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처럼 우리는 엇갈리는 것부터 시작했다. 너는 2호선 4번 출구에서, 나는 3호선 4번 출구에서 서로를 탓했다. 시스템과 원인을 따지기 보다 우리는 언제나 눈 앞의 것을 더 탓한다.

공간에선 어떤 식으로든 무리를 짓게 된다. 두부 같은 건물들 사이사이를 지나며 나는 어디에 끼게 될 지 몰랐다. 우리는 길 끝에 앉았다. 무리이면서 무리를 거부하고자 하는 위치. 언제든 이탈할 준비가 되어 있도록.



이탈한 자가 문득

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별들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빈 몸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 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ㅡ김중식

지금 생각하면 마지막 행이 석연치 않다. 그것이 과연 자유일까. 자폭은 아니고?


와퍼와 맥주를 먹으며 건너편 포장마차가 장사 준비하는 것을 지켜봤다. 붉은 천막.
검은 천막은 장례식, 흰 천막은 운동회. 그런 식으로 생각을 저장해둔다는 것을 깨닫는다.
촤악, 촤악, 길에 물 뿌리는 소리. 아주 오랜만이었다. 스프링클러는 한국과 매치가 잘 되지 않았다. 이것도 이 시공간에 갇혀 사는 내 생각의 한계지.

담배를 권하는 네 담배갑엔 딸랑 한 개비가 있었다. 편의점이 어디 있는지 상세히 알려주는 네 의도를 담배갑을 보기 전에 간파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런 면에선 진화가 잘 되어 있지.
˝제가 어른처럼 보이지 않습니까˝ , ˝흠, 흠, 어, 어, 이게 어른 목소리가 아니라고요?˝ 웃긴 소리를 하며 인상을 찌뿌려 주름을 만들었던 30초 전을 얘기하며 신분증 요구 때문에 다시 돌아올 뻔 했다고 하자 너는 편의점 직원이 외국인 노동자 아니었냐고 물었다. 이보게, 서로 원했던 바는 아니었지만 우리는 한국말로 또박또박 대화했다네. 나는 여기 오는 길에도 목소리가 너무 어리다는 소릴 들었다고 여러 목소리를 내며 장난쳤지만, 내가 결코 노인 목소리를 내진 못한다는 걸 안다. 사기 치기엔 적절하지 않은 조건들이 너무 많지. 결정적으로 순진해. 순진하다는 걸 아는 건 순진한 건가, 이 생각을 더 이상 발전시키지 못한다. 파스칼과 칸트는 순진하진 않았을 거야.

하나 둘, 우리를 거쳐 무리 속으로 들어오는 저녁이 지나고 밤, 우리는 자리를 옮겼다.

사장님이 디제이인, 지긋지긋한 신청곡 레퍼토리 호텔 캘리포니아나 퀸의 음악을 틀어주는 클라우드 생맥주집. 호텔 캘리포니아나 퀸의 음악이 없었으면 모든 술집의 선곡 레퍼토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어찌 보면 술집은 음악의 정신병동 같다. 마시는 것도 듣는 것도 반복의, 반복의, 반복.
화장실을 오가다 본 사장님의 등은 많은 돌을 삼킨 연못처럼 검고 쓸쓸했다. 걸맞게 목소리는 걸걸했다.
길고양이가 종종 거리며 내 시선을 뺏아 우리 대화는 산만했다.

유전학, 페미니즘, 채식주의 등등을 말하다가 주의자라고 표방할 때 그것은 금새 배타적이 되고 증식적이며 자기 합리화를 한다고 언성을 높이다 `수어사이드 랩`이란 화제에서 내 목소리는 잦아들었다. 질소를 이용한 죽음. 삶을 위해 우리가 모색하는 방법만큼 죽음을 위해 우리가 모색하는 방법도 무수하지. 양면의 동전. 동전을 끝없이 삼켜 죽은 남자는 무게가 아니라 중금속 중독으로 죽었다. 이 순간에도 실패한 죽음 때문에 거리를 걷고 있는 사람이 우리 사이를 빠져나가고 있을 테지. 고양이가 잽싸게 지나갔다.

 

 

 

 

 



서울 아트시네마가 이전한 서울극장을 지나며, 우리는 아주 개인적이고 비밀스럽고 실체가 없어 더 꺼내기 어렵고 일단 꺼내면 버리게 되는 이야길 했다. 새우와 오징어 튀김 전문인 종로 포장마차로 가기 위해.
모퉁이를 돌자 나타난 포장마차보다 사람 무리가 장관이었다. 누가 누군지 모르게 우리는 무리 속에 섞였다. 자몽 소주라는 것도 있군. 나온 지가 언젠데 그런 소리냐며 너는 유자 소주 얘기도 했다.
귀는 이 얘기 저 얘기 가리지 않고 흡수한다. 눈은 얘기의 진원지를 찾아 대상과 결합시킨다. 궁합이니 자기니, 그 사람은...하며 모두가 비슷비슷한 화제로 얘기를 하고 있어 수용소처럼 남녀 구분을 1차로 한다. 차림새와 행동을 2차로 연결한다. 갓 태어난 아이처럼 얼굴은 대개 불콰했다. 혈색이 변하진 않지만 다른 건 숨길 수 없어 나는 나대로 긴장했다. 술이 아니라 사람이 주는 압도감. 이미 자신에게 압도 당해 있지.

˝타자를 향한 박해의 기반은 타자하고 맺은 연대다˝
ㅡ레비나스

그렇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나는 나와 불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테리 이글턴이 레비나스 문장을 인용하며 사랑과 증오가 한 몸이라고 말한 건 적절했다. 적절한 인용, 적절한 사고, 적절한 삶, 내게 ˝적절˝은 ˝최고˝ 만큼 어렵다.

취기의 무거움에 많은 행동을 줄일 수 있었고 일찍 이불을 끌어 당길 수 있었다. 비슷할까, 그런 생각을 자장가 삼아 잤다.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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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5-10-18 18: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파스칼과 칸트가 순진하지 않았다는 것에 저도 한 표 겁니다.
그들은 내면을 넘 많이 알아서...^^ 이든 아니든 그만...^^

AgalmA 2015-10-18 19:15   좋아요 1 | URL
출장가신 줄 알았는데, 오랜만입니다 :)
철학과 대면하는데 순진하면 바로 사망 아니겠습니까;

북다이제스터 2015-10-18 19:20   좋아요 1 | URL
네 어제 늦게 돌아와 오늘 하루종일 비몽하며 내일 출근에 경악하고 있습니다 ㅠㅠ 역시 우리나라가 좋아요 ㅎㅎ

AgalmA 2015-10-18 19:23   좋아요 1 | URL
무사히 다녀 오신 걸 일단 경축~~ 핀란드 리뷰, 기대! 기대! 입니다. 어서 내놓아라~ 구지가를 부르는 건 아니고요ㅎ;

북다이제스터 2015-10-18 20:15   좋아요 1 | URL
리뷰 쓸 정도는 아니고요, 현지 인 몇 사람 만나본 소감은 핀란드는 사람 개개인 한 사람 한 사람 가치를 진정 소중하게 여기고 한편으로 개인의 역량을 진심으로 믿어준다는 점...

AgalmA 2015-10-18 19:34   좋아요 2 | URL
자주 듣던 바지만, 감동적이네요.

[그장소] 2015-10-18 1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후후훗...웃었네...순진하면 사망...아 .통쾌한데..그게 일반적인 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는..

AgalmA 2015-10-18 19:36   좋아요 1 | URL
언제나 제 우물 안 아니겠습니까 :)

[그장소] 2015-10-18 19:40   좋아요 0 | URL
사실 길게 썻는데 넘 사적인가..싶어 다 짤라내고 윗줄만 남겨 놓은..거랍니다.

AgalmA 2015-10-18 19:41   좋아요 1 | URL
음...그랬군요.... 저도 이 글을 더 길게 쓸 수도 있었는데, 너무 사적인가 싶어서 생략한 게 많죠.
우리는 생략의 공동체...

[그장소] 2015-10-18 1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핀란드..아상향이 되려고 해..ㅎㅎㅎ큰일.입니다.
저도 한국이 싫어서..일까요..?^^

AgalmA 2015-10-18 19:43   좋아요 1 | URL
언젠가 얘기 꺼낸 적 있다 싶은데, 저는 파리 거지가 되고 싶.....일단 파리로 가야 거지가 되든 할 텐데;;

[그장소] 2015-10-18 2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하핫...우린 망명자들인가봐요..잠재적...

AgalmA 2015-10-18 20:13   좋아요 1 | URL
마땅한 망명지도 못 찾고 있고 어서 옵쇼 하는 데도 없으니 보트 피플이겠죠~.~;;

[그장소] 2015-10-18 2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아..김중혁 소설..생각나네요..뭔가에 떠밀려 바다로 나가버리고 마는...

AgalmA 2015-10-18 20:17   좋아요 1 | URL
저는 하루키 <중국행 슬로보트> 생각을^^

[그장소] 2015-10-18 20:19   좋아요 1 | URL
알게..그런건지..모르게 그런건지..하루키문학이 우리문학의 많은 토대를 가지고 있어서 우리작가들이 빚이 많을 것만 같아요..저만 그리 느끼는건지..ㅎㅎㅎ (자조의 웃음)

AgalmA 2015-10-18 20:23   좋아요 1 | URL
기만과 위선...에서 모두가 자유로울 수 없을 겁니다. 등단한 지인이 좀 있어 보이려고 명성 탄탄한 작가를 영향받은 작가로 대던 걸 생각하면...ㅎ

[그장소] 2015-10-18 20:25   좋아요 1 | URL
저의 하루키 느깍이가..어쩐지 현명했단 생각마저 들어요..일찍 알았다면 알게 모르게 똑같이 오염내지 흡수되지 말란 법이 없었을 테니..
모르는게 약 ..이랄까..ㅋㅎ

AgalmA 2015-10-18 20:27   좋아요 1 | URL
프루스트나 조이스에 좀 빨리 빠졌어야 했는데ㅎㅎ 암튼 저는 뭐든 느려 터져서 에이, 몰라 연속입니다

[그장소] 2015-10-18 2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느린걸요..더구나 국내에서 판이 벌어지면 더욱 몰라라 하는 구석이 있어요..미련스런 건데..안고쳐져요..남들 다 알때 난 몰라..가 무슨 자랑 인냥...암튼 에잇 몰라~~~^^

비로그인 2015-10-18 2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탈한 자는 자유로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안전을 담보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괜찮은 것은 참으로 좋은 것의 적이라는 에드워드 콘즈의 말이 생각납니다.

AgalmA 2015-10-18 21:04   좋아요 0 | URL
안전을 포기해야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게 딜레마겠죠~.~;벼랑 끝에 가야 날 수 있듯이.
저도 이웃에게 들은 말인데, 적을 친구보다 더 가까이 둬야 한다는 말은 참으로 현명한 말. 헌데 생각과 행동을 저는 늘 ˝적절˝하게 연결시키지 못해 탈을 맞죠.

비로그인 2015-10-18 21:22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적절한 말, 정확한 지적을 둘러싸고 모순이 풀려 질서를 찾게 되고 무질서가 멈춰 버린다..
행동은 아니고 글쓰기에서만 적절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러시기를 바랍니다..

AgalmA 2015-10-18 21:41   좋아요 0 | URL
흔적님이 저보다 더 잘 아시겠지만, 질서와 무질서는 지속적으로 상박(相撲)하며 쌍융(雙融)하는 관계죠. 결코 하나로 융합되지는 않는, 여기서 저기로, 저기서 여기로 움직일 뿐 어디에서 멈춘다는 건 불가능하죠. (또 제 궤변의 스멜이; 알아서 들어주세요;;)열반의 속성이 그 멈춤을 말하는지 그 모든 현상 자체에 대한 긍정인지 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만...

행동과 글쓰기를 ˝적절˝하게 나누기도 어려운 저는 ˝적절˝장애자라 이 곤경이겠죠...

그래서 흔적님을 더욱 응원합니다. :)

비로그인 2015-10-19 07:1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글입니다...

2015-10-18 2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8 2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8 22: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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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8 22: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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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8 22: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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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8 22: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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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8 2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8 2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8 2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이 2015-10-18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갈마님 아갈마님 사랑하는 아갈마님 후훗 :)

AgalmA 2015-10-18 23:03   좋아요 1 | URL
귀여움에서마저도 한창훈 선생님을 이길 순 없겠죠. ㅎㅎ;;

수이 2015-10-18 23:08   좋아요 0 | URL
흐흐흐흐흐 독보적이지만 자리 탈환 언제나 가능합지요.

AgalmA 2015-10-18 23:24   좋아요 0 | URL
안할 랍니다. 야나님이 사랑하는 작가들이 얼마나 많은 지 다 알 거등요~ 이길 작가가 하나도 없어. 흥ㅎㅎ
그런 열정으로 <야나문>은 또 얼마나 사랑스럽게 꾸몄을 지...

수이 2015-10-18 23:2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아이 귀여워 귀여워 ㅋㅋㅋㅋ 저는 일 끝내고 이제 코야 하려고 했는데 막둥이가 맥주 한잔 하자고 하네요, 맥주 마시고 코야 하면서 아갈마님 꿈속에서 만나렵니다~

물고기자리 2015-10-19 15: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갈마님 글은 `예민함`이 개성이자 장점이신 것 같습니다. 시각적인 느낌으론 한 컷씩 줌인한 화면을 차례로 보는 것 같은 예민함이고, 소리로 치자면 작은 진동에도 예민하게 응답하는 현악기 같은 느낌이랄까요.. 어쩐지 아갈마님껜 짧은 단편소설이 어울리실 것 같은데, 언젠간 직접 써보시길 바랍니다^^

AgalmA 2015-10-19 18:32   좋아요 1 | URL
`예민함`이야 이곳 서재 사람들 공통 DNA 같은데요ㅎ;
(제 평가에 대한 것과는 별개로) 예민함에 대한 시각과 소리 비유 엄청 맘에 듭니다-0-)!
단편이야 늘 진행형이죠ㅎ. 와장창 까인 단편도 꽤 되고요;; 시와 장편이 제 목표이자 과욕이죠. 와하하하하))) 정신차려! 이 녀석아// 언제나 머릿속 우당탕@&:₩;&))
격려 말씀 감사드립니다 :)

물고기자리 2015-10-19 19:44   좋아요 1 | URL
저로선 칭찬의 의미인데 `소설 같다고` 표현하면 (아주아주 혹시라도ㅋ) 다른 뜻으로 전달될지 모르니 이렇게 에둘러 글에 대한 감상을 썼던 겁니다^^/ 예민하단 표현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시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이네요ㅎ 앞으로도 기대하겠습니다^^ 아갈마님, 시도 잘 쓰실 것 같아요~

AgalmA 2015-10-19 18:56   좋아요 1 | URL
흠, 말이 나온 김에 말씀드리면 전 평소 물고기자리님 리뷰를 `평론`으로 읽고 있습니다. 살짝 부담스럽기도 하시겠지만; 답례성 멘트는 아닙니다.
물고기자리님은 에둘러 말씀하시지 않아도 뜻을 잘 전달하시는 분이세요. 제 지적 능력부족으로 언어와 시스템 상의 판단 착오는 종종 하지만;; 이 `예민함`;;이 문장에 담긴 부정/긍정의 감정은 잘 파악하는 거 같거든요ㅎ;;
거듭 감사드립니다(꾸벅)

물고기자리 2015-10-19 19:05   좋아요 1 | URL
살짝이 아니고 백 퍼센트 부담입니다!!^^ 물론 감사하지만 ˝헐~!˝이라고 육성으로 소리 질렀거든요ㅋ/ 저도 답례가 아니라 아갈마님은 글의 뉘앙스를 잘 이해해 주실 거라 생각했습니다ㅎ 그나저나 여기 답글 다느라 손가락 아프셨을 텐데 저까지 보탠 것 같네요^^

AgalmA 2015-10-19 19:51   좋아요 1 | URL
헬헬ㅋ)) 물고기자리님이 ˝헐!˝하는 광경 상상하니 너무 웃겨요ㅋㅋ 저 때문에 부담가지지 마세요ㅎ; 지금처럼 물고기자리님 글 꾸준히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두런두런 얘기도 나누고^^
여기 달린 댓글은 모두 애정이 가서 전혀요^^🙌🏻
 
아주 지독한 농담

운동권의 자살이 "항거"였다면, 리뷰를 통해 본 <표백> 속 자살은 "세계에 대한 복수이자 자기 지배로서의 처단"이군요. 
이 세계의 의미없음에 침 뱉어주는 단발성이 아니라 피(血)로 균열을 내든지 장막을 드리우든지 흔들고 싶어 한달까. 이런 점은 장강명 작가 세계관과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의 작품들에서 그가 세계에 가지는 증오심이 강하게 전해집니다. 장강명 작가에 대한 환호는 현재 이 한국땅 사람들의 울분과 그것이 통했기 때문일 듯.
한국 작가군에선 장강명 작가는 독특한 발성이죠. 
(미천한 제 독서 상에서) 한국 작가들의 특징은 대체로 이랬습니다.
1. 속으로 끝없이 삭이거나(한, 애환, 비장미, 자연으로 동화됨, 자기애가 강한 자살, 타살 같은 자살 등 온갖 슬픔 총출동)
2. 유머 코드(과거엔 민족적 토속성, 현재는 시대성이 강함 ex)삼미슈퍼스타즈라든가 아내가 결혼했다 등등. 
    -누군가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소설은 소설 같지 않다고 말하지만, 그건 TV와 뉴스만으로도 충분하잖습니까. 저는 "현재(현상태)"와 "관계(위계와 연애사)"만 천착하는 폭 좁은 소설들이 지루합니다. 한국 문학이 이 상황인 건 (읽든 안 읽든) 결국 독자의 선호도와 관계 깊은 바이니 작가나 문단, 출판계 탓만 할 건 아니죠. 어찌 되었든 이 문젠 취향 차이와 대세론이 되겠습니다.
3. 유랑화(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글쓰기 자체로든) - 여기가 참 호불호와 비판이 많은 곳ㅎ;;

장강명 작가의 특장인 세계와 자기 파괴성은 한국적이죠. 다분히 이국적이고 스케일이 큰  "테러"나 "전쟁" 상황까진 안 나오는 걸 보면 말예요. 혹 다른 작품엔 나오나 모르겠어요? 지금 준비 중인지도;; 암튼 장강명 작가 작품에서 70년대 생들의 사고방식과 삶이 많이 보였고, 80년대, 90년대 생 작가군과 비교했을 때 뭐 랄까 딱히 꼬집긴 어려운데...발상의 신선함, 도약이 없어 보여서 아쉬웠어요. 또 모르죠. 지금 준비 중인지도;; 이건 준비한다고 될 게 아닌데 흠, 작가 역량에 달렸겠죠...
제가 기대를 완전히 저버리지 않는 건 장강명 작가가 가지고 있는 세계에 대한 도전성이랄까. 문학/예술이라는 미학적 세계가 아니라 진짜 세계에 대한 승부수를 노리는 자세에 있습니다.

감이 빠른 사람이라면 장강명 작가에 대한 평론을 준비하고 있겠죠. 조만간 장강명 작가에 대한 평론으로 등단할 평론가도 탄생할 걸요. 김애란 작가 나왔을 때처럼. 
"잉여인간"의 비교 고찰로 손창섭 작가와 장강명 작가를 비교해도 흥미로울 거 같은데...

실컷 얘기하고 나니 암튼 다 헛소리 같군요. 그나마 농담을 한 건 아닌 걸로. 


댓글(6) 먼댓글(1) 좋아요(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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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답변이라기 보다, 횡설수설
    from 아무님의 서재 2015-10-17 08:46 
    먼댓글이라는 걸 처음 해봐서... ㅎㅎ 장강명 작가의 인기의 시작이 확실히 현재 사람들의 울분과 통했기 때문이라는 것에 저도 동의합니다. 대표적인 게 <표백>과 <한국이 싫어서>가 되겠죠. 그리고 현재 한국문학의 특징이 저 두 가지 안에 다 들어간다는 것도 슬프지만 사실이구요. 대표적인 것이 백수죠. 혹자는 2000년대 초까지 한국문학의 지배소가 신경숙의 고백하는 문체였다면, 현재의 지배소는 백수 캐릭터라 말하면서, 한국문학사상 가
 
 
2015-10-17 17: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7 17: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7 17: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5-10-18 13:31   좋아요 1 | URL
생각보다 붉은 색 표지가 많지 않더라구요. 밝은 계열 중엔 많은 편이지만^^ 검은 색과 회색 등 무채색이 압도적이죠. 우주 관련 책은 거의 검은색~빨간색은 자본주의, 인간 심리 분석에 꾸준히 이용되는 듯. 파란색은 사회과학 분야가 많고^^

비로그인 2015-10-17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agalma님이 시를 소설 만큼 읽으신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요즘 준비하시는 것이 있나요? 농담은 결코 아닌 agalma님 말씀! 이상 끝...
재미 있네요...

AgalmA 2016-02-04 04:28   좋아요 0 | URL
^^카운트로는 한국 소설보다 시를 더 많이 읽었어요. 아무래도 분량이 더 짧다보니...
요즘 나온 시집을 읽어보려 주기적으로 훑어보는데, 다 거기서 거기 같아서....언어가 억지적으로 느껴지거나 감상의 나열...이 문젠 늘 있어왔죠. 닥치는 대로 시집 읽던 시기도 지났고, 제 선호를 뛰어 넘는 시집을 골라 읽고 싶은 욕심 때문에 선택이 쉽지 않아요. 자만심보다 제 기호상의 만족도, 시간에 대한 아까움 그게 복잡하게 얽힌 상황입니다; 그래서 관심두는 특정 시인들 위주로 읽는다거나 예전 시집을 반복해 읽는, 갇힌 틀 상황....오히려 시보다 소설이 제 만족도와 호기심을 더 채워주고 있죠.
제가 읽고 싶은 시(소설)를 더 쓰려고 노력하는데, 일 때문에 맥이 자꾸 끊겨 우울 바다입니다. 허허

몇몇 시집과 이성복 시론집도 조만간 읽어볼 생각입니다. 홀로 시에 대해선 걱정을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여러 분야 책에 관심을 가진 것도 사유와 언어의 확장 문제 때문이기도 하고요.
염려 감사드립니다/
 

 


며칠 전부터 계속 당신 생각을 했어.
여러 사람 우울하게 할까봐 참고 참았는데, 결국 쓴다. 글의 성질은 영원히 이런 것이지.

작년부터 내 카톡, 텔레그램 프로필 사진은 노 대통령과 당신이 양손을 번쩍 들고 있는 사진이지.
무대를 그렇게나 많이 올라가 놓고도 당신은 어색하고 부끄러워하는 표정이라서 그 절박한 진심이 잘 느껴져.
정치를 경멸했으면서도 이젠 행동해야 한다는 걸 스스로 제일 잘 알았으니까 감수해야 했던거야. 아니, 이젠 자신이 원하는 것이 그것인 거 였지.

노 대통령 서거 때 나는 내 친구를 걱정했고, 당신이 사망했을 때 그 친구는 나를 걱정했지. 당신 발인 날이 하필 내 생일이라서 얼마나 서러웠던가. 내가 죽고 싶은 날로 생각하는 그 날, 당신을 보내는 게 얼마나 원망스러웠던가. 그 날, 분명 내 일부도 죽었는데 그게 무엇인지 아직도 모르겠어.

그 날, 저녁 메뉴가 생생히 기억난다. 장례식장까지 같이 동행해주었던 친구가 어떻게든 기분을 북돋워주려 노력했지만, 우리가 즐겨 찾던 식당은 프랜차이즈 카페로 바뀌어서 우린 그 주위를 한참 맴돌아야 했지. 여기가 아닌가. 마침내 사라졌다는 걸 깨달았을 때 우린 거리에서 망연했지. 모든 인간이 그랬듯 살아있는 내내 사라지는 걸 보고 또 볼 테지. 뭘 먹어도 거기서 거기인 상황이라고 말하면서도 우린 찾고 있었지. 하하. 신천을 빙빙 돌다가 그냥 지쳐서 들어간 식당에서 먹은 질기고 맛 없던 냉면. 그런 것들이 다 내 인생이지. 뭘 맛있게 먹었으면 이 기억은 달라 졌을까. 죄책감에 또 울상이겠지. 지금은 맛 없는 냉면이어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하지. 아, 나 라는 인간.

당신에 대한 내 애도가 여전히 걸음마 지경일 때, 여기서 슈만과 당신에 대해 쓴 글이 처음으로 <이 달의 페이퍼>가 됐을 때 나는 얼마나 기쁘고 부끄럽고 슬펐던가.

이 편지를 쓰고 있는 와중에, 그만두길 다짐한 사무실에서 다급하게 일 좀 해달라고 전화가 왔고 나는 NO라고 말했다. OK 캐시백에선 암보험을 들라고 전화가 왔어. OK 캐시백이 이런 것도 하나? 내가 정중히 끊는 순간까지 상대는 간절히 무언가를 계속 말하고 있었지. 얼마나 비참한지, 정말 서로가 서로에게 이러지 않을 수 없는 걸까.
모두들 내게 무언가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내가 진짜 원하는 건 없어.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진짜로, 진짜로~그 나이를 퍼먹도록 그걸 하나 몰라. 이거 아니면 죽음 정말 이거 아니면 끝장 진짜......)

그 나이를 퍼먹도록 진짜 모를 수도 있는데, 진짜 라고 생각했던 게 ˝아주 오랜 후에야˝(2집 <Myself>) 아닐 수도 있는데...당신도 그걸 알았을 테지만 그 가사는 영영 고칠 수 없지. 순간의 박제, 이걸 끔찍하게 생각하면서 난 이렇게 편지를 쓰고 있네?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걸 상대에게 원해. 그건 또 끝없이 변하고 폭주해.

 

 

 

이때, 당신 음악 ˝질주˝가 흐른다. 참 절묘하지 않아? 아아...
당신은 없고 당신 목소리는 남아있다는 게 신기해. 아주.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목소리는 당신처럼 강렬하고 단단해.

 

 

 

 

 

 

˝나는 이 책을 오랫동안 썼다. 거의 20년이 걸렸다. 발전소에서 일했던 사람들과 과학자, 의료인, 군인, 이주민, 주민들과 만나고 대화를 나눴다. 체르노빌은 그들 삶의 중요한 부분이었고, 그들의 땅과 물 뿐만 아니라 그 속과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을 오염시켰다. 그들은 이야기하며 답을 모색했다. 우리는 같이 고민했다. 그들은 자주 서둘렀고, 시간이 부족할까 걱정했는데, 그때만 해도 그들이 하는 증언의 대가가 삶이라는 것을 나는 몰랐다. 그들이 반복해서 말했다. ˝적어 두세요. 우리는 우리가 본 것을 이해 못 했지만 그렇게라도 남겨두세요. 누군가 읽고 이해하겠죠. 나중에, 우리가 죽은 후에......˝ 그들은 이유 없이 서두른 것이 아니었다. 그 중 많은 사람이 이미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들은 다행히도 살아 있는 동안 신호를 보냈다.˝

˝주변이 다 새로운 세상이었다. 어디에든 새로운 적이 있었다. 죽음은 전에 보지 못했던 모습을 하고 나타났다.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고, 냄새도 나지 않았다. 물, 불, 꽃, 나무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익숙했던 색깔, 모양, 냄새가 나를 죽일 수도 있게 되었다. 낯익은, 그러나 낯선 세계였다. 몇 킬로미터나 되는 오염된 땅에서 오염된 지층을 벗겨내고, 시멘트 컨테이너에 넣고 묻었다. 흙을 흙에 묻었다. 집과 자동차도 묻었다. 도로와 나무를 씻었다.˝

<체르노빌의 목소리> 중


하지만 우리가 글자로, 행동으로 옮겨도 삶은 무엇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것이 절망스러워. 재레미 다이아몬드는 이 문제를 적확하게 짚고 있지. 이스터 사람들이 마지막 야자수 나무를 베어버리고 멸망했듯. 아무리 많은 정보로, 문자로 기록해도 소비와 망각에 빠져 석유파동, 가뭄, 홍수, 전쟁, 핵발전소 사고를 다시 겪듯.


재레미 다이아몬드 <왜 어떤 사회는 재앙적 결정을 내리는가>에서 진단한 ˝집단 의사 결정의 실패 요인 4단계˝는 어디에 대입해봐도 절묘하지. 핵 발전소, 인종차별,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국정 교과서, 지구 온난화, 인터넷 악플, 북플, 내가 꾸리는 작은 사회 `인생`, 어디든...

첫째, 문제가 실제로 발생하기 전에 그 문제를 예측하는 데 실패한 사회가 있을 수 있다.
둘째, 문제가 닥쳤는데도 사회가 그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셋째, 사회가 문제를 인지했더라도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실패했을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문제 해결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컬처 쇼크> 중



내가 제일 걱정스러워하는 건 셋째 요인 중 ˝문제를 인지하고도 불합리한 행동을 해서 문제 해결에 실패하는 이유 `심리적 거부(psychological denial)`˝ 이 부분이야.
재앙 같은 결과가 올 거라는 걸 알면서도 고통을 피하기 위해 거부하거나 회피하려는 인간 심리. 홀로코스트는 이런 인간 성질에 기반되어 있었고, 여전히 이 세계의 전쟁과 악을 키우는 자양분이지. 그래서 나는 ˝개인주의˝, ˝자아˝의 강조를 매우 의심스럽게 보게 돼(˝자유˝는 너무 큰 범주라 넣지 않았어). ˝자신˝을 중요시하는 그 심층엔 회피 심리가 있는 게 아닌지. ˝나˝라는 곳에 숨어 눈을 전망대 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는 지금 생존본능과 싸우자는 걸까.

이 모든 걸 아무리 많이, 무한히 연결해 생각하더라도 나는 이 세계도, 내 세계도 구할 수 없을 거야. `중요함`이란 아주 인간적인 기준이지. 세계 자체는 모든 것에 연결되어 있지만 모든 것에 무심하지. 실상 우리의 무심함도 세계에서 온 것일 테지.

˝The Ocean : 불멸에 관하여˝를 들으며, 오늘은 이만 쓸께.
잠에서 깨면 언제나 꿈은 산산조각 나있지. 그런데 삶에서 그걸 매순간 이어 붙이고 있으니 울고 웃을 수밖에.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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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10-16 16: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음 주 토요일, 히든싱어에서 신해철 편이 방영된다고 하더군요. 꼭 한 번 봐야겠습니다.

AgalmA 2015-10-16 19:27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까! 모르고 있었는데 정보 감사요!

다락방 2015-10-16 17: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제는 내내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를 흥얼거렸어요.

에이바 2015-10-16 17:14   좋아요 1 | URL
요즘 마왕 생각을 많이 하고 방금 마왕에 대한 글을 읽고 왔는데 아갈마님 글이 있어 반가우면서 울적하고 또 제가 흥얼거리고 있는 노래를 다락방님이 말씀하시니...

AgalmA 2015-10-16 19:29   좋아요 0 | URL
저만 그런 게 아니었군요.. 4월, 6월, 8월, 10월...참 이 나라는 달달이 사람 애끓게 하는 사건이 많아서....

2015-10-16 2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6 2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6 21: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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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6 2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7 0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7 0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7 09: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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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7 14: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고기자리 2015-10-17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일 년 동안 제가 듣는 음원 리스트 중엔 `민물장어의 꿈`이 늘 빠지지 않고 있었죠..

AgalmA 2015-10-17 14:57   좋아요 0 | URL
한 번씩 신해철이 참여한 015B 초창기 앨범도 자주 듣고 그랬어요. 이사하면서 사진이랑 브로마이드, 테입들을 처분했던 게 참 뼈 아프더라는...

북다이제스터 2015-10-18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일년...

AgalmA 2015-10-18 19:15   좋아요 0 | URL
replay...

나와같다면 2015-10-25 0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든싱어 신해철편을 봤어요..
도무지 잠을 잘 수가 없네요..

2015-10-25 0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25 0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25 0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25 04: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25 04: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27 2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27 2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와같다면 2015-11-03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르는 시간속에서
질문은 지워지지 않네
우린 그 무엇을 찾아
이 세상에 왔을까..

AgalmA 2015-11-13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나 더 힘을 내야 하는 거야. 왜 자꾸 앞으로 가라는 거야.
두려움이 아니라 끝없는 슬픔 때문에 이러는 거야. 그토록 희망과 절망을 노래 불렀던 당신.
이 展示된 삶을 균열내기 위해 계속 일어서야겠지. 그게 삶이라니...
눈물이 나서 오늘도 듣다가 끊는다,,,
힘을 낼께. 당신이 끝까지 그랬듯.
 
D-9

자라섬 풍경은 음악을 더욱 예술로 들리게 만든다




짜잔~ 저멀리 화장실도 이쁘지 않은가? 

복잡한 준비물은 No! 들을 자세만 있으면 된다~ 물론 몸이 여기 와 있지 않으면 곤란하다;

자, ((( 마음을 풍선처럼 한껏 ))) 




음악을 들으면서도 나는 더, 더 떠나고 싶었다...

흥분해서 사진 초점이 엉망;




물고기, 물고기 음표도 떠다니네~ 나도, 나도/




생각보다 차가 막혔고 도착하자마자 텐트치느라 정신없어서 1시간 잔 여파로 잠시 누워 있었는데, 

화들짝 눈을 뜨니 내가 잔 거였다!!! Zen()-Funk 마력이었나;;;

NIK BÄRTSCH'S RONIN(닉 베르취's 로닌)을 이런 식으로 들어 버리다니ㅜㅜ




관록의 SPYRO GYRA(스파이로 자이라)

파워풀한 그 모습을 배워야 되는데!




비가 오는 와중에 트릴록 구르투가 양동이로 천둥 소리 내는 거에 깜짝 놀랐다. 그가 잠시 음악의 神처럼 보였다




경고 너는 음악의 세계로 얼마 만큼 들어올 수 있니? 얼마나 떠돌 수 있겠니?

겁 먹은 건 내 마음 보따리 중 하나, 음악은 따라갈 마음 하나만 있으면 되지




로베르토 폰세카~ 기대만큼 흥겹고 귀여운 무대를 보여줬다~





가장 좋았던 공연은 잠비나이! 거문고로 메탈 포스를 보여 주다니! 예상했지만 정말이지~~~최고요~~헤드뱅잉 한참 해서 목이 뻣뻣))

공연에 너무 심취해 사진을 딸랑 하나 찍고 말았다ㅜㅜㅇ~~

품절된 EP 구할 수 있나 기대했는데, 본인들도 그 앨범은 없다고;;

재발매된 [차연]도 안 가져 오고 사인회만 딸랑, 아쉬웠다. 흑흑))

맨바닥에 철퍽 앉아 동영상 10분 찍은 거 잊지 못할 거요






음악을 찾아 마을을 쏘다니는 한밤의 나, , 우리




음악은 우리의 파수병~





구름의 파수병


 


만약에 나라는 사람을 유심히 들여다 본다고 하자
그러면 나는 내가 詩와는 反逆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먼 山頂에 서 있는 마음으로
나의 자식과 나의 아내와 
그 주위에 놓인 잡스러운 물건을 본다
 

 

 


그리고

나는 이미 정해진 물체만을 보기로 결심하고 있는데
만약에 또 어느 나의 친구가 와서 나의 꿈을 깨워주고

나의 그릇됨을 꾸짖어 주어도 좋다

 

 

 


 
함부로 흘리는 피가 싫어서 
이다지 낡아빠진 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리라
먼지낀 잡초우에
잠자는 구름이여
고생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세상에서는 
철늦은 거미같이 존재없이 살기도 어려운 일
 

 

 


방 두간과 마루 한간과 말쑥한 부엌과 애처로운 妻를 거느리고
외양만으로도 남과 같이 살아간다는 것이 이다지도 쑥스러울 수가 있을까
 

 

 


詩를 배반하고 사는 마음이여
자기의 裸體를 더듬어 보고 살펴볼 수 없는 詩人처럼 비참한 사람이 또 어디 있을까
거리에 나와서 집을 보고
집에 앉아서 거리를 그리던 어리석음도 이제는 모두 사라졌나 보다
날아간 제비와 같이

 

 


 
날아간 제비와 같이 자죽도 꿈도 없이
어디로인지 알 수 없으나 
어디로이든 가야 할 反逆의 정신

 

 


 
나는 지금 산정에 있다――
시를 반역한 죄로
이 메마른 산정에서 오랫동안 
꿈도 없이 바라보아야 할 구름
그 구름의 파수병인 나. 

 

 

 




<1956>

 

김수영 전집 Ⅰ 시 (1984년, 민음사 판)




 
 






이번 자라섬재즈페스티벌에서 산 유일한 앨범 

일본반이라 국내에는 없다. 

Ryuichi Sakamoto / Merry Chrismas Mr Lawerence를 비브라폰으로 편곡한 게 신기해서 이 앨범을 사게 됐다.
다행히 유투브에 Full Album으로 올라와 있으니 들어보길 :) 7번 트랙.


Ryuichi Sakamoto 피아노치는 모습은 언제나 감격스럽다.

피아노란 악기는 특히 신기하다. 바라보고 있으면 연주자와 악기가 서로를 끌어당기고 밀어내는 이상한 자장(磁場)을 느끼게 된다.

 

 

 

TRIO PAOLO FRESU -OMAR SOSA - TRILOK GURT(트리오 파올로 프레수 - 오마르 소사 - 트릴록 구르투) 앨범도 사고 싶었는데 품절로 사지 못했다;_;)...역시 늑장을 부리면 안된다;;!!

 

 

 


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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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자리 2015-10-13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속에서도 음악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

피아노 연주를 들어보니 피아노가 연주자를 연주하고 있는 것도 같아요:) 피아노 위의 촛불이 인상적이고, 뭔지 모를 고요함이 참 좋네요~

AgalmA 2015-10-13 11:08   좋아요 0 | URL
촛불을 흔들리는 영혼이라고도 하잖아요.
물고기자리님 글 속 울림처럼 :)

antibaal 2015-10-13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이나믹한 이야기 잘 일고 갑니다.

AgalmA 2015-10-16 19:24   좋아요 0 | URL
그랬나요....눈과 귀가 바쁘긴 했는데 돌아와서 생각하니 다 벽에 걸린 그림 같기만 하니~_~...

21세기컴맹 2015-10-13 18: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하셨길래 김수영이 알몸채로있는거죠?
가을 왕창 달려든 느낌 이 검불,들 감사하달 수밖에 없네요

AgalmA 2015-10-16 19:26   좋아요 0 | URL
어떻게 보셨길래 김수영이 알몸채로; 제가 뭘 잘못 올렸나 한참 골똘히 생각했습니다. 21세기컴맹님 가을은 어찌 진행되고 계신지...아무쪼록 몸은 건강히!

북다이제스터 2015-10-18 19: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작년 이맘 때 자전거 타고 자라섬 다녀 왔는데요, 왕복 5시간... 요즘 너무 좋은 가을인 듯...^^

AgalmA 2015-10-18 19:16   좋아요 0 | URL
체력왕! 가을을 즐길 자격이 되십니다!! 왕왕))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 희망과 회복력을 되찾기 위한 어느 불안증 환자의 지적 여정
스콧 스토셀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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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이트의 시작과 끝을 돌이킬 수 없어 유감

 

다윈 종의 기원은 1859년에 첫 출판되었다. 1856년생 프로이트가 뛰어다녔을 아이 때다그런데 상황으로 봐선 프로이트의 우울과 상실의 시작이기도 했다그가 태어난 해에 어머니가 다시 임신을 했고 남동생 율리우스가 태어났으나 곧 장염으로 죽었다동생의 죽음, 그로 인한 어머니의 우울증, 의지했던 유모와의 이별(p312)…….

시련 속에서 인간은 성장할 수밖에 없고다윈은 인간의 기원을프로이트는 인간의 의식을 개척한 선구자로 19세기부터 지금까지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여행 공포증을 비롯해 각종 불안과 강박에 시달렸던 두 사람기차공포증과 건강염려증이 심했던 프로이트비글호 여행 뒤 스트레스로 인해 두문불출했던 다윈(p42)은 자신을 치유하고자 했으며 그 때문에 더 연구에 열성이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면서도 신경증의 긍정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그런데 그 예민함은 중요한 발전의 기회를 놓칠 때가 있다프로이트는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고협력자였던 오토 랑크알프레드 아들러카를 융을 결국 추방(p313)했다프로이트가 다윈의 진화생물학을 연구에 접목하지 못한 건 특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존 볼비는 프로이트가 다윈의 작업을 좀 더 잘 알았더라면 생물학적 원칙을 정신분석학에 더 설득력 있게 통합할 수 있었으리라고 생각했다. (p328)

 

 

프로이트가 불안을 아동기의 성적 욕망으로 채워버린 첫 단추는 아래와 같이 전개되었다.


 

 

프로이트는 70대에 접어들어 마지막 작업 중 하나에서 드디어 불안에 대한 현대 과학적 이해에 근접하기 시작한 것이다그렇지만 그때는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프로이트의 추종자들은 오이디푸스적 갈등”, “남근 선망과 거세 불안을 가지고 경주를 시작했고 열등감 콤플렉스”(아들러), “집단 무의식”(), “죽음 본능”(멜라니 클라인), “구강기와 항문기 고착”(카를 아브라함), 또 좋은 가슴과 나쁜 가슴에 대한 환상”(이것도 클라인등으로 뻗어나갔다정신분석 이론이 2차 세계대전 이전 그리고 이후까지도 계속 발전하면서 불안은 억눌린 성적 욕망이라는 정신분석학적 시각이 한 세대 동안 정신의학을 지배했다.(p316)

 

 

 

§§ 병적 불안의 복합 동기

 

사실, 불안은 수천 년 묵은 논쟁 선상에 있었다. 스콧 스토셀의 다음 말은 장황하지만 불안에 대해 가장 포괄적이면서 타당한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병적 불안은 히포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현대 약학자들의 생각처럼 의학적 질환인가아니면 플라톤과 스피노자인지 행동 치료사들 생각처럼 철학적 문제인가프로이트와 그 추종자들이 생각하듯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와 성적 억압에서 비롯된 정신적인 병인가아니면, W.H.오든데이비스 리스먼에리히 프롬알베르 까뮈또 무수히 많은 현대 사상가들이 선언했듯 문화적인 병인 동시에 우리가 사는 시대와 사회 구조의 한 기능인 것일까?

사실을 말하자면 불안은 생물학적 기능인 동시에 철학적인 기능이기도 하고육체와 정신본능과 이성개성과 문화 모두와 관련 있다우리는 불안을 정신적심리적으로 경험하지만분자나 생리학적 층위에서도 불안을 측정할 수 있다불안은 유전에 의해 만들어지는 동시에 양육에 의해서도 만들어진다심리적 현상이면서 사회적 현상이다컴퓨터 용어로 말하면 하드웨어의 문제(배선이 엉망이다.)이면서 소프트웨어의 문제(논리적 오류가 있는 프로그램을 돌려서 불안한 생각을 일으킨다.)이기도 하다기질은 어느 하나에서 비롯되지 않는다위험 유전자라든가 어린 시절의 상처 같은 한 가지 원인에서 비롯되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사실 스피노자의 두드러지게 침착한 성품이 본인의 철학 덕분인지 생물학적으로 그렇게 타고났기 때문인지 어떻게 알겠는가스피노자가 유전적으로 자율신경 각성 정도가 낮기 때문에 고요한 철학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닐 수도 있지 않나?(p31~32)

 

 

상황을 좀 더 단순히 나누면, '정신약리학과 인지행동 치료의 충돌'로 볼 수 있다신경증을 뇌의 세로토닌 재흡수 문제나 유전과 유전자의 문제로 보는 과학에 바탕을 둔 환원주의적 시각은, 인간 각자가 처한 환경과 선택의 역학에 따른 영향(레나타 살레츨 『선택이라는 이데올로기』(http://blog.aladin.co.kr/durepos/7383173 )에서 심층적으로 살펴 볼 수 있다-Agalma)을 간과할 소지가 크다이는 프로이트가 인간의 다양한 생물학적 특성을 놓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유전학자들은 유전자 지도를 만들어 문제를 찾아낼 겁니다.’라고 말하지말도 안 되는 소리야유방암의 경우에도 유전적 소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영양 같은 환경적 요인이 있어야만 실제 암으로 발병하기도 하고 그래.” (p411에서 L박사)

 

1880년대 후반프로이트가 신경 의사라는 간판을 내걸었을 때에 프로이트나 다른 의사들이 가장 흔히 내리던 진단은 신경쇠약이었다. ‘신경쇠약이라는 단어는 미국 의사 조지 밀러 비어드가 두려움걱정피로가 섞인 증세에 병명을 붙이면서 널리 쓰이게 되었는데비어드는 이 병이 산업혁명의 스트레스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했다신경쇠약의 뿌리는 현대 생활의 압박 때문에 지나치게 긴장된 신경이라고 여겨졌다.(p245)

 

기원전 5세기 무렵부터 다양한 가치를 가진 낯선 사람들과 점점 더 많이 섞여 살게 되었고르네상스와 산업 혁명을 거치며 이런 경향은 극도로 가속화되었다그래서 특히 중세 이후로 자신의 능력이나 지위가 적당한지도덕적 전제가 타당한지를 되돌아볼 때 무언가 다른 불편한 감정이 일어났다.”고 케이건은 주장한다. “불안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런 감정이 인간 정서의 위계 질서에서 최우선하는 감정의 자리에 등극한다.” 어쩌면 인간이라는 개체는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삶을 살기에 적당하게 만들어지지 않았는지도 모른다내가 이득을 얻으려면 다른 사람이 손해를 보아야만 하는 냉혹한 제로섬 경쟁의 사회, ‘신경증적 경쟁이 연대와 협력을 밀어낸 사회 말이다. “경쟁적 개인주의가 공동체적 경험을 막고공동체의 상실은 현대 사회의 불안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롤로 메이가 1950년에 주장한 바다.(p395)

 

나의 불안을 편도 속의 이온으로 환원해 말한다는 건 내 성격이나 영혼을 뇌세포를 구성하는 분자나 그게 만들어지는 바탕이 된 유전자로 환원하는 것과 다를 바 없이 편협하다.(p263)

 


 

§§§ 만들어지는 불안들


의사들이 술자리에서 즉흥적으로 만든 범불안장애가 증상으로 만들어지고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사례, 1980년대에 처방약이 만들어져 병명으로 탄생한 공황 장애”, 만병통치약처럼 퍼지는 항우울제의 범람과 죽음들마릴린 먼로가 그때 선풍적이었던 밀타운을 먹지 않았다면 그 죽음은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소설가 데이비드 포스터 윌리스가 티라민이나 나르딜이 아닌 제대로 된 약을 먹었다면 2008년 그렇게 자살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을 짚어보며불안은 강약의 차이만 있을 뿐 살아있는 우리 자체란 생각이 든다스콧 스토셀이 롤로 메이가 불안의 의미』 개정판 서문에 쓴 글을 인용하며 말한 것에 나도 동감이다.

 

 

그러니까 불안은 영원한 인간의 조건이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주요 위험이 물리적인 적의 이빨이나 발톱에서 온다고 생각한다사실은 대체로 심리적이고 넓게 보면 정신적인 것인데 말이다그러니까 무의미와 대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p401) 

 

 



§§§§ 이 책으로 관심이 촉발된 세 가지 


1. 본문에 자주 언급되던 롤로 메이불안의 의미』를 한 번 읽어 보고 싶은데 번역본이 없으니; 최근 나온『신화를 찾는 인간』(2015.6),『자아를 잃어버린 현대인』(2015.2)을 기회 되면 봐야 할 듯. 


2. 우울 서적의 신화로 일컬어지는 로버트 버튼 『우울의 해부』(1621)가 1000쪽이 넘는 방대한 양이라지만, 불안과 우울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낮아질 기미 zero!) 시대에 제대로 된 국내번역본이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합니다만? 아무리 기다려도 안 나옴ㅜ;


3. 결핵에 걸려 의학 공부를 중단하고 요양원에 들어간 소설가 워커 퍼시 인생 스토리는 마치 토마스 만 『마의 산』같았음;; 요양원에서 도스토옙스키와 토마스 만, 키르케고르와 토마스 아퀴나스를 읽고, 과학이 인간의 불행을 해결해주지 못하리란 결론을 내린 뒤 가톨릭 신자로 개종! 퍼시가 요양원에서 유럽 소설과 실존철학 대신 이프로니아지드 치료를 받았다면, 퍼시의 삶과 철학은 얼마나 달라졌을까?(p294), 스콧 스토셀은 묻는다. 

의학자와 소설가 사이에서 우연처럼 운명처럼 퍼시가 하나의 길을 선택하게 만든, 불안. 

이 책에 소개된 바에 의하면 워커 퍼시 소설은 생물학과 과학 식견을 바탕으로 한 실존 소설로 보이는데, 돈 드릴로나 데이비드 포스터 윌리스의 작품이 떠오르기도 해서 흥미로웠다. 출판 바랍니다~

 

 

 

ㅡAgalma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서평단 참여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저자 스콧 스토셀처럼 중요한 일을 미루거나 회피하고 싶어하는 심리 때문에; 리뷰 기한을 하루 넘긴 거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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