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이 모든 것을 바꾼다 - 무일푼에서 연 매출 100억 신화를 이룬 청년 이인규의 특별한 선택
이인규 지음 / 레드베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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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딴 길로 샜더니 딴 세상에 보였다!

청년사업가의 자서전인 이 책은 전반적으로 쉽게 술술 읽힌다.

어린시절로부터 청소년기까지 이어지는 성장의 기록, 그리고 여러가지 사건과 사고를 겪으며 험난한 세파 속에서 어떻게 나의 존재의 가치를 증명할지를 고민하는 연단의 기록이 담겼다.

 

'선택'이라는 단어는 참 많은 힘을 가졌다. 우리가 머리와 입 그리고 가슴 속에 지닌 많은 단어 중에서 몇 개 안 되는, 마법같은 단어가 아닐까 싶다.

예전에는 이 단어를 선물의 포장지라고 생각했다. 길의 이정표쯤 되는 단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고 나침반 같다고 느끼기도 했었다.

요즘에는 선택이라는 말과 의지라는 말이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선택은 결코 수동적일수 없는 단어다. 반드시 움직임을 동반하는 단어이고 변화의 씨앗이다. 이 단어의 무게 그리고 이 단어가 품고 있는 무한의 세계 앞에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의지'를 가지지 않으면 안 된다. 선택이 가져온 결과가 만족스럽든 만족스럽지 않든 뭐가 어찌되었든 그 길은 나의 길이다. 내가 만들었으니까. 선택이 연 길이 내가 갈 수 있는 또한 가야만 하는 길이라면 '선택'의 순간에는 언제나 신발 밑창에 '의지'를 넉넉히 깔아두어야 한다. 언제라도 어디라도 갈 수 있게.

 

이 책은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일러주지만, 선택에 반드시 동반되어야 하는 의지에 대해서도 단단히 일러둔다.

저자는 특히 젊은이들 (20대가 타겟인 듯)을 콕 집어서 말을 건다.

언제라도 절망하지 말고, 항상 공부하고 의지를 잃지 말라고.

단순히 글자로만 전달하지 않고, 저자가 그간 걸어온 도전과 사업의 경험들을 세세히 풀어가며 힘을 북돋는다.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좋은 모범이 될 책이고 어떤 길로 가야할지 전혀 감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길도 있다'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는 책이다.

 

힘들지 않은 인생은 없다.

사람이란 태어나는 순간부터 생에 대한 무게를 지고 자기를 있게한 존재들에 대해 서로 책임을 다해야 한다. 당연히 고달프고 힘이 들 수밖에.

하지만 요즘 나는 힘이 든 것과 괴로운 것은 조금 다른 것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근의 나는 힘은 들지만 괴롭지는 않으니까. 오히려 힘이 들지만 행복하다는 쪽이니까.

선택이 모든 것을 바꾼다는, 도전적이고 능동적인 정말 의지가 꽉 차 있는 제목을 가진 이 책을 읽는 사람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힘은 들고 때로 몸도 마음도 지칠 때가 있지만 그래도 괴롭지 않기를.

사람에게는 어떤 상황에서도 '선택'이라는 마법 같은 가능성이 남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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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는 생물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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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다시 태어나면 다시 여자? 아님 남자?

 

 

30대에 들어선 이후 나는 가끔 혼자 이 물음을 던져 봤다.

 

20대였을 때는 '여자라서 행복해요'라는 어느 전자제품의 카피가 대유행을 했다. 나는 그 카피도, 그 카피를 읖조리는 여성 모델도 너무 좋아했다. 그래서 그때는 '여자라서 행복한건가' 라고 아주 막연하게 생각했다.

 

30대에 들어와 생각이 많아지다 보니 20대와는 당연히 여러가지가 달라졌다.

 

40대에는 더 달라지겠지, 라고 혼자 결론을 짓고 저 물음에 답은 내리지 못했다.

 

 

그런데 마스다 미리라는 문제적 언니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무릎을 쳤다.

 

! 나는 여자로 태어날 것이냐 남자로 태어날 것이냐를 고민하던 게 아니었구나.

 

나는 그냥 다시 새로운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에 고단함과 거부감을 느낀 것이었구나.

 

 

아주 쉽고도 간단히 답을 내린 이 언니는 40

 

아주 어렵고 복잡하게 답을 회피한 나는 30

 

이것이 연륜이란 말인가

 

 

그간 마스다 미리는 여러 에세이를 냈지만 그 중에 나에게 가장 의미도 있고 재미까지 있는데다 위로마저 주었던 책을 고르라면 단연 이 책이다. [여자라는 생물]

 

 

'여자'라고 분류되는 생물에 대한 이야기. 여성이며 여자이고 생물인 존재로서 이 존재의 공통분모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마스다 미리라는 한 개인의 이야기인 이 책은 첫 페이지부터 나를 빵 터지게 했다  

 

 

가끔... 아니 솔직히 자주 화가 났다.

 

'우정'이라는 순결한 정서적 교감이 남자들의 전유물인 것처럼 취급하는 미디어도, 주변의 이야기도 짜증이 났다.

 

여자에게 우정은 있는가? 바보냐, 당연히 있지.

 

첫 장 부터, 얼음 띄운 한 여름의 사이다를 끼얹는 이 책은 책장을 넘길 때마다 유쾌한 웃음을 참을 수 없게 만든다. 웃다가 때로는 고개를 끄덕였다가, '맞아 나도 이랬는데....'하며 저자의 부끄러움을 전이 받아 손가락을 배배 꼬았다가.

 

 

여성이라는 성(섹스)으로 시작한 이야기들은 도란도란 가정에서 사회에서 여자로 성장하고 살아가면서 겪는 여자 사람의 기분과 생각으로 이어진다. 젊음을 자랑했던 어린 날과 젊음이 부럽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는 지금의 나날이 교차하고 여자로서의 멋도 좋지만 그냥 인간으로서의 멋을 더 인정받고 싶은 속내를 담백하게 그려진다.

 

이 책이 정말 유쾌하면서도 격려가 되는 이유는 이야기의 마지막을 여성도 여자도 아닌 그냥 사람, 그냥 한 존재로서 마감하기 때문이다. 여성으로서, 여자로서 40년 이상을 이렇게 살아왔지만 뭐가 어쨌든 나는 그냥 열심히 살아온 사람이니까, 그냥 나니까. 이런 마음이 소박한 그림 사이사이 진솔한 문장 사이사이에 실려 있다. 책 제목이 그러하듯 시작은 '여자'여도 끝은 어찌됐건 '생물'에 충실하다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마스다 미리가 좋다.

 

뭐 대단한 사회적 성공이나 업적보다도, 사람의 마음을 읽어주는 이런 책들이 좋다.

 

40대가 되면, 다시 이 문제적 언니의 책들을 읽고 웃고 공감하고 위로 받으면 좋겠다.

 

50대가 되도, 그래서 이 언니는 계속 에세이를 그리고 써주길. 그래서 여성으로 여자로 생물로 살아가는 시간들을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

 

 

    

"힘이 장사네요."
칭찬받았다고 생각,
"네, 저 장사예요!"
장난스럽게 브이.
그런데 나중에 술자리에서 그 남자는 웃으면서 이렇게 조언해주었다.
"그럴 때는 못 든다고 하는 편이 여자로서 더 점수가 올라가요."
음, 알고 있다. 너무 잘 알고 있다. 친구가 그런 유의 패턴을 악용하는 것을 몇 번이나 목격했고, 나도 그녀들에게 목격됐을 터. 할 수 있는 일도 못 한다고 해보는 것이 인간. 아무리 정교해도 로봇들은 알 리가 없다.
나는 그때, 가볍게 내기를 했었다. 못 해요, 못 들겠어요, 해주세요,라고 하지 않는 나를 "멋지네"하고 생각해주는 남자였으면 좋겠다고, 아주 조금 기대했다.
93-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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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의 기술 - 트럼프는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 The Art of the Deal 한국어판
도널드 트럼프 지음, 이재호 옮김 / 살림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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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들어 천재에 대한 생각이 좀 바뀌었다.

 

그 전에 내가 생각하는 천재라는 사람들은 어떤 기술이 대단히 뛰어나다거나 여러가지 면에서 머리 회전이 비상하게 빠르다거나 뭐 그런 특별한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어떤 계기는 따로 없었지만 천재란 자기 자신을 뼛속까지 잘 아는 사람이라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특히 자신이 어떤 재능이 있는지를 알고 그걸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 있는 사람. 바로 도널드 트럼프 같은 사람이 천재다.

    

 

십년 전 쯤에 티비쇼에서 넉살 좋게 생긴 아저씨와 그와는 닮은 듯 안 닮은 듯한 금발미녀인 딸래미가 함께 나오는걸 본적이 있다. 이름이 너무 특이해서 잠깐 봤는데도 인상에 오래 남았던 그 아저씨가 도널드 트럼프였다. 티비쇼에서 보여주는 그의 능력에 감동했다기 보단 딸이 너무 예뻐서, 부인이 엄청 미인인가 보네 감탄했던 기억만 있다. 나는 부동산에도 건축에도 관심이 없거니와 특히 그게 미국시장의 일이면 더더욱 관심이 없어서 도널드 트럼프라는 사람은 그때 잠깐 티비에서 봤던 부자 아저씨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미국 대선에 출마했다는 소식을 듣고난 직후에는 돈이 저 정도로 많으면 도전해볼만 하지, 이렇게 코웃음 쳤다.

     

 

최근에는 그가 세계의 미디어를 하루에도 열두번씩 들었다놨다 하는 걸 보고 감탄하는 중이다.

 

여러가지 의미로 대단한 사람이다. 자신이 뭘 할 수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고 그걸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을 즐기는 그는 정말 타고난 선수다. 거래의 선수.

 

지금 그는 미국 대중에게 사이다를 주고 그 대가로 표심을 얻고 있다. 아마 어디까지 뭘 어떻게 해야 자신이 원하는 걸 얻게 될지 이미 머릿속에 계산이 다 있겠지. 대중과 거래를 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 미디어와 거래를 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 암튼 도널드 트럼프의 등장으로 선거의 패러다임이 바뀐 건 사실이다. 더이상 선거는 정치가 아니다. 트럼프의 난입으로 선거는 쇼가 되었다.

    

 

그가 지금 저지르고 있는 일에 대해 박수를 보내야 할지 비난을 보내야 할지 솔직히 나는 모르겠다. 데미안을 대하는 심정이랄까.

 

분명 도널드 트럼프라는 인물이 벌이는 일에는 양도 있고 음도 있다. 어떤 면에서 그는 매우 선구적이지만 어떤 면에서 그는 악마다. 하지만 철저히 자본주의의 관점(윤리의 문제는 다른 차원이므로 배제)에서 보자면 흠잡을 데가 없다. 거침없는 발언만 가지고 보면 철없는 늙은이 정도로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그는 대단히 영민한 사업가이고 돈이 본능적으로 붙는 사람인데다 누구보다 냉철하고 때로는 씨니컬한 현실주의자다.

 

      

그런 트럼프의 일면을 보여주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쓰고 1987년에 출간한 [거래의 기술[ 책의 나이와 내 나이가 비슷하지만 그렇게 오래된 책 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책 두께가 꽤 있는데도 지루하지도 않다. 그의 거침없는 성격처럼 책의 내용도 거침없이 진행되니까.

 

     

나는 항상 많은 현대미술이 사기라고 느껴왔다. 또 가장 성공한 화가는 예술가이기에 앞서 남보다 뛰어난 세일즈맨이거나 판촉 요원이라고 믿어왔다. 나는 가끔 그림 수집가들이 내 친구가 그날 오후에 그의 화실에서 한 행동을 봤다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그런 사실이 밝혀지면 그의 그림 값은 더 치솟을지 모른다. 그만큼 예술의 세계란 우스꽝스러운 것이다

57-58

 

     

땅을 살 생각이 있으면 주변에 사는 사람들에게 학교는 어떤지, 도둑은 없는지, 장보러 다니기는 편리한지 물어본다. 내가 사는 지방이 아닐 경우에는 택시를 잡아탄 뒤 운전사들에게 질문을 하기도 한다. 묻고 묻고 또 물어서 의문을 해결한 뒤에야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77

     

 

쓸 만한 가치가 있으면 돈을 써야 한다. 그러나 적정 규모 이상으로 낭비해서는 안 된다. 저소득층의 주택을 지을 때 내가 고려한 주안점은 건물을 빨리 짓되 임대가 가능하도록 경비를 적게 들이는 방법이었다. 그때부터 일을 벌일 때는 경비를 생각하게 됐고, 결코 돈을 뿌리는 일은 없었다 

87 쪽

 

 

이 책은 어디까지나 도널드 트럼프의 일면을 보여줄 뿐,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이 책이 도널드 트럼프라는 인물의 면면을 어느 정도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건 사실이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도널드 트럼프를 알기 위해 이 책을 읽은 건 아니다. 나는 그가 어떤 사람인가가 궁금했다기 보다, 나와 그의 어떤 점이 다를까가 궁금했다.

 

나는 사업가도 아니고 돈도 없고 성별도 나이도 문화도 그와는 정말 다르다. 하지만 이런 외형 혹은 물리적인 스펙 외에 다른 점은 어떨지가 궁금했다. 그가 그의 인생을 경영해 가는 면면과 습관만큼은 나와 얼마나 다를지 혹은 같을지가 알고 싶었다.

 

그래서 의문에 대한 답을 풀었는냐고?

 

나는 아직도 나를 잘 모르겠다. 내가 천재가 아닌 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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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내 말을 오해하는 걸까?
야마구치 아키오 지음, 오민혜 옮김 / 알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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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피라미드 화법 ' 그게 이 책의 주제이고 전부다.

 

시간이 곧 돈이라서 문장의 경제성이 필수적인 '뉴스'의 화법을 업무와 일상의 영역으로 끌고 왔다.

뉴스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그래서 반드시 있어야 하는 내용만 넣고 중요도가 떨어지는 내용은 모두 잘라버린다. 그러면서도 시청자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저자는 가장 중요한 것을 가장 먼저 이야기해서 듣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일어나는 오해와 억측과 기타 여러가지 불통의 상황들을 미연에 방지한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굉장히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면서 독자들이 보다 효율적인 화법을 익힐 수 있도록 배려한 부분은 참 좋다. 다만 그 사례들이 일본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라서 친밀함도 적고 이해도 쉽게 되지 않는 점이 있다.

 

 

 

책을 다 읽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귀여운 아이콘과 일러스트를 적극 활용한데다 내용도 어렵지 않아서 한 두시간 정도 후후룩~ 읽게 된다.

 

다 읽고 나서 다시 책의 앞뒤표지와 날개를 살펴보자니..... 책 겉면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넣어 놨다는 느낌이 든다. 왜냐면 책 겉면에 써 놓은 이야기와 본문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 큰 차이가 없는 듯 보여서. 특히 책 뒤로 갈수록 꼭지 타이틀과 소제목들을 솔깃한데 정작 읽어보면 밍숭맹숭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근데 이건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걸수도 있다.

 

나처럼, 전달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사실이 제일 먼저 입에서 나가는 타입들은 이 책이 별로 흥미롭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오해를 줄이고 대화 시간도 줄이고 싶어서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이 책은 충분히 유익하고 흥미롭겠다. 평소에 '네가 하는 말을 잘 못 알아 듣겠다' 라든지 '그럼 그걸 먼저 말해줬어야지!' 라는 핀잔 때문에 힘들었던 사람이라면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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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의 상인들 - 프란치스코 교황 vs 부패한 바티칸
잔루이지 누치 지음, 소하영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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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귀 새끼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한 예수는 백성들의 환호를 받았다. 호산나 찬송하리로다! 백성들은 열렬하게 예수를 반겼다.

그러나 성전은 그에게 냉랭했다. 예수가 예루살렘 성전 안에서 번제물을 매매하는 자들의 상을 뒤엎었을 때, 냉랭함은 살기로 바뀌었다.

예수는 '여기는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라 너희는 강도의 굴혈을 만들었다!'고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에게 호통쳤다. 그래서 그들은 예수를 죽이기로 꾀하게 되었다. (11:15~18)

 

프란치스코 교황은 벌써 3년째 바티칸 개혁에 매진하고 있다.

바티칸시국에 어울리는 표현이 종교성지에서 종교상권으로 바뀐 건 최근의 일이 아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임기 내내 강도의 굴혈이 된 바티칸을 고쳐보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성범죄라든지 도덕성이라든지 다양한 부분에서 문제가 만연해 있지만 [성전의 상인들]이 주목한 것은 재정문제다. 바티칸 은행과 베드로 성금 등 바티칸으로 흘러들어온 돈이 어떻게 바티칸을 무너뜨리고 있는지 집중했다.

 

저자는 기밀문서와 녹취록 등 내밀한 증거자료들을 총동원하여 이 책에 담았다. '종교'라는 아이템으로 바티칸이 얼마나 철저하게 장사를 해 왔는지를 까발린다. 이런 책이 나올 수 있는 가장 커다란 요인은 바로 현 교황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다. 현 교황의 급진적이고 적극적인 개혁 의지는 바티칸 내부의 자세한 비리들이 이렇게 책으로 출간되게 할 정도다. 그래서 저자는 바티칸 교황청의 비리는 철저하게 공격적으로 기술하면서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정책과 활동은 교황청과 구분한다. 이 책에서 개혁파 교황과 반개혁파 교황청은 서로 패를 갈라 암투를 벌이고 있다.

 

책을 끝내며 저자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은 말로 마무리를 짓는다.

과연 교황은 개혁을 달성할 수 있을까.........

 

가난한 사람을 구제하기 위하여 만든 성금이 오히려 바티칸의 마이너스 재정을 메꾸는 데 사용된다는 부분을 읽으며, 종교 집단이란 어디라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종교 집단에 회의적인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현실이 그러하니까.

 

예수님은 보물을 하늘에 쌓아두라고 하셨는데 왜 역대 교황들은 그리도 화려한 의복과 아파트와 고급 세단을 누리며 살았을까?

바울조차 돈은 일만 악의 뿌리라고, 이것을 사모하면 근심으로 자기를 찌른다고 경고했는데 왜 이런 가르침에 민감하고 예민하게 믿음을 증명하는 기독교인들이 그리도 적을까?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생각할수록 간디는 참 옳은 말을 남겼다.

'나는 예수를 좋아한다. 하지만 기독교인은 싫어한다. 그들은 예수를 닮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례들을 계속 얘기했다간 여러분들을 너무 걱정스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이쯤에서 끝내겠습니다. 형제들이여, 우리는 교회의 선을 위해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제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을 때 알고 지내던 나이 많은 소교구 사제 한 명이 있습니다. 그 분은 돈 문제에 관해서는 지극히 현명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분은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돈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신자들의 보이지 않는 영혼을 돌볼 수 있겠습니까?"
38쪽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 중에서

사실상 지금까지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모금된 돈은 검은 구멍으로 줄줄 새고 있다. 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는 절대적인 비밀이며 단지 얼마큼의 돈이 들어왔는지에 대한 항목만 존재한다. 그럼으로써 공식적인 재무 회계 보고서가 갖춰야 할 요건을 살짝 피해 간다.
‘상부 지시’라 함은 다시 말해 국무원장이나 전임 교황의 결정이라는 말이다. 왜 그렇게 모든 것을 숨기려는 걸까? 그 돈이 대체 무슨 일에 사용되었을까?
104쪽

지금까지 프란치스코가 교황으로 선출된 이후 관성과 스캔들, 절도, 부정, 불투명한 이해관계로 혼란스러운 교황청의 모습을 살펴봤다. 교황청의 무책임함 때문에 베네딕토 16세는 사임했고, 교회는 다수의 신앙인을 잃었다. 이를 바꾸기 위해 프란치스코는 유능한 인재들을 버티칸에 투입했고, 외부의 전문가들을 고용해 수백만 유로를 지출하며 교황청의 회계를 조사하게 했다. 이는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 이렇게 해야만 냉전시대에 뿌리를 두고 수십년 동안 몸집을 키워온 구세력의 중심을 해체할 수 있다. 또한 종교적 소명과 신자들 등에서 만성적인 위기를 겪고 있는 교회가 완전한 신뢰와 미래를 되찾을 수 있다.
3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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