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읽은 책 중 김은성 『내 어머니 이야기』만큼 많이 울었고, 읽는 내내 많이 괴로웠다. 한국 정치판은 툭 하면 그를 끌고 나오는 터라 계속 진행형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스킨 인 더 게임』에서 자신의 가장 중요한 걸 걸지 않고 무언가 하는 사람들을 믿지 말라고 했다. 책임지지 않는 사람은 어떤 자리에도 두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책임정치노무현은 그렇게 했다. 20년 넘게 굳이 자신이 하지 않아도 될 일에도 사람사는 세상을 위해.자신이 벌인 일도 아닌 지역 분열주의와 정치 기회주의(삼당 합당이 치명적)를 해결하기 위해 평생... 생각해보면 한 개인이 전 인생을 걸고 이렇게까지 노력한 건 너무한 일이었다. 거기 휘말려 들어간 가족부터 많은 사람들에 대한 죄책감은 또 얼마나 컸던가. 그의 소탈한 성격에 맞지 않는 더러운 정치판에서 내내 고통받았지.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제자리. 아니, 그의 목숨까지 바쳐야 했다. 90년 대부터 시작된 조선일보와의 싸움에 대해 ˝내가 싸움을 건 것은 아니다. 다만 피하지 않았을 뿐이다.˝라고 한 그의 말은 그의 대쪽 같은 성격을 잘 보여주는 말 중 하나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면서도 책임지지 않는 언론을 비판하고 대결했지만 결국... 언론을 규제할 수 없었던 한계, 검찰 개혁 실패는 너무도 뼈아픈 칼날이 되어 그에게 날아갔다.그의 이상과 비전은 이 사회에서 도통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치인으로는 실패했지만 시민으로서는 성공하려 끝까지 노력하려는 그조차도 가만 놔두지 않던 그들. 그렇게까지 미워할 이유가 대체 뭐야! 멸시와 시기로 그렇게까지 했다는 걸 난 아직도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사람이 너무 너무 싫어지기 때문에. 진보, 정의... 그런 대의에서 자신의 실패가 모두의 실패가 되어서는 안 되기에 자신을 버리라고 말한 당신은 참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이 시대를 만나 희생되어 참 아까운 사람이었다.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데 오히려 당신은 너무 많은 걸 책임지려 했다.지켜주지 못해서 알아봐 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이 분노, 잊지 않겠습니다.유시민은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를 아름다운 꿈을 이루려 했던 ‘청년의 죽음‘이라 했다. 유시민 정리와 문성근 낭독은 한 마디 한 마디 이루 다 말하지 못하는 설움과 깊음으로 절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