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콘서트 : 핵, 과학이 만든 괴물 - 지식의 신세계로 떠나는 오싹한 호기심 여행 잡학 콘서트 시리즈 1
공공인문학포럼 지음 / 스타북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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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유세 때부터 고립주의를 표방했던 트럼프가 결국 미국대통령으로 당선된 지금, 한국은 그야말로 앞이 보이지 않는 모래폭풍 속에 갇힌 느낌이다.

이전의 그 어떤 대통령과도 판이하게 다른 트럼프라는 새로운 인물이 세계 패권을 쥐게 된 상황에, 있는 눈치 없는 눈치 죄다 발휘해가며 앞날을 모색해도 모자랄 판에.

바지대통령에 열받은 국민들은 추위도 막지 못한 뜨거운 촛불을 들고 청와대 앞으로 달려가고 대통령은 죽어도 자기자리 못 내놓겠다며 배째라로 일관.

상심한 국민들이 지갑을 닫고, 이름 밖에 없는 대통령은 그나마 있는 이름이라도 지키려 안간힘을 쓰고 계시느라 나라 일은 뒷전(이라고 썼지만, 이 분은 아마 취임 이후에 내내 나라 살림에는 뒷전이셨을 거라고 추측된다) . 이러니 덩달아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외교 역시 모두 일시정지 상태일 수밖에 없다.

국제관계가 급변하는 이 마당에 외교까지 마비상태니 한국이란 나라가 국제사회에서 그나마도 차지하고 있던 자리에서 밀려나게 되는 거 아닐까, 걱정이 들던 차에오늘 아침에 한 기사를 읽었다.

한국이 국제 외교에서 특히 대북외교와 안보 분야에서 소외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우려가 현실이 되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정치니 외교니 아무것도 모르는 내 눈에도 나라 앞날이 이렇게 막막한데....... 어찌 할까나.

이런 싱숭생숭한 마음을 전혀 위로해 주지 않는, 희망이라곤 절대 주지 않는 책 한권을 읽었다.

 

잡학콘서트라는 제목 뒤에 ''이라는 주제를 품은 이 책은 핵의 탄생을 시작으로 현재 국제사회에서 핵의 영향력, 핵 보유국과 그들의 관계 등에 대해 정리한 핵의 상식사전 같은 책이다.

이상하게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공공연하게 핵실험을 하는 북한을 정수리에 두고 살면서도 핵에 그다지 큰 관심도, 두려움도 없다. 나는 이게 우리가 핵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잠시 외국에 지낼 때가 있었는데, 언젠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해서 세계가 북한 미사일 뉴스로 뒤숭숭했었다. 하필 그때 한국으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던 나에게 옆집 사람들은 진심으로 걱정을 해주었다. '지금 한국에 꼭 들어가야하니? 전쟁이 날 것 같아. 너무 위험해. 무섭지 않니? ' 나는 정말 무섭지가 않았다. '괜찮어. 북한이 뭐 하루이틀 저랬나? 늘 그러는 애들이야.' 용감한 건지 무식한 건지, 그때 나는 정말 저렇게 대답했다.

 

그때 이후로 나는 국제사회가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까지는 몰라도, 적어도 같은 땅을 함께 쓰고 있는 북한에 대해서만큼은 최소한이라도 알고 지내려고 노력했다. 우리나라의 시선이 아닌, 외국인들의 시선에서 북한이 얼마나 위협적이고 (예측이 안되기 때문에 더더욱) 무서운 존재인지를 경험하고 나서였기 때문인 듯하다.

 

북한을 이해하려면 핵을 이해해야 한다. 적어도 지금 내가 알고 있는 범위에서는 그렇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참 반갑고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의 저자인 공공인문학포럼의 목소리대로 우리나라에는 대중이 핵과 핵문제, 핵이 불러온 관계들을 이해하게 해주는 변변한 서적이나 매체가 적다. (없다고는 못하겠다. 나도 모든 책을 다 찾아본 건 아니니까) 이 책의 등장은 그렇기에 더 반갑다.

 

이 책은, 핵이 세상에 태어나던 그 때에 대한 설명으로부터 출발하여 현재의 핵보유국, 핵을 보유하려고 노력하는 나라들(특히 북한), 핵확산금지조약(NPT)의 등장 그리고 북한으로부터 비롯되는 서울의 핵 공격 가상 시나리오 등등으로 이어진다. 중간에 북한의 화학무기에 대한 꼭지는 굳이 넣지 않아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고 책 전체에 핵을 중심으로 파생되는 다양한 주제의 이모저모를 잘 담았다. 특히 핵이 얼마나 무서운 무기인지 충분히 설명하고 영화와 같은 대중문화에서 핵의 참혹한 실상을 감추고 있다는 부분으로 책을 마무리 지은 부분은 정말 좋았다.

 

핵이라는 가공할 무기는 이미 지구상에 너무 많고 너무 충동적이고 책임감없는 리더들이 핵무기의 조종대를 손에 쥐고 있다. 더 두려운 일은 IS와 같은 일당들이 실제로 핵무기를 손에 쥘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핵무기 암시장은 여전히 존재하니까. 당장 오늘밤에라도 지구 어딘선가 핵이 터져도 이상할 게 없는 현실. 본문 중에 인도는 평화 목적으로 핵실험을 하고 핵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하지만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지구상의 모든 핵은 반드시, 되도록 빨리 폐기되어야 한다. 핵을 빨리 폐기하지 않으면 정말 핵이 지구를 폐기해버릴 테니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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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섹시해지는 인문학 지도 - 막힘없는 상식을 위한 14개의 교양 노선도
뤼크 드 브라방데르.안 미콜라이자크 지음, 이세진 옮김 / 더퀘스트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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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섹녀니 뇌섹남이니, 이젠 뇌까지 섹시해야 하는 세상이구나.

몸도, 얼굴도 섹시하지 못하면 머리라도 섹시해야 된다는 어떤 강요 같아서 부담스러울 지경이다. 나아가 몸도, 얼굴도 그리고 머리까지 섹시해야 사람 취급 받는 세상이라는 걸 알려주는 지표 같아서 씁쓸하다. 셋 중에 하나도 힘든 사람은 어쩌라는 말? 그래도 몸이건 얼굴이건 섹시해지려면 돈이 많이 드는데 비해 뇌가 섹시해지는 데에 드는 비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나마 좀 다행이라 해야 하는가?

 (하지만 이건 단순히, 뇌가 섹시하다는 수준에 대한 내 기준이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일지 모른다. 어쩌면 보이지 않는 뇌가 섹시해지는 데에 드는 비용은 몸이나 얼굴처럼 눈에 보이는 것들을 섹시하게 만드는 것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드는 일일 수 있다. 내가 모를 뿐이겠지.)

 

'섹시'라는 단어에 사로 잡혀서 헛소리가 좀 길었는데. 이 책은 서양 철학사의 흐름과 계보를 지하철노선처럼 정리한, 참신한 시도를 했다. 두 명의 저자는 서울 지하도처럼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는 철학자들과 이론들을 열 네 개의 노선으로 정리했다. 하지만 이 책을 대학에서 교재로 쓰는 그런 서적으로 여기면 곤란하다. 이 책은 어디까지나 '막힘없는 상식을 위한 14개의 교양 노선도'다. 상식과 교양이라는 수준에 철학의 계보를 정리했단 뜻이다.

노선명은 꽤 재미나다. 철학, 심리학, 인식론, 윤리학 등등 일반적으로 쉽게 연상 가능한 노선명도 있지만 기술, 미래학, 유머 같이 꽤 흥미로운 노선명도 있다. 두 저자는 지식열차에 독자를 태우고 그들의 경의와 유머를 가듬 담은 14개 호선을 따라 수많은 역을 지난다.

  여기서 역은 철학자다. 플라톤, 마르크스, 헤겔, 데카르트 등 낯익은 역들도 많지만 프레게, 카너먼, 앵포뒥 같이 생소한 역들도 많다. 나의 경우에는 생소한 역이 매우 많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좀더 많은 철학자들과 그들의 이론에 대해 얕은 지식이라도 있었다면 이 책이 훨씬 재미있었으리라는 아쉬움에 내내 시달렸다. 저자들은 엄밀히 말하면 책에서 다루려는 영역 외의 인물인 공자나 채플린 등의 인물까지도 철학계보 전반에 대한 적절한 설명을 위하여 역에 포함시켰다. 노선명 즉 주제에 따라 철학자들을 배열했기에, 이 주제와 저 주제가 접점을 이루거나 혹은 한 철학자가 여러 주제에 정통한 경우가 있기에 지식열차에는 환승역이 꽤 여러군데가 있다.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데카르트, 베이컨 등은 많은 노선이 한 곳에서 만나는 유명한 환승역이고 러셀, 칸트, 헤겔 등의 환승역도 노선의 주요 위치에서 자주 만난다.

 

책 맨 뒤에 전체 노선도를 실어 두었는데, 여기서 두 저자가 이 책을 위하여 들인 노력이 정수를 보는 느낌이었다. 철학사를 이렇게 집대성해보겠다는 집념이 없었다면 이렇게 못했을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안타깝지만, 나는 뇌섹해지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내가 읽기에는 너무 어려운 책이었다. 적어도 이 책에 등장하는 절학자들이나 이론가, 인물들의 절반 이상은 알아야 책이 재미있게 읽힐 것이다. 책 뒤에 부록처럼 인명 설명꼭지를 실어두긴 했지만 이 책에 낯선 인물들이 하나하나 등장할 때마다 따로 찾아보면서 읽어나가는 건 좀 흥이 깬다.

언젠가 이 책을 흥미진진하게, 막힘없는 상식과 교양 속에서 행복해하며 읽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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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대문 : 사서 편 - 인생에서 꼭 마주치는 질문들에 대한 동양고전의 답 고전의 대궐 짓기 프로젝트 1
박재희 지음 / 김영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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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의 기본경전을 사서삼경이라고 이른다.

삼경은 시경, 서경, 주역을, 사서는 대학, 논어, 맹자, 중용을 말한다.

 

누군가에게 낫은 농사의 도구가 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저 녹슨 쇠붙이일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사람을 해하는 무기가 될 수 있듯이,

책도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답을 찾는 이에게는 답을 주고, 비결을 찾는 이에게는 비결을 주는 것.

아무리 고전이 좋다, 고전을 읽자.. 뭐 이러니 저러니 해도 목적와 용도를 정확히 인지하고 책을 펴는 자에게라야 책은 속내를 보여주는 법이다.

 

동양고전이든 서양철학서든 어쨌건 현재의 삶이 궁한 자가 답을 구하는 마음으로 혹은 비결에 절박한 심정으로 책을 편다면 답이든 비결이든 책도 응답한다.

<고전의 대문> 이 책도 그렇다.

 

올해 여러 고전 입문서와 철학서들을 읽어온 터라, 나는 좀 지쳐있었나보다.

고전의 대문이라고 지은 책 제목도, 인생에서 꼭 마주치는 질문들에 대한 답을 주겠다는 듯한 뉘앙스의 카피에도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간신히 책을 펴서 몇 글자 읽었지만 좀처럼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닫혀 있었던 내 마음의 대문을 연 것은 한 글자였다. ''

 

독서에 흥이 떨어진지 오래였던 나에게 다시 흥을 채워준 건, 저 마법의 한 글자였다.

그래, 뭐든지 흥이 나야 잘 되고 오래 한다.

 

이 책은 대학, 논어, 맹자, 중용의 사서 고전을 해설한다. 각 고전에 수록된 내용을 해설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이 책들이 지어진 배경과 저자의 일대기까지 설명하여 독자로 하여금 각 고전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대문을 활짝 열어준다. 그러면서 서양 학자의 책이나 견해들까지 곁들여 재미를 더한다.

 

이 책을 시작하는 도입부에서 저자는 ''의 혁명이 일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흥은 하늘이 부여한 덕이며 인간에게 내재된 성이라고,

'자본주의에서 자본은 한계가 있는 자원이지만 흥본주의 사회에서 흥은 한계가 없는 자원'이기에 흥을 통한 개인의 혁명, 우리 사회 전체의 나아가 세계의 혁명을 이야기한다.

서문에서 이토록 강조한 흥을 독자에게 불어넣기 위해 저자는 파격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해설을 통해 독자의 마음을 움직인다.

종교서와 같은 느낌까지 주는 대학, 논어, 맹자, 중용은 내가 지금껏 읽어왔던 사서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저자의 해설 속에서 사서는, 그 옛날 머리에 상투 튼 선비들이 엉덩이에 종기가 나도록 앉아서 읽었던 케케묵은 책이 아니라 혼란했던 세상 속에서 빛을 구했던 선진들의 전언으로 부활한다.

 

고전은 잠시 유행하였다 사라지는 베스트셀러와는 다릅니다. 베스트셀러는 트렌드를 반영하여 그 시기가 지나면 바로 잊혀지지만 고전은 지속적인 생명력을 갖습니다. 이것이 요즘처럼 지속 가능 경영, 지속 가능 기업, 지속적인 건강, 지속적인 승리, 이런 것들을 원하는 시대에 고전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고전에는 지속적으로 무언가를 하기 위한 아주 중요한, 보편적인 진리가 담겨 있습니다.

본문 77

 

인간은 바닥을 쳐야 자기 르네상스를 이룰 수 있습니다. 안락과 평화 속에서는 아무런 변화도 이룰 수 없습니다. ‘궁즉변窮卽變’, 주역에 나오는 말입니다. 부서지고 망가지고 궁해져야 변합니다. 저는 공자의 이말이 참 좋습니다. ‘힘들고 어렵다. 하지만 이것은 나를 더욱더 단단하게 해주려고 하는 전환점이다.’ 공자는 태산에 올라가서 그동안 못 봤던 그 천하를 보았습니다. 노나라 궁정에서 안주하며 로컬 지식인으로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다가 유랑을 통해 태산에 올라가는 순간 자기 인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지식인으로 부활하였던 것입니다. <장자>에는 시각과 관점의 높이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말해주는 많은 구절이 있습니다. ‘우물 안의 개구리는 우물 안에서 바라본 하늘이 모두라고 생각하여 더 큰 하늘을 보지 못하고, 여름에만 살다 가는 벌레는 자신이 사는 여름이란 시간에 갇혀 겨울과 얼음이라는 계절과 물질을 상상하지 못하고, 시골 동네 지식인은 자신이 가진 지식의 그물에 걸려 더 큰 지식과 만나지 못한다.’ 엘빈 토플러가 <부의 미래>에서 강조한 일명 시간, 공간, 지식, 기반의 그물입니다. 앞으로 다가올 부의 혁명의 시대에 수혜자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시간의 속도와 공간, 지식의 기반을 부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본문 82

 

무엇을 구하며 책을 읽는가에 따라, 책은 모습을 바꾼다.

저자가 서문에서 나에게 ''을 던지지 않았다면 아마 나는 이 책을 이제껏 읽어왔던 다른 동양고전서와 별 다름없는 책으로 읽어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흥의 전구를 켠 덕에 나는 고전의 문 하나 하나를 다시 열어 내 안의 흥을 완전히 깨울 선진들의 흥을 찾으며 책을 읽었다.

 

고전은 역시 재미있는 것이고 마음을 동하게 하는 것이며 때로 마음이 지칠 때 그것을 다시 일어나게 만드는 것이다.

고전을 읽으면서 느꼈던 고전에 대한 애정의 부활은 어쩌면 마중물이 되어 일상에 대한 (삶에 대한) 애정의 부활도 불러올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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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속도 - 산업혁명보다 10배 더 빠르고, 300배 더 크고, 3,000배 더 강하다!
리처드 돕스.제임스 매니카.조나단 워첼 지음, 고영태 옮김, 맥킨지 한국사무소 감수 / 청림출판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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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도라는 게 있다. 무엇이든 일단 탄력을 받기 시작하거나 혹은 시너지를 생성하는 어떤 요소들이 조합되면 '가속도'라는 바람이 분다.

 

이제까지의 경험대로라면 10년이 걸릴 것을, 이제까지의 모든 경험을 비웃듯 10달 만에 완성되어 버리고 마는 그런 일들이 있잖은가. 그걸 가능하게 하는 것이 가속도.

 

우리의 미래는 지금 우리에게 불어닥친 이 가속도에 의해 당겨지고 좁혀지고 떠밀려가는 듯하다.

 

 

 

얼마 전 <구글의 미래>를 읽었을 때는 미래를 바꾸려는 아니, 지금 우리의 삶을 바꾸려는 이 기술의 발전속도가 신기하고 놀랍고 재미있기만 했다.

 

어릴 때 보았던 백투더 퓨처 같은 영화에서의 삶이 조만간 나의 현실이 되겠다고 예측하는 일은 흥미롭기만 했따.

 

그런데 이 책은 좀 달랐다. 저자들은 미래의 파도에 휩쓸리는 게 아니라 미래의 파도를 타는 방법을 조언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했다.

 

책 서두에서 파도에 휩쓸려 갈 것이냐 아니면 파도를 탈 것이냐를 언급했기 때문일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다가올 미래가 좀 두렵다는 생각을 했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의 미래에 창궐할 가속도 때문이다.

 

 

 

파도는 또 다른 파도를 불러온다.

 

 

 

기술과 기술이 만나 더 빠르게 기술이 발전하고 시공간의 장벽을 초월한 인류의 만남이 더 활발할수록 인류의 소통은 무한해 질 것이다.

 

이 책에서 쓴 대로, 많은 연구소들의 분석 결과처럼 시간이 갈수록 발전과 변화의 속도는 점점 빨라질 것이다.

 

<미래의 속도>는 그 발전과 변화가 바람직한가 아닌가, 긍정적인가 아닌가에 대한 가치관을 다루는 책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지금 지구를 역동적으로 바꿔가는 변화의 갈래를 크게 4가지 요소로 나누어 각각의 원인과 결과를 세밀히 분석하고 나아가 이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조언할 뿐이다.

 

 

 

하지만 나는 이 책에서 분석한 내용과 조언을 바탕으로 내 삶의 전략을 어떻게 짤 것인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이 발전과 변화가 마냥 긍정적이고 바람직 하지만은 않다는 가치판단이 그런 전략 구상을 끊임없이 방해하더라.

 

일례로 저자들은 현재 지구촌의 성장동력이 기존의 전통적인 도시들에서 새로운 도시로 옮겨가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도시에서의 삶이 모든 면에서 편안하고 긍정적'인 듯 썼지만

 

나는 저 뉘앙스에 동의하지 못했다. 도시의 삶이란 얼마나 척박하고 잔인한 것인지, 그 음을 완전히 배제하고 쓴 내용 아닌가. (그런데 따지고 보면 요즘 사는 게 다 척박하고 힘들다.)

 

 

 

어쨌거나 이 책은 군데군데에서 현재 경영진들이 혹은 기업가들에게 앞으로의 전략을 이렇게 세워보라는 조언을 충실히 건넨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이 책은 나 같은 소시민에게 보다는 기업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독자들에게 더 유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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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이 사람을 따르는가 - 가만히 있어도 사람이 따르는 리더의 조건
나가마쓰 시게히사 지음, 김윤수 옮김 / 다산3.0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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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에 대한 고정적인 인식이 변했구나, 라고 느낀 건 최근에 본 어떤 영화때문이었다.

어느 조직을 이끌어가는 단 하나의 별, 우두머리, 독단과 근접한 카리스마, 조직의 권력과 결정권을 손에 쥔 유일한 인물.

뭐 이런 것들이 전통적인 '리더'의 이미지가 아니었나. 그런데 그런 리더의 이미지 그리고 리더에게 기대하는 역할이 사뭇 달라졌다.

 

가을에 개봉했던 스타트랙 비욘드는 사람들을 반하게 만드는 리더, 특히 오늘날 우리 시대에 먹히는 리더가 무엇인가를 잘 보여준다.

원작 시리즈에서 등장했던 캡틴 커크와 꽤 다른 21세기의 캡틴 커크, 이 두 리더는 그 자체로 과거의 리더와 현재의 리더가 어떻게 다른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원작의 캡틴 커크는 캡틴이라는 왕관을 쓰고 그 지휘봉을 아낌없이 내두르는 타입이라면 비욘드의 캡틴 커크는 팀원 각자의 전문 분야를 인정하고 그들의 영역은 아예 그들에게 맡겨 버리는, 이전의 리더보다는 조금 덜 권위적이면서 자유롭고 유연한 타입이다.

 

이런 새로운 리더형에 대해 주목한 건 나뿐만이 아니다.

일본에서 다양한 업종을 아우르는 기업을 운영하는 나가마쓰 시게히사는 우리의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리더의 모습을 정리해 책으로 냈다.

[왜 나는 이 사람을 따르는가]

 

권력이 주는 권위 위에 올라섰던 리더는 이제 옛 모델이 되었다.

지금의 리더들에게 권위는 권력의 산물이 아니다. 더이상 사람들은 권력이 주는 권위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권력의 부패가 얼마나 자연스러운 것인지 또 부패한 권력이라는 지붕 아래에서의 권위는 얼마나 악한 것인지 너무나 많이 겪었다.

이제 사람들은 권위가 있어서 리더를 신뢰하는 게 아니라, 신뢰를 얻은 리더에게서 권위를 본다. 더 정확히는, 사람들이 리더에게 보내는 신뢰가 그들의 권위가 된다.

 

신뢰 없는 리더가 어떻게 추락하는지, 201610월을 목도하는 한국인들보다 그것을 더 적나라하고 뼈저리게 아는 사람들은 없으리라고 감히 단언한다.

우리 시대가 필요로 하는 리더가 어떤 타입인지를 정확히 알지 못한 지도자의 모습은 측은할 정도다.

참으로 절묘하게도, [왜 나는 이 사람을 따르는가]는 오늘의 한국에 없는 결정적인 무엇을 짚어준다. 저자 나가마쓰 시게히사가 열거하는 리더의 모습들은 평범한 시민들이 바라는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사회에 결코 나타난 적 없는 그런 리더의 모습이라 마음이 쓰다.

 

실은 이 책을 읽은 건 순전히 리더로서의 내 모습을 반추하고 어떻게 나를 경영해나갈 건지 방향을 참고하려 했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전 세계에 얼굴을 들지못할 정도로 민망하고 창피한 사건을 겪는 탓으로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우리나라를, 사회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진정으로 존경할만한 정치인을 찾느니 차라리 사막에서 바늘 찾는 게 쉬우리라.

하지만 정치건 기업이건 뭐가 됐건 적어도 리더라면, 지도자라면! 사람을 모으는 구심점인 동시에 그들을 지켜줄 수 있는 울타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일본의 기업인이 쓴 [왜 나는 이 사람을 따르는가]는 리더라면 잊지 말아야 할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아주 쉽고 재미있게 정리했다. 책을 읽기 시작한 그 자리에서 단번에 끝까지 읽을 정도로 재미도 있고 유익하기도 했다. 아마 책장이 한장씩 넘어갈 때마다 나를 반성하고, 이 나라를 생각하게 만들었기에 더 그랬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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