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제임스 설터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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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는 슈테판 츠바이크 『어제의 세계』에 대해 쓰고, 오늘은 제임스 설터 『어젯밤』을 다시 읽는다.

어제가 왜 이렇게 한꺼번에 몰려오지.
어제는 하루에 하나면 충분하잖아.
어제를 모으고 부른 건 너야.
『안티 오이디푸스』가 오늘따라 끔찍하게 읽혔기 때문이야. 커튼을 하나하나 열어 보이며 서로 얽혀 작동하고 있는 기계들, 몸뚱이들을 가리켰지. 하아, 포기는 안 해. 난 언제나 늦은 아침을 먹었잖아.

제임스 설터의 소설 속 대화들은 문화 차이 때문인지 여전히 잘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국면 전환은 헉, 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표제작 <어젯밤>은 포크너 <에밀리를 위한 장미>와 견주어도 손색없다. 그의 단편들은 한국문학이었다면 작위적이란 소리 들었을 법 한 게 많다. 제임스 설터는 가뿐히 넘는다. 나 또한 『어젯밤』을 가뿐히 다 읽을 것이다. 그가 원한 대로 잎맥만 남은 문장의 역할이 크다.

책 속 시간이 여기보다 더 빨리 흐르면 행복해?
빨리 읽고 해치우는 것, 그것은 책 살인일 거야.
이쪽으로 오려다가 실패한 무언가 책 속에 남아 있거나, 나와 책 사이에서 공중분해된 무언가도 있겠지.
내가 어제를 다 기억하고 있지 않은 것처럼.
매일 맞으며 매일 돌이킬 수 없는 어제

빨리 흐르는 책을 일부러 천천히 읽을 수 없다.
모든 행동과 하루는 일정 부분 ˝포기˝의 색깔을 띈다. ˝목적˝이고자 했겠지만.




ㅡAgalma
 

 

 

 

 

 

 

 

 

 

 

 

 




 

 

그는 그의 인생 한가운데 거대한 방을 가득 채웠던 사랑을 생각했고....(후략) ㅡ p151 <플라자호텔>

행복은 다른 걸 갖는 게 아니라 언제나 똑같은 걸 갖는 데 있다는 걸 난 그때 몰랐어 ㅡ p162 <방콕>

그럼, 행복한 나날들을 위하여. 그녀가 말했다. 그러곤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무서운 미소였다. 미소에 반대되는 게 있다면 바로 그거였다. ㅡ p184 <어젯밤>

자넨 재 친구야. 하지만 내 말 잘 들어. 자넨 결국 내 적이 되고 말 거야. 오스카 와일드 알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가 그랬지. 누구나 친구를 고를 수는 있지만, 현명한 사람만이 자신의 적을 고른다고. ㅡ p47
아내의 얼굴은 여러 장의 사진 같아서 그중 잘 안 나온 건 골라서 버려야 했다. 오늘 밤 그녀의 얼굴이 잘못 나온 사진 같았다. ㅡ p68 <나의 주인, 당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당신이 기억하는 것들이다." ㅡ 장 르누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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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2015-06-02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임스 설터의 책은<가벼운 나날> 밖에 읽지 못했는데 <어젯밤>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가벼운 나날>의 차갑차가운 장면들이 놀랍다고 느꼈던 기억이 :-)

AgalmA 2015-06-02 14:33   좋아요 0 | URL
<가벼운 나날> 말씀하실 때처럼 차갑고 놀라운 반전으로 이 책도 가득하죠^^ 설터 스스로가 자신의 최고 단편을 모은 거라고 이 단편집에 대해 말했죠^^ 에즈라 파운드와 이백을 소재로 전혀 다른 이야길 풀어낸 `나의 주인, 당신`은 꼭 읽어보길 권합니다

antibaal 2015-06-02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의 세계를 쓴 슈테판 츠바이크. 이분이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를 쓰신 분이시죠? 폭력에 대항한 양심. 제가 그것만 읽은 거 같아서요. 같은 분이 시죠?

antibaal 2015-06-02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광기와 우연의 역사도요.
. 슈테판 츠바이크는 도대체 어떤 분인지...감탄만 할 따름입니다.

AgalmA 2015-06-03 05:3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antibaal님^^ <다른 의견~>과 <광기와~> 다 읽어보셨나요? 저도 그 책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다른 의견~>은 유시민 씨 추천도서 목록에도 있더군요.
슈테판 츠바이크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시다면 <어제의 세계>를 꼭 읽어보셔야 할 듯. 문인과 예술가 그 외 많은 정치가와 철학자들과 교류하게 된 게 운이 좋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츠바이크의 열린 품성과 겸손함 등도 작용했다고 봅니다. 그걸 <어제의 세계>에서 많이 엿볼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내내 한국과 비교하게 됐는데, 전쟁이 그리 되긴 했지만 타인에 대한 존중이 유럽문화권에 지배적인 건 참 부러웠습니다.

2015-06-02 2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03 0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 The Swimming Season
어제의 세계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곽복록 옮김 / 지식공작소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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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는 어디 있습니까

한국의 어느 지식인이 자유는 서양에서 전해진 관념이라고 말할 때, 그의 자유를 의심했다. 자유를 위해 싸우고 죽었으며 조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에 대한 모욕 같기도 했다. 나는 지나친 단정을 경계한다. 단정 속에서는 어떤 진실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걸 무수히 봐왔다. 오히려 진실은 매우 모호하고 유동적이었다. 우리가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표현하고 행동으로 옮길 때는 더 불완전했다. 츠바이크는인간의 상상력은 매우 불충분하고 정말 중요한 감정은 직접 겪어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프로이트는 백퍼센트의 알콜이 이 세상에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백퍼센트의 진리라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자기 이론의 단언자이기도 했던 프로이트의 말은 어딘지 역설적이다.

지금의 우리가 원시인이 자유를 몰랐다고 말할 수 있을까. 모든 원시인이 살아 돌아와 증언한다 해도 완벽한 사실일 수 없다. 우리에겐 언제나 모르는 게 남는다. 모른다고 인정할 때 어떤 앎을 가까스로 접하기도 한다(나는 접한다로 말하며 가진다는 뜻이 스며들지 않도록 했다). 자신이 살아보지 못한 시대, , 생각에 대해 단정할 수 없다. 우리는 자신의 한계 속에서 말하고, 우리의 앎과 생은 영속적이 아니라 잠정적이기에, 최대한 다각도로 살펴보는 일이 절망스럽지만 최선이며 도리라고 생각한다. 이 모든 노력에도 우리는 다 잃는다. 작은 희망이라면 마지막에 웃을 수 있길 바라지만, 해피엔딩은 가장 확인이 어려운 답이다.

옛날에는 인간은 몸과 영혼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그밖에 여권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없으면 인간다운 대우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츠바이크는 자신이 피난민이자 망명자가 되고서야, 추방당한 러시아인의 이 말을 되새길 수 있었다.

나는 상상해봤다. 동서양의 구분도, 자유 관념도 표현할 필요가 없었던 아주 먼 옛날을.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자유를 잃은 게 아닐까.

한 번도 자유로운 적이 없었으면서 우리는 불가능한 자유를 원하는 게 아닐까.

지상에 완전한 자유란 없으며, 행복이든 불행이든 어떤 착각 속에서 자유가 있다고 말하며 끝없는 투쟁과 타협 속에 산다.

플라톤의 동굴 비유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아도.

 

창조주에 의해 특별한 운명과 사명을 가진 선민으로 택해졌다는 유대인의 신앙은, 지상의 어떤 권력도 거부하는 그들의 자유였다. 내겐 자유와 계율은 구분되기보다 가까워보인다. 인간은 왜 자궁을 귀환으로 비유하는가. 모유를 먹듯 우리의 앎은 의존성이 강하다. 내게 자유란 내가 왔던 곳만큼이나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자유 관념은, 이집트 이래로 추방이라는 공동 운명을 겪어온 유대인뿐 아니라 삶으로 추방당한 인간의 근원적 딜레마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삶을 얻었다라고 간주할 때, 감사와 겸양보다 착취와 위협일 때가 더 많지 않았는지? 자유와 추방에 대해 누구보다 겪어온 유대인이 이스라엘을 세운 뒤 희생과 전쟁을 일삼는 것을 보라. 세계 곳곳의 혁명 이후 필연적으로 따라오던 숙청과 독재를 생각해보라.

자유를 획득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가 아는 자유와 행하는 자유는 괴리되어 나타났다. 역사 속에서 '자유'란 다른 사람의 인생을 '처분'할 때 주로 거론되었다.전쟁과 평화, 죄와 벌, 이방인, 심판같은 소설 제목이 그 내용보다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곤 했다. 그리고 어제의 세계란 제목의 에세이를 만났다.

 

 

§§ 츠바이크가 말한 어제의 문제

어제의 세계1942222일로 서명된 슈테판 츠바이크의 유서로 시작된다. 학업을 위해, 문학을 위해, 작가와 예술가들과의 우정과 교류를 위해, 마지막엔 전쟁을 피해, 평생을 방랑했던 그가 남긴 이 유고집은 한 인간의 기록이라기보다 그 자체로 시대였다. 그는 서문에서 오직 스스로 남으려고 하는 회상만이 다른 여러 가지 회상에 대신하여 남겨질 권리를 갖는다.”고 말함으로써 이 책의 무게감을 전한다.

 

츠바이크에겐 제발또는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해본 적 없는 부유한 부모가 있었다. “남아프리카 전쟁(1899~1900), 러일전쟁(1904~1905), 발칸전쟁(1912~1913)”(p33)은 그들 생활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12차 세계 대전은 양상이 달랐다. 그들이 유태인이었기 때문이다. 2차 세계 대전 때 귀국할 수 없게 된 츠바이크가 전해 들었던 그의 노모 일화는 정말 가슴 아팠다. 노령으로 피난도 못 갔던 그의 노모는 아리안 인종법시행으로 산책을 하더라도 벤치에 앉지 못했다. ‘죽어가는 자의 곁에 밤을 새울 수 없다’(p518)는 나치 법률에 의해 어떤 친인척도 그 임종을 볼 수 없었다. 어째서 이렇게 잔인해져야 했나. 왜 이렇게 될 때까지 놔뒀나. 프로이트의 이론을 빌어와 인간의 본성과 문명의 성질은 원래 그런 거지요, 말하면 끝나는 일인가. 츠바이크는 술회했다 

우리가 공통으로 가진 낙관주의가 우리를 배반했다는 점이다. ……(중략)…… 많은 지식인들의 태도는 유감스럽게도 무관심하고 소극적이었다. 우리의 낙관주의 때문에, 전쟁 문제는 그 모든 도덕적인 결과와 함께, 아직 완전히 우리의 내면적 시야로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시대의 뛰어난 사람들의 중요한 저술 중 어느 것에서도, 그것에 대한 원칙적인 논의나 정열적인 경고를 단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우리는, 우리가 유럽인으로서 생각하고 국제적으로 형제애를 두텁게 하고 있으면, 우리가 일상사에 단지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을 추구하며, 우리의 언어와 국경을 초월한 평화적인 이해와 정신적인 우정이라는 이상을 고백하고 있으면, 우리의 일을 다하는 것이라고 믿었다.(p249) 

 

아니, 이런 노동자와 군인의 공화국 같은 것이 2주일 이상 계속되리라고 도대체 누가 믿을 수 있었겠습니까?” 그것은 익숙한 생활을 포기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행하는 자기기만이었다,(p481)

 

유럽의 양심은우리 문명의 불행이고 치욕이지만결국 이들 폭력 행위는 국경의 저 너머에서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이유로, 간섭하지 않을 것을 열심히 강조했기 때문에 복용량은 점점 더 강해져서 급기야는 전 유럽이 이로 말미암아 파멸하기에 이르렀다. 히틀러가 한 것 가운데 이 전술만큼 천재적인 것은 없었다. 그것은 도덕적으로 그리고 머지않아 군사적으로도 약해져 가고 있던 유럽에 대해서, 천천히 신중하게 행동하면서 점점 강해져 가는 힘으로 압력을 높여 간다는 전술이었다. 독일에서 어떠한 자유로운 말도 어떠한 독립적인 책도 근절해버린다는, 오래 전부터 마음먹은 계획도 미리 떠보는 이런 방법으로 행해졌다. 우리의 저서를 단호하게 금지해 버린 법률도 즉각 발표한 것이 아니었다.그것은 2년 후에야 발표되었다.(p465)

 

역사는 동시대인들에게 그들의 세대를 규정하는 커다란 움직임에 대해 그 첫 단계에서는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은 논박할 수 없는 역사의 철칙이다.(p457)

히틀러에게 오스트리아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넘어가도록 세계는 방관했고, 츠바이크와 아인슈타인 등의 책이 광장에서 불태워졌고, 오스트리아 국회도 불탔다. 아름다운 시를 썼지만 릴케는 어떤 정치적 입장도 거부했다. 로맹 롤랑은 국제적십자사 포로수용소에서 포로들의 편지를 대신 써주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슈트라우스는 음악과 가족을 위해 히틀러에 협조했다. 많은 이들이 감시당하다가 암살당했고 곳곳에서 자살했다. 희망을 찾아 브라질까지 갔던 츠바이크는 미국의 2차 세계대전 참전 소식을 듣고 어제의 세계』를 집필한 뒤, 아내와 동반 자살했다.

 

 

§§§ 희생 끝에 얻은 비참함

대전 후에야 비로소 국가주의에 의한 세계 혼란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우리 세기의 정신적 유행병이 가져온 첫 번째로 눈에 보이는 현상은 외국인 싫어하기였다. 즉 외국인에 대한 병적 혐오, 아니면 적어도 외국인에 대한 불안을 느끼는 것이었다. 세계는 외국인에 대해 방어 자세를 취했으며, 어디에서나 외국인을 배척했다. 전에는 오로지 범죄자에 대해서만 강구했던 그런 모든 모욕이, 지금은 여행 전이나 여행하는 도중에 모든 여행자에게 부과되기에 이르렀다.(p521)

 

영혼을 짓이기는 불쾌한 것들로 인하여 우리의 창조 작업과 우리의 사고가 입은 손실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이 여러 해 동안 정신적인 책보다 관청의 지령이나 규칙을 더 많이 연구했기 때문이다.(p522)

 

인간은 객체이며 자유롭게 태어난 영혼을 가진 주체가 아니라는 것, 권리는 아무 것도 없으며 모든 것은 관청의 은총에만 달려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우리는 심문을 받고, 등록되고, 번호가 매겨지고, 자세하게 조사받고, 스탬프가 찍혀졌다. 그리고 오늘날에도 나는, 자유의 시대에 길들여져 굳어진 인간으로서, 또 꿈꾸었던 세계 공화국의 시민으로서, 내 여권에 찍힌 어떠한 스탬프도 낙인처럼, 그들이 행하는 어떠한 심문이나 검사도 굴욕처럼 느끼지 않을 수 없다.(p522)

지금의 우리는 외국인 체류자를 편하게 바라보고 있는가. 은연중에 철학이나 문학보다 영어책을 더 읽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세계나 사회 문제보다 내 생활과 능력쌓기가 더 중요하다. 개인의 선택이자 자유라고 말하고 있지만 언제든 붕괴되기 쉽다. 다른 나라를 가기 위한 많은 절차에 순응하는 우리는 정말 자유로운가. 슈테판 츠바이크가 살았던 시대와 지금이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 오, 흩어져버린 츠바이크의 수집품이여

거기에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업 비망록 가운데 한 장이 있었다. 스케치에 관해 왼손으로 글씨를 쓴 노트였다. 또 나폴레옹이 거의 읽어낼 수 없는 글자로 4페이지에 걸쳐 휘갈겨 써서 리볼리에 있는 병사들에게 보낸 군대 명령서가 있었다. 또 발자크의 어떤 소설 전체의 교정지가 있었다. 어느 페이지나 그야말로 하나의 전쟁터였으며, 수없이 많은 수정과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명료함을 가지고 교정에 교정을 거듭하고 있는 그의 거인적인 투쟁을 표현하고 있었다. 사진 복사가 다행히도 어느 미국 대학에 보관되어 있다). 니체의 비극의 탄생의 알려져 있지 않은 초고도 있었다. 그것은 발표하기 훨씬 전에 사랑하는 코지마 바그너를 위해 씌어진 것이다. 또 바하의 칸타타와 글룩의 알체스테의 아리아가 있었고, 음악가 중에서 남아 있는 원고가 가장 드문 헨델의 것도 한 가지 있었다. 언제나 가장 특징적인 것을 찾았으며, 대부분은 발견되었다. 브람스의 유랑민의 노래, 쇼팽의 바르카롤레, 슈베르트의 불멸의 곡음악에 바침, 하이든의 것으로는 황제 사중주곡 중의 신이여 보호하소서의 불후의 멜로디가 있었다. 몇 가지 경우에는 창조적 인간이 단 한 번 만든 구현물을 창조적 개성의 전 생활상으로까지 확대하는 것에 성공하기도 했다. 가령 모차르트의 것으로 11세 소년 시절에 쓴 유연성이 결여된 것 한 장뿐만 아니라, 그의 가곡 예술의 극치인 영원불멸하는 괴테의 제비꽃을 가지고 있었고, 무도곡으로는 피가로그대 이 위를 가지 않으리라를 패러프레이즈한 미뉴엣, 그리고 피가로그 자체로부터는 케르빈의 아리아를 가지고 있었다. 또 매력적이고도 버릇없이 쓴, 아직 한 번도 원문 그대로 완전하게 인쇄된 적이 없는 아주머니에게 보낸 편지, 그리고 음탕한 카논의 한 장, 마지막으로는 그가 죽기 직전에 쓴 한 장, 티투스에서의 아리아 하나를 가지고 있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괴테의 생애도 하나의 아치가 형성되고 있었다. 처음 것은 9세 때 라틴어로부터 번역한 것이었으며, 마지막 한 장은 82세 때, 죽기 직전에 쓴 시 한 편이었다. 그 사이에는 그의 창조의 왕관을 이루는 작품의 거대한 한 장, 파우스트중의 두 페이지 분, 그리고 자연과학에 관한 원고 한 장, 갖가지 시, 그리고 그가 생애의 여러 단계에 그린 스케치가 있었다. 이렇게 하여 괴테의 전 생애를 이 15장으로 개관해 볼 수 있었다. 가장 존경하는 베토벤에 관해서는 이렇게 완전한 상을 얻을 수는 없었다.(p445)

예술에 있어 탁월한 식견이 있었던 츠바이크의 수집품이 지금 한 자리에 모여 있다면, 우리는 예술과 인간의 어떤 본질을 더욱 한 눈에 살펴볼 수도 있지 않을까. 모든 걸 버리고 떠나야 했던 츠바이크만큼 나도 한탄스럽다.

 

일생을 탐구하며 예술과 사람의 조화를 원했듯 현실세계도 다함께 어울리기 바랐던 슈테판 츠바이크(1881. 11. 28 ~ 1942. 2. 22, 오스트리아)의 명복을 늦게나마 빕니다.

 

 

 

§§§§§ 에필로그

 

 츠바이크가 평생의 영감(靈感)으로 생각하고 죽을 때까지 가지고 다녔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가 그린 존 왕 초상화

 

 

 

   

그가 만났던 수많은 대가들 중, 제임스 조이스에 대한 일화도 짧지만 인상깊습니다.

 

 

 

 

   

구판/개정판 사진이 다른 게 많습니다.

위 사진은 구판/ 개정판 톨스토이의 묘지 사진 비교입니다.

묘지 옆 두 나무는 아름답고 의미있는 사연이 있습니다.

책 속에서 만나 보시길 :) 

 

 

 

 

 

오늘날 아직 자신의 길에 확신이 없는 젊은 작가에게 충고를 준다면, 나는 상당히 위대한 작품을 각색하거나 번역하는 데 봉사하라고 권장할 것이다. 초심자의 모든 자기 헌신적인 봉사 속에는 자기가 창조하는 것 이상의 확실성이 있다. 그리고 사람이 몰두하여 행하는 일은 절대로 헛된 일이 없는 것이다.(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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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기억의 힘 - 어제의 세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직관펌프 생각을 열다
    from 공 음 미 문 2015-06-15 21:40 
    § 슈테판 츠바이크는 전쟁이라는 극단의 상황에서 아무 자료도 없이 500페이지가 넘는 『어제의 세계』를 썼다. 그가 전 생애에 걸쳐 경험한 '현대 유럽 세계사'라고 할 만한 내용이었다. 유대인이라는 약점 때문에 여러 나라를 떠돌 수밖에 없었던 그는 1·2차 세계 대전 전후해 그 시대상과 지식인들의 움직임을 소상히 밝혔는데, 이러한 저작의 유래를 찾기 어렵다. 그는 서문에서 이렇게 썼다. “왜냐하면 나는 우리의 기억이라는 것이 어떤 것에 관한 것을
 
 
2015-06-01 0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01 0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01 0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01 0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01 0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01 04: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01 04: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1세기컴맹 2015-06-01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인전기의 달인 츠바이크의 새책 소개 감사합니다

AgalmA 2015-06-01 21:55   좋아요 0 | URL
이 책의 구판/개정판 번역상의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구판에 옮긴이의 요약해설이 꼼꼼했는데, 개정판엔 대폭 축소돼서 그건 좀 아쉬웠어요.
21세기 컴맹님은 츠바이크의 어떤 평전을 좋아하실런지...저는 <베토벤의 생애>를 제일 읽고 싶습니다^^

21세기컴맹 2015-06-04 18:32   좋아요 1 | URL
천재와 광기 를 오래전에 침흘리며 봤었죠 남의 속에 들어갔다 나오는 유체이탈의 신공 아니고는 이리 쓸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고 환희와 절망을 한 눈에 담은 적이 있지요 그 다음 책은 그만큼 감전돼 오지는 않았지만 그는 아직도 믿음이 가는 분입니다
책으로 치면 그 이름 앞에서는 늘 들었다놨다

AgalmA 2015-06-04 18:50   좋아요 0 | URL
^^ 츠바이크 책이 워낙 많아 뭘 볼까 고민인데, 현재 제가 꼭 보고 싶은 건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베토벤의 생애>, <천재 광기 열정>입니다. 그 수집의 열정이 예술가 평전에도 얼마나 가득하겠는가 믿음 가득^^ 츠바이크 자신이 작가라 예술가들의 창작의 열정을 누구보다 공감하며 동경했을테니...

[그장소] 2015-06-01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뻥 뚫린 하늘을 멍~ 때리며 바라보다...갑니다!
어제의세계 하니 전날의섬.(움베르토 에코)..생각도 나고
불연속세계 (온다 리쿠,어제의 세계;도 있지않았나?)갸웃하면서..
암보스 문도스(기리노 나쓰오)까지 날짜 변경선위에
아슬아슬한 우리의 미래를
살짝 걸쳐 놔 봅니다.
당신의 철학에 나는 장르로 도배를~^^ 미안하오! (에헴!!쿨럭~)

AgalmA 2015-06-01 21:42   좋아요 0 | URL
제가 사는 관할 도서관들엔 거의 온다 리쿠 <어제의 세계>;;
그장소님은 저보다도 먼저 <어제의 세계> 읽으셨던데, 절 추어올리며 너무 겸손마셔요;;

수이 2015-06-01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창훈 선생님도 츠바이크가 말한 저 말_ 말씀하셨는데_ 음 역시 음,

AgalmA 2015-06-01 22:35   좋아요 0 | URL
츠바이크는 다 옳은 말씀 같음...인간애가 바탕에 깔려 있는데다가 대단한 문장가이시라 더욱^^
 
‘사느냐, 죽느냐‘ 현재를 향한 영원한 물음
타임퀘이크
커트 보네거트 지음, 박웅희 옮김 / 아이필드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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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

보네거트, 유머를 잃지 않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요즘 절실히 느끼고 있어요.

세상을, 시대를, 현재를, 타인을, 나를, 걱정할수록 마음은 점점 어두워지니까요. 그래서 재밌는 소설을 읽고, 쓰고 싶은 걸 테죠.

그런데요. 재밌으면서 괴로운 이건 뭐라고 해야 하나요. 계속 그래요. 그리고 말 좀 그만하라고, 내 목을 조르고 싶다니까요. 지금도.

우린 왜 그렇게 웃기고 싶었을까요. 알죠.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으니까. 사실 희극과 비극은 같다는 걸.

유머로 무장한 당신과 철학으로 무장한 비트겐슈타인이 비슷한 생각을 했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이상하게 여길 겁니다. 둘이 너무 다르잖아? 하면서.

 

* 상상력이 없으니 그들은 자기네 조상들이 했던 것을 할 수 없었다.(『타임 퀘이크』, p37)

이 부분은 비트겐슈타인이 생각의 자유의지에 대해 말하던 부분과 비슷했죠.

 

* 옥스퍼드 인용사전 제3판에 영국시인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1772~1834)의 이런 말이 소개되어 있다. “불신을 자진해서 잠시 정지하는 것, 거기에 시적 신뢰가 있다.”(타임퀘이크, p117)

당신이 인용한 새뮤얼 콜리지의 이 말도 비트겐슈타인 또한 얼마나 갈망했던지.

 

하지만 같은 시기 전쟁의 참상을 겪고 화학을 소재로 써도, 당신과 프리모 레비는 얼마나 다른지요. 원소들의 특성처럼 우리는 서로 다른 화학적 반응을 보입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질문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는 예수의 말(『타임 퀘이크』, p94)이 우리와 전혀 다르지 않다고 한다면 모독입니까. 당신은 "이 친구, 나랑 유머가 통하네, ㅋㅋ" 해줄 거 같은데 말예요. 하지만 당신은 없어요.

 

죽은 작가의 글을 읽는 게 솔직히 마음이 편해요. 당신이 죽어서 좋다는 말은 아녜요;

살아있는 작가들은 자신이 쓴 글 때문에 종신형을 사는 죄인 처지 같잖아요. 살만 루시디는 대표적 예이기도 하죠.

작가의 글쓰기는, 돌이킬 수 없는 살인이고 그 이후를 감당해야 하는 속죄이자 굴욕이죠. 사랑하는 사람을 죽인 게 아니길 바랄 뿐. 필시 그렇겠지만. 이 비유도 이미 죽은 비유죠. 그런데 작품에서 완전 범죄는 가능한 걸까요? 우리는 그럴 자격이 정말 있는 걸까요? 세상과 사람과 사물을 모조리 옮겨 놓고 멋지군~ 그렇게 해도 되는 거예요?

 

 

* 조이스 프라이드의 승무원들은 조종사에게 인터컴을 통해 자기들도 그만큼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하늘엔 그들뿐이었다. 그들은 전투기의 엄호를 받을 필요도 없었다. 일본군에는 비행기가 한 대도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쟁은 이미 끝나 서류 작업만 남은 상태였다. 사실 에놀라 게이가 히로시마를 잿더미로 만들기 전에도 상황은 명백히 그랬다. 킬고어 트라우트의 표현을 빌리면, “그것은 더 이상 전쟁이 아니었다. 나가사키 싹쓸이도 그랬다. 그것은 잘했어요. 양키스 선수들이었다. 그것은 이제 쇼 비즈니스였다.”

 트라우트는 웃지 못할 일에서 쓰기를, 조종사와 폭격수가 그전에는 임무를 수행할 때는 어딘지 신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고 했다. 그때는 사람들이 떨어뜨릴 물건이 고작 소이탄과 재래식 고성능 폭탄뿐이었다. “그때의 신은 작은 신들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을 복수와 파괴밖에 모르는 작은 신들로 여겼다. 그러나 하늘에 자기들만 있으면서 비행기 아래 자주색 제미럴 것을 달고 있을 때는 저 우두머리 신 하나님처럼 느꼈다. 전에는 누려 본 적이 없는 선택권, 자비를 베풀 수 있는 특권을 갖고 있는 것처럼 느낀 것이다.”(『타임 퀘이크』, p37)

 

 

우리가 글을 쓸 때 신처럼 느끼는 건 한순간이죠. 수많은 고됨 끝에 오는 잠깐의 보람. 그 뒤 현실과의 괴리감, 몰려오는 미흡함, 자괴감.

보네거트, 당신은 그런 불협들을 동시에 모으며 써내려갔죠. 현실과 환상을 마술 고리들처럼 자유자재로 붙였다 뗐다 하면서. 우리가 소중해하는 현실과 의식이 우리가 가장 이해하지 못하는 보물이기에, 당신은 소설 속에 가차 없이 투하했습니다. 원자탄은 이 소설 속에서 영원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모든 시공간들이 반복되었죠. 당신은 그림의 한 귀퉁이를 살짝 바로잡는 여유를 잃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마련한 소설의 자리에서 저는 기쁘게 바라 보았습니다. 현실을 난도질하는 서툰 살인자가 아니라 소설의 화가이자 언어의 마술사인 당신을 향해 웃으며.

 

* 그는 그 그림을 다시 걸고 바로잡기까지 했다. “그게 어쩐지 중요한 일 같습니다. 그 그림을 다른 그림들과 간격을 맞추어서 비틀어지지 않게 거는 것 말이오. 최소한 나는 혼돈한 우주의 그렇게 작은 부분만은 제대로 바로잡을 수 있었어요. 내게 그렇게 할 기회가 있었던 게 고마울 따름이오.”(『타임 퀘이크』, p196)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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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컴맹 2015-05-19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좋아요 라는 이모티가 필요한데요

AgalmA 2015-05-19 17:2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올리고나서 너무 부족해보여 맘이 편치 않았는데, 21세기컴맹님 덕분에 조금 힘이 났습니다 :)

2015-05-20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천형이라 할까요... 그 마음이 알겠어서..끄덕이고 끄덕이는..^^

AgalmA 2015-05-20 01:55   좋아요 0 | URL
벗들도 하기 어려운 말씀을 남겨주신 나그네님, 나그네님은 어떤 천형을 겪으셨기에 이런 말씀을 주셨나 생각했습니다. 어디서건 무탈하시길...

따뜻한 말씀 감사합니다.

[그장소] 2015-05-20 13:55   좋아요 0 | URL
[그 장 소 ]입니다.
갑자기 저는 나그네 가 된..^^
서버 문제인가 그럽니다(도통 이 흐름을 잡아 채지못하겠다고..서버에 하는 말)
이상하게 웹으로 들어와도 제 기능을 잃고마는 제 신세..그런거지 뭐예요.

당신의 오늘도 내내 무탈하기를 !
따듯한 우정을 놓고 갑니다.^^

AgalmA 2015-05-20 17:04   좋아요 0 | URL
ㅋㅋ 그장소님처럼 북플과 불화 처지인 경우는 못 본 거 같아요. 도대체 왜 그런 건지;;;
따듯한 우정 엄청 받아서 엄청 돌려드리고 싶어요ㅎ 방법을 여러모로 강구해 보겠습니다 ~

기운잃지 마세요. 그장소님...
 
[eBook] 2BR02B SciFan 6
커트 보네거트 지음 / 위즈덤커넥트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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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태어나서 죽는 일은 자연의 이치다.

그러나 누군가 태어나면 반드시 누군가 죽어야 하는 시스템이라면?

커트 보네거트가 드레스덴 폭격에서 살아 돌아온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소설 <5도살장>으로 증언했다. 사람들이 외면하지 않도록 아주 재밌게! 독일에게 위협과 보복을 하기 위해 군사지역도 아닌 민간인 거주지역에 폭격을 가한 연합군의 만행. 드레스덴 폭격이 히로시마 폭격만큼 강력했단 걸 대다수 잘 모른다. 굳이 찾아볼 생각도 안 하니까. 미국은 전쟁을 끝내기 위해 히로시마에 원폭을 투하했다고 밝혔지만, 여러 역사적 증언들은 진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결과가 과정을 대변하는,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는 만연하다.

우리는 잘못된 시스템의 교육을 받으며, 그 시스템을 강화하는 일원으로서 합리화하지 말아야 한다. <2BR02B> 뿐 아니라 커트 보네거트는 꾸준히 작품을 통해 그걸 말해왔다.

 

최근 미국과 일본의 군사 동맹의 흐름과 함께 또 주목되는 점은, 거대 인구밀집국가인 중국과 인도(이들 인구를 합하면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다)의 외교 동맹이다. 국경분쟁으로 자주 군사적 충돌을 보였지만 이제 그들은 동맹을 과시한다.

한국 외교는 어떤가. 남북 외교는 국내 프로파간다에나 써먹으면서, 눈가리고 아웅식 해외 외교로 제대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어디로 향하든 나라가 돌아가고 있는 현재 상황이 신기할 따름이다. 자원 외교 망해도 국민의 고혈을 빼내면 되니 만사형통이다. 정말이지 이 정부에는 어떤 긍정성도 거론하고 싶지 않다.

 

소설로 돌아가, 수명 연장 시스템을 개발한 자는 200살이 넘도록 호의호식하며 타인의 생명을 논한다. 현실의 우리는 지금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살아있음을 무기로 자신의 아픔만 강조하는 것은 아닌지. 아프니까 모두 청춘할까.

세월호 사건을 비롯해 여타를 정부탓만 하고 있어야 할 일인지. 남의 불행을 그저 시끄러운 일로만 여기는 사람들이여, 당신도 '사느냐, 죽느냐'의 일원이다. 제대로 아는가도 문제겠지만, 바꿀 권리를 눈돌림과 포기로 시스템에 자발적으로 주지 말자. 똑바로 바라보기.

 

보네거트는 절판이 많아 아쉬운데, 짧은 분량이지만 초기작품을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그것도 무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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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ar, 보네거트 - 놀면 뭐해, 웃겨라도 봐야죠
    from 공음미문 2015-05-18 18:51 
    보네거트, 유머를 잃지 않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요즘 절실히 느끼고 있어요. 세상을, 시대를, 현재를, 타인을, 나를, 걱정할수록 마음은 점점 어두워지니까요. 그래서 재밌는 소설을 읽고, 쓰고 싶은 걸 테죠. 그런데요. 재밌으면서 괴로운 이건 뭐라고 해야 하나요. 계속 그래요. 그리고 말 좀 그만하라고, 내 목을 조르고 싶다니까요. 지금도.우린 왜 그렇게 웃기고 싶었을까. 알죠.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으니까. 희극과 비극은 사실 같다는
 
 
양철나무꾼 2015-05-16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뉴트롤즈가 b.g.로 깔려야죠~, ㅋㅋㅋ

AgalmA 2015-05-16 15:35   좋아요 0 | URL
제 컴이 알라딘 페이지에서 동영상을 올리는 걸 거부하는 터라 뉴트롤즈고, 모차르트-레퀴엠이고 간에 어려움이 있어요; 동영상을 올릴 수 없는 이 시스템과 불화 중이랄까ㅎ

네오 2015-05-16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교나와서,,그러는데,,이게,,참,혹시 론스타뉴스 봤어요? 그게 외교통상부있던 시절 한미에프티에이어서 출발하잖아요, ㅋ

AgalmA 2015-05-16 17:46   좋아요 0 | URL
큰 줄기만 보고 세부사항까지는 알아보지 않았어요.
이런 정세들 보면 복장터져서 저 같은 다혈질은 금새 독개구리 될 거 같아요;; 정신 안정을 위해 오늘은 문학을 읽어야겠습니다...흐유...

네오 2015-05-16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법무부 국제법과에서 담당하는데,,담당과장 인터뷰하는거보니 ,,;;;이게 단심제라서, 이번에 끝나면 게임오버덴,,이게 사실 재판소가 워싱턴에 있고 영어로 진행되서문제예요, 물론 현지 로펌에서 담당하지만요,

AgalmA 2015-05-16 20:24   좋아요 0 | URL
법적인 걸로는 론스타를 이길 가능성 없겠더군요. 판결 (찌라시뿌려 최대한 가리겠지만) 보도되면 한국은 공식 해외법인의 호구 나라 인증하는 셈. 아, 진짜...

페크pek0501 2015-05-17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저자의 <나라 없는 사람>을 읽고 있어요.
이 책엔 커트 보니것, 이라고 돼 있어요.

인상적인 문장.
˝물론 나는 소문난 골초다. 담배를 피우다 죽는 것이 평생의 바람이다.˝(49쪽)- <나라 없는 사람>에서.

이런 마음가짐이라면 두려울 게 없을 것 같아요. ^^

AgalmA 2015-05-18 03:28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pek0501님.
커트 보니것이 인명사전의 정식 명칭인 거 같던데, 통상 커트 보네거트라고 부르던 게 쉽게 바뀌지 않는 것 같아요. 독일식으로 부르려던 게 실패한 건지, 흔히 그렇듯 일본식으로 수용된 건지 그 기원이 모호하네요~_~

그렇게 담배 좋아해서 80까지 정정하던 사람이 지붕 수리 사고로 시름시름 앓다 죽다니....... 롤랑 바르트도 교통사고 후 거의 치료거부로 사망하고, 붓다가 이질로 사망했던 것 등등...뛰어난 이들의 허망한 죽음...이럴 땐 참 괴상한 기분이 듭니다.

<나라없는 사람> 재밌죠. 식구들을 웃기기 위해 골몰하는 재간꾼ㅎ

유머는 두려움의 대항마라고 늘 생각합니다 :)

[그장소] 2015-05-20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아슬아슬한 경계선상을 지키는 건. 더 어렵습니다.
유머를 해도 유머인 냥 받아주면 기쁨인데..정색으로 받아버리면..윽~(가슴에 칼을 꽂게되는 상태)
더 많이 알아야 하나..(인간적 면모를 지우고 가면을 사는 우리, 닉넴 만으로 가능한지..)

님의 진솔한 고민이 엿보여 좋았네~라.

AgalmA 2015-05-20 16:53   좋아요 0 | URL
희극이 더 어렵다고 하죠. 비극은 확실히 전달하기가 쉽죠. 그리스 비극부터 지금의 소설, 드라마, 영화 그 굳건한 계승들만 봐도...

저도 자주 진지의 세계에 천착하는데, 유머의 동아줄 없으면 균형잡기 어렵다는 생각합니다. 관계 속에서도. 글 속에서도.
 

 

 

 

 

 

 

 

 

 

 

 

 

   Maddie Ziegler & Sia

 

 

 

 

§

아역 배우 매디 지글러(Maddie Ziegler)의 춤에서,

오래전 영화 <플래시댄스>의 배우인 제니퍼 빌즈의 인상적인 모습이 연상됐다.

 

물론 제니퍼 빌즈는 어린이가 아니었다.

이 영화의 관음증적 표현방식은 여기선 차치하고,

이 영화 속에서 우리가 주목해 볼 점은 여성노동자가 무용수가 되기 위해 현실 속 편견과 싸워나간 집념일 것이다.

 

 

Sia의 뮤직비디오에서 매디 지글러는 Sia의 닮은꼴 어린이로 단순히 출연하고 있는 게 아니다.

Sia의 흉내를 내고 있는 것도 아니다. 지시로 나올 수도 없는 춤을 보여준다. 

거기 오로지 매디 지글러 자신만이 있다.

라이언 헤핑턴의 안무와 Sia의 노래가 들어간 마치 매디 지글러의 뮤직비디오 같다. 

Sia와 매디 지글러가 각각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하는 반면, 

'강남스타일'의 Psy와 닮은꼴 어린이 매치는 코믹 그 이상을 넘지 못 했다는 한계점과 차이가 있다.  

어쩌면 ​Sia쪽이 Psy쪽을 더 보완해서 나온 것이라 볼 수도 있지만,

두 영상에서 질적 차이를 느끼는 것은 나만이진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아쉽다.​

  국내 대중문화에서 아이디어와 예술성이 상호 보족적인 걸 보는 건 ​왜 이리 어려운 걸까?

 

업그레이드는 미비하고 패러디만 난무하는.

 

예술의 정신은 없고 욕구들만 들끓는.​ 

 

Psy 뮤직비디오 유머와 시대조롱을 내가 홀대하는 걸까.

 

어쨌거나 이것은 내 시각이고 잣대라는 걸 인정한다.

 

분명하게 밝힐 것은, 나는 이 부분에 대해 말할 뿐이고 이래라저래라 종용할 수 없다.

 

누구나 표현하고 누릴 자유가 있다.

 

예술은 문화에 갇히지 않고 문화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티켓과 같다.

 

 

 

 

 

 

 

   양옆 아저씨들은 유명한 코미디언들이라는 데 난 잘 모름-,-;)

 

 

 

 

 

 §§

 

당신은 위 사진에서 불쾌함과 유쾌함 어느 쪽을 더 강하게 느끼는가.

 

매디 지글러가 성인남성과 선정적인 춤을 추고 있는 뮤직비디오 장면들은 어떤가.

공중파에 나와서 그렇게 춤을 추는 장면들도 YouTube에 다수 있다.

이건 예술이라, 예술적인 패러디라 괜찮은 것인가.

상업적인 부분이라 어쩔 수 없다 라고 말할텐가.

 

외국사례이고 그들의 정서이니 존중한다 라고 말할텐가.

혹은 롤리타 컴플렉스를 들고 와 병으로 진단할 텐가.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10살 시인 김○영 본인이 직접 쓴 시들의 예술성은 누구의 무슨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인가.​

 

김○영의 시는 흉내를 낸 것인가. 누구의 지시를 받은 것인가. 어떤 허가를 받아야만 하는 것인가.

 

정말 그 정도인가.

 

비난하는 사람들이 보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제니퍼 빌즈가 예일대 영문학 석사 학위자라는 걸 안다면,

 

당신은 혹 <플래시댄스>와 그 배우에 대해 다시 생각하지 않을지.

 

김○영 시인이 하버드대 최연소 학생쯤 되었다면 당신의 잣대는 어떠했을지.

 

이건 너무 멀리 나간 걸까.

 

그렇다면 김○영 시에 대해 말하는 안전성은 누구의 안전을 위해서인가.

 

공공성을 내세우지만 자신의 주장을 위해 이용하고 있는 건 아닌지.

 

자신이 공감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철저한 배척과 짓밟음은 아니었는지.

 

자신이 생각하는 예술과 (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편협한가를 짚어볼 계기는 되었는지.

 

자신이 원하는 자유라는 게, 얼마나 타인 지배적이고 자기 옹호적인지 생각해보는 계기는 되었는지...

 

 

 

 

 

 

 

 

ㅡ 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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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통치약 2015-05-12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술 무식쟁이인 제가 봐도 이것 멋진 작품이네요. 그런데 잘못 베끼거나 무작정 따라하면 퇴폐 외설이 나오겠는데요 ㅋ

AgalmA 2015-05-12 15:09   좋아요 0 | URL
싸이 때처럼 따라하기 영상 꽤 되더군요ㅎ 국내에서도 알게 모르게 따라하고 있고...

CREBBP 2015-05-12 15: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시 사건은. 책을 다 걷어들이기로 했다죠.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보수가 득세하니 여러가지 한다는

AgalmA 2015-05-12 15:48   좋아요 0 | URL
예술은 좀 자유롭게 냅두고, 나라 정치권력 자유 방임이나 좀 더 신경을 쓸 일이지 합니다;

Conatus 2015-05-12 16: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술을 자유롭게 두지않는것은 예술속에 득세하고 있는 세력을 전복시킬 무언가가 있기때문이겠죠

AgalmA 2015-05-12 16:29   좋아요 1 | URL
네, 정확한 말씀^^
어떤 세력이든 누르려고 하는만큼 자신의 취약성을 드러내 보이는 법이니까요.

네오 2015-05-12 20: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샤이아 라보프는 님포매니악이후 예술적이네요 ㅋ

AgalmA 2015-05-12 20:53   좋아요 0 | URL
저도 딱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중ㅎ 생활의 발견 이후 김상경을 다시 보게 된 것 같달까요ㅎ; 김상경의 예술성은 왜 안 생기는지...흐음...

cyrus 2015-05-12 21: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덕에 위배되는 내용이라는 근거로 예술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규정하는 일은 무의미한 일인 것 같아요. 지금은 내용이 잔인하다고 해서 예술이 아니라고 폄하하지만, 몇 십 년 뒤에 이게 어떻게 될지 몰라요. 예술사를 되짚어보면 쓰레기로 무시 받았던 것들이 지금은 예술로 인정받고 있으니까요. 보들레르의 <악의 꽃>이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출간 당시 시 몇 편은 삭제되고 말았어요. 사드의 작품은 수백 년 동안 잊혀졌다가 지금은 고전의 반열에 올랐고, 이를 분석하는 연구자들이 많아졌어요. 하일성 위원의 명언처럼 야구만 어려운 게 아닙니다. 예술 몰라요, 인생 몰라요.

AgalmA 2015-05-14 03:15   좋아요 0 | URL
뻑 하면 금서에, 지금은 숭배되는 <보바리부인>도 재판까지 갔잖습니까. 여전히 문학은 선정성, 폭력성 문제로 시끄럽죠. 거장이거나 말거나.
여긴 마광수- 장정일 시대와 별반 다른 거 같지 않으니 얼마나 더 기다려야 나아질런지....
억울할텐데 소송까지도 안 간 거 보면 어린 시인에게 더 상처될까봐 그런 거 같은데, 검색어에도 안 나오게 조치를 한 거 같아서 저도 본명도 가리고 시도 안 가져 왔어요.
진짜 문제를 바꿀 생각을 하는 공론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인간 세계 터부 참 끝없는 딜레마...

오쌩 2015-05-13 0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동시라는 틀 안에서 정서에 맞게 쓰고 말해야된다는것도 웃긴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어릴적 읽었던 시들 대부분이 너무 유치하고 작위적이었어요.

AgalmA 2015-05-14 00:56   좋아요 0 | URL
이런 이야기 끝에는 항상 교육의 문제를 거론할 수밖에 없네요^^;
남자아이는 파랑, 여자아이는 분홍 그건 언제부터 그렇게 경향이 되었던 건지 참 궁금합니다...
우리가 말하는 순수성은 정말 순수성일까 고민이 많습니다...

오쌩 2015-05-13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싸이를 그리 높게 평가하지 않습니다. 그저 코믹하고 패러디하기 좋을뿐,싸구려 양아 허세질 가득한 뮤비로 밖에 안보여요. 여자몸만 상품화하고 부각시키는게 예술하고는 멀어보이고요.
뮤비잘봤어요 ㅎ 엘라스틱 헐트 마지막 장면 계속 머리에 남네요.
철장에서 남자를 계속 꺼내려고 애쓰는게..많은 의미를 생각하게 하네요 ㅎ

AgalmA 2015-05-14 01:00   좋아요 0 | URL
예술이 더높은 가치를 보여줘야 한다! 하는 것도 어쩌면 편향일 거 같아 모든 게 공존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습니다. 아름다움과 추의 미학이 공존하듯이. 하지만 대중이 그걸 추앙한다고 해서 무슨 권리나 권력, 우월감을 가진 듯이 군다면 저는 그것에는 항의할 겁니다. 예술의 반항심과 이상적 고취 상태는 감안하지만, 자신의 예술 속에서 속물정치가가 되는 연예인들 있지요. 종종 쇼맨쉽과 정체성 사이에서 길을 잃은 배우들처럼....여기선 싸이를 그렇다고는 하지 않겠습니다. 아직까지는.
마지막 장면 참 애닯게도 찍었죠? 마지막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작품의 전체를 좌우하기 마련인데, 그 처리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철창 간격이 넓어서 샤이아 충분히 빠져나올 수 있겠구만...연기하느라 애쓴다...하는 현실적 대입을 밀어넣으며 감상하느라 애먹었어요ㅎ

에이바 2015-05-15 17: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의 내용보다도 함께 실린 일러스트와 영어번역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아이들이 아무리 성숙했다 하지만, 그 시기의 감성은 아주 예민하기 때문에 텍스트 자체로도 충분히 폭력적인데요. 성인인 제가 봐도, 함께 실린 일러스트는 좀 너무하다 싶더군요. 시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그 일러스트로 고정되는 폭력적인 이미지 때문에 내 아이에게 읽히고 싶지 않습니다. 게다가 영어번역이라... 이 시집의 타겟은 동시를 읽는 어린이가 아니라, 구매력이 있는 학부모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통 잔혹동화들도 일러스트는 환상적인 분위기를 풍기죠. 그래서 더 섬뜩한 분위기를 연출하고요, 그게 효과적인 일러스트고 예술이 아닐까요.

시인의 다른 시들을 보면 재능이 있는 것 같더군요. 어린이가 썼지만, 성인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시집을 출판하는게 낫지 않았나 합니다. 그랬다면 이렇게 난리도 아니었을테고, 제대로 평가받았을 텐데요. 아마 팬들도 생겼을 겁니다. 이번 사건으로 그 시인의 이름은 확실히 알려졌군요.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지켜봐야 알겠습니다만... 이미 찍어낸 책을 전량 회수해서 파쇄하는 것도 웃기더군요. 데스크에선 충분히 예상한 수순일텐데요, 촌극이 따로 없습니다. 시 내용처럼 폭력적인 감정을 느낀 또래 어린이들도 있을 겁니다만, 그걸 텍스트로 표현하고 출판하지도 않지요. 이 사건의 문제는 복합적입니다. 시 내용, 시인의 나이, `추천` 동시, 일러스트, `학원`으로 상징되는 강제와 폭력... 내 아이의 재능을 인정받고자 하는 부모의 욕심과 출판사의 상업성까지요. 표현의 자유와 예술로 방어한 건 그들이었고요, 논란이 거세지자 시집을 거둬들였죠. 진실로 비겁해 보입니다. 모든 책임과 비난은 시인이 지는군요. 창작했다는 이유로...

예술이라는 건 넓게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시인을 바라보는 시야를 좁히게 만든 출판사의 선택이 원망스럽네요.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했지만, 정말 `예술`이라 생각했다면 이런 방식이 아니었을거란 생각도 듭니다. 한편으로 제 아이가 그런 시를 썼다고 생각하니, 저라면 학원을 많이 보낸 걸 반성하고 스트레스 지수를 낮춰줬을 것 같은데요. 시집출간은 생각도 못했을 겁니다. 아마 출간한다 해도 적당히 골라냈겠죠... 솔직히 문제된 시는 사회문제를 담고 있지만 예술성이나 문학성은 없는 것 같아요. 다른 몇몇 시들은 좋았지만요. 의외성을 보는 눈이야말로 예술의 시작이라면 전 범인일 따름이군요.

AgalmA 2015-05-14 03:49   좋아요 1 | URL
여러가지 생각해 볼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제 댓글은 참고삼아 비밀글로 올리지 않겠습니다.
김ㅇ영 시집과 관련해 안타까운 점은, 첫 시도들의 미숙함과 현실 난관에서 싸워나갈 고단함에 있을 겁니다. 일러스트 저는 정말 실망스러웠습니다. 훌륭한 그림동화나 일러스트를 많이 본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삽화가 그저 보완의 악세사리는 아닐 겁니다. 작품 바로 곁에 있는데, 작품을 해석하는 가장 뛰어난 독자여야지요. (작가분께 죄송하지만) 일러스트의 조잡함으로 문제의 시에 더 큰 화를 부른 거 같습니다. 시 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은 은유를 잘 다뤄야 합니다. 일러스트라도 제대로 해줬어도... 그래서 첫 시도들의 총체적 난국이라는 거죠. 모든 것이 어우러지고 있는 매디 지글러와 반대 상황...

항상 창작자와 독자 간에는 거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요. 늘 창작자는 독자에게 자신의 작품을 제대로 보고 이해해 달라 요구하고, 독자는 창작자가 자신들을 위해 써주길 바랍니다. 여기서 독자의 폭도 넓은데, 새로움을 바라는 독자와 `다움`을 요구하는 독자 등 무수한 갈래가 있지요. 거기 통념들이 모인 주류가 시장권을 장악하게 되지요. 출판사, 부모, 시인 모두 이 점을 간과한 셈이라 이렇게 큰 시련을 맞게 된 거고요. 흔히들 착각하기 쉬운데 새롭다고, 파괴적이라고 다 문학성과 예술성을 획득하는 게 아니라는 점. 외적으로도 그 인정의 상당수는 독자에게 있습니다. 비평가도 어차피 독자고 요즘은 대중의 파워가 더 세졌죠. 그렇기에 너무 뒤늦게 인정받는 예술가들도 있는 것이고요.

제일 아쉬운 점은 그 시가 시로서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 게 큽니다.
시인이 아직 어려서이기도 하지만, 그 시가 충분히 문학성을 보여줬다면 상황이 이렇지는 않았을 겁니다. 독자들이 시인을 대신해서 극렬히 싸울만큼의 작품성이 있는 게 아니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각자가 느낀 여러 안타까움을 밝힐 뿐.... 저도 그 시에서 예술성, 문학성의 완성도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우리가 그렇게 보는 것이지 시인이 그걸 문제시하려고 썼을까, 제 견해로는 정제되지 못한 감정만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분노는 대단해서 위협감을 느낀 이들의 공분을 산 걸 겁니다. 다른 시를 충분히 보지는 못했지만 김ㅇ영이 그런 걸 겉으로 당당히 말할 줄 아는 자세, 저는 그것에 시인으로서, 예술가로서의 자세를 보았고 앞으로 발전해 나가주길 기원합니다.
사태가 이렇게 커져서 창작의욕에 큰 영향이 안가길 바랍니다. 어린 시인이 맞기엔 참 큰 충격이었을텐데...

에이바 2015-05-13 14: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매디 지글러 처음 봤을 땐 너무 충격이어서요, Sia가 매디인 줄 알았어요;; 이 가수 체형이 어린이같네;; 하면서요. 춤이 기괴하면서도 광기가 있더군요. 제 스타일은 아니었어요. 약간은 <스타킹>에 나와 섹시 댄스를 추는 아이들을 볼 때와 같은... 꼬집어 말할 순 없는 불편함이 있더군요. 근데 다시 보니 매디가 Sia의 페르소나 같더군요. 예술과 선정을 가로지르는 선은, 어떤 점에서는 명확하다고 봅니다... 좋아하지는 않습니다만 인정은 되더라고요. 아래 뮤비에서 샤이아의 기에 조금도 눌리지 않은 매디를 보며 또 한 번 놀랍니다. 무서운 아이...! 이런게 앙팡 테리블인가요...!

AgalmA 2015-05-14 03:30   좋아요 1 | URL
저도 처음엔 좀 징그러웠달까요ㅎ; 북한 어린이들의 현란한 춤동작 볼 때처럼 너무 자연스럽지 않아 보여서...그런데 여러번, 다른 작품들을 통해 보면서 아, 이것은 매디 지글러 본인이구나, 이토록 표현해내고 싶은 기질이 있는 거구나 에이바님처럼 인정, 동의하게 되었죠. 몸은 끼로서 충분히 조정할 수 있지만 얼굴 표정과 분위기 그것은 그렇게 쉽게 만들 수는 없는 거잖아요...경험이 아직 별로 없는 아이들은 더 어렵죠. 이거 제 착각과 호의 이려나요? 하여간 매디 지글러는 훌륭한 배우가 될 거 같아요. 레옹의 나탈리 포트만 같은...기대되는 인물이죠.
제가 매디 지글러와 김ㅇ영을 연결해 말하고 싶었던 건, 표현의 장을 열어주고 안 열어주고에 따라서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생각해보자는 거였습니다. 이 시를 읽고 무엇을 느꼈는지 아이들과 얘기를 하는 게 더 솔직하고 열린 처리였을 지도요...하지만 또 닫혔죠...

에이바 2015-05-15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자꾸 비밀글이 걸리죠? 북플에선 확인이 안되는데요ㅠㅠ 안드로이드 폰이라 그런가요.. 야심한 시각에 이렇게 긴 댓글을 받아 감동했습니다... 아갈마님 글을 보며 느끼는 거지만 언제나 큰 틀에서 보려고 노력하시는 것 같아요. 사고의 확장을 꾀하시는 모습을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컴퓨터로 들어와 비밀글을 풀었습니다;;; 종종 이러나봐요. 제 댓글 ㅠㅠ 북플은 자물쇠 표시를 만들라!!! ㅠㅠㅠㅠ 앞으로 유의해야겠습니다.)

AgalmA 2015-05-15 18:40   좋아요 0 | URL
ㅎ 이 글도, 위의 글도 아직 비밀글요;; 북플 수정시 닉넴 앞의 자물쇠 아이콘 풀려 있는지 확인 후 글수정으로 올려보세요.
웹에서 비밀글 체크를 풀어주고 올리면 확실하게 확인되시겠지만^^

전 좋은 `나`보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냉소와 비판으로 세상을 향해 삿대질하기보다, 냉철하게 보고 꼭 필요한 말을 하는... 너무 욕심이려나;;...역량 역시 늘 딸리고ㅜ;
끊임없이 자신을 고치고 나아지려고 하는 우리는 모두 그런 선상이겠죠. 에이바님의 말씀 들으며 많은 생각 정리할 수 있었어요. 이런 대화 속에서 무언가 얻게 되고, 나누게 되는 거겠죠. 절대 저 혼자서 사고의 확장을 할 수 없었을 거란 말씀^^
위 글에서 학부모 입장, 아이들 정서에 미치는 영향 또한 더 살폈어야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이 문젠 공부도 필요할 거 같고 좀더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따끔한 지적도 귀기울여 듣겠으니 담에도 좋은 말씀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