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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는 내가 입을 맞출 수도 있을 한 여인과 아무런 공통점도 없는 것일까? 신성은 존재가 음란함과 잔인함과 조소와 공모할 것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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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6-10-06 15: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르주 바타유 <하늘의 푸른빛>은 1935년 작이다.
2016. 10. 1 재출간 축하 기념으로 인용.

벤투의스케치북 2016-10-06 14: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아요와 함께 궁금해요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AgalmA 2016-10-06 15:01   좋아요 1 | URL
그러게 말입니다^^... 기대평 쓰기와 100자 평이 함께 있어서... 좀 세심하게 분류되었으면 합니다.
 
끝나지 않는 대화 - 시는 가장 낮은 곳에 머문다 - 이성복 대담
이성복 지음 / 열화당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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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2014년에 걸쳐 이어지는 대담은 중복되는 내용들도 많았지만, 이성복 시인의 고군분투를  살펴보며 쓰는 자의 자세를 점검하는 좋은 책이었다.

 

30년이 넘는 세월을 거치며 한국 시단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성복 시인의 시집은 놀라울 정도로 적다.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1980), 남해 금산(1986), 그 여름의 끝(1990), 호랑가시나무의 기억(1993),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2003), , 입이 없는 것들(2003), 래여애반다라(2013) 시집 숫자와 산문집과 시론집을 합한 숫자가 엇비슷하다.

 

그는 스스로를 거리낌 없이 잘 분석하고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싫증을 빨리 내는 편이야. 그것이 내 한계지. 화전민들 보면 불 질러서 밭 갈아먹고 일정 기간 지나면 떠나잖아요. 난 늘 그런 식으로 해 왔거든. 처음에는 아버지 얘기했다가, 두 번째는 어머니 얘기하고, 세 번째는 당신얘기했다가, 네 번째는 남편과 아버지로서의 나에 대해서, 그리고 이번에 다섯 번째는 입이 없는 것들에 대해서 쓰고 있지. 그러다 보니 신체적인 연령하고 정신적인 연령이 같이 나가더란 말이지.”(p83)

 

자신의 콤플렉스와 싸우며 자기 내면의 존재와 대화하는 모습을 문학이라 말할 수 있겠다. 이성복 시인의 초기 시들은 개인적인 자장磁場(주관적, 폐쇄성, 난해함)’(p11)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는 한국 문학의 여전한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사안인데, 현실과의 괴리에 대한 얘기다. 그에 대한 이성복 시인의 말을 좀 길지만 옮겨 본다.

 

시인이 노래하는 현실이 사회적 시대적 현실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그에게 보여진현실이라는 점입니다. 그것을 간과할 때, 다시 말해 시인이 자신의 주관적 개인적 체험의 변용을 배제하거나 포기할 때, 시는 어떤 행위를 위한 수단으로 바뀌고 말 것입니다. 그렇다면 시가 다른 여러 가지 문화적인 표현들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될 거 같습니다. 이 말은 결코 시가 어떤 행위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수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시의 독자적인 영역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난해성 문제인데, 물론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시를 추구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저로서도 이의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의 이면에,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시는 좋은 시가 아니다, 라는 규범적 단정이나 다수결주의가 내재해 있다면 그것은 위험한 일이 아닐까요. 그것은 결국 시의 평준화, 대중화를 초래할 위험이 있지 않을까요. 오히려 한 나라의 문화 가운데 쉽게 접근될 수 없는 모호한 부분이 남아 있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 아닐까 해요. 그것이 문화의 평가절하를 막는 부식제 역할을 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p12)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서는 개인적인 삶이 사회적인 삶과 아주 긴밀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결코 분리시켜서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한 시대의 예술가의 작업이란 시대적인 삶 속에서 인간의 본원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생각됩니다. 그러니까 시인은 자신의 시대적 삶을 통해서 인간의 보편적인 삶을 추적해야지, 이미 인간의 삶을 추상화시켜 놓은 다음 시대적인 삶을 이야기해서는 살아 있는 인간의 모습을 그릴 수 없다는 거죠. 저에게는 변화하는 이 삶,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됩니다."(p27)

 

시라는 건 우리의 감정을 표현하는 게 아니야. 감정을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을 표현하는 거, 그게 시지. 아주 깊은 물에 돌멩이 하나 던졌을 때 아무 느낌도 없는 그런 느낌을 일으키는 거, 그게 시지. 말하자면 바다에 내리는 눈 같은 거.”(p149)

 

 

 

"어떤 방향 아래서 우리들의 삶을 고찰하고 싶지 않다"(p29)고 말한 이성복 시인은 두 번의 프랑스 유학을 통해 서양과 동양의 공부에 두루 집중했다. 불교와 서양의 후기구조주의가 탈중심과 탈이치’(p35)로 만나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의 네 번째 시집이 나왔다. 그는 자신의 시가 동자무당의 말이길 바란다.

 

"어딜 가도 내가 불편한 것은 본질적으로 어린애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뜨내기 근성은 마음속의 어린애가 시키는 것입니다. 그 어린애는 늙지도 않고, 철도 들지 않고, 만족도 모릅니다. 시는 그 어린애의 말입니다. 동자무당의 말이지요. 모든 이들에게는 저마다 숨겨 놓거나 혹은 가둬 놓은 그 어린애가 있습니다. 그 어린애가 삶의 실상을 폭로하는 것입니다. 시의 언어가 말장난이고 광기이고 욕망인 것은 동자무당의 말이기 때문입니다.”(p41)

 

'동자무당의 말을 꿈꾸지만 타협으로 만든 토우(土偶)가 되지 않기 위해 그의 시집은 그토록 고된 불화의 시기를 거쳐야 했다. 그가 십 년 만에 내놓은 시집 , 입이 없는 것들· · · 기둥으로 하고 있다. “인간의 환상을 부수는 데 좋은 무기가 돼 주는 게 인류학과 생물학”(p91), “생명의 원천이 다 더러운 모습인데, 물기 빠지고 나면 더러움도 깨끗함도 없는 거지”(p159)라고 말하는 이성복 시인의 최근 시들의 기둥이기도 하다. 문학에서 몸과 감각에 대해 집중하는 것은 나이에 따른 관심이나 말초적인 것을 자극하는 소재성으로만 볼 일이 아니다. 역설적인 존재의 비극을 깨우치게 하는 것이 몸이며, 생사 문제에 대한 노심초사가 시이고 우리 삶이기 때문이다. “지혜는 삶의 쓰디쓴 열매인데 그건 경험이라는 꽃이 떨어져야 생기는”(p238) 거라며 이성복 시인은 경험과 인식의 한계에 대해 말한다. 우리는 시가, 삶이, 세계가, 사람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도 말할 수도 없으면서 말하는 존재이며, 살아가면서 죽어가는 동시적인 존재라는 것을.

 

  

"작가가 독자에게 책을 건네는 것은 자기한테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자기 임종을 맡기는 것과 같습니다."(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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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30 2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6-09-30 22:50   좋아요 2 | URL
그래서 번역을 제2의 창작이라고도 하죠. 비평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요. 칭찬이 되든 욕이 되든 그 또한 자신의 몫이 되고요ㅎ;;
이 책을 어떻게 풀어 쓸까 고민 많았는데 제 주관적 방향이 잘 나타났나 모르겠습니다^^

2016-09-30 2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30 2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30 2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고기자리 2016-10-01 11: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글 좋아요..

많은 경우 시는 이래야 한다 문학은 저래야 한다고 말들을 하지만 저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목격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한 시대의 특수성, 개인의 특수성으로 목격한 것들을 자신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독자는 각자의 삶과 몸을 통해 읽는 것이라고요.

그래서 문학을 통해 어떤 답을 제시받기보단 그들이 목격한 것을 재차 목격함으로 우리의 삶을 바라보는 시선에 깊이를 더해가는 게 독서란 생각이 들어요.

아무리 훌륭한 문학이 있더라도 우리가 스스로 읽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듯, 어떻게든 보려는 노력이 시대와 개인의 임종을 무의미하지 않게 하는 것 같고요.

바다에 내리는 눈은 이내 사라지고 말지만 우리는 그 순간을 지켜볼 순 있죠.

표현할 수 없는 걸 표현하려는 시도들, 또 서로의 글을 의미 있게 읽어주는 노력들이 삶의 무의미를 이겨내는 방법이 아닐까 싶어요 ㅎ

AgalmA 2016-10-02 10:18   좋아요 2 | URL
이성복 시인이 워낙 달변이시라 읽는 맛 나게 만드시죠^^

지금 문학의 역사에 관한 책을 읽는데 서사시는 국가형성 시기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다고 하죠. 현대에서는 서사시가 나올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우리는 안으로의 모험으로 시선을 돌리게 된 건 지도 모르죠.

치료사와 예언가 위치를 예술가는 아주 오래전부터 가져 왔죠. 동굴 깊숙한 곳에 아직도 남아있는 벽화들이나 황무지에 우뚝 남아있는 기념비들처럼.... 그 영향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 같아요. 현대에서는 지식인의 의무로서 요구하고 있는 걸로 보이지만 그보다 더 오랜 역사와 의미를 가지죠.

아주 오래 전 원형극장에 모여 사람들이 비극을 바라 보았던 건 답을 바라기 보다 현재의 삶을 다시 살 수 있는 힘, 카타르시스를 얻고자 했던 거 였겠죠. 예술가 뿐만이 아니라 우리는 늘 삶을 목격하고 싶어합니다. ˝우리는 지금 역사의 현장에, 역사의 한 장면을 보고 있습니다˝ 라는 표현은 그래서 일 테고요. 좀더 깊이 표현해보려는 자들이 작가군이라 할 수 있겠죠...
그런데 인간은 진짜 자유를 바라는 걸 까요? 법과 규칙이라는 테두리 속에서 얻는 평온함과 쾌락을 더 원하는 거 같으니 말입니다.

작가의 특수성이 내 특수성을 건드릴 때 감동이 온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보편성이라고 얘기하지만 그렇게 뭉텅그려 모아 보는 건 너무 축약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특수성이 특수성을 알아본다라는 표현이면 더 좋지 않을까 싶어요

어느 한겨울 동해 바다에 내리는 폭설을 보며 너무 서러워서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제 머릿속에서 이 기억은 영원히 목격됩니다.

아무 2016-10-01 1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성복 시인의 시집은 얼마 전에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를 읽고 굉장히 인상적이어서 다른 작품도 찾아서 읽어보려고 생각중이에요. 전 그 `개인적인 자장`이 좋았습니다만..^^
생각해보니 시인이나 소설가의 산문집을 잘 찾질 않았는데, 이성복 시인은 한 번 읽어보고 싶네요 ㅎㅎ

AgalmA 2016-10-02 10:14   좋아요 1 | URL
이성복 시인을 좋아하는 사람은 대개 그 개인적 자장 때문에 좋아할 거라 저도 생각하는데 말이죠^^ 대부분의 뛰어난 작가들도 그들만의 특수성이 빛나서 호응을 받았던 거 잖아요. 시대가 작품의 진가를 깨닫는 데 늦는 건 부지기수였으니^^; ... 작품의 진가를 알아보는 건 비평가가 아니라 ˝깨어있는 독자˝여야 하겠죠ㅎ

이성복 시인 산문집 제목들도 다 한 줄의 시죠. 문장력 때문에 산문에서 더 빛이 난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아요. 이 즈음 읽기 적절한 목록이기도 하겠네요^^

페크pek0501 2016-10-02 12: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정을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을 표현하는 거, 그게 시지.˝
저도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무엇을 느꼈으되 누군가에 의해 표현되지 않았을 무엇을 찾는 일에 주목한 적 있거든요.
아마 누군가는 표현했겠지요. 다만 제 눈에 띄지 않았을 표현인 거죠. 그러니까 흔한 표현인 아닌 것에 주목한 거죠.
스스로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니고(제가 이렇게 영특할 리 없고) 어떤 글을 읽고서, 바로 이거야 이런 걸 써야 하는 거야, 하면서 주목했던 거예요.

이성복 시인의 광팬으로서 반가운 글을 보고 쓴 댓글입니다.

AgalmA 2016-10-02 13:02   좋아요 1 | URL
뭔가 말하려다 이 장면으로 대신하고 싶어서 남깁니다. 오늘은 비가 오지만...우리에게 폭설처럼 오는 것들이 있었고, 있을 것이고....


[<옥희의 영화> 제3편 폭설 후의 강의실 대사]

철판 자막: 영원한 수수께끼 그대 여자의 마음
송감독이 칠판의 낙서를 지운다.

송감독: 뭐 나한테 궁금한 거 없어?

옥희: 전 정말 나이 빨리 들고 싶거든요? 그동안 어떻게 기다려야 돼요?
송감독: 걱정하지마. 나이 금방 들어.

진구: 선생님, 성욕은 어떻게 이겨 내세요?
송감독: 누가 이겨낸다 그랬어? 누가 성욕한테 이기냐? 너 그런 사람 본 적 있어? 그런 사람 있다고 얘기나 들어 본 적 있어? 안돼! 그러니까 고민하지마.

옥희: 사랑은 꼭 해야 하나요?
송감독: 연애 말야?

옥희: 아니요, 그냥 사랑하는 거요.
송감독: 사랑 절대 하지마. 정말로 안하겠다고 결심하고 버텨 봐. 그래도 뭔가 사랑하고 있을 걸.

진구: 왜 사람들은 서로를 못 믿나요?
송감독: 원래 인간이 믿을 수 없는 존재지. 혹시 니가 관대해지면 그 만큼 믿을 수 있겠지.

진구: 선생님, 예쁜 여자를 원하는 건 치사한 건가요?
송감독: 뭐가 예쁜건데? 니가 뭘 보고 있는데, 그 사람한테서.

옥희: 우리는 사람인가요? 아니면 동물인가요?
송감독: 그거 알아봐야 뭐 별로 달라질 거 없을 것 같은데.

옥희: 뭘 믿고 살아야 할까요? 사는데?
송감독: 니가 믿고 사는 거니까. 니가 찾아야지. 그냥 니가 믿는 거야. 결정하는 거야.

옥희: 어떤 게 현명한 거죠?
송감독: 아, 현명한 거, 내가 현명하지 않아서 모르겠다.

진구: 선생님, 제가 영화에 좀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송감독: 자꾸 만들어 보면 니 스스로 알게 돼. 만들어 보면...

옥희: 선생님, 제가 좋은 사람인가요?
송감독: 뭐 어떤 사람한테는.

진구: 살면서 뭘 제일 원하세요?
송감독: 글쎄, 오늘은 이걸 원하고 내일은 저걸 원하고. 그러면서 사는 거지 뭐.

옥희: 편하게 살고 싶다는 마음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송감독: 그게 그렇게 되나? 그렇게 생각해도. 내가 너희들 보다 오래 살았잖아.

진구: 죽는 게 무서우세요?
송감독: 아니. 왜? 너 무서워?

진구: 애인 있으세요?
송감독: 마음 속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있어. 근데 잠은 안 잔다.

옥희:왜 사랑하세요?
송감독: 살면서 정말 중요한 것 중에서 내가 왜 하는지 알고 하는 건 없어. 아냐, 없는 거 같애.


페크pek0501 2016-10-02 13:25   좋아요 1 | URL
감사하게 잘 읽었습니다. 다 좋았고 제가 가장 기억하고 싶은 것 두 개 뽑아 봤습니다.

옥희: 선생님, 제가 좋은 사람인가요?
송감독: 뭐 어떤 사람한테는.

옥희:왜 사랑하세요?
송감독: 살면서 정말 중요한 것 중에서 내가 왜 하는지 알고 하는 건 없어. 아냐, 없는 거 같애.


AgalmA 2016-10-02 13:27   좋아요 1 | URL
마지막 대사가 그거여서 이 장면이 더 좋았어요^^
비오는데 pek0501님 맘도 촉촉해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사랑한 헤세, 헤세가 사랑한 책들
헤르만 헤세 지음, 안인희 엮음.옮김 / 김영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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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는 문학 열풍의 시작은 '티브 잡스'였다고 말한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 2 프레젠테이션 때 '기술로는 부족하고 인문학과 결합한 기술이어야 한다'고 한 발언은 기업뿐만 아니라 대중에게도 깊은 인상을 주었다. 애플의 강점이기도 한 GUI(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기술과 인문의 결합을 잘 보여준다. 사용자가 복잡한 명령어를 치지 않고 간단한 아이콘으로 컴퓨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경제성의 원리보다 사람을 생각하는 정신이 더 깃들어 있다. 

한국의 인문학 열풍에 기여한 또 한 사람이 떠올랐다.《뉴로맨서》의 작가 윌리엄 깁슨의 말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를 정치 개혁의 뜻으로 인용한 모 정치인. 고사성어로 에헴~하는 기존의 정치인의 언어 구사와 차별을 두기 위한 전략이었다면 꽤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는... 생략한다. 그 정치인이나 우리나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리진 않았지만 어떤 효과는 있었다. 관심이든 반발이든 행동하게 만들었으니까. 아직 진행 중인 역사라 이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한다.

르만 헤세가 쓴 니콜라우스 쿠사누스 《모름의 앎에 대하여》 서평에서 인문학 열풍의 다른 요인도 짐작하게 하는 구절이 있다. "삶이 견디기 힘든 시절에는 추상적인 사상의 문제보다 더 나은 피난처가 없다. 거기서는 그 어떤 싸구려 위안도 흘러나오지 않는다. 시대를 초월한 가치들에 정신을 집중함으로써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신을 강하게 만들 수 있다."(p201) 1차 대전이 끝나고 민족과 전체를 위해 자신을 소진할 대로 소진한 젊은이들을 위해 1920년에 쓴 글이다. 같은 해 헤르만 헤세는 에밀 싱클레어라는 이름으로 《데미안》을, 익명으로  《차라투스트라의 귀환》을 쓴 연유도 서평으로 밝히고 있다. 자신의 명성과 위치를 내세워 말하기보다 동년배가 말하듯 젊은이들의 정신적 방황을 공감하고 위로하고 싶어서 였다고 한다. 1900년부터 죽음에 이른 1962년까지 헤세가 쓴 3천여 편의 서평과 에세이는 방황하는 젊은이들을 위한 사랑과 봉사였다. ''은 유행이 아니라 그것을 하는 사람들에 의해 오랫동안 우리 곁에 있었다.


사람을 이해하고 살피는 마음가짐이 인문학의 기본이고, 글은 언어와 나의 변덕스러움을 가라앉히고 천천히 명징하게 나타내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헤세는 몇 년마다 다시 읽는 책 중 하나인 괴테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를 두고, 완성하기까지 총 50년의 세월을 보내고도 막강한 토르소만 남겼다고 했다. 짧은 비판 문장에도 강렬한 경탄이 들어 있다. 이렇게 끝나지 않는다.

 

"그의 위대한 소설 전체가, 의지와 시도와 능력으로 보자면 거의 초인적인 괴물인 이 작품이 이런 자리에서 보이는 약간의 실패가 내게는 두 배나 경이롭고 위대하게 여겨진다. 사랑에서 생겨나지 않은 위대한 예술작품이 없듯이, 예술작품에 대해 다시 사랑 말고는 달리 어떤 고귀한 후원의 관계도 없다. 위대한 문학작품에서도 인간적인 약점 일부가 드러나는 자리에서 오로지 비판이나 심지어 남의 실패를 기뻐하는 마음에 빠져드는 사람이라면, 이 풍성한 식탁에서 언제나 가난하고 비참한 굶주림만을 느낄 것이다."(p229)
ㅡ 헤르만 헤세, 요한 볼프강 폰 괴테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 서평 '이 소설은 하나의 세계다'

 

비판의 쾌락에 취한 굶주림 상태인 지도 모르는 글과 말은 어느 시대에나 상주했다. 그런 비판들은 만나는 모든 걸 황무지로 만든다. 메뚜기 떼가 지나간 다음처럼 앙상한 것만 남긴다. 그렇게 먼지를 뒤집어쓴 것들 속에 진실과 진리가 살아있는지도 걱정스럽다. 그에 비해 헤세는 동화나 낯선 동양 경전도 차별 없이 정성껏 읽고 상대에게 전한다. 나쁘게 본다면 오리엔탈리즘도 섞여 있다 말할 수 있지만, 헤세가 직접 표현하기도 한 심이었다고 나는 본다. 삶의 비참함을 감내하며 이해와 사랑으로 작품을, 사람을, 세계를, 작가를 읽을 때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다고 헤세의 에세이들은 증명하고 있다. 그의 글은, 인문학이 완성된 무엇을 읽는 게 아니라 우리가 찾아가 읽고 생각하는 과정 전체라고 또렷하게 전해준다. 인간의 양심에 대한 고찰이라고 불러도 될까. 50년이 지나도, 화성 이주가 실현되어도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건 분명하다.

 

 

 

 

차갑지 않으면서 시들지 않는 헤세의 문장을 잘 표현한 표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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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8 15: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6-09-28 15:32   좋아요 2 | URL
잡스 영향에 삼성도 인문학 프로젝트 했다가 아무런 소득도 못 얻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대학이 기업 손아귀에 들어가면서 인문학 계열 학과들이 효수되는 일련의 과정들은 씁쓸하죠. 장사되는 카페들은 만들면서 학과는 없애는 대학이라니...
기업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인문학을 자기계발이나 처세술로 써먹으려 하는 자세도 문제가 있겠죠. 한국 사회 전체의 문제죠. 겉으로는 인문학, 안으로는 실리 추구, 정말 표리부동한 현실입니다.
굳이 비밀글로 안 하셔도 될 내용 같은데요^^;

yureka01 2016-09-28 15: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 네 아갈마님 책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서..비밀글 처리 했답니다..ㅎㅎ 우째 잘 지내시죠?ㅋ

AgalmA 2016-09-28 15:37   좋아요 2 | URL
제가 인문학으로 이야기를 풀었으니 그리 된 거죠, 뭐^^... 감기가 지독하네요. yureka01님도 감기 걸리지 않게 잘 챙기소서^^/

달걀부인 2016-09-28 15: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침 첫 글(시차가 있으니까요)이었습니다. 감명 깊은 대화였어요. 제가 고민하는 지점들에 대한 답을 찾을수도 있었구요.
고민에대한 답을 찾았으나 세상에 대한 답은 요원해 보여 그저 이렇게 있어도 되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

AgalmA 2016-09-28 18:45   좋아요 1 | URL
시차가 꽤 있군요.
많은 사람들이 서로 부대껴 사는 세상이라 문제도 계속 돌고 돌며 고민이 끊이지 않네요
고민이 모여 기적적으로 해결의 실마리가 열릴 때도 있지 않았습니까.
체념과 무기력에 빠지지 않게 자신을 챙기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작은 친절도 모이고 모이면 문화가 되잖아요^^

[그장소] 2016-09-28 15: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문학 열풍으로 미래는 미리 와있는데 , ㅎㅎㅎ 현실은 후퇴중이네요! 그쵸!^^ 비판은 모든 걸 황무지로 만든다 ..그렇죠 ..물어 뜯기에 바쁜 영영가 없는 논쟁은 정말 그래요!^^

AgalmA 2016-09-28 19:28   좋아요 1 | URL
이 나라 실세들은 지진이 와도 눈가리고 아웅이고, 미래는 미래를 위한 재테크 정도로 생각하니 이 폭풍 속의 한국이란 배를 어쩐답니까...
각자 자기 주장을 가져 발언하는 거 좋죠. 다만 타인에게 귀기울이지 않는 편견과 잘못된 논쟁 문화는 정말 고쳐져야 해요. 위계적인 교육과 경쟁을 일삼는 한국 교육과 경제 질서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죠.

[그장소] 2016-09-29 01:23   좋아요 1 | URL
아 ~ 아~( 오광록 버전 한숨)
누구의 주제런가 ...일만 이천봉 ... 산이좋아 ... 배댈곳도 많아 사공은 좋으려나~~!!
에헤라디오~당신은 ~ 어디, 어디있나요~^^ㅋ ( 마무리는 정동하 버전)

벤투의스케치북 2016-09-28 16: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인문학은 저항이고 비판이라는 이진경 선생의 모토는 사라진 것인가요?

AgalmA 2016-09-28 19:09   좋아요 1 | URL
적절한 문제 제기를 해 주셨네요^^
인문학의 저항 정신과 비판도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것과 잘못되었다는 걸 알리기 위해 일어서는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해받지 못하더라도 용기를 내는 것도 포함되겠죠. 잘못된 흐름으로 가고 있다고 경고했던 키에르케고르나 니체의 뜻을 당시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했죠.
제 글에선 비판의 쾌락에 빠진 비판주의를 경계하자는 뜻이었지 비판의 긍정성까지 부정한 건 아니었습니다. 회의주의도 체념적 회의주의와 합리적 회의주의가 있잖습니까. 제가 비판 정신의 긍정성을 덧붙이려다 놓치고 글을 올렸네요. 잘 말씀해 주셨습니다^^

벤투의스케치북 2016-09-29 13:20   좋아요 1 | URL
네... 잘 읽었습니다...

cyrus 2016-09-28 16: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을 이해하고 살피는 마음가짐이 인문학의 기본인데 인문학 전문가 강 모 씨는 노숙자를 좀비로 표현했죠.

AgalmA 2016-09-28 19:13   좋아요 2 | URL
지식과 인격이 비례하는 건 아닌 거 어제오늘 일도 아니잖습니까~_~;
거친 발언으로 말에 무리한 힘주기를 하는 거 자기 부메랑이 되기 쉽죠...

북다이제스터 2016-09-28 23: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헤르만 헤세.....
그 이름만으로도 떨림을 느낄 수 있습니다. ^^

AgalmA 2016-09-29 00:03   좋아요 1 | URL
중학교 때 헤르만 헤세 <데미안> 읽고 부르르 떨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기억이 훼손될까봐 다시 안 읽고 있는데, 헤세도 그래서 예전에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은 되도록 안 읽으려 했다고 하더군요.ㅎ 이번에 이 책 읽으며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 뽐뿌가 많이 왔는데, 소홀했던 동양 쪽을 시간을 길게 잡고 읽어야 겠단 생각도 했습니다. 북다이제스터님이 장정일 공부 읽고 책목록 잔뜩 생기셨듯 저도 그런 상황ㅎ;

2016-09-29 0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9 0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9 0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고기자리 2016-09-29 16: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비판은 `필요`지만 오직 그것만을 목적으로 삼는 비판 쾌락주의자의 글은 그 내용보단 글을 쓴 사람을 읽게 만드는 것 같아요.

사실 우린 글을 통해 서로를 읽고, 읽히며 사람을 더 넓게 이해하고, 그럼으로 또 자신과 세상을 이해하게 되죠.

그런 면에서 본다면 비판 쾌락주의자의 글에서도 인간에 대한 경험은 넓어지니 이 세상엔 아무 쓸모없는 글은 없는 것도 같고요 ㅎ


헤세는 참 많은 서평을 썼군요. 그러고 보니 이런저런 굴곡이 많은 때일수록 가볍지 않은 글들을 읽게 되는 것 같아요. 어떻게든 생각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글들을요. 아마도 가벼운 글에선 위안 받을 수 없기 때문이겠죠.

맞아요, 인문학은 완성된 무엇이 아니라 생각하는 과정이죠. 그래서 저도 일방적이지 않은, 최선을 다해 읽고 같이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A 님의 글을 참 좋아합니다.

저도 `차갑지 않으면서 시들지 않는` 정신을 읽고 싶고, 또 그렇게 살고 싶어요 ㅎ


AgalmA 2016-09-29 19:20   좋아요 2 | URL
오, 물고기자리님이 빨리 물 위로 나타나셔서 반갑^^ 헤르만 헤세 힘이 강력했나 봄^^!
헤세가 서평을 그리 많이 쓴 것도 시대 영향이 있죠. 그 사이 세계 대전이 두 번이나 있었으니 생각은 얼마나 많이 했을 것이며 세상에 대한 걱정은 또 얼마나 많이 했겠습니까. 운동선수들이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차고 연습하듯이 글도 무거운 글을 통해야 더 단단해지고 깊어질 수 있겠죠.

글은 참 이상해요. 자연스레 동조되는 글엔 경계없이 푹 빠지게 되는데, 의문들이 툭툭 생기는 글엔 이 사람이 왜 이런 글을 쓰게 됐나 살피게 된단 말이죠. 그 지점이 비판의 시작이 되겠죠. 사람 생각의 다양성도 느끼게 되고요. 그래서 말씀처럼 쓸모없는 글은 없게 돼요.

제 글이 타인에게 모범이 되거나 내세울 글은 아니죠. 다만 제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늘 합니다. 제가 가질 수 있는 것도, 할 수 있는 노력도 그 뿐이라고 생각하고요.

물고기자리님 글도 제겐 언제나 `차갑지 않으면서 시들지 않는` 글이랍니다^^ 요즘은 보기가 힘들어 `귀함`이 더 추가됨!
삶에서 글이 오고 글에서 삶이 묻어나듯 물고기자리님도 그런 삶을 사실 거라 생각해요.


물고기자리 2016-09-29 19:24   좋아요 2 | URL
그 귀함을 유지하기 위해서 좀 더 게을러져 보겠어요!ㅋ

신기한 게 맘이 제일 복잡할 때 오히려 이렇게 수면 위로 올라오게 돼요. 제게 있는 긍정적인 부분 중의 하나라고 오만하게 말해봅니다!ㅋㅋ

(A 님 글 읽으러 올라왔죠^^)

AgalmA 2016-09-29 19:42   좋아요 2 | URL
목소리 잃은 인어공주 상태시군요!
어떻게 하면 됩니까.
(어디선가 들려오는 계시)
네가 까뮈와 키냐르와 파묵과 그르니에 같은 작가 리뷰를 많이 쓰면 쓸 수록 많이 볼 수 있다아아~아...
크흑, oTL .... 내가 읽고 글 쓰는 것도 오래 걸리는 방법이잖아;;;
<물고기자리님을 위한 A 단막극 끝>

웃고 계시지만 맘이 어떠실까 생각하니....
귀한 물고기자리님 감기 안 걸리게 잘 두르고 다니세요. 콧물 찔찔 인어공주되면 곤란하니까^^;;

물고기자리 2016-09-29 19:43   좋아요 2 | URL
아, 진짜 육성으로 깔깔거리며 웃었어요 ㅎㅎ

하여튼 A 님의 맞춤형 재치는 이길 수가 없습니다^^

좋은 글도, 따뜻한 댓글도 모두 감사해요. A 님도 얼른 감기에서 완전히 회복되시길요!!

고양이라디오 2016-11-08 14: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삶의 비참함을 감내하며 이해와 사랑으로 작품을, 사람을, 세계를, 작가를 읽을 때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다고 헤세의 에세이들은 증명하고 있다.˝

멋진 문장입니다^^ 저또한 그런 마음가짐으로 책을 읽으려 합니다.
 
침묵과 빛 - 루이스 칸의 언어
존 로벨 지음, 김경준 옮김 / 스페이스타임(시공문화사)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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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사라진다 해도 는 어디서든 살아 숨 쉴 것이다. 무엇으로든, 누구에 의해서든.

 

모든 위대한 건축가는 필연적으로 위대한 시인일 수밖에 없다. 그는 자신의 시간과, 시절 그리고 자신의 시대에 대한 위대한 해설가임이 틀림없다.”

프랭크 로이드 이트 (건축가, 뉴욕 구겐하임 박물관이 대표적 작품)

   

루이스 (1901~1974)은 미국에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와 동시대에 활동한 시인 같은 건축가.예측할 수 없는 것의 만남을 건축으로 생각한 루이스 칸은 예측할 수 없는 것의 만남을 라 생각하는 시인의 자세와 같다. 그의 건축론은 이 책 제목인 묵과 빛이란 표현으로 집약된다. 칸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예측할 수 없는 것을 침묵”(p62), 이미 존재하는-예측할 수 있는 것을 ”(p62)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위대한 건물은 예측할 수 없는 것으로 시작되어, 디자인 단계에서 예측할 수 있는 수단을 거쳐, 끝으로 예측할 수 없는 것’(p136)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침묵에서 침묵으로.

 

 

루이스 칸의 건축론은 철학적이며 시적이다. 그것은 풍부한 상상력과 경험에 따른 직관에서 나온다. 그가 성질의 등장을 바라보고, 성질과 상의하며, 성질을 생각하는 풍경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다음은 루이스 칸이 세상을 떠나기 몇 달 전인 1973, 뉴욕 시 프레트 대학의 건축학과에서 강의한 내용이다.

 

내가 종이 위에 잉크를 한번 묻힐 때, 나는 검은색은 빛이 없는 곳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다음에 정말 제대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왜냐하면, 나는 빛이 존재하지 않는 곳, 즉 내가 검게 칠한 곳을 인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후에 그 그림은 절대적인 광채를 띠게 되었다. p68,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지?” 벽돌은 당신에게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나는 아치를 좋아해.” 만약 당신이 벽돌에게 다시 아치는 값이 비싸기 때문에 나는 개구부 위에 콘크리트 인방보를 사용해야 되겠어.”라고 말한다면, 벽돌은 그래도 나는 아치가 좋아.”라고 대답할 것이다. p111, 재료

 

벽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당신은 지금 나에게 무엇을 하고 있지? 나는 당신을 보호했는데…. 나는 당신이 안전하게 느끼도록 해주었는데. 지금 당신은 내 몸에 구멍을 내고 있다고!” “하지만, 나는 멋진 광경을 보고 싶어, 밖을 내다보고 싶단 말이야.” 벽은 매우 큰 슬픔을 느꼈다. p116, , 기둥

     

도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거리이다. 그것은 도시의 첫 번째 시설이다. 거리는 합의로 구성된 방과 같으며, 공동의 이용을 위한 것이기는 하지만, 기증한 사람들에게 속한 룸들로 구성된 벽체들로 이루어진다. , 도시에 받쳐진 일종의 커뮤니티 룸인 것이다.

오늘날, 거리에는 거리에 면한 집들과 무관한 냉랭한 움직임들만 있다. 더 이상 거리는 없다. 단지 도로만 있을 뿐이다. p128, 시설

 

 

건축은 존재를 가지지만, 실존을 가지지는 않는다. 단지 건축 작품만이 실존을 가질 뿐이며, 건축 작품은 건축에 대한 제물로 남게 된다. p138, 건축

 

당신이 스스로 자신의 본질을 끄집어내지 않고는 자연을 이해할 수 없다. (중략) 당신이 이해하는 것은 당신에게 속하는 것이어야 하며, 가르치는 단어들은 어떤 식이든 뚜렷한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당신이 이해하고 있는 것은 이미 특이성으로 변형된 것이기 때문이다. p148, 선생님

 

      

루이스 칸은 화가가 되길 꿈꿨다. 그는 코르뷔지에(프랑스 건축가), 울 클레(화가이자 음악가)에게서 정신을 더 배웠다고 말한다. 코르뷔지에와 울 클레를 조합해 생각하면 신기하게도 루이스 칸의 특징을 느낄 수 있다.


 

르 꼬르뷔지에 - 찬디가르 고등 연방법원

 

 Paul Klee - House of bridge



 

 루이스 칸 - 방글라데시 국회의사당

 


루이스 칸은 '사물이 시간이전부터 가지고 있는 질서-존재 의지'(p184)를 볼륨 제로(volume zero)라고 불렀다. 존재하는 것뿐만 아니라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도 포함하는 질서는 궁극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질서를 느끼고 묻고 표현할 수는 있지만 정확히 말할 수 없다. 바람에 대해서, 돌에 대해서, 시간에 대해서, 나에 대해서.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가 우리 자신이길 바란다. 우리가 만나는 모든 순간에서 가능성을 믿듯이. 그 순간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어김없이 우리의 거울이 된다.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예측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그것은 사람일 수도, 건축일 수도, 문장일 수도, 詩일 수도 있다.

 

 

   

 

 

 

 

루이스 칸 건축에 대해 더 자세히 볼 책들

 

 

 

 

 

 

예술은 어떤 사물을 침묵에서 빛으로 옮겨주는 수단이다 - 《침묵과 빛》, p187, 존 로벨
모든 물질세계는 그 자체를 소모하는 빛이다 - 《침묵과 빛》, p188, 루이스 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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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6-09-26 07: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건축가들은 예술적 감각을 타고 난 경우도 있고,예술성을 배워 가는 것도 있고,예술을 동경하는 것도 있는 것같아요!
정말 루이스 칸의 작품은 르 꼴뷔제와 파울 클레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군요!
지향하며 배워간 것이겠죠?
대가들도 늘 배움의 자세! 그리고 창조의 시간!!^^

또 담아가야할 책이 늘었습니다^^

AgalmA 2016-09-26 12:00   좋아요 0 | URL
책읽는 나무님 굿모닝요^^
건축은 프로와 아마추어가 좀 극명하게 나오는 거 같아요. 규모가 커서 그럴까요. 자신만의 철학과 감각이 융합되어 있지 않으면 건물에 생명력을 불어넣지 못한다고 할까. 기능을 우선시하느냐, 예술성을 더 추구하느냐 세부적인 차이도 있겠지요.

꼬르뷔지에와 클레 붙여놓으니 정말 그렇죠? 책에는 이미지 설명이 없어 읽기만 하면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게 되는데, 인터넷으로 두 사람의 이미지들을 겹쳐 보게 되면 루이스 칸이 느껴져서 재밌었어요^^

저는 이 책을 가지고 있어서 보게 됐는데, 2장에 존 로벨이 건축에 대한 걸 개괄하며 루이스 칸 예술론 정리한 게 읽을 만했어요, 작지만 유용한 책^^ 도서관에서 빌려서 가볍게 읽기에 괜찮습니다.
루이스 칸에 대한 다른 책도 좋은 게 많아서 덧붙여 보았습니다^^/

북다이제스터 2016-09-26 07: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르 코르브지에 건축은 지붕 보면 딱 알겠네요. ^^

AgalmA 2016-09-26 07:21   좋아요 1 | URL
저도 그런 문장을 쓰고 싶습니다ㅜㅜ!
굿모닝입니다. 북다이제스터님. 즐거운 하루 되세요^^/

북다이제스터 2016-09-26 18:24   좋아요 0 | URL
하루종일 출장 다녀 답글은 굿이브닝이 되었습니다 ㅋㅋ 즐거운 하루 되셨습니까?^^
저는 르 코르브지에 잘 몰랐는데, 건축가 승효상, 서현 등의 책 보면 반드시 꼭 나오는 작품이더라구요. 전 그의 건축물을 작품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

AgalmA 2016-09-26 20:34   좋아요 1 | URL
바쁘셨군요. 르 코르뷔지에는 건축 얘기만 나오면 회자되는 왕선생님이시더군요. 드로잉도 멋지게 그리시더라는~
예술이 구원이 될 수는 없지만 코르뷔지에가 도시 계획에 애쓴 거 보면 그런 역할을 한 것 같기도. 그래서 뛰어난 건축가들 작업은 특별히 더 감동스럽습니다.

북다이제스터 2016-09-26 21:20   좋아요 0 | URL
실용주의셨어요? ^^

AgalmA 2016-09-26 21:45   좋아요 1 | URL
거듭 실패하는 휴머니스트 이상주의자? 가우디나 르 코르뷔지에 같은 이들 보면 개인으로서 이상을 실현하는 모습같기도 하단 말이죠. 심미만이 아니라 육체까지 보듬어 줄 수 있다니 멋지잖습니까.

북다이제스터 2016-09-26 21:49   좋아요 1 | URL
그렇네요. 가장 어려운 부분 꼭 찝으신 거 같습니다. 이상을 추구하나 현실을 구현하는... 아무나 할 수 없는 그들의 위대함인 거 같습니다. ^^

2016-09-26 2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6 2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6 2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6 2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6 2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6 2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6 2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 2016-09-26 1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건축 관련해서 읽으려고 생각해둔 책이 <영원의 건축>이었는데, 이 책도 추가해야겠네요 ㅎㅎ
Agalma님 글은 북플이 아니라 서재 통해서 보게 돼요. 레이아웃을 같이 보고 싶어서.. 건축 사진 보니 더 궁금해지네요 ㅎㅎ
그런데 서재 책장에 꽂힌 책은 컨셉인가요? 책장도 검고, 꽂힌 책도 다 새카매서 볼때마다 놀라는..^^;;

AgalmA 2016-09-26 12:44   좋아요 1 | URL
아무님이 고르는 책은 저도 관심갖고 신뢰하는 책이라 좋더라는^^
건축 예술 분야는 미메시스와 안그라픽스에서 나오는 책들이 좋긴 좋더라는. 전문성 면에서나 책 구성면에서 봐도 탁월.
승효상 <건축, 사유의 기호> 경우 건축가 자전적인 걸 많이 다뤄 좀 부족하다 느껴지지만 건축 사진들은 다 매우 훌륭해서 좋더군요.
요즘 제가 읽는 책 중에 <현대 건축의 철학적 모험>이란 책이 있는데, 장용순 씨가 4권으로 기획한 시리즈. 어렵지만 철학, 예술, 건축, 과학 모두를 아우르는 독특한 책. 도전 의식을 부르는 책이죠.
일전에 한국건축사 책도 샀는데 A3 판형에 각 장마다 문제까지 풀라는 설정이어서 난감--;; 문제 풀기 싫어서 적극적으로 읽기가 싫어짐....
개인적으로 아무님에겐 수잔 벅 <발터 벤야민과 아케이드 프로젝트> 책이 딱 어울릴 거 같은데요^^

책장, 네...제 기분 따라 책장을 꾸밉니다. 요즘은 온통 검은색인 게 편안해요^^; 본의아니게 놀라게 해서 죄송ㅎㅎ;;;
글 레이아웃 꾸미는 것도 글 쓰기만큼 재밌어요^^ 형식을 보는 것도 재밌잖아요. 다른 분 글도 전체적으로 보는 걸 더 선호해서 웹으로 거의 보는데, 요즘 북플에서 문장들이 잘려 나오는 현상 때문에 웹읽기가 필수.

아무 2016-09-26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수잔 벅 모스 책 예전에 읽어봐야지 생각했었는데 어찌 아시고..^^ 벤야민에 대해 알고 싶어서 장바구니에 넣어놨었어요 ㅎㅎ
제목만 봤을 때는 <현대 건축의 철학적 모험>이 확 끌리는데요?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불끈 솟는..
제가 예전부터 책을 느낌적 느낌으로 확 고르는 습관이 있는데, 요즘 확률이 안 좋아요;; 예전엔 7할 정도였다면 요즘은 4할 정도? 알라딘 활동을 하다보니 관심사도 따라가는 듯한.. 여기저기 쑤셔보고 싶은 호기심이 엄청 커졌어요 ㅎㅎ 구매력은 거기 못 따라가고..ㅠㅠ

AgalmA 2016-09-26 17:54   좋아요 1 | URL
수잔 벅 모스는 저도 아직 읽진 않았는데 읽긴 읽을 겁니다. 알고 지낸지 꽤 되면 어떤 책을 읽는지 알고 있으니 기호 파악이 되지 않겠습니까^^
<현대 건축의 철학적 모험>도 미메시스에서 나왔는데, 책 외형도 확 끌리게 만들긴 했어요ㅎ. 장용순 씨가 프랑스에서 들뢰즈를 탐독하기도 하고 알랭 바디우가 스승이라 내가 철학서를 읽고 있나 싶긴 합니다;; 박사 논문이었다니 그럴 만 하지만. 장용순 씨가 예술부터 과학까지 다방면에 관심을 가져서 지적 모험의 향연이긴 합니다. 하지만 4권을 과연 다 읽을 수 있을까... 1권 다 보고 결정하려고요.
저도 느낌적 느낌 책사기 해서 실패 경험 있죠. 알라딘 중고매장에 가서 파는 수밖에요;

분야별로 어느 정도 갖췄다 싶어서 요즘은 사는 건 멈추고 안 읽은 책 읽기에 집중하고 있어요. 집에 책 쌓아두는 거 원하지 않는 바라서 신간은 도서관 의지해야죠^^

2016-09-28 14: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8 15: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8 15: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간은 언제부터 지루해했을까? - 한가함과 지루함의 윤리학
고쿠분 고이치로 지음, 최재혁 옮김 / 한권의책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인터넷을 어느 정도 접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인터넷 유행어 중에 이런 게 있죠.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고 더 적극적으로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반려동물 키우는 사람들이 이 문구를 넣어 짤방을 만드는 걸 심심치 않게 봅니다.

 

관련 자료

https://namu.wiki/w/%EC%95%84%EB%AC%B4%EA%B2%83%EB%8F%84%20%EC%95%88%ED%95%98%EA%B3%A0%20%EC%8B%B6%EB%8B%A4

 

 

설득할 필요도 없이 게으름과 한가함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욕구이자 쾌락입니다. 리 베르크손의식에 직접 주어진 것들에 관한 시론》(p58~59)에서, 벗어나기 위해 운동하라는 명령을 고통’, 운동하지 못하게 하는 사로잡힌 무기력을 쾌락이라고 했습니다.한가함과 지루함의 윤리학이라는 부제를 단, 쿠분 고이치로 인간은 언제부터 지루해했을까?는 그러한 고통쾌락의 역학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스칼은 방에 가만히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끊임없이 분전환(Divertissement, 디베르티스망)을 추구하는 불행이 인간의 삶이라고 했습니다.

고쿠분 고이치로는 인류가 유목생활에서 정착생활로 넘어가면서 사유재산 같은 소유의 문제와 사회적 불평등(경제적 격차, 계급)이 생겨났고 지루함의 문제도 등장했다고 봅니다.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존재가 국가에, 집에, 관계에, 소유와 분배에, 자아에 골몰하게 된 것도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노동과 소비사회에 압도되어 있는 우리는 이데거가 표현한 얼빠짐(마비상태)’, ‘붙잡힘상태에 놓여 있습니다현실을 벗어나기도 바꾸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헬조선’  같은 표현들은 우리에게 기분전환용이기도 할 겁니다. 고쿠분 고이치로는 일상의 지루함과 기분전환이 얽힌 양식을 살아가는 것이 인간 삶의 본질이라고 하며, 지루함이야말로 인간이 지닌 가능성의 발로”(p226)란 하이데거의 말처럼 상황에 매몰되지 않는다면 돌파할 수 있는 가능성-자유도 그 속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에스토니아 출신의 이론생물학자 스쿨이 고안해낸 환경 세계는 그 가능성의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환경 세계는 모든 생물이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 속을 살아가고 있다는 개념입니다. 18년간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포유류가 발산할 뷰티르산 냄새를 기다리는 어떤 진드기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는 다릅니다. 18분의 1초가 연속되어야 시간을 감지할 수 있는 인간과 그보다 더 빠른 시간 내에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는 물고기도 다른 시공간을 삽니다. 해바라기를 하기 위해 바위를 받침대로만 여기는 도마뱀과 감상을 비롯해 여러 용도로 바위를 이용하는 인간도 다르게 세계를 감각합니다. 동물들이 자기 환경 세계에서 충동의 정지충동의 해제로 안주한다면, 인간은 동물보다 환경 세계를 자유롭게 이동하는 능력이 상당히 발달해 있습니다. 방에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말은, 하나의 환경 세계에 머물러서 살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인간은 세계 그 자체를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지루해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상당한 자유를 가지고 환경 세계를 이동할 수 있기에 지루해하는 것이다

하이데거의 지루함론  

 

예술, 결혼, 놀이, 독서, 우주 탐사 등 우리 행위들은 환경 세계를 바꿈으로써 삶의 가치를 찾으려는 노력일 겁니다. 행위가 안정되고 습관을 통해 우리는 쾌락을 얻지만 반복의 지루함이라는 불쾌함을 다시 마주해야 합니. 파경, 무질서, 광기, 노예 같은 상황들은 나쁜 결과에 해당되겠죠. 

경험의 반복과 스스로 사고하는 체험 속에 자신과 세계를 이해하고 깨닫게 되는 것이 인간다운 삶이라는 결론은 매우 진부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실제 이런 삶을 누구나 누리고 살고 있지 않기에 이 결론은 가볍지 않습니다. 또한 이 결론이 타당한 것인지 고쿠분 고이치로가 생물학, 경제학, 사회학, 철학을 두루 살펴 37명이 넘는 인물들의 이론을 탐구하며 말하고 있기에,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으로서 저는 고맙기도 했습니다. 제 생각 발전소에 윤활유가 되어 주었으니까요지루함과 기다림의 보고서였던  케트《고도를 기다리며가 본문 논의에 들어가지 않아 아쉬웠는데, 고쿠분 고이치로가 예상을 비껴가서 저는 살짝 즐겁기도 했습니다. , 인간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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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9-21 0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도를 기다리며를 어디서 봤나 했는데 , 이 글였어요 . 같은 글? ! ( 아 , 저주 받은 바쁜 눈!)

AgalmA 2016-09-21 15:05   좋아요 1 | URL
<고도를 기다리며>를 읽었던 그장소님의 처음 대면이 제일 중요했겠죠. 그래야 그 이후 <고도를 기다리며>를 말하는 글의 의미를 알고 느끼실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저주는요 보배같은 눈이죠^^

[그장소] 2016-09-21 16:38   좋아요 0 | URL
다른 분도 언급을 했나 , 그래서 자신없어서
너무 많은 글을 한꺼번에 보니까 ㅡ리뷰들도..
(여기 얘기 아닌데 , 왜 이방에서 이럴까요? 참 , 경계도 없이! ㅎㅎㅎ )
Agalma님 글 보기 전에 막 어디선 본것 같은 기분! ㅎㅎ
그래서 어쩐지 반가운 겹침이나 묘한 데쟈뷰 ㅡ 그런기분였던거 같아요!

yamoo 2016-09-22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앙리 베르크손은 《의식에 직접 주어진 것들에 관한 시론》에서, 벗어나기 위해 운동하라는 명령을 ‘고통’, 운동하지 못하게 하는 사로잡힌 무기력을 ‘쾌락’이라고 했습니다..라고 하셨는데, 베르그손의 <의식에 직접 주어진 것들에 관한 시론> 어디에 그런 말이 있나요? 아갈마 님은 이 책을 정말 읽어 보시긴 한 겁니까? 어디에 그런 말이 적혀 있는 거죠??

AgalmA 2016-09-22 23:19   좋아요 5 | URL
<의식에 직접 주어진 것들에 관한 시론>(앙리 베르크손, 최화 옮김, 이카넷)
p58~59
극단적이라는 말로 당신이 뜻하는 바는 고통을 견딜 수 없다는 것, 즉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 신체가 수많은 다양한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 아닌가?
(중략) 지성이 생각하는 여러 쾌락들 앞에서, 우리의 신체는 마치 반사작용처럼 그들 중 어느 하나로 자발적으로 향한다. 그것을 멈추는 것은 우리에게 달렸지만, 그 쾌락의 매력은 그렇게 시작된 운동과 다른 것이 아니며, 그것을 맛보는 동안의 쾌락의 세기 자체는 모든 다른 감각을 거부하고 거기에 빠져 버리는 신체의 무기력에 불과하다. 우리의 정신을 흐트러뜨릴 수 있는 것에 대하여 저항하려 할 때 그러한 무기력을 의식하게 되는데, 그러한 무기력이 없다면 쾌락은 여전히 어떤 상태이나 더 이상 크기는 아닐 것이다. 물리적 세계와 마찬가지로 정신의 세계에서도 매력(인력)은 운동을 일으키기보다는 설명하는 데에 쓰인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알려드렸으니 이해는 님의 몫입니다. 위 글이 어떻게 그렇게 해석되냐 하시면 p59 각주도 보시죠. 옮긴이가 정리도 해뒀죠? 원문까지 비교하셔서 틀렸다는 걸 증명하시든지요.
출처를 밝혀 달라고 하면 될 일입니다. 책을 정확히 얘기했기에 페이지까지 인용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인용을 정확히 하라는 훈계까지 하실 겁니까. 서재 회원 모두에게 다 그렇게 말하세요. yamoo님도 이곳 서재 회원일 뿐입니다. 자유로운 지적과 토론 문화? 그전에 예의 좀 갖추시죠. 존댓말을 쓰고 있지만 `이 책을 당신이 정말 읽었나` 그 말 밑엔 `당신 따위가 뭘 안다고 떠드는가` 하는 게 읽히는데요. 그 문장이 예의가 있는지 없는지 poll 해 볼까요? 님의 댓글 때문에 받는 제 스트레스, 이런 부가적인 시간 투자는 누가 책임집니까. 알라딘을 위해서? 님을 위해서겠죠.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 지성을 제 서재까지 와서 뽐내지 마십시오. 다음부턴 시비조의 이런 댓글 바로 삭제할 겁니다.

2016-09-22 2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6-09-22 23:58   좋아요 2 | URL
제가 지금 심한 독감에 걸려서 예민하기도 했지만, 사과해 주시니 저도 마음 풀겠습니다.
최화 교수가 베르크손 생각을 잘 정리했다고 생각했고 동의하기에 저도 마찬가지로 표현한 겁니다. 인용이 나오기까지를 일일이 설명하자면 문장이 지저분하고 내용이 복잡해질 거 같아 축약해 말한 게 이리 되었네요. 앞으로 정확성에 대해 더 신경쓰겠습니다.

2016-09-23 0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3 0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3 14: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4 0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다이제스터 2016-09-23 23: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리가 지루함을 불편하게 느끼는 것은 아주 최근이며 잘못된 일이라고 느껴집니다. 바람직하지 않은 우리의 상태인 거 같습니다. 근래 읽은 책에서 인용합니다. ^^
˝시계 판매업자가 우리 시간 관념을 개조했다. “시계회사들의 주된 판매 전략은 시계 시간 자체가 지니는 우월성, 즉 쉬지 않고 정확하게 움직이는 성실성을 내세우는 것이었다.” “1891년 시계회사의 카탈로그는 ‘인생에서 성공을 원하는 사람이 길러야 하는 한 가지 미덕은 시간을 지키는 것이고, 범해서 안 될 실수는 시간에 늦는 것이다’고 광고했다.” “1896년 다른 시계회사는 ‘질서, 신속함, 규율은 젊은이들 마음속에 깊이 심어줘야 할 가장 중요한 삶의 원칙들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이러한 원칙들을 예증하는 데 시계만 한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AgalmA 2016-09-25 17:40   좋아요 1 | URL
로버트 그루딘 <당신의 시간을 위한 철학> 리뷰 쓸 때도 그랬고, 로빈슨 크루소가 모래시계를 멈출 때도 그랬고, 시간 개념을 다루는 다른 책을 읽을 때도 그렇지만 시간은 우리가 만든 세계에 불과하지요. 그리니치 천문대로 표준시를 정해 사용한 것도 100년도 안됩니다. 그래서 예전 철도 경우 출발시각은 정확히 표시해도 도착시각은 말할 수 없었다고 하죠. 칸토어가 무한 개념을 가시화했듯이 시간도 우리가 정한 정확성에 불과합니다. 어디까지나 제 생각. 믿진 마십시오. 정확성 나오니 겁나요;;
시계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전 아날로그 시계를 좋아합니다. 시계를 모으기도 했고요. 디지털 시계의 확고한 제시보다 전체 시간이 돌아감을 보는 맛으로 아날로그 시계를 좋아해요. 재깍재깍 그 소리도 좋고^^시계와 규율? 제겐 전혀 안 먹히는 소리ㅎ;;

[그장소] 2016-09-24 04: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병원 다녀 왔나요? 몸은 좀 어때요? 좀 좋아졌음 좋겠는데..

AgalmA 2016-09-24 08:33   좋아요 1 | URL
수액맞고 저녁약은 잠이 오는 강력한 약을 넣어달라 했더니 연신 잠에 빠져 상태가 좀 호전됐어요. 역시 잠이 보약... 사무실은 아픈 놈 붙잡고 일 어쩔? 수 없어 하는 상황이고ㅎ;;
그나저나 그장소님도 잠을 잘 주무셔야 컨디션이 나아질텐데, 우리에겐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앓는다는 건 상황을 전도하는 꿈 같은 것이기도 하여서 떠나보내기 아쉬워...
병은 살고 싶으면서 죽고 싶기도 한 욕망을 접수해 준 것이기도 하니까요. 자, 이제 얼만큼 살고 싶고 얼만큼 죽고 싶니...그 물음이 확대된 형태.


[그장소] 2016-09-24 18:04   좋아요 1 | URL
음 , 지금의 시대에 장수를 욕망하긴 불안하니 적당히 보험처럼 병증을 안고 있어야 안심이 될지도 ...
다행예요 ..좀 괜찮아 졌다니 ..아, 잠은 정말 저랑 뭔가 타이밍이 원수 같아요 .. 겨우 막 자볼까 하면 예의 의무같은 노릇이 찾아대고요 .
서로 미안해하면서 ...참 싫어요 ..그 어긋나는 시간이 ..그래서 또 포기하고 ,

AgalmA 2016-09-24 22:25   좋아요 1 | URL
제발 잠에 우선 의무를 가지시고요^^;; 저도 잠못자 비실한데 이웃 잠못자 비실한 거 이런 거로 동병상련 원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린 절대 비실해보이지 않는다-,,-;;; 순간적 촐랑만담쟁이들이라;;;

2016-09-24 2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5 06: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5 06: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5 07: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5 07: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5 0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5 0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5 0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5 1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4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6-09-24 22:38   좋아요 1 | URL
염려 감사합니다.
감기 가끔 걸려 고생하긴 했는데, 아, 이번엔 정말 힘드네요.
불필요한 신경 안 쓰고 싶은데, 알라딘 서재만 오면 신경 쓸 일이 넘 많아 아플 땐 오지 않을까 봐요ㅜㅜ;;
님도 건강 잘 챙기세요/

2016-09-25 0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5 06: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고기자리 2016-09-25 16: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프셨군요.. 지금은 좀 괜찮으신가요?

제가 여러 가지로 경황이 없어 자주 접속을 못 하고 있어요.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그럴수록 더 말이 줄어드는, 제가 지금 그런 상태여서 짧게 안부를 전합니다..

강해서가 아니라 아픔을 아니까, 상처받는 줄 알면서도 회피하지 못 하는 A 님이죠.. 잠도 좀 주무시고 빨리 회복하셨음 좋겠어요..

AgalmA 2016-09-25 16:26   좋아요 2 | URL
우왕~ 물고기자리님T^T)o~~ 어디 갔다 이제 오시는 겁니까. 물고기자리님 볼 때마다 난 이 소리ㅎ;;;
보고 싶으면 물고기자리님 서재 가서 읽었던 글 또 읽고 했어요. 물고기자리님이 하루키씨에게 그러셨듯 ˝조금만 더 얘기해 주세요˝ 조를까 하며ㅎ;;
편찮으신 건 아니길.... 물고기자리님이 워낙 섬세하셔서 가만히 있어도 아픔이 몰려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이공계 외유내강도 있으시잖음ㅎ!
아프다고 맘대로 뻗을 수도 없고 사는 게 참 복잡심란, 그렇죠?
물고기자리님 하두 안 나타나셔서 물고기자리님 낚시하는 그림이라도 그릴까 했음~ 가만, 생각해보니 재밌겠음. 호오...


물고기자리 2016-09-25 16:34   좋아요 2 | URL
저는 아프지 않은데 걱정거리가 좀 있어요.. 뭐, 늘 그렇긴 하지만요..ㅜㅜ

산다는 건 앞선 파도에 채 익숙해지기도 전에 새로운 파도에 휘청이는 과정 같아요.

그럼에도 한줄기 빛을 찾아가는 이 미친 집요함이 저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그림은 곧바로 상상이 되네요^^ (웃으니까 새삼 기운이 납니다!)

저야말로 당분간은 `조금만 더 이야기해주세요` 모드로 있을 것 같아요;;

우리 잘 견디며 살아 보아요!!^^

AgalmA 2016-09-25 16:45   좋아요 2 | URL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도 할 수 없는...

평화로움이란 게 조금 덜 힘든 거지 힘든 게 전혀 없단 소린 아니듯이, 물고기자리님이 지금 겪는 파도도 그렇겠군요.
물고기자리님 웃겨 드릴 그림을 연구하며 저도 견뎌 볼께요 ㅜ-ㅜ;;

아무쪼록 건강 잘 챙기세요.

페크pek0501 2016-09-26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도를 기다리며>를 오래전에 연극으로 본 적이 있는데 이해를 하지 못해 정말 지루했어요. 한참 뒤에 그 작품에 대한 해설의 글을 책을 통해 읽게 되었는데 그래도 여전히 지루한 고전이란 생각을 떨쳐 버리지 못했어요.

따지고 보면 무엇이든 깊게 관찰하면 심오하지 않은 것이 없다고 지금은 생각하지만, 그래도 이런 작품보다는 온 정신을 집중하게 하는 작품이, 매력적인 작품이 여전히 좋습니다.

이곳에 많이 드나들어서 많이 배우겠습니다.

AgalmA 2016-09-26 13:29   좋아요 0 | URL
저도 <고도를 기다리며> 해외 초빙작으로 본 적 있는데, 연출이 매우 독특해서 재밌게 봤어요. 베케트도 전작 탐독해보고픈 작가죠. 세상엔 좋은 작가들이 왜이리 많은 건지ㅜㅜ

인간관계가 그렇듯 독자와 작가도 공통으로 관심사가 맞아야 관계가 지속되는 거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작가들은 제가 읽고 싶은 저자들을 다들 호명하는 거보고 신기하다 싶더라니까요. 주시하는 방향성도 거의 같고.

이번에 이성복 시인 대담 <끝나지 않는 대화> 읽으며, 블랑쇼, 바타유, 불가능 줄줄이 나오는 거 보고 역시....했다는^^
이 책 리뷰도 써야 되나 말아야 되나 싶어요ㅎ;;

배우시다뇨. 저는 제 한계에 있을 뿐인 걸요. 같이 이런저런 이야기 나눌 수 있어 저도 고맙습니다^^


2016-09-28 16: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8 2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9 1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9 1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벤투의스케치북 2016-09-29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처음에 그랬다가 푼 즐 알았는데 확인해보고 오픈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