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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로역정 (양장, 조선시대 삽화수록 에디션)
존 번연 지음, 김준근 그림, 유성덕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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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판 천로역정
이 책은 존 번연의 천로역정을 당시 조선시대적 언어와 그림으로 변형한 책이다.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히는 책은 바로 존 번연의 ‘천로역정’이다. 이 책은 1678년에 처음 출판 되었고 저자는 옥중에서 집필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책이 우리말로 처음 옮겨진 것은 1895년이고 당시의 언어와 그림을 포함된 책으로 근대의 첫 번역소설이 되었다. 책 속에 그림은 한국 초기 기독교미술의 지대한 영향을 미친 김준근이 그린 삽도 42점이 같이 실려 있다.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자신이 없거나 아이에게 책의 대략적인 내용을 알려주고 싶은 사람은 삽도만 봐도 무방 할 정도로 줄거리 순으로 잘 설명 되어 있다.
천로역정이라는 책이 기독교 최고의 고전은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이 책에는 기독교의 기본적인 진리를 비롯한 다양한 신학적 용어를 기교 없는 비유로만 설명하고 있다. 택함, 부르심, 칭의, 성화, 영화등을 전문적인 신학적 지식이 없이도 책을 따라서 읽어 가다 보면 저자가 무엇을 의도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저자는 성화의 과정을 중요하고 상세하게 기록했다.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 중에서도 많은 이들이 하나님을 믿고 예수 그리스도를 입으로 시인하면 무조건 천국에 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것은 위험한 생각일 수 있다. 성경에서는 마음으로 믿어 입으로 시인하면 천국에 간다고 했지만 이후의 삶에 대해서도 분명한 언급을 하고 있음에도 그것을 무시하거나 잊은 채 살아가고 있다. 구원은 한 순간에 이뤄질 수 있겠지만 성화의 과정은 한 순간에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가 강조한 성화[(sanctification)란 기독교 신학에서 사용하는 신학적 용어인데, 성도가 일생을 살면서 그의 신앙적 삶이 거룩하게 되어가는 과정이나 행위]의 과정을 뜻한다.
저자는 책에서 주인공인 크리스천이 십자가를 통해서 죄짐을 벗는 것을 1/3지점에서 이미 밝힌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여기까지만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 후 2/3는 힘들고 고되고 때론 지루하고 답답하고 죽음까지 내몰리는 상황으로 책은 전개가 된다. 이 책을 처음 접하는 기독교인은 상당히 의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교회를 잘 다니고 하나님 믿는다고 고백하면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했지만 저자는 이러한 신앙에 대해 그것이 아니고 묵묵히 끝까지 걸어가야 천국에 갈 수 있다고 보여준다.
이 책의 줄거리는 단순 할 수 있다. 주인공인 크리스천은 어느 날 꿈을 통해 자신의 고향인 멸망의 도시의 상태와 앞날에 대해서 알게 되고 이를 계기로 길(여정)을 떠나게 된다. 그는 자신 앞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 채 복음전도자를 따라 좁은 문(천국을 향하는 길)향해 길을 떠난다. 그 길에서 선의를 만나고 해석자도 만나고 기름부음을 만난다. 이러한 만남을 통해 복음을 깨닫고 인내를 배우고 천국을 소망하게 된다. 주인공은 십자가 앞에서 그 동안 자신에게 있던 죄짐을 벗고 다른 옷, 즉 흰옷으로 갈아 입는다. 그리고 아름다움이라는 궁전에서 갑옷과 투구를 하고 여러 골짜기를 지나면서 마귀를 만나 물리치기도 한다. 동행을 하던 믿음은 순교를 하지만 감옥에서 풀려난 주인공은 소망과 함께 결국 천국에 들어간다.
이 책은 원본에는 없는 삽도가 들어가면서 조선시대에 맞는 이미지들이 차용된 것을 알 수 있다. 서양 사람들이 생각하는 천사의 이미지 대신 선녀의 모습을 그려 놓고 현재 창녀는 기생으로 그려 넣었다. 성경은 두루마리로 표현한 것은 지금 시대에는 흥미롭게 보인다. 또한 삽도에 사자를 표현했는데 그 당시에도 사자를 알았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고 성경에서 말하는 전신 갑주를 입은 주인공의 모습은 사극에서 많이 보던 장수의 모습과 유사했다. 악마와 마귀의 모습은 도깨비로 그렸으며 교황은 늙은 임금 같이 보이기도 한다. 아담 하면 떠오르는 벌거벗고 어쩌면 나약해 보이는 이미지일 수 있겠으나 이 책에서는 다소 거친 상남자의 모습으로 그려냈다. 감옥에 갇혀 있는 모습에서는 발에 착고를 찬 모습으로 연출했다. 마지막으로 천국의 모습은 불교에서 말하는 극락왕생의 모습으로 그려 냈다.
이 책이 여전히 사랑 받는 이유는 내용이 훌륭하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시대를 역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듯하다. 뉴스에서 나오는 기독교 소식은 열에 아홉은 안 좋은 소식으로 가득 차 있다. 또한 한국인들의 3대 종교(기독교, 천주교, 불교) 중에서 가장 신뢰도가 낮은 종교는 기독교가 되었고 유일하게 기독교 인구만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다. 신뢰도와 교인 수 감소에 대한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확실한 것은 세상의 흐름에 역행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낮은 곳으로 천한 곳으로 대접을 할 곳으로 가야 하는 기독교가 높은 곳으로 멋진 곳으로 대접을 받는 곳으로 가고 있는 건 사실인 듯 하다. 이 책은 기독교인이라면 한 번쯤 아니 여러 번 읽으면 좋을 책인 듯 하다.
김준근이 그린 삽도도 42점
1. 크리스천이 복음전도자의 계도를 받다.
2. 크리스천이 집을 떠나다
3. 크리스천이 유순을 데리고 고집쟁이와 이별하다.
4. 크리스천이 낙심의 늪에 빠졌는데 도움이 구원하다.
5. 세속 현자가 크리스천을 꾀다.
6. 크리스천이 길을 잃었는데 전도자가 다시 가르치다.
7. 크리스천이 좁은 문에 다다르니 선의가 문을 열어주다.
8. 선의가 크리스천에게 천국의 길을 가르치다.
9. 해석자가 방 쓰는 데 물 뿌리는 이치로 크리스천을 가르치다.
10. 해석자가 욕망과 인내로 크리스천을 가르치다.
11. 해석자가 물로 불을 끄고, 기름으로 불을 일게 함으로서 크리스천을 가르치다.
12. 크리스천이 십자가에서 죄짐을 벗고, 천사가 흰 옷을 입히다
13. 크리스천이 담 넘어오는 허례와 위선을 권유하다.
14. 크리스천이 불신과 겁쟁이의 말을 듣지 않다.
15. 크리스천이 잃었던 두루마리를 다시 찾다.
16. 크리스천이 사자가 있는 곳을 지나가다.
17. 크리스천이 아름다움 궁전에 다다르다.
18. 크리스천이 아름다움 궁전에 들어가다.
19. 크리스천이 갑옷을 입다.
20. 크리스천이 아볼루온과 싸우다.
21. 크리스천이 마귀를 만나 기도하다.
22. 크리스천이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떠나니 햇빛이 비치다.
23. 크리스천이 교황을 지나가다.
24. 믿음이 크리스천을 일으켜 주다.
25. 첫 사람 아담이 믿음을 꾀다.
26. 말 많은 동네
27. 크리스천과 믿음이 복음전도자를 다시 만나다.
28. 허영의 시장
29. 크리스천과 믿음이 허영의 시장에서 잡혀가다.
30. 믿음이 순교하다.
31. 크리스천과 소망이 롯의 아내가 소금기둥 된 것을 보다.
32. 생명수의 강
33. 크리스천과 소망이 절망 거인의 감옥에 갇히다.
34. 크리스천과 소망이 감옥에서 도망하다.
35. 크리스천과 소망이 오류의 산꼭대기에서 내려다보다.
36. 천성을 바라보다.
37. 크리스천과 소망이 무지를 만나다.
38. 한 빛나는 사람이 크리스천과 소망을 그물에서 구원하다.
39. 소망이 마법의 땅에서 졸다.
40. 천사를 만나다.
41. 죽음의 강을 건너다.
42. 천국에 들어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