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내 스토커...
위 이미지는 5월 내가 다른 서재 가서 쓴 댓글만 모아 한글 문서에 입력해 본 것. 
원고지 80매 단편소설 4개는 쓸 분량~ 질을 떠나 일단 양으로는.
가벼운 농담류 ˝ㅁㅁㅁ님은 이래서 멋지다니까요^ㅇ^) ㅇ~~˝같은 글은 뺐다.
한 달에 대략 웹페이지 14개가 넘어가는 댓글을 쓰고 있었다. 뭐 될 라고 이래!!! 
댓글을 줄이고 내 글, 내 독서에 집중해야지 하면서도 사실관계를 명확히 해야 될 댓글 전쟁에 참여한다거나... (차라리 대서사시를 쓸걸)... 흥미진진한 리뷰나 페이퍼를 보면 또 참지 못 한다. 이런 의견 교환에서 분명 뭔가를 건지게 될 때도 있거든! 노파심에서 밝히는데 남의 표현이나 글을 훔쳐온다는 게 아닙니다-_-; 내 생각의 개진을 뜻하는 것임... 
자신을 먼저 깨지 않는다면 타인도, 세상도 요지부동이다.

상대가 글을 삭제해도 내 댓글은 남아있다는 건 다행한 일이었다. 이건 알라딘에 칭찬해주고 싶다! 다만 북플 [읽고 싶어요]에 남긴 코멘트는 댓글 브리핑에 남지 않는다는 건 참고할 사항~


팔 아파서 6월 댓글은 다음에 또;_;)....
나는 그나마 서재 시작 한 지 얼마 안 되었으니 이렇게 정리라도 하지 댓글 브리핑이 200~300페이지 넘어가는 이웃은 그냥 포기겠군....-_-)>충성!! 어디다? 
아 참, 평상복일 땐 이런 거수경례하면 안 된다지. 모자도 벗어서 가슴팍에 똭~요즘은 이거저거 다 따지기도 어려운... 


 

 




경례 문화도 난장판인 나라 사정을 생각하며, 여러분~ 자신의 댓글 그냥 넘겨 버리지 말고, 알뜰살뜰 살펴보길 바라요/

글감은 저 먼 우주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 이런 버려진 데서 더 찾기 쉬운 법이죠~ 금리보다 당신에게 더 이득이 될 것임b





ㅡ 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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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쌩 2015-07-05 0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것이 알고 싶다.
그동안 숨기시느라 애 많이 쓰셨네요.
이제는 밝혀질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아갈마님은 알라딘에서 북플 활성화라는 특명을 받고 심어놓은 프락치라고 합니다.
이제 스스로 커밍아웃 하시죠.
많은 분들이 이해하실꺼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님의 댓글과 정성어린 피드백에 정말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AgalmA 2015-07-05 04:23   좋아요 1 | URL
왜 이리 된 건지 저도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한편으로는 알라딘이 아니, 이 자식이 우리 내부 기밀을 자꾸....하며 제 서재 폭파할까봐 겁납니다))...그래서 글을 이리저리 모으며 보따리를 늘 싸두고 있어요;_;)...또, 어디로.....흑.

따끔한 지적도 개의치 마시고 주십시오. 언제나 귀담아 듣겠습니다/

boooo 2015-07-05 07: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는 댓글을 잘 안달기도 하지만 북플을 이용하느라 휴대폰으로 접근하는데 길게 못 쓰긴 더 힘든 거 같아요 ㅎㅎ

AgalmA 2015-07-05 15:16   좋아요 1 | URL
휴대폰으로 접근하시는 분들이 많은 거 같더군요.
저는 웹이랑 서재 반반 병행합니다. 서재브리핑으로 이웃의 글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점이 좋더군요. 하루하루 어떤 흐름을 파악할 수도 있달까. 표절 사태 때는 대단했죠...
휴대폰 보기는 호외, 웹 보기는 생각의 경향과 배치를 살피는 신문 같아요.
본의 아니게 서재와 북플을 통해 현장성 넘치는 사회학을 배우는 기분 :)

만병통치약 2015-07-05 10: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길게쓰면 시비거는 어조로 변해서 길게 못 쓰겠어요. 제 생각이 아주 독선적이거든요 ㅎㅎ

AgalmA 2015-07-05 15:15   좋아요 1 | URL
ㅎㅎ 2월에 만병통치약님 서재에서 최다 댓글(16개) 단 글이 있어서 웃으며 확인했어요ㅋ 글 맥락과는 상관이 없었던 터라 좀 죄송하기도;....그 이후 댓글 릴레이에 대한 경각심 급상승ㅎ 그러나 사람 대 사람 일이 마음먹은 대로 되는 건 아니라서; 이럴 때 독선의 성격이 필요한 거지요~ 만병통치약님은 독선을 책에 대한 블랙유머로 잘 표현하고 계셔서 긍정적으로 봅니다만? :)

물고기자리 2015-07-05 11: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런 경험이 있어요^^ 리뷰 사이트는 아니지만 그 비슷한 곳에서 몇 년 동안 만 개를 훌쩍 넘기는 댓글을 달았었는데 어떤 면에서 저는 글보단 댓글을 쓸 때 더 생각할 거리가 많았던 것 같아요.

댓글이란 건 다른 사람의 영역 안으로 들어서는 것이라 다른 집을 방문할 때처럼 적당한 예의나 유쾌함 등을 갖추고 조심스러워도 할 말은 해야겠는, 즐거운 피로를 남기거든요 ㅎ

꽤 정성스러웠던 그 많은 댓글들을 떠올려보면 내용의 방대함이나 정성보단 제 뜨거움을 먼저 추억하게 되더라고요. 내가 언제 또 그렇게 열정적일 수 있을까 싶어서요.

저는 제가 남긴 글과 댓글들을 통해 성장해왔다고 생각해요. 소통은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공을 들인 만큼의 보상을 받는 것 같더라고요.

북플에서의 저는 이기적인 유저이고, 스스로 살아 움직이는 활자의 힘을 아는 만큼 제 발자국을 함부로 남기지 말자 다짐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먼저 반응할 때가 있어요^^

북플을 우연히 알게 된 건 두어 달 남짓인데 전 제 서재에도 딱 한 번 가봤어요. 그런 게 있다는 것도 다른 분들의 언급을 통해서였죠.

책에 대한 애정과 노트북을 켜지 않고도 쉽게 리뷰를 올리거나 볼 수 있는 편의성 때문에 북플을 찾지만 아갈마님 같은 분들의 활동 덕분에 독방 같은 이곳이 사랑방처럼 느껴질 때도 있어요 ㅎ

아갈마님이 열심일수록 스스로에게나 다른 분들께 긍정적인 자극과 공감을 주실 거라 믿어요.

댓글뿐만 아니라 아갈마님의 글을 말하는 거예요. 제 관심분야와 상관없이 꼭 읽고 지나가는 분들 중의 한 분이거든요.

자극 없이는 생각을 더하거나 뺄 수 없는데 그런 긍정적인 자극과 공감을 얻게 되는 글이니까요.

제가 댓글 다는 것을 엄두내지 못하는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겁니다 ㅎ 장황하고 길어지는 거요 ㅋ

그나저나 정말 난장판이네요. 경례하는 모습 말이에요 ㅜㅜ

AgalmA 2015-08-15 00:38   좋아요 1 | URL
어제 물고기님 리뷰에 대한 단상들이 제가 하나같이 느끼고 있는 점이었는데, 뭐라 더 말을 덧붙이기 어려울 정도였어요^^ 다 말씀하신 거에 중언부언될까 해서...ㅎ;
맞아요! ˝조심스러워도 할 말은 해야겠는˝ 이 말씀도 격하게 공감합니다. 그런 경험 통해 위축되고 좌절과 후회도 많이 느끼게 되는데, 사실 에너지 소모가 점점 힘들어지는 게 가장 좌절스러워요. 운동을 하면 좀 나아지려나;...어푸어푸 이참에 폐활량을 늘리는 수영을...(죄송해요. 엉뚱한 소리하는 게 또 제 취미기도 해서...제가 그리 진지한 사람이 아니라능!)
물고기자리님의 소회는 긍정성을 더 앞에 두셔서 저도 그 긍정을 받아보게 되네요.

제게 칭찬을 주시지만 물고기자리님 리뷰 볼 때 저는 마음의 차렷자세;; 공감도 참 많이 되고요.

경례 난장판 이해되지 않는 바도 아녜요. 나라사랑이 기반이 돼야 몸도 따라 줄텐데...그런 게 요즘 정치인이고 일반인이고 있을 여유가.... 저는 국가라는 체제와 규범을 절대적으로 반대하지만 자신이 선택한 자리에서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도리에서 보면 세상사가 참....

양철나무꾼 2015-07-05 15: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니 님은 멋지시네요~따위의 가벼운 농담을 할 수 있는거지만,
역시 님은 글도 그렇지만, 댓글에서 빛을 발한다고 할 수 있죠. 그건 뭘 얘기하냐면 비껴가지 않고 맥락을 파악하는걸 한큐에 끝낸다는걸 의미하니까요.
저같은 경우는 생각이 이리저리 널을 뛰는것도 있지만, 수많은 분야를 두루 폭넓게 꿰뚫고 있어야 나올 수 있는 댓글이 불가능하거든요.
게다가 듣기 훈련이 잘 된 사람이 멋진 사람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요즘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사치례의 답방이 아니고, 쓴글을 열심히 읽고 코멘트를 해주시는 님 같은 분을 보면 멋지다는 생각을 안할 수 없죠.
님을 보면서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AgalmA 2015-07-05 15:57   좋아요 1 | URL
아시다시피 저도 (성공 여부를 떠나) 농담 엄청 하잖아요ㅎㅎ;
제가 인사치레를 싫어해서 타인에게도 그렇게 하기 싫은 거예요. 아마 제 배움이 많아서라기 보다-여기 열공다독 얼마나 많은가요-공감력이 중요한 맥락이지 않나 싶어요.
정의당 당대표 선거에 심상정-노회찬 사이에 30대 후반의 조성주란 분이 눈에 띄더군요. 그와 그의 동료들이 이뤄 온 성과는 통상적인 진보적 대의가 아니라 정말 소소하지만 `사람`을 향해 있다는 것에 여러 생각을 하게 됐어요. 조성주 씨가 그러더군요. 자신의 장점은 사람에 대한 공감력이 뛰어난 것이 아닐까 한다는. 정치 뿐만이 아니라 어디든 언제나 절실했지만 언제나 부족한 점이죠. 그래서 이토록 쉽게 정쟁화, 경쟁화되는 것일테고. 이런 분들이 안 되겠다 싶어서 물밑에서 올라와 정치를 많이 해 주면 희망도 있겠지...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여기 서재 사람들이 보통 이상의 지식과 품성을 갖추고 있다는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자신의 앎이란 안경을 통해 세계를 재단해서 보려는 속성을 자주 느낍니다. 당연하겠죠. 자기의 앎을 넘어 뭘 본다는 건 불가능하니. 하지만 차라투스트라에 나오던 귀와 목소리와 눈이 확대된 인물들은 아닌가 매번 짚어봐야 할 겁니다. 저도 그런 속성의 인물은 아닐까? 매번 고민스럽죠. 그래서 끊임없는 배움과 반성이 필요한 거고요^_ㅜ)

양철나무꾼님처럼 좋은 질문과 글 써주시는 분들 덕분에 제가 생각을 펼쳐 놓을 수 있는 거죠. 듣는 건 참 중요한 거 같아요. 서로가 생각하는 게 점점 다양화되다 보니 오해와 곡해도 많이 생기는 거 같아 그게 참 걱정스러운...

2015-07-05 15: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05 16: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5-07-09 0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가 쓴 댓글에서 글감을 얻을 때가 있어서 댓글을 따로 관리해야겠단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글감이 참 없구나, 하다가 어느 님의 서재에서 댓글을 쓰다가 얻게 되더라고요.
그러니까 남의 글도 열심히 읽어야 한다, 가 되겠습니당~~
남의 글을 읽고 댓글을 쓰는 좋은 일을 하다가 복을 받았다, 가 되겠습니당~~

AgalmA 2015-07-10 22:16   좋아요 0 | URL
워낙 글 잘 쓰시는 분들이 많아서 댓글을 달다가 과장 보태어 대오각성 같은 순간도ㅎㅎ;
다른 분께 댓글을 달 때 좋은 질문을 모색하는 게 서로에게 좋겠구나 생각합니다^^

CREBBP 2015-07-10 2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고 나서 생각을 교환할 수 없는 것만큼 허망한 일도 없어요. 그래서 내 생각이나마 글로 남기는 건데.. 어떨땐 참으로 귀찮죠. 그래도 꾸역꾸역 한 1~2년 읽고 쓰고 했더니 이렇게 세상이 조금 변했네요. 휴대폰에서도 가볍게 SNS 처럼 다른 생각과 공감들을 만날 수 있으니 말이에요. 좋아요 만으로도 충분히 교감하다는 느낌을 받지만 핵심 내용을 가지고 의견 교환을 한다던가 공감하는 내용들을 가지고 말을 섞는 행위는 독서의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것 같아요. 저도 댓글을 모아봐야겠어요. 사실 대화를 하면 혼자 쥐어짜는 것보다 더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잖아요. 댓글 달 때 더 좋은 생각과 글감이 떠오르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 것 같기도 헤요. 저도 뭐 건질 거 있나 찾아봐야겠어요.

AgalmA 2015-07-10 23:56   좋아요 1 | URL
공감 만 개^^!!!
guiness님도 워낙 정성 가득한 글을 쓰셔서 제게 생각을 참 많이 던져 주시죠. 그래서 guiness님 리뷰 읽을 땐 섣부른 질문으로 서로의 생각에 혼선이 가지 않도록 고심을 많이 합니다;
능력 부족으로 제 역량이 되는 글에만 댓글을 달게 되는 게 아쉬워요... 공부 열심히 할께요ㅎㅎ;;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꾸벅)
 

 

 

내 이름은 아서 고든 핌이다. 우리 아버지는 내가 태어난 낸터킷의 존경받는 상인이었다˝ ㅡ 에드가 앨런 포 『아서 고든 핌의 모험』 (1838) 첫 구절

˝내 이름은 이스마일(추방자, 방랑자라는 뜻)이라 부른다. 몇 해 전ㅡ정확하게 언제였는지는 묻지 말아 주길 바란다ㅡ내 주머니는 거의 텅 비고, 육지에는 흥미를 끌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으므로 잠시 배라도 타고 세계의 바다를 다녀오자고 생각했다. 우울한 마음을 털어 버리고, 혈액 순환을 조절하고 싶을 때면 나는 이 방법을 취한다. 또 입가에 험상궂은 주름이 늘 때, 특히 우울증이 나를 짓눌러 웬만큼 강하게 도덕적인 자제를 하지 않으면 거리로 뛰쳐나가 남의 모자를 계획적으로 벗겨 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ㅡ그런 때에는 더욱더 되도록 빨리 바다로 가야겠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내게 권총과 총알의 대용물이다.…… ˝ ㅡ 허만 멜빌 『모비 딕』 (1851)  첫 문단

 

 

 

 

 

 


 


 

 

 

§

나는 『아서 고든 핌의 모험』 이 아니었다면 『모비 딕』 도 상당히 달라졌을 거라고 추측한다.
(심심해서는 아니고) 두 작품을 비교해 본 적 있다. 멜빌은 처음엔 포의 영향을 받았을 걸로 짐작한다. 
나중엔 『모비 딕』 을 바다의 돈키호테 같은 서사시적 모험물로 만들고 싶었는 지도 모른다. 조이스가 멋지게 『율리시즈』 로 또 다른 오디세우스를 만들었듯이.
도입부에 고래에 대한 현학적이면서 장대한 백과 사전식 나열을 보라.


포 『아서 고든 핌의 모험』 은 1837년도부터 뉴욕 신문에 연재되었고, 1838년도에 출간되었다. 뉴요커였던 멜빌은 그것을 읽었을 것이다. 재밌는 점은 1837년도에 초등학교 근무를 하던 멜빌은 1838년도에 <탁상> 단편을 지방지에 게재하고 돌연 대서양을 횡단하는 세인트 로렌스 호의 급사로 항해를 떠난다.
섬에서 군 생활 잠시 한 게 다일 뿐 항해해 본 적도 없이 대단한 항해 소설을 쓴 포와
포경선의 경험, 식인종에게 잡혀 섬에서 억류생활, 군함 생활 등 다양한 해양 경험을 한 멜빌.
『모비딕』 은 1851년 7월에 멜빌이 탈고하여 10월에 런던에서 『the white whale』 로, 11월에 뉴욕에서 『moby dick』 으로 발표, 두 가지의 제목을 따른다. 그래서 국내 번역 제목으로 『백경』, 『모비딕』 두 제목이 있는 것. 예전엔 『백경』이라 많이 말했지만 요즘은 『모비딕』이 일반화되었다.
15년 차이를 두고 있는 이 두 작품을 비교해 보면, 멜빌이 포의 어떤 점을 능가해 추앙받는지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아서 고든 핌의 모험』이 워낙 기괴한 전개라ㅎㅎ... 처음엔 아동문학 같더니 뒤로 갈수록 호러 판타스틱! 고전 작품 추앙자들이 안 좋아할 만 하지...

흡사 액션물이 공포물로 바뀌던 로버트 로드리게즈 <황혼에서 새벽까지>(영화, 1996) 전개와도 비슷하달까?

 



에드가 앨런 포가 시/소설 작법론을 썼다는 걸 많은 사람들이 모른다. 
포의 시론은 칸트와 비견할 만 하다, 아니 그가 생각한 이론이 칸트와 맞아 떨어졌다고 봐야 할까. 내막은 포 자신만이 알겠지)))
포가 소설의 원리로 제시한 것은 "독창성, 간결성, 효과의 통일성과 수학적 치밀성"이다. 
포는 단순히 공포/탐정 그런 식의 규획, 기획으로 작품을 쓴 게 아니다. 
그는 천재적으로 치밀했고, 염세성과 현실의 불운은 수레바퀴처럼 작용했다. 

그의 전기를 보면 눈물이 글썽여진다....흑)))


단언하건대 글(시/소설)은 몰입하고 읽게 만드는 힘 자체다. 그래서 '내용이 곧 형식을 만든다'는 말이 나오는 것.
작가의 가치관과 상상과 의도와 호소가 그 속에 보이지 않게 녹아 있는 것과 설탕 범벅처럼 외부에 돌출되어 있는 것 중 어느 걸 최고라 말하겠는가?  돌출된 재미 때문에 후자를 먼저 선택할 수는 있다. 난 색다른 거~난 고전물 지루하더라~난 도전을 좋아해~영역들도 요즘 파워가 세지고 있긴 하다.

하지만 최종적 평가에 있어서는 (취향을 접고라도) 전자를 더 최고로 꼽지 않을까.

요즘은 영역 붕괴가 늘어나는 추세라 이 평가도 앞으로 다양해지겠지. 우려되는 것은, 취향이 매체에 의해 휘둘리지 않길 바란다.

결국 무엇을 어떻게 더 많이 담으면서 간결할 것인가, 그 원리를 파악한 자가 작가다. 
가장 미세한 입자가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침투한다.


모험 가득하고 시원한 해양소설 읽고 싶어지네~~~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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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01 1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01 1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01 18: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5-07-01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서 고든 핌>이 발표된 지 30여 년이 지나서 이 소설과 비슷한 재난사고가 일어났었죠. 제비뽑기로 걸려서 잡혀 먹은 사람 이름도 똑같았습니다. 소설 결말이 특이해서 쥘 베른이 ‘빙원의 수수께끼’라는 제목으로 <아서 고든 핌>의 후속편을 쓴 적이 있어요.

AgalmA 2015-07-01 18:27   좋아요 0 | URL
예. 저도 들었습니다. 쥘 베른이 포를 워낙 흠모해 여러가지 패러디해 쓴 책이 더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빙원의 수수께끼>가 원작에 못 미친다고 말들 하던데, 저도 읽어야지 하다가 깜빡 하고 있었어요^^
모험물의 심취자 쥘 베른이 놓칠 리가 없는 작품이죠^^

cyrus 2015-07-01 18:28   좋아요 0 | URL
읽어봤는데 포가 쓴 원작의 모호한 결말을 그대로 두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ㅎㅎㅎ

AgalmA 2015-07-01 18:30   좋아요 0 | URL
아, 정말 원작의 그 결말의 아우라! 다시 또 읽어보고 싶네요^^!

북다이제스터 2015-07-01 20: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문학과 비문학에 균형 잡힌 분 보면 신기하고 솔직히 부럽습니다. 내용(결론)은 동일해도 형식이 다른 것에 어찌 적응할 수 있을지..........아직 의문입니다.

AgalmA 2015-07-02 05:22   좋아요 0 | URL
저마다의 개성이 있듯이 그런 것 아니겠어요^^...다양한 체험이 그래서 중요한 거 같아요. 그러나 서커스 경험이 있다고 해서 디안 아버스처럼 멋진 곡예사들 사진을 찍거나 카프카의 단편 <단식곡예사>를 쓸 수 없는 것처럼 자신만의 표현능력이 있는 거 같긴 해요.
적응이요? 북 다이제스터님만의 표현을 만드시길! 지난번 알랭 드 보통 책과 관련한 포스팅도 북 다이제스터님만의 표현이 보이시던데요^^?

보슬비 2015-07-01 20: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황혼에서 새벽까지 완전 제 취향이었어요. 엄청 웃으며 봤는데, 볼때마다 제 옆에 같이 본 사람들은 죄다 도망갔어요.
제가 너무 웃으면 옆에 사람 때리는 버릇이 있어서... ㅎㅎ 쿠엔틴 티란티노의 `포룸`도 마찬가지였어요. ㅋㅋ

AgalmA 2015-07-02 07:00   좋아요 0 | URL
ㅋㅋ 그 유명한 웃패(웃으면 패는 자)시군요ㅋ...손이 매운 사람이면 정말 울고 싶더데😂 보슬비님은 ˝어우, 야아~~˝ 하며 애교가 있으실 거 같아요. 막상 닥치면 스파링은 아니겠죠!?; ㅎ
저도 이런 스타일들 황당해서 좋아해요ㅎㅎ 쥴리 델피 나오던 <파리의 늑대인간>도 로맨스->공포물로 가서 그렇게 웃으며 본 기억이? 타란티노식 그런 영화들이 나오던 시기였던가...싶네요.

[그장소] 2015-07-03 13:42   좋아요 0 | URL
어뜨케,,저,,중간에 끼어들어 앉아서 두분을 (매우 격하게 아끼는 )마구 때리며 잠시 이성을 잃고 웃다 간다고..여기 고백하고 갑니다..(아이고...배야...웃어서 배가 아픈..)
ps.다만 ,죽을 만큼 패지는 않았음.오로지 애정이었을 뿐임!

보슬비 2015-07-03 22:29   좋아요 0 | URL
여태껏 저 때리는 사람 못 봤는데, 서로 때리면 진짜 웃길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
아... 상상되니 더 웃기네요. >.<

[그장소] 2015-07-06 17:33   좋아요 0 | URL
푸하하, 알림이 없어서(? 내가 모르는걸까나...?)댓글이 달려도 모르다 이제 보고 늦장˝달아요.(늦은,답장)
그쵸!^^ 웃기겠죠.가운데 샌드위치로 Agalma님을 끼워놓고.박자 맞춰서..같이 ㅎㅎㅎ해요~ 나 는 또 이렇게
삼각관계에 빠진다는 설정에....(음?!)

5DOKU 2015-07-02 04: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비 딕은 참 신기한 것이 20세기 중반까지 수산업 분야 고래학으로 분류된 이력이 있더라고요.

AgalmA 2015-07-02 07:40   좋아요 0 | URL
ㅎㅎ 다카하시 겐이치로 소설<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가 스포츠 코너에 꽂혀 있던 걸 작가가 서점에서 흐뭇하게 바라본 적도 있다죠? 저도 그런 소설이 쓰고 싶어요. 어디에 꽂을 지 알 수 없는 책을ㅎㅎ;
다큐멘터리 <코브> 본 적 있으신가요? 일본에서 비밀리에 행해지고 있는 자국 내 고래사냥의 실태를 파헤치는 다큐인데, 고래로 작품 만들 게 아직도 무궁무진하죠.
<모비딕>을 능가할 수 있을까는 미지수겠으나....

[그장소] 2015-07-03 13:46   좋아요 0 | URL
왜, 그 잠수정으로 해서 세계무기학이라든가 ,결론은 x파일 ....

Agalma 님, 기다려줄게요..언제까지라도..빨리...!!^^; 다그치면 막 써낼 것 같음!!! (화이팅!)

2015-07-03 0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5-07-03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메인 프로필이 바뀐 ~!! ^^ 늘 변화를 추구하는 당신!
소박한 응원을 애정과 함께 남기고...

AgalmA 2015-07-05 00:39   좋아요 0 | URL
그장소님 요즘 리뷰에 활력이~ 저도 응원합니다/

[그장소] 2015-07-06 17:38   좋아요 0 | URL
음,댓글을 많이 못하니까..외려 읽고 걍 정리 하는 데 시간만 조금 신경쓰면 되더라고요.
예전에 생각하면서 쓰느라 시간 걸리고 그러다 로그아웃된거 모르고 날아가고 그럼 순간 욱~! 수치가
안드로메다 급 되서 마음이 다쳐 다운되던 것을 요즘은 써놓고 옮겨 붙여버려요. 꾀만 늘어 달까요.
쉿~~!!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짝퉁 아니고 오리지널 情 놓고 가요!^^

단발머리 2015-07-04 0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키햐~~ 어떻게 님의 방은 댓글도 이렇게 재미있나요?
모르는 것 투성이라서, 또 절망.. T.T

오늘의 문장 :

글(시/소설)은 몰입하고 읽게 만드는 힘 자체다.

좋은 거 건졌어요. 우아, 신난다!!!

AgalmA 2015-07-05 00:41   좋아요 0 | URL
서재 고수님들이 아는 게 많으시니 저는 그저 거드는 정도ㅎㅎ;
서재 와서 저도 많이 배운 답니다^^...헤헤

CREBBP 2015-07-04 13: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장 미세한 입자가 가장 빠르게 침투한다` 흠 이런 멋진 문장은 침발라 놓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기쁨을 아는 몸들로부터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말에요~~~

AgalmA 2015-07-05 00:45   좋아요 0 | URL
ㅎㅎ guiness님 관심사(과학쪽)에 걸맞는 문장이라 그런 거 아닙니까ㅎㅎ
아무리 그래도 ˝기쁨을 아는 몸˝ 제 취향도 아니지만 그렇게 멋진 문장처럼 느껴지지도 않던데 굳이 그렇게 써야 했을까 좀 뜨악...))
 

벌써 16주년! 제가 오랜 알라딘 이용자라는 걸 증명할 수 있죠.

알라딘이 포노뮤직을 병합해 음반카테고리 만든 걸 아는 사람입니다/ 히히~

 

적립금 1천원 쏘시는 거 잘 받을께요. 호홋))

 

 

 

그런데!

이번엔 또 무슨 짓을!

북 스탠드라니!!! 아아))))

또 갈등의 순간....

 

이런 것 좀 만들지 말라고요!!! 주섬주섬... 하지 않아도 장바구니에 이미 그득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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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5-07-01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북스텐드 _ ...........?!

AgalmA 2015-07-01 19:15   좋아요 0 | URL
그래요...그렇답니다...우흐흑...😭

지금행복하자 2015-07-01 19: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건 아닙니다 ㅠㅠ

AgalmA 2015-07-01 19:37   좋아요 0 | URL
미치겠어요ㅜㅜ!

비로그인 2015-07-01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또 장바구니에서 계산대로......ㅜㅜ

AgalmA 2015-07-01 19:58   좋아요 0 | URL
아아...나의 전우여...그렇게 가면 안....

수이 2015-07-01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거 골랐어요? 저는 저거!

AgalmA 2015-07-02 05:38   좋아요 0 | URL
야나님은 잘 고르셨나요? 저는 사지 않았습니다ㅎ 남 지름만 시킨 꼴인가ㅎ;;
<알라딘 조사단...>카테고리를 둔 자로서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능😝
이병률 책 커버 북 스탠드가 탐났지만...참는 것도 재미인 걸로 생각하면 재밌어요. 말이 되나;

북다이제스터 2015-07-01 20: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몰랐던 이벤트인데... 아갈마님은 분명 양의 탈을 쓴 알라딘 마케팅 직원ㅋㅋ 이젠 정체 밝히실 때 입니다. ㅎㅎ

AgalmA 2015-07-02 06:54   좋아요 0 | URL
북 다이제스터님처럼 모르고 있을 이웃을 위해 이런 포스팅을 한 거 아니겠습니까~ㅎ 은근히 이런 거 훌훌 넘겨버리는 분들 많더라고요.
온라인중고샵 메인 페이지에서 매달 1인당 2000원 쿠폰 주는 것도 모르고 계신 건 아니겠죠? 중고는 잘 안 사서...하시진 않으시겠지, 설마;; 요즘 여기서 신간 과학책도 자주 건집니다!
아, 차라리 알라딘에 취직할 걸 그랬나봐요ㅎㅎ 알라딘 고객센타 서재보다 왠지 더 잘 할 거 같은ㅋㅋ

만화애니비평 2015-07-02 09: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름신은 언제나 우리 곁에 계신다!!! 이것이군요

AgalmA 2015-07-02 09:22   좋아요 0 | URL
지름신 똘마니라서 죄송ㅋ;;

단발머리 2015-07-02 13: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단발머리가 좋아합니다.
이 글을 알라딘도 좋아합니다. *^^*

AgalmA 2015-07-03 10:31   좋아요 0 | URL
ㅎㅎ 단발머리님 요즘 새로 시작하신 공부 엄청 열심히 하시는 듯! 뜸하시면 왠지 그런 생각이ㅎㅎ)) 저는 책값도 버거운 백수 청산하고 일하느라 바쁘고;_;))

[그장소] 2015-07-03 13:49   좋아요 1 | URL
아,,하하하^^ 귀여우십니다..^^ 다들거드는 ^^ 저는 방앗간은 그냥 지나가요..쓍~~~(모질게도....)이사할때..짐이거든요..책만으로도 충분해...

단발머리 2015-07-03 13:56   좋아요 0 | URL
대단하신대요^^ 엄지 척! 저는 오전에 하나 주문했습니다. 흐흠~~~ 벌써 품절된게 많은데요. ㅋㅎㅎㅎ

CREBBP 2015-07-10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이번 달 휴가 땜에 알라딘 메인을 자주 안갔더니 이란 만행이...

AgalmA 2015-07-10 22:14   좋아요 1 | URL
북스탠드 하루만에 품절사태... 마음을 비우고 자기 갈 길 가는 게 속편한 일인 듯해요^^; 지금은 다시 입고되었나 모르겠지만 역시나 제겐 몽유도원도 같은 불빛ㅎ
 
당신의 시간을 위한 철학
로버트 그루딘 지음, 오숙은 옮김 / 경당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 서성이는 자에게 물음이여, 오라

 

내게 독서는 글을 따라가는 행위가 아니다. 학문의 계보학이 아니다.

무방비한 자세나 감상의 태도도 아니다. 물건을 고르는 계산도 아니며 적선을 바라는 비굴함도 아니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 내가 흘려버렸던 것을 글쓴이는 어떻게 끈질기게 좇아가며 실패하는지 살피는 일종의 고고학이다.

짧은 삶 속에서 이 독서에 노력을 기울일 가치가 있는지 알아보는 감식안이 필요하다.

책의 서문, 책을 대충 훑어보는 것으로도 이 고고학의 시작을 결정할 수 있다.

책을 읽는 중에도 문장 속의 열망과 열광을 알아챌 만큼 충분히 서성여야 한다. 다 읽은 뒤에도.

 

 

 

§§ 반복의 답습이 아닌 새로운 모색을 향해

 

기다림을 찾아가는 기다림. 그루딘은 기다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다리지 않는 것이다. ……우리 자신의 관심사 속으로 완전히 빠져서 외부적 횡포와 거리를 두는 것”(p156)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을 몽테뉴에게서 배웠다. 자유주의자이자 이성주의자였던 몽테뉴만큼이나 그루딘도 그렇다. “우리의 자유는 공간 속의 자유인 동시에 시간 속의 자유여야 한다”(p36)

 

 

 

 

 

 

 

 

 

몽테뉴(1533 ~ 1592)가 철학 에세이수상록서문에서 나 자신이 바로 내 책의 재료”( 수상록, 동서문화사)라고 말하듯이 그루딘도 내가 쓰고 있는 글이 곧 내가 쓰는 글의 글감”(p213)이라고 말한다.

 

자기 인생에 확실한 목표를 세워 두지 않는 자는 특수한 행동을 처리해 갈 길이 없다”( 수상록, 동서문화사, p357)고 몽테뉴가 말하듯이, 그루딘도 우리가 인간적인 규모로 시간에 골조를 세울 때 시간은 의미를 가진다”(p17), “짜임새를 갖지 않는 시간이 자유로운 경우는 거의 없다”(p142)고 말한다.

 

몽테뉴가 고대 철학자들(특히 세네카)과 역사(그리스, 로마)에서 인식의 거듭된 재고를 배웠듯, 그루딘도 고대 로마를 비롯해 현실 속 많은 지역을 견유하며 얻은 사유를 말하며 철학자들(특히 몽테뉴)을 인용한다. 그것의 목적은? “우리가 알아차리고 이해하는 과정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우리는 시공을 심리적 경험 속에 투영할 수 없다.……정체성과 관계는 항상 움직이고 있으며, 그것을 정적이고 절대적인 용어로 나타내려는 시도는 기껏해야 상대적인 근사치를 낳을 뿐이라고 말한다. (p49)

아인슈타인에게서 얻은 배움도 아주 아름답고 명징하게 표현해낸다. “우리의 심리적 질량은 (아인슈타인의 법칙 하나를 빌리면) 우리의 움직임에 따라 증가한다.”(p188)

 

몽테뉴가 회의적인 인문학 견지였다면 그루딘은 요즘 사람답게 좀더 현실적이며 자연과학에 기반한 자세인 게 돋보인다. 현재의 계산체계를 비판하는 부분이 신선하다. 십진법 체계를 갖추고서 왜 우리는 다루기 힘든 수를 토대로 시간을 더욱 일관성 없고 파악하기 힘들게 만들었는가. 1분을 100초가 아닌 60초로, 하루를 20시간이 아닌 24시간으로, 일주일을 10일이 아닌 7일로 만들었는가. 그래서 그루딘은 이 책을 프랑스 혁명력의 자연스러운 시간 체계를 가져와 조각조각 단상(斷想) 구조에 접목했다.

더불어 규격화된 괴로움. “일과 놀이로 정례화된 7일로 구성된 일주일은 우리 거의 모두가 공유하는 심리적 리듬을 만든다……일과 일하지 않음을 기계적으로 번갈아 하면서, 우리는 이 두 가지 양상의 차이를 잘못 해석하고, 일을 불쾌한 종속과, 일하지 않음을 해방된 즐거움과 연관시킨다. 우리는 임의적인 시간만큼 일하기 때문에, 일을 성취의 측면이 아닌 시간의 측면에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분노의 월요일, 고된 일의 연속인 화요일과 수요일, 피곤한 목요일, 종일 일이 안 잡히는 금요일…….”(p228)

 

 

 

 

 

 

 

§§§ 그루딘이 이 책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 연속성” - 시공간에 대한 습관을 바꾸라

 

우리는 습관적인 태도로 과거-현재-미래를 분류하고서 그것들을 단절시키고, 자신이 만든 의미 - 숨쉬는 상상력이 아닌 기억 속에 제 스스로를 가둔다. 그루딘은 말한다.

두려움과 혼란을 느끼는 우리는 미래가 있는 곳을 제외한 모든 곳을 두리번거린다. 시간의 진정한 문제는 시간의 성격에 있다기보다는 시간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있으며, 우리가 보는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보는 방식에 있다.”(p25)

과거와 미래는 한 연속체의 일부로서 본질상 아무런 질적 차이가 없다. …… 실제로 과거와 미래를 잘 아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은 과거와 미래를 현재 시간의 형태로 생각하는 습관이 있다.”

 

나는 어제 낮에 버스를 타고 2시간 정도 이동했다. 익숙한 길이었음에도 낯선 이미지들이 가득했다. 씨푸드 레스토랑이 헐리고 주차장으로 바뀌어 있었고(문득 겹치는 용산 생각...), 어느 이층집 창문의 반쯤 열린 틈새로 커튼이 탈출에 실패한 채 걸려 있었다. 커피가 내려지고 있는 카페를 겹겹의 유리창을 통해 바라봤다. 휙휙 지나치는 간판의 글자들은 사람이 걸어다니고 있지만 사실은 이곳이 거대한 언어 왕국임을 확실히 보여 주었다. 버스 안은 어두웠고 나는 책을 무릎에 둔 채 진기한 투명의 세계를 휘둥그레 바라보았다. 갑작스럽게 비의 미래가 내렸다. 낱낱의 빗방울들은 저마다 개성적인데 왜 "비"라고 통칭해서 부를까. 무수히 출현했음에도 우리의 언어, 표현은 여전히 부족한 것이다.

모든 공간과 언어에 시간이 녹아 있음을, 그 시간을 지금 이 공간에 내가 가져오는 것을 당신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당신의 과거는 어떤 현재로 나타나며, 당신의 현재를 또 어떻게 과거로 만들고 있는가.

 

 

 

그루딘은 그 경험은 가라앉고, 과거라는 평범한 벽 위의 이미지가 되어서야 비로소 다시 등장”(p57)하고, “과거는 거울처럼 밋밋”(p78)할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우리 자신에 의해서.

 

우리가 누리는 현재의 크기가 곧 시간 속에서 우리가 누리는 자유의 크기다”(p62)

 

시공간에 대한 것만큼이나 정체성도, 자유도, 자유의지도 성스럽게 보관된 그러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기억을 좌절과 나이 듦 속에 묻어 버리지 않을 때 그것은 일시에 드러난다. 그것은 다른 말로 용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그 외 그루딘이 제시하는 유용할 습관 표현들

 

하루 중 어떤 것에도 방해받지 않는 자신만의 시간을 만들 것, 세세한 계획 세우기와 실행, 추상적이지 않은 구체적인 일기 쓰기, 타인에 대한 사랑의 표현 등…….

자세하게 언급하지 않아 평범해 보이겠지만 책에서 직접 만나 보라. 당신의 마음을 움직일 거라고 장담한다!

 

역자가 후기에서 밝힌 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진지한 철학서, 자기계발서, 방황하는 누군가에게는 삶을 변혁시킬 길잡이”(p278)가 돼줄 책이다. 무엇보다 시간, 기억, 정체성, 글쓰기에 대해 짧지만 오랜 숙고가 엿보이는 보고서다. 1200페이지에 달하는 몽테뉴 수상록전문을 읽기가 버거운 사람에게는 현실적으로 유용할ㅎ.

그루딘의 책을 읽고 나니 예전에 읽다가 포기했던 몽테뉴 수상록을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하루 10페이지 남짓이면 100일이면 가능하다! 동서문화사 번역이 참 맘에 안 들지만 이미 샀으니 크흠))

 

 

 

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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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7-01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신해철의 저주파 같은 낮은 목소리,로 나래이션인듯 랩인듯 그리 읊조리게 되는 ^^

AgalmA 2015-07-01 01:28   좋아요 0 | URL
😧;; 그럴 의도는 전혀 없었는데요. 신기하군요. 왜 그런 느낌일까... 책 내용이 까다로운 부분을 건드려서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단호😑

[그장소] 2015-07-03 13:52   좋아요 0 | URL
음, 머릴 풀어헤쳐서 그러는...그런데..나 좋아요 눌렀는데..분명.!! 와보니 띵~!!! 다시 누르고 갑니다!^^
나는 해철씨의 그 초저음의 그 목소릴 넘 좋아했다는 ,음도시민역사..를..그니까..단호히..좋아한다고 말하고 갈께요!^^

수이 2015-07-01 0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종의 `자기만의 방`을 가지라는 거죠?

AgalmA 2015-07-01 01:34   좋아요 2 | URL
네, 자기만의 생처럼, 자기만의 방도^^
야나님의 <자기 앞의 생> 원문 완독 (단독은 아니지만) 완전 축하🎉🎊🎆🎇

수이 2015-07-01 01:49   좋아요 0 | URL
단독은 아니지만_ ㅠㅠ
화낼 거야 엉엉 ㅠㅠ

아갈마님 덕분에 불어 공부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겠군요 ㅋㅋ

AgalmA 2015-07-01 02:40   좋아요 0 | URL
아니, 이거 오햅니다;;; 축하가 제 단독이 아니라는😰

서니데이 2015-07-01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7월 첫날이네요. 즐겁고 기분 좋은 한 달 되세요.^^

AgalmA 2015-07-01 17:59   좋아요 0 | URL
7월의 첫 미소를 서니데이님께 드릴께요. :)

cyrus 2015-07-01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서문화사판 <수상록>이 빽빽한 활자라서 불편해요. 내용이 긴 글 하나 읽는데도 눈이 쉽게 피로를 느껴요. 아직까지 100쪽을 넘게 읽어본 적이 없어요. ^^;;

AgalmA 2015-07-01 18:29   좋아요 0 | URL
그쵸! 번역에, 활자까지 그래서 정말 고역ㅎㅎ;; 무게는 또 어떻고;;;
 

 

 

 

 

 

 

 

 

 

 

§ 

어떤 음악은 가끔 무한 반복의 덫으로 작동한다.
Keane 데뷔 앨범 [Hopes And Fears]도 내게 그렇다. 내 속의 어떤 엉킴을 대신 말해주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그것들은 인간의 복합적인 감성 모두이기도 하겠지. 정확히 뭔지도 모르면서 안타까워하며 흥얼거리며 계속 듣는다.

 

˝우리가 특징, 가치, 진실을 찾는 방식은 대리석 사원을 찾는 순례자보다는 서로 다른 시간에 서로 다른 악기를 통해 반복되는 테마와 리듬을 알아차리는 청중에 가깝다. ˝
ㅡ로버트 그루딘 <당신의 시간을 위한 철학>(2015)

 

 

 

 

 

 

80년 대 신스팝(synthpop)은 그렇게 계속 부활한다. 신스팝이 뭐냐고요? 추억의 듀란듀란(Duran Duran), 아하(A-HA)를 떠올려 보세요~
2020년에도 신스팝은 계속될 것이다. 그때도 내가 살아 있다면 나는 여전히 신스팝을 듣고 있을 거다.

밴드의 기본 구성인 보컬, 기타, 베이스, 드럼에서 Keane은 보컬, 피아노, 드럼뿐이다.
기타 부분을 모두 빼고 건반 위주로 한다는 건 본질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문득 생각해본다.
낭만 시인들이 들고 다니던 류트에서 발전한 어쿠스틱 기타는 열외로 하고 지미 핸드릭스의 폭발적인 일렉 기타, 잉위 맘스틴의 속주....그 음악들을 나도 신나게 듣던 때가 있었다. 기타는 정말 인간의 직립보행 성과 중 하나가 아닐지ㅎㅎ 간혹 이빨로 현을 뜯는 기인 기타리스트가 우리의 동물적 본능이 ˝살아있네! ˝ 보여주기도 한다ㅋ;; 스티브 바이(Steve Vai) .... 그러나 점점 현란해진 기타는 음악의 인간적 읊조림을 상당수 앗아갔다.
팀 라이스-옥슬리(피아노), 톰 채플린(보컬)은 잊힐 수 없다는 듯 인간의 서정성을 다시 가지고 왔다.

이 앨범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 Untitled 1˝ 사람들이 흔히 놓치는 곡이다.
Youtube에서 이 곡은 막혀서 가져올 수 없었다;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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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5-06-29 14: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이.. 정말 심플해졌어요....(왜 저는 섭섭할까요.....^^;)

AgalmA 2015-06-29 14:29   좋아요 1 | URL
복잡한 글 읽다가 시냇물에 발 담그듯 음악 한 컵 하며(사실은 무한반복;) 적은 글이에요ㅎ
요즘 제 글이 머리 복잡한 글이지 않았나요ㅎㅎ?
기다려보세요. 조만간 시간과 복잡계 얘기도 할 거 같으니까요. 으허헉;;))))) 난 정말 사서 고생))

비로그인 2015-06-29 16:37   좋아요 1 | URL
저도 집에 들어가면 반드시 들어보겠어요! +_+

물론 Agalma님의 글들은 가끔 범접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려운 대목들이 있지요.^^;;
그렇지만 Agalma님의 글을 늘 반갑게 읽는 저로서는 그저 즐겁습니다.
시간과 복잡계의 이야기도 기대합니다. ^^ (야호!)
복잡계라........(흥미로운 이야기가 예상돼요~!! +_+)

AgalmA 2015-06-30 04:16   좋아요 0 | URL
하얀이에게님 서재는 더 범접하기 어려운 구절구절 한가득이던데요;;;
범접했다간 범에 잡혀갈 분위기.....(((((구경갔다가 줄행랑)

북다이제스터 2015-06-29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함 들어 보겠습니다^^

AgalmA 2015-06-29 16:37   좋아요 0 | URL
제 서재인데도 가벼운 잡담글 올리기가 어쩐지 부담스럽네요. 자업자득인가ㅎ;;
이거 너무 낭만적이잖아! 하진 마시고ㅎㅎ)))

에이바 2015-06-29 15: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좋아요 백만개 드려요. 제가 너무 사랑하는 킨... 저도 Untitled 1 좋아해요 아니 다 좋아해요 베스트 앨범이라 베스트를 꼽을 수 없어요. 톰이 리햅 드나든 거는 아는데 이 사람들 요즘은 뭐하는건지ㅠㅠ 전 피아노락(?)은 무조건 킨이요. 벤 폴즈 별로...

AgalmA 2015-06-29 15:06   좋아요 1 | URL
저도 벤 폴즈는 별로...
건반 위주의 음악 저도 다 좋아해요. 히히🐬
요즘도 Keane 신보 내던데 데뷔앨범 만큼의 임팩트는...그래도 좋아요ㅜㅜ!

에이바 2015-06-29 15: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요? 짧아진 아갈마님 글 좋습니다bb 와중에도 정보를 얻어가는 저ㅋㅋ 킨 신보라니 신나는 월요일♪

fledgling 2015-06-29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흥~! 너무 심플해서 약간 섭섭한 기분도 들지만, 어찌보면 독자 입장에서는 가벼워진 느낌이라 정력소모가 덜 드는 것 같아 좋네요. 요즘 저는 임제어록님이 말한 `무임금 노동` 이라는 말에 곰곰이 생각중입니다. 고민해볼만한 주제인 것 같습니다. 북플 및 리뷰가 알게 모르게 알라딘 수익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뭐 그런 것에 상관없이 그저 자기만족과 소통하고픈 욕구때문에 기존의 방식에서 방법을 달리하고 싶지는 않네요.

2015-06-29 1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fledgling 2015-06-29 19:11   좋아요 0 | URL
아하... 어려운 말이네요. 시스템 속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많은 것이 함축되어 있겠죠? 임제어록 님과의 댓글이 삭제됐군용. 다시 확인해본게 가물가물... 음, 말하자면 끝없는 논쟁이려나요. 뭐 그런 답없어 보이는 것들 속에서 사는 세계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선택이 필요한 것 같은데... 골아픕니다. 공부는 끝이 없는 것처럼 보이고... 제 수준 안에서 그저 최선을 다하는 것밖에 없는 것 같아요...

북다이제스터 2015-06-29 2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 그룹이군요. Somewhere only we know 들으니 대번 알겠습니다. 정말 좋네요. ^^ 진심 고맙습니다. 퇴근하며 잘 듣고 있습니다. ^^

AgalmA 2015-06-29 21:21   좋아요 1 | URL
광고에 많이 쓰여서 귀에 익죠^^

비로그인 2015-06-30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nthesizerpop에서 유래한 synthpop이란 말이 sins pop이란
말을 생각나게 하네요. ㅎㅎ 罪性을 깨닫게 하는 곡(?).

AgalmA 2015-06-30 04:26   좋아요 0 | URL
흔적님은 참... 영어랑 유사성을 끌어들이는 단상을 섞는 유머의 달인이십니까ㅎ
좀더 synthetically 봐주세요~ 아니다. 너무 종합적으로 보셔서.....

말씀하신 것에 가까운 장르가 따로 있지요. 罪惡이 넘실 거리는 듯한 음악. 한때 홀린 듯 듣기도...
Black/Death/Doom/Goth Metal
지금은 밤이라 낼 아침에 CD 하나 빼서 들어 봐야 겠어요. 우중충 비가 와야 분위기가 잡힐 텐데...

비로그인 2015-06-30 06:09   좋아요 0 | URL
goth metal 장르인지는 모르지만 벨지움의
present, univers zero등이 생각납니다...

AgalmA 2015-07-01 01:03   좋아요 0 | URL
메탈 사운드가 빠진 고딕이네요^^
드럼 사운드 빼면 아방가르드한 클래식쪽으로 더 가깝겠네요. 아, 노래를 들으니 프로그래시브 락 느낌이....

맥거핀 2015-07-01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신스팝 좋아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그룹 중의 하나는 pet shop boys.^^
위에 흔적님 말씀 듣고 생각나는데
it`s a sin이라는 노래 좋은데..

AgalmA 2015-07-01 18:04   좋아요 0 | URL
펩샵 형님들 내한왔을 때 그렇게 좋았다던데 전 두 번 다 못 봤어요.
문득 생각하는데, 신스팝들이 전자키보드 사운드가 아무리 강해도 가사들이 참 잘 전달된다는 거죠! 그래서 신스팝 음악 잘 들어보면 보컬이 너무도 중요해지는 지점~ 다들 환상적인 보컬 특색이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