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지 않는 쪽으로 진전되고 있다는 예감에 모든 것에 조금씩 다 나태했다. 평소 육체 건강 염려보다 정신 건강 염려에 나는 더 신경쓴다고 생각하지만 병이 오면 모든 것이 역전된다. 우리가 죽음을 앞두고 그리되듯이.
잠들기 전 꺼내든 랭 드 보통 《프루스트가 우리 삶을 바꾸는 방법들》 첫 문단을 읽고 뜨끔했다.

불행만큼 인간이 전념하는 대상이 또 있을까. 만약에 어떤 악의적인 창조주가 오로지 고통을 주기 위한 목적 하나만으로 우리를 지상에 놓아두었다면, 그 과제를 달성하려고 열성적으로 반응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대견스러워할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고 하겠다. 위로가 불가능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널리고도 또 널렸다. 우리 육체의 연약함, 사랑의 변덕스러움, 사회생활의 불성실, 우정의 손상, 습관의 둔화 작용 등등. 이런 지속적인 고난 앞에서야, 우리가 더 큰 기대를 품고 기다릴 만한 사건은 오로지 우리의 사멸뿐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ㅡ 1장 오늘의 삶을 사랑하는 방법

 

 

 

 

 

 



에밀 시오랑과 비슷하면서도 덜 시니컬하고 차분하다. 에밀 시오랑이 한밤에 쓴 고통에 대한 글이라면 알랭 드 보통은 낮에 쓴 그것 같다고 할까. 정확성을 위해 생각 전개에 살짝살짝 브레이크를 거는 느낌이 전해진다.


고독과 절망의 대가로 불렸던  밀 시오랑(1911~1995)이 종말과 고통에 대해 쓴 글을 살펴봤다.

 

 

그 마지막 순간 인간의 삶이 너무나 높은 강도에 도달한 나머지 후회, 갈망, 사랑, 증오 그리고 절망으로 느꼈던 모든 것이 폭발하여 폐허가 되기를! 그러한 혼란 속에서는 하잘 것 없는 의무에 가치를 두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내부 모순의 압력으로 존재 자체가 와해될 것이다. 그 혼란 속에서 없음이 승리하고 비존재가 화려하게 등장하게 될 것이다.

 

에밀 시오랑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종말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의 가장 특이한 점은 자신의 고통이 절대적이라고 믿는 것이며, 그 믿음 때문에 자신이 고통을 독점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나는 세상의 모든 고통이 내 안에 농축되어 있고, 나만이 고통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더 잔혹한 고통, 제 몸의 살점이 찢겨 떨어져 나가며 죽어 가는 고통, 흉악한 범죄와 같이 용납할 수 없는 고통을 확인하더라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한 고통이 어떻게 닥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더구나 어떻게 고통의 목적과 같은 허튼소리를 지껄일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고통이 내게 주는 가늠할 수 없는 충격은 내게 남은 용기를 앗아간다. 고통이 삶의 동물성, 비합리성, 저주로부터 파생된다는 사실은 고통이 있음을 알려줄 뿐, 그것에 정당성을 부여하지는 않는다. 아마도 존재 자체와 마찬가지로 정당성이 없을 것이다. 존재에 당위성이 있는가? 아니면 순수하게 내재적인 이유가 있는가? 존재란 오로지 있음뿐인가? 없음이 최종적으로 승리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이유가 있는가? 존재는 무를 향해 가고 있으며, 있음은 없음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을 왜 인정하지 않는가? 없음만이 유일하고 절대적인 현실이 아닌가? , 이것이 세상 차원의 한 가지 역설이다.

고통이라는 현상에 깊이 매료되기도 하지만, 나는 고통을 예찬하는 글을 쓸 수 없다. 지속적인 고통은진정한 고통은 지속적이다시작 단계에서 제아무리 우리를 정화시켜준다 하더라도 결국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 우리를 혼란에 빠트리고 파괴하며 무너트린다. 탐미주의자나 아마추어 예술가들은 고통을 하나의 여흥으로 생각하고 쉽게 열광한다. 그들은 고통이 가진 무서운 파괴력과 독성자아를 분열시킬 정도의도 모를 뿐 아니라, 고통이 가져다주는 지혜도 알지 못한다. 그 지혜를 얻으려면 아주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고통을 독점하고 있다는 것은 결국 깊은 구렁텅이 위에 매달려 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정한 의미의 고통은 바로 그것이다.

 

에밀 시오랑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통의 독점

 

 

『랭트랑지장』신문이 보낸 ‘지구 전멸 상황에서 뭘 할 것인가‘ 란 질문에 루스트는 ˝루브르, 사랑, 인도(india)˝를 말했다. 방에 틀어박혀 지내길 좋아한 그가 루브르와 인도를 말한 건 굉장히 뜬금없게 느껴진다. 답변을 증명할 새도 없이 그는 넉 달 뒤 감기로 사망한다. 병이 나면 계획은 전면 포기되거나 수정되지. 하지만 나는 매일 나태의 사치 속에서 오늘을 원망하며 싸운다.

오늘도 시작부터 그리되고 있다. 건강검진받기로 한 날. 네 번이나 예약을 바꿔서 이젠 전화를 건다면 바틀비처럼 굳은 목소리로 ˝안 하고 싶습니다˝를 말해야 할 거라고 생각한다. 건강검진 4시간 전, 나는 이러고 있다. 예전 건강검진 때도 3시간 자고 갔던가. 그때는 갔고 이번엔 안 갔다. 중대함도 선택의 문제이고, 그것이 이성적인지 감정적인지 본인조차 정확히 가르기 어렵다.

지구 전멸 상황이 왔을 때 나는 무엇을 필사적으로 바꿀 것인가. 쓰고 있는 글의 문장? 멋지기 보다 끔찍한데.
유언은 쓰는 사람에게도 보는 사람에게도 짧은 게 좋은 거 같다. 자살자들은 대체로 그렇다고 한다. 아예 유언장이 없는 경우도 많고.
폴 칼라니티 《숨결이 바람 될 때》 같은 책을 쓸 수 있다면야 좋겠지만.셸 슈나이더가 지성들의 죽음의 순간을 생각하며 쓴 《죽음을 그리다》죽음보다 삶과 문학에 더 가까이 갔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가까이 하는 것이 그것이기 때문에.

 

몽테뉴는 말이란 절반은 듣는 사람을 위한 것이고, 절반은 말하는 당사자를 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자신에게 속하는 법을 아는 것이다.” 이것이 수상록에서 그가 말하고자 한 것이다. 자신에게 속한다는 건 자신이 되는 것 또는 자신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방식대로 죽는 것이다.

미셸 슈나이더 죽음을 그리다미셸 드 몽테뉴 편(1592913일 사망)

 

 

곧 하겠다? 바로 그것 때문이야. 곧 하겠다는 말. 그래서 인간은 행복하지 않은 거야. 곧 행복해질 거라고 하니까.” 라고 심술궂게 말했다.

미셸 슈나이더 죽음을 그리다임마누엘 칸트 편(1804212일 사망)

 

 

인생은, 계산할 때 보면 실패의 총합일 뿐이다.

감정은 자기 자신에게서 끝난다. 우리는 서로 헤어진다.

결론: 헤어진 후에도 가끔 서로 만나다가 죽음을 맞이한다.”

플로베르가 1862년과 1863년 사이에 수첩에 쓴 글이다. 감정교육이란 결국 실망을 느끼게 하는 교육이다. 유일하게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교훈이 없다는 것이다. 감정은 교육하는 것이 아니다. 감정은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죽음은 한 마리의 짐승과 같다. 마침표를 찍어야 할 일이 있을 때 죽음이 찾아오면 거추장스럽다. 188058, ‘죽음을 상징하는 짐승이 얼마 전부터 플로베르 주변을 맴돌다가, 마침내 그에게 달려들었다. 나머지 일을 처리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죽음은 거추장스러운 존재다. 죽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다.

미셸 슈나이더 죽음을 그리다귀스타브 플로베르 편(188058일 사망)’
 

 

예전엔 매우 공감했던 에밀 시오랑과 미셸 슈나이더 그리고 지성들의 글을 다시 접하니 단정과 허점과 모순이 많이 보였다. 사변은 불가피하게 이런 인상과 결과를 낳는다. 과학 실증 주의자들은 매우 싫어할 글이다. 내 글도 마찬가지겠지. 내 심정도 내게 그리 호의적이진 않다. 나는 언제나 1분 전의 나를 후회한다. 먼저 오는 후회는 없고 언제나 먼저 가는 '나'가 있다.





 

 

 

 

진저리나는 삶에 대해 읖조리며 노래할 줄 아는 The Czars가 여기에 어울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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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6-12-01 17: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태그 지금 봤어요, ‘Agalma가 뽑은 Best서문‘ 좋아요.
전 에밀 시오랑은 너무 재미없게 읽어서, 저런 구절이 있는지도 몰랐네요.

이 페이퍼 마지막 구절의 깨달음 너~어~무 좋은 것 아닙니까, 췟~(,.)

AgalmA 2016-12-02 02:03   좋아요 0 | URL
요즘은 컴 가까이하기가 힘들어서 모바일로 1차로 쓰고 나중에 시간 여유있을 때 웹에서 태그나 기타 사항을 추가해서 늦게 발견하신 듯^^

에밀 시오랑은 그때의 내 감성과 딱 맞아 떨어질 때 시너지가 생기는 작가 같아요. 그래서 호불호가 있는 작가란 생각도 하고요^^

도를 도라 말하면 도가 아니라잖아요ㅎㅎ; 깨달음 같은 게 왔다고 생각될 때는 순간이고 그걸 잘 실행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죠ㅜㅜ
 

 

 

 

 

2016년11월 24일에 펼쳐진 피에르 로랑 에마르(프랑스, 1957~) 연주는 로베르트 슈만(1810~1856) "갖가지 소품"과 죄르지 쿠르탁(헝가리, 1926~) "게임"을 교차했다. 정형적인 형식을 거부하는 아방가르드가 이번 공연의 특징이었다. 

죄르지 쿠르탁 "게임" 시리즈는 피아노 솔로와 피아노 앙상블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성격은 비트겐슈타인 "놀이"와 비슷하다. "게임"은 어린이가 처음 피아노를 받아들이며 건반에 반응하며 갖고 노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렇듯 한 곡 한 곡 연주할 때마다 감전된 듯 튀어 오르던 피에르 로랑 에마르. 그의 인터뷰에서도 알 수 있듯 기복이 심한 화성 변화와 서정성이 뭉쳐 있는 음악에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그것은 내가 음악에서 특히 느끼는 흥미이기도 하다.
 
싱긋 미소를 지으며 세 번의 앙코르 연주. 독특한 인문학 강의를 듣는 듯하게 만드는 연주자였다.

 

 

 

 

 

 

 

 

 

 

 

《메시앙 헌정 앨범》(독일 에코 클라식상), 《바흐:푸가의 기법》(도이치 그라모폰 데뷔 앨범, 황금디아파종상, 쇼크 드 몽드 뒤 라 뮈지크 상, 빌보드 클래식 차트 1위), 《드뷔시 :24개의 전주곡》은 현대 피아노 음악의 교과서라는 칭찬이 자자하다.

 

 

 

 

올리비에 메시앙(1908~1992)은 음악을 '카톨릭 신학 교리에의 봉사'라고 생각했다.

신과 인간과 자연에 대한 사랑을 피아노를 통해 '새의 지저귐과 울음소리'로 표현하려 했다. 여러 선법과 불협화음, 인도네시아와 그 외 동양적 리듬, 반복과 반전의 효과 등이 메시앙의 전형적인 기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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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통과 고뇌에 대한 보고서
    from 공음미문 2016-12-04 19:47 
    나는 여러 언어로 누구나 참여해 만들어가는 위키 백과를 인간의 은유로 자주 느낀다. 자신이 알고 싶은 것을 탐구해 기록하고 누군가 그것을 보완 수정한다. 이곳 알라딘에 있으면서 나는 같은 느낌을 자주 받는다. 누군가(작가) 썼고 우리(독자)는 그것을 읽고 또 글을 쓴다. 그리고 다른 누군가(작가일 수도 독자일 수도)가 또 다른 글(작품일 수도 리뷰일 수도)을 쓴다. 《슈만, 내면의 풍경》을 다시 읽으며 '나를 다시 만나 읽는' 기분이었다. 고뇌가
 
 
[그장소] 2016-11-27 0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식인의 항해를 생각나게하는 선곡이네요!^^


AgalmA 2016-11-27 02:28   좋아요 1 | URL
연주 스타일도 특이해서 보면서 듣는 재미를 주던 연주자였어요. 동영상 찾아서 보셔도 좋을 듯^^
이번 공연에는 없었던 드뷔시와 베토벤 연주는 어떤가 저도 찾아 들어보고 있는 중~

[그장소] 2016-11-27 0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웅 ~ 안그래도 유툽 항해중~ 찾아보려고~^^v

AgalmA 2016-11-27 19:20   좋아요 1 | URL
공연 때만 해도 살 수 있는 음반이 꽤 있었는데 어느새 품절이 많아져서 부득이 유튜브 신세 좀 많이 져야 할 듯;;

[그장소] 2016-11-27 19:30   좋아요 1 | URL
유투브 갔다가 곡 하나 듣다가 아래게 자동재생 그래서 이것저곳 많이봤네요~^^ 덕분에 ,
벌써 품절반이 ...많다니 ..링크를 복사해놔야겠네요.

yureka01 2016-11-27 09: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찾아서 들어야겠어요..아침에는 소개시켜 주신 곡으로 ^^.

AgalmA 2016-11-27 19:23   좋아요 0 | URL
아방가르드한 곡도 있지만 서정적이고 친근하게 들을 만한 곡도 많습니다. 품절된 음반이 많아 알라딘에겐 안됐지만ㅎ; yureka01님도 유튜브로 찾아 들어 보시길요/
 



겨울늪



도착했을 때 겨울은 이미 와 있었다
우리는 자판기에서 실수로 얼음커피를 뽑았다 일종의 징표처럼
차라락 쏟아진 겨울의 체온 겨울의 언어로 뒤덮인
늪은 충실한 노트로 펼쳐져 있었다
결정을 덧입은 낙엽과 마침표로 남아있는 돌들과
깨지기 직전의 온도계로 서 있는 나무 사이로
우리는 오래된 늪의 가장자리만 맴돌았다
겨울의 수천만 개의 손들이 늪에 일제히 기록하는 것을 보며
우리는 호호 입김을 불며 감탄했지만
새들이 휘갈기는 메모조차 읽을 수 없었다
왜 이곳에 하늘과 물과 돌과 나무와 새들이 완벽하게 모여 있는지
왜 우리는 제 손안의 얼음조차 감당할 수 없는 이방인인지
살얼음만큼의 마음도 말도 감당 못하는 우리는
얼음에 젖은 손을 내밀 수도 붙잡을 수도 없이
하얗게 튼 입술로 멋쩍게 웃었다
웃음보다 가벼운 눈이 눈 위로 쌓이며
하늘과 땅이 나누는 입김 속에
겨울도 늪도 우리도 점점 흐릿해졌다
그리고 다음 방문객이 도착하는 소리를 들었다



ㅡ 어느 해 시작(詩作) 노트에서




*
궂은 날씨다.
궂은 혹은 굳은 얼굴이 아니도록 우리는 계속 노력했다. 삶의 카드를 그리 쉽게 뽑는 게 아니라고 거리에 버려진 카드들을 보며 나는 그리 읽었다.
식어가는 커피를 마시며 추웠던 어느 해 겨울 적막했던 공간을 생각했다.
첫눈이 내가 처음 본 순간에 대한 지정(指定)이듯이 나는 정의(正義)가 다분히 자의적이고 인간적인 기준이며 과한 신념일지도 모른다고 자주 생각했다.
누군가는 빨리 오라고 누군가는 천천히 가야 한다고 서로에게 전달했다. 그렇게 계속 도착해 왔고, 오늘도 듣고 외칠 것이다. 듣는 존재이자 말하는 존재 모두에 충실할 것이다. 또한 그런 존재들을 목격할 것이다.
정의는 그런 목격들의 結晶일 때 가장 충실하지 아닐까. 기록과 기록 사이에서 나와 네가 발견되듯이.
초과적인 존재.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속에서 언제나 그렇게 말하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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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11-26 16: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작년에도 눈이 왔더라고요 . 첫 눈오는 밤 ㅡ 겔랑을 맡으며 전 강아지처럼 흥분했는데 ㅡ 그게 벌써 작년일 이더라는~

AgalmA 2016-11-26 23:04   좋아요 2 | URL
전 베르가못향을 좋아합니다^^ 그장소님 강아지 버전 상상하니 귀여우신데요ㅎ 너무 많은 작년들의 우리...

[그장소] 2016-11-27 00:34   좋아요 1 | URL
오오!! 베르가못도 좋소!^^
그나저나 눈와서 광장까지 눈맞으로 간건 아닐테고!^^ ㅋㅋㅋ
ㅋ다녀오셨나봅니다!^^ 응원 ! 하야~~ 그네를 청와대 (의학대) 졸업시키자는 투쟁!

AgalmA 2016-11-27 00:56   좋아요 1 | URL
제가 음악에 관심이 많잖습니까? 하야송 배우러 갔습니다ㅎ
졸업이라뇨. 퇴학이죠-_-! 정유라와 마찬가지로 입학취소까지 갔으면 싶지만. 가짜 대학생처럼 가짜 대통령.

[그장소] 2016-11-27 02:08   좋아요 1 | URL
사실 전부 부정행위라 , 퇴학으로도 갈수없으니
명예 (?)졸업이라도...푸흣!( 이게 말이야 방구야~!!) 학교자체도 부정이라, 지우개는 이럴때 슥슥 지우는 역활로 있음 좋은데,
그쵸?! 염원 하야~~ 퇴진! 그네정부! !

2016-11-26 1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6-11-26 23:13   좋아요 3 | URL
집회가 본격 시작될 즈음에는 눈비가 그쳐 다행이었습니다. 원래 동참할 생각이었는데 날씨가 이래서 동참 인원이 줄까봐 좀 걱정이었어요. 150만 이상이었다고 하니 그또한 다행이었습니다. 곳곳마다 봉쇄되어 더 못 올라간 게 모두가 아쉬웠을...
양희은 가수 라이브는 처음 들었는데 자리가 자리인 만큼 좋더군요.

2016-11-26 1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6-11-26 23:09   좋아요 2 | URL
식당에서도 거리에서도 핫팩을 나눠주는 인심이 있어 추위와 싸우기 수월하더라는^^
염려 감사드립니다.

2016-11-26 1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26 2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11-28 2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추운 날씨 속에 광장을 지키고 계시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AgalmA 2016-11-29 20:40   좋아요 1 | URL
많이 춥진 않은데 내내 촛불을 들고 있자면 손이 좀 시린 듯... 그래서 떨어뜨린 장갑을 현장에서 참 많이 봤어요^^;
이런 에너지가 모이는 일 좋아요. 하지만 집회가 긴 시일로 길어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여러 사람들 힘들게 하는 일이니까요.

cyrus 2016-11-29 20:13   좋아요 0 | URL
차가운 손 따뜻하게 할 수 있도록 횃불을 들고 와야겠어요. ^^;;
 
자정의 픽션
박형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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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휴대폰을 들고 나간 바람에 다시 돌아왔고 새 휴대폰을 들고 곧장 나가지 않고 생각지도 않은 일을 했다. 예를 들면 오래전 밑줄긋기 지우기 같은 일. 이렇게 끊임없이 기억하며 지운다. 간혹 지우지 못한 것도 남는다. 처음을 탓해야 할까, 치밀하지 못함을 탓해야 할까. 치밀보다 끝까지 치사하기로 한 누군가 들을 떠올리며.

다시 살펴본 《자정의 픽션》에서 유난히 아이가 많이 거론된 게 눈에 띄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내 증오심 중 가장 중요한 이유를 생각했다. 배와 아이들을 연결할 때 이곳 사람들은 즉각 트라우마와 죄책감과 분노를 가지게 되었다. 30년이 지나도 이 기억은 많은 사람들에게 트리거가 될 것이다. 또 하나의 금기. 금기가 증가하는 사회. 나는 이런 게 몹시 화난다. 아무 죄 없이 죽임을 당하는 것, 아무 죄 없이 벌을 받는 것, 혹은 죄에 비해 터무니없이 과한 벌을 받는 것. 적산타클로스가 루돌프 마차에서 악의 선물을 뿌려대는 한밤처럼.

뉴스에서 박 대통령이 화려한 성형 시술을 받았을 시크릿 가든이 스쳐 갔다. 길라임을 꿈꾸며 더 열심이었을지도. 어딘들 안 그렇겠는가마는 최근 한국 문학계에 가장 강적은 박 대통령 같다. 이것도 내겐 몹시 화나는 일이다. 문학의 위기, 문학의 종언은 문학 자체에 이유가 있다기보다 이런 사실들의 스캔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점점 문학 상상의 힘보다 사실들의 무기가 싸우는 걸 더 원하게 되었다. 점잖게 하지만 집요하게 핍진성을 요구하며. 세계 무대가 원하는 배우들은 그렇게 계속 뒤바뀐다. 서로를 원망하며.

언제인지 모르게 초가 꺼졌다. 나는 밤 속으로 나가야 한다. 곧 밤바람이 담배 연기처럼 내 분노를 천 갈래 만 갈래로 갈라 주겠지.

몸이 두 동강 난 현교수가 피범벅이 되어 떡볶이마냥 누워 있었다
ㅡ<논쟁의 기술>

과학은 언제나 극소수만을 위한 예술인 법이다. 그들의 삶으로부터 170년 전인 서기 2005년 시월의 지구에서 나는 그들을 보고 있다. 가을이라 하늘은 파랗고 이따금씩 지나가는 바람에는 쥐포 굽는 냄새가 났다.

갓김치나 호박엿 같은 특산물 하나 없는 못난 별이었다. 다들 그 별을 우습게 봤다.

거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언어는 사람들에게 묘한 느낌을 주었다.

높으신 분은 평소부터 ‘모두가 똑같은 옥수수 한 알‘ 따위의 싸가지 없는 구호나 외치는 옥수수행성 사람들을 싫어했다.

원숭이 구조대는 자전거를 타고 돌아갔다.

사고지역 부근의 대기는 음파 손실률이 제로에 가까웠다. 일단 발생한 소리는 거의 사라지지 않고 이틀 간격으로 심연을 한 바퀴 돌아 진원지로 되돌아왔기 때문에, 도떼기시장이 되지 않도록 지역의회에서 일주일마다 대칭음파를 쏘아 깨끗이 상쇄시키곤 했다.

그 시대엔 죽은 자를 그리워하지 않는 것이 영적인 진화의 증거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공감각 증세 때문에 노파의 클론은 고함 소리를 똥 냄새로 인식하고는 코를 틀어막았다.

아이가 결백하다는 건 조금도 기쁘지 않은 일이다ㅡ자기 팔이 두 개라는 사실이 조금도 기쁘지 않듯이.

ㅡ<날개>

세상 만사에 전력을 다해 궁금해하는 건 어린아이의 몫이었다.

ㅡ<노란 육교>

채 눈도 뜨지 못하는 어린 생명의 처소는 어머니의 팔 바로 안쪽에 마련되었는데, 거기는 애초에 아이의 자리였다.

사냥꾼의 총격에 넋이 빠진 어린 사슴처럼.

아기의 지친 울음소리가 버림받은 개새끼처럼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ㅡ<물속의 아이>

아전인수를 일삼는 몇몇 학자들의 방조 내지는 조장 아래 이제껏 우리는 문화사에 등장하는 길고 두툼한 건 무조건 남근의 재현이며 남성성의 상징이라고 해석해왔다. 그렇다면 야구는 난봉꾼들의 난봉대결이며 다듬이질은 의류에 대한 성적 학대인가? 이런 불합리한 잣대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우리는 남근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불알 중심적 사고로 옮겨가야 할 것이다.

ㅡ<[사랑손님과 어머니]의 음란성 연구>

아랫도리에 무어라 형언할 수 없이 고요한 빛의 황혼을 달고 있던 진한 파란색의 하늘이었다.

ㅡ<존재, 혹은 고통 따위의 시시하기 짝이 없는 것들>

그것들이 바로 진실의 방을 고동치게 하는 심장이었다.

"진실은 다정하니까. 진실만 있으면 누구도 아프지 않아."

짧고 간단한 실마리 하나, 그것만으로 갇혀 있던 모든 기억이 분수처럼 터져 나올 듯한데, 그 실마리는 손끝 너머에서 부유하다 자꾸만 자꾸만 허공으로 스며드는 것이었다.


사내와 경감, 그 둘은 눈 한 번 깜빡이지 않은 채 놀랍게도 긴 시간을 버티고 있었다. 그러나 영원하지는 않았다.

오늘은 도대체 며칠일까? 얼마나 시간이 흐른 것일까? 거울을 보고 싶었지만, 그가 생각하기에도 진실의 방과 거울은 절대로 어울리지 않았다. 어울리지 않는 것을 원했기에 O는 벌을 서는 잿빛으로 침묵.

그에게 부여된 가장 중요한 임무는 이제껏 진행되어오던 일을 계속해서 진행시키는 것, 저 진실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상한 두려움이 O로 하여금 그 실마리와의 대면을 막았다. 사내의 담담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어차피 알게 되겠지만, 지금 당장 알고 싶다면, 좋아 말해 줄게. 바보 녀석, 이 불쌍한 녀석, 진실의 심장? 좋아, 내가 알려 줄게. 책상 밑 서랍을 열어봐. 거기 있어. 그래, 거기 진실이 있어.

그것은 무덤이었다. 시계들의 거대한 무덤이었다.

침묵은 진실이 나오기 전 단계, 괜찮아요.

그때 욕조 옆의 작은 이끼를 발견한 경감은 그쪽으로 걸어갔다. O가 지켜보는 가운데, 손가락 하나를 이용해 깨끗이 지워 버렸다.


ㅡ<진실의 방으로>

헬기와 몸집이 작은 전투기들은 너무 많이 떨어져 내려, 마치 활화산 분화구로 길을 잘못 든 메뚜기 떼 같았다.

그렇게 거대한 불의 아가리는 모두를 깨끗이 삼키고는 하늘나라로 보내버렸다.
하늘나라에 난리가 났다.

ㅡ<두유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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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6-11-23 06: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현실이 더 소설입니다. ^^

AgalmA 2016-11-25 16:30   좋아요 0 | URL
요즘은 현실이 더 자극적이죠.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보면 계속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고 있지 않습니까... 돈이 없는 사람들도 아니고 드러날 게 뻔한데도 도대체 뭘 믿고... 옛날 사람이라서라고 말하면 옛날사람 욕될 거 같고 뻔뻔이 너무 옛날식이다 뭐 그렇게 말할 밖에....

2016-11-23 15: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25 16: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25 2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6-11-23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형서 작가 책이네요! 반가워라 ~ 이 책도 언젠가 보겠죠? ㅎㅎㅎ 덕분에 책을 구경하고 가요!^^

AgalmA 2016-11-25 16:40   좋아요 1 | URL
독자가 죽기 전에 한 권이라도 보게 만들 것. 작가가 욕심내서 노력할 부분? ㅎㅎ;

[그장소] 2016-11-25 21:03   좋아요 1 | URL
아..이건 음 ..작가의 노력, 이죠. 출판사는 그런 작가를 독려하고 발굴하고, 좋은 책은 독자가 알아본다고 생각하니까.( 아닌가? 모르나?)

[그장소] 2016-11-25 21: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네이버 ㅡ 다행~^^ 북플 분위기를 맡기겠으~!!( 응?) ㅎㅎㅎ

2016-11-26 14: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6-11-26 16:09   좋아요 0 | URL
으흐흣~ 그게 뭐 원한다고 안 원한다고 되는건 아니더라는!! ㅎㅎㅎㅎ
 

 

시라솔미파솔도...도시라솔미파솔도... 어떤 철학 이론보다도 어려운 비밀 같다.


캐논부터 그 유명한 골드베르크 변주곡 BWV 988에도 도시라솔미파솔도 변주가 있다. 배에서 꾸르륵 소리가 났다. 도시라와 닮았나, 라솔미와 닮았나, 파솔도와 닮았나 이런 쓸데없는 생각은 항상 뒤에 온다. 저 우주에선 블랙홀이 이 비슷한 소리를 내고 있을지 모르지만 어떤 지구인도 아직 듣지 못한 소리, 인간의 귀는 들을 수 없는 소리. 그때 어떤 이는 추상의 세계로, 어떤 이는 상상의 세계로 향한다. 현실은 이 모든 걸 품고 있다. 보려고 하는 자, 들으려 하는 자에게 열린다는 문은 완전하다 말할 수 있을까. 표현과 현상 속에 압도되고 갇히지 않을 것. 흐림은 맑음도 품고 있다. 보이지 않음은 보임도 품고 있다. 항상 주체의 시점이 문제가 된다.


가문비나무와 단풍나무로 만든 바이올린, 양의 창자로 만든 현, 송진을 바른 말총으로 만든 채, 회양목으로 만든 오보에, 흐르는 물에 수차례 씻어내 만든 악보지, 악기를 만들고 연주하기까지 무수히 움직이는 인간의 뇌와 손. 생각해보면 너무도 이상한 수수께끼.


메르쿠리우스가 아폴로(아폴론)에게 건네준 최초의 리라는 거북이로 만들어졌다. 왜 음악의 신 자리를 주고 상업과 가축의 신이 되었나. 나라면 절대 그러지 않았을 거야. 두 신은 바흐가 살던 당시 교역과 음악의 중심지였던 라이프치히의 수호신이다. 지어낸 이야기들의 수수께끼.



오늘은 잠들 때까지 내내 도시라솔미파솔도 상태.




ㅡ 타펠무지크 바로크 오케스트라(Tafelmusik Baroque Orchestra) 《 J. S. 바흐: 창작의 세계(J. S. Bach: The Circle of Creation)》LGArts, 2016. 11. 20)를 본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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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1 2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22 0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22 0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