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두아르도 라고 『지도 도둑』에는 러시아, 아프리카, 스페인, 베네치아, 압살람, 베이루트 등 세계 곳곳과 그곳의 작가와 예술가들(발자크, 조이스, 카프카, 월트 휘트먼, 브루노 슐츠, 호메이니, 펠리페 알파우…… ) 이야기가 미로처럼 얽혀있다. 소설에 대한 소설로 읽으면 난해하지만  삶의 수많은 중첩들을 생각하면 이해되지 않는 바 아니다. 실재와 환상을 정확히 구분할 수 있는 자 누구인가.
러디어드 키플링이 알라하바드에서 상상의 강물과 현실의 강물이 만나는 이야기를 하는 부분이 있다.

우리가 소설의 강물과 현실의 강물을 섞는 건 본능이리라. 
그리고 기억의 강물과 소설의 강물이 또 섞인다.
강물만큼 많은 우리가 만든 이야기들.
 



▒  Allahabad  ▒ 


 

 

인도에서 매 순간 접하는 릭샤와 트럭의 꾸밈은 그 문화의 독특함을 그대로 전해 준다.


운전대 가까이 신의 사진, 꽃과 향을 채운 제단이 마련되어 있지만 그 외 사방은 키치적이며 에로틱한 장식들로 가득하다.

어디든 신을 위한 자리를 안배하면서 인간의 즐거움을 위한 공간도 놓치지 않는 비상한 사람들이란 생각을 했다.

고장 난 버스에서 서로 마주 보며 백치의 웃음을 나누기도 하면서.

 

 


  


 

 

악바르 요새 망루 중 하나

  


 



 

 

 

사공은 이곳을 잘 찍어두라 했다. 

역사 속 전투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떨어져 죽었는지 모른다고. 

오래전 우리나라 낙화암의 비화처럼 그랬을 거라 짐작했다.

요즘은 자살에 많이 이용된다고 한다.

성스러운 삼강을 향한 행렬과 일상적 죽음의 이끌림이 끝없이 진행되는 강.

 

 


 


 



모래밭 끝이 알라하바드의 삼강(sangam)이다.

갠지스 강과 야무나 강이 만나 깨달음의 강 사라스와티가 되는 성스러운 지점.

영혼을 정화시킨다 하여 힌두교인들이 일생에 한 번이라도 목욕을 꿈꾸며 온다는데 나는 손에 물도 안 묻혀 봤다;

가까이 가서 보면 흙탕 물(갠지스 강)과 녹색 물(야무나 강)이 섞이는 걸 볼 수 있다. 
 

12년마다 대규모로 열리는 쿰부멜라(Kumph Meia)축제가 벌어지는 곳이다.

축제 때마다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니 생과 사가 극적으로 만나는 곳임은 분명하다.

그건 신과 인간이 모여 전쟁을 치르던 일리아스의 은유일까, 재현일까


 

 

 



 

 

 

까마귀와 강이 이리도 잘 어울리는지 몰랐다. 

일몰과 일출이 장관이라는데 일정상 그걸 못 본 게 아쉬웠다.


 


 

 


 

 

 

몸무게를 재는 것까지 돈을 받는 인도의 이 상술을 낙후라고 해야 하나, 차별화라고 해야 하나 난감했다. 

10년이 지났으니 지금은 전자저울로 바뀌었을라나.

소위 선진국이라는 곳에서는 체중조절이나 외모가꾸기로 몰래 재보는 체중계가

여기서는 생계가 된다는 게 신기했다.

과연 돈벌이가 되는지 의심스러웠는데 몸무게를 재는 사람이 있었다. 

다같이 체중계를 보고 있는 모습에 왜 그렇게 웃음이 났는지.

그것이 관심거리가 될 수 있다니.

 

  



 

 

 

인도의 가장 멋쟁이는 "사두"

포즈까지 예사롭지 않게 취해 주셔서 안 찍기도 뭐 한 상황;

 
 


 

 


 

 

 

우리 집 멋지지 않니.

 

흙더미 뿐인 집에서 하루종일 그 흙더미로 의식을 치르며 저 당당한 표정.


인도에서 저런 표정 참 많이 봤는데

온갖 걱정과 비굴에 찌든 도시인들의 표정보다 보기 좋았더라~

 



  



 

 

 

목마와 아이와 할머니와 황홀한 불을 뿜는 염료들과 조악한 액세서리들이 한편의 동화처럼 모여 있었다

나는 그때 정말 그들의 가족이고 싶었다.

사진을 바라보며 지금도 여전히.

아이는 지금쯤 소녀가 되어 있겠지. 

무슨 책을 읽고 있을까.

 

 

 

 

ㅡAgalma

 

  

 

 

 

 

 

이 장소가 왜 그렇게 흥미로운 건가요?
이야기가 이 안에 있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이야기를 찾을 거라고 확신하나요?
정확히 그렇지는 않아요. 하지만 설사 단 한순간 스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요. (p270)

우리의 인생을 이해하기 위해 왜 이야기들이 필요한지 설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공식화할 수 있겠다. 즉 상상력의 자원이 바닥나면 현실이 이를 복구하기 위해 반드시 달려온다.(p349)

"현실은 수많은 형태를 취할 수 있다. 허구도 그 중의 하나다." ㅡ존 호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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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6-10 2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쇠로 된 현이 100개가 넘는다는 산투르 소리는 들을 때마다 삶의 씨줄 날줄의 공명처럼 아득하다....

[산투르(Santour)]
카시미르 지방의 대표적인 악기로 셰나이와 비슷하고 우리나라 앙금과 비슷하다. 이 악기는 회교사원에서 많이 사용했던 악기인데 무굴제국때 무슬림과 함께 인도로 건너와서 북쪽에서 많이 쓰이고 있다. 쇠로 된 가는 줄이 100개나 되는데 양금보다는 훨씬 음역이 넓고 소리가 크다. 나무로 만든 투박한 채를 써서 야무진 소리를 낸다.

CREBBP 2015-06-10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들 참 잘 찍으셨네요. 소설 <델리>를 읽고 참으로 가고 싶은 마음과, 저긴 죽어도 못가볼꺼야 라는 두 마음이 항상 같이 있어요. 못간다는 것보다는 가기가 어쩐지 겁난다는 편이 정확하겠네요

AgalmA 2015-06-10 21:14   좋아요 0 | URL
사진찍을 게 많아 정말 정신없었던ㅎ...유적보는 거 보다 사진찍는 재미로 돌아다녔던 거 같아요^^;
인도가 가면 당한다는 인식이 강한 나라 중 하나잖아요; 저도 도착하자마자 공항에서 뜨악~ 에피소드 생겼는데 그 이후 여행 내내;; 담에 또 말할 기회 있겠죠.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당해주지, 뭐. 그렇게 탐나시다니 드리죠...마인드로 여행하니 좀 편해지더라고요. 어느 여행지든 조심하는 정도 그 이상은 아닌 곳이었어요^^

csp 2015-06-10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아주 멋있군요. 중학생 때 한문 선생님이 인도 배낭여행을 다녀온 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 굉장히 인상 깊었지요...Agalma님 사진을 보고 있자니 저도 한번 꼭 가보고 싶어집니다

AgalmA 2015-06-10 21:14   좋아요 0 | URL
누군가는 충만함에 겨워 떠돌고, 또 누군가는 역에서 괴로워하며 울고 있고....누구든 인상적인 기억 하나쯤 생기는 곳^^ 꼭 가보세요~ 슈퍼맨님도 멋진 사진이 생길 겁니다~

스윗듀 2015-06-10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조르바가 치던 산투르가 이런 소리를 내는군요! 내내 궁금했는데 감사합니다🙇 사진들도 10년 전 풍경이라 그런지 더 좋아보이네요.

AgalmA 2015-06-10 21:05   좋아요 0 | URL
조르바를 읽은 지 오래되어 기억이 안 나는데 산투르가 나왔었군요! 일전에 lovelydew님 조르바 읽고 탄복하시지 않았나요? 영화 <그리스인 조르바>도 다시 보셔야 하는 거 아님까ㅎ...영화에서는 그리스 전통악기 부주키 소리가 또 님의 마음을 흔들겠군요😉

스윗듀 2015-06-11 08:05   좋아요 0 | URL
저 조르바 영화 있는 줄 몰랐는데 아갈마님 저의 마음에 또 불을 지피시다니요...! 이런 예지자님같으니

에이바 2015-06-10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들 정말 좋습니다. 인도의 다양한 얼굴을 본 기분... 여행 다녀온 친구들은 다시 가고 싶다/ 다신 가고 싶지 않다 두개 파로 나뉘던데요. 아갈마님의 사진과 코멘트를 보니 그리우신 것 같아요. 이번에 열린책들에서 나온 `작가들이 사는 동네`가 소개해주신 `지도 도둑`처럼 작가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대요. 아직 보진 않았지만 두 작품 다 관심가네요.

AgalmA 2015-06-10 21:20   좋아요 0 | URL
사진 땜에 더 그리운 지도 모르죠. 끝없이 환원하는 장치...
인도홀릭들이 워낙 많아 무색합니다만, 저곳에 있는 내내 저는 고향같았어요. 다녀와서 생각나서 가끔 울기도; 다른 나라 더 다녀보고 다시 가면 이 향수의 진원이 더 명확해지지 않을까 했는데 다 여의치가 않았어요....
<작가들이 사는 동네> 칼비노와 앙리 미쇼가 나오네요@0@! 그 외 출연진도 엄청난 소설!! 이 소설 당장 읽고 싶어집니다!!!

오쌩 2015-06-11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음악 잘 들었어요.
추천동영상으로 같이 뜬 스피릿오브 카쉬미르까지 들으니,잠이 절로 오네요ㅎㅎ저도 산투르하면 조르바가 술먹고 흥오르면 연주하던게 생각나네요^^

AgalmA 2015-06-11 16:54   좋아요 0 | URL
유투브가 그게 참 좋아요. 연결된 음악 듣다가 보물을 발견할 수도 있어서...
전 조르바의 자유보다 돈키호테의 자유를 더 좋아해서 조르바에 크게 감흥하지 못했어요. 좋은 책이어도 참 취향이 미세하기 갈린단 말이죠... 너무 어릴 때 봐서 편견일 수도 있겠죠...

2015-06-11 1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11 16: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11 16: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11 17: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11 17: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오 2015-06-11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좀 이상한가봐....아름다운 풍광의 사진을 봐도 감흥이 없으니깐요,,이제는 oecd 바깥나라는 전혀 관심이 없어졌다고라할까,,뭐,,미국에서 이민자들중에서 가장 잘사는 민족이 이분들이라서,,내 경험에 비추어 `그럴만도 하지`라는,,,,아..영국이 지배하던 시절은 뭐,,,관심있게 봤네요,,그놈의 분할통치 뭐라고 하는,,

AgalmA 2015-06-11 17:06   좋아요 0 | URL
이상하지 않은데요. 대체로 자기 입장에서 해석하는 게 현실이자 사실이니까요.
다만, 저 사진 속 인도인과 미국의 인도인을 동일시해서 보는 건 좀 그런데요. 다른 환경의 사람들을 인도인이란 하나의 테두리로 보는 건 편견과 오해가 될 수 있으니까요.

네오 2015-06-11 17:23   좋아요 0 | URL
네,,,편견과 오해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 고쳐나가도록 하죠~

AgalmA 2015-06-11 17:25   좋아요 0 | URL
이 부분에 대한 제 생각을 전해드린 것이지 네오님 전체 생각에 대한 지적이 아님을 노파심에서 전합니다^^

네오 2015-06-11 17:40   좋아요 0 | URL
네,,,이해해요,,,,그런데 저도 어느때는 실언도 하는 사람이라서,,,,그런면에서 올바른 정치적의식을 가지면 좋죠,,
 

이 가지에 피어나는 꽃은



-거문고를 물고 그 노인이 온다





이 가지에 피어나는 꽃은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꽃이다
이 가지에 꽃은 피었는가 이 가지에 꽃은 피지 못한
꽃이라도 좋고 피고 지는 꽃이라도 좋다 다만 다만
이 가지에 피어나는 꽃은



나는 버짐이 돋아나도 좋지만 나는 꽃이 되어도 좋지만
피지 않는 꽃을 내가 끌어올 수 없지 않느냐 이 가지에
다만 어둠이 당기고 있는 공간만 있다 이 가지에 부서지는
영혼의 소리 들리느냐 사람 깊은 곳에
이 가지에 핀 아스팔트같은 먼 손이 떨려온다 해도



이 가지는 대부분 부서지는 햇살이 되어 웅크리고 있다
이 가지에 돋은 꽃이 그 넋이 되리라는 예감에 나는 이 가지에
옆에 있다 이 가지에는 꽃이 피어도 좋고 꽃이 쓰러져도 좋다
이 가지는 피 토하며 쓰러져 가고 있나니




詩 김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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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윗듀 2015-06-09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앗 멋지네요👍

AgalmA 2015-06-09 10:13   좋아요 0 | URL
😅😉

단발머리 2015-06-09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심히, 매우 심각하게 Agalam님 전공이 알고 싶습니다. 혹 제1전공, 제2전공, 제3전공 해서 제12전공까지 있으신거 아닌가요?
너무 멋진 그림에 아침부터 깜짝 놀랐어요!!

AgalmA 2015-06-09 10:17   좋아요 1 | URL
😅😅😅🙏

수이 2015-06-09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 좋다, 정말 좋다.

AgalmA 2015-06-09 16:04   좋아요 0 | URL
부암동, 부암동, 후후🐾

2015-06-09 15: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5-06-09 17:26   좋아요 1 | URL
타자는 내게 들어가는 문이다...라는 말이 있죠. 동서양을 막론하고 철학과 종교에서도 이건 인정하고 들어가는 부분. 심리적으로라야 단독자라 해도 존재로서는 인간은 홀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겠죠. 사랑도 나 혼자서 가능할 수 없는 것이고^^ 가볍게 물어보신 것에 너무 큰 걸 가져와 답한 건 아닌가 싶은데 다른 말이 생각 안나서^^; 공감해주셔서 감사해요🐸

에이바 2015-06-09 16: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태양 주변에 꽃인가요? 아갈마님 정말 경이롭습니다. 시도 좋고 시화도 좋아요.

AgalmA 2015-06-09 17:23   좋아요 1 | URL
네, 태양엔 꽃이 어울리겠더라고요. 좀 더 예쁘게 그리고 싶었지만 맘이 급했어요. 저건 다음에 더 발전시켜보고 싶은 소재예요^^
그림을 다 그리고 제 글을 넣고 싶었는데, 갑자기 저 시가 생각나서 제 글은 포기했어요ㅎ 딱맞는 글을 쓸 때까지 기다릴까 하다가 1일1화 생활규칙상 오늘은 단념ㅎ

저 그림이 저는 어느 정도 좋은 건지 모르겠어요. 앞으로도 그림 자주 올릴텐데 부족한 점이 보이면 말씀해 주세요. 제겐 도움이 됩니다^^

cyrus 2015-06-09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갈마님의 그림을 딱 보는 순간, 그 말이 생각났어요. ˝자연으로 돌아가라.˝

AgalmA 2015-06-10 05:08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사실 자연 아닌 게 어디 있겠나요. 다 거기서 왔는데...

CREBBP 2015-06-10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도 그리셨군요 멋져요~

AgalmA 2015-06-10 20:58   좋아요 0 | URL
이케다 리요코 그림 베끼기까지 하셨던 guiness님도 내면에 아직 남아 있지 않겠습니까~ 자자, 모두 그림의 세계로^^/

[그장소] 2015-06-14 0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근사하다는 말로는 당신을 표현하기에 부족하군요.^^
그림 멋져요! 잘 느끼고 가요~^^
 
그게 …… 그리고

 

 

 

 

 

 

 

 

 

 

 

 

 

 

 

그게 아니고

 

 

 

 

 

 

 

corona

개기일식() 때 태양의 광구()가 달에 가려지면서 그 둘레에 백색으로 빛나는 부분을 코로나라 한다. [두산백과]

 

 

 

 

 

 

 

눈이 오네

 

 

 

 

 

 

 

 

 

봄이 오듯 3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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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6-08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cm를 들으면 연애시를 쓰고 싶어진다. 밤새도록 가능할 것 같다. 실제 그러기도 했다. 이런, 미친.

그러나 공연장에서 그들의 드립과 퍼포먼스는 깬다ㅎㅎ;
그들의 곡은 사람 맘을 참 잘 대변해준다.
˝죽겠네˝, ˝Healing˝ 등등~

북다이제스터 2015-06-08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멕시코 맥주 브랜드인 줄 알았네요. ㅎㅎ

AgalmA 2015-06-08 21:28   좋아요 1 | URL
ㅎㅎ 그래서 코로나 뜻을 같이 병기ㅎ
코로나 비싸서 저는 카프리에 레몬을 잘라 넣어 마시는 이상한 호사를 부리기도 합니다;

요즘은 모히토가 유행이더군요~
집에 민트 잎을 기르고 있습니다;;

북다이제스터 2015-06-08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밍웨이가 즐겨 마셨다던 모히토.. ㅎㅎ 티비에서 깻잎으로 대용한다는 것 봤는데... 그건 좀 약간 아닌듯... ㅎㅎ

AgalmA 2015-06-08 22:02   좋아요 0 | URL
깻잎이라니! 카프리에 레몬은 원본을 완전히 무너뜨리지 않습니다!
퓨전이고 가난이고 간에 깻잎 향은 본질을 다 망쳐요. 그건 정말 아닙니다2
깻잎은 간장이나 된장에게 인도해야 합니다.
 

 

 

 

§

 

미안해요 여긴 가을입니다

 

 

 

 

 

 

 

§§

 

그런 날이면 언제나

이상하기도 하지, 나는

어느새 처음 보는 푸른 저녁을 걷고

있는 것이다. 검고 마른 나무들

아래로 제각기 다른 얼굴들을 한

사람들은 무엇엔가 열중하며

걸어오고 있는 것이다, 혹은 좁은 낭하를 지나

이상하기도 하지, 가벼운 구름들같이 서로를 통과해가는

 

 

기형도 「어느 푸른 저녁」 

 

 

 

 

 

 

 

§§§

 

 

그렇다 예감에 사로잡혀 걷는 날이 있다

이상하게 그런 날은 마주 오는 사람도 없이 나는 홀로 걷고 있다

막 도착한 神이 된다

 

 

 

 

 

 

 

 

 

흩어져 있지만 그들의 기하학적인 모양새를 나는 알아본다

제일 눈에 띈 색깔은 차라리 마침표에 가깝다

 

 

 

 

 

 

 

 

 

 

 

왜 모든 것이 기다리는 것처럼 보일까

나보다 더 그렇고 누구보다 더 그렇다

내 속의 기다림을 책망해야 하는가

어떠한 것도 증명되지 않았다

 

 

 

 

 

 

 

 

 

 

 

 

인간이 만든 사물들은 늘 궁리하는 모습이다

우리를 닮아 우리는 애착한다

 

 

 

 

 

 

 

 

 

 

 

모여 있고 흩어져 있다가 문득 탁 트인 펼쳐짐

여기 왜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나도 그들도

이곳에 어떻게 도착할 수 있었는지도

두려움이 의문을 덮친다

 

 

 

 

 

 

 

 

 

 

어디로

또 어디로

나를 인도하시나이까

 

 

 

 

방심 속에는 심연이 서 있다

 

 

 

 

 

 

 

 

 

 

 

 

언제나 보아온 것이 심판대가 된다

지나갈 수 없어 한참을 서 있다

누군가 부를 것 같다

끌고 갈 것 같다

끌려 간다

 

 

 

 

 

 

 

 

 

 

 

 

뒤돌아봐도 소용없다

이럴 땐 언제나 혼자다

 

 

 

 

 

 

 

 

 

 

 

 

 

묵묵히 내 속의 심판대 마저 지나면

불빛이 나타난다

아!

 

 

 

 

 

 

 

 

 

 

헛것이다 아니다

헛것이었다 아니었다

기형도, 당신도 이걸 본 거지

모든 시인은 이걸 본 거지

 

 

 

 

 

 

 

 

 

 

 

 

 

세상은 속속들이 빛과 색으로 가득하고

이 아름다움은 성스럽다

 

 

 

 

 

 

 

 

 

 

 

 

 

푸른, 푸른, 푸른

성모 마리아의 옷이 푸른색으로 바뀐 순간처럼

오, 세상의 성수여

 

 

 

 

 

 

 

 

 

 

 

 

 

 

세상의 모든 풍경이 나를 구원하러 달려 나온 듯하다

나는 미친 것인가

 

 

 

 

 

 

 

 

 

 

 

 

 

 

낙엽과 보석의 차이는 얼마나 미약한가

색과 형태와 질감과 성분으로 구분하는 것은 얼마나 단편적인가

 

 

 

 

 

 

 

 

 

 

 

 

 

 

숲의 끝이 보인다

싫다

그러나 통과의례를 누가 거부할 수 있나

 

 

 

 

 

 

 

 

 

 

 

 

 

막는다

사방이 문으로 가득하다

울부짖는다

처음부터 그러지 않았으면 좋았잖아

 

 

 

 

 

 

 

 

 

 

 

 

 

 

 

저 窓은 이제 없다

재작년에 헐려서 사라졌다

저 날의 窓의 저녁은 나만 가지고 있었다

이제 당신에게도 나눈다

 

 

 

 

 

 

 

 

 

 

 

 

 

 

 

지상에서는 계속 우러른다

아주 조금씩, 아주 천천히 배워간다

그게 ……

 

 

 

 

 

 

지금은 여름이고 가을도 올 것이다

그리고 ……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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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게 그러니까 눈이 올 때까지?
    from 공 음 미 문 2015-06-08 20:26 
    그게 아니고 ​ corona​개기일식(皆旣日蝕) 때 태양의 광구(光球)가 달에 가려지면서 그 둘레에 백색으로 빛나는 부분을 코로나라 한다. [두산백과] 눈이 오네 ​봄이 오듯 3집
 
 
양철나무꾼 2015-06-08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인가요, 하늘공원이가요?
전 오늘 넘 이쁜 꽃을 봐서, 파처럼 생긴 아주 이쁜 꽃을 봐서,
내 밈대로 파꽃이라고 이름을 붙였거덩요.

그랬더니 친구가 `알리움 카라타비엔세`라고 친절하게 알려주더라구요.
왠지 과잉 친절이 싫었지만,
그래도 파꽃보다는 있어보이지 않아요?ㅋㅋㅋ

근데, 여름의 문턱에서 벌써 가을타령인가요?^^

AgalmA 2015-06-08 18:54   좋아요 0 | URL
다른 지역 가봐도 평균적으로 저 정도는 되던데, 요즘 웬만한 동네공원은 다 저런 식이잖아요^^. 하늘공원의 생태공원 인기로 저렇게 퍼진 격이죠

알리움 카라타비엔세! 와, 이름 완전 럭셔리다! 이름 때문에 찾아봄. 진짜 파꽃이랑 닮았네요@@ 헌데 이런 어려운 이름을 아는 친구라니! 셜록의 왓슨만큼 멋진데요~

저는 시공간 감각 장치가 고장난 사람같아요ㅎㅎ;;

수이 2015-06-08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쓸쓸함! ㅠㅠ

AgalmA 2015-06-08 18:55   좋아요 0 | URL
야나님 순천만 가을 사진 찍어 올리면 저도 그 소리 할 걸요ㅎㅎ 제가 순천만 갔을 때 사진도 어째 다 그래서...빛으로 가득한데도....내가 이상한 건가....

혜덕화 2015-06-08 2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평범히 지나쳤을 일상의 풍경이
사진으로 이렇게 아름답게 살아나는군요.
여린 불빛이 참 좋아서 댓글 남기고 갑니다.

AgalmA 2015-06-08 20:48   좋아요 0 | URL
충분히 담고 있지 못하는 걸 한탄하며 더 진지하게 사진을 배워봐야 할텐데 생각은 하면서도 늘 여의치가 않았어요. 조금이라도 전해져서 다행입니다. 고맙습니다 :)

cyrus 2015-06-08 2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적절하게 더우면서, 적절하게 선선한 날씨가 유지되는 가을이 참 좋습니다. ‘적절하게’라는 표현을 오랜만에 써봅니다. 전 프로게이머 김대기가 스타크래프트 공략을 가르칠 때 항상 많이 쓰는 단어가 ‘적절하게’입니다.

AgalmA 2015-06-08 20:53   좋아요 0 | URL
그것참 적절하네요. 제가 cyrus님의 치열한 탐구 속에서 늘 느끼는 게 ˝적절하게˝이니 말입니다
 

§

어디에서 그쳐야 할 지가 제일 중요하다.
그림이든, 글이든.
어느 순간 막힌다. 더 이상 접근할 수 없다. 두려워지기 시작하는 거다.
한동안 지켜볼 수밖에 없다.
그림이든, 글이든.
모든 걸 검정으로 혹은 감정으로 덮어 버릴까봐 두렵다.
왜?
한낱 종이인데.


끝도 올 때처럼 간다.
자신 있게 알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그래도 그리고 쓴다.
우리는.



ㅡAgalma

 

 



[재료]

A4, 파스텔, 오일 파스텔, Faber Castell pencil H, Tombow pencil Red
약 30분 소요

※목탄이 더 나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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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edgling 2015-06-07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agalma님 아이디를 보면 amalgam이란 단어가 떠오르는건 저만 그럴까요~^^ 공음미문 뜻이 궁금합니다. 한자성어로도 검색이 안 되던데..! 헐~ 그림 자세히 보니 잔인하네요... 심정을 표현하신건지..?

AgalmA 2015-06-07 21:33   좋아요 0 | URL
http://blog.aladin.co.kr/durepos/7316208
agalma에 대해선 어느 이웃분과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위 글의 댓글을 보시면 해결되실 듯~

공음미문은 제가 조합한 거예요. 각각의 단어에서 앞자를 따와 조합했지만 한자음으로 모아 해석도 가능하게 만들었죠^^ ˝음˝은 예상대로 ˝음악˝입니다. 나머지 추리는 fledgling님의 재미로 남겨둘께요^^
일요일 잘 보내셨나요? 금세 밤이군요.

AgalmA 2015-06-07 22:15   좋아요 0 | URL
그냥 생각나는 대로 그린 거라....여긴 이게 좋겠다 해서 그렸어요. 제 무의식이 뭔가 죽이고 싶은 걸까요ㅎ;;
의도는 검은 머리를 많이 그리고 싶다! 였는데...음, 갑자기 손이 튀어 나와 가지곤....

2015-06-07 2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07 2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fledgling 2015-06-07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갑자기 어제부터 어지럼증때문에 주말이라 병원도 못가고 고생했네요... 이제 좀 살아나서 활동중입니다. 몸아프면 진짜 마음이 울적해질수 밖에 없나봐요. 질병공포ㅠ 몸관리 잘 하시길~

AgalmA 2015-06-07 21:47   좋아요 0 | URL
아니, 어쩌다...요며칠 밤늦게까지 못 주무신 여파가 몸 전체에 무리가 된 듯 싶은데요. 날도 더운데 삼계탕 같은 보신용 음식이 필요하실 듯. 이 말 해놓고 내가 먹고 싶네. 쩝))

fledgling 2015-06-08 00:52   좋아요 0 | URL
야식땡기는 밤이죠~ 후아... 운동 정말 시작해야겠어요. 몸이 약해지니 마음까지 약해지고 참... 바보같이 또 몸 괜찮다 싶으면 운동미루거나 안 하게 되고... 아프면 아 운동왜 안했나 싶고. 책을 헛으로 읽었나봅니다ㅠ

AgalmA 2015-06-08 01:16   좋아요 0 | URL
왜요. 책도 그렇잖아요. 읽어야지 해놓고 미루다가 잊고;;
운동에 대해선 저도 뭐라 할 입장이;;

2015-06-07 2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07 2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07 2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5-06-08 0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주가 많은 사람은 삶이 고단하다는데... 안녕하신거죠오~??ㅎㅎ 재주가 많기에 삶이 고단한 것인지.. 삶이 고단하다보니 재주가 많이지는 것인지.. 문뜩 의문스러워지는 밤입니다.^^;;

아는 그림작가님이 비슷한 말씀을 했었어요~ ˝끝이 없기 때문에 어디서 끝낼지가 중요하다˝라고요~~
하아... 저는 그래서 쓰기가 너무 어려워요~ 무섭습니다..
그러면서도 쓰고있는(댓글을?ㅋㅋ) 이 아이러니함이 삶일까요...^^;;?? 하하;;;

AgalmA 2015-06-08 01:57   좋아요 0 | URL
닭이냐, 알이냐 언제나 그것이 문제^^;

죽음처럼 공포도 늘 함께 있는 거겠죠. 나를 다그치며 참 많이도 괴롭혔던 거 같아요. 먹고사는 일 자체도 너무 고된 일이고....그저 짬이 나면 내가 뭘 하고 싶나 귀 기울이고 조금씩 움직이는 거 그게 최선 아닐까 한다는 :)

비로그인 2015-06-08 0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스스로를 다그치고 괴롭혔던 순간이 그리 먼 과거형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늘 과거형이지만 늘 새롭게 반복하고 사는 저와 비슷하신 것은....^^?? ㅎㅎ;;;

삶이 시지프스의 형벌에 비유되는 것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먹고 사는 일은 너무 피로해요. (흑흑;;) 그렇지만 삶이 붕괴되지 않으려면 Agama님의 말씀처럼 나를 위로하는 것에 조금씩 움직이는 것이 최선인 것 같아요...^^;; 그게 무엇인지도 늘 헤매고 있는 처지이지만...ㅋㅋ

문뜩 궁금해서 여쭙는데요....Agalma님은 무엇에 삶이 위로가 되시나요?
(혹시라도 이런 질문이 불편하시다면 답은 안하셔도 괜찮습니다.^^;;그림을 보니 궁금했어요. (응???^^;;))

AgalmA 2015-06-09 05:05   좋아요 0 | URL
잘 아시네요. 늘 새로운 걸 찾지만 그게 또 꾸준한 반복이죠^^; 아무리 좋은 음악을, 아무리 많은 영화를, 사람들이 안읽는 책을 찾아읽고, 심야기차를 타고 돌아다녀도 이상하게 한자리를 맴돌기만 하는 거 같잖아요?
말씀처럼 먹고사는 게 제일 형벌같아요...
응급처방이라는 거 알아도 좋아하는 걸 계속 찾는 게 위로가 돼요. 이것도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같은데, 위로가 되어서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매일 찾아요. 떠돌이 개처럼.

비로그인 2015-06-08 04: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시 한번, 감정의 양면성을 확인하는 순간입니다. 뭔지모를 공감대에 위로와 아픔을 동시에 느껴요. 반갑기도 하면서 안타깝기도 한 것이 웃을 수도 울수도 없게 만드네요..^^;;

권태와 허무라는 것이 각기 다른 문제라고 생각해봤으면서, Agalma님의 댓글을 보고 어쩌면 둘은 연결되어서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응??;;^^;;)

좋아하니깐 위로가 되고, 위로가 되니깐 좋아한다라...ㅜㅜ그런거였어요.......(깊은 밤 감정과잉을 주의 하는 중입니다만) 어떤 것이든 나는 방황하는 인간이었던 거...?ㅎㅎㅎ


양철나무꾼 2015-06-08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민 손은 마주 잡으면 되지, 저렇게 `싹둑~!` 단절을 하실 것 까지야, ㅋ~.
전 이어서 그리고 싶어요.
손을 그릴 실력이 안되면 더듬이라도 그릴 거예요~ㅅ!

AgalmA 2015-06-08 18:45   좋아요 0 | URL
제겐 죄가 없어요(단호히). 제 무의식에게 전해 줄께요ㅎ;;

더듬이ㅎㅎ 아이고, 양철나무꾼님 오늘 개그 성공!

나와같다면 2015-09-11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간.. 마크로스코 작품앞에서 느꼈던.. 그 슬픔과 두려움을 느꼈어요..

AgalmA 2015-09-11 21:59   좋아요 1 | URL
아마 외곽 테두리선 때문이 클 거라 생각됩니다. 제가 마크 로스코 전시 다녀온 후 그린 그림이라 테두리선에 대한 충동을 많이 느꼈거든요. 그 효과라든지 등등. 신기하네요.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부족한 그림이라 나와 같다면님 평을 칭찬으로 넙죽 받기엔 무리라 생각되고, 제가 전달하고픈 인상이 느껴지셨다니 고맙네요.
마크 로스코 전시 보셨다니 반갑습니다. 제가 그때 마크 로스코 전시 관련해 선전글도 열성으로 올렸던 터라;;

덕분에 한동안 손놓고 있던 그림 습작을 다시 하고 싶어졌어요. 여러모로 감사드립니다/

2015-09-11 2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11 2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