주인이자 전직 배우이며 지방신문 기고가 아이딘’, 젊고 아름다운 아내 니할’, 이혼하고 그들과 살고 있는 아이딘의 여동생 네즐라’, 그들에게 집세를 못 내고 있는 세입자 함디형제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펼쳐집니다.

주요화두가 있습니다. “인 줄 알아도 받아들이면 더 좋지 않을까.” 또 오셀로를 떠올리게 됩니다. 악인 이아고에게 철저히 속아 넘어가 아내 데스데모나를 죽인 오셀로의 비극을. 우리는 善과 惡을 정확히 구분할 수 있습니까. 속는 줄도 모르고 받아들이면 과연 좋아지게 만들까요. 비폭력 평화주의처럼 말하지만 정작 좋을 때까지만 받아들이는 건 아닙니까.

영화 속 인물들은 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만, 상황이 닥치면 자신이 밝힌 생각대로 행동하지 않습니다. 억지스럽고, 부조리하며, 이기적인. , 제겐 그게 다 이기적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죠. 겉으로는 도덕과 양심, , 인간애, 종교성 등을 이야기하지만 자신이 처한 개별 사건 속에서 우리 행동은 장담할 수 없습니다.

 

a: 악을 받아들여 상대가 양심 속에서 깨우치게 만들자고 말한 당사자면서 네즐라는 자신이 아끼는 컵을 자꾸 깨뜨리는 가정부에게 벌로 월급을 깎을지 말지 고민합니다.

 

a2: 네즐라는 자신을 학대한 남편에게 ˝용서해 달라˝ 말해서 남편이 반성하게 만드는 건 어떨까 고심합니다. 얼마나 기만적이고 합리화한 어리석음입니까. 니할에게 그렇게 지적받자마자 네즐라는 아이딘과 니할을 싸잡아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인간의 무수한 불만의 씨앗은 미세한 자극에도 쉽게 터집니다. 감정의 부비트랩.

 

b: 니할은 자신의 자선은 올바르다고 생각하면서 아이딘의 자선은 허울뿐인 치기라고 생각하는가 하면, 아이딘의 기부금을 자기의 자선인 양 포장하며 건네다가 모욕을 당합니다. 그녀의 자선은 善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좌절된 삶을 이끌어줄 목표였기에 그토록 중요했던 거죠. 

 

c: 투숙객1이 지나가는 말로 그랬으면 좋겠다고 하는 말에 아이딘은 대가를 치르며 실행에 옮깁니다. 아름다운 흰 야생마를 사옵니다. 젊고 아름다운 아내를 맞아들이듯이. 나중에 말을 풀어주지만 그의 위안 때문이지 말을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 뒤 사냥에서 토끼를 쏴 죽였으니까요. 우리의 본능적인 사냥심리는 제거할 수 없이 막강합니다.

 

c2: 투숙객1이 세계를 떠돌며 에세이를 쓴다고 하자, 자기도 작가라며 제대로 써본 적도 없는 책을 구상하고 있다고 아이딘은 거짓말 합니다. 하지만 결말에서 그는 언급했던 책을 쓰기 시작합니다.

황신혜밴드였나, 언니네이발관였나. 방송에서 밴드 한다고 말했는데 거짓말을 할 순 없어서 밴드하게 됐다고 하던 에피소드 생각나네요.

 

d: 독실한 무슬림인 함디는 악을 참을 수 없어 악으로 되돌려줬고 감옥에 갔죠. 출소 후 상황이 잘 풀리지 않자 자신의 가난과 잘못과 불운을 세상에 대한 분노로 모두 치환합니다. 그의 마지막 자존감이기도 하겠죠. 우리는 그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e: 영화 속 모든 인물은, 타인의 위선을 비난하면서 자신의 어리석음을 지적받으면 참지 못합니다. 아이는 맞거나 조용히 지켜볼 뿐입니다.

 

이렇게 많은 경우의 수들. 인간의 수만큼 죽음만큼 많을 겁니다.

셰익스피어의 대사를 각자 자기의 논점에 따라 이리저리 인용하듯이(영화 속 이 장면도 아주 멋지죠) 우리는 비극과 희극을 동시에 연기하는 배우입니다. 오래전 오마 샤리프가 이곳에 촬영차 왔을 때 아이딘에게 전했다는 말 ˝배우의 연기는 정직함에 있다˝를 아이딘은 명예롭게 얘기하지만 그 말은 100% 사실이 아닙니다. 우리는 정직함을 연기하면서도 누군가 정직하다고 말해주길, 인정해주길 바랍니다. ˝당신은 정말 작가입니다 시인입니다 배우입니다˝라고 말이죠. 그 어떤 인정도 거부하는 용기 속에서조차 우리는 진짜 정직한지 살펴야 할 겁니다. 우리의 선의와 겸손은 자기기만일지도 모르니까요.

 

엔딩에서 아이딘은 지금껏 부정하고 있었던 사실인 자신이 부(富)보다 '니할'을 의지하며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깨닫게 되지만, 니할에게는 솔직히 털어놓지 못합니다. 아마 인간인 우리는 - 연기 뒤에 숨어서, 글 뒤에서 말하는 - 그게 최선 아닐까, 감독은 그런 말을 하고 있는 지도요. 오셀로는 아내에게도 자신에게도 정직할 수도 제대로 연기할 수도 없었으므로 몰락한 거겠죠. 惡 때문이 아니라.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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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비평 2015-06-03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은 아이러니~~
아 수요일 오전인데 잠이 너무 오는군요!

AgalmA 2015-06-03 13:10   좋아요 0 | URL
이리저리 얽혀있으니 복잡의 대 파노라마라고나 할까요...
잠...동물들 보면 제일 좋아보이는 부분이기도 해요. 자고 싶으면 아무데서나 자고. 물론 인간과 적을 경계해야 하는 건 우리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지만ㅎ;

풀무 2015-09-19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름휴가 때 케이블 VOD로 보았습니다. 아갈마님의 생생한 글을 읽고나니 이 영화에 대해서 무슨 컬럼 기고하듯이 딱딱하게 죽은 기록을 리뷰랍시고 쓴 제 글이 문득 부끄러워집니다.

AgalmA 2015-09-19 14:15   좋아요 0 | URL
맞다! 서쪽섬님 <윈터슬립> 리뷰 깜빡하고 잊고 있었네요. 가서 읽어봐야겠어요.
부끄러우시다뇨! 서쪽섬님 리뷰 보며 저는 너무 주관적인 해석에 치우쳐 쓰는 게 아닐까 싶은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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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기만, 적의, 불신, 자존감을 인물들이 관계 속에서 어떻게 합리화하고 있는지 눈여겨 볼만~ 글 쓰는 자라면, 인간심리에 관심이 많다면 꼭 참고할 영화. 긴 상영시간은 문제거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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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6-02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긴 리뷰를 쓸까말까 고민된다....영화리뷰가 계속 밀리고 있어! ㅡㅜ

2015-06-03 0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03 0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03 0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03 0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5-06-03 00:22   좋아요 0 | URL
엘리펀트송 6/11 개봉하던데, 엄청 재밌겠던데요. 아, 이러다 자비에 돌란 팬 될 지도...이미 반은 넘어갔지만ㅎ

AgalmA 2015-06-03 00:21   좋아요 0 | URL
<윈터슬립> 한편만 보고 말았어야 되는데, 뒤에 본 영화가 너무 상큼해서(장 주네ㅎ) 좀 희석되긴 했지만, <윈터슬립>은 리뷰로 정리를 한 번 해야 될 영화인 듯

2015-06-03 0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5-06-03 00:24   좋아요 0 | URL
맞아요ㅜㅜ제가 모든 걸 공부로 받아 들이면서부터는 뭐 하나 쉬운 게 없어요. 그나마 음악이 유일하게 내맘대로 듣는 장르. 그것까지 따져 듣고 싶지가 않다능!!
 
어젯밤
제임스 설터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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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는 슈테판 츠바이크 『어제의 세계』에 대해 쓰고, 오늘은 제임스 설터 『어젯밤』을 다시 읽는다.

어제가 왜 이렇게 한꺼번에 몰려오지.
어제는 하루에 하나면 충분하잖아.
어제를 모으고 부른 건 너야.
『안티 오이디푸스』가 오늘따라 끔찍하게 읽혔기 때문이야. 커튼을 하나하나 열어 보이며 서로 얽혀 작동하고 있는 기계들, 몸뚱이들을 가리켰지. 하아, 포기는 안 해. 난 언제나 늦은 아침을 먹었잖아.

제임스 설터의 소설 속 대화들은 문화 차이 때문인지 여전히 잘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국면 전환은 헉, 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표제작 <어젯밤>은 포크너 <에밀리를 위한 장미>와 견주어도 손색없다. 그의 단편들은 한국문학이었다면 작위적이란 소리 들었을 법 한 게 많다. 제임스 설터는 가뿐히 넘는다. 나 또한 『어젯밤』을 가뿐히 다 읽을 것이다. 그가 원한 대로 잎맥만 남은 문장의 역할이 크다.

책 속 시간이 여기보다 더 빨리 흐르면 행복해?
빨리 읽고 해치우는 것, 그것은 책 살인일 거야.
이쪽으로 오려다가 실패한 무언가 책 속에 남아 있거나, 나와 책 사이에서 공중분해된 무언가도 있겠지.
내가 어제를 다 기억하고 있지 않은 것처럼.
매일 맞으며 매일 돌이킬 수 없는 어제

빨리 흐르는 책을 일부러 천천히 읽을 수 없다.
모든 행동과 하루는 일정 부분 ˝포기˝의 색깔을 띈다. ˝목적˝이고자 했겠지만.




ㅡAgalma
 

 

 

 

 

 

 

 

 

 

 

 

 




 

 

그는 그의 인생 한가운데 거대한 방을 가득 채웠던 사랑을 생각했고....(후략) ㅡ p151 <플라자호텔>

행복은 다른 걸 갖는 게 아니라 언제나 똑같은 걸 갖는 데 있다는 걸 난 그때 몰랐어 ㅡ p162 <방콕>

그럼, 행복한 나날들을 위하여. 그녀가 말했다. 그러곤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무서운 미소였다. 미소에 반대되는 게 있다면 바로 그거였다. ㅡ p184 <어젯밤>

자넨 재 친구야. 하지만 내 말 잘 들어. 자넨 결국 내 적이 되고 말 거야. 오스카 와일드 알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가 그랬지. 누구나 친구를 고를 수는 있지만, 현명한 사람만이 자신의 적을 고른다고. ㅡ p47
아내의 얼굴은 여러 장의 사진 같아서 그중 잘 안 나온 건 골라서 버려야 했다. 오늘 밤 그녀의 얼굴이 잘못 나온 사진 같았다. ㅡ p68 <나의 주인, 당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당신이 기억하는 것들이다." ㅡ 장 르누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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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2015-06-02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임스 설터의 책은<가벼운 나날> 밖에 읽지 못했는데 <어젯밤>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가벼운 나날>의 차갑차가운 장면들이 놀랍다고 느꼈던 기억이 :-)

AgalmA 2015-06-02 14:33   좋아요 0 | URL
<가벼운 나날> 말씀하실 때처럼 차갑고 놀라운 반전으로 이 책도 가득하죠^^ 설터 스스로가 자신의 최고 단편을 모은 거라고 이 단편집에 대해 말했죠^^ 에즈라 파운드와 이백을 소재로 전혀 다른 이야길 풀어낸 `나의 주인, 당신`은 꼭 읽어보길 권합니다

antibaal 2015-06-02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의 세계를 쓴 슈테판 츠바이크. 이분이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를 쓰신 분이시죠? 폭력에 대항한 양심. 제가 그것만 읽은 거 같아서요. 같은 분이 시죠?

antibaal 2015-06-02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광기와 우연의 역사도요.
. 슈테판 츠바이크는 도대체 어떤 분인지...감탄만 할 따름입니다.

AgalmA 2015-06-03 05:3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antibaal님^^ <다른 의견~>과 <광기와~> 다 읽어보셨나요? 저도 그 책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다른 의견~>은 유시민 씨 추천도서 목록에도 있더군요.
슈테판 츠바이크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시다면 <어제의 세계>를 꼭 읽어보셔야 할 듯. 문인과 예술가 그 외 많은 정치가와 철학자들과 교류하게 된 게 운이 좋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츠바이크의 열린 품성과 겸손함 등도 작용했다고 봅니다. 그걸 <어제의 세계>에서 많이 엿볼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내내 한국과 비교하게 됐는데, 전쟁이 그리 되긴 했지만 타인에 대한 존중이 유럽문화권에 지배적인 건 참 부러웠습니다.

2015-06-02 2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03 0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 The Swimming Season
어제의 세계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곽복록 옮김 / 지식공작소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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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는 어디 있습니까

한국의 어느 지식인이 자유는 서양에서 전해진 관념이라고 말할 때, 그의 자유를 의심했다. 자유를 위해 싸우고 죽었으며 조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에 대한 모욕 같기도 했다. 나는 지나친 단정을 경계한다. 단정 속에서는 어떤 진실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걸 무수히 봐왔다. 오히려 진실은 매우 모호하고 유동적이었다. 우리가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표현하고 행동으로 옮길 때는 더 불완전했다. 츠바이크는인간의 상상력은 매우 불충분하고 정말 중요한 감정은 직접 겪어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프로이트는 백퍼센트의 알콜이 이 세상에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백퍼센트의 진리라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자기 이론의 단언자이기도 했던 프로이트의 말은 어딘지 역설적이다.

지금의 우리가 원시인이 자유를 몰랐다고 말할 수 있을까. 모든 원시인이 살아 돌아와 증언한다 해도 완벽한 사실일 수 없다. 우리에겐 언제나 모르는 게 남는다. 모른다고 인정할 때 어떤 앎을 가까스로 접하기도 한다(나는 접한다로 말하며 가진다는 뜻이 스며들지 않도록 했다). 자신이 살아보지 못한 시대, , 생각에 대해 단정할 수 없다. 우리는 자신의 한계 속에서 말하고, 우리의 앎과 생은 영속적이 아니라 잠정적이기에, 최대한 다각도로 살펴보는 일이 절망스럽지만 최선이며 도리라고 생각한다. 이 모든 노력에도 우리는 다 잃는다. 작은 희망이라면 마지막에 웃을 수 있길 바라지만, 해피엔딩은 가장 확인이 어려운 답이다.

옛날에는 인간은 몸과 영혼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그밖에 여권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없으면 인간다운 대우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츠바이크는 자신이 피난민이자 망명자가 되고서야, 추방당한 러시아인의 이 말을 되새길 수 있었다.

나는 상상해봤다. 동서양의 구분도, 자유 관념도 표현할 필요가 없었던 아주 먼 옛날을.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자유를 잃은 게 아닐까.

한 번도 자유로운 적이 없었으면서 우리는 불가능한 자유를 원하는 게 아닐까.

지상에 완전한 자유란 없으며, 행복이든 불행이든 어떤 착각 속에서 자유가 있다고 말하며 끝없는 투쟁과 타협 속에 산다.

플라톤의 동굴 비유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아도.

 

창조주에 의해 특별한 운명과 사명을 가진 선민으로 택해졌다는 유대인의 신앙은, 지상의 어떤 권력도 거부하는 그들의 자유였다. 내겐 자유와 계율은 구분되기보다 가까워보인다. 인간은 왜 자궁을 귀환으로 비유하는가. 모유를 먹듯 우리의 앎은 의존성이 강하다. 내게 자유란 내가 왔던 곳만큼이나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자유 관념은, 이집트 이래로 추방이라는 공동 운명을 겪어온 유대인뿐 아니라 삶으로 추방당한 인간의 근원적 딜레마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삶을 얻었다라고 간주할 때, 감사와 겸양보다 착취와 위협일 때가 더 많지 않았는지? 자유와 추방에 대해 누구보다 겪어온 유대인이 이스라엘을 세운 뒤 희생과 전쟁을 일삼는 것을 보라. 세계 곳곳의 혁명 이후 필연적으로 따라오던 숙청과 독재를 생각해보라.

자유를 획득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가 아는 자유와 행하는 자유는 괴리되어 나타났다. 역사 속에서 '자유'란 다른 사람의 인생을 '처분'할 때 주로 거론되었다.전쟁과 평화, 죄와 벌, 이방인, 심판같은 소설 제목이 그 내용보다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곤 했다. 그리고 어제의 세계란 제목의 에세이를 만났다.

 

 

§§ 츠바이크가 말한 어제의 문제

어제의 세계1942222일로 서명된 슈테판 츠바이크의 유서로 시작된다. 학업을 위해, 문학을 위해, 작가와 예술가들과의 우정과 교류를 위해, 마지막엔 전쟁을 피해, 평생을 방랑했던 그가 남긴 이 유고집은 한 인간의 기록이라기보다 그 자체로 시대였다. 그는 서문에서 오직 스스로 남으려고 하는 회상만이 다른 여러 가지 회상에 대신하여 남겨질 권리를 갖는다.”고 말함으로써 이 책의 무게감을 전한다.

 

츠바이크에겐 제발또는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해본 적 없는 부유한 부모가 있었다. “남아프리카 전쟁(1899~1900), 러일전쟁(1904~1905), 발칸전쟁(1912~1913)”(p33)은 그들 생활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12차 세계 대전은 양상이 달랐다. 그들이 유태인이었기 때문이다. 2차 세계 대전 때 귀국할 수 없게 된 츠바이크가 전해 들었던 그의 노모 일화는 정말 가슴 아팠다. 노령으로 피난도 못 갔던 그의 노모는 아리안 인종법시행으로 산책을 하더라도 벤치에 앉지 못했다. ‘죽어가는 자의 곁에 밤을 새울 수 없다’(p518)는 나치 법률에 의해 어떤 친인척도 그 임종을 볼 수 없었다. 어째서 이렇게 잔인해져야 했나. 왜 이렇게 될 때까지 놔뒀나. 프로이트의 이론을 빌어와 인간의 본성과 문명의 성질은 원래 그런 거지요, 말하면 끝나는 일인가. 츠바이크는 술회했다 

우리가 공통으로 가진 낙관주의가 우리를 배반했다는 점이다. ……(중략)…… 많은 지식인들의 태도는 유감스럽게도 무관심하고 소극적이었다. 우리의 낙관주의 때문에, 전쟁 문제는 그 모든 도덕적인 결과와 함께, 아직 완전히 우리의 내면적 시야로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시대의 뛰어난 사람들의 중요한 저술 중 어느 것에서도, 그것에 대한 원칙적인 논의나 정열적인 경고를 단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우리는, 우리가 유럽인으로서 생각하고 국제적으로 형제애를 두텁게 하고 있으면, 우리가 일상사에 단지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을 추구하며, 우리의 언어와 국경을 초월한 평화적인 이해와 정신적인 우정이라는 이상을 고백하고 있으면, 우리의 일을 다하는 것이라고 믿었다.(p249) 

 

아니, 이런 노동자와 군인의 공화국 같은 것이 2주일 이상 계속되리라고 도대체 누가 믿을 수 있었겠습니까?” 그것은 익숙한 생활을 포기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행하는 자기기만이었다,(p481)

 

유럽의 양심은우리 문명의 불행이고 치욕이지만결국 이들 폭력 행위는 국경의 저 너머에서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이유로, 간섭하지 않을 것을 열심히 강조했기 때문에 복용량은 점점 더 강해져서 급기야는 전 유럽이 이로 말미암아 파멸하기에 이르렀다. 히틀러가 한 것 가운데 이 전술만큼 천재적인 것은 없었다. 그것은 도덕적으로 그리고 머지않아 군사적으로도 약해져 가고 있던 유럽에 대해서, 천천히 신중하게 행동하면서 점점 강해져 가는 힘으로 압력을 높여 간다는 전술이었다. 독일에서 어떠한 자유로운 말도 어떠한 독립적인 책도 근절해버린다는, 오래 전부터 마음먹은 계획도 미리 떠보는 이런 방법으로 행해졌다. 우리의 저서를 단호하게 금지해 버린 법률도 즉각 발표한 것이 아니었다.그것은 2년 후에야 발표되었다.(p465)

 

역사는 동시대인들에게 그들의 세대를 규정하는 커다란 움직임에 대해 그 첫 단계에서는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은 논박할 수 없는 역사의 철칙이다.(p457)

히틀러에게 오스트리아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넘어가도록 세계는 방관했고, 츠바이크와 아인슈타인 등의 책이 광장에서 불태워졌고, 오스트리아 국회도 불탔다. 아름다운 시를 썼지만 릴케는 어떤 정치적 입장도 거부했다. 로맹 롤랑은 국제적십자사 포로수용소에서 포로들의 편지를 대신 써주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슈트라우스는 음악과 가족을 위해 히틀러에 협조했다. 많은 이들이 감시당하다가 암살당했고 곳곳에서 자살했다. 희망을 찾아 브라질까지 갔던 츠바이크는 미국의 2차 세계대전 참전 소식을 듣고 어제의 세계』를 집필한 뒤, 아내와 동반 자살했다.

 

 

§§§ 희생 끝에 얻은 비참함

대전 후에야 비로소 국가주의에 의한 세계 혼란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우리 세기의 정신적 유행병이 가져온 첫 번째로 눈에 보이는 현상은 외국인 싫어하기였다. 즉 외국인에 대한 병적 혐오, 아니면 적어도 외국인에 대한 불안을 느끼는 것이었다. 세계는 외국인에 대해 방어 자세를 취했으며, 어디에서나 외국인을 배척했다. 전에는 오로지 범죄자에 대해서만 강구했던 그런 모든 모욕이, 지금은 여행 전이나 여행하는 도중에 모든 여행자에게 부과되기에 이르렀다.(p521)

 

영혼을 짓이기는 불쾌한 것들로 인하여 우리의 창조 작업과 우리의 사고가 입은 손실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이 여러 해 동안 정신적인 책보다 관청의 지령이나 규칙을 더 많이 연구했기 때문이다.(p522)

 

인간은 객체이며 자유롭게 태어난 영혼을 가진 주체가 아니라는 것, 권리는 아무 것도 없으며 모든 것은 관청의 은총에만 달려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우리는 심문을 받고, 등록되고, 번호가 매겨지고, 자세하게 조사받고, 스탬프가 찍혀졌다. 그리고 오늘날에도 나는, 자유의 시대에 길들여져 굳어진 인간으로서, 또 꿈꾸었던 세계 공화국의 시민으로서, 내 여권에 찍힌 어떠한 스탬프도 낙인처럼, 그들이 행하는 어떠한 심문이나 검사도 굴욕처럼 느끼지 않을 수 없다.(p522)

지금의 우리는 외국인 체류자를 편하게 바라보고 있는가. 은연중에 철학이나 문학보다 영어책을 더 읽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세계나 사회 문제보다 내 생활과 능력쌓기가 더 중요하다. 개인의 선택이자 자유라고 말하고 있지만 언제든 붕괴되기 쉽다. 다른 나라를 가기 위한 많은 절차에 순응하는 우리는 정말 자유로운가. 슈테판 츠바이크가 살았던 시대와 지금이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 오, 흩어져버린 츠바이크의 수집품이여

거기에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업 비망록 가운데 한 장이 있었다. 스케치에 관해 왼손으로 글씨를 쓴 노트였다. 또 나폴레옹이 거의 읽어낼 수 없는 글자로 4페이지에 걸쳐 휘갈겨 써서 리볼리에 있는 병사들에게 보낸 군대 명령서가 있었다. 또 발자크의 어떤 소설 전체의 교정지가 있었다. 어느 페이지나 그야말로 하나의 전쟁터였으며, 수없이 많은 수정과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명료함을 가지고 교정에 교정을 거듭하고 있는 그의 거인적인 투쟁을 표현하고 있었다. 사진 복사가 다행히도 어느 미국 대학에 보관되어 있다). 니체의 비극의 탄생의 알려져 있지 않은 초고도 있었다. 그것은 발표하기 훨씬 전에 사랑하는 코지마 바그너를 위해 씌어진 것이다. 또 바하의 칸타타와 글룩의 알체스테의 아리아가 있었고, 음악가 중에서 남아 있는 원고가 가장 드문 헨델의 것도 한 가지 있었다. 언제나 가장 특징적인 것을 찾았으며, 대부분은 발견되었다. 브람스의 유랑민의 노래, 쇼팽의 바르카롤레, 슈베르트의 불멸의 곡음악에 바침, 하이든의 것으로는 황제 사중주곡 중의 신이여 보호하소서의 불후의 멜로디가 있었다. 몇 가지 경우에는 창조적 인간이 단 한 번 만든 구현물을 창조적 개성의 전 생활상으로까지 확대하는 것에 성공하기도 했다. 가령 모차르트의 것으로 11세 소년 시절에 쓴 유연성이 결여된 것 한 장뿐만 아니라, 그의 가곡 예술의 극치인 영원불멸하는 괴테의 제비꽃을 가지고 있었고, 무도곡으로는 피가로그대 이 위를 가지 않으리라를 패러프레이즈한 미뉴엣, 그리고 피가로그 자체로부터는 케르빈의 아리아를 가지고 있었다. 또 매력적이고도 버릇없이 쓴, 아직 한 번도 원문 그대로 완전하게 인쇄된 적이 없는 아주머니에게 보낸 편지, 그리고 음탕한 카논의 한 장, 마지막으로는 그가 죽기 직전에 쓴 한 장, 티투스에서의 아리아 하나를 가지고 있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괴테의 생애도 하나의 아치가 형성되고 있었다. 처음 것은 9세 때 라틴어로부터 번역한 것이었으며, 마지막 한 장은 82세 때, 죽기 직전에 쓴 시 한 편이었다. 그 사이에는 그의 창조의 왕관을 이루는 작품의 거대한 한 장, 파우스트중의 두 페이지 분, 그리고 자연과학에 관한 원고 한 장, 갖가지 시, 그리고 그가 생애의 여러 단계에 그린 스케치가 있었다. 이렇게 하여 괴테의 전 생애를 이 15장으로 개관해 볼 수 있었다. 가장 존경하는 베토벤에 관해서는 이렇게 완전한 상을 얻을 수는 없었다.(p445)

예술에 있어 탁월한 식견이 있었던 츠바이크의 수집품이 지금 한 자리에 모여 있다면, 우리는 예술과 인간의 어떤 본질을 더욱 한 눈에 살펴볼 수도 있지 않을까. 모든 걸 버리고 떠나야 했던 츠바이크만큼 나도 한탄스럽다.

 

일생을 탐구하며 예술과 사람의 조화를 원했듯 현실세계도 다함께 어울리기 바랐던 슈테판 츠바이크(1881. 11. 28 ~ 1942. 2. 22, 오스트리아)의 명복을 늦게나마 빕니다.

 

 

 

§§§§§ 에필로그

 

 츠바이크가 평생의 영감(靈感)으로 생각하고 죽을 때까지 가지고 다녔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가 그린 존 왕 초상화

 

 

 

   

그가 만났던 수많은 대가들 중, 제임스 조이스에 대한 일화도 짧지만 인상깊습니다.

 

 

 

 

   

구판/개정판 사진이 다른 게 많습니다.

위 사진은 구판/ 개정판 톨스토이의 묘지 사진 비교입니다.

묘지 옆 두 나무는 아름답고 의미있는 사연이 있습니다.

책 속에서 만나 보시길 :) 

 

 

 

 

 

오늘날 아직 자신의 길에 확신이 없는 젊은 작가에게 충고를 준다면, 나는 상당히 위대한 작품을 각색하거나 번역하는 데 봉사하라고 권장할 것이다. 초심자의 모든 자기 헌신적인 봉사 속에는 자기가 창조하는 것 이상의 확실성이 있다. 그리고 사람이 몰두하여 행하는 일은 절대로 헛된 일이 없는 것이다.(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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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기억의 힘 - 어제의 세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직관펌프 생각을 열다
    from 공 음 미 문 2015-06-15 21:40 
    § 슈테판 츠바이크는 전쟁이라는 극단의 상황에서 아무 자료도 없이 500페이지가 넘는 『어제의 세계』를 썼다. 그가 전 생애에 걸쳐 경험한 '현대 유럽 세계사'라고 할 만한 내용이었다. 유대인이라는 약점 때문에 여러 나라를 떠돌 수밖에 없었던 그는 1·2차 세계 대전 전후해 그 시대상과 지식인들의 움직임을 소상히 밝혔는데, 이러한 저작의 유래를 찾기 어렵다. 그는 서문에서 이렇게 썼다. “왜냐하면 나는 우리의 기억이라는 것이 어떤 것에 관한 것을
 
 
2015-06-01 03: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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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1 03: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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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1 03: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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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1 03: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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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1 03: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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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1 04: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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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1 04: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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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컴맹 2015-06-01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인전기의 달인 츠바이크의 새책 소개 감사합니다

AgalmA 2015-06-01 21:55   좋아요 0 | URL
이 책의 구판/개정판 번역상의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구판에 옮긴이의 요약해설이 꼼꼼했는데, 개정판엔 대폭 축소돼서 그건 좀 아쉬웠어요.
21세기 컴맹님은 츠바이크의 어떤 평전을 좋아하실런지...저는 <베토벤의 생애>를 제일 읽고 싶습니다^^

21세기컴맹 2015-06-04 18:32   좋아요 1 | URL
천재와 광기 를 오래전에 침흘리며 봤었죠 남의 속에 들어갔다 나오는 유체이탈의 신공 아니고는 이리 쓸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고 환희와 절망을 한 눈에 담은 적이 있지요 그 다음 책은 그만큼 감전돼 오지는 않았지만 그는 아직도 믿음이 가는 분입니다
책으로 치면 그 이름 앞에서는 늘 들었다놨다

AgalmA 2015-06-04 18:50   좋아요 0 | URL
^^ 츠바이크 책이 워낙 많아 뭘 볼까 고민인데, 현재 제가 꼭 보고 싶은 건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베토벤의 생애>, <천재 광기 열정>입니다. 그 수집의 열정이 예술가 평전에도 얼마나 가득하겠는가 믿음 가득^^ 츠바이크 자신이 작가라 예술가들의 창작의 열정을 누구보다 공감하며 동경했을테니...

[그장소] 2015-06-01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뻥 뚫린 하늘을 멍~ 때리며 바라보다...갑니다!
어제의세계 하니 전날의섬.(움베르토 에코)..생각도 나고
불연속세계 (온다 리쿠,어제의 세계;도 있지않았나?)갸웃하면서..
암보스 문도스(기리노 나쓰오)까지 날짜 변경선위에
아슬아슬한 우리의 미래를
살짝 걸쳐 놔 봅니다.
당신의 철학에 나는 장르로 도배를~^^ 미안하오! (에헴!!쿨럭~)

AgalmA 2015-06-01 21:42   좋아요 0 | URL
제가 사는 관할 도서관들엔 거의 온다 리쿠 <어제의 세계>;;
그장소님은 저보다도 먼저 <어제의 세계> 읽으셨던데, 절 추어올리며 너무 겸손마셔요;;

수이 2015-06-01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창훈 선생님도 츠바이크가 말한 저 말_ 말씀하셨는데_ 음 역시 음,

AgalmA 2015-06-01 22:35   좋아요 0 | URL
츠바이크는 다 옳은 말씀 같음...인간애가 바탕에 깔려 있는데다가 대단한 문장가이시라 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