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일자 벌리기 - 아무리 뻣뻣한 몸이라도 4주 만에, "누구나 고통 없이 4주면 충분하다!"
에이코 지음, 최서희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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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자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단순하게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발레가 좋다.

백조의 호수니 호두까지인형이니 하는 이런 발레 작품을 관람하는 걸 좋아하는 게 아니라 발레리나의 사진이 좋다. 아주 순수하게 그게 전부다.

레 공연에는 별로 흥미가 별로 없는데, 발레 동작 중이거나 연습을 하거나 아니면 몸을 풀고 있는 발레리나의 사진은 정말이지 너무 좋다.

 

내가 요가를 시작하게 된 동기에는 '발레'에 대한 시각적 로망도 크다. 길고 마른 다리를 유연하고 탄력있게 쫙쫙 180도로 벌리며 뛰는 발레리나들의 발동작은 정말..... 더이상의 찬양은 생략한다. 내 몸을 너무 잘 알았던 나는 차마 그런 동작을 하겠다고 발레를 운동으로 삼을 순 없었다. 그래서 이런저런 이유로 선택했던 게 요가. 그리고 이 선택은 옳았다. 나에게 발레는 보기에 좋은 것, 요가는 하기에 좋은 것이다.

 

그런데 그런 재미있는 요가를 8년째 해오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나를 힘들게 하는 게 다리 찢기다. 참 희안하게 앞뒤로는 180도가 되는데 아무리 해도 양 옆으로는 180도가 안 된단 말이지.

 

발레에 대한 로망, 요가에 대한 즐거움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양옆 다리 벌리기가 안 된다. 아무리 해도 180도까지는 안 된다.

 

그러니 내가 이 책에 안 혹하고 배기나. '누구나 고통 없이 4주면 충분하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이 위풍당당한 책, [다리 일자 벌리기]

 

이 책은 운동법 (스트레칭법??)을 알려주는 실용서임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동작을 설명하고 나열하는 책이 아니다. 많은 자기 계발서들처럼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정보를 풀어간다.

 

다리 일자 벌리기에 도전한 평범한 회사원의 나날들을 따라가며 이 책을 보는 일반 독자들도 다리 벌리기에 도전해 보라고, 할 수 있다고 격려하는 방식이다. 주인공의 이야기와 함께, 안전한 다리 벌리기를 위하여 몸 푸는 법과 날마다 어떻게 스트레칭을 해야 다리가 유연하게 양 옆으로 완전히 벌어질 수 있는지 사진으로 안내한다.

 

다리 일자 벌리기에 성공하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끝난 후에는 독자들의 180도 다리 벌리기 실습을 위하여 4주 스트레칭 플래너도 수록했다. 주차별 스트레칭 미션의 달성 여부는 기본이고 '기필코 다리를 일자로 벌려보고야 말겠다'는 다짐이 흐려지지 않게 매일 자신에게 보내는 격려를 쓰는 부분도 마련했다.

 

이 책에는 부록으로 과연 내 다리는 몇 도까지 벌어지는지 정확히 확인해볼 수 있는 다리 각도기가 들어 있다.

 

저자 에이코 씨는 이 책에서 다리 벌리기가 주는 효과에 대해서 이렇게 정리했다.

어리고 예쁜 몸매 만들기와 기초 체력 강화!

내 경험상 저 말은 정말 맞는 말이다. 앞뒤 다리 벌리기조차 되지 않던 시절 나는 하체비만으로 엄청난 스트레스와 고통을 함께 겪고 있었다. 운동으로는 천년만년 걸릴 것 같아서, 진지하게 지방흡입과 근육제거 수술을 고민하고 자세한 견적까지 알아볼 정도였다. 그러던 내가 요가를 시작하고 하체 근육(허벅지, 엉덩이, 골반 등)이 강하고 유연해지면서 앞뒤 다리 벌리기 동작까지 소화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의 다리는 정말 신기하게 조금씩 가늘어지더라. 지금도 마른 다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디서 하체비만이라는 소리를 듣지는 않는다. 그리고 나는 지금 내 다리가 정말 좋다. 다리가 적당히 가늘어지면서 선이 예뻐진 데에 일등 공신은 뭐니뭐니해도 골반강화다. 엉덩이와 골반 주변의 근육들이 제 역할을 하기 시작하면서 혈액순환, 림프순환이 활발해지고 그러면서 다리로 몰렸던 붓기와 살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건강한 엉덩이와 골반의 증거는 단연, 다리 벌리기다.

 

오늘부터 이 책으로 양옆 다리 벌리기도 이제 정복해보련다. 그래, 4주만! 4주 뒤에는 나도 책 표지의 저자처럼 180도로 벌어진 다리의 유연함을 느껴보고야 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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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내공 - 이 한 문장으로 나는 흔들리지 않는 법을 배웠다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북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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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마음의 형태이자 정신의 구현이다. 단순한 감정은 표정으로 드러나지만 복잡한 마음과 정신은 그렇게 전달되기가 어렵다. 오직 말이나 글을 통해 전달되고 계승될 뿐이다. 예술가 정신이나 스포츠 정신, 고난을 헤쳐나가는 힘이나 포기하지 않는 끈기 등은 언어로써 전해지고 우리의 마음속에 새겨진다.

11쪽 프롤로그

 

 

 

좋은 말은 읽기만 해도 힘이 난다.

좋은 말은 소리를 내면 더 힘이 난다.

 

웃기는 소리 같지만 좋은 말은 참 좋다. 그리고 좋은 말은 참 많다. 말 자체가 좋아서, 완성도 있는 문장이나 깊이 있는 작가가 쓴 문장이라 좋은 말도 있다. 그런가 하면, 그 말이 지금의 나를 너무나 잘 반영하고 있어서 혹은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힘을 주기 때문에 좋은 말도 있다. 생각을 멈춰 주기 때문에 좋은 말이 있고 생각을 도와 주기 때문에 좋은 말이 있다. 슬픔을 달래주기 때문에 좋은 말, 아픔을 안아주기 때문에 좋은 말, 고독을 소화시켜 주기 때문에 좋은 말. 세상에 좋은 말이 너무도 많아서 나는 오늘도 책 읽기를 멈추지 못하는 가보다. 아직 내가 만나지 못한 좋은 말을 만나기 위해서, 전에 내가 만났던 좋은 말을 다시 만나기 위하여.

 

[한 줄 내공]의 저자 사이토 다카시는 세상에 많은 좋은 말을 고르고 골라 한 권 책으로 엮었다. 한 줄의 문장이 지닌 무한의 에너지를 포착한 이 책은 참 좋다. 이 책에 실린 말들도 좋고 그 말을 뿌리 삼아 마음 깊숙이 뻗어 나가는 저자의 독백도 좋다. 단순히 좋은 말 대잔치의 느낌으로, 이 땅에 존재하는 많은 좋은 말들의 나열에 불과한 책이었다면 별 재미도 의미도 없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저자가 불투명한 앞날을 걱정하던 젊은 시절에 수많은 독서의 밤을 보내며 길어 올린 문장들을 모은 책이다. 그 수많은 밤은 저자에게, 별처럼 반짝이는 문장과 함께 태풍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단단한 내공을 남겼다.

저자가 일본인이다보니 일본 문학가나 명사들의 문장이 다수라서 그것이 좀 아쉽다. 하지만 빛나는 문장과 저자의 근성이 어우러진 글들을 읽다보면 저자의 생애에 든든한 내공이 되어준 문장들이 내 인생에도 좋은 힘을 주리라는 기대 속에 산뜻한 기분으로 책의 마지막 장을 덮게 된다.

 

지나간 불행을 한탄하는 것은
새로운 불행을 불러들이는 지름길이다.
운명이 어쩔 수 없이 재난을 가져다주었을지라도
인내하면 그 재난을 웃어넘길 수 있다.
도둑을 맞고도 싱글벙글 웃는 사람은
도둑으로부터 다시 빼앗을 수 있는 사람이고,
마냥 한탄하고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마저 잃게 된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오셀로] 중에서
26쪽

"희망은 땅 위의 길과 같다"는 표현은 실로 뛰어난 비유다. 중국의 문호 루쉰은 희망이란 길처럼 만들어지거나 생겨날 수 있다고 했다. 이 말을 달리 표현하면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져야 길이 생기듯, 생각을 공유하면 보다 구체적으로 희망이 생겨난다는 뜻이 된다. 여기에서 나오는 ‘공유’라는 개념은 무척 중요하다. 마음에 상처를 입은 사람과 앞날이 불안한 사람이 함께 시간을 보내면 서로의 기분을 동시에 변화시킬 수 있다. 사소한 대화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져서 희망이 싹트는 것이다. "오늘 점심은 뭘 먹을까?"처럼 하잘것없는 이야기를 나누거나 가벼운 약속이라도 할 수 있는 상대만 있어도 사람은 몰라보게 밝아진다. 이와 관련해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은 ‘인간은 상호보완적인 존재’라고 말한 바 있다. 상대가 있으므로 인해 자신이 변화하고, 자신의 변화에 의해 상대 또한 바뀌어가는 것이다.
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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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암시 - 자기암시는 어떻게 우리의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을까
에밀 쿠에 지음, 김동기 옮김 / 하늘아래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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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에 들어가서 화학이란 과목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나는 과연 불의 분자가 궁금했다. 대체 불이 어떻게 일어나는 건지는 알겠는데 불의 성분이 도통 이해가 되질 않았다.

마음에 대한 고민은 내가 불의 성분에 대해 오랫동안 꽤나 진지하게 했던 고민과 비슷하다.

마음의 성분은 뭘까? 마음의 성질은 뭘까? 마음을 에너지로 보는 것이 타당할까? 타당하다면 마음은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변형되며 어떻게 생산되는 것일까? 그리고 마음은 의식일까, 무의식일까?

마음에서 시작하여 무의식으로 귀결된, 이 오랜 고민 때문에 나는 계속 관련한 책들을 읽게 된다.

 

에밀 쿠에의 [자기암시]는 무의식이 지닌 힘을 일깨우기 위해 세상에 나온 책이다. 에밀 쿠에는 젊은 시절 우연히 플라시보 효과를 확인하고 난 후 평생을 무의식의 힘을 이용한 치료와 그 연구에 힘써왔다.

그는 이성을 바탕으로 한 의지가 아닌, 무의식에 기댄 상상이야말로 인간의 몸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라고 이야기했다. 이것을 기반으로 우리의 무의식에는 몸과 마음을 치료하고 발전시키는 힘이 있음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 치료와 발전의 힘을 무의식의 깊은 우물로부터 길어올리기 위한 방법으로 자기암시를 제시했다.

[자기암시]에서 에밀 쿠에는 몸과 마음의 치유를 위한 자기암시 외에도 자녀 교육을 위한 자기암시, 성공을 위한 자기암시, 학습 효과를 높이는 자기암시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자기암시를 설명하고 있다.

 

마치 최면의 일종처럼 느껴지는 에밀 쿠에의 자기암시를 아직은 100퍼센트 신뢰하지는 못하겠다. ‘내일 아침 6시에 개운한 몸으로 깨어난다고 굳게 상상하면 몸이 움직인다는 정도는 체험상 믿을 수 있지만, ‘내 몸의 암세포가 몸 밖으로 배출되고 나의 모든 장기가 건강하다고 상상하는 것으로 몸이 실제로 치유된다는 것까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에밀 쿠에가 [자기암시]에서 설명한 무의식의 힘과 암시법은 주목할 만한 필요가 있다. ‘상상은 언제나 의지를 이긴다는 말은 다만 문장이 아니라 현실이기 때문이다. 단지 우리가 이것은 의식하고 있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상상은 정말로 의지를 이긴다. 그런 면에서 에밀 쿠에의 연구와 그 결과는 단순한 이론을 넘어서는 것일 수도 있다. 과학으로도, 의학으로도 눈에 보이는 몸조차 완전히 치료하지 못하는데 눈에 보이지도 않는 마음이야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 ‘나는, 날마다, 모든 면에서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는 자기암시는 최면의 일종이 아니라 진실로 마음을 치료하는 나아가 몸을 치료하는 힘을 길어 올리는 마중물일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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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 앤 허니 - 여자가 살지 못하는 곳에선 아무도 살지 못한다
루피 카우르 지음, 황소연 옮김 / 천문장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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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경은 부끄러운 일인가.

이 문장은 내가 월경을 시작하던 그 해로부터 오늘날까지 내내 홀로 고민해 온 문제이다.

과연 월경은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그렇다면 왜 우리는, 여성들 사이에서조차 월경을 입에 올릴 때 목소리를 낮추고 누군가의 눈치를 보는가?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원 하나는 어제 나에게 생리대가 있냐고 물었다. 옆에 온 줄도 모르도록 살며시 다가온 그는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그녀에게 생리대 한 장을 건내며 생각했다. 왜 우리는 생리대의 소지 여부를 이토록 은밀하게 확인해야 할까? ‘혹시 양말이나 스타킹 남는 거 있어?’였다면 사무실에 있는 모든 사람이 다 들어도 개의치 않을 텐데 말이다.

 

나는 내 몸의 월경에 대해 숨겨야 할 이유를 알지 못한다. 월경을 시작하면서도 그랬고 청소년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손톱이 자라는 것처럼, 살이 쪘다 혹은 빠졌다 하는 것처럼 월경 역시도 내 몸에서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여러 변화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월경에 대한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하지는 않는다. 내 입에 올리는 게 부끄러워서? 아니, 상대가 민망해 하니까. 대변, 소변, 방귀 등의 생리 현상을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대신 은유나 비유를 사용하는 것도 같은 차원이지 않을까? 그래서 오줌 싸러 갔다 올게화장실 갔다 올게로 대신하지 않나. ‘나 자신의 인식이 어떠한가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상대가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차원도 가볍게 생각할 수 없다. 대화를 하면서 본의 아니게 상대를 민망하게 만들면 나 역시 불편해져 버리니 말이다.

 

그런데 또 여기서 의문이 든다. 재채기를 하거나 자는 것도 모두 생리 현상이고 이런 현상들에 대한 노골적인 표현은 공공연하게 하는데도 어째서 월경은 노골적인 표현이 민망한 생리 현상으로 인식될까? 이런 탓에 월경에 대한 저 논제는 여전히 내 안에서 답을 내리지 못한 채로 물음표를 달고 있다. (그리고 이런 차원에서 여성주의는 정말 복잡하고 어렵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데이트 비용 부담 비율이나 여성취업률 같은 수치를 근거로 접근하고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시집 [밀크앤허니]를 쓴 루피 카우르는 너무나 용감하게도 월경은 부끄러운 일인가의 논제를 공론화했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월경혈 사진을 올렸다가 두 차례나 삭제 당하자 인스타그램에 항의하고 다시 사진을 게시했다. 그리고 이에 대해 이렇게 썼다.

 

내가 사람들 앞에서

내 월경 이야기를 꺼낸 건

분명 불경한 짓이었겠지

내 몸의 실제 생리 현상이

너무 실감나게 다가왔을 테니까

 

여자의 두 다리 사이에 있는 걸

파는 건 괜찮지만

여자의 두 다리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은

함구하란 말인가

 

이 몸을 오락거리로 삼을 때는

아름답다고 하면서

그 본질은

추하다고 하는 세상

- [밀크앤허니] ‘그런 치유중에 수록

 

월경을 생리 현상에 속하는 범주로 보고, 생리 현상을 드러내는 일을 피하는 차원에서 월경에 대한 노골적인 표현을 피하는 것은 점잖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내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생리 현상을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고 떠들고 다니고 싶은 생각도 없다. 하지만 점잖기 위하여 표현을 달리 하는 일과 불경하기 때문에 외면하는 것은 아주 성격이 다른 일이다. 루피 카우르가 인스타에 올린 월경혈 사진이 두 번이나 강제로 삭제 조치 당한 것은 상품으로서의 여성성은 수용할 수 있어도 본질적인 여성성은 외면하는 현재의 태도를 잘 보여준다. ‘오락거리로 삼을 때는 아름답다고 하면서 그 본질은 추하다고 하는 세상이라는 말은 여성에 대한 (여전히) 이중적인 잣대를 잘 꼬집고 있다.

 

시집 [밀크앤허니]는 인도 펀자브에서 태어나 캐나다에서 자란 여성 예술가 루피 카우르가 쓴 시를 엮은 책이다. 여기에는 루피 카우르가 여자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겪은 폭력과 그 폭력이 남긴 상처 그리고 그 상처들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그녀가 느꼈던 단상들이 담겨있다. 루피 카우르는 이 책을 자가출판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시집이 입소문을 타면서 출간 2년 만에 10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고 한다. 초라하게 시작한 이 시집의 엄청난 판매고는 그만큼 많은 여성들이 루피 카우르와 공감했다는 걸 방증한다. 사랑이라는 허울을 쓴 아버지 혹은 연인의 폭력, 아버지의 폭력과 통제 아래 무력한 어머니에 대한 연민, 세상의 모든 여성 나아가 인간의 본질적인 가치 그리고 여성다운 여성이자 사람다운 사람으로서 살기 위한 태도 등 이 작은 시집 속에는 지구촌에 현존하는 여성들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글귀들이 실려 있다. 어려운 단어나 복잡한 구조를 가진 시가 아니라, 인스타그램에 게시되는 짧은 글귀와 쉬운 단어로 썼기 때문에, 루피 카우르의 시는 그래서 더 쉽게 독자와 공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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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첫 부동산 공부 - 내 집 마련부터 꼬마 월세까지, 이 책 한 권으로 따라 한다
이지영 지음 / 다산3.0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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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첫 부동산 공부라는 제목에 현혹되어 이 책을 '엄마'들만의 책이라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 책은 부동산 투자 초보라면 누구나 읽어볼만한 유익하고 재미있는 책이다.

 

저자 이지영 씨는 평범한 워킹맘으로 육아와 살림을 병행하다, 부동산 투자를 시작하여 지금은 20채가 넘는 부동산을 보유한 성공적인 투자자로 거듭났다고 한다. 중고차 한 대를 파는 일에도 벌벌 떨던 그가 어떻게 부동산 투자 전문가로 거듭나게 되었는지, 이 책은 그 과정과 비법을 담고 있다.

 

나는 사실 부동산에도 관심 없고 돈 버는 일에도 그다지 큰 관심이 없는지라 이 책의 제목만 읽고는 나와 공감대 형성이 되지 않을 책이라고 단정지어버렸다. 하지만 저자가 왜 부동산 투자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책 초반에 그녀를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게 만든 동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알았다. 이 책은 단순히 성공적인 부동산 투자 비법을 다루고 있는 책이 아니다.

 

(저자도 이 책의 말미에 인용했지만) 100년 전에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이 픽션을 쓰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돈과 자기만의 방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나는 이걸, 여성이 스스로의 성취를 이루기 위해서는 자본과 자유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이해했다. 사실 이건 여성이나 남성이나 마찬가지다.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자아를 이루기 위해서는 자본과 자유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우리 시대, 많은 사람들은 자아를 이루려다 자본의 노예가 되어버린다. 저자가 어느 날 불현 듯, 이렇게는 살수 없다고 느낀 것도 바로 이 부분이었다. 바쁜 출근길에 정신없이 아가를 맡겨놓고 회사로 향하고, 하루 종일 회사에서 일을 하고, 녹초가 되어 퇴근하고 집에 왔을 때 문 앞에서 반기는 아가를 제대로 안아주거나 놀아줄 힘도 없는 밤. 그런 밤에 저자는 이렇게 살 수 없음을 느꼈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는 좀 더 삶다운 삶을 위하여 자본과 자유를 얻을 방법을 강구했고 그것이 부동산 투자였다. 미혼이었을 때는 감히 상상하지도, 생각하지도 못했던 책임감을 엄마가 된 후에 절절히 체감하게 된 저자는 치밀한 공부와 분석 그리고 눈물겨운 발품을 팔아 그렇게 부동산 투자가가 되었다. 첫째의 손을 잡고 둘째는 아가 띠에 안고 매물을 보러 다니는 것을 마다하지 않은 그녀는, 그녀이기에 얻을만한 성취를 이룬 것이다.

 

그녀가 왜 부동산 투자가가 되었는지 배경을 읽고 난 후에 나는 이 책을 정독했다. 당장 투자하고 싶은 마음도, 자본도 없는데도 이 책이 재미있었다. 여성의 경제적인 독립과 자립이 여성의 인생에 얼마나 절대적이고 커다란 일인지, 이 책 전체에 잘 녹아 있어서였다. 또한 참 공들여 정성스럽게 만든 책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부동산 투자 초보자들을 위한 상세한 팁과 가이드, 노하우들이 아낌없이 담겨 있어 이 세상 엄마들의 경제적 독립을 응원하는 저자의 마음이 잘 느껴진다.

 

투자는 때로 위험한 일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엄마이기 때문에, 내 아이와 가정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 독립 혹은 자립이 필요하다면 분명 투자는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 투자가 패가망신으로의 KTX가 아니라 나와 내 가족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만드는 도구가 되려면 [엄마의 첫 부동산 공부]와 같은 책을 거듭 읽으면서 많은 공부와 발품이 병행되어야 할 것 같다. 경제적 독립을 위하여 오늘도 공부하며 발품을 파는 세상의 많은 엄마들을 마음으로 응원한다.

 

 


그녀가 직설적으로 묘사했던 ‘연간 500파운드’라는 것은 그저 많은 돈을 의미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건 바로 여성 자신의 ‘경제적인 독립과 자립’, 그리고 ‘경제적 자유’를 상징하는 것이리라! 또한, 그녀가 말하는 ‘자신만의 방’이란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방이라는 일차원적인 의미를 뛰어넘어 ‘자신만의 시간, 일, 공간’을 의미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분명 그 시대와 비교했을 때 크게 달라졌고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성들에게 이 두 가지 요소가 결핍되어 있음을 종종 느낀다.
3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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