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보면, 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 기쁨에 들떠 말했다가 누군가 그 책을 먼저 읽어 전해 듣는 서글픔을 겪기도 한다. 서로 다 읽고 의견 교환을 하게 될 때의 기쁨과는 아주 먼 기분이다. 책 읽는 이들은 이런 희비를 잘 안다. 매번 다 읽고 말해야지 하면서도 책에 대한 내 감격은 내 후회를 아랑곳하지 않고 앞서 간다. 그래서 다들 방도를 짠다. 내 경우, 남들이 안 읽는 책을 읽거나 남들 물리고 난 뒤 파장 분위기 책 밥상에 앉고는 한다. 엉뚱이나 뒷북쟁이가 되는 거지...

책은 사람과 떨어져 있지 않으면 제대로 읽을 수 없다. 기이한 운명 아닌가. 사람과 잘 살자고 삶의 지혜를 얻으려 읽는 일이 삶과 동떨어지게도 만든다는 것이.

 

새해 들어 질 들뢰즈《의미의 논리》와 씨름하며 홀로 야간 등반하는 기분이었다. 섬세한 각주로 도움을 주려는 이정우 교수의 노고는 분명 느껴졌지만 번역이 많이 아쉬웠다. 개정판이 꼭 필요하다. 어느 계열인지 일일이 찾기도 머리 아픈데, 형이상학 논의가 개념 나열로 점철되어 있어 어느 부분은 단어만 따라가는 기분이었다. 중반부터 반복되는 개념들(지시-기호-현시 작용, 표면적 사건 등등)에 익숙해지고, 후반엔 정신분석, 생물학, 사회학 관련해 읽어나가게 돼 숨통이 조금 튄다. 왜 이다음 책이 《안티 오이디푸스》가 되었는지 이해하게 됐다. 가타리를 안 만났다면 어떻게 진행되었을지 그 점도 흥미롭다. 여하간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게 돼 뜻깊은 독서였다. 뜻하는 바 있다면 건질 수 있는 게 많은 책이다. 프로이트를 비롯해 멜라니 클라인에게서 간과한 점, 시몽동 등등 새롭게 살펴볼 독서 지표들이 많이 생겼다.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나의 투쟁 1》은 두께에 기가 질려 당장 구매할 의향이 없었는데, 샘플북을 보고 덥썩 사게 됐다. 이 문장 때문에.


 

˝일종의 신사협정처럼, 정해진 법칙에 따라 삶을 내주기라도 하듯, 죽음은 생명이 완전히 꺼져버릴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리다 몸속으로 서서히 들어온다. ˝

 

죽음에 대한 자료 조사로 채워진 인문학 책들의 표현들과 질적으로 다른 무게감이다.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같은 소재로 쓴 데이비드 실즈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한다.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의 문체는 죽음을 그리기에 정말 어울리는(?) 육중한 문체다. 어떻게 이런 무게감을 가지게 되었을까 그의 인생이 궁금해졌다. 그 투쟁을 기록했다니 책을 읽어가면 자연스레 알게 될 일.

쉽지 않은 문체지만 권한다. 다 읽지 않고 나는 또 이렇게 책 전도를 하네ㅜ.ㅜ 병이다. 병.



책 무게감에 어울리지 않게 이 책 구매로 드디어 도라에몽 컵이 생겼다! 사고 나니까 이 책 끼워 사면 북 커버도 주는 행사가!!! 알라딘, 정말 너무 합니다ㅠ.ㅠ

700 페이지 되는 분량에 비해 책값이 싸니까 여러분의 장바구니에 유용한 책인 걸 알리며, 저는 또 장렬히 전사... 했다가 책과 함께 돌아올게요. 흑/

같이 온 필사 노트는 유언이라도 적어야 할 듯한 분위기...

 

 

요 며칠 많은 죽음이 스쳐 지나가 나는 애써 밝은 척, 담담한 척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래도 되는 건가, 이렇게 흘러가도 되는 건가, 수많은 죽음 앞에 나는 이미 그러했고.

우리의 '척'은 너무도 많은 걸 내포하고 있다. 말을 하면서 하지 않으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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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매번 다 읽고 말해야지 하면서도 책에 대한 내 감격은 내 후회를 아랑곳하지 않고 앞서 간다는 글에 대해..
    from 흔적의 서재 2016-01-20 08:31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본은 '홀로 천천히 자유롭게'가 아닐지요? 토마스 만이 '토니오 크뢰거'에서 "표현의 즐거움이 우리들을 깨어 있게 하고 우리들에게 활기를 주지 않는다면 영혼을 아는 것만으로는 틀림없이 우울하게 되고 말 것.”이라는 말을 했지만 글을 쓰는 사람은 글을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이 먼저 읽었어도 그들이 이해한 부분에는 단점이나 오독 부분 나아가 나에게는 별 도움이 안 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
 
 
[그장소] 2016-01-20 04: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오늘 와쪄요~계란이..아니고 ~인증해 줄게요!^^
낮엔 어휴 보일러 얼어서 정신이 없어 오늘 글은 못썼어요.ㅠㅠ
책읽은것 정리고 뭐고 하나두 못하고..고양이 세수
했다능~
또라에몽이가 생겼군요 @ㅅ@
부럽부럽!^^

말로 표현할 수 없기에 말해지지 않는 것들은
내가 닿을 수 없는 곳에 있지만 , 그렇다고 그것들이
세상 밖에 존재하는 것이라고는 할 수없다.
이것들은 우리 주변에 널려 있고,
우리는 이것들 속에 포함되어 있으며,
우리는 이러한 것들 자체라고 할 수 있으니까,

크....옳다.


AgalmA 2016-01-20 05:04   좋아요 1 | URL
그장소님, 안녕요^^/
저도 보일러 온수 얼어서 어제 새벽, 오늘 오전 바빴어요. 낼 아침은 또 어찌 될 지ㅜㅜ 어, 벌써 새벽이;;;
고양이 세수ㅎ라도 하셨으면 됐죠, 뭐.
또라에몽 사진보다 더 귀티나서 어화둥둥 내 컵이로세~한답니다. 들고 출퇴근할까 싶어요. 이 무슨;;;

크라우스고르 문장이 어찌 보면 너무 과한 격언조이기도 한데, 폼에서 나오는 게 아닌 게 글호흡에서 묻어나요 :)

[그장소] 2016-01-20 05:02   좋아요 1 | URL
저는 물을 똑또르르똑 떨어지도록
지금 약간 수도꼭지를 풀어놨어요.
온수쪽...욕실 ㅡ그래서..욕실은...약간
수증기....
그래도 거실 우풍은 와...겨울왕국의 그녀가
백허그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전 지금 담요와 이불을 이중으로 겹쳐 뒤집어
쓰고 있건만...
이글루 안이 차라리 ...차라리...흑흑..ㅠㅠ

크라우스고르 문장 였군요.
그런데 전 저 문장이 너무 와닿아요.
뭔가 딱 짚어내 말하긴 뭣한데 있긴 한 ㅡ것들
우리가 읽는 책의 문체 들 ㅡ분위기들 ㅡ
그런것들 ㅡ만 놓고도 얘기해도 아..알것같아.
그러는..기분...예요.
위로받는 느낌.

AgalmA 2016-01-20 05:06   좋아요 1 | URL
크라우스고르 필사노트에 있는 책 속 문장 ^^
한 반년 기다리시면 제가 중고책으로 안 잽싸게 보내드릴 수도ㅋ;;;
겨울왕국에서 잘 살아남으셔야 해요ㅎㅎ/

[그장소] 2016-01-20 05:09   좋아요 1 | URL
으흣 ㅡ반년 ㅡ까이꺼...대충 기다릴게요! ^^
먼저 구하면 야도 ~!찍고요!^^
Agalma 님도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잘 살아 남으시길....^^ v

2016-01-20 0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20 15: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살리미 2016-01-20 08: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의 투쟁은 워낙 작가의 눈빛이 심상치 않아서 궁금하긴 했었어요. ㅎㅎ
분량도 엄청난 책이구만요~
어제 북커버때문에 책 몇권 또 끼워맞춰 구입했는데 이럴줄 알았으면 이 책 넣을걸 그랬어요 ㅠㅠ

AgalmA 2016-01-20 13:56   좋아요 0 | URL
앞으로 5권이 더 나올 예정이라니 마음 단단히 먹어야 겠습니다;
쿠폰, 적립금 바닥나서 담달 될 때까지 책 안 사려고요ㅎ; 쿠폰 할인 없이 책 사는 것까지 허용할 수 없다! 하믄서ㅎ;;

책읽는나무 2016-01-20 09: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하~ 요책으로 도라에몽 한 마리를 덥썩!!! 음~~저도 민트 도라에몽 한 마리를 더 구해다가 쌍둥이들 싸우지 않게 해줄까!!!!심히 고민 좀~~^^
또 어떤 합리화를 병행해야할지^^

`죽음`이란 단어가 밤만 되면 좀 공포스러워 잠을 잘 못자던때가 있었죠!
지금은 좀 많이 나아졌지만 한 번씩 `죽음`에 대해 깊게 파고들면 또!!ㅜㅜ
파고들다가 그만 어느새 꾸벅꾸벅 졸기가 다반수지만요^^
`죽음`에 관한 책들을 읽으면 되려 치유가 되는 묘한 반전이 있어요!
책을 읽다가 바로 꾸벅꾸벅~~~그게 치유가 되는????^^
이책은 두께감도 있어 치유가 많이 되겠어요^^

AgalmA 2016-01-20 13:29   좋아요 2 | URL
민트하고 파랑 사이에서 갈등 좀 하다가 결국 민트^^ 셜록 컵도 검정과 초콜렛색 사이에서 또한번 시련을 겪지 않을까 합니다ㅜ;;

이 책 속 문장은 사유할 게 참 많은 거 같아요. 웅크려 세상을 보는 겨울에 특히 더...
˝세상 속에 살며 세상의 무게를 느끼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로 산다 할 수 있는가. 무게를 느끼지 않는다면 우린 가벼운 그림 한 장과 다를 것이 없지 않은가. 힘을 쓰지 않고 모아둔다면, 모아둔 힘은 도대체 어디에다 써먹을 생각인가˝(크나우스고르)

지금행복하자 2016-01-20 09: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전도를 피하는것이 지금은 나의 투쟁인듯해요 ㅎㅎㅎ
나의 투쟁은 제목이 심상치 않아 관심이 가지만... 허벅지 누르며 참고 있어요 ㅋㅋㅋ

한파가 오니까 동파때문에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군요~

AgalmA 2016-01-20 13:23   좋아요 1 | URL
책 전도에 강직한 이웃이 많아 제 부담이 좀 줍니다ㅎ; 번역 다 된 뒤 한꺼번에 읽으셔도 좋겠죠. 1권은 이 계절 읽기에 딱인 거 같긴 해요. 겨울과 봄 사이, 죽음과 삶 사이를 오가는 분위기에 적절하다고도.

이번 겨울은 그나마 덜 추워서 고생은 덜했던 거 같아도 문제가 닥치면 큰 일은 큰 일이죠~_~

초딩 2016-01-20 13: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의 투쟁의 문구가 울프의 등대로를 읽고 나서인지 친숙하게 느껴지네여. 초딩 질문인데 나의 투쟁 1이면 2도 있나요? 찾아보니 없었던 거 같은데 흠 :-)

AgalmA 2016-01-20 13:19   좋아요 1 | URL
<나의 투쟁>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총 6권, 3622쪽.˝이라고 합니다. 40년 인생을 정리하자면 많은 것도 아니겠지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규모급이죠;
앞으로 속속 도착하겠지요. 한길사 책은 인문고전만 접하다가 이 책을 만나고보니, 소설도 잘 고르고 잘 만들었다 싶습니다.

오, <등대로>! 저는 읽다가 말았는데....그 독서도 무지 부럽네요~

초딩 2016-01-20 13:27   좋아요 1 | URL
김언호 이사장님 (한갈사 이사장님, 헤이리 예술인 마을 조성, 지혜의 숲 만드신) 참 존경하는데 한길사 책은 참 안 사지더라구여. 이 번 기회에 한길사 책 한 번 사야겠습니다 ㅎㅎㅎ
우어 저는 울프에 완전 빠져버렸어요. 자기만의 방도 곧 들어갈 거 같아요 :-)

초딩 2016-01-20 13:28   좋아요 1 | URL
음 등대로 어느 출판사꺼에요? 오랜만에 열린책들꺼로 샀는데 역자 분이 위대하시더라구요 :-)
울프와 역자분께 빠졌습니다. 정확히는

AgalmA 2016-01-20 13:53   좋아요 1 | URL
한길사와 동서문화사가 인문고전 시리즈 판형(하얀 책배게 있잖습니까ㅎ;;)이 비슷해서 자주 헷갈리곤 해요ㅎ;;
저는 아주 오래된 삼성출판사 세계문학 시리즈로 가지고 있는데, 제임스 조이스 <젊은 예술가들의 초상>과 <등대로>가 같이 묶여 있는 책^^ 김종운 씨가 번역했는데, 그리 활발한 번역가는 아니고 미국 현대문학 전공자. 최근엔 한국 고전소설을 영역하는 작업을 하고 계시더군요.
좋은 번역가를 만나 울프 독서에 순항을 맞으셔서 축하/

양철나무꾼 2016-01-20 16: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런 유혹을 받아도 말이지요~--;
당근 안 살거란 말이지요, 췟~(,.)
밀린 책들로 탑을 쌓아야 해요. 작은 거 말고 타워크레인 정도~.아갈마님 미워~~~~~=3

AgalmA 2016-01-20 16:34   좋아요 0 | URL
안 사실 거면서 왜 미워하십니까ㅜㅋㅜ 억울해욧ㅎ!!!

cyrus 2016-01-20 2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길사가 작년 말부터 《나의 투쟁》을 꾸준하게 밀어주더군요. 작가가 노벨 문학상 후보에 포함된 적이 있다던데 한길사도 노벨상 효과 이익을 내심 기대하고 있을 겁니다. ^^

AgalmA 2016-01-21 15:22   좋아요 0 | URL
그런 생각이 있었던 거 군요. 어쩐지 국내엔 낯선 작가 책을 엄청나게 공들인 티가 나서 갸웃했는데^^ 나중에 노벨상 받으면 책이 역할 단단히 할 듯ㅎ 1권 책 표지를 벗기면 뒷면에 작가 브로마이드가 있어서 벽에 걸 수도 있거든요ㅎ 기발한 아이디어다 했는데, 이제사 생각하면 작가의 카리스마 보다 노벨상 받고 났을 때를 노린 거란 생각이?
 

잠바 - ‘이 세계에서의 나가 있기에 그것은 온다

“제 잠바가 언제 오는지…….”가 잠시 일상에 화두가 된 이웃분 글을 읽다가(http://blog.aladin.co.kr/710563160/8148309), 글쓴이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세상의 원리가 담긴 문장이라 생각했습니다. 내 인연은 언제 오는지, 내 운(성공)은 언제 오는지, 내 죽음과 세상의 멸망은 언제 오는지, (깨달음)은 내게 언제 오는지 ……. 온통 언제 오는지를 바라고 기다리는 삶. 기다리는 자는 오로지 입니다. 시간과 사건과 관계 속에 그렇게 는 만들어집니다.

사는 건, 잠바라고 툭 내뱉듯 조금 촌스럽고 조금 구차한 기다림의 연속이라고 상투적으로 말해 봅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머릿속 어딘가에서 모리쇼 블랑쇼의 안개가 피어오르는 것 같습니다. 머리 뚜껑 열렸다 그런 뜻은 아니고요; 모리스 블랑쇼의 기다림은 상처와 죽음이 소용돌이치는 망각과 한 몸이었습니다. 오에 겐자부로의 기다림은 상처와 죽음의 소용돌이 속에 의지와 한 몸입니다.

 소설은 노인이 앞으로 어디로 향하건 온 힘을 다해 남은 생을 살아가려 한다는 것이 주제니까요.” (오에 겐자부로, 읽는 인간, p17)

 

 

여러 책을 한꺼번에 읽는 일이란...

오에 겐자부로 읽는 인간을 읽다보면 그가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 가져온 그래 좋다, 나는 지옥으로 가겠다.”는 문장으로 작가의 길을 결심하는 대목이 나오죠. 랭보의 시집 제목 지옥에서 보낸 한철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작품 각각의 심오함은 이 자리에선 잠시 제쳐 두고 제가 주목하는 점은, 젊은 날 우리가 지옥’, ‘어둠’, ‘이란 개념을 잘 모르면서도 치기와 호기심에 거리낌 없이 즐겨 썼다는 것. 그리고 더 연결 지을 것들을 찾아보다가 저는 갑자기 길을 잃었습니다. 읽는 인간과 비교해 볼 가장 욕심나는 책을 떠올리며 다 읽지 못한 것에 한숨을 쉽니다. 능력은 부족한데 욕심은 산이란 말이지요. 오에 겐자부로는 소설에는 이렇듯 작가 자신도 알 수 없는 파국으로 그를 몰아세우는 힘이 있”(읽는 인간, p18)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모든 글엔 글 쓰는 자의 기개와 무지가 동시에 작동되고 드러납니다.

괴로워하면서도 기다림에 적응하듯 우리는 아주 짧은 글이라도 그 속에 빠져듭니다. 내 생각에 따라 언어가, 글속의 인물들이, 움직입니다.

오에 겐자부로는 엘리엇 <J. 알프레드 프루프록의 연가>와 오든 <1929> 시를 비교하며, ‘소설을 쓸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 사람의 이동을 리드미컬하게 제대로 다루는 문장’(읽는 인간, p30)이라고 말하죠. 소설을 직접 써본 사람은 누구나 공감하는 어려움입니다. 초보자 습작 속 인물들은 부조리극 배우들처럼 대화를 하고 허공에 떠다니는 게 비일비재하니까요. 포스트모더니즘 소설이라고 우길 수도 없죠.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허점은 글 속에서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글이 길면 길수록 더욱 확연하게.

 

존 윌리엄스 스토너에서, 윌리엄 스토너가 처음 영문학에 눈뜬 순간에 대한 묘사는 실수의 먼지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 학생이 눈을 깜빡이자 가느다란 그림자 하나가 뺨에 내려앉았다. 햇빛이 뺨의 솜털에 붙들려 있었다.”(스토너, p22)

그러다 펼쳐 본 이언 매큐언 속죄에서는 브리오니의 문학 얘기가 속사포나 하수구처럼 쏟아져서 책을 급하게 덮었습니다.

 이미 예전에 깨달았던 바지만, 아름다움을 묘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에 추함은 끝도 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묘사할 수 있었다. 대사를 통해서만 그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희곡 속의 세상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만큼 질서정연해서, 이를 보충하기 위해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모두 감탄사를 수반하는 극단적인 감정 표현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속죄, p20)

이 문장엔 제가 이언 매큐언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특성이 있습니다. 그가 주로 다루는 인간의 악의와 현실의 메커니즘. 속죄역시 이언 매큐언 특유의 불편함이 넝쿨지어 있었습니다. 캐릭터에 대한 비호감 때문인지, 문체에 대한 제 부적응 탓인지, 저와 때가 맞지 않은 것인지는 이언 매큐언의 다른 책을 읽어보면 알게 되겠죠. 다행히 이언 매큐언이 낸 책은 많으니까. 하하하하ㅜㅋㅜ;

우리가 책을 끝까지 읽게 되는 건 작가의 역량 때문일까 독자의 탐구심 때문일까 생각해보다가 읽는 인간을 다 읽지 않아도 저는 후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잘 써도 오에 겐자부로처럼 찾아 읽지 않으면 소용없는 거니까요. 그는 단순히 읽는 인간이 아니라 탐독(耽讀)하는 인간이었습니다. 스토너의 열정을 살아서 보여주는 한 예였습니다.

그는 방식이 조금 기묘하기는 했어도, 인생의 모든 순간에 열정을 주었다. 하지만 자신이 열정을 주고 있음을 의식하지 못 했을 때 가장 온전히 열정을 바친 것 같았다. 그것은 정신의 열정도 마음의 열정도 아니었다. 그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하는 힘이었다. 그 두 가지가 사랑의 구체적인 알맹이인 것처럼. 상대가 여성이든 시(), 그 열정이 하는 말은 간단했다. ! 나는 살아 있어.”(스토너, p353)

 

아래 ˝열정˝은 또 어떤가요.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은 엄청난 열정이라면, 직관으로 또 조형적 질서에 대한 인식으로 이루어진 사진을 하나의 가속도가 붙은 데생으로서간주하는 것인데, 이는 미술관과 화랑을 드나들었기 때문이고, 독서와 세계에 취향 탓이다라고 말한다.”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그는 누구인가, p10, “질 모라와의 대담”)

카르티에-브레송에게, 역사에 대한 도전은 새로운 것이었고 또 전쟁을 겪은 체험이 그가 어떻게 역사를 폭로하게 되는 방향으로 나아갔는지에 대한 대단히 폭넓은 설명이 된다. 벌어졌던 그대로의 역사를 알고자 하는 초조감이, 역사가 그렇게 펼쳐지고 있었던 때에 그가 있었던 그곳으로 향하도록 그를 자극했다. 이는 바로 그가 매일 저녁, 그가 낮에 찍었던 이미지들에 긴 설명문을 붙이도록 했던 바로 그 역사이다. 이런 설명문은 단순히 그의 작업의 일부는 아니다. 그것들은 그의 작업이 무시했던 차원을 이룬다. 다시 말해서 그것은 다시 찾는 시간이다. 카르티에-브레송은 이런 설명에 사진 그 자체에 못지 않는 열정을 쏟았다고 회상한다. 이 열정단지 보는 것만이 아니라 소통하려는 열정은 저널리스트에게 딸린 업무와 관례적 업무를 짊어지고 있었던 것으로부터 확연히 독립된 예술가에게 예비되었던 열정이다.”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그는 누구인가, p21, 피터 갤러시(뉴욕 현대 미술관 사진부장))

 

나는 지금 얼마나 열정적이며 살아 있는가. 책을 읽는 건 내 열정을 살피며 지피는 일.

 

요 며칠 읽은 문장 중 가장 인상적인 건 자유는 결국 에피소드로 끝날 것이다”(한병철 심리정치첫 문장, p9)였습니다. 전체의 삶, 역사 속에서 낱낱의 삶들은 에피소드였습니다. 자신의 삶을 통해 의미를 찾는 몸부림이 겨우 우리가 알 수 있는 인생일 겁니다. 존 윌리엄스 스토너도 그런 인생을 말해 주었고,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도 스쳐가지 않습니까.

심리정치에 대해서도 비교해 보고 싶은 책이 갑자기 생겼습니다. 둘 다 완독해야 뭐든 가능하겠습니다. 에휴...

이렇게 많고 많은데, 지금 제가 접근해보고 쓸 수 있는 글은 겨우 이 만큼이었습니다.

후루룩~ 올 수 있는 게 얼마나 되겠나요. 라면이나 끓여 먹어야겠어요.

이웃의 잠바도 결국 도착하겠죠. 책 한 권을 읽는 동안이나 어쩌면 두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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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6-01-15 0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밤에 라면을요? 너무 달콤하면서도 위험한 유혹인데요~

AgalmA 2016-01-15 01:33   좋아요 0 | URL
라면은 역시 처음 한 젓가락이 쵝오b 그 다음부터는 점점 슬퍼지더군요ㅜ.ㅜ 배불러서 더 슬퍼요;

2016-01-15 0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5 0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5 0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6-01-15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 스네이프교수님이 또 별나라로 가셨답니다. 인터넷 뉴스에 나오는데 진짤까요.???

AgalmA 2016-01-15 01:41   좋아요 1 | URL
앨런 릭먼! 아, 그런 인상적인 배우도 흔치 않은데 안타깝습니다. 해리 포터에서 배우 때문에 그 캐릭터에 더 관심이 갔는데...
이 분도 암이 사망 원인이네요. 69세면 정말 일찍 가시는 건데...
암기보다 암을 더 조심해야 겠어욛ㄷㄷㄷ;;

2016-01-15 0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5 0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5 0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다이제스터 2016-01-15 0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현 극단의 자유는 결국 에피소드로 끝나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

AgalmA 2016-01-20 04:04   좋아요 0 | URL
요며칠 그런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자유를 규정하는 주체에 따라 그 자유는 끝없이 도주할 구멍이 생길 거라는.

서니데이 2016-01-16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요즘 많이 바쁜가요.??
그래도 저녁은 맛있게 드세요.^^

AgalmA 2016-01-20 04:05   좋아요 1 | URL
몸도, 마음도 전혀 여유가 없었습니다. 인사 늦어서 죄송했습니다.

2016-01-20 04: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20 04: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용히 명상을 하며 잠잠히 책을 읽고 선율을 들으며 붓글씨와 붓그림에 심취하려 했건만 ...... 속세로부터 왜 이리 좋은 게 많이 다가오는지....



• 2015 북플마니아 선물
지난번 서재마니아 선물 인증 사진들을 보며 ˝20 블랙 다이어리 부러워, 부러워˝ 노래를 불렀더니 알라딘신님께 통했던 모양이다-ㅁ-)˝˝˝
왔어, 왔어, 왔어ㅜㅜ 컵도 배트맨 노랑~ 이 정도면 경사🎉🎉🎊

지난번 도라에몽 다이어리는 데일리, 이번 20 다이어리는 위클리, 이런 센스 좋습니다ㅜㅇㅜb
도라에몽 다이어리 또 받으면 선물하려 했는데, 배신자의 길을 가야겠다... 뭘 받아도 시련이구나. 크흑))
죄송합니다ㅜㅜ 자랑이 아니고 감격을 좀 적고 싶었어요;;;



• 그장소님 애정 대출소에서 온 선물

기쁨을 받으면 배로 나누는 걸 더 좋아하시는 그장소님. 저는 진정 애정 대출소 파산하실까 걱정이 많이 되옵니다.
보내주신 책들 알차게 👁👁눈에 불을 켜고 보겠습니다. <단상고양이>와 <쇼팽노트> 함께 보면 공감각 훈련이 많이 될 듯합니다^^!
다음엔 발레 책을 보내주시면 어쩌지; 참고로 요가 책은 가지고 있습니다. 이 농담을 어디까지 해야 하나 하다가 급하게 끝.
감사 108배(_ _)(- -)(_ _)(- -)......


 

 

 

 


• Axt 수다 & 소소한 사은품 선물

Axt 4호 예상대로 읽을거리, 즐길 거리 많습니다.
아래 사진에도 보이겠지만, 사은품 액정 클리너는 핸드폰에 붙였다 뗐다 하며 쪼그만 게 요긴합니다~
세척해서 재사용도 가능! 사은품 품절되기 전에 사시죠ㅎㅎ 창간호 때 늑장부리다 연필 못 받아서 서러웠던 기억이;;
Axt 4호 첫 글은 이제하 소설 <유자약전>(2005)에 대한 함성호 시인의 글인데, 이수명 시인만큼 시도 좋고 작품 분석력도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시인입니다.

함성호 시인이 이제하 소설의 '환상적 리얼리즘'에 대해 말하며, 토도로프 글을 가져온 해설 중,
˝카프카의 작품과 고전 환상문학의 차이점을 한마디로 말하면, 고전 환상문학 세계에서는 예외였던 것이 카프카의 작품에서는 규칙이 된다˝는 것이다." (p13)

환상문학에서 토도로프는 많이 인용됩니다. 어떤 것을 논할 때 그가 무엇을 안다고 말하는 것보다 어떤 적합한 문장을 가져오는가에서 내공을 느끼게 되죠. 우리는 착각도, 혼동도 많이 하기 때문에 ˝인용˝은 철저한 준비성이기도 합니다. 자신이 만든 규칙에 얼마나 치열하게 다가가고 있는가 하는 것도 보여주죠. 지적 허세도 설득력 있어야 받아줄 거 아닙니까^^. 리뷰, 해설, 평론, 거의 모든 글에서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지점이 그것이죠.
그리고 다음 페이지에서 김성중 소설가가 김엄지 소설가에게 첫 책 축하 선물로 ˝도라에몽이 그려진 쿠션 파운데이션과 핸드크림˝을 주었다는 얘기에 빵~ㅋㅋㅋ 김성중 소설가는 후회하고 있고, 나는 검색을;;; .... 내가 왜 이렇게 된 걸까ㅜ;; 다 알라딘 때문)) 알라딘에서 도라에몽 파티 중인 거 이 사람들 알랑가 몰랑~
선물용으로 도라에몽이 끝판왕???
이렇게 도라에몽에서 도라에몽으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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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1-14 02:10   좋아요 2 | URL
저를 땅꾼(응?) ㅡ으로 만들어 주옵시고~감읍하여 가로대 부디 꿀잠 되오소서~^^

[그장소] 2016-01-14 0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Agalma 님 ㅡ이 생애엔 저와 ㅡㅎㅎㅎ
다움 생은 ...미안하지만 ....ㅠㅠ;

AgalmA 2016-01-14 02:11   좋아요 2 | URL
아무래도 우리 다음 생에도 티벳 사자의 서 ˝노란 불빛(인간세)˝으로 가려나 봅니다ㅜㅜ;;

[그장소] 2016-01-14 02:14   좋아요 1 | URL
걍 ㅡ9번 생을 산다는 묘씨생 으로나...갈까요?한번으로 9명 약속 ㅡ지킨 ㅡ신기록 보유자 ㅡ유네스코 등록마침 ㅡ이르케?!^^

AgalmA 2016-01-14 02:17   좋아요 1 | URL
전 안 될거 같고ㅋ; 그장소님은 덕을 많이 쌓으셨으니 도전!!!

[그장소] 2016-01-14 02:22   좋아요 1 | URL
덕이라뇨...빚이나 쌓았다면 모를까...도전100곡도 어려운데..에잇~~도전 환생 은...ㅎㅎㅎ

AgalmA 2016-01-14 02:30   좋아요 1 | URL
알라딘에서 쌓으신 덕으로 갈음 안 될까요ㅎㅎ;;
도전 100곡 ㅋㅋ

[그장소] 2016-01-14 0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Agalma 님 ㅡ그럼 도전 100곡 ㅡ딜 ㅡ오케이 !^^(난 누구한테 약케서...)

[그장소] 2016-01-14 03: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Agalma 님 ㅡ불면 식는게 아닌가...차가워진다거나.. (한타임 놓쳤어!^^ㅋ)그대의 찬 손(한강소설)을 놓쳤네..
다행스레 개그감을 따셔서 망정 ~살인충동이나 지름충동 같은게 아니라 다행이오!^^ (버스갔어..휑~^^ㅋ)
뭐 ㅡ우리야 농담농담 열매도 좋아라 하잖우~^^

[그장소] 2016-01-14 03: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니데이 님 ㅡ저도 유쾌한 오해놀이 즐거웠어요!^^굿 나잇하셔요~^^

서니데이 2016-01-14 03:04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

비로그인 2016-01-14 2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ㅠㅠ 많이 많이 축하드려요. ^^//

AgalmA 2016-01-14 22:26   좋아요 3 | URL
왜 ㅠㅠ 하세요ㅎㅎ? 올해는 제가 북플마니아, 서재마니아 겹경사였습니다만 김헌님도 에너지가 넘쳐 보이셔서 꾸준하시면 내년엔 제가 축하 말씀 드릴지도^^/

2016-01-14 2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5 0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5 0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5 0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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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번 Axt 4호는 흥미 자극 제대로!
Cover story(듀나+백가흠/배수아/정용준)가 이 정도는 돼야~
활자 중독자뿐만 아니라 시각예술 애호가들도 공략하는 전술!
˝시인 이우성은 만화책 <원펀맨>과 최근 한창 새롭게 떠오르는 `싱글 몰트위스키`에 대해 소개하고, 시인 김민정은 화가 이상선과 함께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글과 그림으로 각각 리뷰했다˝(소개 글 발췌)

표지가 임금님 급! 홀린 듯이 장바구니로~
Axt 4호에 대해 창간호 못지않은 리뷰, 페이퍼 올라올 거라 예언~
내가 먼저 그러지 않을까 싶다-.,-; 지금 이미 그러고 있고, 구매를 했을 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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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6-01-12 06: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언!

AgalmA 2016-01-12 11:41   좋아요 1 | URL
ㅋㅋ 흔적님도 이런 단발 멘트 하시는구나~ 깜놀ㅋ
요즘 유머 감각 엄청 키우시는 거 아닙니꽈ㅋ!

비로그인 2016-01-12 17:14   좋아요 1 | URL
그렇게까지는 아닙니다.ㅎㅎ.. 단발 멘트, 자주 하고 싶네요...

초딩 2016-01-12 13: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아티스틱 판타스틱 하네요 :-)
세계문학을 다루는 이른 잡진 없을까요?

AgalmA 2016-01-12 13:17   좋아요 3 | URL
추리 미스테리 소설을 다루는 잡지 빼곤 국내 대부분 문학잡지들은 국내 작가들 시/소설 수록 형태라 다양하게 다루는 잡지가 없죠. 해외 문학 조금 다룬다 싶은 게 민음사에서 나오는 <세계의 문학> 계간지 정도?
Axt가 해외문학 좋아하는 필진들이 많으니까 이런 컨셉도 가능했다고 보고 앞으로도 더 다양한 시도를 해주면 좋겠어요. 해외 번역본이 많은 시류를 볼 때 이 컨셉도 필요하다고 보고요.

초딩 2016-01-12 13: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민음사 계간지요? 서점에서 스쳐지나 보긴 했어요 :-) 말씀허신대로 Axt 가 해외문학을 다루기 시작하면 저도 바로 애독자 될래요~

AgalmA 2016-01-12 13:57   좋아요 3 | URL
잡지는 아니지만 해외문학을 주로 다루는 <소설리스트>도 좋아하실 듯? 김연수, 김중혁 작가 등이 외부 도움없이 꾸리는 기특한 사이트~
http://sosullist.com

초딩 2016-01-12 13:19   좋아요 2 | URL
우아 감사합니다!!! 들어가 보고 바로 아이폰 홈스크린에 링크 아이콘 만들었어요!!! 굽신 굽신 ㅎㅎㅎ 정말 감사합니다~

AgalmA 2016-01-12 13:19   좋아요 1 | URL
😉

2016-01-12 16: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6-01-13 23:59   좋아요 2 | URL
제 욕망도 욕망이지만 남의 욕망도 부추기는 것 같아 북플 좀 끊고 지내려 했는데, 오늘은 실패였습니다ㅜㅜ;

[그장소] 2016-01-21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움..당신글은 뭉텅이로 한번에 올라오더라니...네이버도..여기도...무슨조화요?
나도 좀 배웁시다~^^!!!^^

AgalmA 2016-01-22 16:55   좋아요 0 | URL
그장소님이 좋아요 지대공포 쏘시는 것만 하겠습니까. 밤에 진짜 놀란다구요ㅎㅎ!!! 그건 정말 배워도 엄두가 안 날 기술ㅋ

Conan 2016-01-21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기 시작했습니다~

AgalmA 2016-01-22 16:56   좋아요 0 | URL
오~ 반갑습니다^^ 저 때문에 사신 건 아니시겠죠(부담, 뻘뻘;;;) 듀나 인터뷰에 대한 불평들이 보이던데, 누구나 다 만족할 만허긴 참 어렵지요...

Conan 2016-01-23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간호도 샀었는데 다른 책들 보느라 제대로 못봤는데 벌써 4호네요~ 정독해보려고 합니다.^^

AgalmA 2016-01-24 06:13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어느덧 4호,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스켑틱도 열심히 사 모으고 있긴 한데, 이것도 진도를 영 못 빼고 있어서 슬픕니다ㅜㅜ
 

• 이별
데이빗 보위 ˝Space Oddity˝가 이탈리아에서 인기를 끌자 이탈리아어 버전으로 부른 곡
˝Ragazzo Solo, Ragazza Sola(외로운 소년, 외로운 소녀)˝

우리 사춘기를, 청춘의 방황을, 나이듦의 서글픔을 같이 살아가며 읊조려주고 외쳐준 그.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영화 <미 앤 유>(Io e te, Me and You, 2012) 테마곡으로도 쓰였죠.

 

 

 

 

 

 

 

 

 

 

 

 




• 선물
서니데이님 파우치 선물 감사드립니다!

사양하지 말고 빨리 받을 걸 그랬어요. 우리집 애들(색연필 이하~)이랑 참 잘 어울립니닷!
파우치의 톡톡한 질감이 이 겨울에 딱입니다. 장갑처럼 손에도 끼어봄-ㅅ-; 손 시려울 때 두 손을 넣어도?


오늘 데이빗 보위 사망 소식 듣고 마음이 착찹했는데, 덕분에 위로를....

보위에 대한 오늘 기억도 이 파우치에 담겨 같이 살아갈 겁니다.
휴대용 수채물감도 얼마 전에 도착해 ˝뭘 그리고 싶니?˝ 묻고 있었죠.

그리기도, 쓰기도 전에 사라지는 것들이 더 많겠죠? 지금처럼.


데이빗 보위 신보 이따 들어야지 하며 며칠 미루고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앨범 제목이 <Blackstar>인 게 의미심장합니다.

암투병하며 보위도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거겠죠.

내 무심함은 늘 나보다 크구나.

 

 

 



안타까워하고 그리워하고 듣고 읽고 쓰고 그리고 떠나보내며,

이렇게 많은 연결들 속에서 또 만나고, 살아가고, 살아가고, 살아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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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6-01-11 22: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데이빗 보위... 저도 조금 전 소식 듣고 심쿵. ㅠㅠ

AgalmA 2016-01-12 11:18   좋아요 1 | URL
음악을 들으며 다시 떠올리는 시간들, 감각들...

[그장소] 2016-01-11 22: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ㅡ말도 안되지...하는 참였죠.
그가 없다니..만난 적도 없지만 ㅡ어쩐지 저쪽
어디선가는 계속 세월을 부정하며 살아갈 것 같았던
그 사람이 죽었다 ㅡ는 사실이 거짓말같이..
그러네요.

AgalmA 2016-01-12 11:20   좋아요 1 | URL
데이빗 보위는 커트 보네거트 소설 속 우주와 시간을 넘나드는 주인공을 생각나게 했죠.
지기 스타더스트가 아니더라도 그 자체로... 암튼 그런 별이 이 지상에서 사라졌어요...

[그장소] 2016-01-12 11:23   좋아요 1 | URL
요즘 은근하게 많은 별들이 지는구나 싶으면서 이게 뭔가의 조짐인가...어이없는 생각마저 하게되네요. 세월 넘어 스스로의 벽을 깨는데 있어 멋진 사람하나가 사라집니다.
작년 봄 여름 ㅡ한참 빠져 들었었는데..그의 앨범 전체들 ..

yureka01 2016-01-11 22: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언더 프레셔스. 기억나네요....

AgalmA 2016-01-12 11:23   좋아요 0 | URL
지금은 Let`s dance 듣고 있는데, <장자>에서 임종 전 몸속에 폭죽을 숨겨놔 화장할 때 친구들을 웃게 했다는 일화처럼, 진짜 예술가들은 정말 그런 사람이라 싶습니다

서니데이 2016-01-12 08: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데이빗 보위도 별이 되느라 검은 자국만 남은 모양입니다. 음악은 많이 듣지 않아도 이름은 듣던 이름이었는데.
파우치 잘 도착했네요.^^
생각보다 연필이 많이 들어가네요.
아갈마님, 좋은하루되세요.^^

AgalmA 2016-01-12 11:26   좋아요 0 | URL
젊은 시절엔 휘황찬란한 색깔이었다 나이 들어 스스로 검은 별을 다는, 유고 음반도 그런 성숙함이 가득했어요.

파우치는 내내 미소짓게 합니다. 감사 :)

[그장소] 2016-01-12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종류의 연필을 ㅡB세트 인가봐요!^^

AgalmA 2016-01-12 11:37   좋아요 1 | URL
아트웍 그림용 세트로 나와서 여러 질감을 느낄 수 있죠. 일반 연필로는 잘 느낄 수 없는 극강 6B와 극세 4H를 경험할 수 있지요. 6B는 크레파스처럼 미끄러지고, 4H는 애를 달래가며 끌고가야 하죠ㅎㅎ

[그장소] 2016-01-12 11:32   좋아요 1 | URL
저보다 더 많아요.종류별로..저는 이렇게까진 못샀는데...깎아놓고 여태 모셔두기만..하니..사실 그릴땐 연필을 별로 안가려요.가끔Agalma 님처럼 그 특유의 질감이 좋아서 ..저는 느끼는 것 ㅡ만 즐기는지 몰라요..

AgalmA 2016-01-12 11:36   좋아요 1 | URL
물감도 한국화 물감, 아크릴 물감, 과슈, 유화 물감 다 갖춰놓고 있었지만 안 쓰다보면 굳어서 망가지는 경우가 많죠ㅜㅜ
붓 하나에도 책 하나 값ㅜㅋ이라 미대는 애저녁에 포기...미술학원도 버스비 아껴 걸어다녔다는ㅎㅎ;;

[그장소] 2016-01-12 11:44   좋아요 1 | URL
학원은 조금 맛만보고 때려쳤는데..뎃생만 열라 하는게 숨막혀서..나중엔 그걸 조금 후회했지만..저는 뎃생이 재미없어요ㅡ못하기도하지만 그 빛의 음영이나 그런게 사실 정말 저렇게 보인단 말야?싶어서..짜증나요.저는 빛에 약해서 그런지도..어둠의ㅡ 겹은 알겠지만 밝게 드러나는 면의 그 차이는 잘 모르겠고요.
ㅡ크로키가 더 좋더라고..살아있는것 같고.
저도 다 갖췄던 때가 옛날이라 ㅡ이제 몇몇개의 흔적만 가지고있는셈...

AgalmA 2016-01-12 12:06   좋아요 1 | URL
맞아요. 빛의 음영 정말 신기하죠? 물감을 겹쳐 색을 만드는 선생님 붓질 보고 신세계! 데생이 그 겹침의 예비작업인 셈이죠. 그 모든 작업이 자신이 이 세계를 보는 듯이 표현한다는 게 재밌어요. 각자 잘 쓰는 색이 있죠^^
돈 있었음 조각도 본격적으로 배워보고 싶었는데, 판화도...

[그장소] 2016-01-12 11:49   좋아요 1 | URL
우린 그런 친절함이 없었는데..ㅎㅎㅎ각자 알아서 찾았던것 같아요...선생님들도 좋긴하지만 그림지도엔 인색했던거 같아요.
그러니 스스로 찾아낼 밖에

AgalmA 2016-01-12 11:51   좋아요 1 | URL
그래서 미술학원 가려는 분께 선생님 잘 만나야 된다 누누이 강조ㅎ;; 의욕을 잃게 만들 수도 있어서...어느 분야든 안 그렇겠습니까^^;;

양철나무꾼 2016-01-12 11: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갈마님. 저렇게 많은 미술도구들이란?
이제 앞으로 미술도구 구입할땐 아갈마님께 자문을 구하면 될 듯~^^
저 파우치 제 것과 똑같아요~^^

AgalmA 2016-01-12 11:53   좋아요 2 | URL
양철나무꾼님 굿모닝^^ 제가 재료욕심이 좀 많아서ㅎ;; 남대문 화방도 재료 구경 삼아 종종 가요^^ 그래도 아마추어라 모르는 건 모름ㅋ
파우치도 친구네요^^

2016-01-12 1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6-01-12 11:59   좋아요 1 | URL
다 취미생활이니 문제ㅜㅜ...다 끝까지 가보지 못한 아쉬움이 늘...

2016-01-12 1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6-01-12 13: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분명 그런 면이 있어요.저야 좁은 지역에서 빤한 것들을 보고 거기서 대단한 인상을 못 받았는데..좀 더 큰 곳였다면 어땠을까 ..싶어요.

AgalmA 2016-01-12 13:38   좋아요 1 | URL
그래서 아트쟁이들이 뉴욕으로, 파리로~ ㅎㅎ;
앤디 워홀 만나 망가지기도, 성장하기도 한 젊은 예술가들 보면 다 자기 할 나름인 듯...
휩쓸리지 않고 자기 재능을 키우는 게 정말 중요하죠!
난 뭘 하고 있는 건지...휴)

[그장소] 2016-01-12 13:42   좋아요 1 | URL
휩쓸리지 않는 것도 필요하고 때론 그 휩쓸림도 필요해요. 저도 ㅡ우리가 그렇지뭐 ~ㅡ독학에 가까워서..혼자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많이 보려고 애쓴게 가장 영향이 컸어요. 숙련된 방법을 가려쳐주는것 보단 눈을 뜨는게 더 어려운지도 몰라요.기술은 계속하면 자신만의 방식 생기잖아요. 보는건 누가 대신해서 가르쳐줄 수 없잖아요...그래서 가능함 많은 기회에 많이 보기를 권하게 되곤해요.

우린 쓴 잔을 들어 마시지만 ,어느 순간도 정체라고 생각은 하지않고 있다는걸 ㅡ압니다.
멈추지 않을 것을 아는 까닭에...그 게 뭔가의 성과를 내면 더 없이 좋을테지만 그저 선 ㅡ의 도구로 어떤가요...좋지않나요?!^^

AgalmA 2016-01-12 13:53   좋아요 1 | URL
전문가라고 내세워 말할 수 없어 당하는 설움 같은 것도 많잖아요.
이곳 서재도 그런 울적함이 많이 상주하고요.
암튼 저는 제 나름의 살 방도를 찾아야겠죠. 어떤 방식이 옳다고 할 수 없죠. 각자 인생에 맞는 선택과 방향으로 가며 그 무게와 고통을 감당하며, 자신의 바닥짐으로 균형을 잃지 않는 게 최선.

[그장소] 2016-01-12 13:53   좋아요 1 | URL
음 ㅡ일면 그런것도 있죠.분명 ...
자기가 잘 다스려야 할 부분 ㅡ이라 생각해요.

누가 해뷸수도 채워줄 수도 없는 부분이라 ㅡ인정하는 것 ㅡ그것도 있어야 할 것 같아요.
Agalma 님은 재능이 많아요.뭐로든 빛나는 날이 올거예요.

AgalmA 2016-01-12 13:55   좋아요 1 | URL
밤잠을 설치며 고통스러울 때 이 모든 걸 다 놓아야지 하면서도....삶은 참 대단한 그물이다 싶죠~_~ 잘 아시겠지만.

[그장소] 2016-01-12 13:58   좋아요 1 | URL
그러네...그 고통의 시간은 잊었네요.
까맣게 ㅡㅋㅋㅋ
원래 이를 악물고 하는 체질은 아닌가봐요. 저는 받아 드리는 거도 너무 쉽죠?^^

AgalmA 2016-01-12 14:01   좋아요 1 | URL
그장소님 ... ... 마다 다 담겨 있는데 잊으시긴요 :)
자, 오늘도 신나게 하루 사냥을 떠나 볼까요? 저 빛 속엔 뭐가 있나...

[그장소] 2016-01-12 14:04   좋아요 1 | URL
음 ㅡ그래요.다시 하루 사냥에 나서봅시다아~^^
ㅎㅎㅎㅎ

2016-02-15 2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