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로운 마술사 등장

문학동네 팟캐스트로 처음 접했는데, 내 제멋대로 직감에는 문학계 새로운 기류를 만들어줄 신인이 아닐까 한다. 신인치곤 나이가 많지만 그게 뭐!
누구나 공감할 글줄을 중얼대는 재주가 있다. 그렇다. 중얼댄다. 한국식으로. 한정식은 아니다. 흔히 지나쳤을 온갖 감정과 단상을 그는 내내 호주머니에 넣어두고 만지작거리고 있었던 거 같다. 평생 고백은 몇 번 못 해봤을 거 같다. 어쩌다 이리저리 엮여 연애하는 스타일? 작가님, 죄송ㅎ;
누구나 인생에서 한 번쯤 만나본 적 있는, 소심하고 어눌하지만 자기 말은 청산유수로 중얼중얼대는 등단은 하지 못하고 있던 그런 사람 이미지? 그런데 이제 등단도 하고 책도 냈군~ 김애란, 황정은의 뒤를 이을 수도 있을 거 같은데...
필사의 신화들은 이제 그만 가 줄래?
언어 조립과 조탁이 아닌 김종옥식 언어 순두부...과연 한국 대중의 입맛에 맞을지.
내 개인적인 궁금증이다.


당신을 찾아갈 테지. 비오는 날에도 동물원을 찾아가는 그런 사람들이....
당신은 우릴 빗속에 서 있게 만들지 않기를.





2. 김종옥 등단작 <거리의 마술사> 그리고 도망자들...

경산경찰서 뉴스가 눈길을 끌었다.
약간 장애가 있던 대학생이 기숙사 한 방 동급생들에게 끊임없이 괴롭힘을 당했던 모양이다.
테이프를 칭칭 감아 대자처럼 만들었다고 한다.

˝맞을래, 치킨 사 줄래?˝

피해 학생은 병원에 입원 중이고, 수사를 받던 가해 학생 중 한 명이 메르스 증상이 의심돼 경산경찰서 수사과가 임시 패쇄되고 수사담당했던 경찰 2명은 잠정 휴가. 정말 난리통.
가해 학생은 자신의 가해자 메르스 공포에서 돌아오면 피해 학생에게 사과하게 될까.
나는 인과응보 그런 건 잘 모르겠어. 하지만 가해 학생 네게 중요한 기회가 온 거 같긴 해.
법이 아니라 네 생각의 잘못된 톱니바퀴를 으스러뜨려줄 찰나가... 놓치지 마, 이 기회는 아주 짧아. 마술의 순간보다 더.

<거리의 마술사>에서 왕따였던 남우는 비극적인 마술사가 되었다. 지금 현실에서는 마술사가 없지. 우리는 쇼와 속임수 밖에 몰라. 늘 당해서 사기라고 생각하지. 그거 알아보기도 벅차지. 마술? 몰라도 사는 거 자체가 피곤하지. 돈 벌고 편할 궁리만 생각하지. 모조리 나쁘다고 할 순 없지만 그게 다는 아니잖아.
마술사는 못 되어도 가해자는 되지 말아야지. 될 거 없어도 그렇겐 되지 말아야지.
메르스 14번 환자는 자신이 슈퍼전파자라는 걸 몰랐다지만 넌 네가 가해자인 걸 알았다.


자신이 때려 놓고 그렇게 될 줄 몰랐다고 말만 하면 다 인가. 그 상처들 어쩌고.
자신이 써 놓고 표절인지 몰랐다고 도망만 가면 다 인가. 그 글들 다 어쩌려고.
제 속에서 무엇을 키워가고 있는 것인지...모두여.

우리가 하지 않고 있는 일이 너무 많아....

 

 

 

 

ㅡAgalma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15-06-23 23: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013년 제 4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첫 순서로 실린
이 작가의 `거리의 마술사`를 읽었습니다. 대상 수상작이라고 하지요.
오래 지나 그 책을 다시 보니 김종옥 작가의 작품은 다 읽었고(밑줄이 쳐진
것으로 보아) 나머지 황정은, 박솔뫼 등은 중간에 그쳐 있더군요.
읽어야겠네요...

AgalmA 2015-06-24 03:42   좋아요 1 | URL
기존의 문단스러운 느낌이 아닌 느슨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게 매력인 거 같아요.

에이바 2015-06-24 09: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종옥 작가의 <거리의 마술사>에서 남우는 어떤 마술사인지 모르겠지만 비극적이라 하니... 아지즈 안사리의 스케치에서 이런 얘길 하더라고요. 흑형(Black dudes니까)들이 마술사를 대하는 것처럼 모두를 대해야 한다고요. 부두의 영향인지 미신을 믿는다는 편견을 비튼건데, 볼만해요. 나의 시각 자체가 타인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공감하기도 했고요. 링크는 https://youtu.be/3oLuxhYO5cw

경산의 뉴스를 보니, 아지즈가 말하는 <마술사 응대법>을 배워야겠어요. 부인하고, 회피하거나 사건이 종결됐다는 이유로 문제의 본질이 해결됐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죠. 상처는 아물어도 흉터로 남으니까.. 가해학생은 깨달음을 얻을까. 추천해주신 책 읽어보겠습니다.

AgalmA 2015-06-24 15:12   좋아요 1 | URL
거리의 마술사는 신춘 등단작이라 웹에서도 읽기 가능~
www.munhwa.com/news/view.html?no=2012010101035502202003

모비딕 생각도 나지 않아요^^? 이스마엘이 부두교를 믿던 퀴퀘그를 존중하며 우정을 쌓던...

신경숙 작가도 반성할 수 있는 순간을 놓쳤죠. 모두가 반성할 기회 대신 모두에게 상처을 주기로 결정했죠.. 자신의 과오를 덮기 위해....

이 나라의 기조는 위아래 좌우도 없이(없어야 하는 건 맞지만 이건 좀...) 왜 점점 이 모양인지...자본주의 탓으로 계속 돌리지 말았으면 해요. 윤리와 양심 얼마나 더 많은 걸 그 탓으로 돌리며 편안해 할 것인지...속 편하지도 않잖아!

단발머리 2015-06-25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종옥이라는 이름을 기억해야겠군요.
순두부라면 언제 먹어도 부담이 없거든요.

신경숙은.... 참 안 됐어요.
표절을 표절이라 못 하고, 기억을 기억이라 못 하다니. 놀라울 뿐이죠.

AgalmA 2015-06-27 19:56   좋아요 0 | URL
틀에 딱 맞춰진 두부와는 다른 성질이 느껴져서 그렇게 표현한 것^^

신경숙 작가에게 에너지를 뺏기기 보다 더 좋은 소설을 찾아 읽는 것이 정당한 반응이겠지요;

[그장소] 2015-06-26 0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가요. 비가와서 들려보는,

AgalmA 2015-06-27 19:56   좋아요 0 | URL
언제든/~
 
창작의 비밀 - 원본 그리고 창작자와 사기꾼에 대해서

  § 유시민의 온몸과 김수영의 온몸

 

신경숙 표절 사건에서 많은 부분이 총체적으로 문제였지만 기쁨을 아는 몸은 결정적이었다. 이 표절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예전에 유시민 <글쓰기 특강> 읽을 때 매우 중요한 단락에서 석연치 않았던 표현이 있었다. 오늘 pek0501님 글을 읽다가(http://blog.aladin.co.kr/717964183/7606172) 다시 보게 되니 신경숙 표절 사건도 있고 해서 이번 기회에 짚고 넘어가고 싶다. 어떤 분란을 조장하려는 의도는 없다.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제시하는 바를 한 번 생각해 봤으면 싶어서다.

 

글을 잘 쓰려면 왜 쓰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글쓰기는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는 행위다. 표현할 내면이 거칠고 황폐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글을 써서 인정받고 존중받고 존경받고 싶다면 그에 어울리는 내면을 가져야 한다. 그런 내면을 가지려면 그에 맞게 살아야 한다. 글은 손으로 생각하는 것도 아니요, ‘머리로 쓰는 것도 아니다. 글은 온몸으로, 삶 전체로 쓰는 것이다. 논리 글쓰기를 잘하고 싶다면 그에 맞게 살아야 한다.(260)

-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pek0501님 인용문 가져옴)

 

 

내가 독서를 잠시 멈췄던 것은 "글은 온몸으로"라는 대목이다. 이 문구를 이성복 시인이 쓴 거라고 알고 있는 사람도 있고, 문학 평론가들이 출처 제시 없이 쓰고 있기도 하다. 평론계에서는 유명해서 다들 알 거라고 쓰고 있는 것도 같고, 일반에서는 김수영에게서 읽었지만 잊었거나(어떻게 잊을 수 있지!) 여기저기서 듣다보니 원 출처를 모른 채 쓰고 있는 것도 같다.

여하간 "온몸으로"라는 표현으로 글쓰기에 대해 말하며, 국내에서 명문화(明文化)한 원조는 내가 아는 바로는 김수영이다. 외국 사례까지는 모르겠다.

<시여, 침을 뱉어라> 1968 문학 세미나에서 나온 말인데, 옮겨 본다.

 

"사실은 나는 20여 년의 시작 생활을 경험하고 나서도 아직도 시를 쓴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모른다. 똑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것이 되지만, 시를 쓴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면 다음 시를 못 쓰게 된다. 다음 시를 쓰기 위해서는 여태까지의 시에 대한 사변(思辨)을 모조리 파산(破算)시켜야 한다. 혹은 파산을 시켰다고 생각해야 한다. 말을 바꾸어 하자면, 시작(詩作)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 <심장>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으로 하는 것이다.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온몸으로 동시에 밀고 나가는 것이다.

그러면 온몸으로 동시에 무엇을 밀고 나가는가. 그러나나의 모호성을 용서해 준다면<무엇을>의 대답은 <동시에>의 안에 이미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 온몸으로 동시에 온몸을 밀고 나가는 것이 되고, 이 말은 곧 온몸으로 바로 온몸을 밀고 나가는 것이 된다. 그런데 시의 사변에서 볼 때, 이러한 온몸에 의한 온몸의 이행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것이 바로 시의 형식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p398)

 

시는 온몸으로, 바로 온몸을 밀고 나가는 것이다. 그것은 그림자를 의식하지 않는다. 그림자에조차도 의지하지 않는다. 시의 형식은 내용에 의지하지 않는다. 시는 문화를 염두에 두지 않고, 민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인류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그것은 문화와 민족과 인류에 공헌하고 평화에 공헌한다. 바로 그처럼 형식은 내용이 되고 내용은 형식이 된다. 시는 온몸으로, 바로 온몸을 밀고 나가는 것이다.

이 시론도, 이제 온몸으로 밀고 나갈 수 있는 순간에 와 있다. <막상 시를 논하게 되는 때에도> 시인은 <시를 쓰듯이 논해야 할 것>이라는 나의 명제의 이행이 여기 있다. 시도 시인도 시작하는 것이다. 나도 여러분도 시작하는 것이다. 자유의 과잉을, 혼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모기소리보다도 더 작은 목소리롤 시작하는 것이다. 모기소리보다도 더 작은 목소리로 아무도 하지 못한 말을 시작하는 것이다. 아무도 하지 못한 말을, 그것을 …….(p403)

 

<김수영전집 2 산문>

 

 

 

 

 

 

 

 

 

 

 

글 전체에 온몸이 워낙 강렬하게 반복되기 때문에 이 글을 읽은 뒤 나는 글을 논하는 문장에서 온몸이란 단어만 보면 바로 김수영을 떠올릴 정도다. 실제 詩 뿐만 아니라 글쓰기 강의 초반에 <시여, 침을 뱉어라>는 자주 언급되는 텍스트다.

자세히 보면 유시민 "글은 손으로 생각하는 것도 아니요, ‘머리로 쓰는 것도 아니다. 글은 온몸으로, 삶 전체로 쓰는 것이다. " 문장 배열은 김수영 "시작(詩作)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 <심장>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으로 하는 것이다.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 문장 배열과 매우 유사하다.

 

신경숙 표절 건을 논하는 pek0501님의 글에서 나는 유시민도 표절이 의심된다! 말하려는 게 아니다. 명백한 표절도 있지만 이런 식으로 알게 모르게 우리는 영향을 받는다는 점, 아주 조금이니까 괜찮겠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쓰는 것도 글 쓸 때 유념해야 한다고 말하는 거다.

 

 

 

§§ 홍세화는 괴테도, 합리적 사고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것 같다

 

pek0501님 글에서 홍세화가 괴테를 언급한 부분에서 나는 응?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음 대목이다.

 

토론은 주로 글쓰기에 필요한 논리력, 추리력, 분석력, 정확성의 추구 등이 수학교육을 통하여 알게 모르게 길러진다는 주장과, 수학적인 차가운 논리가 오히려 창조적 감성이나 미적 상상력을 해칠 수 있다는 반론 사이에 벌어진다. 반론자들은 하나의 좋은 예로 괴테를 내세운다. 독일의 으뜸가는 시인인 괴테가 수학에는 아주 뒤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토론에는 한 가지 흥미있는 재치응답이 있다. 반론자가 논리 정연하게 그리고 예를 들어가며 수학과 글쓰기 사이에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주장할라치면, 상대방이 당신이 그렇게 반론을 펼칠 수 있는 것도 실은 수학을 배웠기 때문이라고 응수하는 것이다.(192~193) 

- 홍세화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에서 (pek0501님 인용문 가져옴)

 

 

괴테가 수학을 못 했다는 반론자의 인용으로 그친 것 같아 아쉽다. 괴테를 그저 시인이나 소설가 정도로만 여기는 것 같다. (그 분야에서도 최고인데...) 이 본문에서 그들이 수학과 수학적 사고를 어떻게 생각하는 것인지 의문스러웠다.

괴테(1749~1832) <색채론>1790년에서 1810년 사이에 걸친 연구로, 뉴턴의 색채 이론이 광학에 초점을 둔 것에 반박하기 위해 괴테가 프리즘을 들여다보며 색채 생성의 원리를 탐구해 나간 연구서다. 그의 책이 과학계에서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는 「괴테의 자연상(自然像)과 기술-자연과학의 세계」(1967)란 논문을 쓰기도 했다.

 

하이젠베르크는 이처럼 자연적인 삶에서 벗어나 추상적인 인식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을 파우스트가 악마에게 몸을 파는 것에 비유하면서, 근대 이후의 자연과학의 발전을 따르고 있는 과학자들이 악마를 피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 물리학이 입증하고 있듯이, 자연의 기본 구조 자체가 <가능성>으로 존재하는 것이므로, 직관에 의해서든 그리고 이성적 추리에 의해서든 자연에 대한 접근의 가능성은 열어놓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하이젠베르크는 두 사고방식 사이의 궁극적인 공존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모색하고 있다. 괴테로부터 배울 점은 우리가 하나의 기관, 즉 합리적 분석에 의존함으로써 다른 모든 기관을 위축시킬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괴테 <색채론> 번역자 장희창 서문 p20

 

 

 

 

 

 

 

 

<색채론>에는 수학적 수식이나 공식은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관찰과 인식의 연결들이 논리력, 추리력, 분석력, 정확성’을 추구하려는 수학적 혹은 합리적 사고가 아니라고 나는 볼 수 없다. <색채론>의 저작 의도처럼 괴테는 자연과학적인 사고에 치중하지 않으려 했고 그의 많은 작품들이 그러한 점을 보여주고 있다.

괴테는 색채론 외에도 식물학, 해부학, 광물학, 지질학 등 광범위하게 관심을 보였다.

좋은 글쓰기라면 홍세화는 위 대목에서 괴테의 이런 점을 짚어줬어야 했다.

 

<색채론>“20세기 중반에 접어들면서 자연과학의 기계론적, 환원주의적 사고방식의 위험성을 반성하는 차원에서 재조명”(<색채학>에서 인용)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우리의 사고가 획일적이고 무비판적인 수용에 취약하다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 글쓰기가 이 무수한 노고 속에 완성된다는 게 우릴 절망에 빠뜨리지만.

 

 

Agalma

 

모든 언어는 과오다. 나는 시 속의 모든 과오인 언어를 사랑한다. 언어는 최고의 상상이다. 그리고 시간의 언어는 언어가 아니다. 그것은 잠정적인 과오다. 수정될 과오. 그래서 최고의 상상인 언어가 일시적인 언어가 되어도 만족할 줄 안다.
……
지금의 언어도 좋고 앞으로의 언어도 좋다. 지금 나도 모르게 쓰는 앞으로의 언어.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열 개」中 (<김수영 시전집 2 산문>)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금행복하자 2015-06-21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의식중에 쓰여지는 표현들을 어떻게 걸러내야 할지... 알고 있다고 믿고있는 지식도 가물가물해지는데...
쓴다는 행위가 더 어려워집니다.
하지만 충분히 고민해서 써야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AgalmA 2015-06-21 03:24   좋아요 0 | URL
많은 글을 섭렵하면 사실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모르고 쓰는 표현들이 많아지죠~_~;
정말 내 머릿속으로 생각한 표현이 앞서 출판된 책에 이미 존재하는 경우도 많이 있죠. 이런 경우는 정말 속 쓰리지만ㅎ;;;
하지만 영향을 받은 건지, 안 받은 건지 두 작품을 대면했을 때 작가는 분명 알아요.
신경숙 작가는 표절도, 영향도 일체 부인했기에 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 거죠.

2015-06-21 0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5-06-21 03:25   좋아요 0 | URL
신경숙 작가의 표절은 명확한 것으로 저는 앞서 페이퍼로도 밝혔습니다/
이 글은 그 표절 건에 대한 pek0501님 글에서 유시민, 홍세화의 발언의 의혹과 문제점에 초점을 둔 글입니다~

저도 제 글이 도용된 사례를 이리저리 전해 듣긴 했는데, 캐자고 들면 피곤할 거 같아 내버려 둔 적 있어요.
아예 문장을 가져다 썼다고 사후 통보를 받은 적도 있는데, 그제서야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그렇더군요....

2015-06-21 08: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REBBP 2015-06-21 06: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정도의 영향이란 영향받았다는 말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겠지만, 국내 저자의 상당수 자기계발류나 에세이 심지어는 인문 과학 관련책에서 레퍼런스를 전혀 싣지 않는 경우도 이번 기회에 철저히 짚고 넘어갔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어떤 예술가의 일화같은 건 정말로 비슷비슷한 글들이 온갖 책에서 화자되지만 누구 하나 그 일화의 소스가 어디인지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는 게.. 그러면 독자는 그 사실을 그냥 성경처럼 믿습니다 라는 책에 대한 근거없는 신뢰로 읽으면 되는 일인지 .. 아갈마님의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AgalmA 2015-06-22 01:05   좋아요 0 | URL
좋은 지적이십니다. 우리나라 논문 표절도 이런 경향에 기인한 것도 있다고 봅니다. 출처를 정확히 옮기지 않으니 어디서 가져오든 상관이 없는 거 잖습니까. 그러다보니 와전되고 오류도 상당하고...필자에 따라 논점이 바뀌는 것도 다반사고...독자들은 그랬다더라 저랬다더라 할 수밖에요.
`너 자신을 알라`도 소크라테스가 한 말로 확실히 믿고 있는 사람 주변에서 많이 보고 있어요-,-);;
guiness님 리뷰도 감사히 잘 보고 있습니다^^/

antibaal 2015-07-01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래 북플에 대한 단상을 읽다가 이 글도 읽게 되었어요. 이 글을 읽으면서 읽고 쓰는 것과 정직하게 사는 것에 대해 다시금 정신 번쩍 차리며 생각하게 되네요. 글 감사합니다.

AgalmA 2015-07-01 18:06   좋아요 0 | URL
기억을 우리가 다 감당하긴 어렵지만 서로서로 반성하고 보완하는 자세가 중요한 거 같아요...말씀처럼 정직성!

antibaal 2015-07-01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 저기 글을 읽으며 많이 배우고 돌아갑니다.
 

 

세 개의 레퍼런스를 가지고 이 글을 쓴다.

왜냐. 각각에 대해 얘기하기엔 시간이 방대하게 소모되기 때문이며(읽을 책이 많다구;_;),

이 세 개의 레퍼런스에서 미묘한 연결점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명확하게 보이지 않았다.  난 난시(-,=) 언제나 그렇듯 쓰면서 도착한다.

 

http://blog.aladin.co.kr/neoratm/7601401  (‘홍상수의 여인들에 대한 네오님의 리뷰)

② 신경숙 작가의 미시마 유키오 표절 

http://blog.aladin.co.kr/745224125/7601175 (<서양 철학 산책>에 대한 흔적님의 리뷰)

 

 

리뷰 글쓴이에게 허락을 받지 않고 내용과 발언을 언급한 것에 그 분들이 양해하시리라.....생각보다 믿음이 있다!

 

 

§ 홍상수와 신경숙

내가 아마추어 세계에서 홍상수에 대해 그토록 분석 글을 끝없이! 쓰는 사람을 본 경우는 네오님이 유일한데, 대화를 하다보면 큐브를 맞추는 유쾌함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각자의 큐브다 

나는 영화를 분석적으로 보는 편이 아니다. 영화가 쏘는 화살을 최대한 적극적으로 맞으려고 하고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엉엉, 이게 뭐야. 뚫은데 또 뚫어놨어!’ 하며 상처를 들여다보다가 그런데 이게 뭐지하고 되돌아본다. 평론가나 영화학도가 아니라면 대개 이런 식일 거다. 그래서 우리는 100자평, 리뷰를 쓰기도 하고 짧게는 별점을 준다. 어떤 이는 아예 영화를 찍어보겠다고 전쟁터로 떠난다. 죽지 말고 성공해;_;)/~~~

 

오늘 홍상수는 어쩌면 사기꾼이 아닐까 한다는 네오님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 봤다. 우리가 애착을 가지고 그토록 들여다본 대상은 무엇이 바뀐 걸까. 이 반응은 예술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렇게 안 봤는데 그런 사람이더라, 작가는 좀 다를 줄 알았는데 우리랑 별반 다르지 않더라, 기대했는데 최근 작품들 실망이더라 등등등. ! 내가 사회학을 많이 공부했다면 명쾌한 이론도 가져와 얘기할 수 있겠지만 뭐 별 수 있나 내 깜냥 내에서 얘기해야지.

 

네오님은 홍상수 강원도의 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ㅡ나는 , 수정까지에서는 작가주의적 치열함을 보았지만 그 이후는 너무 즉흥적이고 인위적인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동감이다. 나도 창작의 열의를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슈테판 츠바이크만큼은 못 되더라도 예술가와 작가들의 창작 구현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 왔다. 이 비밀은 외부에서는 잘 알 수 없고 직접 창작을 해봐야 많은 걸 깨닫게 된다. 글쓰기 책을 아무리 많이 봐도 잘 모르겠듯이 직접 써보며 실패와 단련을 통해 체득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작품을 재료로 글을 쓰는 평론을 제2의 창작이라 생각한다.

 

시를 써봐야 왜 세계가 유령 같은 바윗돌 같은지,

소설을 써봐야 인물을 끝없이 움직이도록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사진이나 영화를 찍어봐야 스토리와 이미지가 한 몸인 사냥감을 잡는 게 결코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그 창작 속엔 언제나 창작자의 스타일이 드러나는 포기와 실패의 포화가 남아 있다. 이 때문에 글쓰기 성향이 너무도 다른 신경숙과 미시마 유키오가 그렇게 결정적인 대목에서 거의 동일한 문장일 수 없다고 경험상 말하는 거다. 이 외에도 많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내 의도는 무용담(武勇談)적인 과시가 아니다. 창작에 대한 내 추측을 맞춰보는 거다.

창작 초반엔 자신의 모든 걸 칼날 같이 갈아 축성(築城)에 심혈을 기울인다. 자기가 누구에게 무슨 영향을 받았는지 파악도 잘 되지 않는다. 성공적인 데뷔가 끝나고 독자나 관객을 얻게 되는 시점이 오면, 이제 자신의 재료들을 좀 더 과감하고 자유롭게 쓰게 된다.것은 소포모어 징크스(*첫 작품에서 성공한 뒤 두 번째 작품은 흥행이나 완성도에서 첫 작품에 비해 떨어진다는 징크스)의 한 요인으로 짐작된다.

두 번째 작품도 시장에 먹힌다면 창작자는 자신만의 개성과 구조성을 구축할 기술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게 된다. 평론가와 관객 or 독자는 부정적인 자세든 긍정적인 자세든 그 창작자가 커 가는데 연료를 끊임없이 공급한다. 무플보다 악플이 더 낫다는 걸 많은 관심종자들도 알게 되었다. 트위터 만세~

 

, 기술을 습득했고 의자도 마련되었으니 창작자는 끊임없이 작품만 내 놓으면 된다. 그런데 아이디어가 떨어진다면?

이 지점에서 나는 홍상수와 신경숙의 이 사태가 비교된다. 홍상수는 영화라는 장르 특성상 자가 번식적인 작품을 만들기가 수월하다. 알맞은 배우와 약간의 스토리만 갖춰지면 편집을 통해 이야기를 무수히 바꿀 수 있고, 편집 기술로 당신을 기만적으로도 천사로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A: 당신과 b가 아차산에 갔다

B: 당신과 c가 아차산에 갔다

C: b와 c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D: b와 c는 아는 사이이고 남자며 당신은 여자다

 

 

 

특별할 것도 없는 이것은 홍상수 옥희의 영화플롯 중 하나다. 당신에게는 그럴 수도 저럴 수도 있는 인생사겠지만, 영화라는 포커스에서 보면 상황은 매우 달라진다. 위의 플롯을 A-D-B-(C삭제) 또는 A-C-(F추가)-D 이리저리 바꾼다고 생각해 보라. 홍상수는 이런 점을 잘 알고 있고 힘들이지 않고 영화를 만들 수 있다. 돈이 문제지; 인물-편집에 대한 홍상수의 독특함은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약간이라도 응용하면 따라한 사람이 손해 보는 특허권같이도 되었다. 의도하지 않았어도 비슷하면 홍상수 따라하네~소릴 듣는다. 해외에 이런 식이 없느냐 하면 찾아보면 또 있다. 하여간 국내 상황은 이렇다. 여러분, 홍상수 마트는 불황이 없습니다~ 처음부터 세일 안 할 걸로 팔았거든요.

 

그런데 글은 좀 다르다. 홍상수 영화 속에 임의성이 들어가 의미를 양산해 내듯이 소설에서는 그럴 수 없다. 소설은 치밀한 축적 속에 이르는 기록갱신과 같다. 장르나 감성의 주조를 계속 가져가는 건 상관없지만 그 내용의 직조는 전통적으로 오직 작가 한 사람에 의해서였고, 활자로만 전달되기 때문에 이야기의 다변화 외에는 변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 그렇다고 초현실주의로 소설을 쓸 텐가. 이미 그 실험은 시도되고 폐기되었다.

끝없는 우물파기. 고갈된 아이디어. 명성과 창작을 혼동하는 작가는 이제 무슨 행동을 취할까?

신경숙의 소설을 좋아하지도 않고 많이 읽지도 않아 작품 분석으로 말할 수 없어서 여기에서 마무리한다.

여기까지는 창작의 추동 원리로서 신경숙 작가의 한계를 되짚어봤다.

 

 

 

§§ 제 3의 눈 - 원본과 관찰자

다음, 흔적님의 리뷰는 왜 가져 왔느냐.

내게 흥미를 끈 것은 다음 대목이다. 흔적님이 서양 철학 산책(제레미 스탠그룸 & 제임스 가비, 시네마북스, 2015)을 읽고 인용한 대목이다.

 

흥미로운 것은 데카르트가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는 말의 기초라 할 말이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에 나온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생각할 때마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는데 우리가 인식하고 있거나 생각하고 있음을 알아챈다는 것은 우리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다는 말이다.”

 

최근에 읽은 뇌과학 책 내용과 오버랩이 되었다. 어느 페이지였는지 찾기가 번거로워 대충 말하겠다. 내 기억의 오류를 마구 마구 의심해도 좋다.

우리는 과연 인식으로 결정하는가 하는 실험이었다. 피 실험자가 결정을 하면 행동을 하는 걸로 하고 두뇌를 측정한 결과, 그가 결정하기 몇 초 전에 뇌파가 작동했다는 것이다.

아니, 그게 뭐? 당연한 거 아냐? 할 수도 있다. 신경숙 사태와 데카르트 & 아리스토텔레스 사유의 유사성을 보면, 데카르트의 코기토는 과연 독자적인 원본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데카르트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이 말을 몰랐을까. 그토록 명석한 철학자가 가장 유명한 선대 철학자의 중요한 언급을? 『니코마코스 윤리학』은 철학서로 기본 중의 기본이다. 물론 난 읽다 말았어;;))

데카르트의 코기토는 아리스토텔레스를 잘 포장한 상품같기도 하다는 게 내 인상이다. 물론 그가 몰랐을 수도 있다는 가정은 남겨둔다.

 

이 표절문제는 창작자의 표면만으로 얘기할 수 없는 더 많은 문제가 있다.

데카르트와 아리스토텔레스의 저 문장은 저토록 유사한데 우리는 데카르트에게 "코기토"의 왕관을 씌워주었다. 왜 수정되지 못했나. 여기서 제 3의 관찰자의 부정확함을 생각해보게 된다.

현상학(**)은 하이젠베르크 불확정성원리(***)”를 생각하면 근본적으로 지적받을 수밖에 없다.

[네이버 사전]

(**)현상학

  • 1. 칸트 철학에서, 경험적 현상을 다루는 학문을 본체와 본질에 관한 연구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
  • 2. 헤겔 철학에서, 감각적 직관으로부터 절대적 인식에 이르는 정신의 발전 과정을 고찰하는 학문.
  • 3. 후설의 철학에서, 의식에 직접적으로 부여되는 현상의 구조를 분석하여 기술하는 학문.

(***)불확정성원리

<물리> 양자 역학에서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 에너지와 시간 따위와 같이 서로 관계가 있는 한 쌍의 물리량에 대하여 그 두 가지를 동시에 관측하여 정확하게 측정, 결정할 수는 없다는 설.

 

 

즉, 원본은 무엇일까. 흔들리는 창작자이자 관찰자인 우리가 과연 파악 가능한가.

신경숙 표절 사건에는 보디가드로 나선 문단까지 가세해 있다.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어쨌거나 신경숙 <전설>이란 작품은 원본도, 패러디도 아닌 표절인 게 명확해 보인다. 뇌과학 분석이나 인식론을 가져오지 않아도. 안경도 필요없겠지?

 

작가란 무엇인가, 삶의 철학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윤리란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꼭 완독해야 할 계기가 생긴 것 같다.

 

 

 ㅡAgalma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옥좌에 오르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자신의 엉덩이로 앉아 있을 뿐이다. ㅡ몽테뉴


댓글(23) 먼댓글(1)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온몸과 괴테
    from 공 음 미 문 2015-06-23 16:51 
    § 유시민의 온몸과 김수영의 온몸 신경숙 표절 사건에서 많은 부분이 총체적으로 문제였지만 “기쁨을 아는 몸”은 결정적이었다. 이 표절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예전에 유시민 <글쓰기 특강> 읽을 때 매우 중요한 단락에서 석연치 않았던 표현이 있었다. 오늘 pek0501님 글을 읽다가(http://blog.aladin.co.kr/717964183/7606172) 다시 보게 되니 신경숙 표절 사건도 있고 해서 이번 기회에 짚고 넘어가고 싶다.
 
 
맥거핀 2015-06-17 23: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표절 그 자체 이상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글이어서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단지 이 사태의 표면적인 표절 그 이상을 이야기하는 글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군요.

AgalmA 2015-06-18 06:20   좋아요 0 | URL
신경숙 작가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응준 작가의 평에도 있듯이 문단과 출판사가 이를 쉬쉬하고 덮어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정치 어쩌고, 독자 어쩌고 할 자격이 되는 건지...
문학 제반에 관심있지 않으면 이런 문제성을 잘 모르는 독자도 많으니 그러면서 책 팔아준다 독자들을 매도할 게 아니죠

북다이제스터 2015-06-18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경숙 표절이 메르스 뉴스를 이기고 뚫을 기세네요. 큰일 났습니다. 전 첨 들어 보는 작가라. ㅠㅠ

AgalmA 2015-06-18 04:21   좋아요 0 | URL
세월호, 메르스, 정치판 각종 분노의 소용돌이 속에 신경숙 작가가 보다 가까운 타겟이라 더 그럴 수도 있지요. 어쨌거나 잘못을 시인하지 않는 점을 볼 때 어떤 동정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근데 첨 들어본다고요? 북 다이제스터님 간첩이십니까ㅎㅎ;; 긴 시간 독서시장의 간판이었는데ㅎ;;;

[그장소] 2015-06-18 04: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이 와중에 엄마를 부탁해야..깨알개그에 터지는 난..
출판계 도 , 문학계도 권위주의..심각해요..(이 허상이 얼마나 거품인지..)

AgalmA 2015-06-18 06:12   좋아요 0 | URL
로쟈 씨도 언급했듯이 문학의 종언은 내부에서 그 스스로가 만들고 있었던 것....
가라타니 고진이 한국 문학의 저력을 상찬했지만...그건 (문학열병 앓는) 국내 독자들의 노력이었던 거 같고ㅎ;;; 아이러니...
신춘문예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가 유일하죠...이것도 문제지적 엄청 많지만...

[그장소] 2015-06-19 01:28   좋아요 0 | URL
제 글이 비밀글인지 비번을 넣으라 그렇게 되있어서 이게 뭔가..하고..걍 새로 오려서 밑에다 이동 ..
이사시킴..^^ 수정한 글..아님 ㅡ방주인도 혹시 안보이나요? 그게 궁금했어요!

한 마디 해달라 해서 너도나도 물어뜯는 현상은. 공평해야죠 .문학계 전반에 걸쳐서요 ,그 분들도 이미 알고 계셨단 거잖아요..맘에 안들어요. 저는 구입서가 대부분 국내작가 위주로 읽는데다..겨우 최근 ,일본 문학은 시작은 다카노 가즈야키였지만 ,기리노 나쓰오가 그 마음을 열게 한 셈..다자이 오사무,오에 겐자부로, 가와바타 야스나리,그 미시마 유키오,세계문학쪽이니..그건 읽었다..하기 좀 그래요..깊은 이해보단 스침에 가까운..이제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니까...

신춘문예 음,,문창과 도 첨엔 그랬던걸로 알아요.

AgalmA 2015-06-19 22:33   좋아요 0 | URL
처음부터 비밀글 아니었는데요? 로그아웃된 상태로 올리셔서 그장소님으로 체크가 안된 거 였을 뿐이었습니다. 그 밑에 딸려 있던 제 댓글도 다 날아갔네요ㅎ

이제 sns고 검찰이고 북적대고 있으니 신경숙 사건은 물 위로 본격 올라온 셈이네요.

신경숙 측이 그렇게 대응할 거란 거 감안했던 거였는데 어찌 될까요.
연예인들처런 은퇴 선언이라도 할까요. 문단이 그러라고 할까 싶기도 하군요. 줄줄이 굴비 상황이니.

이 모든 상황이 다들 너무 연결된 하나 같아 머리도 마음도 너무 복잡하군요...

[그장소] 2015-07-13 17:30   좋아요 0 | URL
진짜? 이쪽은 내 계정이 아니니까..확인은 안되고 내 쪽에서 확인을 (시험을 이리저리 해보고 )한다고 한건데
밑에 열심히 단 글이 다 날아갔어요? 아..속상해!^^; 미안해서 어뜨케...완전 허망했겠어요. 속상한 거 그기분
완전 잘 아는데..그래서 내 방서 시험하고 왔는데..ㅠㅠ; 정말 미안해요! 아직도 컴퓨터와 시스템은 친해지려면
지구와 저 별만큼..멀었다..ㅡㅡ;

비로그인 2015-06-18 0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심층적으로 보아야 할 필요가 있음을 일깨우는 글입니다...

AgalmA 2015-06-18 12:57   좋아요 0 | URL
흔적님의 기여도도 있으시죠^-^ 이웃분들 덕분에 구동력 떨어지는 제 머리 쓸 일이 너무 많아서 죽겠어요...흔적님 글은 특히...아하하하하🐳)))

비로그인 2015-06-19 14:07   좋아요 0 | URL
제 글이 그런가요? 흥미롭습니다. 글의 자연스러운 연결을 중시하는데 어떤 때는
낯설고 불친절하게 연결되기도 하는 듯 하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를 두고 하시는 말
씀인지 궁금합니다...

AgalmA 2015-06-19 22:42   좋아요 0 | URL
제 느낌이니 어떤 결정성으로 받아들이지 않으셨으면 하는 맘에서 얘기를 드립니다.

흔적님 글은 어렵습니다ㅎ; 그건 흔적님이 `낯설고 불친절하게 연결되기도 하는 듯 하다는 생각`하시는 것과 연결되는 것도 같은데요. 흔적님 글은 자신의 공부를 위한 치열함에 빠져 있는 게 느껴집니다. 그 때문에 읽는 이를 위한 배려는 더 떨어지는 것 같아요. 흔적님의 앎의 궁리에 공감하고 지지하는 이들은 적극적으로 반응하겠지만, 일반적인 독자들이 다가가기에는 많이 어려워요. 논하고 있는 책 내용 자체도 어렵기 때문에 더 그렇겠죠. 다가가기 쉬운 예시들이 많으면 어떨까 제 의견은 그렇습니다.

제가 아하하하;; 한 것은, 흔적님의 글은 뭔가 얘기하고 싶어지는 부분이 많이 보이지만 제 공부와 사유가 더 있어야 말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 해서 유쾌한 괴로움?이라는 뜻이었습니다.

각자 어려운 상황인거죠~_~


2015-06-19 2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20 0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20 08: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오 2015-06-18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데카르트가 아리스토텔레스에서 많은 것을 빌려온건 잘 알려진 사실인데,,이랬나요?,,현상학 지금 하이데거를 거쳐 사르트르와 레비나스를 지나 데리다와 낭시로 오지 않았나요? 하도 오랜만에 들어본 단어네 현상학 ㅋㅋ

AgalmA 2015-06-18 15:17   좋아요 0 | URL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얻지 않은 철학자가 있나요ㅎ 그런데 저 문장과 사유는 거의 표절스럽기도 해서....
여튼 혼자만 알 지 말고 좀 알려주시라니까요ㅎ 이런 표절 시비가 안 나오도록ㅎㅎ;

데리다까진 제가 왔는데, 낭시는 아직 깊이 들어가보지 않았습니다. 하이데거는 관념철학의 대가죠. 데리다는 현상학보다는 분석철학/기호학쪽에 가깝고요. 모든 걸 다 까겠다는 주의기는 하지만ㅎ. 하이데거 해석학을 데리다가 해체론으로 열렬히 까기도 했죠ㅎ; 저는 데리다 언어 놀이 보다가 다 끝나는 경험이 많아서~ 🐠

네오 2015-06-18 13:32   좋아요 0 | URL
음,,,철학,,,,진짜 어려운데,,,,사실 혼자 책으로만 봐서 내가 알고 있는게 정확한것인지도 잘 모르겠음,,,,뭔가 같이 이 책을 읽고 있는 사람에게 물어본 다음 열나게 자존심의 스크래치가 생겨야지 그때부터 정확하게 알고자 하는 욕망이 생기는데,,,,ㅋㅋ 데리다 다 읽었다고요? 저도 더 깊게 들어가려하다가 진짜 토 나올뻔 했는데,,,,ㅋㅋ 철학한번 조합을 잘해봅시다,,,ㅋㅋㅋㅋ 어떻게 하냐고 한다면 음,,,,

그런데,,,,우국 좋아하시는군요,,,,유키오작품중의 최고아니겠소만,,,,뭐,,,표절이야기는 다른분들이 너무 정확하게 이야기해서 뭐라고 하기에는 그렇고,,자본가의 입장에서는 표절한 책 시장에 유통시키는 건 좀 그럼,,,재주는 곰이 구르고 조련사가 돈 버는 그런 구조는 비합리적인거 아니겠소만?

그리고,,,,뭔가 이렇게 공들여서 제 이야기를 인용해주셨는데,,,,이 글에 대한,,,아주 길고도 긴 답문을 써여 할것 같은 이 짐을 느낀다고 하면 오바인감? ^^

AgalmA 2015-06-18 14:15   좋아요 0 | URL
저도 철학 혼자 공부하는 터라 틈틈이 철학개론서를 보고 수정작업을 하는 상황;
데리다 다 못 봤어요~ 지젝이랑 바디우도 봐야 하고 갈 길이 멀어서 전작 독파 저는 그런 거 안합니다ㅎㅎ))

미시마 유키오 제 취향은 아닙니다ㅎ 작품 자체의 우수성은 인정.

창비는 그나마 의식있게 대응할 줄 알았더니 역시 그 나물에 그 밥인 바닥 보여주더군요.

네오님과의 대화에서 촉발된 거긴 한데 얘기가 커져서 굳이 네오님이 토스는 안 하셔도 될 상황^^;;

만병통치약 2015-06-18 13: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신경숙씨 표절이알라딘에서는 메르스를 이겼네요 ㅋ 전 문학은 잘 안 읽어서 그냥 유명한 작가중 한명인줄 알았는데 파급이 대단하네요. 원탑급이었나봐요 / 마음의 미래 잘 거둬 갑니다. ㅋㅋㅋㅋㅋ

AgalmA 2015-06-18 13:37   좋아요 0 | URL
신경숙 작가 일은 파렴치하잖아요. 메르스는 전반적인 무능이라 누굴 붙잡아 얘기하기 점점 어려운 상황이고...
오! 금방 사라져서 내 이웃인 게 분명해 했는데^^ 만병통치약님 겟~~좋아요. 호호))

[그장소] 2015-06-19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글 너무 잘 읽었어요. 당신은 왜 이렇게 멋질까..글도 명쾌하고, 와...난 아까 당신한테 부탁하고 가서 검색하고 사태를
직면하곤 잠깐 상심에 빠졌다가, 털어 내고 왔어요. 준비해 주었을거라고 믿었고 정말 훌륭해서 Agalma 님 당신을 오래두고 많이 많이 사랑해야지..그랬네요. 다른 무엇보단 분명 눈에 보이는 것을 아니라 하는 데..상심해 버렸어요. 어쩌자는 걸까.
하고요.. 아니라고 한다고 아닌게 될 턱이 있을 리가..너무 ,미시마 유키오를 안 읽었어도 알겠던데.. 초반만 흐름이 같았다 하면 저런 표현이야 일반적으로 나올 수 있지 않나..했는데 마지막에 결정타를 날려주는 !! 그러고도 아니랄 수 없는거지. (한 숨)
그렇다고 내가 그 작가의 책으로 그 긴 세월 위로를 받아온 시간이 없었던 시간이 될 순 없기에, 애정을 접을 순 없어요. 그러나 틀린것은 바로 잡고 가길 ..(벌써 오래전부터 ,늦어도 늦은 ..) 신속하게..호미로 막을 걸..왜 가래로도 못 막을 지경으로 끌고 가려 하나..거장? 아니...
그런 자리에 놓고 본 적이 없어서..나는 그녀가 무슨 위원장..어쩌구 하는데에, 이야~ 놀랍기도 했으니까..이 사람이 이런 면도
있구나 하고요. 그 이응준 작가님..다른 분들 글도 좀 찾아 같이 그러시지..그 분이 인생 걸고 싸우는데 어째 문학이 아닌 정치가 끼어 들어 더 지저분해서 속상해요. 극우니 뭐니 까지..그 기사 보곤 빡 ! 열이 나서..이 사람들이 정치들 욕 그만 먹으려고 이젠 문학계 그 간 건들이지 않던 카드 하나 꺼낸거냐..물타기하려고?ㅠ 싶더라니까요. (이러면 이에는 이..그러는 것이 되겠죠? 싫다..)뭐..표절 시끄러워도 또 가라 앉겠죠. 예전 조경란 작가 였나요? 혀 - 신인작가 글을 표절했다고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났었는데..그것도 어느새 흐지부지..혀 -는 잘만 나왔고요..그 신인작가 글은 궁금했는데..(알아봐야 겠네요. 그 작가도
지금 현역이겠죠?)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듯..그럼 안 될텐데..그 많은 사람들이 아무도 몰라서 십년 넘게..(아, 읽었대도 단편은 그냥 슥 지나가니까..) 몰랐을 수도..있겠어요. 정말 고마워요. 원래 잘 보는 분야 (일반소설)의 글도 아닌데..고생해서..이
은혜 (웬수) 차곡 차곡 쌓아놔요..^^ 갚을테니까...
 
생각하기, 말하기, 글쓰기, 비평하기, 논박하기 한번에 다~뚫어!
슈테판 츠바이크 『어제의 세계』 - 잃어버릴 수 없는 고향을 찾고 있습니다

 

§ 어제의 세계』- 남겨질 권리

 

절박한 전쟁 상황에서 슈테판 츠바이크는 아무 자료 없이 기억에 의존해 500페이지가 넘는 어제의 세계를 썼다. 그가 全 생애에 걸쳐 경험한 '근·현대 유럽 세계사'라고 할 내용이다. 유대인이라는 약점 때문에 여러 나라를 떠돌 수밖에 없었던 츠바이크는 1·2차 세계 대전 전후해 그 시대상과 지식인들의 움직임을 상세히 회상하는데, 이러한 저작의 전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는 서문에서 이렇게 썼다.

 

 

왜냐하면 나는 우리의 기억이라는 것이 어떤 것은 그냥 우연히 보유하고 다른 것은 단지 우연히 상실하는 그런 것이라고 보지는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의식하면서 정리하고 쓸데없는 것을 현명하게 줄이는 힘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람이 자기의 인생에서 잊어버리는 것은 모두 원래 내면의 본능에 의해 훨씬 전에 잊혀지고 말게끔 정해져 있는 것이다. 오직 스스로 남으려고 하는 회상만이 다른 여러 가지 회상에 대신하여 남겨질 권리를 갖는다.

그런즉 이야기하라, 선택하라, 그대 회상들이여! 나의 회상 대신 말이다. 그리고 적어도 나의 인생이 어둠 속으로 가라앉기 전에 내 인생의 영상을 보여 다오!”

 

  

 

 

 

§§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과 슈베르트 호텔 - 기억의 계승

 

 슈테판 츠바이크 어제의 세계에서 영감을 받아 웨스 앤더슨 감독은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The Grand Budapest Hotel, 2014) 각본을 쓰고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의 도입이 왜 죽은 작가의 무덤 앞 애도와 그의 인터뷰에서 시작하는지, 영화가 왜 호텔을 차지하는 군상들의 삶처럼 액자식 구성인지, 왜 그렇게 유명한 출연진들을 많이 썼는지 어제의 세계를 읽으며 이해하게 되었다.

어제의 세계는 수많은 인물과 나라, 시대를 이야기한다. 그저 스쳐가는 뉴스가 아니다. 영화 진행만큼 사건들은 서로 긴밀하며 긴박하다. 뛰어난 작가가 아니었다면 그 모든 것을 폭넓고 깊이 있게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영화의 초호화판 캐스팅도 그저 이목을 끌기 위해서가 아니다. 슈테판 츠바이크 책 속에 나오는 수많은 지성인과 예술가들이 그들 삶의 목적 속에서 빛나듯 영화 속 인물들도 그들 개개의 스토리 속에서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어제의 세계를 읽으며, 모든 국적의 사람들이 묵었던 스위스 슈베르트호텔에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가져왔으리라 감지됐다. 호텔 지배인 구스타브(랄프 파인즈)가 왜 그런 인물 설정인지도 알았다. ‘슈베르트호텔은 카사노바와 괴테가 머물렀던 곳이다. 향수를 뿌려대고 낭만시를 어디서든 읊어대는 구스타브는 카사노바와 괴테’를 조합해 창조한 게 분명하다. 젊은 작가 역으로 나왔던 주드 로는, 츠바이크가 이마가 조각처럼 반듯했던 작가로 회상하며 '슈베르트' 호텔에서 처음 만났던, 청년 제임스 조이스를 빗댄 걸로 보인다. <율리시즈>를 쓰기 전이었던 그는 츠바이크에게 한 부 뿐이었던 『젊은 예술가의 초상』 원고를 보여줬다. 오,『젊은 예술가의 초상』은 츠바이크가 그토록 염원한 예술의 자유이기도 하잖은가! 

난민이었던 호텔 로비보이 제로(토리 레볼로리)가 왜 호텔의 주인이 되었는지, 나이든 제로가 적자에도 불구하고 왜 호텔을 팔 지 못하는지도 짐작됐다. 엄청난 유산상속자였지만 평생 이방인이어야 했고, 장서와 예술품들을 수집하며 인간을 살피고 세상의 화해를 도모했지만 참담히 무너졌던, 슈테판 츠바이크를 대신해 그 심경을 대변하려 한 것이리라.

 

이런 식으로 구석구석 맞춰 볼 것이 많은데 지금은 이 이야기를 더 끌고 나가고 싶지 않다. 이 비교를 하고 싶었던 때가 지나버렸다.

 

 

기억이여, 너는 또 무슨 조합을 불러들이려는가. 

 

 

 

 

§§§  직관펌프 생각을 열다』- 기억의 태도

 직관펌프 생각을 열다에서 대니얼 대빗은 대상을 대하는 태도를 물리적 태도, 설계적 태도, 지향적 태도로 구분한다.

 

◆ ‘물리적 태도는 자연과학적 기본 방법이다. 손에서 돌멩이를 놓으면 땅바닥으로 돌이 떨어질 것을 의심하지 않고 예측하지만, 금붕어와 바람개비도 반드시 그럴 거라 장담할 수 없다.

 

 

◆ ‘설계적 태도는 자명종이 알람을 울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추론 태도다. 우리가 그 설계를 예측하고 있기 때문인데, 여기서 예측의 오류를 가정해 볼 수 있다.

1) 대상은 정말로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설계되었나?

2) 대상은 설계된 대로 작동할 것인가(, 오작동하지 않을 것인가).

 

 

설계적 태도가 허물어지는 것을 만화에서 자주 보게 된다. 톰과 제리의 톰이 가장 피해자라고 볼 수 있을 텐데, 제리를 붙잡기 위한 톰의 설계적 태도는 거듭 실패한다. 단순한 예측 속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 대니얼 데빗은 지향적 태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지향적 태도란 어떤 대상의사람이든, 동물이든, 인공물이든, 아니 무엇이든행동을 해석할 때 그 대상이 스스로의 믿음욕구고려하여 선택행위를 제어하는 합리적 행위자인 것처럼대하는 전략이다.”(p109)  쉽게 말해 지향적 태도는 정보 수집과 계산을 모조리 가져와 최선의 예측을 하는 것이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같은 합리성처럼 보이지만 인간의 뇌는 컴퓨터와 다른 구동방식이 있다. 과거의 모든 기억뿐만이 아닌 모든 경우의 수가 '무의식적으로' 시스템()에서 도출되며 우리는 그 프로그래밍의 몇 개를 '무의식적으로' 선택한다. 우리의 방식은 컴퓨터의 1:1 도출 방식이 아니며, 인간의 사고는 全 과정에 무의식이 개입하며 이 무의식은 우리도 모르게 패턴화되어 있다. 그런데 컴퓨터의 버그, 오류들까지 종합해 이와 비교해 본다면 인간 뇌가 컴퓨터와 유사하다는 가정은 신빙성있는 주장일지도 모른다.

 

 

 

 

 

 

 

 

§§§§  나를 진찰하다

결론적으로 나는 뭘 말하려는가.

우리는 추억과 기억 혹은 청춘의 판단 착오 등 낭만적인 방식으로 뇌와 행동의 역학을 축소해 보는 경향이 있다. 충동을 심리적인 문제로만 봐야 할까. 뇌과학보다 심리학을 사람들이 더 선호하고 호응하는 것은 의심스러운 구석이 많다. 치매, 기억력 감퇴, 나이 듦 등의 물리적 현상에 중점해 보는 것도 우려되는 바다.

작가, 예술가, 철학가의 문장, 사상, 행동, 작품을 엄청난 진리로 받아들이는 것도 비판적으로 생각해 볼 문제다. 무의식적 천재성도 있겠지만 버그도 분명히 있을 테니 말이다.

전반에 적극적인 '지향적 태도'가 요구된다.

어쨌거나 나는 뇌를 '지킬과 하이드'로 보고 있다. 누군가는 '황금알을 낳는 오리'로 생각하고 있는지도....

 

 

 

ㅡAgalma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5-06-15 2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16 0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16 2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16 2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irdky 2015-06-15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작가의 소설 `체스이야기`를 참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나네요. 흡입력 있는 문체와 내용에 감탄했었죠ㅎㅎ

AgalmA 2015-06-16 01:37   좋아요 0 | URL
<어제의 세계>에 이런 내용이 있었죠. 스포츠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츠바이크가 페르시아 왕의 말을 인용한 게 재밌죠. ˝나는 어떤 말은 다른 말보다 빨리 뛰는 것을 알고 있다. 어느 쪽 말이 더 빠른지는 나로서는 아무래도 좋다.˝ ㅎㅎ 저도 스포츠에 대해선 여기 전적으로 동감ㅎ!
체스는 정신적 긴장운동을 하게 해줘서 좋다고~

문장력 정말 좋죠. 이런 사람이 전기(傳記)와 번역에 그토록 투자한 게 아깝다고 해야 할 지, 그래서 좋은 문장력이 나왔다고 봐야 할 지 갸웃)))

AgalmA 2015-06-18 0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관펌프...>에 대해 내게 만족스러운 리뷰를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 사람이 리뷰를 쓰고 있진 않을 것이다. 뭐가 답답해서! 아주 시간이 많고 아주 명석한 사람이 아주 투쟁의식이 강해 애써 리뷰를 쓴다 해도 데빗식 표현을 쓰기 십상이니 이해도 공감도 참 얻기 어려울 것이다. 노력 가상상은 줄 지 모르지.
<괴델, 에셔, 바흐>를 만났을 때처럼 환상적인 思考 오로라를 보고 있는 기분이다. 인문적 사고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모든 문장이 재난 경보처럼 들릴 지도.....재밌으면서도 무서운 과학소설을 읽는 기분...굉장히 논리적이고 예언적이기도 해서...흠,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하면서 스윽 넘어가게 되지 않는다는 것.

네오 2015-06-17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글들이 진화를 하니 제가 못따라잡아서 이해하는 데 한참걸리네요,,,,,,,어느 한편도 쉬운 글이 없네요^^ 그랜드부다페스호텔 괜찮았다는 말인가요??

AgalmA 2015-06-17 23:02   좋아요 0 | URL
제가 어렵게 말하는 걸까요-ㅁ-); 제가 이해한 만큼 전달한다고 생각하는데;_;)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 괜찮은 영화죠. 아, 그 색감부터! 영화를 케익처럼 만들어놓다니ㅎㅎ 장 주네 이후 이렇게 강렬한 케익 영화는 기억나지 않습니다ㅎ

북다이제스터 2015-06-18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 읽을 책으로 <직관 펌프> 잡았습니다. 많이 간장됩니다. ㅎㅎ 이렇게 읽으면 쉽고 재미있을 수 있다는 조언 부탁 드려도 될까요? 그런게 가능하다면....

AgalmA 2015-06-18 20:57   좋아요 0 | URL
그 맥락에 최대한 따라가는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저도 이렇게 사고하는 사람은 처음이라 신기하고 재밌고 당황스럽고 복잡하고 그래요ㅎㅎ; 1번 읽어서는 안될 거 같고 여러 번 읽어야 될 책^^

북다이제스터 2015-06-18 21:08   좋아요 1 | URL
조언 감사합니다. 근데 결국 제 읽기 나름이라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ㅠㅠ 한 번 열심히 읽어 보겠습니다. ㅎㅎ
 
病과 그로테스크 리얼리즘

 

 

 

 

 

 

 

 

 

 

 

 

 

 

 

§

나는 한번도 만난 적 없는 그를 생각한다”(<입 속의 검은 잎> )

 

당신을 안 지 20년이 지났어. 누군가에겐 20살 넘은 아들이 있다면, 내겐 20년 넘은 허무가 있는 셈이야. 책갈피로 꽂아두었던 낙엽이 페이지를 누렇게 물들이는 것을 매해 지켜보았고, 년도를 확인할 수 없는 메모들 속에 올해도 몇 자 끄적였어. 이건 희망일까.

 

미안하지만 나는 이제 희망을 노래하련다.”(<정거장에서의 충고> )

 

당신 시집 속에 희망이란 단어가 얼마나 많은지 당신은 세보고 죽었을까. 아니었을 거야. 20번도 넘을 텐데 나는 굳이 세지 않았어. '희망'으로 가장했지만 ‘허무’였지. 그건 세는 게 아니잖아. 그렇게 삶과 허무는 동등하며 계속돼. 진짜 ‘희망’ 또한 셀 수도 재현할 수도 없어. 그래서 당신은 미안하지만을 붙였을 거야. 그 문장에 이어지는 시 속에 떨어지고’, ‘덮는다’, ‘멎는다’, ‘쓰러져’, ‘굴러다닌다’, ‘떠나’, ‘없으니’, ‘나부낀다’, ‘들이닥쳤는지’, ‘알지 못한다’, ‘갈라졌으니’, ‘주저앉으면’, ‘감시해온’, ‘머물다’, ‘흘러온다’, ‘늙은으로 끝나는 동사들에서 희망’은 계속 실패 중이지. 형용사들도 마찬가지고. 당신의 시집 전체가 그렇지. 희망을 포기하려면 죽음을 각오해야 하리, 흘러간다 어느 곳이든 기척 없이”(<植木祭> ) 각오는 무력하고, 나는 헛것을 살았다, 살아서 헛것이었다”(<물 속의 사막> ) 말하는 자조와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질투는 나의 힘> ) 말하는 탄식은 스스로를 휘어잡지. 무관심만이 우리를 쉬게 한다면 더 이상 기억할 필요는 없어진다”(<종이달> ) 말하며 추억을 부르고 죽여도 이 허무는 계속돼. 글로 집을 짓고 버리는 한 내내.

 

“‘내버려두세요. 뭐든지 시작하고 있다는 것은 아름답지 않습니까?’ …… 아무도 없을 때는 발소리만 유난히 크게 들리는 법이죠스위치를 내릴 때 무슨 소리가 들렸다. 내 가슴 알 수 없는 곳에서 무엇인가 툭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주 익숙한 그 소리는 분명히 내게 들렸다.”(<소리 1> )

 

끈질기게 귀 기울이는 <소리 1>에 이어지는 시는 <소리의 뼈>. 소리의 뼈가 무엇인지 우리는 많은 견해를 내세우지만, 정작 그것이 무엇인지 깨닫기보다 모든 소리들을 훨씬 더 잘 듣게”(<소리의 뼈>中) . 하지만 슬픔은 유예된 것에 지나지 않지. 레코오드판에서 바늘이 튀어오르듯이”(<레코오드판에서 바늘이 튀어오르듯이> ) 순간은 나타나자마자 죽어. 잃어버림과 시간은 영원한 짝.

“침묵을 달아나지 못하게 하느라 나는 거의 고통스럽지만 창밖에서 사내의 울음을 중지시키지 않고 들어주는 일(<기억할 만한 지나침> ). 나는 당신 시집을 그렇게 들어주고 있어. 매년. 당신은 알지 못하지. 나는 살아남았지만 당신은 없어. 당신이 그 사내를 어리석은 자라고 생각하지 않듯이 나도 당신에게 그래. 당신이 짐작하지 못한 '희망'이 이런 거면 안 될까.

 

나도 미안하지만 이거 하난 짚고 넘어갈게. 당신은 무책임한 자연의 비유를 경계하느라 거리에서 시를 만들었다”(詩作 메모)고 말하면서 하늘과 지상 어느 곳에서도 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무책임한 자연의 비유를 썼어.

밤눈은 추락을 두려워하지 않아. 지상도 거부하지 않고. 그렇게 연결 짓는 건 우리야. 나는 이걸 교훈 삼고 다른 걸 생각할 거야. 그런데 왜 눈물이 날 것 같지.

 

 

 

 

ㅡAgalma

 

 

 

 


댓글(6) 먼댓글(1)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죽은 시인을 위한 변론, 그리고 두 갈래 고해
    from 공 음 미 문 2015-06-07 03:43 
    § 나는 어제 기형도에게 편지를 쓰며, 이제 정리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밤 그렇게 멍했던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리석게도! 매번 이 모양이다. 아, 차라리 기형도를 몰랐다면. 이 생각도 얼마나 많이 했던가. 죽은 당신이 원망스럽다. 당신이 해명 좀 해! 무지했던 어린 내가 기형도를 신화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선고는 잊을 만하면 날아든다. 이제 이건 내 문제다. 삶은 늘 이런 식이지. 이 글의 계기는, 흔적님 <신화화, 매혹, 시
 
 
AgalmA 2015-06-05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은 오늘부로 버린다

2015-06-05 2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05 2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05 2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애 2015-06-06 1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만난 적 없지만 소년이며 청년 시절엔 전 그의 그림자 같기도 하였죠.

AgalmA 2015-06-06 15:00   좋아요 0 | URL
기형도....제 인생을 참많이 뒤흔든 지진였어요.....지금도 그 여진이 가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