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로역정 (양장, 조선시대 삽화수록 에디션)
존 번연 지음, 김준근 그림, 유성덕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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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조선판 천로역정


이 책은 존 번연의 천로역정을 당시 조선시대적 언어와 그림으로 변형한 책이다.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히는 책은 바로 존 번연의 ‘천로역정’이다. 이 책은 1678년에 처음 출판 되었고 저자는 옥중에서 집필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책이 우리말로 처음 옮겨진 것은 1895년이고 당시의 언어와 그림을 포함된 책으로 근대의 첫 번역소설이 되었다. 책 속에 그림은 한국 초기 기독교미술의 지대한 영향을 미친 김준근이 그린 삽도 42점이 같이 실려 있다.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자신이 없거나 아이에게 책의 대략적인 내용을 알려주고 싶은 사람은 삽도만 봐도 무방 할 정도로 줄거리 순으로 잘 설명 되어 있다. 


천로역정이라는 책이 기독교 최고의 고전은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이 책에는 기독교의 기본적인 진리를 비롯한 다양한 신학적 용어를 기교 없는 비유로만 설명하고 있다. 택함, 부르심, 칭의, 성화, 영화등을 전문적인 신학적 지식이 없이도 책을 따라서 읽어 가다 보면 저자가 무엇을 의도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저자는 성화의 과정을 중요하고 상세하게 기록했다.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 중에서도 많은 이들이 하나님을 믿고 예수 그리스도를 입으로 시인하면 무조건 천국에 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것은 위험한 생각일 수 있다. 성경에서는 마음으로 믿어 입으로 시인하면 천국에 간다고 했지만 이후의 삶에 대해서도 분명한 언급을 하고 있음에도 그것을 무시하거나 잊은 채 살아가고 있다. 구원은 한 순간에 이뤄질 수 있겠지만 성화의 과정은 한 순간에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가 강조한 성화[(sanctification)란 기독교 신학에서 사용하는 신학적 용어인데, 성도가 일생을 살면서 그의 신앙적 삶이 거룩하게 되어가는 과정이나 행위]의 과정을 뜻한다. 


저자는 책에서 주인공인 크리스천이 십자가를 통해서 죄짐을 벗는 것을 1/3지점에서 이미 밝힌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여기까지만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 후 2/3는 힘들고 고되고 때론 지루하고 답답하고 죽음까지 내몰리는 상황으로 책은 전개가 된다. 이 책을 처음 접하는 기독교인은 상당히 의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교회를 잘 다니고 하나님 믿는다고 고백하면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했지만 저자는 이러한 신앙에 대해 그것이 아니고 묵묵히 끝까지 걸어가야 천국에 갈 수 있다고 보여준다. 


이 책의 줄거리는 단순 할 수 있다. 주인공인 크리스천은 어느 날 꿈을 통해 자신의 고향인 멸망의 도시의 상태와 앞날에 대해서 알게 되고 이를 계기로 길(여정)을 떠나게 된다. 그는 자신 앞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 채 복음전도자를 따라 좁은 문(천국을 향하는 길)향해 길을 떠난다. 그 길에서 선의를 만나고 해석자도 만나고 기름부음을 만난다. 이러한 만남을 통해 복음을 깨닫고 인내를 배우고 천국을 소망하게 된다. 주인공은 십자가 앞에서 그 동안 자신에게 있던 죄짐을 벗고 다른 옷, 즉 흰옷으로 갈아 입는다. 그리고 아름다움이라는 궁전에서 갑옷과 투구를 하고 여러 골짜기를 지나면서 마귀를 만나 물리치기도 한다. 동행을 하던 믿음은 순교를 하지만 감옥에서 풀려난 주인공은 소망과 함께 결국 천국에 들어간다.


이 책은 원본에는 없는 삽도가 들어가면서 조선시대에 맞는 이미지들이 차용된 것을 알 수 있다. 서양 사람들이 생각하는 천사의 이미지 대신 선녀의 모습을 그려 놓고 현재 창녀는 기생으로 그려 넣었다. 성경은 두루마리로 표현한 것은 지금 시대에는 흥미롭게 보인다. 또한 삽도에 사자를 표현했는데 그 당시에도 사자를 알았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고 성경에서 말하는 전신 갑주를 입은 주인공의 모습은 사극에서 많이 보던 장수의 모습과 유사했다. 악마와 마귀의 모습은 도깨비로 그렸으며 교황은 늙은 임금 같이 보이기도 한다. 아담 하면 떠오르는 벌거벗고 어쩌면 나약해 보이는 이미지일 수 있겠으나 이 책에서는 다소 거친 상남자의 모습으로 그려냈다. 감옥에 갇혀 있는 모습에서는 발에 착고를 찬 모습으로 연출했다. 마지막으로 천국의 모습은 불교에서 말하는 극락왕생의 모습으로 그려 냈다.


이 책이 여전히 사랑 받는 이유는 내용이 훌륭하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시대를 역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듯하다. 뉴스에서 나오는 기독교 소식은 열에 아홉은 안 좋은 소식으로 가득 차 있다. 또한 한국인들의 3대 종교(기독교, 천주교, 불교) 중에서 가장 신뢰도가 낮은 종교는 기독교가 되었고 유일하게 기독교 인구만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다. 신뢰도와 교인 수 감소에 대한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확실한 것은 세상의 흐름에 역행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낮은 곳으로 천한 곳으로 대접을 할 곳으로 가야 하는 기독교가 높은 곳으로 멋진 곳으로 대접을 받는 곳으로 가고 있는 건 사실인 듯 하다. 이 책은 기독교인이라면 한 번쯤 아니 여러 번 읽으면 좋을 책인 듯 하다.



 













 





김준근이 그린 삽도도 42점


1. 크리스천이 복음전도자의 계도를 받다.

2. 크리스천이 집을 떠나다

3. 크리스천이 유순을 데리고 고집쟁이와 이별하다.

4. 크리스천이 낙심의 늪에 빠졌는데 도움이 구원하다.

5. 세속 현자가 크리스천을 꾀다.

6. 크리스천이 길을 잃었는데 전도자가 다시 가르치다.

7. 크리스천이 좁은 문에 다다르니 선의가 문을 열어주다.

8. 선의가 크리스천에게 천국의 길을 가르치다.

9. 해석자가 방 쓰는 데 물 뿌리는 이치로 크리스천을 가르치다.

10. 해석자가 욕망과 인내로 크리스천을 가르치다.

11. 해석자가 물로 불을 끄고, 기름으로 불을 일게 함으로서 크리스천을 가르치다.

12. 크리스천이 십자가에서 죄짐을 벗고, 천사가 흰 옷을 입히다

13. 크리스천이 담 넘어오는 허례와 위선을 권유하다.

14. 크리스천이 불신과 겁쟁이의 말을 듣지 않다.

15. 크리스천이 잃었던 두루마리를 다시 찾다.

16. 크리스천이 사자가 있는 곳을 지나가다.

17. 크리스천이 아름다움 궁전에 다다르다.

18. 크리스천이 아름다움 궁전에 들어가다.

19. 크리스천이 갑옷을 입다.

20. 크리스천이 아볼루온과 싸우다.

21. 크리스천이 마귀를 만나 기도하다.

22. 크리스천이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떠나니 햇빛이 비치다.

23. 크리스천이 교황을 지나가다.

24. 믿음이 크리스천을 일으켜 주다.

25. 첫 사람 아담이 믿음을 꾀다.

26. 말 많은 동네

27. 크리스천과 믿음이 복음전도자를 다시 만나다.

28. 허영의 시장

29. 크리스천과 믿음이 허영의 시장에서 잡혀가다.

30. 믿음이 순교하다.

31. 크리스천과 소망이 롯의 아내가 소금기둥 된 것을 보다.

32. 생명수의 강

33. 크리스천과 소망이 절망 거인의 감옥에 갇히다.

34. 크리스천과 소망이 감옥에서 도망하다.

35. 크리스천과 소망이 오류의 산꼭대기에서 내려다보다.

36. 천성을 바라보다.

37. 크리스천과 소망이 무지를 만나다.

38. 한 빛나는 사람이 크리스천과 소망을 그물에서 구원하다.

39. 소망이 마법의 땅에서 졸다.

40. 천사를 만나다.

41. 죽음의 강을 건너다.

42. 천국에 들어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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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마마 무치 튼튼한 나무 26
프라우케 앙겔 지음, 야나 피샹 그림, 이기숙 옮김 / 씨드북(주)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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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살 인생 렐리오


이 책은 아홉살 렐리오를 통해 삶을 다시 보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아홉 살 ‘렐리오’이다. 렐리오는 한살일 때 엄마를 여의고 아빠와 둘이서 산다. 아빠인 ‘군나르’는 아들을 너무나 사랑하지만 요즘들어 기분이 매우 오락가락한다. 렐리오에게는 기젤라 고모가 있다. 고모는 1년에 두 번 렐리오를 방문하고 선물을 잔뜩 사준다. 고모는 아픈 고모부를 돌보고 있다. 고모네는 아기가 없기 때문에 마치 렐리오를 통해 자식놀이를 하는 듯하다. 군나르에게는 친구가 있는데 ‘게르트 아저씨’이다. 이 아저씨는 나쁜 일을 많이 한다. 이 아저씨가 사는 낡은 임대 아파트에는 ‘마릴린’이라는 아이가 있는데 렐리오의 유일한 친구이다. 렐리오가 사는 맞은 편에는 ‘마마 무치’라는 규조류 연구가가 살고 있고 있다. 렐리오는 어느 날 길을 걷다 바람에 날리는 양말과 속옷을 붙잡았다. 그 양말과 속옷의 주인공은 마마 무치였다. 이것을 계기로 렐리오는 마마 무치와 친해진다. 렐리오는 자기의 돼지 저금통이 없어진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아빠의 기분이 너무 급격하게 변하는 것도 알게 되었고 자신의 집세가 밀려서 쫓겨나게 될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고모는 이번 성탄절에 오지 못하기에 미리 와서 렐리오와 군나르에게 거금을 주면서 선물을 사라고 한다. 다음 날 렐리오가 받은 돈이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마마 무치가 언제든 놀러오라고 한 집 열쇠도 사라져 버렸다. 렐리오는 마마 무치에게 사실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한다. 마마 무치는 렐리오에게 도움을 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위기철 작가의 <아홉살 인생>이라는 소설이 자꾸만 떠올랐다. 힘들면서도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담은 소설과 이 책은 상당부분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 렐리오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담담히 받아들이면서도 아빠를 이해하고 사랑하려고 노력을 한다. 1년에 한번씩 가던 바닷가를 가지 못하지만 속상해 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한다. 놀이동산을 가려다가 무산이 되었지만 씩씩하게 티를 내지 않는다. 아빠가 엄마 기일에 너무나 슬퍼 하기에 말없이 아빠의 기분이 좋아질때까지 기다려준다. 아빠가 게르트 아저씨를 통해 나쁜 짓을 한 것을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아빠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치 않는다. 


이 책의 내용과 구성은 한국 실정과 맞지 않는 부분이 여럿 있지만 아이들이 읽기에도 어른들이 읽기에도 무리가 없을 듯 하다. 가슴 따뜻함은 렐리오를 통해 전해져 오기 때문이다. 나쁜 말을 하는 ‘골다머 아주머니’와 마약과 매춘을 하는 ‘게르트 아저씨’에 대한 노골적인 묘사는 빠져 있지만 이들은 전형적인 나쁜 어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하지만 우연한 계기로 친해진 ‘마마 무치’를 통해 아직은 정이 있고 살아갈 세상임을 보여준다. 마마 무치는 렐리오에게 다그치거나 사실여부를 추궁하지 않고 말 없이 안아준다. 그리고 기다려준다. 또한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선한 사마리아인’이 떠오르기도 하고 일상 생활에 숨어있는 의인이나 영웅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아홉살인 렐리오가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삭막하고 각박한 세상임은 분명하지만 그를 도와주는 손길이 있기에 희망을 놓칠 순 없다. 아빠에게 이상한 냄새가 나고 환각 증상이 보였지만 렐리오는 아빠를 사랑하기에 재활을 기다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은 가족 불화가 낳는 아픔을 잘 묘사하였지만 극복 할 수 있음도 보여주는 아름다운 책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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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소멸한다 - 인구 충격에 내몰린 한국 경제의 미래 시나리오
전영수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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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장수 대한민국


이 책은 대한민국이 직면한 인구 감소에 대한 책이다. 저출산이라는 단어는 이제 어색하지 않다. 매년 발표되는 통계를 차치 하고서라도 누구나 쉽게 인구 절벽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언론에서 나오는 이야기와 실 생활에서는 다른 듯 하다. 시골에 살지 않고 도시에 사는 이들이라면 더욱더 인구 절벽을 느끼기 어려운 실정이다. 출퇴근 할 때 지옥철, 만원버스는 물론 번화가를 비롯한 각종 유명 명소에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러기에 더욱더 인구 감소로 인한 세계에서 제일 먼저 사라질 나라라는 말이 와 닿지 않는다.


이 책은 섣불리 진단을 하려 하지 않고 또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 현재 한국이 당면해 있는 문제들에 대해 여러 각도로 사안을 들여다 보고 그에 따른 문제들을 열거 하고 있다. 물론 책 말미에 연대라는 이름으로 대안을 내 놓지만 총체적으로 얽히고설킨 문제들을 풀기에는 역부족인 듯 하다. 현재 한국이 직면한 가장 중대한 변화는 3가지로 볼 수 있다. 저성장, 재정난, 인구문제이다. 이 중 시급하지만 공감이 잘 안 되는 문제가 바로 인구 문제이다. 이 책에서는 시대 상황에 맞춘 새로운 연령구분 기준을 제시한다. 10~40세는 청년, 40~70세는 중년, 70~100세는 노년으로 구분을 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인구는 정말 감소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에 저자는 아니다 라고 알려준다. 현재 숫자상으로는 한국은 엄연히 인구 증가 사회이다. 국제 유입으로 전체 인구는 늘어나고 있고 평균 수명 증가로 인한 인구 증가도 있다. 또한 현재 통계청 추계를 보면 2031년까지는 계속 인구가 늘어나다가 2032년에 출생자와 사망자가 같아지는 시점이 되고 그 후로는 인구가 감소된다. 그렇다면 지난 10년간 약 100조를 쏟았다고 하는데 왜 저출산을 막지 못했고 앞으로 어떠한 상황이 벌어질지 알려준다.


현재 지방의 결혼시장은 사실상 개점폐업 상태여서 예식장 중에서 장례식장으로 업종을 변경하는 곳도 수두룩하다. 예식장 수는 급격히 줄어들고 반면 장례식장을 비롯한 요양병원등 같은 업종은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인구 절벽 현상에 대해 찬성론 vs 반대론의 논쟁은 뜨겁다. 하지만 둘 모두 당장 나라가 망한다는 섣부른 판단은 거부한다. 또한 길게 내다볼 경우 망하지는 않아도 힘들어질 것에 동의 한다.


인구 절벽이라는 어쩌면 세계적으로 어쩔 수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에 대해서도 한국만 유별난 모습이라는 의견에 대해서 4차 산업 혁명이라는 키워드로 미국의 아마존에선 2권의 책이 검색되지만 한국에서는 200권이 넘는 책이 검색된 것을 들어 비교 할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단순한 예로는 비교가 되지 않을 상황이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모른 채 대다수 사람들은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성장이 인구를 지배한다. 성장이 멈추면 출산도 줄어든다. 성장이 멈추고 인구가 줄면 생산성이 떨어지고 성장이 감소한다. 이러한 악순환이 시작되면 그 고리를 끊기가 어려워 진다. 한국의 국가부채 규모는 1997년 60조에서 2017년 600조가 되었다. 약 20년만에 10배가 증가하였다. 이러한 증가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대다수 사람들은 인구 문제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지 않고, 출생과 사망통계에만 근거해 자연증감이 인구문제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한다. 출산율이 사망률보다 낮아 인구가 감소한다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니다. 다만 이것이 절반의 진실에 불과함을 알아야 한다.


대한민국은 2000년 고령화가 시작되었고 2017년에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은 고령사회가 되었다. 2017년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와 더불어 저출산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기에 이 속도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빨라 질 것이다. 1955년부터 1963년까지 태어난 세대를 베이비부머 라고 하는데 약 1700만명정도가 된다. 이 세대의 은퇴가 2020년을 시작으로 2029년까지 이어진다. 그러면 현재의 대한민국의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이 앞으로 펼쳐질 것이다. 1인당 평균 출산율이 1.3명보다 낮으면 초저출산 국가로 분류하는데 2002년 1.3명 하향 돌파한 첫 해이다. 그 이후 15년간 1.3명을 넘은 적이 없다. 


일본은 현재 대학교를 졸업하면 취업이 거의 100%되는 시대가 되었다. 잃어버린 20년을 겪고 나서 청년인구가 급감하면서 취업율이 올랐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안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속빈 강정인 경우가 많다. 일본의 취업 천국은 통계분석 및 고영 관행의 차이 때문에 만들어진 표면적인 호황 상황일 뿐이다. 수치는 좋아도 청년세대의 임금 증가와는 무관하다.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 등 불안정한 일자리만 늘었다. 이러한 사정을 무시한 채 일본의 취업률이 조금 상승했다는 이유로 낙관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청년이 희소자원으로 대접받자면 경기 회복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한국 청년은 최초 취업까지 평균 11개월, 취업 이후 받은 월급이 150만원 미만인 경우가 37%, 15개월 안에 퇴사하는 비율은 62%에 달한다. 이러한 청년들의 취업준비, 취업, 퇴사로 이어지는 순환고리가 매끄럽지 못하기에 청년들은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세대로 바뀌게 되었다.


1990년 이후 태어난 세대는 날 때부터 불황이었고, 그 후로도 상황이 좋아진 적이 없기 때문에 긍정과 낙관보다는 체념과 포기가 익숙하다. 적극적인 상황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었지만 희망이 보이지 않자 연애, 결혼, 출산을 거부하기 시작한 것이다. 청년인구가 증발하는 결정적인 원인은 고용불안이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은퇴를 시작하였다. 이들의 본격적인 은퇴 이후의 삶은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인다. 1%를 제외하곤 99%는 하류노인(새로운 수입ㆍ충분한 저축ㆍ의지할 사람이 없는 노인)으로 전략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자신의 부모를 봉양하고 자식들의 뒷바라지와 결혼자금으로 인해서 노후준비가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년들은 고용위기, 가족위기, 심리위기, 질환위기, 사업위기등 위기 상황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구조 자체부터 개혁해야 한다. 고령사회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드러날 때를 2030년으로 본다. 베이비부머가 75세가 되는 때가 시발점이 될 것이다. 노년인구의 증가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사회비용이 커지기 때문이다. 75세부터 유병비율이 높아진다. 특히 치매가 75세부터 급증한다.


몇몇 노인은 빈곤, 질병, 고립(고독)으로부터 자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살 수도 있을 것이다. 이들은 강남 3구로 몰려들어와서 안락한 노후를 맞이 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극히 일부분임을 감안해야 하지만 실상은 많은 이들이 자신의 노후와 미래에 대해 생각하거나 준비할 여력이 없다.


이 책은 전반적인 한국의 문제에 대해서 짚어 주고 있다. 저자는 사실을 있는 그래도 나열하고 큰 틀에서 진단을 하였다. 저자가 말미에 인구부총리를 제안을 할 정도로 사태는 심각하다. 벌써 10년 넘게 대선과 총선에서 늘 저출산을 위한 대책을 내놓지만 서민들의 피부로 와 닿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앞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이 없다. 이 책은 일본과 비교하면서 잘 극복하리라고 낙관해서도 안되고 당장 나라가 망하는 것처럼 생각해서도 안되겠지만 심각한 상황에 처한 것임을 깨닫고 준비해야 할 것을 알려주는 책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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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 같은 외출 미래의 고전 59
양인자 지음 / 푸른책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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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모습 그대로


이 책은 10대들의 세밀한 감정을 잘 나타낸 책이다. 총 6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 책은 다양한 아이들의 심리 묘사가 일품인 책이다. <진짜는 나쁘지 않았다> 두 집 살림을 하는 아빠로 인해서 폐인처럼 살아가는 엄마, 그리고 아이들에게 늘 거짓말을 하는 영주이야기, [쑥ː] 돈을 벌기 위해 양심을 팔지만 이내 다시금 양심의 소중함을 깨닫는 상진이이야기, <그날, 우리는> 5.18광주 사태를 목격한 정우 이야기, <가출 같은 외출> 식당을 하면서 무관심하다고 여긴 부모님의 속 마음을 알게 된 주령이이야기, <망월동 삼거리> 광주사태를 몸으로 겪은 아버지를 둔 해광이, 성재이야기, <날 좀 내버려 둬> 집 나간 엄마를 그리워 하는 채민이 이야기


2015년 롯데는 형제의 난을 겪었다. 장남 신동주와 차남 신동빈의 그룹 지배를 놓고 법정 싸움을 시작하면서 그간 베일에 쌓여있던 신격호 회장의 세 번째 부인인 서미경씨가 언론에 주목을 받았다. 당시 서미경씨를 두고 세 번째 부인이라는 호칭을 붙였지만 엄연히 말하면 정식 부인이 아니었다. 사실혼 관계였지만 정식 부인은 아니었다. 한국에서는 축첩(첩을 두는 것) 행위는 불법이기에 정확한 호칭을 붙이기 어려웠다. 이와 비슷한 예로 배다른 형제도 많이 볼 수 있다. 이것은 부부 당사자간의 문제이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자녀가 받게 된다. 첫 번째 단편인 <진짜는 나쁘지 않는다>에서 주인공 영주는 두 집 살림을 하면서 생활비 주는 것으로 의무를 다한 것처럼 행세하는 아빠와 바람난 남편이 창피하다며 집 안에만 틀어박힌 엄마 사이에서 친구들에게 버림 받는 것이 두려워 과외를 받고 좋은 집에 사는 척 거짓말로 일관한다. 그러한 영주에게 어느 날 친하게 지내지 않았던 장은이가 영주를 보고 자신의 집으로 초대를 한다. 영주네 아버지는 택시 운전사였지만 교통 사고를 당하면서 집에 누워있는 신세가 되었고 엄마는 생계를 위해 생선가게를 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담담하게 이야기 하는 장은이를 보고 영주는 충격을 받는다. 장은이는 예전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 가면을 썼다고 고백을 한다. 장은이의 이야기에 영주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가면을 벗고자 노력을 하고 그러한 노력 덕분에 집에만 있던 엄마도 바깥으로 외출을 결심하면서 마무리 된다. 히키코모리, 불륜, 왕따등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여러 문제들을 소소한 재미와 곁들여 짧은 단편에 다 풀어낸 작가의 솜씨가 놀랍다. 가면을 쓰게 만든 당사자인 어른들을 향해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지만 그들이 만든 가면을 스스로 벗을 수는 있기에 아직은 희망이 있음을 보여준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돈의 위력을 몸소 체험하게 된다. 초등학교 입학 선물로 스마트폰이 1위가 된지 오래 되었다. 아이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폰의 가격으로 자연스럽게 서열화를 한다. 부모의 직업, 지위, 집 평수를 통해서 재산을 유추하는 건 아이들에게도 식은 죽 먹기다. 아이들은 끼리끼리 문화를 만들고 부모들은 거기에 동조를 한다. 주택공사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일반아파트에 사는 아이들과 같이 놀지 못하게 하려고 철조망을 쳐 놓고 놀이터를 구별해서 논다는 이야기, 학교를 등교하기 위해서 아파트를 지나가는 아이들을 방지하기 위해서 문을 걸어 잠궜다는 이야기 등등 이러한 이야기는 소설이나 영화가 아니고 현실이다. 아이들은 초등학교라는 거대한 공동체에 들어가는 순간 돈이 곧 권력이고 힘이라는걸 알게 된다. 


두 번째 단편인 [쑥ː]에서는 여생에게 키보드를 사주기 위해 돈이 필요한 상진이는 수학 숙제를 대신 해주는 대가로 종현이에게 돈을 받기로 한다. 하지만 약속한 돈은 주지 않고 시험 볼 때 답을 요구한다. 돈과 양심을 놓고 고민하는 날 속에서 여동생인 미진이는 현정이가 청소를 도와주면 떡꼬치 사준다고 해놓고선 안 사줘서 속상해하는 모습에 상진이는 여동생에게 벌컥 화를 낸다. 여동생은 할머니도 돈이 없고 집에는 먹을게 없고 오빠도 돈이 없고 떡꼬치는 먹고 싶은데 어떡하냐고 오히려 하소연 한다. 상진이는 여동생의 행동과 자신의 모습을 통해 다시는 양심과 돈을 바꾸는 행동을 하지 않기도 한다. 아이들은 돈의 개념을 이해하는 순간 돈이 많으면 단순히 좋다는 걸 떠나서 거대한 힘이 생긴다는 걸 안다. 초등학교때부터 돈이 많은 아이들은 돈으로 뭐든지 해결하려는 습성이 보인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물건을 주면서 친구를 하인 부리듯이 대하거나 선물을 빙자해서 뇌물을 줌으로써 자신의 편을 만들기에 힘을 쏟는 모습은 어른들이 하고 있는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어릴 때 누구나 실수 할 수 있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서 양심의 소리에 더 귀 기울일 수 있도록 세심한 노력과 관심이 필요한 시기라는 걸 저자는 보여주는 듯 하다.


<그날, 우리는>, <망월동 삼거리>은 5.18을 주제로 한 단편이다. 작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장면이 연출 되었다. 연설을 마친 5.18유가족 대표를 포옹하는 모습이 화면에 잡혔기 때문이다. 자신의 탄생과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서 언급했던 그 연설은 너무나 심금을 울렸고 그에 즉흥적으로 반응한 것인지 미리 예정되어 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대통령의 포옹으로 많은 걸 함축적으로 담을 수 있던 사건이었다. 


5.18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날, 우리는>에서는 주인공 정우의 누나 정주는 어제 군인들이 쏜 총소리에 놀라 교복을 잃어버렸다. 어머니의 꾸중에 못 이겨 정주는 교복을 찾으러 밖으로 나간다. 누나를 찾기 위해 정우도 밖으로 나갔다가 원희 누나를 만나고 광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태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을 듣는다. 원희 누나는 군인이 쏜 총에 발이 맞아 피를 흘린다. 누군가 원희 누나를 업고 병원으로 달린다. 이 모습을 담담히 그려내지만 어린 정우는 그날의 모습을 잊지 못한 채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 무고한 시민이 폭군이 되고 아무런 죄 없는 학생들이 빨갱이가 되어버린 현실을 눈앞에서 본 아이들은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야 하고 그들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망월동 삼거리>에서 나온 5.18을 직접 겪은 아버지를 둔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단편 소설이지만 유추하면서 생각할 수 있도록 저자의 배려가 돋보였다.


<가출 같은 외출>은 먹고 살기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자영업자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주인공 주령이는 등산로 초입에 위치한 민박 겸 식당을 운영하는 부모님을 두었다. 부모님은 항상 바쁘다. 그런 부모님을 돕기 위해서 13살때부터 물 겁 나르는 심부름을 했으니 벌써 경력 3년차가 되었다. 주령이네 가족은 여행은커녕 찜질방조차 간 적도 없다. 주령이는 무료로 하는 케이팝 스타 총출동 콘서트가 있는 고척스카이돔을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오후에 있는 버스를 타고 ‘가출 같은 외출’을 할 예정으로 식당을 돕고 있는데 식당에 온 아저씨가 가게 문을 나가면서 손가방을 찾기 시작한다. 주령이는 손가방을 못 보았다고 사실대로 이야기를 하지만 아저씨는 막무가내로 주령이를 의심하고 방안을 뒤지려고 한다. 이에 어머니도 주령이 편을 들고 아버지는 아저씨에게 역정을 내면서 딸을 두둔한다. 몸싸움까지 갈 정도의 상황으로 번져갈 때 일행이 손가방을 들고 있음을 알게 된 아저씨는 주령이 아버지에게 사과를 하지만 아버지는 자신의 딸에게 공개적으로 사과를 하라고 한다. 이 모습을 통해서 주령이는 부모님의 속마음을 알게 되고 혼자 쓸쓸히 눈사람을 쓸쓸히 만들고 있는 남동생에게 다가가 콘서트를 포기하고 함께 눈사람을 만들기로 한다. 이에 부모님도 동참을 하면서 마무리 된다.


삶이 팍팍하기에 아이들을 돌볼 여력이 없다. 늪에 빠진 것처럼 좀처럼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 자영업자들의 폐업 소식은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기에 전쟁터 같은 일상을 살아내야만 한다.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은 채 담담히 말하면서도 그러한 일상 속에서도 자식을 향한 따뜻한 속마음을 보여줌으로써 아이들이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부모의 사랑이 있음을 알려준다. 다양한 주제로 이뤄진 이 책은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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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하자! 푸른도서관 79
진희 지음 / 푸른책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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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을 이해 해보자


이 책은 10대들의 심리를 다룬 멋진 청소년 문학이다. 책은 총 5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은 별개이지만 주인공들은 서로 연관이 되어있다. 청소년 문학은 자칫 훈계나 미화로 마무리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책은 뚜렷한 결말을 제시하지 않는다. 독자들로 하여금 충분히 생각하고 고민할 여지를 남겨둔다. 이 단편들의 주인공들은 중고등학생들이다. 각자 살아온 환경도 다르고 처한 상황도 다르다. 또한 꿈을 꾸는 이도 있고 방황을 하는 이도 있다. 10대들을 향한 여러 조언과 충고가 있지만 그들의 실정과 동떨어진 것들도 많이 있다. 


수학선생님과의 마찰을 통해 1인 시위를 하는 한의지의 모습을 과연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할머니를 모시고 살아가는 나수현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까? 공신력에 대한 불신을 경험하고 나서 답답함을 견디지 못해 집을 나와 바다로 무작정 떠나는 서해밀에게는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어린 시절부터 배우의 꿈을 꿨지만 고3이 되어서 고백한 장남을 응원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기성세대들은 무슨 답을 할지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한의지, 공태오, 공나래, 나수현, 차강주, 해밀, 나재현등 다양한 인문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제13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 수상작 「사과를 주세요」는 수학선생님은 한의지에게 수업시간에 공개적으로 노란 리본을 떼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의지는 리본은 애도의 권리라고 대꾸한다. 이에 수학선생님은 막말로 대응을 한다. 결국 의지는 수학선생님에 대한 사과를 위한 1인 시위를 하기 위해 학교 정문에 선다. 그 모습을 본 태오는 의지 몰래 인터넷에 ‘태성고 사과녀’라는 제목으로 사진을 올리자 일파만파 사진이 퍼지면서 결국 만 사흘만에 수학선생님은 여론과 교장선생님의 압박에 못 이겨 사과를 하지만 의지는 아픔을 공감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진짜 사과를 받고 싶어 한다. 이 단편에서 0교시 자율 학습을 대체하는 교내방송을 하면서 선생님들이 학교에 생긴 불미스러운 일로 회의를 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태오는 휴대폰으로 불미스럽다라는 단어를 검색한다. ‘불미스럽다’의 사전적 뜻은 ‘아름답지 못하고 추잡한 데가 있다’라고 나온다. 이 한 단어가 현재의 기성세대를 바라보는 10대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단어인 것 같다. 세월호 사건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노란 리본을 통해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데 2014년 4월 16일 300여명의 사상자를 낸 사건에 대해 지겹다라는 표현으로 애도하고 싶은 이들을 묵살하려는 시도는 아이들에게 주변 사람들이 죽든 말든 공부만 하라는 소리로 들릴 위험성을 보여준다. 무한 경쟁속에서 지쳐가는 아이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가르쳐야 할 학교가 오히려 외면하고 있는 현실의 모습에 소설이지만 현실 속 사건을 대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데이트하자!」는 단순히 14살 ‘공나래’라는 소녀가 18살 ‘나수현’이라는 고등학생을 좋아하는 소설인 것처럼 보여지지만 숨겨진 주인공은 바로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있는 수현이의 할머니다. 나래는 수현오빠와의 우연한 만남을 기획한다. 바로 이종 사촌인 서이유 언니에게 수현의 주말 동선을 파악한다. 수현은 매주 토요일 집 근처 공원에서 운동을 한다는 소식을 접한 나래는 공원 벤치에 앉아서 수현을 기다린다. 기다리는 수현은 오지 않고 일흔살쯤 되어 보이는 할머니가 나래에게 다가와 데이트 하자라고 이야기 한다. 무료했고 더욱더 극적인 만남으로 보이고 싶은 나래는 할머니와 함께 배드민턴도 치고 직접 싸온 도시락도 먹는다. 이유는 수현에게 지금 공원에 이상한 할머니한테 자신의 조카가 붙잡혀 있다고 이야기를 하자 수현은 자신의 할머니임을 직감하고 공원으로 달려간다. 처음에는 할머니가 창피했던 수현은 나래에게 모르는 사람이라고 거짓말을 하지만 끝내 자신의 할머니임을 밝힌다. 할머니는 바지에 똥을 싼 것도 모른 채 마냥 나래와 즐겁게 놀고 싶어하는 모습을 뒤로 하고 수현은 할머니를 모시고 집에 간다. 그리고 수현은 나래와 데이트를 약속한다. 문재인 대통령 보건복지 공약1호는 일명 치매국가책임제로써 국가가 치매환자를 책임 지겠다는 것이다. 그만큼 치매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지만 아직도 인식의 변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이러한 사실을 10대들의 사랑 이야기에 포함을 시켜서 외면할 수 없는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 보게 하는 독자의 능력이 감탄스러울 뿐이다.


공권력에 실망해서 가출을 한 서해밀은 쌍둥이 누나인 서이유의 권유를 통해서 다시 집으로 오는 이야기, 고3이 되어서 배우의 길을 접어 들겠다고 하자 부모의 반대로 인해 고민하지만 주변 친구들의 도움으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갈 수 있게 된 나재현 이야기


주변에서 흔히 듣고 볼 수 있는 이야기다. 어릴 적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더 큰 꿈을 꾸고 더 많은 상상을 하면서 자라길 바란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순간 입시 전쟁은 시작이 된다. 더 많은 학원을 보내서 더 많은 점수를 받고 더 높은 위치에 올라서기를 바란다. 아이가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고 바라고 기대하는지 묻고 기다릴 여유가 없다. 선생님에게 1인 시위를 하는 학생의 모습에 용기와 격려를 보내야 하는지 비난과 조소를 보내야 하는지 고민하는 아이에게 부모는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대입이라는 큰 시험 앞에서 배우라는 어렵고 힘든 길을 선택한 고3 장남에게 어떠한 말을 해야 할까? 쉽지만은 않은 문제들이지만 아이들을 믿고 응원해주는 부모와 학교,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많이 있는 책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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