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불멸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 세계 최고의 과학자 11인이 들려주는 나의 삶과 인간 존재의 수수께끼
슈테판 클라인 지음, 전대호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

저자 슈테판 클라인은 철학과 물리학을 공부하고 생물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과학칼럼니스트다. 그는 서문에서 성서 속 아담을 말하며 히브리어에서 아다마achamah는 먼지 혹은 흙을 뜻한다고 했다. 이 책의 앞선 책 제목인 우리는 모두 별이 남긴 먼지입니다와도 연결되는 지점이다.

우리는 모두 불멸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는 큰 틀에서는 진화를 주제로, 세부사항에서는 주관적 경험을 배제하려 하는 정통 과학(p14)의 울타리와 맹점을 짚어보려는 기획이다.

 

 

주관적 경험은 자아의식 같은 내면 세계를 축소하거나 부정하려는 과학과, 내면세계에서 인간의 본질을 보려는 철학 사이에 있는 보이지 않는 다리 같았다. 그리고 이 모든 세계를 감싸고 있는 자연. 우리가 개체성(자아)에 천착하지 않고 자연의 일부라는 걸 받아들인다면 자연이 건재할 때 우리도 불멸할 것이다. 너무 관념적인가? 나는 이 점이 점점 실체적으로 느껴진다. 과학에서도, 철학에서도 ˝영혼 불멸˝은 고전적 의미에서 거론될 뿐 실질적 논의거리는 아니다. 하지만 그런 믿음이 종교의 가치를 변질시키고 있다는 건 나만의 생각은 아닐 거다.

이 책에서 불멸은 여러 층위를 보여준다. 현대인의 몸 속에 남아있는 물고기의 척추(데틀레프 간텐), 유럽인의 몸에 뚜렷이 남아있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스반테 페보), 컴퓨터에 모두 입력됨으로서 불멸하게 되는 형태의 인간(크리스토프 코흐)등이 그것이다. 

크리스토프 코흐의 견해는 미치오 카쿠가 마음의 미래에서 미래에 인간이 존재하는 형태로 제시하기도 했다. 우리가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고 온갖 기록을 남기는 지금 양상이 그 전조라고 생각된다.












최종 해답을 바라고 이 책을 펼쳤던 독자라면 실망스러울 거다. 그런데 그게 가능할 거라 보는가. 오랜 세월 동안 그랬듯 확실한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이 조망한 현재의 동향을 파악하는 데 이 독서에 의미가 있었다. 거론된 내용은 이렇다.

 

 

 

1. 우리는 어쩌면 영생할 수 있을 겁니다 - 분자생물학자 엘리자베스 블랙번과 나눈 대화

 

단성생식으로 무한히 분열가능한 섬모충, 다세포 생물인 요각류 생물의 불멸성 얘기가 나온다. 인터뷰는 노화와 장수에 대한 이야기로 흐르지만, 내겐 다른 흥미로운 생각이 떠올랐다.

섬모충은 가장도, 전업주부도 없다. 180년을 살면서 남편 밥을 해 줄 필요도, 욕구로 인한 의무적인 섹스를 할 필요도 없다. 그 행위를 부정적으로 해석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성별의 구분과 역할이 필요없다는 것. 인간의 생물학적 특징인 시한부적 삶, 번식의 양태가 현실 속 억압과 지배구도에 상당한 메커니즘이라는 근거를 이 논의에서 또 하나 발견한 셈이다.

 

 

 

2. 우리의 행복은 친구들에 달려 있습니다 - 사회학자 니콜라스 크리스타키스와 나눈 대화

 

행복, 불행, 기호의 주요 원인으로 통상 유전자, 사회, (p42)을 거론하지만 니콜라스 크리스타키스는 사회적 환경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고 강조한다. 우리 일상만 살펴봐도 입소문과 구매평으로 소비를 결정하는 것부터 소셜네트워크 속 의견 교환, 가족과 친구 관계에서 오는 문제와 기분의 전염 등 우리가 실제로 영위하는 삶은 이런 관계망이 폭넓게 자리잡고 있다. 민족성도 그런 영향권이라고 말한다. 사회관계성의 대표적인 예로 과부효과(p47)가 있다. 부부 중에 한쪽이 죽으면 남은 한쪽 수명이 통계적으로 짧아지는 현상이다.

, 인간의 생존확률의 중요한 요인인 인간의 친화성은 유전자 영향이라고 한다. 혈연의 끈끈함이 이해되는 발언이며, 생존과 관련된 진화의 점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인간이 인간에게 천적(p51)이 되고 폭력의 전염이 가속화되고 있는 세상에서 예수의 이웃사랑, 불교의 자비는 그래서 끝없이 추구되어야 할 가치다.

 

 

 

3. 진화가 길을 잘못 든 거죠 - 의학자 데틀레프 간텐과 나눈 대화

 

데틀레프 간텐은 의학자로서 인간을 세심히 살펴 그런지, 진화는 목표가 없으며 인간 몸의 진화과정은 가변적이라며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물고기에게서부터 진화해온 인간 척추의 유약함(p65), 직립보행과 관련해 산모의 산도가 지나치게 좁아 출산과정이 위험한 점(p65~66), 유럽인들에게 흔한 낭성섬유증 유전자는 폐결핵과 콜레라 같은 감염병을 막는 구실을 하기 때문에 일찌감치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p66), 유럽인과 아시아인의 알코올 소화능력의 차이 등의 예시는 인간의 진화가 허점 속에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는 진화 과정보다 문명의 속도가 더 빨라(p69)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도시 유입 인구가 늘어나면서 인간의 생활양식과 면역계는 더 위태로워졌다. 치료에 급급한 의학에 공공투자되는 엄청난 비용을 생각할 때 개개인이 건강한 생활방식을 꾸리길 촉구한다. 알면서도 잘 안되는 나는야 도시인ㅜㅜ;

 

 

 

4. 한 살짜리도 통계를 따집니다 - 발달심리학자 앨리슨 고프닉과 나눈 대화

 

대다수 사람들은 진보로 여기지만, 앨리슨 고프닉은 그 과정이 상실의 역사(p82)라는 입장이다.

한 살만 되어도 아기는 흔한 사건과 드문 사건을 구분하고 거기에서 규칙을 도출(p87)해내며세 살짜리는 원인과 결과를 생각할 줄(p88) 줄 안다. 그러나 어린이는 대상을 개연성과 원인과 결과의 틀에 맞추려 하기보다 무질서를 허용하며 탐구하는 과학자이자마주치는 모든 것에 빛을 비추는(p89) 램프이다.

아이들이 집안을 엉망으로 만드는 것도 탐구생활 일환이랍니다. 너무 혼내지 맙시다~

 

 

 

5. 우리는 언젠가 꿈을 이해할 겁니다 - 정신과의사 앨런 홉슨과 나눈 대화

 

기존의 정신분석가들의 사고방식과 인간을 대하는 방식에 반감(p107)을 가지게 된 앨런 홉슨은 정신분석 대신에 상식을 진료의 지침(p108)으로 삼았다. 프로이트에 대립하는 그의 논리는 몸과 정신이 매우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고 본다.

드림 스테이지(앨런 홉슨이 1977년부터 여러 곳에서 열었던 잠과 꿈에 관한 전시회)(p112) 이야기를 보니 앨런 홉슨은 엔터테인먼트를 아는 정신분석가란 생각이 들었다^^; 60년대 말부터 태동한 히피문화 시대를 거친 영향도 있었으리라 짐작해본다.

앨런 홉슨의 연구를 보며, 뇌 과학의 데이타 중심주의와 주관적 경험이 가장 흥미롭게 연결되는 연구 분야가 이라는 생각을 했다. 프로이트는 몇 %의 성공률인 걸까? 데이타를 찾아봐야 하나?

 

 

 

6. 선의 유전자 - 동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와 나눈 대화

 

리처드 도킨스가 우리는 타고난 이기주의자일까?(p126) 라는 관점이라면, 슈테판 클라인은 사람들이 겉보기보다 덜 이기적일 수도 있지 않을까?(p126)라는 관점이다.

다윈의 로트바일러(Rottweiler, 덩치가 크고 사납기로 유명한 개 품종)(p126)로 불릴 정도로 다윈주의자인 리처드 도킨스는 초친절-이타성(입양, 기부, 살신성인)을 유전자적 진화에서는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하며, 일종의 계산된 평판 추구 심리인공적 불빛에 날아드는 나방(p133)이나 제 새끼인 줄 알고 기르게 되는 뻐꾸기 새끼(p134) 같이 어림규칙과 오류가 끼인 어리석음 정도로 해석하고 있어 조금 실망스러웠다.

슈테판 클라인은 상리공생-집단이 약해지면 개체 자신의 생명도 위험해지기 때문에 서로 돕는 현상(p135)을 말하며 이타성에 대한 공인된 다윈주의적 설명을 가져와 집단과 환경의 영향’ 문제를 제기한다. 이에 도킨스는 유전자 선택의 집단환경이라는 전제로 제한한다. 그러자 슈테판 클라인은 인류학자 세라 허디의 이론을 가져와 협동과 공동체 지원 속에서만 번식가능한 점, 인간의 뇌가 느리게 성숙하는 불완전한 유년기를 생각할 때 친절함은 꼭 필요하다고 반론하자 리처드 도킨스는 얼버무리며 동의했다...그리고 이후에도 계속 동의했다. 슈테판 클라인 승!

 

 

 

(, 이제 5장만 더 정리하면 돼! 이타심을 발휘해라. Agalma;;; 과학자 이름 오타가 많이 나서 힘들다ㅜㅜ)

 

 

 

7. 자아라는 수수께끼 - 철학자 토마스 메칭거와 나눈 대화

 

철학과 뇌 과학 양쪽에 정통한 철학자이자 신경철학의 개척자인 그는 자아라는 현상과 의식이라는 현상을 규명하려 애쓴다(p144)

신체 이탈을 여러 차례 경험한(부럽다!) 토마스 메칭거는 대략 열 명 중에 한 명이 신체이탈 경험자며, 어쩌면 모든 시대, 모든 문화권의 사람들이 그 경험을 설명하려 했다는 점이 영혼불멸사상이 발생한 주요 원인(p147)일 거라는 흥미로운 의견을 낸다. 그의 신체 이탈 경험은 실재에 관한 새로운 가설을 세우는(p147) 철학적 인식론이 된 셈이다. 이 책의 키워드이기도 한 주관적 경험의 역할 사례 되겠다.

슈테판 클라인과 토마스 메칭거 자아감에 대한 대화는 중요한 맥락이라 사진으로 그대로 제시하겠다.



이 리뷰 도입부에서 내가 말한 자연의 일부로서의 나와 유사한 맥락으로 토마스 메칭거는 전체로서의 개인을 연구과제라고 말하고 있다.

이 장은 중요한 개념 논의가 많아 나머지는 책에서 직접 확인해보길 권한다/

 

 

 

8. 세상의 모든 사람이 친척입니다 - 유전학자 스반테 페보와 나눈 대화

 

그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서열이 유럽인과 일치한다는 걸 발견했다. 아프리카에서 출발한 네안데르탈인이 대륙으로 퍼져나가고 멸종하기까지의 이야기는 마치 고대전설처럼 흥미를 끈다. 생소한 데니소바인까지 등장한다.

스반테 페보의 고유전학은 인류의 유전적 기원과 투쟁을 조망하게 하며, 우리가 15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살았던 것이 분명한 단 한 명의 여성(p181)의 자손이자 서로가 서로의 친척이라는 점을 제시한다. 인종 구분의 자의성, 철저히 정치적인 개념인 민족(p182)의 허위성을 증명한다.

인간의 말하기 발달에 관여하는 폭스피투FOXP2 유전자를 이식받은 생쥐에 대해선 궁금증을 남겨놓고, 나는 다음 논의로~

 

 


※ 최근 스반테 페보의 책이 국내에 출간됐다. 우리는 모두 불멸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에서 못다한 재미난 얘기를 해주리라 기대한다. 













   

9. 유인원 사랑 - 동물행동학자 제인 구달과 나눈 대화

 

미국에서 아인슈타인 다음으로 유명한 과학자가 제인 구달이라고 한다!

그녀는 우리가 우리 자신을 동물로 간주하지 않(p194)듯이 침팬지를 동물로만 보지 않았으므로 일련번호 대신 처음으로 이름을 붙인 연구자다.

과학적 객관성이란 미명 아래 동물들을 얕잡아보는 연구 행태 속에서 그녀는 참 많은 고난을 이겨내야 했다. 온통 처음이었으니까. 리키 박사가 유인원을 조사하기 위해 원시림에 보낸 세 명의 여성(다이앤 포시는 고릴라에게, 비루테 갈디카스는 오랑우탄에게, 제인 구달은 침팬지에게-p190) 중 제인 구달이 이토록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선입견 없는 그녀의 자세와 의지가 컸으리라 본다.

 

 

 

10. 사치는 도덕에 어긋날까요? - 윤리학자 피터 싱어와 나눈 대화

 

리처드 도킨스만큼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학자 같은데, 두 사람 다 통상적인 인간 존중의 개념을 깨는 급진적 발언을 많이 해서 그런 것 같다. 피터 싱어는 낙태와 안락사 찬성자다. 나름 타당성이 있으나 지나친 효용과 합리성 자세가 리처드 도킨스와 똑 닮았다_-; 슈테판 클라인이 그에게 공리주의자라고 강하게 지적하는 게 이해되는 인터뷰였다.

이 논의에서도 슈테판 클라인의 말들은 현실을 섬뜩하게 보여줬다.

 

슈테판 클라인 : 미국에서 나온 한 추정에 따르면, 매년 13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입하면 전 세계인에게 간단한 보건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충분하다고 해요. 그런데 130억 달러면, 우리 유럽인이 매년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 데 쓰는 금액과 거의 같습니다. 만일 그 추정이 옳다면, 내가 느끼기에 그 추정은 고무적인 동시에 섬뜩합니다. 아주 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우리가 많은 것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점에서 고무적이고요. 그런데도 우리가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섬뜩해요. (p219)

 

장 지글러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도 이런 메커니즘을 보여 줬지만 이런 상황은 영영 끝나지 않을 것 같다.














11. 나의 세계와 나 - 크리스토프 코흐와 나눈 대화


코흐는 생물물리학자로 30년 넘게 의식을 연구하고 있다.

의식이 사라질 때만 의식을 알아채는(p234) 우리에게 의식이 우리 삶의 필연적인 요소가 아니라고 결론짓는 그의 말은 뒤이어 모순을 보여준다.

 

크리스토프 코흐: 의식은 다른 모든 앎의 전제입니다. 우주가 존재한다는 것을 나는 어떻게 확실히 알 수 있을까요? 또 나는 나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죠? 오직 이 두 가지를 내면적으로 경험함으로써만, 알 수 있어요. 의식은 우리가 확신할 수 있는 유일한 사실입니다. 일찍이 데카르트가 깨달은 바죠. (p234)

 

아무것도 아닌 채 모든 것을 알게 하는 전제의식...

나는 의식이 있다, 고로 존재한다(p235)

코흐의 사유와 코멘트는 과학보다 철학에 더 가깝다. 오랫동안 믿어온 종교와 과학 사이에서 나온 숙고라 생각된다.

 

 

 

 

§§ 총평 

명성 자자한 인터뷰이보다 인터뷰어인 슈테판 클라인의 혜안이 더 멋졌던 책. 이러면 이상한 거 아닌가a;;

인터뷰의 종합적 인상은 불멸보다 존재, 그리고 그 존재 방식 중 이타성이 더 강조되는 걸로 보였다. 그 상관 관계를 어떻게 연결지어야 할까.....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에 의구심을 품고 <이타주의가 지배한다>는 책을 쓴 슈테판 클라인의 경향이 인터뷰에 영향을 미쳐서라고 보는 건 단편만 보는 해석 같다. 오히려 ˝이타성˝이 지금 시대에 요구되는 기조라 그런 거라 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 몸은 부분들의 상호작용에 기초하여 존속(p15)한다는 그의 서문을 음미해본다.

 

 

 

 

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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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9-21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흠^^; 열 심~!!^^♥ 그럼 남은 5장은
서비스네..받게~! @@;

AgalmA 2015-09-21 06:57   좋아요 1 | URL
홀로 만담은 여전하시네요 ㅎㅎ)) 그럼 전 그장소님 서재 가서 소설을 써보는 걸로....

[그장소] 2015-09-21 17:01   좋아요 0 | URL
아하핫^^ 제 애정이 드러나죠?!♥

cyrus 2015-09-21 18: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1인의 학자들 이야기를 전부 다 요약하셨군요. 글 쓰느라 고생 많이 했겠어요. 저는 잘 모르는 분야의 내용은 서평에 잘 언급 안 하는 편이에요. 책 내용을 그대로 옮겨 봤자 머리에 바로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괜히 아는 척 썼다가 제 빈약한 수준이 들통날 수 있어요. 문장을 몇 개 인용하면 글의 분량이 더 길어져서 밸런스가 맞지 않아요. 이렇다 보니 글 한 편 제대로 쓰기 어려워져요.

AgalmA 2015-09-21 19:43   좋아요 2 | URL
인터뷰라 몇 줄씩 요약하는 식으로 가야지 했는데 쓰다보니 줄줄이 비엔나 상황이ㅋ; 나중엔 오기가 생겨서ㅋ
분량 긴 글이 리뷰로 큰 인기 없는 건 아는데, 요즘은 제가 쓰고 싶은 대로 쓰는 데 더 중점을 둬요. 정보는 타인을 위해, 글쓰기는 나를 위해 랄까요ㅎ
이 책에 제대로 된 리뷰가 없어서 좀 상세하게 쓴 동기도 있고요^^

북다이제스터 2015-09-21 2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기적` 부분에서 `이타심` 발휘해 주셨습니다.ㅎ 센스 ㅎ 덕분에 흥미있는 책 알게되었습니다. ^^

AgalmA 2015-09-21 20:22   좋아요 2 | URL
하필 그 부분에서 아주 이기적으로 포기하고 싶더라고요 ㅎ;
그 다음에 나오는 토마스 메칭거 인터뷰가 아주 집중을 요하는 중요한 내용이 많아서 `내가 무슨 영화를 누리자고 이걸...` 한숨 한 번 쉬고ㅎ;;
도움이 되셨다니 보람찹니다😊
 
외계지성체의 방문과 인류종말의 문제에 관하여 - 대답 없는 우주에 대답을 던지는 두 지성 간의 대화
최준식.지영해 지음 / 김영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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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영해 교수의 탁월한 사고 패러다임

 

외계인 실존에 대해 지영해 교수는 "인접생명권"광역생명진화권이라는 사고 개념을 제시한다. (존경스러웠음!)

이 논리는 외계인들이 오랜 세월 수차례 지구와 접촉하고 개입하게 된 상황과 지구인 인식틀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잘 설명해준다. 

지구인의 문제라면 권력욕, 교만, 정부 정보통제 등등 다른 것도 많다-_-)...당연하지 않겠어요? 인간이니.







§ 새로운 패러다임 - "현상적 압도성"


"현상적 압도성"은 임계치가 넘어가면 변화할 수밖에 없다는 관점이다. 

고전 물리학에서 현대 물리학으로 넘어간 것은 과학적 입증 때문이었다 해도, 인간 역사에서 많은 '혁명'이 "현상적 압도성"이지 않았는지?

지금 심각한 문제인 핵문제를 포함한 군축과 환경 파괴에 대한 공동 대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건 모두 동의하는 사실이다. 아래 사진에도 제시되고 있는데, 시장자본주의, 민주주의, 민족국가 체제가 그 원흉이다.

동토의 해빙으로 인해 아무리 조심해도 온실가스가 27년 이후면 임계치를 넘어갈 거라는 사형 선고 아래 

인간의 사고 패러다임이 얼마나 극적으로 변화해 줄 지 그리고 과연 해법을 제시할 지 캄캄 아니겠음? 

완전 <인터스텔라> 상황;;  

이런 촉박한 상황에서 외계인이 혼혈종을 생산하는 것은 어떤 뜻이 담긴 걸까. 좋은 뜻으로 본다면, 위에서 말한 "인접생명권" 광역생명진화권차원의 자구책이라 할 수 있겠지만, 여하간 뉴에이지 사상들이 보는 인류구원 메시아로서의 행동은 아닌 것 같다.

출현부터 생각까지 참으로 묘한 존재... 정말 파악해보고 싶다! 알아 볼 수나 있다면;



 



ps) 인류종말에 대한 대책, 인간의 욕망!은 내 선에선 무리고; 저는 이 책에서 생각의 패러다임을 집중해서 본 터라 위 얘기는 좀 심각합니다만, 납치한 지구인을 다른 집에 데려다 놓는 황당하고 귀여운 외계인에 대한 재미난 에피소드들, 그간 외계인 관련 사건 사고, 대표 선진국들의 대처 등을 종합해 볼 수 있는 유익한 책입니다. 찡긋) 




나에게 ps) 앗! 이거 쓰느라 <그것이 알고 싶다>를 놓쳤ㅜㅜ! 우흐흑, 리뷰가 뭔지.....리뷰 정리하느라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르겠소? Agalma씨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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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edgling 2015-09-20 0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꼭 다시보기로 보는 tv 프로그램이 일요일 오전에 하는 `서프라이즈` 입니다~ 가끔씩 외계생명체에 미스테리한 이야기를 소재로 나와서..ㅎ따로 ufo 다큐는 수집하고 싶더라구요. 이 교수는 이해하기 쉽게 말하네요~ 읽을 만한 신간인 것 같군요! 외계생명체는 이제 100프로 있다고 믿어도 되겠죠? ㅎ우리에게 유익할지 유해할지 참... 귀신도 아직 설명이 안 되는데... 죽어봐야 알 문제들~

AgalmA 2015-09-20 01:34   좋아요 0 | URL
책에서 인용할 때마다 자료에 대해 자세하게 출처첨부가 되어있어서 도움이 되실 겁니다.
위에 물고기 얘기도 그렇지만 2차원의 개미와 3차원의 인간 사이의 이해불가능한 차원의 문제가 외계인과 인간 사이에도 있는 것 같다고 저는 이 책을 보며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
이쪽 다큐에 관심이 많으셨다니 꼭 보셔야 할 듯~ 귀신 같은 영적 문제도 다소나마 이 책에서 다룹니다. 최준식 교수가 외계인을 너무 영적 관점에서 파악하려는 건 동조가 안 되었습니다..그래서 별점 하나 뺀 것;;;

fledgling 2015-09-20 01:04   좋아요 1 | URL
세상을 다르게 보고 사유할 수 있도록 공부가 되네요. 오, 영적인 문제도 나오다니 더욱 더 기대만발~!

cyrus 2015-09-20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접생명권`, `광역생명진화권`. 단어가 거창하군요. 뭔가 있어 보이기도 하고요. ^^;;

AgalmA 2015-09-21 11:45   좋아요 0 | URL
거창한 단어들은 좀 거북하기도 한데, 설명을 읽어보면 정말 딱 그래요 :)

antibaal 2015-10-01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게 읽었어요

AgalmA 2015-10-01 21:01   좋아요 0 | URL
흥미로운 부분이 있죠? 감사합니다. antibaal님^^

고양이라디오 2015-11-18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UFO에 대한 과학적인 증거들이 있나요ㅎㅎ???
꼭 보고 싶은 책이네요~

AgalmA 2015-11-20 08:31   좋아요 1 | URL
과학적인 증거라기 보다 여러 사실과 이론 사이에서 합리적인 추론을 하려는 책이라는 게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양이라디오님 과학 분야 관심 많으시니 읽는 재미는 얻으실 듯^^
 


§ 주말엔 이런 걸 듣는다


Charlatans UK [Modern Nature] (2015.02, 이하 국내 발매 기준)

알라딘 DB 수급이 늦네요. 별점을 줄 수가 없잖소!





그나저나 Charlatans UK 멤버들도 늙은 게 보여서 약간 뭉클(;_;)

바닷가에서 저러고 있으면 항상 <Knockin' On Heaven's Door>(1997) 영화가 생각난다. 





이 영화도 벌써 20년! 끼약!









HONNE [Warm On A Cold Night] (2015.05)

영국 출신 일렉트로닉 듀오. 

소울과 신스를 섞은 일렉트로닉 음악, 내가 정말 좋아하는 종류

마약이다. 무한 리플레이!



동영상이 라이언 맥긴리(Ryan McGinley)스럽고 좋네~


























라이언 맥긴리(Ryan McGinley)의 저 유명한 사진은 시규어 로스(Sigur Ros) 앨범 [Með suð i eyrum við spilum endalaust] 커버로도 쓰였다. 

참고로 2014년 대림미술관에서 라이언 맥긴리 <청춘, 그 찬란한 기록>이란 사진전이 열려 관람객의 가슴을 뜨끈하게 해준 적 있다. 










 


Alabama Shakes [Gimme All Your Love] (2015.03)

아, 멋진 블루스 락~

커버 사진도 엄청 인상적으로 찍으셨네~











Stereophonics [Keep The Village Alive] (2015.09)

믿고 듣는 Stereophonics~ 

Kelly Jones는 정말 매력적인 보컬 100선에 들어갈 신이 준 목소리! 








Spoon [They Want My Soul] (2015.05)

텍사스 주 오스틴 출신의 인디 록 밴드. 이 밴드도 결성된 지 20년이 지났다~

위의 Stereophonics도 그렇고 나는 이런 보컬을 좋아하나-_-a 한다.  


나는 왜 스케이트보드를 안 배운 것인가!!!

보호장구 차고 배우는 거 이젠 쪽팔려ㅜㅜ;









Arca [Xen (????? Edition)] (2015.05)

신기한 아티스트다. 공감각을 이끌어내는 솜씨가 탁월하다.

영화 <언더 더 스킨> 생각이 나는 커버와 음악. 동영상의 비주얼도 압권~

문득 외계인은 어떤 음악을 좋아할까. 나는 죽을 때 어떤 음악을 듣게 될까. 



 

영화 <언더 더 스킨> 스틸컷

 
















Beirut 신보 [No No No](2015.09)는 너무 소프트해졌다 할까. 보헤미안적인 매력 어디 갔어ㅡㅜ 그닥 끌리지 않아서 오랜만에 [The Rip Tide](2011)를 한 번 더 듣는다. 공연장에서 이 곡 흐를 때 울 뻔 했다구;;))

 






§§

택배기사님이 주말 일찍 책을 전달해 주셨다.

내가 산 책인데, 왜 선물받은 기분인가.....


 
















<달몰이> 책 띠지에 아트웍을 살려 완전 멋지다! (이건 못 버리겠군. 앞은 무려 황현산 교수님! 뒤는 강정시인)

내용은 이보다 더 멋지다고! 찡긋 하시는 신사 양반~


"그 인물에게서 자기 희망이었던 것을 잘라내지 않는 이상 그를 잘 모를 것이다" - p15


정말 그랬다. 그때 나는 내가 무엇인지 알 수 없어서 소릴 지를 수도 없었다.

조에 부스케가 산산조각난 몸 대신 자신을 철저히 "문화-존재"로 만들려 했다면, 나는 뒤뚱거리며 철없이 하고 있었다. 





§§§

그리고 전화.

"널 떠나게 해줄께."

11월과 12월의 제주도는 어떻게 다르지?

어제와 오늘의 빛은 어떻게 다르지? 

창밖만 보지 말고 나가봐.


그때까지 건강하게 살아남아야지.

살아남는 일 하나둘.




ㅡAgalma





  




한 인간의 폐허는 그가 잃어버린 것에 따라 가늠되는 게 아니라, 그가 어떠한가에 따라 가늠된다. - p11
우리들 각자는 자기 개성 속에 감추어져 있다. 각자 삶에 대한 개념이 있지만 정작 없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정확한 시각이다. - p14

조에 부스케 <달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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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5-09-19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국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아마도 이런걸까요..?

AgalmA 2015-09-19 12:45   좋아요 0 | URL
음악은 천국의 문과 가장 가까운 형태가 아닌가 합니다. 아주 즉각적이죠. 그래서 단순한 저는 책보다 더 좋아합니다.

책읽는나무 2015-09-19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려주신 음악 들으며 설거지 중이라지요?
좋은 주말 하세요?^^

AgalmA 2015-09-19 12:45   좋아요 0 | URL
설거지ㅎㅎ 적절하게 유용해서 저도 기쁘네요^^
책읽는 나무님도 즐 주말 되세요//

수이 2015-09-19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들으면서 믹스 커피랑 방울토마토 섭취하며 공사 현장에서 딩기딩가~~

AgalmA 2015-09-19 12:54   좋아요 1 | URL
그 공사는 참ㅎㅎ...
하루종일 음악 추가해 볼까요ㅎ
신보들은 유투브에 안 올라온 게 많아서 제약이 좀 있어요ㅜ;

수이 2015-09-19 12:58   좋아요 0 | URL
점심 먹고 돌아오겠습니다~^^ 반나절 동안 들을 음악!

북다이제스터 2015-09-19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굳이 제 식으로 표현하면, Dandy하고 Urban하며 Tomboy스런 음악들인 것 같습니다, Arca 제외하구요. 참 좋아요. ^^

AgalmA 2015-09-19 23:46   좋아요 1 | URL
ㅎㅎ...패션 에디터처럼 말씀하셔서 한참 킥킥 했습니다.
Arca가 좀 괴상하긴 하죠? 헌데 위 곡 중에서 가장 개성적이죠. 어떤 곡과도 다른. 저는 이런 음향에 가까운 음악을 만나면 반갑습니다. 표현방식과 비주얼이 거침없어 더러 혐오와 비호감을 줄 수도 있겠지만^^;

2015-09-25 0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25 0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25 0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25 0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

우울증에 대한 대표적인 책으로 꼽는 앤드루 솔로몬 『한낮의 우울』도 읽었고(http://blog.aladin.co.kr/durepos/7296568),

최근 레나타 살레츨 『불안들』도 읽어서(http://blog.aladin.co.kr/durepos/7608324)

스콧 스토셀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도 읽어야 할 의무감이 듭니다-_-)!

 

앤드루 솔로몬이 자신의 우울증에서 출발해 우울에 대한 역사적 고찰과 여러 임상 사례와 치료법을 거론했다면, 레나타 살레츨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각자의 위치에서 겪게 되는 불안심리와 작동을 말해 주었죠.  

앤드루 솔로몬의 책도 만만치 않은 종합판이었는데, 그런 그가 스콧 스토셀의 저서를  "과학, 역사, 자서전을 엮어 써낸 불안의 종합판"이라고 격찬하니 신뢰감과 함께 확인하고 싶습니다!

이 책까지 읽고 나면 "불안"을 꽉 잡게 될까요?

앤드루 솔로몬씨는 이제 잘 지내시나 보군요. 다행...겸사겸사 이렇게 또 소식을 알게 되네요~

 

 

ㅡAgalma 

 

 

 

 


 

 

 

희망과 회복력을 되찾기 위한

어느 불안증 환자의 지적 여정


“과학, 역사, 자서전을 엮어 써낸 불안에 관한 종합판.”

―앤드루 솔로몬(『한낮의 우울』 저자)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 스콧 스토셀

35년 전만 해도 ‘불안장애’라는 공식 진단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신경정신과를 찾아야 하는 정신질환 중 가장 흔한 병이 되었다. 미국에서 정신건강 관리에 드는 비용의 31퍼센트가 불안 치료에 사용된다. 한국도 다르지 않아 지난 5년 사이 불안장애로 진료 받은 환자 수가 22.8퍼센트나 증가했다. 우리 시대 거의 모든 사람은 만성 스트레스를 안고 산다고 한다. 종종 불안을 근대성의 문화적 징후로 분석하기도 한다. 잇따른 경제위기, 빠르게 증가하는 소득불평등, 사회 전반적인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불안은 현대를 특징짓는 심리적 현상이다.


평생 동안 이 병을 앓아온 환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스콧 스토셀은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에서 현대병인 불안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3000년간 불안에 관해 쓰인 수십만 장의 글과 자기 자신의 삶 속으로 뛰어든다. 자신을 비롯해 살면서 한 번은 극심한 불안을 경험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불안에 관한 이해를 제공하고자 한 것이다. 

 


 

이벤트 참여방법

 

1. 이벤트 기간: 9월 16일 ~ 9월 20일 (당첨자 발표 : 9월 21일)

발송: 9월 22일 (예정)


2. 모집인원 : 10명


3. 참여방법

- 이벤트 페이지를 스크랩하세요.(필수)

-책을 읽고 싶은 이유와 함께 스크랩 주소를 댓글로 남겨주세요.


4. 당첨되신 분은 꼭 지켜주세요.

- 도서 수령 후, 10일 이내에 '알라딘'에 도서 리뷰를 꼭 올려주세요.

(미서평시 서평단 선정에서 제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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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9-19 0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걱정이 없으면 걱정을 안겠네..라고 한게 누구던가ㅡ니네 아부지?
^^모..드라마에서... 본 .기억나는데.불안장애 ㅡ장애가 불편치 않음 장애라 까지 누가 그럴까..하면서..그쵸?! 너그러움에 대한 생각 을 합니다. 누구도 아닌 스스로를 향한 너그러움이 가장 어려워 생기는 병 중 하나 아닌가..싶어서..그럼..또! 열심 독서의 뒷이야기 기대할게요^^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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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로봇이라는 다중의 이야기 - 패턴화

 

겉모습은 어떤 사람이랑 똑같이 생겼는데 사실은 외계 생명체가 그 안에 들어가 있어서 그 사람을 흉내내는 거. 그래서 옆 사람이 계속 저 사람이 내가 알던 그 사람이 맞나 하고 끊임없이 의심하는 거.”(p33)

 

이 대사는 <블레이드 러너> 여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로 서술되지만, 이 소설에서 우주알이 몸에 들어간 남주인공과 너는 누구였어라고 계속 묻게 되는 여주인공에 대한 암시이기도 하다. 장강명 작가는 복선이랄 것도 없이 노골적으로 이런 패턴화를 보여준다. 장강명식 패턴화는 출판계에서나 독서시장에서도 성공한 것 같다. ③흥미로운 패턴을 발견하면 인간은 찾는 재미를 느끼고 계속 읽으니까. 내 현실과 가까운 이야기일수록, 얼하면 리얼할수록 더.


그런데 이 소설의 패턴은 게임에서처럼 상향식이 아니다. 작가는 평준화된 패턴을 계속 제시한다. 박석거리 전설의 부부 이별 그믐,…』주인공들의 이별 식으로 1:1로 입력해 놓았다. ‘시공간연속체를 볼 수 없는 인간 : 로봇 : 독자를 위해. 반복의 단순패턴화에만 천착하는 작가의 논리를 위해. 남주인공과 마찬가지로 교도소로 간 이영훈 어머니에게 '우주알'이 들어간다는 설정은 반복이라기보다 인위적이었다.


이 소설에는 반복을 위한 반전인 터닝포인트가 있다. 반전을 제시하면 반응은 대체로 두 가지 패턴을 보인다. 과거의 이야기가 모두 거짓이었고 이게 진실이군! / 과거를 모두 거짓으로 만들면서까지 진실을 보여주려 하는군! 이 반응은 이 소설의 심사평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그는 진실이 아니라 자신의 죽음 뒤에도 여전히 살아 있을 사람들을 위한 거짓을 만들어내는 데 최선을 다하고, 그 거짓을 통해 시적 정의를 실현한다”(p168) - 강지희 문학평론가

남자가 죽고 나서야 그가 해온 거짓말이 사실은 믿을 수 없는 진실임을 깨닫고 도대체 너는 누구였어?’라고 절박하게 물어야만 했던 여자의 이별 이야기?”(p169) - 권희철 문학평론가

 

남주인공의 반전은 소설(내면) 속에서뿐만 아니라 현실(외면)에서까지 진실/거짓이라는 혼동을 일으킬 예견된 패턴이다. 우려점은, 장강명 박사(어울려서 한 번 붙여봤다. 놀림은 아님)가 현실 패턴화를 소설 시스템화 하는데 경직되어 있지 않나 하는 점이다. 그래서 김도연 소설가의 의문’ 평과 신수정 평론가의 작위성평이 나온 것이라 짐작된다.

 

 

 



§§ 저널리즘과 환상성 환상적 사실주의? 사실적 환상주의?

 

환상적 사실주의대명사로 불리는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환상성에 방점이 크게 찍혀 회자되지만 환상적 사실주의라는 어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실주의가 더 핵심이다.

마르케스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저널리즘에서는 기사가 가짜라는 한 가지 사실만이 기사 전체에 편견을 갖게 만듭니다. 대조적으로 소설에서는 이야기가 진짜라는 한 가지 사실이 작품 전체를 정당화해 줍니다.”(작가란 무엇인가 3파리리뷰, p359)

 

저널리즘을 강조한 마르케스만의 작법은 그렇게 등장한다. 내적 독백 기법, 글에 딱 맞는 자연스러운 어조, 환상적인 것을 현실적으로 믿게 만들어줄 세세한 묘사.

 

언론계에서 온 장강명 작가 그믐,…』은 마르케스의 취지와 작법의 괘를 같이 한다. 헌데 이 소설에서 어조가 마뜩찮았다. 어조 뒤의 화자가 작품을 규정짓는 느낌이 확연했다. 분명 더 풍부하게 확장될 수 있는 소설이었는데...

소설 말미에 작가가 소설 재료들을 주머니 털 듯 보여주는 것도 이 소설의 패턴화를 보여주는 이중주이다. 표현된 이상 저의가 없다고 할 수 없다. 문제는소설을 무척 도구적으로 보고 있다는 느낌. 그렇다고 해도 나쁠 건 없지. 세상 많은 것이 이미 그렇게 이용되고 있다. 시작과 끝을 우리가 인과적으로 받아들이듯이 가벼움과 무거움의 의미도 매우 자의적이다.


장강명 작가의 저널리즘에서 사랑은 느껴지지 않는다. 인물들의 관계와 사랑은 도식적인 클리셰로 다가온다. 이 작품만이 보여주는 독자적인 실존의 문제와 긍정성은 적어도 내겐 와닿는 게 없다. 작품의 긍정과 부정의 호불호를 따지자는 게 아니라 작가가 표방하며 성취하려는 저널리즘의 좌표가 나는 계속 걸렸다. 이 작품 전체는 세계에 대한 부의 어조가 짙게 배어 있. 인물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욕망과 적의로 가득차 있고, 이영훈의 어머니가 그토록 강력한 캐릭터로 작동한 것도 그 영향이라 생각된다. 단지 현실 반영일까. 평온한 내면은 '우주알'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패턴을 알고 있는 남주인공 뿐이다. 그런 현실 해법 밖엔 정녕 없었는가. 이러한 경향은 작가의 허무주의에서 기인한 걸로 보인다. 객관적인 듯 냉정한 데이터 중심에 기반한 패턴화를 보는 관점은 거기서 온 것 같다 저널리즘은 아직 많이 의심스럽다. 인터뷰를 보니 작가도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고, '어떻게'를 무척 고심하고 있는 듯했다

작가든 인간이든 극복되어야 할 현안은 같다. 외부적 패턴화와 내부 근원적인 문제는 동떨어져 있지 않다. (앞으로 어떻게 변할 지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뇌간이 없으면 인간은 꿈을 꾸지 못한다. 꿈이 억압과 충동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프로이트와, 꿈은 다음날을 위한 예비연습이라는 앨런 홉슨의 분석은 차후 문제다. 패턴은 꿈 자체에 있지 않다.

 

 



§§§ 오래된 꿈 - 소원


뇌에서 운동을 담당하는 시스템과 꿈을 담당하는 시스템은 연결되어 있다. 뇌간에는 보다 강력한 뉴런이 작동하기 때문에 꿈속에서 우리는 현실보다 더 강력한 시뮬레이션 쾌감에 빠져들게 된다. 상상과 꿈은 인간이 지속적으로 현실로 가져오길 원한 힘이다. 오래전부터 작가와 예술가는 그것에서 영감을 가져왔다.

21세기, 장강명 작가는 이 소설의 재료들을 이렇게 밝혔다. ‘본인의 기사,  TV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3>, 미국드라마 <멘탈리스트>, 영화 <인터스텔라>, 드라마 사운드트랙으로 쓰인 최백호 <아름다운 시절>, 대니얼 카너먼 책 생각에 대한 생각, 짐 홀트 세상은 왜 존재하는가에서 우주 알(cosmic egg)‘, 메이플 학습만화 도둑시리즈 역사도둑, 마포구 설화 등.

장강명 작가의 재료들은 매우 현실적이다.

꿈에서 빌려오든 현실에서 빌려오든 우리가 세계를 기억하고 착각하는 방식은 유사해서 어느 작품에서든 공감할 수 있는 점이 있다. 결말들도 거의 동일했다. 자유에 대한 갈망. 그런 점에서 모든 소설은 이미 도착해 있는 소설이자 거짓 같은 사실이거나 사실 같은 거짓이다. 이 문장에 나는 긍정의 뜻도 부정의 뜻도 넣지 않았다. 

그믐,…』의 마지막 패턴 제목은 '소원'이.

자유로워지고 싶어”(p161)

 

그리고 끝내 덧붙이는 말은, 전달되어야 할 명철한 사실이 아니라 지극히 인간적인 탄식이었다.

오직 패턴만이 있었다”(p161, 소설 마지막 문장)

 

나는 이렇게 덧붙인다.

많은 이들은 패턴을 느낄 때 비로소 무언가를 알게 되었다고 확신했다. 그것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그렇다는 게 중요했다. 그렇게 끝없이 패턴을 만들었다.”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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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5-09-16 17: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을까 말까 읽을까 말까요

AgalmA 2015-09-16 21:16   좋아요 1 | URL
남들이 좋아하지 않는 소설을 제가 열광할 때도 있어서 제가 적절한 조언자는 아닌 것 같습니다.
선택은 야나님 자유~ :)

[그장소] 2015-09-17 01:52   좋아요 2 | URL
읽어보셔요^^ 어렵지 않고 단순하게 풀어가니까요..
그 진면목을 Agalma님은 생눈으로 뜨고 보려니..차마...그러시는 걸지도...몰라요.
원래 진실이란면이 사악하고 사나운 면도 있고..어떤때는
단순한 면도 역시 있지않던가요?^^(말은... 참..글을 이렇게 써라ㅡ저에게 하는 말입니다) ..음..역시 미드지만 천재소년하나에게 전 우주의 그 질서에 대한 기호 프렉탈이 읽혀요.그 패턴은 연쇄작용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 보여주거나..어떤 때는 틀리는지를 보여주곤했었죠..
그믐 읽으며 그 미드 생각을 했는데..제목생각이 안나서..ㅎㅎㅎ
저는 그냥 내가 하는 어떤일이 다음에 누구에게 무슨 화학반응으로 작용하는가..식의 단순함으로만 봐도 의미 있다고여겼어요. 겉만 본 것일 수있겠지만..때론그럴 필요도있다고..(그건 역시 개인취향 일 것) 하면서요..
그치만..역시나..Agalma 님 글의 깊이는 늪이예요..빠지면..같이 잠겨야해..^^;;

북다이제스터 2015-09-16 22: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패턴 인식은 본능이라 어쩌지 못할 일인 것 같습니다. 한데 패턴이란 골을 평소 잘 만들어야지 잘못된 길을 만들면 다림질로도 펴지 못 하는 것 같아 새삼 조심스럽습니다. 요즘 새삼 느낌니다.

AgalmA 2015-09-16 22:44   좋아요 2 | URL
저도 깊이 공감합니다. 제 자신에 대해서도요.

2015-09-17 0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17 1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18 15: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18 16: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19 0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19 0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