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을 둘러봐도 루비나는 참으로 슬픈 곳이오. 당신도 거기 가면 알게 될 거요. 거기에는 슬픔이 터전을 잡고 있다고 나는 그렇게 말할 수 있소. 다들 얼굴에다 판때기를 붙인 것처럼 도통 웃을 줄을 몰라요. 당신도 아무 때나 마음만 먹으면 그들의 슬픔을 보게 될 거요. 그곳엔 바람이 슬픔을 휘젓긴 하지만 다른 데로 데려가진 않아요. 슬픔이 마치 거기서 태어난 것처럼 말이오. 거기선 심지어 슬픔을 맛보고, 느낄 수도 있소. 왜냐하면 바람이 누군가를 덮치고, 누군가를 억누르고, 마치 살아 있는 자의 심장을 찜질하듯 꾹꾹 짓누르고 있거든."

 

"그들의 말이 맞았어요. 무슨 말인지 알겠소? 그렇게 대답한 노인의 정부는 자식들 중에 누군가가 저 아랫마을에서 어떤 죄를 지었을 때만 기억하는 정부였다, 이거요. 루비나까지 쫓아와서 죄 지은 자식을 죽이는 정부 말이오. 그러니 그들에게 정부가 존재할 리 만무했던 거요."


 
ㅡ 후안 룰포 <루비나>

 

 

 

안 룰포 《불타는 평원》에는 17편의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쓸모 없는 황무지에서 정부마저 적이 되는 처지에 대해서, 「그들은 우리에게 땅을 주었다」, 「불타는 평원」 , 「난장판이 벌어진 날」 

척박한 환경에서 서로에게 악당이 되는 것에 대해서, 「꼬마드레스 언덕」, 「새벽에」, 「띨빠」, 「기억해봐」, 「아나끌레또 모로네스」     

잃을 게 하나뿐인 삶에 대해서, 「우리는 너무 가난하답니다」, 「마까리오」, 「나를 죽이지 말라고 해」, 「루비나」, 「빠소델노르떼」, 「너는 개 짖는 소리를 못 들은 거야」, 「마띨데 아르깡헬의 유산」    

쫓고 쫓기는 막다른 길에 대해서, 「그자」, 「홀로 남겨진 밤」    

후안 룰포는 멕시코 민중들의 삶을 그리며 동시에 어느 시대에나 존재할 사람의 삶과 서정을 메스로 도려낸 듯 보여주고 있었어요. 다른 방식으로는 보여줄 수 없다는 듯이. 

 

 

 

르시아 마르케스 소설을 읽으며 무시무시한 밤을 경험한 건 두 번이었다고 합니다. 프카 《변신》안 룰포 《뻬드로 빠라모》를 읽었을 때 였죠. 저도《뻬드로 빠라모》(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3)가 스토리상으로도 작법상으로도 무시무시한 작품이었다는 걸 회상하며, 이 작품의 진가를 알기엔 아직 부족한 게 많구나 절감하기도 했지요. 《불타는 평원》을 먼저 읽었다면 덜 당황하고 생소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때는《불타는 평원》(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24)이 국내에 소개되기 전이었죠. 이번에 《불타는 평원》을 읽으며《뻬드로 빠라모》를 좀 더 이해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식상하다고 생각해온 '리얼리즘'이 가지고 있는 통각 중추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현실과 비현실, 삶과 죽음, 과거와 현재, 인물과 인물, 말과 말이 끝없이 교차하며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속에 남는 알맹이. 폭력과 잔인함 속에서도 결코 불타지 않고 남는 것들을. 그것은 선악의 기준이 비집고 들어오지 못할 정도로 인간적이었습니다.

 

 

1917년 생인 안 룰포는 초등학교 졸업이 공식 학력이지만 여기저기서 청강을 하며 공부를 놓지 않았어요. 내무부 이민국에서도 근무하고 타이어 회사 영업 사원이 되기도 하면서 틈틈이 습작을 했습니다. 단편집《불타는 평원》(1953)과 장편 소설《뻬드로 빠라모》(1955) 단 두 작품집만으로 그는 라틴 아메리카 문학계의 기념비가 되었지요. 《뻬드로 빠라모》가 마르케스《백년의 고독》 속 '마꼰도'의 모태가 되었다고 하니까요. 이후 시나리오 작품집 《황금 수탉, 영화 텍스트》(1980)와 사진 작품집 《지하 세계》(1981) 외에 그가 남긴 건 없어요. 이토록 뛰어난 글쓰기 재능에도 불구하고 후안 룰포가 왜 영화와 사진으로 방향을 바꾸고 나서 다시는 소설을 쓰지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그 시대엔 소설보다 다른 말하기 방식이 더 좋다고 생각한 걸까요?  창작에 있어 돌아갈 길을 없앤다는 건 한 방향만의 전진을 의미하는 건 아니겠지요. 이렇게 제겐 그의 작품만큼이나 그도 미스터리 한 인물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게 나을지도 모르죠. 그에게도 나에게도. 상상의 공동체로서.

 

 

 

 

 

 

 

 

 

 

 

 

 

무엇이 올지 모르며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책 얘기를 하고 음악을 같이 듣기도 하면서 지나가는 계절을 몇 번이나 더 맞을까요.

틈틈이 그림 그리기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

 

 

 

 

 

 

 

 《불타는 평원》도서 구입에 기여해주신 상상 속 그장소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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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의스케치북 2016-09-19 07: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쁜 인물, 기대되는 인품이네요. 바쁘신 중에 그림까지...좋은 하루 보내시기를...

AgalmA 2016-09-19 08:08   좋아요 3 | URL
그리 과대포장은 아니죠ㅎ;;? 간밤에 그장소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그려보고 싶어졌지 뭡니까^^a
벤투님은 연휴 잘 지내셨는지. 날이 밝으니 다시 마음이 바빠집니다. 오늘도 조금더 노력해봐야겠습니다 :)

책읽는나무 2016-09-19 08: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호~~~
물을 많이 마셔 그림속의 그녀는 모공이 하나 안보이군요??
정말 저런 모습이 아닐까,
저도 같이 상상하게 되네요ㅋㅋ
큰 위로가 되겠습니다
이그림!!^^

이 책들도 읽어봐야겠군요
훌륭한 월요일 되시길 바랍니다^^

AgalmA 2016-09-19 12:46   좋아요 1 | URL
금붕어로 그릴 걸 컨셉을 잘못 잡았네요ㅋ. 주름살과 구김살이 없도록 지우개질을 열심히 해드리긴 했습니다ㅎㅎ
요즘 그장소님 컨디션이 많이 안 좋으시다 그러시던데 위로되면 좋겠습니다^^

후안 룰포 <뻬드로 빠라모>는 많이 난해해서 첫 책인 <불타는 평원>이 접하기 더 좋으실 겁니다. 짤막한 단편들 구성이라 읽기 쉽지만 울림은 가볍지 않아 인상적이죠. 단편의 묘미가 잘 살아있는 단편집입니다.


훌륭한 월요일... 그 표현이 생소하면서도 엄청 크게 느껴져서 한참 중얼거려 봤어요..,
책읽는 나무님도 훌륭한 하루 만드는 중이시길^^

벤투의스케치북 2016-09-19 08: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네..실물이든 사진이든 대한 적이 없으니 과대포장인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아니리라 생각합니다. 잘 그리셨어요. 저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요. ^^

AgalmA 2016-09-19 12:49   좋아요 3 | URL
<벤투의 스케치북>이란 제목과 닉넴에 걸맞게 벤투님도 그림 좀 그리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ㅎ
저보다 더 바쁘게 지내는 분이라 뭘 더 하시라고 권하기 겁납니다만ㅎ;;;
예술 특히 미술에 관심과 조예가 있으셔서 잘 그리실 거 같은데요^^

뷰리풀말미잘 2016-09-19 10: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려주세요! 도서 구입에 기여해 드릴게요!

AgalmA 2016-09-19 13:04   좋아요 2 | URL
푸핫, 한참 웃었네요.
죽마고우가 간청해도 그리기 싫음 안 그립니다ㅎㅎ
직접 마주 하고 있는 게 아니라서 대화도 많이 나누며 그사람의 이미지가 제게 오고 문득 그림을 그리게 되어야 합니다^^
뷰티풀말미잘님 이미지가 잡힐 수 있게 제가 대화를 많이 해야 겠네요. 언제 그림이 나올진 장담 못하고요ㅎㅎ 일필휘지 그릴 수 있는 대가가 아니라서 나름 생각 많이 해서 그린다고요ㅎ;;

북다이제스터 2016-09-19 1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분은 왼손잡이시군요. ^^

AgalmA 2016-09-19 13:03   좋아요 2 | URL
구도상 그녀는 왼손잡이여야 했습니다ㅎㅎ 물론 설명도 준비해 두었죠. 벨라스케스 그림처럼 거울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를 그렸기에 그렇다! 그렇다면 그리는 너는 어디 있느냐! 사선 각도이기에 나는 구도에 안 잡힌다~ 복잡한 말놀이를 할 수도ㅎㅎ;

2016-09-19 2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19 2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19 23: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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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9 23: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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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9 23: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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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0 00: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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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0 0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0 0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벤투의스케치북 2016-09-19 18: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갈마님. 저는 그림 솜씨가 꽝입니다. ㅎㅎ 벤투의 스케치북은 다르게 보는 스피노자의 위상을 잘 표현하는 것이지요. 그림 잘 그리는 아갈마님 존경!

AgalmA 2016-09-20 01:02   좋아요 2 | URL
그건 모르는 겁니다. 그림실력이 별로 였던 친구가 1년 만에 혹은 시간 차를 두고 폭풍 성장하는 걸 많이 봤거든요. 재능과 천재성은 비교를 바탕으로 한 별외의 사안이고, 자아의 성취로 본다면 얼마나 노력하고 개발하느냐에 따른 문제 같아요^^ 하지만 성장기와 달리 성년 시기엔 관심 분야와 해야할 일이 많은 상태라 그림그리기에 매진할 수 없으니 빠른 성과를 바랄 순 없겠죠.
예. 존 버거와 스피노자 조합이 흥미로워 그 책도 읽어봐야지 하던 차였습니다.
진정 존경스러운 건 스피노자죠ㅎ

cyrus 2016-09-19 18: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모습이 제일 그리기 쉽습니다. 뒷모습만 그리면 되니까요. ㅎㅎㅎ

AgalmA 2016-09-20 01:03   좋아요 1 | URL
ㅎㅎ 예술은 안 보이는 부분에 더 집중하는 거 아니던가요? cyrus님 앞모습 충격 공개~소재로 그림그리면 재밌겠어요ㅎㅎ

물고기자리 2016-09-19 19: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A 님 덕분에 프루스트를 영접했는데 이런 그림 못 그려드려 죄송하네요^^;;

그장소 님이 그림 덕분에 행복해지실 것 같아요. 저도 그 행복에 마음 한 스푼 보태고 싶습니다 ㅎ

AgalmA 2016-09-20 01:04   좋아요 1 | URL
아이고, 알라딘 그림 파티 모임 생기겠습니다ㅎㅎ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스테판 외에 그림책 사서 봤는데 그림체가 제가 기대하는 것과 달라 좀 실망^^; 역시 뛰어난 원작을 재가공하는 건 어려운 작업인 듯.
한 스푼 하시니 마들렌느 과자와 홍차를 먹어야 할까 봅니다~ㅎ

나와같다면 2016-09-19 21: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책 얘기를 하고 음악을 같이 듣기도 하면서 지나가는 계절을 몇 번이나 더 맞은까요.

그러게요.. 꽃 한번 피고 지면 일년인데요..

AgalmA 2016-09-20 01:04   좋아요 2 | URL
알라딘에서 책 얘기를 하고 있는 모두를 멀찍이 바라보고 있으면 다 한 페이지에 담겨 넘어가는 거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렇게 오늘 하루도 가네요...

[그장소] 2016-09-21 09: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놔! 웃겨요! 물을 많이 마셔 모공이 안보이는 ! 그장소!^^ 완전 빵터짐! ㅎㅎㅎㅎ
참고로 전 , 양손잡이 입니다~^^
뷰리풀 말미잘 님은 ....닉넴땜에 아, 상상만 해도! 아 진짜 혼자 신나게 웃다 갑니다 !
저 도마위에서 잘게 부서지다 가요!^^ 즐겁게!^^ㅋㅋㅋㅋ

AgalmA 2016-09-21 15:11   좋아요 2 | URL
양손잡이! 어머, 멋져~😍
모공ㅎㅎ 홍차밥까지 드시니 당연하죠 덧붙이려다가 관뒀음요ㅋ
그장소님을 혹 불쾌, 불편하게 해드린 거면 어쩌나 하긴 했는데.... 이 책 그장소님 아녔음 안 읽었거나 아주 먼 훗날 읽었을 가능성이 백 프로라 같이 엮어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억할만한 지나침이었다고나 할ㅎ;;;
저도 뷰티풀 말미잘님이 저런 말씀을 하셔서 더 웃음이ㅋㅋ
웃으며 부서짐을 즐겨 주셔서;;; 감사를😉

[그장소] 2016-09-21 16:43   좋아요 2 | URL
아우~ 언제나 이런 자린 100 % 온 몸을 다져 져 드릴 의향이 있답니다~^^
같이 웃으니 얼마나 좋은지! 제 개그가 좀 더 빛이 나얄텐데 늘 그 놈의 스피드가 문제라!! ^^ ㅋㅋ
잘 다져서 오늘은 부침을? 하핫 ~~
아 ~ 배고프당~^^ 당 떨어졌나봐요! 뭐 좀 ( 차밥?) 먹고 또 봐요! ㅎㅎㅎ

AgalmA 2016-09-21 21:34   좋아요 2 | URL
내용이야 어둡더라도 본질을 보려고 하는 환한 책 속 세상 계시라고 책은 일부러 밝은 빛으로 꾸몄죠. 그림 속에 Axt 노란색 김연수 편도 꼼꼼히 챙겨 넣고 나름 신경 썼다고요ㅎㅎ 지금의 기록도 될 겁니다^^
맛난 거 많이 드시고 기운잃지 않길 바라요~

[그장소] 2016-09-21 18:30   좋아요 2 | URL
역시 디테일은 농담속에 ~^^ 그림속에~^^
땡큐~♡

AgalmA 2016-09-25 17: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드로잉을 하는 것은 관찰된 무언가를 다른 이에게 보여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계산될 수 없는 목적지에 이를 때까지 동행하기 위해서이다˝
ㅡ 존 버거
 

 

 

 

 

 

 

 

 

 

표피만 본다면라비안 나이트 이슬람교 사상에 바탕을 둔 외설, 라스 폰 트리에 영화 포매니악 볼륨 1 & 2는 기독교 사상을 유희하는 외설일 것이다. 금욕주의자 셀리그먼과 여자 색정광 조라는 구도는 아라비안 나이트에서 왕비 때문에 여성 혐오에 빠진 샤리야르 왕과 치료자이자 이야기를 들려주는 샤라자드의 변형이다. 방안에 있는 물건들과 이미지를 통해 조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오르가슴을 계시로 비유하기, 악마로 간주되는 웃는 아기낳기, 바흐의 성가 구조를 성교 관계로 비교하기, 조의 인생 역정을 예수 수난에 빗대기 등등 종교 세계에서는 신성 모독이 될 이야기를 라스 폰 트리에는 영화 세계로 가져와 거침없이 풀어낸다.  이야기의 유희와 성의 유희가 맞물려 있는데, 조가 방안에 있는 물건으로 엮어 꾸민 이야기일 수도 있다. 특히 조의 연인이었던 제롬의 등장이 모두 우연인 것을 셀리그먼이 지적하는데, 그도 우리도 이야기 주체인 조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역사적으로 이야기와 성의 주체가 남성 중심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 설정은 라스 폰 트리에가 철저히 주체 역전을 이끌어내려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셀리그먼이 역사와 철학 등을 언급하며 해석을 추가할수록 이야기는 분명해지기보다 모호해진다.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우리가 눈여겨볼 것은 왜 이 이야기들이 끝없이 부활하는가이다. 결코 충족되지 않는 性은 生의 모습 그대로라는 듯.

 

님포매니악은 뉴턴 낚시부터 첫 장을 펼친다. ‘강태공이나 어장 관리라는 말도 있듯이 낚시는 인간의 여러 습성을 나타낸다.

 

척수 끝에 달려 있는 1.4 킬로그램의 뉴런, 신경 섬유와 섬세한 화학 반응으로 이루어진 뇌야말로 가장 뛰어난 최고의 낚시 도구다.

폴 퀸네트 인간은 왜 낚시를 하는가  

퀸네트는 고대 이집트 달의 여신이 절반이 물고기 모습이었으며 이것이 인어의 시초인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물고기는 예수의 상징이기도 한데, 중세 찬송가에서는 예수가 동정녀가 잡은 작은 물고기로 언급되었다. 고대 로마 시절에는 물고기 그림이 크리스트교를 상징하기도 했으며, 교회 건축에서 들어가는 입구가 아치형 양식인 것은 물고기 형상에 바탕을 둔 것이란 미학 해석도 있다.

 

 

 

미국으로 이민 온 유대인이자 건축가인 프랭크 게리의 건축은 물고기 형상이 많다. 유대교 안식일에 생선요리를 올리는 것 때문에 그는 잉어를 자주 접했고, 동네 꼬마들에게 물고기를 먹는다는 걸로 놀림당하며 물고기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게리는 무신론 입장이지만 그의 물고기 디자인은 집안의 종교 영향도 있었으리라고 본다. 그는 오랜 기간 진화해 온 자연의 창조물이자 지속적인 형태를 띤 물고기의 특성을 미래 대안으로 보고 물고기 디자인을 각종 형태에 도입했다.

  

 

 

 

 

이렇듯 우리의 생활, 풍습, 이야기 속에는 종교가  스며들어 있다. 무신론자라고 하면서도 셀리그먼은 종교적인 것들에 심취해 있고, 조는 죄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사드 사드 전집 1 : 사제와 죽어가는 자의 대화의 참회 구도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셀리그먼은 시종일관 조의 삶이 죄가 아니라고 말한다. 자신의 성 문제 원인도 모른 채 휘둘리기도 하고 억제하려 노력도 하면서 치열하게 산 조의 삶에 대한 공감이자, 피할 수도 모른 채 할 수도 없이 자신의 삶을 감당해야 하는 인간 삶에 대한 이해였다.

 

 

 

 

종교뿐 아니라 라스 폰 트리에는 셀리그먼을 통해 제논의 역설, 자연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는 피보나치의 수열, 볼셰비키 혁명, 프루지크 매듭, 007 리볼버 총 등 온갖 이야기들을 性과 접합한다. 이 연결들이 참 근사해 (내 주제에 어쭙잖게도) 김기덕 감독이 이걸 배운다면 좋을텐데 했다.

性은 트라우마이자 트리거(방아쇠)가 될 수밖에 없을까.

조가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고 셀리그먼을 인생의 첫 친구로 받아들이는 순간, 금욕을 자신하던 셀리그먼은 그녀를 겁탈하며 배신한다 마지막 이야기 소재가 총이었던 이유이고, 등장한 총은 발사된다. 연극 무대처럼 하룻밤 동안 펼쳐진 이야기는 허망하게 끝난다. 그러나 이것은 라스 폰 트리에의 결말이기도 하다. 종교와 성이라는 금기를 무던히 해체하려 했던 라스 폰 트리에는 구축된 세계를 와장창 부수는 결벽쟁이 예술가이다. 초기 영화에서는 무력한 수난의 주인공이었던 여성들이 도그빌, 멜랑콜리아, 안티 크라이스트, 님포매니악등을 거치며 점점 주체적인 여전사의 면모를 갖추어 온 건 시대의 영향일까, 라스 폰 트리에의 요구일까.

킴 베이싱어가 주인공인 라스 폰 트리에 2014년 작 <I am Here>를 아직 보지 못 했다. 라스 폰 트리에가 여성을 통해 꾸준히 세상을 보는 방식에 대해 나는 판단을 유보한다. 낚시꾼이기도 했던 크 트웨인상상력이 빈곤해지면 판단을 미루라고 한 말에 따라.


 

 포매니악 2

자신의 나무- 영혼을 찾는 기나긴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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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9-11 2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예수의 한때 직업이 어부였다는 사실은 이런 개연성을 유추하게 됩니다......

AgalmA 2016-09-12 01:06   좋아요 1 | URL
예수가 베드로와 안드레에게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는 표현도 연결되겠죠.

서니데이 2016-09-13 2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agalma님 즐거운 추석연휴 보내세요.^^

AgalmA 2016-09-13 22:13   좋아요 2 | URL
고마워요. 서니데이님도 추석 맛난 거 많이 먹고 기운내길 빌어요/

북다이제스터 2016-09-13 2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즐겁고 편안한 한가위 보내세요. ^^

AgalmA 2016-09-13 22:14   좋아요 2 | URL
올해 추석도 북다이제스터님이랑 인사 하이 파이브하네요^^/ 북다이제스터님도 원기 충전되는 시간되길요~

21세기컴맹 2016-09-14 14: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풍요로운 추석되시길 컴백을 기뻐합니다.
전 아버지와의 관계 ashtree 물푸레나뭇잎의 부분에서 느낌이 팽창했습니다,
담과 벽의. 넘어섬을 위한 해학은 그 영화의 산소공급기였죠 다시 봐야겠어요 ^^

AgalmA 2016-09-14 17:30   좋아요 2 | URL
21세기컴맹님^^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그래도 첫번째 볼 때는 자세히 보지 않았던 나무와 아버지 캐릭터에 대해 이번에 더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물푸레나무를 가장 이상적인 나무라 말하면서 자신의 나무는 떡갈나무라고 하는 아버지를 보며, 이상과 자기의 상관관계에 대해 생각해 봤죠. 물론 라스 폰 트리에가 물푸레나무의 신화성과 외양의 성적 느낌을 감안했다는 건 두 말 할 필요도 없겠고요.
오프닝은 다시 봐도 명장면이더군요. 그렇게 감각적이고 섹시한데 서정적이기까지(그걸 잡아내는 능력에 탄복)...거기다 람슈타인 음악을 넣는 파격! 라스 폰 트리에 영화는 한 번 보는 걸로는 정말 만족이 안됩니다. 말씀하신 담과 벽을 넘는 해학....오프닝과 클라이막스 골목씬, 조와 셀리그먼이 좁은 골목을 비집고 들어온 아침 햇빛을 보는 광경이 생각나네요. 갇힘 속에서 우리의 시선과 행동들, 그리고 깨달음. 무엇보다 벽 속에서는 나무가 제대로 성장하며 살 수 없다는 점에서 이 영화 속 나무의 상징성은 크죠. <안티 크라이스트>에서 나무 이미지는 원시성과 종교성에 가까웠다면.
21세기컴맹님도 추석 연휴 즐겁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오랜만에 대화나누게 되어 기뻤습니다. 고맙습니다.

[그장소] 2016-09-17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석 전 날 집에 들린 오라비는 추석날까지 낚시를 하러간다고 갔는데 ,
겨우 두마리 손맛을 보곤 밤을 꼬박 세웠단 말에 그게 낚시의 묘미지 ..하고 떠들었네요!^^

AgalmA 2016-09-18 16:41   좋아요 1 | URL
취미를 가지지 못해 제게 따분한 채널이 바둑과 낚시였는데, 그건 아무래도 대리만족의 분야는 아닌가봐요^^

[그장소] 2016-09-19 00:44   좋아요 1 | URL
전 낚시는 좋아해요 .바둑은 글로 읽는게 아직 더 좋더라는 , 대리만족을 거기서 대신 느낀다는 바둑 돌은 뭐 제대로 잡을 줄로 몰라서 알까기나 하는 ㅎㅎㅎ

AgalmA 2016-09-19 03:01   좋아요 1 | URL
바둑과 낚시....기다림에 대한 각오와 도전이 대단한 분야라 제가 지레 겁을 먹었던 건지도 몰라요. 골프를 흥미롭게 보던 적 있는데,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지루한 듯도 하지만 동참한다는 입장에서는 한가한 듯해 좋았던... 견딜 수 있는 시기와 즐길 수 있는 시기가 있는 것인지도 모르죠^^

[그장소] 2016-09-19 01:47   좋아요 1 | URL
아 ..기다림에 각오가 필요하죠 ..아무래도! 잊고있었는데 ..기다림이 견디는 일이란 걸요 ..당연한줄 알았다고나 할까 ..바보같이 ..ㅠㅠ

AgalmA 2016-09-19 03:03   좋아요 1 | URL
어떤 기다림 때문에 그 견딤은 잊고 계셨을까요^^ 살다보니 기다림과 견딤이 꼭 1:1 대응만은 아닌 거 같아서. 1:1 대응을 고집하다보면 또 고통이 생기고 물러나고 싶고...그래서 넌 안돼! 이려나요ㅎ;
다음을 진행하려면 많은 걸 잊고 버리고 해야 하는 게 삶인지라...그장소님 바보 아님~

[그장소] 2016-09-19 03:47   좋아요 1 | URL
으흣 ~^^ 위로가 되네요 ..머물기만 하면서 기다린건 아닌것 같아서요!^^ 1: 1 대응이 아니었죠 ..일방적이고 몰아주기 식 대응인데 그러때마다 미지의 것으로 대신하면서 정말 상상으로 기다릴 수 있었던것 같네요 ..^^
편리하게 도망을 친 것도 같고요! ㅎㅎㅎ

AgalmA 2016-09-19 04:32   좋아요 1 | URL
별 건 아니지만 위로가 되는 대화였습니까ㅎ;
상상의 기다림. 그건 한밤의 불면처럼 우리를...

[그장소] 2016-09-19 04: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Agalma님 과의 대화는 늘 , 그럼요 ..치명적인 말도 뼈아픈 말도 제긴 다 고마운 위로 입니다 . 하릴 없는 농담도 그렇고!^^ ♡

AgalmA 2016-09-19 04:52   좋아요 0 | URL
오늘은 좀 치명적인 책을 본 뒤 여운 때문에 농담 엔진 발동이 잘 걸리지 않았습니다ㅎ 제가 그장소님께 치명적이고 뼈아픈 얘기를 할 주제가 되나요. 허허... 상상 속의 그장소님 그림이나 끄적끄적 그려볼 밖에^^;
 
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
오에 겐자부로 지음, 박유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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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가면서 저항하는 힘이 감퇴했음을 감안해서 대부분의 질문들을 무시하지는 않았지만,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다가 뜻밖의 대화에 휩쓸리게 되면, 그 후에 방금 전 하던 생각으로 되돌아가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충분히 그럴 나이가 된 것이다. 이야기를 복잡하게 하지 않으려면 진실을 말하는 것이 가장 좋다.

아직 백 살까지는 시간이 있지. 소설도 주제보다는 새로운 형식을 발견하면 쓸 생각이야.”

끝까지 못 찾을 수도, 있습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그래도 소설가로 살겠다는……

그렇게 생의 마지막을 맞이할 거다.”

 

오에 겐자부로 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 

 

 

 

박범신 은교속 이적요의 대사 “너희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처럼 젊음에서도 늙음에서도 우리는 본디 승자가 아니라 수용자이다. 노년은 살아갈 기회는 줄지만 그동안 치열히 노력해왔다면 더 넓게 해석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격동의 시대를 산 두 노장, 범신에 겐자부로는 여전히 을 고민한다. 박범신은 촐라체로 국내 최초로 인터넷 블로그 연재를 한 바 있다. 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는 영화의 형식을 빌려 왔다. 형식너머엔 작가로서 한 인간으로서 그들의 갈망이 자리하고 있다. 박범신 은교》가 남성 판타지와 늙음에 대한 고민이 강했다면, 오에 겐자부로 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는 그가 사랑한 포 시집에서 애너벨 리와 나보코프 롤리타를 모티프로 가져와 상처받은 여성과 사회의 화해를 이끌려 했다는 차이가 있다. ‘상처받은 개인과 공동체의 화해에 대한 모색은 오에 겐자부로 작품에서 늘 드러나는 주제이다.

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애너벨 리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한 오에 겐자부로가 쓴 첫 장편 싹 뜯고 아이 치기(1958), 노벨상을 받은 만엔원년의 풋볼》(1967), 그의 장애 아들 히카리, 그가 사랑했던 문학, 시대에 대한 고민을 총망라해 이야기를 펼친다.

그의 고향 시코쿠에서 일어난 1860년 만엔원년에 일어난 농민봉기에 대한 이야기를 개인적 체험으로 종결한 엔원년의 풋볼에 대한 아쉬움을 그는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에서 일본을 무대로 한미하엘 콜하스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을 통해 다르게 해석해보고자 한다. 알다시피 하엘 콜하스는 영주의 부당한 횡포에 대한 억울함에서 시작되었으나 이후 체제에 대한 항거로 커진 독일의 봉기를 다룬 이야기이자 실화이다. 오에 겐자부로가 쓰는 미하엘 콜하스의 주인공은 실제로도 극 중에서도 남성에게 유린당한 사쿠라라는 으로 바뀐다.

  

 

전후 일본에서 왜 봉기가 일어나지 않았을까요

 

오에 겐자부로 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 에이전트 대사

 

 

2차 세계 대전에서 패전한 일본이 부당한 외세에 순종했던 은유는 사쿠라가 죽은 애너벨 리를 연기하며 잠든 사이 미국 장교에게 성적으로 착취당한 걸 무의식 속에서만 감지한 채 정신 승리로 이겨보려 한 설정으로 제시된다.

 

   

“'I'는 죽은 애너벨 리의 몸에 이상한 짓을 하지는 않았나요.”

오에 겐자부로 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 야나기 부인 대사

 

 

우리가 아름답게 향유하는 포의 애너벨 리’, 나보코프의 롤리타’, 박범신의 은교에서 그녀들은 얼마나 주체인가 아름답고 가냘프며 상처받기 쉬워 더욱 사랑스럽고 신비로운 상징으로 소비되는 건 아닌가 비판받기도 한다. 이 책 제목이 왜 "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인지 이제 드러난다. 오에 겐자부로는 미하엘 콜하스의 주인공을 봉기의 주동자인 메이스케의 머니로 설정해 그녀들이 말할 수 있는 장을 만든다. 이것이 실현되기 위해 소설에서는 30년의 세월이 흐른다. 짧은가, 긴가.

    

 

비디오카메라는, 진한 빛깔의 단풍 햇빛에 반짝이는 숲에 에워싸인 여인들 무리로 들어간다. 사쿠라 씨의 탄식과 분노의 넋두리는 고조되고, 추임새에 화답하는 사람들은 파도를 이루며 흔들린다. 그 목소리와 움직임의 정점에서, 침묵과 정지가 찾아온다. ‘작은 아리아가 그곳을 가득 채우면서 사쿠라 씨의 외침 소리가 들리고 소리 없는 메아리로서의 별이 스크린에 반짝인다……

 

오에 겐자부로 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마지막 장면  

  

 

 

우리는 모두 시궁창에 있지만 그중 누군가는 을 바라보고 있다스카 와일드는 말했다. 그 별은 단순히 하늘에 떠 있는 별을 말하는 게 아니다. 오에 겐자부로가 쓴 에세이  는 인간이 단순히 읽은 책에 대해서 말하는 게 아니듯. 나는 눈을 감고 세상에 깃든 별들을 책을 읽듯 떠올린다. 아프고 흐릿하지만 환하다.

 

 

그리고 도착한 詩 하나.

 

 

해군 버스가 지나가면서 그 많은 해군 가운데 하나가 찡긋 웃는다 나도 찡긋 따라 웃는다 머나먼 별 하나가 보이지 않는 다른 별 하나를 향해 그러하듯이…… 우리는 우리가 하는 일을 모른다 우리가 본 것들은 우리가 보고 싶어한 것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란 또 누구인가 지나가는 것들은 제가 지나가는 줄 모르고 자꾸 웃는다 지나가는 그대의 짧은 머리카락이여, 우리가 본 것들은 모두 바람이 본 것들이다.

 

ㅡ 이성복, 높은 나무 흰 꽃들은 燈을 세우고 25

 

 

 

 

나도 바로 그렇게 마치 갑자기 시간이 휑뎅그레 비어 있어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거기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도 아닌 시간이 오는 날을 향해서…… 이젠 시간이야 일찍이 그런 적이 없었을 만큼 많아. 앞으로 한 달 남았다고 의사가 말하지만, 한 달이란 어릴 때는 거의 영원에 가까운 시간 아니었나. 그래서 책을 읽네.
ㅡ 오에 겐자부로 《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 병상에서 고모리가 겐자부로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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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6-09-10 1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는 왜 이렇게 제 가슴을 찡하게 만드나요?

좋은 구절이 많아 그 부분을 반복해 읽었네요.

슬프고 아름다운 음악 한 곡을 감상한 기분입니다.

AgalmA 2016-09-10 19:17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오에 겐자부로가 소설을 그렇게 써서 저도 충분히 담아보려 했습니다. 불가능 하더라도 별빛을 담으려는 시도. 글을 쓰는 건 아마 그런 거라서. 시큰...
제 문장이 미약해 더 잘 담아내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그장소] 2016-09-11 19:37   좋아요 1 | URL
저도 동감이요 ! 감성 터지는 부분들이 많아요!^^

2016-09-25 14: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5 16: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6 1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7 2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왜 L인가

 

 

 

 

 

 

 

 

 

 

 

 

 

 

 

 

 

벌써 20전이 되었습니다. 한여름 우울 속에서 기형도 짧은 여행의 기록을 읽었던 일이. 그 책에서 강렬히 남았던 몇몇 인상 중 하나는 한열이 조카가 잃어버릴 뻔했던 고동색 샌들 한 짝입니다. 길에 버려진 많은 것들 중 신발은 유독 사람을 애잔하게 합니다. 머리끈이나 볼펜을 발견할 때와는 분명 다른 기분입니다. 맨발로 돌아가진 않았을 텐데 길에서 꼭 필요한 신발이 이젠 쓸모없음을 나타내는 걸 보는 당혹 때문입니다. 낡은 신발이면 서글픔으로 갈무리 되지만 멀쩡한 신발을 볼 때엔 사고를 떠올리게 되고, 아이 신발을 볼 땐 분실을 떠올리게 됩니다. 잃어버린 것에 대한 상실감을 알기에 사연을 생각하게 되고, 안팎으로 혹시나 다치지 않았을까 상대를 생각하게 됩니다. 끈이 떨어져 질질 끌다시피 하며 집으로 돌아왔던 어느 새벽을 떠올리며, 신발 한 짝이 없이 혹은 신발을 모두 잃은 채 걷는 길이란 어떤 것일까 생각하면 공감이 아니라 참담함이 밀려옵니다. 살해당해 버려진 사람들은 거의 신발 없이 발견되지요. 그때 신발은 살아 있을 때의 품위가 아니라 인격의 소멸을 의미합니다.
 
짧은 여행의 기록속 저 문장마다 속속들이 녹아 있는 우리들을 보게 됩니다.
 
우리들의 묘, 우리들의 사진, 우리들의 얼굴, 우리들의 땀, 우리들의 눈, 우리들의 눈물, 우리들의 뜨거움, 우리들의 꽃, 우리들의 술병, 우리들의 변기, 우리들의 구더기, 누구나 청년이었던 우리, 우리들의 어머니, 우리들의 딸, 우리들의 아들, 우리들의 손녀딸, 우리들의 뒷모습, 우리들의 가방, 우리들의 교차로, 우리들의 햇빛, 우리들의 첫 만남, 우리가 가지는 모든 감상(感傷)과 계시(啓示)에 대해서.

저는 망월동 공원묘지에 가보지 못 했습니다. 팽목항에도 가보지 못 했습니다. 그러나 그곳이 제 머릿속에 저장되어 영원히 되살아날 토포스(topos)라는 건 잊지 않습니다. 내가 지금 어디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매 순간 잊지 않으려 하는 것과 나란한 추(錘)입니다. 당신도 그러리라 생각합니다.

힘내십시오, 친구. 태풍 속과 촛불 속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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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9-09 0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동시에 같은 책을 보는군요! 반갑게! ^^
글 너무 좋아요! 감성이 다른 면으로 폭발하는 aglama 님 글!
전 망월동 가봤는데, 지금은 무진장 변했겠죠? 그땐 묘지보다 황폐하게 큰 주차장이 더
인상깊었는데...ㅎㅎㅎ 날마다 오는 사람들도 아닌데 누굴위해 저리 큰 주차장이 필요한가,
묘지는 버석버석 드러난 흙들과 함께 마르고 있을 뿐이었는데..그런 생각 했어요.

AgalmA 2016-09-09 01:34   좋아요 1 | URL
저도 기념관 같은 데 가면 황량한 주차장과 기묘하게 넓고 빈 공간들이 더 눈에 띄어요. 그래서 건축에 대해 흥미가 많아요. 장소와 공간성에 대해.
시공간 속을 걷는 우리는 ˝황야의 이리˝같은. 농담을 간식 삼아.

[그장소] 2016-09-09 05:00   좋아요 0 | URL
bgm 은 각자 선곡하기!^^

나와같다면 2016-09-09 01: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저두 `짧은 여행의 기록` 중 이 장면이 강렬하게 남아있어요.. 잊은 줄 알았는데 기억 깊숙히 있었나봐요
Agalma 님의 책 페이지보고 나도 모르게 `헉!` 신음이..

AgalmA 2016-09-09 01:40   좋아요 2 | URL
반갑네요. 책을 읽으면 이렇게 강렬히 사로잡는 페이지가 있어 읽고 또 읽고 하게 되잖아요? 그런 장면이 담긴 책을 만나면 정말 기쁘죠. 삶을 다시 살펴볼 의지를 갖게 됩니다.

물고기자리 2016-09-09 09: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슴이 먹먹해요. 저도 길에서 주인 없는 신발을 보게 되면 맘이 너무 아파서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보게 돼요..

함 내라는 말에 왜 제가 힘이 나는 걸까요. A 님 글을 다시 읽게 되어 새삼 좋다는 생각을 또 했습니다..

AgalmA 2016-09-09 21:42   좋아요 1 | URL
물고기자리님~~~~ 어디 계셨다 이제 오시는 겁니까!
뜸한 이웃들 둘러보다가 이 글을 쓰게 됐어요. 생각이 많으신가 안 좋은 사정이 생기신 건가 갸웃갸웃하며 님 서재에도 자주 들렀어요. 동네 복실이 강아지처럼.

힘 나셨다니 다행. 물고기자리님 글 읽을 때 저도 물고기자리님 글 읽을 수 있어 참 좋구나 하니까 쌤쌤^--^

2016-09-10 0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6-09-10 02:34   좋아요 1 | URL
<이것이 인간인가>에서 프리모 레비가 신발에 대해 자주 언급하던 묘사들이 생각나네요. 수용소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뺏긴 신발이 수북이 쌓이는 광경은 더 말할 필요도 없겠죠.

네, 누구에게나 자신이 살고 있는 환경은 버겁고 지난하겠지요. 떨어져 있더라도 같이 바라보며 고민할 수 있는 동지가 있어 위안이 됩니다.
요즘은 무기랄 수도 없는 책이지만 이 마저도 없다면 아찔합니다.

[그장소] 2016-09-10 0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핫~^^ 디어슬로베니아 ㅡ여행이라니! 노오란 김연수!까지..이렇게 막.막. 감사해도 되나요!^^ Agalma 님 말이 맞는데..나 좋은 일였는뎅~^^그래도 그래도 고마워요!자다깼어요. 어제 그제 밤샜더니 이제 몸이 막 힘들어해요..ㅎㅎㅎ 그래서 쉬어주는 중~꿈 꾸는 중이면 다디단 꿈되시길~!

AgalmA 2016-09-10 02:45   좋아요 1 | URL
디어슬로베니아 어감이 마치 디어슬로우 같아서 좋아요 :)
안 그래도 책 여행 보따리가 많은 사람ㅎ에게 휴식을 줄 책을 고르느라 고심이 심했습니다ㅎㅎ 사은품이 있으니 더 푸짐해 보일 수 있다는 장점도 고려했고요ㅋ
쉬엄쉬엄 즐거운 여행이 되길^^/

덧) 사고 나니 땡스 투 할 이웃이 보여서 아쉽ㅜㅜ 담부턴 책 살 때 잘 살펴야 할 듯!

[그장소] 2016-09-10 02:50   좋아요 1 | URL
아핫~ 누이좋고 매부좋고 ~^^ 땡스투 ㅡ여긴 크게 고마워 안는 눈치죠? 저쪽은 에드온으로 나오는데 비슷한게..그게 올라오면 서로들 고맙다고 인사하던데 ..ㅎㅎ 그게 보기좋더라고요! 같은 듯 한데 사람살이가 조금씩 달라..신기하게요.^^
저도 책 사고 나서 땡스투였네 할때 있어요!^^
제게 그런분들도 계실테니 ㅡ그냥 감사할래요!^^ ㅋ ( 이기적이고 현실적이냐!^^)
디어 슬로우 ㅡ 디어슬로베니아 ㅡ고전적인 춤이 생각나는 단어들~ ^^ 사은품까지 알뜰하게 챙겨줘서 고마워요!^^ 두근두근~~ 여행을 기다리는 빅재미까지!^^

AgalmA 2016-09-10 03:30   좋아요 1 | URL
슬로우~슬로우~착, 착....옛날 드라마에서 바람둥이 춤선생이 그리 가르치던 장면이... 그래서 춤 생각 나신 거 아님까! ㅎㅎ
yes 시스템은 제겐 뭔가 많이 복잡해요; yes의 그런 감사 문화 괜찮은 듯. 이득 심리만 있지 않은 거 같아서.

버스는 이미 지나갔고 땡스투고 뭐고 그장소님 책여행이 순조롭길 바랄 뿐ㅎ;
여유로운 슬로베니아 여행에서 돌아오면 마중 댓글 달러 갈께요ㅋ 슬로베니아라니 부럽😉

[그장소] 2016-09-10 04:27   좋아요 1 | URL
ㅎㅎ글은 오지도 않았는데 ㅡ벌써 올것을 기다리는 것과 같이 ㅡ이거 무슨 시였죠? 글이 아닌 ..뭐였더라!^^
저도 익숙하긴 이쪽을 먼저해서 적응도 그렇고 여기것이 편하죠 . 각각 장단점이 있어요 . ^^ 보면 , 첨엔 뭐야 ㅡ했지만 ( 자랑이닷!) 자릴잡고 보니 ㅡ 감사해얄것 투성이~

슬로베니아 엔 춤꾼이 있을까요..없을까요? ㅎㅎ 딱 기대리겠어요 . 제게 어서오길~ 추석 지나야 받게되겠지만 ~~

AgalmA 2016-09-10 04:59   좋아요 1 | URL
그러고보니 어감 때문에 왈츠 생각이 나기도 하네요. 거기도 당연히 춤꿈, 술꾼 있을 건 다 있겠죠^^

˝글은 오지도 않았는데 ㅡ벌써 올것을 기다리는 것과 같이...˝라...알듯 말듯 그러네요. 저까지 궁금해지네요. 생각나면 알려 주세요~

[그장소] 2016-09-10 04: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봄 ㅡ이었나..!^^

AgalmA 2016-09-10 05:08   좋아요 1 | URL
봄은 내년에 분명 올 테니 주무십시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는 아니실테니~ 그럴 리가 없지. 그장소님은 강도가 아니잖아. 맞아. 아냐, 마음을 뺏아가는 강도라면.... 생각 널뛰기 좀 그만해. 맞아. 앗, 봄보다 아침이 먼저 온다.
 
나는 바보입니다
선택된 자들의 소망
루 살로메 지음, 이태영 옮김 / 투영 / 2000년 10월
평점 :
절판


[목차]

 

선택된 자들의 소망(~9) / 나와 니체(~206) / 나와 릴케(~227) / 나와 프로이트(~273) / 크리스마스 메시지(~298) /

성이란 무엇인가?(~316) / 승화된 성과 사랑(~334) / 거울 속에서(~359) / 유대인의 예수(~363)

 

 

<릴케편>

(p267~268)

러시아 기행

 

1. 형식과 내용

……

  예술가는 감각적인 것에서 유래하고 있다. 그는 몸짓 따위에 함께 들어 있는 모든 것을 보는 것이다. 예술가가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마치 소작농이 온갖 종교적인 것에 근거를 두고 행동하듯이 예술가는 온갖 미신적인 것에 근거를 두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신은 양자에게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예술가에서 소작농에 이르는 길은 이미 만들어져 있는 것에 이르는 길보다 가깝다. 왜냐하면 예술가는 형식적인 사물들에게서 내용인 자기 영혼을 분리시키는 대신에 자기 주위의 사물들과 합치하기 때문이다

  예술에서 볼 수 있는 이교(異敎) 적인 성질의 것이 오랜 옛날부터 예술에 있어서는 오히려 참다운 종교였던 것이다. 이를 새롭게 볼 수 있는 방법은 오직 때묻지 않았던 우리들의 유년시절과 우리들이 몰아(沒我)의 경지에 이르렀을 때에만 얻을 수 있는 직관에 의해서뿐이다. 때문에 이 사실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외부와 내부는 결국 동일한 것이며, 그것들이 온갖 신앙의 기초가 된다는 사실이다.

  우리들은 사물을 아름답다고 생각함으로써 그 美를 믿게 되는데, 이는 그 사물에 우리들의 영혼을 그대로 부여하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믿는 것은 生에 있어서의 神 뿐이지만, 그 이유 역시 우리들 자신이 생에 우리의 영혼을 모조리 부여하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사물과 신을 창조해 내면서, 피조물의 자세로 그 양자를 겸허하게 믿는다. 그러나 그 이유도 사물과 신이 우리들을 그렇게 강조했다는 이유 때문만이다.

 

 

 

 

 

<프로이트편>

​(p281)

(「파우스트」제 1부, ​「천상의 서곡」에 나오는 것으로 메피스토는 인간에 대해 "세계 속의 조그마한 신/그 신이 인간에게 천국의 빛을 주지 않았다면/인간은 좀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었을 테죠./인간은 천국의 빛을 이성이라 부르면서, 그것만을 의지하고 있지만/그럴수록 다른 동물들보다도 더 동물적으로 되어 갈 뿐이지요"라고 말한다.)

  현실적 경험으로 인한 필요성과 편리함 때문에 인류가 여기까지 그 문화를 발전시켜 오기는 했으나, 그 문화는 결국 원시적 충동을 약화시킨 결과에서 비롯된 것이고, 인류는 그로 인하여 충일한 힘을 잃어버렸고, 결국에는 허약하고 하잘것없는 인간 동물로 격하되어 버리고 만 것이다. 반면에 동물들은 그 때묻지 않은 몰(沒) 문화성으로 해서 거의 대지의 주인처럼 당당하게까지 보이게 된 것이다. 

(p287) 

​  우리가 승화작용의 궁극으로서 '神的인 것'을 생각하게 되는 것도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하겠다. 왜냐하면 그 말은 우리에게 있어 항시 가장 친근한 것인 동시에 가장 초월적인 것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가장 지상적인 것을 위해 생겨난 개념으로서, 이미 그것은 극도로 특수한 것처럼 들리긴 하지만 사실은 우리에게 가장 생생한 자아 극복의 자기 표출인 것이다.

  즉 승화작용에서 생겨나는 힘은 우리들의 충동 의지의 기반에 직접 관계되는 것으로서, 우리들이 의식하든 못 하든 간에 충동의 원천이 강하면 강할수록 승화작용 역시 왕성해지는 것이다.

 

 

 

 

 

 

§

팜므파탈이나 페미니스트로 강조되는 루 살로메의 이미지와 달리 전체적으로 종교성이 강한 책이었다. 표제작인 루 살로메의 중편 소설 <선택된 자들의 소망>은 신앙과 인간의 고뇌가 얽힌 비극성을 다룬 그 시대 소설들 중 헤르만 헤세와 유사하다. 불교에 대한 진지한 관심이 곁들여지는 것까지. 헤세의 <황야의 이리>나 <수레바퀴 아래서> 같은 느낌이었다.

고답적 문체에 지루하다 싶어 곰곰이 생각해보니 벌써 100년도 넘은 글이었다.

 

릴케 편에선 정신의 원숭이, 정신의 원숭이....라 말하는 릴케의 말이 귓가를 상당히 오래 맴돈다.

 

살로메의 글을 읽으면 말년의 니체는 미친 게 아니었다. 오히려 정신병원에서 그의 정신 승리를 이뤄냈다는 지젝의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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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6-09-06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뚝딱 훌륭한 리뷰가 어찌 가능한지.... 우연찮게 근래 읽으신 건가요?

AgalmA 2016-09-06 19:45   좋아요 0 | URL
알라딘 오기 전에 리뷰처럼 쓴 메모가 상당히 많은데, 옮긴 정도^^; 다시 읽고 쓰긴 시간상 번거로워서 그게 좀 애석합니다. 그건 다른 분이 또 해 주시리라. 제 역할은 이 정도로.

북다이제스터 2016-09-06 19:52   좋아요 0 | URL
미에 우리 영혼을 부여한다는 말씀에 크게 공감합니다. 근데, 그게 인간의 큰 약점이 될 수 있다는 걸 근래 읽은 책으로 첨 알고 절감하고 있습니다.

2016-09-06 1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6-09-07 01:52   좋아요 0 | URL
에코가 <미의 역사>와 <추의 역사>를 각각 쓴 의미가 그래서죠. 우리는 미에 대단한 가치를 부여하지만 관습과 학습에 의한 편향성도 많죠.
추의 미학에 대해 쓴 글도 있는데 이것도 또 올려야 하나...아아, 역시 서재는 뜸하게 와야....

2016-09-06 1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06 2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06 2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9-07 08: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예출판사 판본은 루 살로메의 소설에 대한 해설이 잘 정리되어 있어요. 역자는 소설이 헤세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와 비견되는 작품으로 설명했어요. 소설 주인공의 아버지가 종교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면서 뭉크의 아버지가 떠올리기도 했어요. 뭉크가 어린 시절을 회상하기를, 신앙심을 갖지 않는 삶에 대해서 아버지와 심각한 언쟁을 했다고 합니다.

AgalmA 2016-09-08 23:35   좋아요 1 | URL
역시 헤세를 떠올리게 되는 소설인 건 맞나 보네요. 네, 뭉크 그 일화는 고흐가 목사되려고 했다가 좌절한 일화와도 겹치고....세상 참 실타래 같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