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골상학 얘기에 문득...

골상학은 프란츠 요제프 갈(1758~1828)을 시작으로 구스타브 셰브(1810 - 1873), 요한 스푸르츠하임(1776~1832)으로 이어지며, 머리 형태가 사람의 성격 특성을 좌우한다는 이론을 내세웠다. 사이비과학으로 판명되었지만, 골상학 관념은 여전히 어설픈 심리학, 성차별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ex- 남자 뇌/여자 뇌 - 아래 그림 참조)

뇌와 신경중추, DNA를 조사하는 뇌과학 시대, 지금은 좀 나아졌다 할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건 아직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의식, 영혼, 자아는 어느 장소에 있는가!


˝영혼은 하나의 사건이다. 영혼의 장소는 뇌가 아니며 다른 어떤 신체기관도 아니다. 영혼은 성찰의 종합이다. 그러므로 영혼은 삶이 있는 곳에 있다˝
-루트비히 뷔히너(1824~1899) <영혼의 장소에 대하여>

ㅡ한스 J. 마르코비치, 베르너 지퍼 <범인은 바로 뇌다> 중

유물론자인 루트비히 뷔히너의 말은 관념적이기도 한데, 마르크시즘 시대를 거쳐온 들뢰즈 `사건의 철학`과 닮은 것도 같다.

 

 

 

 


2. 사건이 연결될 때

연말이 다가오고 2015 독서계획 중, 들뢰즈(<의미의 논리>, <안티 오이디푸스>, <천 개의 고원>)읽기는 어떻게든 처리해야겠다 싶었다. 세 책 다 읽기는 시작했지만 완료가 까마득)) 신간 그만 보고! 중고서점 뒤지는 것도 이제 그만해!(내 안의 독서 초자아의 외침) 들뢰즈 읽기가 완료되면 계획 60% 성공률! 계획의 좌절 속에도 내년에 또 계획을 세우겠지...흥미로운 신간도 계속 날 유혹할 테고(아아, 이게 제일 문제지. 올해도 그렇게 당했ㅜ).
이 실패의 범인도 바로 뇌!
무거운 의무감과 신나는 도전의식(이게 도대체 몇 번째인가...끝나지 않는 고통;) 속에 <의미의 논리>를 펼쳤다.

이 책에서 제일 처음 거론되는 1, 2계열- 플라톤과 스토아 학파는 서로 대립한다. 들뢰즈는 스토아 학파의 사건 개념을 받아 들인다.

˝플라톤에게 달의 둥그럼은 달의 질료에 구현된 하나의 형상이다. 그러나 스토아 학파에게 이 둥그럼은 달의 질료가 일정하게 배치됨으로써 생기게 된 표면효과이다. 플라톤의 경우, 달이 변화해도 둥그럼의 형상 자체는 하등의 변화를 겪지 않는다. 스토아 학파의 경우, 달이 변화하면 둥그럼 자체도 변화하는 것이다.˝(<의미의 논리> 중 이정우 교수 서론, p26)

플라톤과 스토아 학파를 골상학과 뇌과학으로 대입해봤다. 플라톤은 골상학의 논리라고 볼 수 있다. 내부 특성이 형태와 사건을 좌우한다는 식. 스토아 학파는 현대 뇌과학과 신경심리학이 섞인 걸로 생각된다. 뇌에서 특성을 맡은 유전자들과 기관들이 상호작용하고 외부와 만나며 사건과 의미가 발생한다. 완료는 아니니 끝없이 변화한다.
이 생각은 어디까지나 내 가정(假定)적 추론일 뿐이고 앞으로 바뀔 수있다.

˝사건이란 존재 세계에서 발생하는 것이고, 기호 체계 바깥의 그 무엇을 요청한다는 것이다˝(p27)

이 사건들을 인식하며 내가 무슨 의미를 만들지 나는 아직 모른다.
한 가지는 안다. 몇 페이지 넘기지도 않았는데 이런 식이면, 내 2015년 독서 계획 마무리는 무척 곤란할 거라는 걸...
이웃들의 독서 계획은 잘 되고 있으려나.


덧)
아래 첨부된 이런 이미지는 제발 웃고 넘어갑시다. 이미지와 `시뮬라크르`에 매번 당하면서도 또 당하는 우리.
그림 내용에 대한 공감이 아니라 이런 식으로 분류하는 문제를 웃으며 생각해보자 올린 건데, ˝이런 걸 자꾸 보게 되는 게 더 문제다!˝ 라고 폭발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주셔도 됩니다/ 고치는 걸 운명으로 생각하는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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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u:Do 2015-10-27 06: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웃들의 독서 계획도 엉망입니다. 계획과 실행 그 사이의 괴리는 항상 언제나 미지의 공간으로 남아 있지요 ㅎㅎ

AgalmA 2015-10-27 06:38   좋아요 0 | URL
저만 그런 건 아닐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전혀 기쁘진 않군요. 남은 두 달 잘해보자고요ㅜㅜ/

Clou:Do 2015-10-27 06: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 네. 함께 힘내보아요 ㅎㅎㅎ

cyrus 2015-10-27 20: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발자크가 요제프 갈의 골상학 이론에 심취한 적이 있어서 자신의 소설에 갈의 골상학을 자주 언급해요.

AgalmA 2015-10-27 21:47   좋아요 0 | URL
사람은 그 시대의 영향 속에 있어서 겠죠. 발자크가 프로이트나 융의 시대에 살았더라면 많이 달랐을 지도...

cyrus 2015-10-27 22:38   좋아요 1 | URL
발자크가 프로이트의 시대에 태어났으면 심리소설의 대가가 될 수도 있겠군요. ^^
 
사랑 예찬 프런티어21 14
알랭 바디우 지음, 조재룡 옮김 / 길(도서출판)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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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뇽 연극 페스티벌 무대에서 관객 대상으로 진행된 대담이다. 팟캐스트 인문학 특강 같다고 보면 된다. 
몰랐는데 알랭 바디우는 ˝연극은 몸으로 이루어진 사유˝(p94)라고 칭송하는 대단한 연극인이었다. 희곡, 오페라 집필도 하고, 젊은 시절에 몰리에르 <스카팽의 간계> 주연을 맡기도! 운동권 지식인들이 이런 경향이 많긴 했지만 철학자로만 알고 있던 터라 신선했다. 연극 속 극적 사랑, 연극계의 열정을 아는 바라, 알랭 바디우가 ˝사랑 예찬˝을 할 만 하겠군 했다. 
대담은 고전과 연극을 예시로 들며 설명해서 어렵지 않다. 해제가 거의 3분의 1이라 본문은 100페이지 조금 넘는다. 본문을 잘 따라가면 개념 이해는 쉽다. 가까이 가기에 두려운 철학(그/그녀)이 아니다^^; 무엇보다 주제가 사랑이니 집중될 수밖에 없다ㅎ!

1. 철학에서 사랑을 규정한 `낭만적 개념`, `계약적 개념`, `회의적 개념` 중 지금 시대는 `회의적 개념`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걸 짐작하게 했다. 사랑을 욕망과 섹스로 덮어버린 재난 지경이라고나 할까. 나는 라캉의 `결여의 욕망`도 `회의적 개념`에 해당된다고 본다. 
이런 철학적 사랑 개념이 아니더라도, 현실에서 사랑은 연애 or 결혼이라는 관계 등식으로 굳어져 있다. 불확실한 속성의 사랑 속에서 성장하기 보다 자신이 필요로 하는 확실한 사랑만 찾는다. 
온갖 법칙에 불구가 된 사랑의 상황들을 고쳐 보자는 게  바디우의 사랑 담론이다.


2. 바디우가 사랑에 가지는 낙관의 기원은 플라톤 `사랑ㅡ>진리(이데아)`다. 플라톤의 이 논리를 그저 외우기만 해 오다가 바디우의 설명을 들으니 쉽게 잘 다가왔다. 너무 속성으로 배워 미안할 지경. 바디우 씨 감사~
열정을 불신하는 철학자들의 우정 예찬과 빈번했던 동성애(*생물학적 동성애를 말하는 게 아님)는 `회의적 개념의 사랑`과 `진리 추구로서의 사랑`이 묘하게 얽힌 게 아닐까 추정해 본다.

3.`노아의 외투`(필리프 쥘리앵 <노아의 외투>, 한길사)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대항마로 학계에서 활발히 논의되지 못한 게 의아스럽다. 
`노아의 외투` 는 창세기에서 아버지 노아의 나체를 웃음거리로 만들려던 아들과 외투를 덮어 가려주었던 아들의 이야기다. 전자는 `반항하는`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적 아들이고, 후자는 아버지의 `결여를 메우려는` 아들이다. 후자는 계승, 동맹적 관계로 볼 수 있을 텐데, 알다시피 프로이트는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적 아들을 더 지지했다. 
여기서 내가 주목하는 것은, 자아를 강조하고 타자화를 양산해내는 시대가 그걸 더 받아들이려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점이다. 프로이트 이론의 승리가 아니라. 사랑에 있어 나르시시즘, 이기주의가 가장 골칫거리인 걸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4. DNA 특성들, 행동심리학이 인간에 대해 많은 걸 드러내주고 있는 상황에서 바디우의 이 사랑 담론이 어느 정도나 힘이 실릴까 싶지만, 파편화된 현대의 사랑을 다시 재발명 해보려는 마오주의자의 철학이 위안과 힘을 준다. 말만 했다하면 ˝헤어지세요!˝만 외치는 어느 철학자보다 낫군. 헌데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안다. 사랑이 상품화되어 만남 사이트가 광고되는 현실, 좋은 대상을 만나기만 바라는 보험 심리, 이렇게 모두가 사랑을 협소하게만 생각하고 자기충족만 추구하는 상황이라면 그 관계는 더 나아갈 수 없다. 
바디우가 사랑의 위기를 진단한 이 난국 속에 한병철 <에로스의 종말>은 어떤 해법을 말할까. ˝종말˝이란 단어가 매우 불길하지만, 바디우가 강조한 공동체적 사랑 ˝박애˝는 당연히 등장하겠지. 그리고 68혁명이 ˝섹슈얼리티와 사랑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시도˝(p107)했듯 그럴 가능성을 말해주고 있을까.
읽지 않은 책에 대한 갈망, 이것도 사랑의 어떤 모습 같다.
<에로스의 종말>이여, 어서 내게 오라~ 이 세계를 진리의 눈으로 보게 하라~ 삶을 긍정하기 위해.



ㅡAgalma

"사랑은 재발명되어야만 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ㅡ 아르튀보 랭보
"사랑은 하나의 사유다" ㅡ 페르난두 페소아
"사랑으로 시작되지 않은 것은 결코 철학에 이르지 못할 것" ㅡ 알랭 바디우가 하이퍼-번역(자신의 철학적 관점에 따라 완전히 새롭게 재구성)한 플라톤 <국가> 속 소크라테스의 말

정치의 목표는 공동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파악하는 것이지, 권력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마찬가지로 사랑에서도 그 목표는 차이의 지점인(지점으로 이루어진) 세계를 그야말로 하나하나 빠짐없이 경험해나가는 것이지, 종의 재생산을 확보하는 데 놓여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회의적 모랄리스트들은 가족이라는 체제 안에서 자신이 주장하는 염세주의의 정당화, 다시 말해 사랑이란 결국 종의 영속을 위한 하나의 술수이자 기득권을 확고히 물려받기 위한 사회적 계략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증거만을 보려 할 것입니다.

*역자 주) 지점(point)은 양자택일의 형태, 즉 `이것이냐, 저것이냐`와 관련된 선택과 장소를 가리킨다. 다시 말해 이는 주체적인 것과 객관적인 것 사이의 간격두기와 결합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지점` 개념은 주체의 선택과 장소를 동시에 가리킨다.(`선택이 있는 곳에 장소가 있다`) 지점을 다루는 것은 결국 영원한 진리의 국지적인 운명을 결정하는 일이라고 바디우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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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자리 2015-10-26 1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랑이란 상대에 대해 알고자 하는, 궁금해하는 감정이 유지될 때 가장 뜨거운 것 같아요. 내 편의나 필요대로 지레짐작하지 않고 그 대상 자체로 말이죠. 알고 싶은 욕망을 사랑의 한 모습이라 생각해서 그런지 책에 대한 갈망 역시 사랑이라고 확신합니다^^

AgalmA 2015-10-26 20:27   좋아요 1 | URL
이 책에 그런 내용이 있는데, 많은 문학과 예술 경우 사랑의 뜨거움에서 자멸하는 게 많아 정작 사랑의 진짜 승화를 잘 보여주지 못한다고 말이죠. 생각해보면 그런 면이 있긴 하죠. 문학과 예술이 현실을 담고 있기도 하지만, 그 특성상 극적인 전개와 갈등이 주요 요소이기도 하고, 그것이 다시 현실로 반영되는 순환을 만들기도 하죠. 단적으로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 당시 많은 이들이 자살했죠. 이건 위 본문에서 말한 `낭만적 개념`에서 진행되어 `회의적 개념`으로 도착한 사랑이기도 한데, 환상 속에서 사랑을 실현하려고 할 때 실패와 좌절은 당연할 겁니다. 환상과 현실이 맞아 떨어지긴 지극히 어려우니까요. 나 혼자도 아닌 두 사람이 그러긴 더 어렵죠. 그래서 바디우는 (어떻게보면 이상적일 수도 있지만) 모든 `지점`을 거치는 두 사람의 사랑을 말한 거고요. 이걸 한정된 방식으로 구현하긴 어렵죠.
그러고보면 참 재밌기도 합니다. 우리는 현실을 바꾸지 못해 환상에 빠지지만, 또한 환상이 결코 주지 못하는 걸 이 현실에서 구할 수도 있다는 것...

책에 대한 사랑, 물고기자리님이 확실히 동감해주실 줄 알았습니다😊

2015-10-26 20: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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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6 20: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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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6 22: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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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6 21: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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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7 06: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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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사 생각하면, 생각하던 걸 인정해 보면 나는 고양이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시기하고 있었을 것이다. 좀 더 자세히 보면 두 상태를 오가고 있었을 것이다. 앎에 대해서도, 자연에 대해서도, 사람에 대해서도. 100%가 아니라 해도 희석될 수 없는 무엇이 있다는 걸. 보고도 보았다고 당당할 수 없는 그런 것. 나라서.

당신은?

나는 집게벌레를 발로 차, 죽이지도 보이지도 않게 했다. 그러면서도 눈으로 좇고 있었는데, 집게벌레는 한참 버둥거리다가 슬쩍 죽은 척 하다가 어디로 갔다. 또 만나겠지. 짧은 시간이라면 다른 공간에서, 긴 시간이라면 다른 정신의 몸으로.

너무도 민첩한 내 사고, 내 행동에 지나고 나서야 경악한다.
내 사랑 개념이 얼마나 협소한 지 곧 깨닫게 된다.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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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5 18: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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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5 18: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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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5 18: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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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5 18: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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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5 18: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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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코 포파 <절름발이 늑대에게 경의를>에서 성동혁 <6>과 연결고리 하나를 찾다.

- 휴전선이 있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반도 분위기
- 크리스마스로즈(유럽에서 널리 자생하는 미나리아재빗과의 여러해살이 식물. 독성이 있어 한때 화살독으로 쓰이기도 했다)
- 가계도
- 언어의 초현실성

나는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게 찾는다. 현실과 아무 상관 없이.
찾고 나면 버린다. 그래서 기억을 잃는다. ㅁㅁ을 닮았다.
블랑쇼, 알고 있었습니까.
당신의 피난처는 언제 생겼습니까.


누군가 덜 불행할 순 없을까요. 오늘도 슬픈 이야기가 많아 잠들 수 없었습니다. 슬픈 노래는 듣지 않았습니다. 거짓말. 그런 표정 짓지 않도록, 나 대신 말해줘. 나와 아무 상관 없이.




그림자 만드는 사람



당신은 영원히 영원히 걷는다
자신의 개인적인 무한성 너머로
머리에서 뒤꿈치로 그리고 등으로


당신은 당신 자신의 빛의 원천이다
천정(天頂)은 당신의 머릿속에 있고
당신의 뒤꿈치에 설치되어 있다


천정이 죽기 전에 당신은 당신의 그림자들을 내보내
길게 늘여 스스로 낯설게 만들도록 하고
기적과 부끄러움을 행하게 하고
오직 그들 자신들에게만 절하게 한다


천정에서 당신은 그림자들을 줄여
적당한 크기가 되게 하고
당신에게 절하도록 가르친다
그리고 그들이 절하며 사라질 때


당신은 오늘도 이 길로 오고 있다
그러나 그림자들은 우리가 당신을 보게 하지 않을 것이다


바스코 포파 <절름발이 늑대에게 경의를> p139~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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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10-25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7년 1월, 이 시집을 읽었을 때(첫번 째는 언제인지 모른다. 두번 째 읽었다고 메모가 돼 있을 뿐) 기억이 하나도 남은 게 없었다. 모든 게 잘도 사라지는데, 왜 나는 아직도 여기지.
坐礁. 피항지는 없다.

나와같다면 2015-10-25 0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대학 1학년때.. 그 사람이 전해줬던.. 쪽지..
순간 같은 사람인 줄 알고.. 헉! 소리와 함께 벌떡 일었나 앉았어요..

AgalmA 2015-10-25 04:10   좋아요 0 | URL
세상엔 불행한, 아니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시기가 왜이리 많죠~_~;

나와같다면 2015-10-25 04: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서로의 구원을 갈구한다.. 그는 오른쪽 구석에서.. 그녀는 .. 그러나 그 공간은 사각형이여서.. 그 시선은 왜곡되고..

잘 기억나지는 않네요..

어린 그 시절.. 연애편지 치고는 좀 무거웠네요..

AgalmA 2015-10-25 05:11   좋아요 1 | URL
˝절름발이 늑대에게 경의를˝ 이 구절과도 비슷하네요.

˝나는 네발로 기어 그대 앞으로 간다
그리고 그대의 은총 속에서 울부짖는다
마치 그대의 위대한
초록 시대 속으로 들어가듯이˝
 
잔혹함에 대하여 - 악에 대한 성찰 철학자의 돌 2
애덤 모턴 지음, 변진경 옮김 / 돌베개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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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함에 대하여> 아트웍 평
책 [미리보기]로 느낄 수 없는 이미지 소개~

1. 표지에서
<악>이 오목새김(음각) 되어 있는 건 참 상징적입니다. 주위에 스며 있지만 사람들이 제대로 알려 하지 않거나 묵인하며 쉽게 지나치려 할 때 걸려 넘어질 거라는 듯, 악은 고요히 숨어 미소짓고 있습니다.
글씨는 빨간색인데, 왜 악은 무색일까요. 그 투명성은, 악을 우리가 명확히 잡아내기도, 빨갛고 선명하게 말하기도 어렵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본문에도 나오지만 폭력과 악은 같은 게 아닙니다. 우리는 잘못과 악도 쉽게 혼동하죠.

2. 표지를 넘기면
저자 소개와 함께 맞은편에 붉은 점들이 흩뿌려져 있습니다. 우리가 보지 못한 피해자가 피흘리며 지나간 자국처럼 그렇게 몇 페이지가 이어집니다.

3. 서문 전에
소개되는 인용문....수용소에서 목격한 악을 말하는 프리모 레비, 일상에서 목격한 악을 말하는 C. S. 루이스

4. 마지막 장
악은 여전히 이곳에 있다는 듯 피를 뿌리며 끝납니다.


책 디자인만으로도 한 편의 이야기 같죠.
표지에서는 테리 이글턴 <악>보다 애덤 모턴 <잔혹함에 대하여>에 저는 한 표/

& 컴이 고장난 관계로 글과 이미지를 원활히 연결 못한 점 양해 바랍니다-,.-; 컴 고치면 이 글도 고칠 예정;




** 애덤 모턴과 테리 이글턴
<악>의 저자 테리 이글턴처럼 애덤 모턴도 악을 이해할 수 없는 걸로 상정하고 접근하면 안 된다는 논지입니다. 인식하는 이해 없이 어떻게 제대로 볼 수 있습니까?
테러리즘에 대한 챕터를 읽으며, 테리 이글턴도 <성스러운 테러>를 다뤘던 걸 생각하면 두 저자가 관심 가지는 주제, 철학 탐구 유사성을 비교해보고 싶게 합니다.


테리 이글턴 <악>이 문학비평 성격이 강한 고찰이라면, 애덤 모턴 <잔혹함에 대하여>는 역사적 사건과 사례분석 중심으로 심리학, 사회학 관점이 강해서 두 책을 비교하며 함께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빨간책방>에서 이동진 씨가 왜 <악>이 아니라 <잔혹함에 대하여>를 선택했는지 알겠더군요. 이 책에 영화 얘기가 다수 나오기도 하지만, 저자의 분석이 (흔히 철학자들이 그러하듯) 이론화에 집착하기보다 현실에 밀착해 있어 다가오는 게 많습니다. 챕터가 끝날 때마다 본문 내용과 관련된 많은 참고 논문과 이론을 언급하며 정리까지 해주니 전문성은 염려 마시길~ 무슨 빨간펜 선생님처럼 요즘 이런 양식 많이 보이네요.


˝세계의 불행 중 상당수는 우리가 쉽게 악으로 분류할 수 없는 방식으로 행동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무분별, 무신경, 무지에서 발생한다. 상당수의 불행은 증오나 사디즘에 빠진 소수의 행동 때문이 아니라 신중함이나 상상력이 부족한 다수의 행동에서 비롯된다.˝ p 19


*** 민주주의 시대 악의 평범성
<잔혹함에 대하여>는 한나 아렌트 `전체주의 시대 악의 평범성` 분석의 업그레이드라 하겠습니다. 그 분석이 간과한 점도 짚고 있고요. 바로`민주주의 시대 악의 평범성` 분석판이라 하겠습니다.
단순히 악에 대한 철학서가 아닙니다. 우리가 현실에서 무수히 만나는 크고 작은 악을 상상하고, 사고하고, 대입해 보게 만드는 실용서이기도 합니다. 마치 악의 컬러링 심리북을 따라 그려보는 듯한!

연쇄살인범,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경우 범죄 분석 위주가 아니라 우리가 바라보는 판단의 맹점과, 인간과 쥐의 유전자가 99% 유사하듯 평범한 사람들과 범죄자의 심리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비교 분석해 보여 줍니다. 나머지 1%가 만들어내는 차이, 저자는 그것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상상력이라고 말합니다.
이 챕터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통념(그들은 다르다), 범죄자에 대한 일반화(성장기 트라우마와 학대, 뇌 이상, DNA 결정론)를 다시 생각하게 해 <그것이 알고 싶다>보다 더 흥미로웠습니다.

<잔혹함에 대하여> 본격 리뷰는 테리 이글턴 <악>을 다 읽고 나서 올릴 생각입니다~


악 잡으려다 잠을 놓쳤네;
악을 제대로 알아 보려면 일단 잠을...Zzzzz
바깥에는 비가 쏟아졌다.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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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10-24 2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이 독특해요. 목차가 표지가 되다니. 국내에 이런 출판 시도는 이 책이 처음일 겁니다. ^^

AgalmA 2015-10-24 22:44   좋아요 0 | URL
표지가 정말 예술이라서 좀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대중서를 염두에 둬서 그런지, 악의 역설적인 성질 때문인지 더 심층적인 도출까지 제시 못하고 급마무리된 감은 있지만, 기존의 통념을 건드리는 철학의 개시가 좋더군요. 일반적인 범죄심리학 책보다 더 좋은 듯 :) 분량이 부담스럽지 않아 진입벽이 높은 것도 아니고 표지도 멋지니 금상첨화 아니겠습니까.

페크pek0501 2015-10-25 0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두 권을 비교하며 읽는다면 좋은 리뷰가 나오겠군요. 기대가 됩니다.
저도 악과 악인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요.

AgalmA 2015-10-25 01:1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pek0501님. 테리 이글턴 <악> 리뷰 쓰셨던 것 봤어요 :)
서로 인간과 정신에 관한 관심이 많구나 생각했더랬습니다. pek0501님이 <잔혹함에 대하여> 리뷰도 써 주시지 않을까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악>도 먼저 읽으셨고 해서^^
제가 책을 좀 우발적으로 읽는 경향이 많아서 <악> 보다가 갑자기 <잔혹함에 대하여>를 읽은 터라 뭔가 좀 꼬였어요ㅎ;
지금까지 <악>을 읽은 거로 봐선 테리 이글턴과 애덤 모턴이 ˝범죄자˝를 보는 관점은 좀 다르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악> 다 보고 정리해야 할 듯^^;;
개의치 않으니 pek0501님이 비교해주셔도 좋을 듯^^

풀꽃놀이 2015-11-09 0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면지에 흩뿌려진 피는 그냥 흩뿌려진게 아니라...다른 페이지에 있는 `악`이라는 글자에 상응하는 자리에 붉은 점을 찍은 거예요. 앞쪽 면지의 경우는 표지, 차례 첫째쪽과 둘째쪽, 본문 첫째쪽(13p, 옮긴이주를 표시하는 도형까지 포함) 순서이지요~~ 그런데 아직 뒷쪽 면지는 어느 쪽을 형상화한 것인지 찾지를 못하고 있어요~~^^ (포스팅된 날짜가 좀 지났으니 Agalma님은 이미 찾으셨을지도...) 내용도 좋은데 그림 맞추기 재미까지 주는 멋진 책이네요. 확실히 표지 디자인은 소신과 철학까지 엿보인다는 점에서 요근래 본 것 중 최고인 것 같습니다. 다만 내구성이...비오는 날 영접해왔더니 벌써 쭈글쭈글 ㅠㅠ
멋진 내용에 대해서는 고수님들께 패쑤!!

AgalmA 2015-11-14 22:53   좋아요 0 | URL
그랬군요. 여러 책을 읽는 터라 확인은 아직 못했습니다. 다시 읽어볼 때 더 찬찬히 보겠습니다. 참고 말씀 친절히 덧붙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내구성은 정말이지 좋은 점수를 줄 수 없죠. 헌데 그 생각도 했습니다. 그처럼 쉽게 망가지는 것이 악을 말하는 이 책 논지의 상징성 같기도 하다고요. 저도 고수가 쓴 멋진 리뷰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오늘도 비가 오는데... 또 어떤 책과 만나고 계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