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여인실록 - 시대가 만들어낸 빛과 어둠의 여인들
배성수 외 지음 / 온어롤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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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동의 원래 이름이 어을우동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처음 알았다. 더구나 그가 본래부터 기생이 아니라 남부러울 것 없는 가문의 규수였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조선은 과연 어떤 나라였을까? 조선시대에 관한 영화나 드라마를 보거나 책을 읽을 때마다 매번 내 머릿속에서 조선의 이미지가 바뀐다.

 

조선왕조여인실록은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는 조선시대의 여성들의 삶을 주목했다. 그들의 탄생과 성장기 그리고 커다란 변화를 겪는 격동기와 말년까지, 너무 유명해진 이름 뒤에 감춰진 그들의 진짜 삶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어우동, 신사임당, 황진이, 허난설헌, 김개시, 김만덕

이들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방송프로그램 역사 저널 그날과 같은 재미를 기대했지만,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재미는 그에 못 미친다. 글감이나 내용 자체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라, 원고를 좀더 많이 다듬고 책을 출간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으로 출간할만한 원고가 아니라 블로그에 올리면 적합할 구성과 흐름이라 읽는 내내 아쉬움이 많았다. 교정이라도 꼼꼼히 보면 좋았을 것을.....

 

하지만 유명세에 감춰진 조선 여인들의 숙명적 한계와 풀리지 않은 위문들을 풀어낸 내용은 좋았다. 더구나 책 뒤에 조선왕조에서 이름 좀 날려본 여성들을 모조리 실어둔 점은 이 책을 좀더 오래 붙잡고 읽게 만들었다.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역사책을 찾는 사람들, 혹은 한반도를 살아간 여성들의 구체적인 삶이 궁금한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읽기 편한 역사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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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데 정답이 어딨어 - 그때그때 나를 일으켜 세운 문장들 39
대니얼 클라인 지음, 김현철 옮김 / 더퀘스트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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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무릎을 탁 쳤다! 그래, 사는 데 정답이 어딨어!

 

이 책의 제목을 여러번 혼자 되씹어 보았다. 그래, 사는 데 정답이 어디있나....

 

최근에 유난히 그랬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 나의 예상과 기대에 어긋나 전혀 다른 방향으로 향하는 사건들 사이에서 마음이 조급해지고 몸이 지쳤다. 어차피 정답이란 없는 것을, 그때 그때 다만 나 스스로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작은 힘이 필요할 뿐임을 나는 요즘 절실히 느꼈다.

 

실은 이 책은 한 달 정도 전에 인연을 맺은 책으로, 항상 작업실 책상 한 쪽에 올려만 두고 쉬이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던 책이었다.

일단 인생의 황혼기를 만끽하고 있는 저자와의 공감대 형성이 잘 안 되어서, 나는 저자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걸음을 맞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읽는 데에 정답이 어딨나, 내 맘대로 읽을테다.' 싶어 책의 후반부 꼭지들을 먼저 읽어 보았다.

오오... 그때부터 꿀잼 핵잼! 철학과 종교를 넘나드는 저자의 넓은 식견과 자유분방하면서도 선을 넘지 않는 마인드에 탄복하게 되었다. 나는 무엇보다도 저자의 입장에 동감한다. 그 어떤 철학의 그 어떤 주장도, 현재의 인문학계 혹은 종교계를 이끄는 유명인사들의 그 어떤 사상도 정답이 될 수 없다. 저자는 그가 대학시절부터 차곡차곡 적립해온 각양각색의 철학자들의 메시지와 현재의 핫한 사상들을 차례로 거론하며 이야기를 푼다. 하지만 가르치려는 투가 아니고 같이 이야기하려는 톤이다. 그래서 읽기 편하고 재미있다. 어떤 부분에서는 공감하여 고개를 끄덕이다가 어떤 부분에서는 모르던 것을 알게 되어 기뻐하게 되는 책이다.

이 지구는, 나보다 앞서 수많은 사람이 다녀갔고 또한 지금도 수많은 사람이 함께 살고 있다. 삶의 자세와 생각, 태도, 관점은 모두 다를 수 밖에 없다. 쌍둥이조차 기호가 갈리는 데 민족과 언어와 문화가 다른 70억의 사람들끼리는 오죽하랴. 쾌락주의가 되었든, 금욕주의가 되었든 뭐 결국 다 자기 선택에 따라 살아가기 나름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무엇을 위하여 살아가는가.... 나는 행복해지고 싶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 결국 이것을 위하여 살아가는 데에 정답은 각자 나름에 있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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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던 대로나 잘 하라고? - 미어캣에게 배우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기술
존 코터.홀거 래스거버 지음, 유영만 옮김 / 김영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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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변화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상태나 환경이 변화하는 그 자체가 두려워서가 아니라 그런 변화에 대한 대응책이 없을 때 겪어야 하는 당황이나 공황 혹은 혼란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하던대로만 하면 모든 것이 원만하게 잘 돌아가는 그런 상태, 즉 변화가 없는 상태는 그런 의미에서 아주 안전하고 편안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늘 하던대로 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변화 자체를 갈등이나 문제와 동일하게 인식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변화'란 나의 뜻대로 그 때와 장소, 적용 범위를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불현듯 변화가 눈 앞에 닥쳐서 그간의 해온대로가 아닌 새로운 의식과 행동을 요구하는 데, 나는 여전히 해오던 방식을 고집한다면 어떻게 될까? 문제가 발생한다. 변화가 문제가 아니라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게 문제. ( 물론, 때로 변화 자체가 문제인 경우도 있다. 이 책에 등장한 경우로 보자면 가뭄이라든가....)

[하던대로나 잘 하라고] 이 책은 변화가 불러온 위기에 대처하는 현명한 자세에 대해 말한다. 개인의 입장이 아닌 기업(조직)의 입장에서.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관리는 더욱 중요해진다. 관리는 기업이 무너지지 않도록 촘촘하고 견고하게 지지하는 안전망과 같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관리는 변화 앞에서는 오히려 위험 요인이 된다. 조직이 변화에 대처하여 유연하게 구부러지거나 휘어지거나 하지 못하도록 틀어쥐고 있는 쇠기둥 같달까. 안온한 환경 속에서 관리는 기업을 유지하고 보호하는 중요한 기능을 하지만 위기가 닥칠 때 자칫하면 관리는 관습이 되어 조직의 존속이나 발전을 가로막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관리 없이 구성원 모두가 스티브 잡스같이 혁신과 변혁과 창조만을 외치며 뛰어다니다 보면 조직은 와해되기 쉽다. 조직력이란 관리 없이는 발현되기 어렵고 조직력 없이 살아남을 수 있는 조직이란 없다. 리더의 카리스마 하나로 구성원들이 영감을 얻고 조직에 충성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변화관리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라는 존 코터 그리고 존 코터와 함께 [빙산이 녹고 있다고?]를 집필한 홀거 래스거버는, 관리와 리더십의 하이브리드 모형을 내놓았다. [하던대로나 잘 하라고]라는 새로운 우화를 출간한 그는 이 책에서 미어캣 무리들의 흥망성쇠(이렇게 이야기하니까 뭔가 내셔널지오그래픽 느낌인데..;;;;)를 이야기한다. 관리 중심의 미어캣 무리와 리더십 중심의 미어캣 무리 각각의 약점과 강점을 보여주고 전혀 다른 이 두 가지가 조직의 발전에 모두 필요한 것임을 알려준다.

 

말로 쓰기에도 따분한 '변화관리에 관한 기업 경영'이 책의 주제이지만 내용은 전혀 따분하지 않다. 이 책은 정말 쉽게 읽히고 심지어 재미있다. 꼭지 마무리 페이지마다 [변화관리 노트]를 넣어두어서 지금 내가 속하 조직의 변화관리 부분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단순히 우화로만 끝났다면 싱거웠을텐데, 미어캣 무리의 이야기가 '그 조직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라고 끝나고 난 다음에 변화관리 모형을 전략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이 책을 통하여 전략을 얻고픈 독자를 배려한 저자들의 센스. 재미지다.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모두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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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너머에 사람이 있다 - 16년차 부장검사가 쓴 법과 정의, 그 경계의 기록
안종오 지음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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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생각과 감정, 의사는 사람 안에만 있기 때문에 이것을 사람 밖으로 꺼내어 낸 것이 말이다.

말은 눈에 보이지 않으므로 이것을 기호화하여 눈에 보이는 형체로 치화한 것이 글이다.

 

그래서 글은 결국 사람이다.

 

하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글, 바다처럼 망망한 글 사이에서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그 사실을 너무 쉽게 잊는다.

 

안종오 검사가 쓴 수필집 제목 [기록 너머에 사람이 있다]는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사실을 되새겨주는 귀한 문장이다.

 

우리가 잊고 사는 것은 사실 저 뿐만이 아니다.

법은 결국 사람의 가치를 보존하고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것 아닌가. 우리는 결국 모두 다 근본은 같은, 사람 아닌가.

그러나 때로 살아가는 일이란, 이 모든 것 위에 까맣고 짙은 색을 덧칠하여 삶을 혼돈하게 한다. 안종오 검사가 쓴 내용 중에, 인생은 우리에게 상처를 먼저 가르친다는 부분이 있었는데 너무나 공감한다. 그리고 그것은 인생이 가혹해서가 아니라, 상처를 먼저 배워야만 회복과 행복와 삶의 가치를 깨닫는 인간이란 존재의 습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16년차 부장검사인 안종오 검사는 수많은 사건들을 다루면서 그 방대한 기록에 묻혀 사람을 잊었다고 그의 책에서 고백한다. 그 사람은 사건의 가해자 혹은 피해자라는 명목을 쓴 타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가 잊은 것은 자기 자신이었다. 그러면서 공황 장애로 어려움을 겪었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책상에 업무로 쌓여있는 그 기록들 그리고 그 기록을 또다른 기록으로 써나가는 자신도 결국 사람이라는 것을, 지금은 누구보다 잘 알리라. 그렇기에 이런 책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으리라.

 

검사가 주인공인 드라마를 보듯 스펙타클하고 때론 과격한 기록을 담은 책은 아니다.

하지만 빽빽한 사건들 속에서 사는 일에 치어 헐떡이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공감하고 교감하며, 옳고 그름이 아닌 사람이 가야 할 길과 가지 말아야 할 길을 판단하는 검사의 기록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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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 (일반판)
반디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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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섣불리, 가볍고 부담없이 읽어서는 안되는 이야기를 읽었다.

누군가의 생명을 담보로 어떤 비밀을 손에 쥐어본 느낌이다. 멀리서 바라만 보며 형태가 관찰한 것이 아닌, 촉감과 결이 생생하게 손 안에 남듯 분명한 생물을 쥐어보고 난 다음의 느낌이다.

북한의 현실을 7개의 단편에 담아 증언한 작가는 50년생이라고 했다.

큰 별도 세상에 많고 많건마는 하필 하룻밤 사이 작디작은 빛을 내고 흔적도 없이 물고기 밥이 되는 반디를 필명으로 했을까.

책 앞표지의 첫 날개를 읽을 때부터, 사실 마음이 아팠다. '고발'에서 알려주고 있는 인권탄압의 현장을 그가 살고 있다는 사실도 마음 아팠지만, 이토록 날렵하고 강력한 힘을 가진 작가가 그 타고난 성질을, 하늘이 준 귀한 선물을 감추고 이런 필명 속에 숨어 책을 냈다는 현실도 아팠다.

 

잠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원고가 밖으로 밖으로 향하는 것을, 그의 손을 떠난 종이뭉치가 국경을 넘어가는 것을 어렴풋이 가늠하면서 그는 잠을 이루지 못했을 것 같다.

발각될 것을 두려워해서가 아니라, 이 글이 과연 어떤 것을 불러올 수 있을까 하는.....

 

이 책을 읽는 것은 그를 지지하고, 그와 함께 저항하며 싸우는 것이라고 어느 독자가 썼다.

 

하지만 나는 모르겠다. 저들이 북녁에서 이토록 혹독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내가 안다고 해서 그게 어떤 힘이 되겠나. 그냥 알고만 있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목숨을 건 작가의 글을 읽었다면 독자도 응당 대가를 주어야 한다. 그래야 이치에 맞지 않을까.

하지만 과연 북한의 가공할 현실을 고발한 이 글을 읽고, 마치 나의 삶이 그러한듯이 전율한 후에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해야만 할까.

 

우선은...

3월에 열린다는 북한 인권 주제 콘퍼런스를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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