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어디에서 왔니 - 탄생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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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떤 짐승도, 유전자가 인간과 거의 차이가 없다는 침팬지도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별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땅과 숲을 보며 꽃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는 없습니다. 짐승과 똑같은 동굴 속에서 살던 때도 우리 조상들은 인간이 살아가는 현실과는 전연 다른 허구와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냈습니다. 그것이 신화와 전설과 머슴방의 '옛날이야기' 같은 것입니다"(11).

이 책은, 이제는 꼬부랑 할아버지가 된 이어령 박사님이 한국인의 DNA 속에 생명줄처럼 이어져온 한국인의 이야기를 담아낸 책입니다. 이야기꾼의 천성을 타고난 이어령 박사님은 꼬부랑 할머니가 들려주었던 옛이야기처럼 한국인의 탄생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너 어디서 왔니>를 읽으면 우리가 살아온 모든 순간들이 이야기로 이어져 있으며, 생명은 이야기로 시작되며 이야기가 끊기면 목숨도 끊긴다는 사실을 알려 줍니다. 천하루 밤 동안 왕을 위해서 들려주는 아라비아의 이야기가 그랬듯이 진짜로 "이야기가 곧 목숨"(9) 셈입니다.

한국인의 탄생 이야기는 '태명'부터 시작합니다. "무엄하게도 고종 황제의 아명이 '개똥이'었다니"(15), 태명은 없었지만 '진희'라는 예쁜 아명을 가지고 어린 시절을 살게 해준 부모님께 새삼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렇게 한국인의 탄생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와 연결되어 있으며, 우리가 별스럽지 않게 부르고, 말하고, 쓰고, 나누며, 살아가는 나와 너의 이야기 속에 참 많은 세월과 지혜와 사연이 담겨 있음을 새삼 알게 해줍니다. "세계는 '이름'으로 이루어진 것이니", "마당쇠의 마당은 '맏이'가 변한 것이며", "로마인들은 이름이 좋은 사람부터 전쟁터에 보냈으며", "나는 한 살 때에 났다"라고 천연덕스럽게 이야기하는 소설의 한 대목, "고려 사람들은 고래가 새끼를 낳은 뒤 미역을 뜯어 먹어 산후의 상처를 낫게 하는 것을 보고 산모에게 미역을 먹인다"는 시시콜콜 하면서도, 깨알 정보를 담은 이야기들이 꼬불꼬불 이어집니다.

어쩌다 보니 세상에 나와 있고, 살다 보니 여기까지 왔는데, 눈이 아니라 냄새로 엄마의 젖을 찾는다는 사실도 모른 채 모든 힘을 입술로 모아 엄마의 젖을 빨며 살아냈고, 그냥 읽었던 에스겔서 성경 구절 속에 "당시 아기가 태어나면 탯줄을 자르고, 정결하게 씻고, 소금을 뿌리고, 긴 천으로 둘러 감싸던 풍습이 있었음을"(185) 배우며, 아이가 태어나면 꼭 안아주어 아기가 젖을 물고 엄마의 심장 박동 소리를 들으며 안심할 수 있도록 해주었던 한국 엄마들의 이야기에 새삼 감사와 경의를 표하게 되는 책입니다.

언제가 이어령 박사님은 엄청나게 방대한 글감들을 모아 두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좋은 문장, 재미있는 이야기, 새로운 정보 등 다양한 글감들을 읽고, 스크랩하고, 메모해두는 습관이 있다고 말입니다. <너 어디에서 왔니>는 이어령 박사님이 그런 '이야기'들을 얼마나 귀담아 듣는 분이신지, 이야기를 얼마나 사랑하는 분이신지 알게 해주며, 이어령 박사님의 지혜는 바로 이야기 속에서 캐어낸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해줍니다. 어릴 때부터, 처음부터, '이어령 박사님'이라고 불러서 그런지 제게 이 꼬부랑 이야기 할아버지는 언제나 '이어령 박사님'이었는데 이번에 알았습니다. 이분은 '이야기' 박사님이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한국인의 탄생을 이야기하는 <너 어디에서 왔니>는 어렸을 때 들었던 옛 이야기처럼 재미있는 책입니다. 한국에는 한국의 밤이 있고 밤마다 이어지는 이야기가 있는 것처럼, 우리 모두에게는 저마다의 밤이 있고 밤마다 이어지는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해주는 책입니다. 시시해보이던 삶이었고, 별 것 없는 것처럼 보이는 우리의 일상 속에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숨어 있는지를 발견하게 해주는 이야기 책입니다. 가지고 있으면서도 가지고 있는 줄 몰랐던 아름다움, 미쳐 깨닫지 못했던 소중함들, 놓치고 있었던 의미들을 재미있게 일깨워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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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만나를 줍는 여자 - 말씀을 먹으면 살아난다
홍애경 지음 / 두란노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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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입은 치유자를 만나다!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아오며 세상적인 행복이 절정에 달했던 순간에, 자신에게는 하나님과도 같았던 딸을 잃고, 딸을 잃은 바로 그 자리, 그 상처의 한복판에서 하나님을 만났다는 한 어머니의 이야기가 궁금했습니다. <오늘도 만나를 줍는 여자>는 '아이를 하늘 나라에 보낸 엄마'가 운명처럼 큐티와 만나게 되고, 그렇게 '나를 살린 말씀을 다른 사람에게도 나눠주는 큐티 사역자'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매일 큐티 말씀을 통해 주님과 친밀하게 만나며, 말씀이 더 깊이 깨달아질수록 자신의 삶이 다시 해석되기 시작했다는 이 어머니는, 힘든 일을 겪게 되면 주님을 떠나는 사람이 많은데, 오히려 그 일을 통해 주님을 더 친밀히 만나야 한다고 간곡히 호소합니다. 매일 큐티를 통해 하나님의 뜻과 하나님의 마음이 이해되기 시작할 때, 영혼이 소생하며 상처 가운데서도 감사가 넘치는 은혜를 경험한 증인으로 말입니다. "내가 살았으면 남도 살리는 게 진짜 큐티"(110)라고 말하는 홍애경 집사님은 그렇게 상처 입은 치유자로 쓰임받고 있는 은혜를 노래합니다.

 

 

"사실 나의 큐티는 하나님을 향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나를 향한 하나님의 음성, 하나님의 인도하심, 하나님의 계획하심을 알아야만 했다. 이대로 살 수 없었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선택한 것이 큐티였다. 매일 주님의 얼굴을 구하고, 주님의 음성을 구하고, 주님의 말씀을 듣고 싶었던 나의 마지막 선택이었다. 엄밀히 따지면 나를 향한 하나님의 선택이셨다"(161).

아침에 눈을 뜨면 무조건 만나를 줍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는 홍애경 집사님은 큐티를 하는 데 특별한 방법은 없다고 잘라 말합니다. "맞는 큐티도 없고 틀린 큐티도 없다. 중요한 것은 매일 주님을 만나며, 그분이 어떤 분인지 아는 것이다"(158). 큐티는 방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주님을 만나기 위해 "매일" 말씀 앞에 서는 것이 중요하며, 큐티의 가장 큰 은혜는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알아가는 데 있음을 잊지 말라는 당부겠지요. 다만, 말씀을 적용하는 데 있어서는 "남이 아닌 내 삶에만 적용한다. 주님은 내게 남 이야기를 하지 않으신다. 언제나 내 이야기를 나에게 말씀하신다"(163)라고 일러주는 부분은 우리 모두가 마음에 새길 필요가 있겠습니다. '나는 매일 큐티하는 사람이야' 하는 자부심은 자칫 우리를 우쭐하게 만들 위험이 있고, 내가 더 경건한 사람이라는 교만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말씀으로 다른 사람을 비판하고 정죄하게 되는 일을 많이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이분은 진짜다라고 느낀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큐티하기 전에는 남을 보았는데, 이제는 말씀의 거울로 나를 보게 하시니 남은 안 보이고 자꾸 나만 보이는 게 감사하다"(170).

사실, 교회 안에서 말씀과 가까워지는 방법에 대해 누가 물어오면, 저는 큐티보다 통독을 더 강조했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매일 큐티를 시작한지 2주째가 되어갑니다. 큐티를 통해 하나님과 마음을 깊이 나누는 모습에 큰 도전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주님이 또 어떤 말씀을 해주실까 하는 기대로 하루를 시작하며, 말씀 앞에 머무는 그 시간이 더 없이 소중해지고 있습니다. 큐티 노트를 빼곡히 채워가며 주님과 대화할 때마다 제 안에서 이런 탄성이 들려옵니다. "그런데 나는 왜 영원하지 않을 것들을 이렇게 붙들고 살면서 고통스러워했을까?"(88)

책을 받자마자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습니다. "나도 아이를 하늘나라에 보낸 엄마예요"라는 고백으로 시작되는 이야기에서 눈을 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복음은 우리를 구원하는 하나님의 능력이라고 했는데, 이 책을 통해 말씀이 어떻게 한 영혼을 다시 소생시키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하나님의 뜻에 나를 온전히 맡기며 절대 순종할 수 있는가, 어떻게 상처 속에서도 감사를 노래하며 은혜를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는가, 아니 어떻게 하면 어떤 상황 속에서도 나를 향한 하나님의 은혜를 풍성히 누릴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이 책에서 찾았습니다. 이 책이 가르쳐준 답은 '말씀을 통해 내 안에 하나님의 마음이 부어질 때'였습니다.

큰 상실의 고통으로 아파하고 계신 분들, 어디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좋을지 모르겠는 분들, 말씀의 은혜를 더 깊이 누리고 싶은 분들, 하나님과 더 친밀해지는 방법을 알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오직 말씀 속에 소망이 있음을 아멘으로 고백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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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에게 왜 인문학이 필요한가?
김형석 지음 / 두란노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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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면 시인 하이네가 말한 "인간은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인가? 황금빛이 비치는 별 저편에는 누가 사는가?"의 문제일 것이다. 그 해결을 위해 철학이 있었고, 예술이 전해졌고, 모든 사상이 생겨났다. 그러나 누구도 근본적인 해명을 내리지는 못하고 있다. 모름지기 인류의 영원한 문제가 되고야 말 것이다(241).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의 계시에 의한 말씀, 즉 '성경'을 읽고 연구하고 묵상하여 진리를 발견하고, 자신과 세계에 대한 인식을 재정립하고, 인생의 의미와 가치와 목적을 해석합니다. 다시 말해, 위로부터 아래로 내려오는 진리 탐구 방식에 익숙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거기에만 익숙해지다 보면,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방식으로 대화를 나누는 일에는 점차 서툴러 지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스도인에게 왜 인문학이 필요한가?>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계시에 익숙한 그리스도인들에게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방식으로 대화를 시도합니다. 교회 안에서 세상 밖으로 향하는 자리에 익숙한 그리스도인들에게, 밖에서 안을 향하는 방식으로 기독교 진리의 내용은 무엇인지, 세상에 왜 복음이 필요한가를 고민해보도록 돕습니다. 교회에서는 듣는 설교가 하늘 언어로 선포된 말씀이라면, <그리스도인에게 왜 인문학이 필요한가?>는 땅의 언어로 듣는 설교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인 성향이 소위 말하는 '인문학적' 설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지라 처음부터 이 책에 큰 흥미를 느낀 것은 아니지만, 평소 존경하고 즐겨 읽었던 김형석 교수님의 메시지라면 무조건 읽어볼 가치가 있다는 믿음으로 이 책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이 옳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인문학이 왜 필요한가,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교회의 사명과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해 이처럼 큰 그림을 그려줄 수 있는 지혜로운 선생님을 만나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복음은 세계 문제에 명확한 답을 제시한다(217).

김형석 교수님은 왜 인문학이 필요한가로 이야기를 시작하시는데, "자연과학이 인간이 필요로 하는 자연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고 사회과학이 인간의 사회적 삶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면, 인문학은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인간 자체를 연구하며 인간의 삶을 이끌어가는 사상을 연구하는 학문"(18)이라고 정의하며, 왜 우리에게 인문학적 사고가 필요한지를 설명합니다. '인문학적 사고'를 하지 못하는 인간은 고정관념이나 선입관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 인문학적 사유의 자유에 뿌리를 둔 휴머니즘의 발전만이 인간다운 삶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피력하지요.

그런데 이러한 인문학이 풀지 못한 인문학적 과제, 최후의 문제가 있습니다. "인간은 어디서 와서 무엇을 하다가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답하는 일"입니다. 문제는 어떠한 윤리와 도덕도, 올바른 양심도, 그 누구도 이 문제에 대답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얻은 확실한 사실은 단 하나, "죽음으로서의 종말을 통해 모든 수고와 노력이 마침내 공허와 무의미로 돌아가버린다는 사실"입니다(204). <그리스도인에게 왜 인문학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답을 한다면, "인간이 가진 문제에 관해 오직 복음만이 명확한 대답을 제시해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할 수 있겠습니다. 김형석 교수님은 한계와 절망에 빠진 휴머니즘을 구출해줄 수 있는 것은 복음 제시뿐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기독교의 과제를 이렇게 정리해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휴머니즘의 학문인 인문학도 인간다움을 위해 수용할 수 있고 인문학적 과제를 기독교의 진리로 흡수 완성시켜 줄 책임을 다 해야 한다"(169).

이 책은 그리스도인이 읽어도 좋고, 비그리스도인이 읽어도 좋을 책입니다. 하나님의 사랑, 하나님의 독생자이신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이 왜 윤리를 초월한 유일한 진리의 근거가 되는지 밖에서 기독교 안으로, 아래서 위를 향해 진리를 탐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어디서 와서 무엇을 하다가 어디로 갈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 세대에게 왜 우리가 진리를 찾아가는 것이 중요한지, 그 진리는 어디에 있는지를 일깨워주는 보물 지도와 같은 책입니다. 그리고 교회만에 세상에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책입니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이 있는데, 사는 대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 대로 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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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두려운 오늘의 너에게 (한정판 스페셜 에디션 박스) - 초판 한정 사인 인쇄본 + 오늘의 너에게 에코백 + 내일의 너에게 엽서 SET 내일이 두려운 오늘의 너에게
조성용 흔글 지음 / 경향BP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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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부디 이 책 안에서 삶을 지켜낼 수 있는

하나의 문장을 마주할 수 있기를,

어른이 되어간다고 느낄수록, 누군가를 위로하는 일이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누군가를 그럴 듯하게 위로하기 위해 옳은 것, 좋은 것, 선한 것 속에서 답을 찾으려 애쓰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가장 강력한 위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내일이 두려운 오늘의 너에게>는 괜찮다고, 그럴 수도 있다고, '잘' 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냥' 살아도 괜찮다고, 그래도 된다고, 그게 너라고, 어쩔 수 없는 것도 있다고 말해줍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많은 시간, 이렇게 해야 한다고, 이게 맞다고, 그래서는 안 된다고, 그건 틀렸다고, '잘' 하라고, 무엇이 되라고, 더 나아지라고, 흔들리지 말라고 서로를, 그리고 스스로를 다그쳐왔음을 깨닫습니다.

<내일이 두려운 오늘의 너에게>를 읽으며,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의 위력을 새삼 실감합니다. 내가 옳다고, 내가 더 선한다고, 내가 더 괜찮은 사람이라고 믿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 속에서 숨이 막혔다면 이 책을 친구 삼아보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얼굴 위에 '못.마.땅.해'라는 네 글자를 새기고 내를 대하는 사람 때문에 괴로웠다면 이 책을 가만히 음미해 보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비판적이고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세상 속에서 쪼그라들다 못해 마음이 너덜너덜해진 것 같다면 이 책의 글을 필사해보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내일이 두려운 오늘의 너에게>는 누군가의 위로의 말을 통해 내가 나를 위로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따뜻하고, 다정하고, 지혜로운 책입니다.

 

 

 

금이 간

사람

대체로 난 금이 간 사람을 좋아한다.

벌어진 틈이 있다는 건

쓸쓸하지만 동시에 강인하다는 뜻일 것이다.

연약한 사람이었다면

온 힘 다해 제 몸을 깨뜨렸을지도 모르지.

그러니 틈이 존재하는 사람은

버텨낼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

그건 결코 흠이 아니다.

상처 입은 사람을 가장 잘 위로하는 사람은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일 것입니다. <내일이 두려운 오늘의 너에게>는 외로움 속에 오늘을 살아가고, 불안 속에 내일을 맞이하는 이들에게, 같은 시간 속에 같은 불안을 가지고 사는 이들이 있음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그렇게 우리들은 서로에게 연결되며 삶을 지켜낼 수 있는 힘, 오늘을 다루는 방법, 온전한 내가 되어가는 지혜를 얻습니다. 성경에 보면, "내일 일을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이 염려할 것이다"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내일의 걱정은 내일에게 맡기고 오늘에 충실하라는 뜻이지요. 그리고 "고난 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는 고백도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제가 건져올린 지혜도 바로 이것입니다.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금이 간 사람들이 정말 강하다는 것, 조급함 때문에, 주저앉고 싶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 때문에, '누군가'를 끊임없이 의식하고 비교하는 태도 때문에, 만족을 모르는 어리석음 때문에, '오늘'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망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가르쳐줍니다.

<내일이 두려운 오늘의 너에게>를 덮으며, 생각해봅니다. 잘 사는 인생, 못 사는 인생의 갈림길은 어쩌면,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싸움이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삶을 지켜낼 수 있는 힘이 필요한 이에게 선물하기 딱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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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켈러를 읽는 중입니다 - 팀 켈러의 7가지 핵심 가치
CTC코리아 엮음, 전재훈 외 옮김 / 두란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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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화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것을 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특정 시기와 특정 지역에서 사람들이 삶에 대해 갖는 질문에 대해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형태로, 그리고 그들이 힘 있게 느낄 수 있는 호소와 논증을 통해서, 비록 그들이 듣고 싶어 하지 않고 심지어 반대할지라도 성경의 답을 주는 것이다(26).

팀 켈러는, 교회 개척의 불모지라는 뉴욕 맨하튼 중심가에서, 극도로 개인주의적이며 특별히 복음주의적 기독교를 불신하는 경향이 강한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꾸준히 성장해 지금은 6천 명이 넘는 대형 교회로 성장해온 리디머교회를 이끌어온 담임목사입니다. <팀 켈러를 읽는 중입니다>는 담임 목회자로서 리디머교회를 이끌어온 팀 켈러 목사님의 사역 원리와 핵심 메시지를 '7가지 핵심 가치'로 정리하여 가르쳐주는 책입니다. 그동안 팀 켈러 목사의 책을 꾸준히 읽어온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또 교회 개척에 막 뛰어든 개척자의 한 사람으로서, <팀 켈러를 읽는 중입니다>를 읽었을 때, 희망과 절망, 기대와 낙심을 동시에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이 책을 읽고 이틀 간은 크나큰 고통 속에 있었다고 말하는 것이 정직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

팀 켈러 목사님의 첫 책을 읽었을 때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미 복음을 잘 알고 있다고 믿었는데, 실상은 복음을 1도 모르고 있었구나 하는 것을 벼락 같이 깨달으며, 팀 켈러 목사님의 책을 통해 복음을 온전히 알아가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현대적인 언어로 그 누구보다 복음의 아름다움을 탁월하게 설명해주는 그의 메시지가 좋았습니다. 단순히 좋은 정도가 아니라, 엄청난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 것에 맞겠습니다. 그런데 팀 켈러의 책을 동역자들이나 교회 청년들에게 추천해주었을 때, 가장 많이 듣는 답변이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려우니 재미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그의 메시지가 주는 감동을 그대로 유지하며 그 핵심을 전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고 있던 터라 이 책을 만난 것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팀 켈러보다 팀 켈러를 잘 풀어냈다"는 평에 동의하는 바입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어떤 상황적 배경 하에 팀 켈러의 신학이 정립되어 왔는지를 배우며 깊은 좌절과 낙심으로 고통스러웠던 것은, 내가 교회 개척자로서 얼마나 준비가 되지 않았는가를 아프게 깨닫게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끊임없이 비그리스도인들과 만나 그들의 고민을 듣고 그들을 이해한 후, 어떤 신학적 배경 하에 교회를 세워야 할지 고민하며 사역에 적용해가는 팀 켈러 목사님을 뵈니,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그러나 팀 켈러 목사님의 사역 원리와 핵심 메시지도 바로 이러한 좌절과 낙심이 교차하는 과정 가운데 탄생하고 세워져갔음을 바라보며 다시 힘을 내보려 합니다. 이 책이 가르쳐주는 내용은 굉장히 방대하지만, 이 책의 조언대로 "우리가 팀 켈러에게 배워야 할 것은 특화된 사역들이 아니라, 그 사역들 중심에 놓인 상황화된 신학적 비전"(27)임을 기억해야겠습니다.

 

 

리디머교회는 다섯 가지 사역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첫째는 하나님에게 연결하는(예배와 전도), 둘째는 서로에게 연결하는(훈련과 교제), 셋째는 도시에 연결하는(정의와 자비 사역), 넷째는 문화에 연결하는(직업과 신앙의 통합), 그리고 다섯째는 교회 개척 사역이다(201).

2017년 말 기준으로, 기독교 단체는 편의점보다 많으며 커피 전문점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교회는 2일마다 하나씩 생기고 3일마다 하나씩 문을 닫는다고 합니다(71). 정말 아무것도 '없는' 상황 속에서 교회 개척에 뛰어들고 보니 교회의 분립 개척이 아니면, 소위 말하는 맨땅에 해딩하는 식의 교회 개척은 정말 기적과 같은 일이겠구나 하는 것을 매일 실감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특별히 교회 개척자들에게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팀 켈러 목사님의 사역은 한마디로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이 되는 복음으로 비그리스도인들을 초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책은 무엇보다 팀 켈러 목사님이 전하는 복음의 능력과 아름다움의 결정체를 잘 요약해줍니다. "복음의 능력은 두 가지 움직임으로 다가온다. 첫째, "나는 내가 감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한 죄인이고 허물 많은 존재입니다"라고 고백하는 것이다. 둘째, "나는 내가 감히 바랐던 것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용납되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33-34). 팀 켈러의 메시지를 다시 읽어주는 이 책의 저자들은 "'어떤 사역을 할까"라는 것이 고민의 시작이 되어서는 안 된다. 복음이 무엇인지를 깊이 묵상할 때, 그 복음은 자연스럽게 하나님과 사람과 세상과 문화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219)고 조언합니다.

특별히 이 책을 교회 개척자들에게 추천해드리고 싶은 이유는, 교회 개척에 대한 강력한 비전과 전략을 소개해 주고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도시 전체의 그리스도인들을 증가시키는 가장 주된 방법은 교회 부흥이 아니라 교회 개척"(201-202)을 통해서라는 팀 켈러의 믿음과 전략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줍니다. 도시의 부흥을 위해 교회가 해야 할 가장 핵심적인 일은 교회를 개척하는 것이라는 팀 켈러의 강력한 메시자가, 교회 개척 현장에 있는 모든 개척자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어 줄 것입니다.

어떤 분야이든 모범적으로 그 길을 걸어간 선배가 있다는 것은 참 축복받은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따를 모범이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희망과 위로와 격려가 되어주니까요. <팀 켈러를 읽는 중입니다>는 가짜와 진짜가 가려지고 있는 듯한 현재의 교회 상황에서 진짜 교회, 건강한 교회, 주님이 의도하셨던 바로 그 교회가 되기를 소망하며 몸부림치는 모든 교회들에게 누구보다 강력하고 건강한 모범을 제시합니다. 교회가 할 일이 무엇인지, 비그리스도인들을 전도하는 가장 좋은 전략이 무엇인지, 무엇보다 이 시대에 복음을 맡은 자로서 어떻게 복음을 전하고 복음으로 세상을 섬길 것인지에 대한 강력한 시사점을 제공해줍니다. 팀 켈러의 책을 읽고 영향을 받은 독자라면 그 핵심에 더 깊이 들어갈 수 있을 것이며, 아직 팀 켈러를 모르고 있는 독자라면 왜 이런 책까지 나오게 되었는지 팀 켈러의 영향력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게 될 것입니다! 교회에 대한 고민이 있는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도 이 책을 괜히 읽었다고 후회하지는 못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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