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열기~

 

올 상반기 읽은 책 중 ㅡ어디까지나 내 기준의 재미로ㅡ Best 1위는 <직관 펌프, 생각을 열다>가 될 거 같다.

 

이 말을 실천하기 위해 6월엔 좋은 책을 애써 찾아 읽지 않아야 할까;;

연초부터 의도치 않게 글쓰기 책을 많이 읽은 편이다. <유시민의 글쓰기특강>, <연필로 고래잡는 글쓰기>, <작가란 무엇인가-파리리뷰> 외 기타 등등을 짬짬이 읽었고, 지금은 <롤랑 바르트의 마지막 강의><직관 펌프, 생각을 열다>도 읽고 있는 중이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사놓은 소설책은 저렇게 쌓아놓고!!......(;  -,)

;;; 하여간, <직관 펌프, 생각을 열다> 의 선전 문구는 참 대단했다. 맨아래 밑줄긋기에 옮긴 장대익 교수 찬사도 만만치 않다.

2의 버트런드 러셀, 지구를 대표하여 외계인과 맞설 단 한 사람!” (MIT의 인공지능의 대가 마빈 신스키).

내가 읽은 최신의, 최고의 책이다.” (리처드 도킨스)

 

유머라도 왜 슈퍼맨처럼 단 한 사람이 지구를 구해줄 거라고 하는지, 상당히 서양의 구원론, 지성중심주의가 내재해 있는 것 같아 탐탁지 않지만, 똑똑하기로 남부럽지 않은 리처드 도킨스가 저렇게 말하니 솔깃했다.

 

 

책 사기 전에 고민이 많았는데, 다름 아닌 표지 때문이었다! <직관 펌프, 생각을 열다>는 최근 내가 산 책 중에 가장 밉게 생겼다; 도장 꽝꽝! 지구 최고의 지성 어쩌고 해서 사람들이 지레 겁먹고 잘 접근하지 않을 책을, 더 멋지게 만들어도 시원찮을 판에! 원서들도 썩 좋아보이지는 않아서 더 심하게는 타박하지 않겠다. 다만 최근에 나온 리베카 솔닛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2015,5) 가 원서를 뛰어넘는 멋진 표지인 것과 너무 비교된다ㅡㅜ!

 

 

 

 

 

 

 

 

 

 

 

 

 

 

 

 

 

 

 

 

 

 

 

 

 

 

 

 

 

 

§§ 웃으며 발견하는 생각들

책 외적인 평가는 그렇고, 책 내적으로 들어가면 정말 재미난 생각우주를 만나게 된다. 신경과학, 언어학, 인공지능, 컴퓨터학, 심리학, 진화생물학에 통달한 대니얼 데빗의 깊은 통찰과 은유의 언어들이 그야말로 직관펌프 시종일관 작동하고 있다. 어려운 논의들을 명쾌하면서도 얼마나 재밌게 전해 주는지! 예를 들면 이렇다.

 

신경과학자 존 에클스는 글루타민 분자와 그 밖의 신경전달물질 및 신경조절물질이 하루에 수조 번씩 왕래하는 현미경적 공간인 시냅스를 발견한 공로로 일찍이 노벨상을 받았다. 신경망이니 하는 이론적 논의는 다 집어치우시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쓰레기니까. 마음은 글루타민 안에 있소!”

그때 대니얼 데빗이 논박했다. “마음이 글루타민 안에 있다면, 내가 글루타민 한 사발을 하수구에 버리는 것은 살인 행위가 아닙니까라고 하자 에클스는 당황해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

 

 

이것은 단순히 웃고 넘어갈 수 있는 공박이 아니다. 아무리 뛰어난 지성이라도 과잉 단순화에 빠져 자신의 논리 허점을 제대로 못 보는 것을 정확히 찔러준 것이다. 

또 다른 예도 소개한다. ‘과잉단순화는 부정성만 있지 않지만, 순식간에 다시 빠진다는 어려움이 있다.ㅎ

 

과학자들이 온갖 세부사항을 검토하며 거북이걸음 중일 때, 프랜시스 크릭과 제임스 왓슨은 지름길로 재빨리 DNA의 구조를 발견해냈다. 그런데 과잉단순화의 오류에 또 금방 빠졌다. 크릭은 V4 피질 영역의 신경세포가 색깔에 관심이 있다는(다르게 반응한다는 뜻) 사실을 밝히며, 빨간색의 의식적 경험이란 곧 해당 망막 영역에 있는 빨강 민감성 신경세포의 활동이라고 주장했다.

또다시 대니얼 데빗이 시원하게 일갈했다. “그렇다면 빨강 민감성 신경세포를 추출하여 배양 접시에 산 채로 넣어 미세한 전극으로 자극을 가하면 배양 접시에서 '빨강 의식'이 생긴다는 말씀입니까?”

 

다음은, 우리의 진화생물학자 故 스티븐 제이 굴드에 대해서다. 그를 이렇게 위트있게 해석하는 사람은 처음이다-ㅁ-)ㅇ~~

 

 (<직관 펌프, 생각을 열다> p71~ 73 요약발췌)

 [굴드의 꼼수 세 가지: 그게아니라술, 침소봉대술, 굴드2단계술]

 

 '그게아니라술Rathering'은 '그릇된 이분법false dichotomy'을 은근슬쩍 도입하는 방법이다. 그게아니라술은 대체로 "통설과 달리 이러쿵저러쿵은 사실이 아니다. '그게 아니라' 저러쿵저러쿵이다. … 아래는 굴드가 단속 평형설을 설명하면서 써먹은 그게아니라술의 예다.

 

ㅡ 대체로 변화는 감지할 수 없을 만큼 점진적으로 종 전체가 바뀌면서 일어나지 않는다. 그게 아니라[강조는 데닛] 적은 개체가 고립되고 지질학적 찰나에 새로운 종으로 변형됨으로써 일어난다. (스티븐 제이 굴드)

(이에 대한 대니얼 데빗의 논박 생략~ 궁금하면 책보기ㅎ)

 

ㅡ 종교는 마르크스가 말한바 대중의 아편이 아니다. 그게 아니라 인류가 죽음의 필연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깊고도 위로가 되는 표시다. (스티븐 제이 굴드)

 

다시 말하자면, 종교가 아편이면서 동시에 위로가 되는 표시이지 못할 이유가 무엇일까? 지금쯤 여러분도 감을 잡았으리라 생각한다. 글에서 (정체가 드러나지 않는) 그릇된 이분법을 사냥하는 것보다는 그게아니라술을 사냥하는 것이 더 쉽다.……(중략)

 

 

정말 명쾌하지 않은가! ㅋㅋㅋㅋㅋㅋㅋ... , 이 책 다 읽을 때까지 얼마나 더 웃게 될지 엄청 기대된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리뷰로~

 

 ※ <새의 감각> 번역자 노승영씨가 <직관 펌프, 생각을 열다>도 번역했는데, 우리말로 잘 옮긴 거 같다. <새의 감각> 읽어본 분은 신뢰할 만~

 

 

 

 

 

 

 

 

 

  ㅡ Agalma

 

 

 

표지 넘 맘에 안 들어서 장난질~ㅎㅎ

 

 

 

 

이 책 포함 5만원 이상 사면 알라딘에서 강화유리 보틀 주네요.

이 책값이 19800원이니까 장바구니 채우는데 큰 무리는 없을 듯ㅎ 

 

 

 

 

 

 

 

19세기 이누이트 족의 역사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1820년, 그린란드 북서쪽에 살고 있던 이누이트 족에 치명적 전염병이 돌아 노인들이 갑자기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자 그들은 생존에 핵심적인 기술들 예컨대, 카약, 작살, 활, 화살들을 더 이상 만들 수 없게 되었다. 그 기본 도구들을 제작하는 기법을 아는 노인들이 모두 죽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 후로 무려 40년 동안이나 그런 기본 도구들이 없는 암흑 같은 삶을 살아야 했고, 1862년에서야 다른 섬에서 온 이누이트 족에 의해 기술이 복원됨으로써 문명의 세계로 재진입하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문명의 전수가 중요한 이유이다.
이 책에서 지구 최강의 지식인이 직관펌프를 통해 길어 올린 생각도구들을 우리 일반인들에게 전수해주고 있다. 그러니 이런 책은 모두가 읽어줘야 한다. 이런 것을 놓치면, 이누이트 족의 경우처럼 문명 전체에 손해가 된다.

장대익(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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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기억의 힘 - 어제의 세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직관펌프 생각을 열다
    from 공 음 미 문 2015-06-15 21:40 
    § 슈테판 츠바이크는 전쟁이라는 극단의 상황에서 아무 자료도 없이 500페이지가 넘는 『어제의 세계』를 썼다. 그가 전 생애에 걸쳐 경험한 '현대 유럽 세계사'라고 할 만한 내용이었다. 유대인이라는 약점 때문에 여러 나라를 떠돌 수밖에 없었던 그는 1·2차 세계 대전 전후해 그 시대상과 지식인들의 움직임을 소상히 밝혔는데, 이러한 저작의 유래를 찾기 어렵다. 그는 서문에서 이렇게 썼다. “왜냐하면 나는 우리의 기억이라는 것이 어떤 것에 관한 것을
 
 
cyrus 2015-05-11 19: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대니얼 데닛의 신작이 독자들 사이에 화젯거리던데 제 기준으로 가장 먼저 사서 읽고 싶은 책 일순위였다가 <남자들은 자꾸...>에 눈길이 갑니다. 오랜만에 신간도서를 구입해야겠습니다. ^^

AgalmA 2015-05-11 19:49   좋아요 0 | URL
<직관 펌프~> 사고, 레베카 솔닛 신간 소식 들어... 아, 또 사야돼ㅡㅜ!합니다ㅎ;

네오 2015-05-11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롤랑 바르트와 직관을 동시에 읽는다고요?!

AgalmA 2015-05-11 20:00   좋아요 0 | URL
<롤랑 바르트~> 읽다가 <직관 펌프~>가 도착해서 그렇게 되었어요^^a;; <직관펌프~>가 더 재밌어서 손에서 놓을 수가 없네요. 이 재밌는 걸 혼자 읽기 아까워서 읽다가 페이퍼 썼죠. 나혼자 당할 수 없다!ㅋㅋㅋ

낭만인생 2015-05-11 2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고 싶은 책인데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AgalmA 2015-05-11 21:02   좋아요 0 | URL
상당히 재밌고 도움이 되는 책인데, 리뷰가 별로 없는 게 의아해서 올려 봤습니다.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에이바 2015-05-11 2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직관적인 표지입니다ㅎㅎ 흥미가 생기는데요. 도마뱀 너무 귀엽습니다...ㅠㅠ

AgalmA 2015-05-11 22:39   좋아요 1 | URL
나만 알고 있을까 하다가 지식나눔 차원에서 알린 책이라고요! ㅎㅎ
장대익 씨가, 이누이트족처럼 놓치지 말라잖아요ㅎㅎ

수이 2015-05-11 23: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읽지 않을거야 읽지 않을거야_ 사지 않을거야 사지 않을거야_ 메아리는 점점 커지고~

AgalmA 2015-05-11 23:35   좋아요 0 | URL
ㅎㅎ 안사고는 못 배기게 리뷰 써야지!
아니, 내가 왜 남의 책을 이렇게ㅡㅜ
빌려 읽기엔 밑줄, 공감이 너무 많은 책이라 그래요...

[그장소] 2015-05-20 14:15   좋아요 0 | URL
아,,이 갈등..너무 알지...

갈등을 양산하는 그대여~
나는 또 빈집처럼 털려 버린 하얀 영혼이오!

네오 2015-05-12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이책 좋네요!!

AgalmA 2015-05-12 00:39   좋아요 0 | URL
아니, 그걸 지금 아셨습니까ㅋㅋ 제가 아까부터 떠들고 있었는데요ㅎ

CREBBP 2015-05-12 07: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노승영 번역의 책이 모두 쓸만하다는.. 과학 서적 중 읽고 나서 괜찮아서 역자를 보면 자주 노승영이라서 이름을 알게 되었죠. 요즘은 그냥 역자만 봐도 어느 정도 신뢰가 되더라구요

AgalmA 2015-05-12 11:40   좋아요 0 | URL
요즘 번역서가 워낙 많으니 번역가의 중요성이 확실히 느껴져요^^ 쉽게 쓰려고 노력했다지만 그런 생각을 해 보지 않은 사람들한테는 낯설 대니얼 데빗의 지성이 쉽게 풀이되기 어려운데, 이 책은 그래서 더 다행이라고 생각됩니다^^
 
모모 비룡소 걸작선 13
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2월
평점 :
품절


청소부할아버지 생각을 자주 했다. 거리끝까지 쓸어내는 고단함과 신념. 모모시절이 끝나고 청소부할아버지 시절로 가고있다. 늙음이 아닌 자기 앞의 생 때문에. 우리는 늘 잃어버린 시간을 찾는다. 원망하면서도 삶에 언제나 동조했다. 몰랐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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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5-05-10 2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거 언제 읽었는지 기억도 안 나요;;; 아 그래도 모모네~ ^^

AgalmA 2015-05-11 01:49   좋아요 0 | URL
중학교 때-,- 몇 년이 흘렀는지는 말 안할래요ㅎ

수이 2015-05-10 23:51   좋아요 0 | URL
아 말 안해 하니까 궁금해지는_ ㅋㅋ 말해줘요.

AgalmA 2015-05-11 00:36   좋아요 0 | URL
착각했어요ㅋ 집에 있는 책 보니 1999년 초판본이었음요! 그래도 올해로 벌써 16년;

수이 2015-05-11 00:49   좋아요 1 | URL
아갈마님 젊은이였군요!

AgalmA 2015-05-11 00:54   좋아요 1 | URL
저는 제가 늘 중학생이라고 생각하는 병이 있다고 단호히 핑계를...안 통할라나;

AgalmA 2015-05-11 01:43   좋아요 0 | URL
분명 중학교 때 읽은 거 같은데....열심히 구글링해보니 청람문화사에서 나온 <모모>가 제 첫 모모^^ 중학생 때 읽은 거 맞네요 ㅎ 허풍쟁이되는 줄 알고 깜놀; 오, 기억의 스펀지여 ;_;
비룡소 모모 초판본은 소장용으로 사서 두번째로 읽은 거~

아참,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 모모를 데려와 이 책 제목이 <모모>인 것!

돌궐 2015-05-11 02: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모모> 초록에는 도로청소부 베포의 말이 적혀있어요.^^

이를테면 베포는 이렇게 얘기했다.
˝얘, 모모야. 때론 우리 앞에 아주 긴 도로가 있어. 너무 길어. 도저히 해 낼 수 없을 것 같아. 이런 생각이 들지.˝
그러고는 한참 동안 묵묵히 앞만 바라보다가 다시 말했다.
˝그러면 너무 서두르게 되지. 그리고 점점 더 빨리 서두르는 거야. 허리를 펴고 앞을 보면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것 같지. 그러면 더욱 긴장되고 불안한 거야. 나중에는 숨이 탁탁 막혀서 더 이상 비질을 할 수가 없어. 앞에는 여전히 길이 아득하고 말이야.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거야.˝
그러고는 한참 동안 생각하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한꺼번에 도로 전체를 생각해서는 안 돼. 알겠니? 다음에 딛게 될 걸음, 다음에 쉬게 될 호흡, 다음에 하게 될 비질만 생각해야 하는 거야. 계속해서 바로 다음 일만 생각해야 하는 거야.˝
그러고는 다시 말을 멈추고 한참 동안 생각을 한 다음 이렇게 덧붙였다.
˝그러면 일을 하는 게 즐겁지. 그게 중요한 거야. 그러면 일을 잘 해 낼 수 있어. 그래야 하는 거야.˝
그러고는 다시 한 번 오랫동안 잠자코 있다가 다시 말했다.
˝한 걸음 한 걸음 나가다 보면 어느새 그 긴 길을 다 쓸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도 모르겠고, 숨이 차지도 않아.˝
그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렇게 말을 맺었다.
˝그게 중요한 거야.˝

AgalmA 2015-05-11 02:26   좋아요 0 | URL
오! 정확히 제가 좋아하던 부분을 가져오셨네요! 감사합니다ㅜㅜ! 100자평이라 이건 생각못했네요!
계속, 계속 읽고 싶은 부분...정말 감사해요.
 

 

 

 

 

 

 

 

 

 

 

 

 

 

 

 

 

 

 

 

여러 해 전, 중고로 팔 책을 정리하다가 번역이 별로여선지, 내 이해력이 여기까지여선지 

가스통 바슐라르 책 중 가장 재미없었던 걸 꺼내들었다.

헌데 뜨아!

머스 커닝햄 공연 때 음악 연주로 왔던 Sigur Ros 사인받았던 게 떡 하니!!!

모르는 사람에겐 중고 책값만 떨어지게 할 뿐인 요인;

이 부분만 찢어서 가지고 있을까 했다;

이게 낙서야, 소장용 기념품이야 ㅜㅜ....

 

 

 

하지만 그래서 나는 언제나 다시 읽는 기쁨을 누리게 된다.

 

 

 

 

 

 

Radiohead(리더:톰 요크) & 故 머스 커닝햄 &  Sigur Ros(리더:욘시)

내가 본 공연은, 머스커닝햄 댄스컴퍼니 창립 50주년 기념공연 <Split Sides> (2004)

위의 세 사람이 만난 무대였다.

 

 

 

ㅡAgalma

 

 

 

 

 

 

 

 

 

 

 

 

 

 

덧)

그런데 신기한 것은,

Sigur Ros 뮤직비디오들을 보면 강렬하면서도 아름다운 물 이미지가 상당히 많다.

아이슬란드의 지역성도 반영되었으리라.

이럴 때 나는,

바슐라르 <물과꿈>에 Sigur Ros 사인을 받은 것이 우연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뿐 그렇게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귓속말이 전해진 기분.

 

 

 

 

 

물이 에드가 포우의 무의식에 대해 근본적인 물질이라고 한다면, 물은 흙에 명령해야 할 것이다. 물은 「대지」(La Terre)의 피다. 그것은 대지의 생명이다. 풍경 전체를 자기 자신의 운명을 향해서 끌고 가려는 것은 바로 물인 것이다.(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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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바 2015-05-08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거 로스라니!!!! 이 책은 팔 수 없겠네요ㅎㅎ 아니 공연장에 책을 들고 가신 거예요? 부럽습니당..

AgalmA 2015-05-08 18:33   좋아요 1 | URL
그죠. 이건 좀 자랑해야 할 듯^^!!!
사인을 받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을 못하고 간 거였는데, 언제 그들이 자리를 뜰지 모르는 상황이라 메모장이고 뭐고 꺼낼 여유가 없었어요. 급하게 잡힌 게 가방 안에 있던 이 책이었어요ㅎ;
Sigur Ros도 사람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사인을 신청할 줄 몰랐던 터라 엄청 당황하더라고요.
서로 당황난무ㅋ

교훈) 언제나 내 몸 같은 책을 들고 다녀야 한다! ㅎㅎ

cyrus 2015-05-08 18: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꼼꼼하게 확인하지 못했다면 특별한 책이 팔릴 뻔 했네요. 정말 다행이에요. ^^

AgalmA 2015-05-08 18:43   좋아요 3 | URL
<물과 꿈> 책을 책장에서 볼 때마다 제겐 Sigur Ros도 함께 있죠. 앎을 떠나, 책에 이런 의미들이 쌓여 제 인생의 한 부분이 되는 게 기쁘죠 :)

지금행복하자 2015-05-08 18: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규어 로스... 절대 팔면 안되죠~~
저는 별로 안 좋아하는 책에 제가 좋아하는 댄서의 사인을 받아서 버리지도 남 주지도 못하고 가지고 있는 거 있어요 ㅎㅎ

AgalmA 2015-05-08 19:16   좋아요 0 | URL
ㅎㅎ 다들 그런 책 하나씩 갖고 있지요.
시규어 로스 사인 보고 이 책 팔라고 하는 분도 있었는데 정중히 사과말씀을 드렸지요ㅎ;;;

21세기컴맹 2015-05-08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지 재밌는 에피소드군요 이가림 선생님의 꿈꾸는듯한 번역이 좀 그렇긴 했어요. 근데 그게 통할 때를 기다리며 책도 삭고 있는 중이 아닌가 하고 제 책장서도 자리 차지하고 있어요

AgalmA 2015-05-08 19:46   좋아요 0 | URL
늘 책을 들고 다니니까 이런 에피소드들이 계속 생기더군요ㅎ 빌려서 읽는 책과는 그래서 달라지는 거겠죠.
바슐라르 다른 책들도 다 가지고 있는데 이 책이 유독 저는 그렇더군요; 저도 21세기컴맹님처럼, 잘 읽을 수 있는 때가 있겠지 싶어 몇 해마다 한번씩 다시 펼치는데, 이젠 영영 가지고 있어야 할 이유도 생겨서 이렇게 되었습니다^^

양철나무꾼 2015-05-08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완전 궁금해요.
전공 분야든지 소속이든지 뭔가 하나를 밝혀주셔요.
안 그럼 팔방미인이나 뭐 그딴걸로 알고 완전 시기와 질투를 날리는 수가 있습니다여, 췟~(,.)

AgalmA 2015-05-08 23:21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다른 분들께도 ˝팔방미인 아니냐!˝하시던 거 봐와서 그리 겁을 먹진 않습니다만ㅎ

저랑 양철나무꾼님의 취향이 상이한 것이지 엄청 궁금해 하실만한 특별한 뭔가가 있나요^^;;; 다른 사람들보다 더 글 노출을 많이 하는 터라 도드라져 보이는 거겠죠^^;

이 글에서 제 이야긴 별로 없어요. 바슐라르, Sigur Ros, 물을 모아본 것일 뿐.

2015-05-09 0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09 0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09 0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이바 2015-05-09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톰 요크가 언제 한국에 온거죠? 욘시는요? 개인활동으로 오다니... 욘시 공연도 몇 년 전이 첨인줄 알았는데요?? ㅠㅠ 아니 커닝햄 옹은 오늘 첫 만남인데 돌아가셨고ㅠㅠㅠㅠㅠㅠ 아갈마님 넘 멋있습니다.. 2004년이면 제가 아직 시규어 로스는 모를 때네요...

AgalmA 2015-05-09 04:17   좋아요 0 | URL
아하하; 저건 사진만 가지고 온거고, 톰 요크는 공연에는 안 왔어요ㅎ 두 밴드가 공연 음악이라는 말씀^^ 몇 해 전 지산락페에 라디오헤드로 온 게 톰 요크 내한 첫방문이었죠^^. 욘시는 단공, 시규어로스 공연, 저거까지 합하면 세번째 방문이었겠네요. 욘시 단독공연은 저도 못 봤어요. 시규어로스 공연 으아~ 정말 좋았는데 욘시 단공도 갈 걸 그랬나 했어요. 그 즈음 The Flaming Lips 내한 가느라고 욘시는 포기ㅡㅜ....비슷한 시기에 오지 말란 말이다! 가계부가, 가계부가....하아, 가난한 게 죄;;
시규어 로스는 그때 한참 음악잡지 탐독하던 시절이라 국내 소개되자마자 바로 음반사서 미친듯이 빠져 들었던...아, 그렇게 빠지던 때가 참 좋았는데...

어쨌거나 뭔가 흥미가 생긴다 그러면 바로 직행하는 스타일이라 멋지다고 할 게 아녜요;;; 신간 탐욕처럼 이것도 참 못말리는 짓;;

에이바 2015-05-09 0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톰까지 함께 공연한 줄 알고 놀랐습니다ㅎㅎ 욘시 단공은 분위기 좋았나 보더라고요 가신 분들이 부러울따름... 저도 한때 핫뮤직이었나요 지금은 안나오는 것 같던데요 그 잡지 보면서 락키드의 꿈을 꾸었죠. 지금은 그럼 열정이 좀 부족해진 것 같아요 그만큼 바빠져서 그런가 싶고 ㅠㅠ 진정한 공음미문이십니다

AgalmA 2015-05-09 01:53   좋아요 1 | URL
욘시 갔다온 친구가 엄청 자랑해서 저도 좀 울상이었는데, The Flaming Lips 공연도 만만치 않았다능! 저는 울 뻔 했다니까요. 그 공연 보고 우는 사람도 실제 많았고요. 같이 간 애도 울고ㅎㅎ

라디오헤드 이제 단공 오겠구나 싶어서 지산 안 갔는데, 이렇게 안 올 줄이야! 하지만 들을 음악은 언제나 많다능, 흥...하면서...

바쁘다기 보다 몸도 지치고, 마음도 많이 지쳤고...좋아하는 것에도 이렇게 지치는데 삶은 늘 싸움판이고 씁쓸한 나날들이죠...

하지만 자라섬은 올해도 무조건 갈 겁니다~ㅎㅎ
재미도, 열정도 노력이 필요하고, 언제나 실천할 수 있는 것을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네오 2015-05-11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슐라르는 다 재미없지 않나요? 읽다 말았슴다, ㅋ 그런데 시거 로스 사인있다고 책값 떨어지지는 않는것 같던데, 알라딘 중고책보면 유명인 사인있다고 싸게 팔지도 않던데요;;

AgalmA 2015-05-16 19:36   좋아요 0 | URL
제가 다른 사람들 재미없어 하는 거 유독 재밌어하는 사람인가 봅니다ㅎ;;? 이곳 와서도 그 소릴 여러번 들으니;;
바슐라르와 시규어 로스를 동시에 아는 사람 별로 없지 않나요? 제 이웃들이야 비슷한 성향이 모여 그런 걸테고ㅎㅎ 각각 알고 있는 사람도 일상에서 별로 못봤어요.

네오 2015-05-11 2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저는 agalma글이 되게 재미있는데,,열렬히 환대ㅋㅋ, 헉 시거 로스 아니고 시규어 로스, 무식탈로.,변명의 왈, 이제는 음악을 잘 듣지를 않아서요 레테의 강을 자주 도강ㅜㅜ 그런데 왜 둘을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니요,

AgalmA 2015-05-11 20:30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열렬한 환대ㅎ..아이슬란드어로 정확히 부르지 않는 이상 거기서 거기죠. 뭐 어떻습니까. 어차피 외래언데...
제가 음악모임도 있는데, 꽤나 음악 들었다는 사람들인데도 바슐라르가 뭔지 사람인지 몰라요^^; 제 친구들은 더더욱 모르고ㅎ 문학책 좀 본다는 애들도 모르는 거 많이 봤고...제 경험상은 그랬습니다 ㅎ

네오 2015-05-11 20:3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뭐예요, 바슐라르 모르는것 오바아네요, 사랑의 단상하면 그 다음 촛불의 미학인데요,. 아 뭐에요,, 나도 딴 세상에서 살았나요? ^^

네오 2015-05-11 2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플라이밍 립스 정말 좋아하는데,,음,,이제 앨범이름도 하나도 생각도 않나네요 ㅎㅎ

AgalmA 2015-05-11 20:31   좋아요 0 | URL
공연 ㅜㅜb

네오 2015-05-11 2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연 셋리스트 알아야, 떼창도 하잖아요, 스마트폰으로 미리미리 검색해서요 ㅋㅋ

AgalmA 2015-05-11 20:39   좋아요 0 | URL
요즘은 공연 전에 뭐가 대충 나올 거다 홈페이지 가서 지난 공연 훑어보고 정리해서 인터넷에 뿌리고 마니아들은 준비해가죠 ㅋㅋ
클래식쪽은 공식적으로 주는 데가 많더군요~

네오 2015-05-11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가요? 지산밸리 혹은 안산 아니면 인천요,

AgalmA 2015-05-11 20:41   좋아요 0 | URL
이번 락페는 라인업이 다 끌리지가 않더군요. 새로운 밴드 내한도 없고...자라섬만 갈까 해요^^

네오 2015-05-11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즈요?

AgalmA 2015-05-11 20:44   좋아요 0 | URL
네, 주로 유럽재즈죠. 미국재즈쪽을 선호하시는 분들은 그다지 선호하진 않으시던데, 전 유럽재즈를 더 좋아해서ㅎㅎ

네오 2015-05-11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악에, 책에,, 니체가 말하는 초인인가요^^ 저는 이제는 잠자기에 바빠서요ㅋ

AgalmA 2015-05-11 20:59   좋아요 0 | URL
아직 저는 여러 가지가 재밌어서 신나게 달리는 중. 이게 다 재미없어질까봐 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한번씩 다 귀찮아서 슬럼프도 크게 겪고^^;

저도 예전보다 많이 놓은 상태예요. 한달 내내 영화 한 편도 안 보고 이러고 살 지 않았는데ㅡㅜ

네오 2015-05-11 2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온종일 슬럼프인데요ㅠㅜ 볼만한영화가 나왔어요 맥베드,로만 폴란스키 맥베드가 드디어 새버전으로 갈아탈수 있겠군요, 저번에 그 영화가 나와서 필모를 보니 딱 그 시기만 놓쳤더라고, 그의 작품을 잘 따라갔는데 말이죠, 아 이번에 파스빈더와 코띠아르나오는거 아시죠 😉

AgalmA 2015-05-11 22:37   좋아요 1 | URL
네오님도 참 생각이 많으신 분 같아서...스스로가 너무 지쳐버리는 거 아닙니까^^?

네! 저도 <멕베스> 소식 듣고 엄청 기대 중이었어요^^! 와와!!! 패스빈더와 꼬띠아르라니 완전 흥분🎉🎊이 영화는 미루지 않고 일찌감치 봐야겠어요. 셰익스피어 <멕베스> 또 읽어보게 생겼네요ㅋㅋ

AgalmA 2015-05-16 15:38   좋아요 0 | URL
로만 폴란스키-맥베스를 스크린으로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영상자료원에서 6월달에 두 번 상영합니다! 와!!! 6월은 맥베스의 달이 되려나 봅니다~ 나만;;;

네오 2015-05-16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동참, ㅋㅋ 구로자와 아끼라의 거미숲의 성 봤어요? 제가 세익스피어를 어렸을때 읽어서, 사실 무슨 내용인지 잘 몰라거든요, 그런데 그 영회보고 맥베드가 이런내용이구나 고개,,끄떠끄떡

AgalmA 2015-05-16 15:38   좋아요 0 | URL
<거미성의 숲>은 번번히 볼 기회를 놓쳤어요. 아키라는 고전 해석을 참 잘하는 감독인 듯. 그래서 서양에도 (전략은 아니었겠지만) 잘 먹히고~ 고전 해석도 결국 감독의 역량에 따라 차이가 나니 크게 인정할 부분!

6월은 영상자료원에서 고전 명작 제법 해줘서 자주 가야할 듯합니다. 데릭 저먼 <카라바조>도 꼭 봐줘야!

네오 2015-05-16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라바조 왜 꼭 봐줘야 하죠?^^ 다만 데릭 저먼의 삶이 되게 그로테스크 하잖아요, 처음에,이 감독님,.접하고 나서, 어헛 정상이 아니네, 그랬는걸요,

AgalmA 2015-05-16 17:23   좋아요 0 | URL
아참, 네오님은 예술영화를 선호하시진 않으시죠.
저는 완성도보다는 독특한 작품에 더 관심을 가지는데, 그래서 예술영화를 더 선호하는지도^^;
데릭저먼 작품들의 기이한 아름다움이 흥미로웠습니다. 카라바조 그림은 많이 봤지만 그 생애는 잘 모르는데, 타르코프스키 <안드레이 류블료프>와는 예술가에 대해 어떻게 다르게 그리고 있을지 궁금하지 않나 하는 차원에서 말씀을 드려본 것^^...너무 제 관심사적으로 말씀을 드렸나요a ㅎㅎ;

네오 2015-05-16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사실 얼마동안은 그랬는데요,.오늘 마침내 파스빈더의 중국식 룰렛을 봐겄든요, 음, 첫 장면부터 빨려들어가서, . 음, 다시 예술영화 봐줘야겠네, 그랬는걸요,. 걍 솔직하게 왕빙 같은 경우도 사년전만에해도 입에 거품물고 칭찬했겠지만, 이제는 봐도 모르겠더라고요,,안드레이 류블로프 굉장히 좋아하시네요, 전, 그 영화에서 제가 배운건 그 피로감, 그 숨이 턱밑에 차올것 같은 그 강박요,

AgalmA 2015-05-16 17:42   좋아요 0 | URL
역시나 저는 남들 안 좋아하는 거 좋아하는 취향인 듯ㅎ;;
<안드레이 류블로프>를 좋아해서라기보다 시대적 화가의 삶과 예술의 비교 관점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네오 2015-05-16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스터 터너 봤어요? 라고 묻고 싶지만, 아차 쉽겠죠,,안 봐을것 같으니깐요,,

AgalmA 2015-05-16 18:02   좋아요 0 | URL
시대적으로는 류블료프(14~15세기)와 카라바조(16세기)를 비교하는 게 흐름파악의 재미가 있을 거 같아서요.
터너는 제가 좋아하는 화가 중 하나입니다. 다행히 영화는 최근작이라면 미술작품과 달리 접근성이 쉬우니까 그리 안타깝게 생각하지 않으셔도ㅎㅎ
 
김수영 전집 1 - 시 김수영 전집 1
김수영 지음, 이영준 엮음 / 민음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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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유희, 공감, 교감, 재치, 반성, 발견.... 많은 걸 단번에 경험하게 하는 시집들 많지만, 시집 전체가 회초리로 나를 때리던 것은 김수영 시집이 유일했다. 어머니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맞았던 그 한번만큼 강렬한, 그자리는 언제나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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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06 03: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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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06 03: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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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테라스
파스칼 키냐르 지음, 송의경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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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마의 테라스는 어디이며 무엇인가

소설에서 로마의 테라스’(p37)는 단 한번 언급된다.

판화가 몸므는 로마의 테라스에서 천국의 이미지를 판각하며 몰아지경에 빠져 있었다.

몸므는 이 예술의 황홀경에 대해,

"질료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하늘이야. 하늘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생명이지. 생명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자연이고, 그러면 자연은 자라서 각양각색의 형태들로 모습을 드러내네. 그 형태들은 자연이 품고 있던 이미지라기보다는 공간을 휘저으면서 고안해낸 이미지들이야. 우리의 육체도 자연이 빛의 도움으로 시도했던 하나의 이미지"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의 육체적 사랑(이 또한 황홀경)의 공간은 얼마나 어둡고 누추했던가.

정원, 침실, 지하실, 제조소, 다락방, 반찬가게, 작은 배.

 

첫 장에서 몸므는 사랑의 실패 후, 이탈리아로 가 2년 간 해안 절벽에 숨어 살았다고 말한다.

그 살레르노 만을 굽어보는 벼랑은, 나니를 향해 몸므가 만든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좁은 내면의 공간이기도 하며, 육체적실재적 엑스터시를 초월하려는 예술적 엑스터시로의 발판이기도 하다.

몸므의 판화들에서 제시되는 '고딕식 망루의 꼭대기'(<파트모스의 성 요한>, <헤로와 레안드로스>), '절벽'(<16676월 판화>)과, 몸므가 죽기 전 꾼 '꿈'들(이 내려다보이는 창, 물 위의 나무 부교, 루브르 궁전과 넬 탑, 다리)절대 고독으로 투영된다. 그리고 그 주위는 일체가 어둡다. 그때 무엇이, 누가 몸므에게 접근할 수 있을까. 아마 그가 허용하는 예술만이 가능할 것이다.  

 

추락의 공포와 어두운 아름다움이 깔린 그 고도(高度)의 위치가, 파스칼 키냐르가 몸므에게 제공한 공간이었다.

바슐라르가 니체의 저작들에서 심연은 높은 곳에 있다라는 메시지를 읽었듯이, 바슐라르가 이 소설을 봤다면 키냐르를 공기의 시인 대열에 넣었을지도 모르겠다.

로마의 테라스’라는 제목 자체만으로 파스칼 키냐르의 주제의식을 읽어볼 수도 있겠다. 17세기 바로크예술의 중심인 로마, 그 당시 고딕 양식의 하나인 테라스를 생각할 때, ‘로마의 테라스절대예술을 추구한 한 예술가’의 상징으로 읽힌.

 

 

 

§§ 왜 판화인가

마지막장, 몸므의 어린 시절 삽화와 늙은 그의 표정을 오버랩시킨 것은 왜 일까. "불확실한 표정에 얼굴의 흉터가 보태져 더욱 애매…" 이 표현은 판화처럼 몸므에게 새겨진 삶을 말한다. 뒤이어 몸므의 커다란 눈이 검은 물 아래로 서서히 잠겨가듯 소설은 막을 내린다. 많은 사건들을 겪지만 우리는 기억의 편린, 장면들만 간직한 채 살아간다. 질산을 붓거나, 도구로 긁어내거나 하는 힘든 과정을 거쳐야만 만들어지는 판화는 결국 우리의 굴곡진 삶에 대한 은유이다.

 

 

 

§§§ 형식인가, 내용인가

어느 예술장르든 전위적인 작품의 탄생은 늘 논란의 대상이었지만 그로 인해 문화의 범주가 넓어진 건 부인할 수 없다. 앤디워홀의 캠벨스프 판화나 뒤샹의 샘 같은 개념 미술, 인상파나 야수파들의 등장, 초현실주의 다다이즘 시들, 메타픽션과 SF 같은 장르소설 등의 새로운 예술의 탄생들. 하나의 작품은 한 예술가, 한 작가의 것만이 아니다. 그것은 반대의 제스춰라도 시대와 문화를 포함한 산물이다.

형식의 낯설음으로 인해 작품들을 외면하기보다 그 내용의 직조에 더 관심과 호응을 보낸다면 다음 작품, 다음 문학에 대한 격려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도착한 그들은 또 우리를 위로하고 사랑하고 세상을 함께 바꾸려....

키냐르의 소설을 많이 낯설어 하지만, 나는 그 문장들이 소설의 기원인 읊조림과 닮았다고 생각한다. 한 번으로 사라지는 읊조림 말이다. 다음 문장에게 길을 내어주고 사라지는 음률들.

우리는 무수히 언어를 붙잡고, 배척한다. 언어 앞에 자유는 있겠지만 권리는 없는 것 같다. 나는 이 생각을 오래 고민해봐야 한다.

 

ㅡAgalma

 

 

 

 

 

§§§§ Musee Maillol (French,1861-1944) / La Riviere (The River)

 

 

§§§§§ Air

프랑스 소설 소개라 프랑스의 유명 일렉트로닉 뮤지션 Air를 모셔 왔습니다.

 

"사람은 늙어갈수록, 자신이 통과하는 풍경의 광채에서 몸을 빼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네. 바람과 세월에 닳고, 피로와 기쁨에 탄력 잃은 살갗, 갖가지 체모, 눈물, 땀방울, 손톱과 머리카락, 이런 것들이 마치 낙엽이나 죽은 나뭇가지처럼 땅에 떨어져, 두툼한 살갗 외부로 점점 더 빈번히 빠져나가는 영혼을 흩어지게 하지. 마지막 떠남은 사실상 흩어짐에 불과해. 늙어갈수록 나는 내가 도처에 있음을 느끼네. 이제 내 육체 속에는 내가 많이 남아 있지 않아. 나는 언젠가 죽는다는 것이 두렵네. 내 살갗이 지나치게 얇아졌고, 구멍이 더 많이 생겼다고 느끼지. 난 혼자 중얼거리네. ‘언젠가 풍경이 나를 통과하겠지.’"(p82)

몸므가 대답했다. "어떤 나이가 되면, 인간은 삶이 아닌 시간과 대면하네. 삶이 영위되는 것을 더는 볼 수 없지. 삶을 산 채로 집어 삼키는 시간만 보이는 걸세. 그러면 가슴이 저리지. 우리는 나무토막들에 매달려 이 세상 구석구석에서 고통을 느끼며 피 흘리는 광경을 조금이라도 더 보려고는 하지만 그 속에 떨어지고 안간힘을 쓴다네."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는 매혹적인 하룻밤이 있어. 저녁마다 여자들과 남자들은 잠이 들지. 그들은 마치 어둠이 추억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 밤 속으로 빠져들어. 그것은 추억이라네.
남자들은 때로 자신들이 여자들과 가까워진다고 믿지. 그들은 여자들의 얼굴 표정을 바라보네. 그녀들의 어깨를 감싸 안으려고 팔을 뻗어. 그들은 저녁마다 상대방의 몸을 향해 돌아누워 서로 옆구리를 맞대고 잠이 드네. 그렇다고 더 깊이 자는 것도 아닐세. 그들은 단지 밤의 노리개에 불과해. 그들을 태어나게 했고, 어디서나 무엇에나 그림자를 드리우는 보이지 않는 장면의 노예일 따름이야."(p128)

클로드 로랭은 웃었지만, 몸므는 아니었다. 그는 여전히 진지한 태도로, 우리는 무슨 말을 하든 언제나 거짓을 말하게 된다고, 또 진실을 주장하는 데 전심전력을 기울일수록 그만큼 더 거짓을 말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여보게 친구, 진실이란 그런 거야. 아무도 거짓말을 하면서 완전히 거짓말만 하지는 못하는 걸세."(p134)

번역가 송의경의 해설 中

… 1은 최초이며 지금은 잃어버린 불가능한 사랑, 곧 어머니이다. 현실의 어머니가 대신할 수 없는 사랑이다.
그는 첫사랑이다. 적어도 키냐르의 요나들에게는 최초의 사랑에 가장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사랑은 첫사랑뿐이다. 일생에 단 한 번뿐인 첫사랑은 이미 두 번째이므로, 나니와 네미의 머리글자가 N인 것은 전혀 우연으로 보이지 않는다. N은 M과 유일하게 비슷한 철자이면서 바로 다음 M 다음에 오기 때문이다. 첫사랑 여인의 이름은 모두 N으로 시작한다. 『은밀한 생』의 화자인 `나`는 심지어 이렇게 말한다. "네미 사틀레라는 이름은 가짜다. 이 세상에 존재했었으나, 이제는 없는, 내가 사랑했던 한 여인을 나는 그렇게 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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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5-04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당히 지적인 예술소설 같습니다. 아갈마님의 글을 읽으면서 문득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이 생각났어요. 제가 지적 수준이 딸려서 읽을수록 머리가 아팠어요. ^^;;

AgalmA 2015-05-04 20:33   좋아요 0 | URL
파스칼 키냐르 집안도 그렇고, 그도 음악가였기도 해서 예술이 작품 전체에 대단한 줄기죠.
그렇게 고생하면서도 열정적인 걸 보면 cyrus님도 못 말리는 예술사랑 아니겠습니까ㅎ

수이 2015-05-04 2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케이_ 충분히 설득되었습니다. 읽어볼게요_ 아 근데 음악......

AgalmA 2015-05-05 09:56   좋아요 0 | URL
키냐르에 대해 설득을 해야하다니 슬픕니다...
다른 서재는 동영상 잘 올라가는 걸 보면 제 컴에 문제가 생긴 것도 같은데...아, 포멧은 안되는데ㅜ...

오쌩 2015-05-05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용된 대사들 한마디 한마디가 철학적 사유가 묻어나는게...머리가 띵하네요ㅎ
소설은 읽을때마다 다가오는게 다른데,살아온 만큼 생각한만큼 차이가 나는거같아요.좀더 삶에 내공이 쌓인다음 읽어야겠다 생각이들어요 ^^

AgalmA 2015-05-05 10:59   좋아요 0 | URL
다행히 이 책이 아주 얇습니다ㅎ 제가 발췌한 내용이 어렵게 느껴지는 건 따로 떼어내서 그런 걸수도 있어요. 전체적으로는 물 흐르듯이 연결돼서 큰 부담은 없었습니다.
키냐르의 철학적 문장 읽기의 어려움을 보완해 줄 연애와 예술이라는 내러티브가 그래서 없으면 안될 장치이기도 하죠ㅎ 물론 그가 장치로 쓰는 것은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