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 강해 ㅣ 세계기독교고전 22
알렉산더 화이트 지음, 박문재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22년 5월
평점 :
제21문
하나님이 택하신 사람들의 구속주는 누구십니까?
하나님이 택하신 사람들의 유일한 구속주는 주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는 하나님의 영원하신 아들로서 사람이 되셨는데, 하나님과 사람이라는 두 구별되는 본성과 한 인격이셨고, 영원토록 그러하십니다.
예수님이 부활하실 때, 이해하기 힘든 장면이 있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이 손과 발에 십자가에 달리신 못 자국, 그러니까 상처 자국을 그대로 가지고 부활하신 것이 다소 의아했습니다. 옆구리에도 창에 찔린 자국을 그대로 가지고 계셨으니까요. 우리가 부활체가 될 때에는 모든 것이 '회복'되어 온전해지리라 믿었기(?) 때문에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천국에 가면 우리의 상처 자국은 말끔히 지워지는 것이 아니었나? 왜 예수님은 상처 자국을 그대로 가지고 부활하신 것일까?' 이런 의문이 생겼던 것입니다. 그러다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예수님의 상처 자국은 하늘의 상급이요, 우리를 향한 영원한 사랑의 증표라는 것이 깨달아져서 십자가 앞에 엎드려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몸에 새겨진 상처 자국처럼,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을 배울 때, 또 하나 저의 믿음(?)을 당황스럽게 하는 교리가 있었습니다. 바로 21문, "하나님이 택하신 사람들이 구속주는 누구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입니다. "하나님이 택하신 유일한 구속주는 주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는 하나님의 영원하신 아들로서 사람이 되셨는데, 하나님과 사람이라는 두 구별되는 본성과 한 인격이셨고, 영원토록 그러하십니다!"
이 대답이 충격이었던 것은, 예수님이 가지고 계신 '인성'은, 이 땅에 오실 때, 즉 성육신하셨을 때에만 가지셨던 본성이고, 성육신 하셔서 우리의 죄를 다 대속하시고 부활하신 후에는 온전한 신성을 지니신 본래의(?) 하나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실 것이라는 그림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교회에서 그렇게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막연히 그러할 것이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의문은 남았습니다. 어째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 삼위의 한 위격이신 예수님은 "하나님의 영원하신 아들로서 사람이 되셨는데", 대속을 다 완성하신 후에도 왜 "하나님과 사람이라는 두 구별되는 본성과 한 인격"으로 영원히 남아계실까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CH북스에서 발간한 <알렉산더 화이트의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 강해>를 만났습니다. 이 책은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을 '해설'해주는 책입니다.
알렉산더 화이트의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 강해>는 이 문제에 대해 이렇게 답합니다. "두 본성이 우리 구속주 안에서 만났다. 각자의 속성은 유지되었지만, 각각의 본질로부터 아주 완벽한 하나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복된 동정녀의 모태 속에서 말씀이 육신이 된 이후로 우리는 그를 인성 없는 하나님으로 생각할 수도 없고, 신성 없는 사람으로 생각할 수도 없다"(98). 그리고 파스카시우스의 말을 빌어, "그리스도 안에는 두 인격이 아니라 신성과 인성이라는 두 본성이 존재하는데, 한 인격은 다른 인격을 소멸시키는 반면에, 한 본성은 다른 본성 안에서 소멸될 수 없다"(98-99) 설명합니다. 예수님 안에서 만난 하나님과 사람이라는 두 본성은 최초로 결합된 순간부터 영원토록 분리될 수 없었고, 분리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나는 소교리문답이 '두 구별되는 본성과 한 인격이셨고, 계속해서 영원토록 그러하십니다'라는 진리를 지금까지 인간의 언어로 표현한 어떤 진리와도 바꿀 마음이 없다. 나는 교회의 가장 위대한 개혁자, 언약의 시조, 영국 헌법을 기초한 사람이 되기보다는 가장 미천한 자로서 네 번의 교회 공의회에 참석해 이 진리를 옹호하는 자가 되고 싶다"(에드워드 어빙, 99).
우리의 구속주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영원한 신비인 듯 합니다! 그런데 이 번에 다시 한 번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 강해>를 읽으며, 우리는 얼마나 자주 우리의 생각 속에 온 우주보다 크신 '하나님'을 가두고 있는가 하는 것이 충격적으로 깨달아졌습니다. 저도 오래(?) 신앙생활을 했는데도, 성육신 하신 예수님의 인성은 한시적이며, 구속이 완성되고 부활하실 때, 원래의 신성으로 되돌아가실 것이라는 '선입견' 속에 갇혀 있었으니 말입니다. 우리가 믿고 고백하는 바가 무엇인지 더 분명하게 알기를 원하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 강해>를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처음 배우는 사람들보다,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정리하기 원하는 분들에게 더 잘 읽히고 이해되겠지만, 정복하지 못할 산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