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하는 커뮤니케이션 - 성공 비즈니스 라이브러리 06
후쿠다 다케시 지음, 전경아 옮김 / 시그마북스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통하였느냐


"우리 대화 좀 합시다"라고 요청하고서는 자기 말만 실컷 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직장생활 내에서는 상사가, 가정생활에서는 부모님이, 또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대화'를 하자고 불러서는 일방적으로 교훈을 늘어놓거나 
말을 시켜놓고서는 조목조목 반박하며 자기 의견을 관철시키려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서는 이것을 '대화'라고 생각한다.
'설득'을 위해 일방적으로 소통하는 말은 웅변이나 자기 주장이지 대화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시그마북스에서 '성공 비즈니스 라이브러리' 시리즈 여섯 번째 책으로,
"대화의 기술"을 다루면서 책의 제목을 <통하는 커뮤니케이션>으로 정한 것은
핵심을 잘 짚어주는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대화는 단순히 말을 잘한다는 개념과는 다르다.
대화는 말을 주고받는 것, 즉 말 그대로 "커뮤니케이션"이다.
대화를 잘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화가 말을 잘하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통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직장인에게 '대화의 기술'을 가르쳐주는 '실용서'이다.
'화술연구소'를 설립하고 소장을 맡고 있는 저자 '후쿠타 다케시'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의식적인 노력과 연습에 의해 얼마든지 계발될 수 있다고 말한다.
<통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직장인을 위한 실용서 답게, 
'실전'에서 바로 사용 가능한 핵심적인 기법을 요점만 간추려서 설명하고 있다.

대화 기술을 '말하기'와 '듣기'로 크게 나누어 생각해본다면,
먼저, 말하는 기술에서 내가 주목한 것은 대화에서 "부정부터 하지 말라는 것"이다(99-101).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상대방의 말을 이어받을 때, 
습관적으로 "아니야!"를 먼저 말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과 대화를 하면 가벼운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조차 몹시 기분이 상했던 기억이 난다.
<통하는 커뮤니케이션>에서는 반대 의견을 말할 때도 
긍정적인 표현으로 시작하라고 충고한다.
갑작스럽게 "아니, 그게 아니야" 하지 말고, 
"아, 그것도 그렇네"라고 맞장구를 친 다음에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이 기술이다.

또 하나, 말하는 기술에서 말 잘하는 사람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있는데,
’말하는 것에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게 자기만 떠드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대화는 일방통행이 아님을 주의해야 한다.
<통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이렇게 정리한다.
"대화를 잘하는 사람이란 화제를 제공하면서 
상대가 말을 하게끔 대화를 이끄는 사람이다"(20).

재밌는 이야기란 웃기는 이야기, 기발한 이야기가 아니라,
"재밌는 이야기의 포인트는 상대가 공감하는 것"이라는 것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이다.

대화 기술에서 '경청'의 중요성은 여러 분야에서 강조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울 것은 없지만,
문제는 '경청'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제대로 된 경청'의 습관을 갖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경청에서 알아두어야 할 핵심적인 기술은
커뮤니케이션이 성공하는 대화의 균형은 "말하기:듣기" 비율이 
"4:6" 정도가 적당하다고 한다.

또 하나, 경청은 단순히 듣는다는 수동적인 개념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행위이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을 때, "그래서 어떻게 되었습니까?"라는 표현을 통해
'나는 여러분의 이야기를 잘 듣고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내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듣는 것도 표현의 하나라는 것을 잊지 말자.

소통하는 대화의 기술은 특별한 어휘나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책에서 '사람의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데 효과적인 마법의 문구'라고 소개되는 표현도
"고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와 같은 평범한 말이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과 소통하려는 '의지'요,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예의'라고 생각한다.
<통하는 커뮤니케이션>에서는 대화할 때,
"상대의 이야기를 끊는 것은 목숨을 빼앗는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표현을 쓴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예의를 갖춘다면, 
'끼어들기', 지레 짐작'과 같은 습관도 고칠 수 있을 것이다.

<통하는 커뮤니케이션>은 말하기, 듣기 이외에도 
'말 이외의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상황별 커뮤니케이션 포인트'를 간추려 소개한다.
가볍게 읽으면서 자기의 대화 습관도 점검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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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전략, 자기 PR - 성공 비즈니스 라이브러리 01
나이토 요시히토 지음, 정세환 옮김 / 시그마북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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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자기 PR'이라는 개념을 몰랐을 때부터 나는 '자기 소개'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었다.
흔히 남자 이름으로 인식되는 유명하고 흔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다,
성씨도 특이 성씨(채 씨)여서 자기 소개를 하며 이름을 말할 때마다 
잘 알아듣지 못하는 상대를 위해 몇 번씩 고쳐서 알려주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싫었다. 
그래서 고안해 낸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학교 다닐 때는 "우리 조상 중에 가장 유명한 분이 채플린입니다"라고 자기 소개를 했다.
이렇게 소개하는 인사가 꽤 인상적이었는지, 친구들은 나를 보면 '채플린'을 떠올렸고,
선물도 그것이 무엇이든 '채플린'의 사진이 들어간 것을 많이 받았다.

자기 소개를 하는 두 번째 방법은 이름을 먼저 말하고
"저는 채시라와 같은 집안입니다. 제 성은 채시라의 그 채입니다"라고 하는 것이다.
친구 결혼식 피로연에서 이렇게 자기 소개를 했더니, 
옆에 있는 친구가 "저는 최진실할 때의 그 최입니다"라고 해서,
그날 우리는 "채시라, 최진실"로 불리며 집중되는 시선을 감당해야 했다. 

<심리적 전략, 자기 PR>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교훈이나 주먹구구식 '자기 PR'이 아니라, 
심리학자가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견고하게 전략을 세운 '자기 PR 방법'이다.
사실, 인간 심리의 그 미묘한 간극을 공략하는 '심리적 전략'은 
뭔가 진실하지 않은 트릭 같은  느낌을 주어 나는 다소 꺼려지기도 한다.
그러나 심리학자 나이토 요시히토가 쓴 <심리적 전략, 자기 PR>은
심리를 '이용'하는 전략이 아니라 심리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전략이라 안심이 된다.

<심리적 전략, 자기 PR>에서 말하는 '자기 PR' 기술은 간단하다.
우선 가르쳐주는 핵심 기술은, 완벽한 자기 PR 기술을 익히려 하지 말고, 
두 세 개 정도의 심리 테크닉을 기억하면서 바로 실천하라는 것이다. 
책은 총 47가지의 노하우를 알려주는데 전체를 암기할 필요 없이,
필요한 기술 몇 가지만 익혀도 유용하게 활용 가능하다.

<심리적 전략, 자기 PR>에서 특별히 새롭게 배운 것은
"상대방의 대화 속도에 맞추면 유능해보인다"라는 이론이다(54-56).
여섯 가지 속도로 이야기를 하는 연설 테이프를 남성과 여성에게 들려주고,
자신의 말하는 속도와 비교했을 때, 연설자가 얼마나 유능한 사람인가를 추측해보는
실험을 한 결과, '나와 비슷한 대화 속도'라는 평가를 얻은 연설자일수록 
평가가 높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또 재밌는 이론을 하나 소개하면,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의 이름은 문장 중에 어느 부분에 들어가면 좋을까?
예를 들어, "지혜 씨, 다음에 식사하러 같이 가요"라고 하는 것과,
"다음에 식사하러 같이 가요, 지혜 씨"라고 하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저자는 일반적으로 짧은 문장에는 앞에서, 
긴 문장에는 뒤에서 불러줄 때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159).
그러나 "지혜 씨, 우리 같이 식사 하러 가요, 지혜 씨"라고 두 번씩 불러주는 전략도 있는데,
이것은 '샌드위치법'이라고 하는 심리 기술이다.

이 밖에도 "인기남은 상반신을 잘 사용한다"는 이론도 신선했다.
"첫인상에서 호감을 주고 싶다면 상반신에 신경을 써라"(149). 

그러나 3장 '첫인상을 180도 바꿀 수 있는 대화 기술'이라는 주제를 말하면서,
'표준 체중을 유지하라'는 전략은 다소 엉뚱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화 기술이라는 주제어와 외면적 호감도를 좌우하는 '표준 체중'을 연결한 것은
좀 억지스러운 분류라는 생각이 든다.

<심리적 전략, 자기 PR>은 상황별로, 
여성에게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한 자기 연출과 
접대나 회식, 그리고 면접에서 활용할 수 있는 홍보 전략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몇 해 전에, 직장에서 공동체 훈련을 받으러 간 적이 있는데,
훈련 리더가 한 사람씩 자기 소개를 하라는 미션을 주었다.
모두 몇 년을 알고 지낸 사람들이라 참가자가 아니라 리더를 향해 
소속 부서나 직함 등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자기 소개를 했다.
조금 차별적으로 자기 소개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나는 
"OOO 사무실 안에서 팔팔한 청춘을 다 보낸 OOO입니다"라고 짧게 말했다.

당시 나이로는 '막내'에 가까웠던 나의 발언은 모두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고,
어려 보이지만 선배라는 것이 각인되어 공동체 훈련 기간 동안 '팀 리더'가 되었고,
우리 팀의 팀명은 '청춘', 팀가는 '청춘을 돌려다오'가 되었다.

나의 에피소드처럼, <심리적 전략, 자기 PR>에서 내가 배운 것은 
자기 PR은 '준비'보다 '열의'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신을 알리고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겠다는 열의가 얼마나 크냐가
'자기 PR'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 열의에 밑바탕이 되는 것은 바로 '자신감'이다.
자기 스스로 자신을 수용하고, 미움 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때,
자신을 알리려는 열의가 밖으로 표출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어떠한 상황에서 누구에게도 적용이 가능한 자기 PR 전략은,
(고급스런) '유머 감각'을 익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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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빈, 그 후 500년 - 칼빈 탄생 500주년 기념 2
한국칼빈학회 지음 / 두란노아카데미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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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칼빈이 남긴 위대한 신앙의 유산


2009년은 칼빈이 태어난 지 꼭 500주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그가 "16세기 종교개혁 시대에 교회와 신학이 가야 할 방향을 상징적이고 함축적으로 제시"한 지, 약 500년이 지났다. '가장 국제적인 종교개혁자'로서 교회와 사회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그의 신학은 메마르고 가난한 이 땅에도 옮겨와, 이 땅에 하나님의 은총이 임할 때, 든든한 뿌리가 되어주었다.

그가 '가장 국제적인 종교개혁자'라는 점에서, 500년이 지난 지금에도 칼빈 연구는 교파와 교단을 초월하여 여전히 유효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순절 교단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나도 오순절 교리를 연구할 때, 교회사적이고 신학적인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칼빈의 것과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는지, 칼빈의 영향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비교 연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칼빈의 신학은 비교의 기준이 되며, 칼빈과의 비교 연구는 보다 정확한 자기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

<칼빈, 그 후 500년>은 칼빈 탄생 500주년을 맞이 하여 ’한국칼빈학회’에서 칼빈의 신학을 집대성한 두 권의 책 중, 두 번째 책이다(첫 번째 책은 <칼빈 신학 개요>이다). <칼빈, 그 후 500년>은 "칼빈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칼빈 전공자들이 자신의 연구 주제를 기고한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다"(13). 한마디로 말하면, "칼빈 탄생 기념 논총'과 같은 성격의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칼빈, 그 후 500년>은 칼빈의 신학이 영적, 목회적, 사회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끼쳐왔는지 증언해준다. 칼빈의 신학은 '성경'이라는 '텍스트'(text)가 삶이라는 '컨텍스트'(context)를 지배하며, 그 안에서 역동적으로 활동하게 한다. 신학자이면서 동시에 목회자이기도 했던 칼빈의 신학은 관념과 사상적 이론에서 머물지 않고, 삶과 교회와 목회와 사회 현장 가운데로 직결된다. <칼빈, 그 후 500년>을 통해 우리는 칼빈의 사상, 그의 신학, 그의 목회가 교회와 사회를 개혁시켰을 뿐 아니라, 시민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도 앞장섰음을 목도할 수 있다.

그동안 칼빈을 생각할 때는 종교개혁의 토대를 놓은 신학자의 이미지가 강했는데, 이 책을 통해 그가 신학자요 성경 주석가이면서, 동시에 세심한 목회자요, 탁월한 강해 설교자의 이미지가 덧붙여 생성된다. 오래도록 신학과 목회 현장의 괴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오늘을 반성하게 하는 대목이다.

칼빈의 신학과 목회의 핵심 단어를 한 가지만 말하라고 한다면, 전에 같으면 '오직 성서'라고 대답했을 텐데, 이 책을 읽고 난 지금은 주저 없이 '경건'(pietas, piete)이라고 대답하려고 한다. '오직 성서'의 근원도 바로 이 '경건'을 통해 해석되고 이해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칼빈에게 경건은 그리스도인의 삶 전체와 관련되어 있는데, 그는 경건을 "그리스도인의 삶의 시작이요, 중간이요, 끝이다"라고 말했다. 경건을 "삶의 순정성"과 연관시켜 생각하며 그것을 "삶을 본래대로 잘 정돈하는 것"으로 보았다(32).

오직 성서(Sola Scriptura)를 주장하여 신앙의 진정한 권위는 성서에 있지, 교회에 있지 않음을 선언한 종교개혁자 칼빈이, 가톨릭과 같이 교회를 '어머니'에 비유하며 교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점도 중요한 대목이다. <칼빈, 그 후 500년>은 그의 제네바 목회를 통해 칼빈이 지향한 '친절한 목회'를 소개해주고, 예정론에 얽매여 선교에 대한 열정이 빈약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칼빈의 신학을 변증한다. 또한 교회의 일치를 위해 노력한 그는 에큐메니컬의 선구자라고 볼 수 있으며, 칼빈의 교회 일치를 향한 노력은 신학에 대한 차이로 분열한 교회의 현주소를 반성하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등대'가 되어주기도 한다. 

이 밖에도 <칼빈, 그 후 500년>은 칼빈과 연결하여 생각할 수 있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그중에서 내가 재밌게 읽은 것은 인문주의 사조가 "칼빈 사상의 독특한 성경을 가능케 한 지성 구조를 제공"하였다는 것, 개신교의 대표적인 신학자로 명성을 떨치면서 정치적인 영향력을 발휘한 그의 정치사상이다.

<칼빈, 그 후 500년>은 칼빈의 사상이 500년 전의 역사적 유물이 아니라, 여전히 모범적으로 따라야 할 위대한 신앙 유산임을 확인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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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부하직원에게 맡겨라 - 활기 넘치고 잘 나가는 회사로 만드는 조직관리의 비결
우쓰미 마사토 지음, 전경아 옮김 / 황금여우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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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고객만족(Customize Satisfaction : CS)보다 직원만족도(Employ Satisfation : ES)가 우선!


기업은 인력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실제로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직장을 ’가족 같은 분위기’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실제로 직장이 가족을 대체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직장생활을 하는 고용자의 입장에서 보면, 자아실현이 가능하면서도 안정되고 또 평생직장으로 여겨질 만큼 만족스럽고 이상적인 직장은 만나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거대한 조직 안에서 ’나’는 ’부품’처럼 쓰여진다고 느낄 때가 더 많고, 직장 내 인간관계가 주는 스트레스는 하루에도 몇 번씩 ’사표’를 만지작거리게 만든다.

<일은 부하직원에게 맡겨라>는 한마디로 조직원 모두가 활기 넘치게 일해서 잘 나가는 회사를 만드는 비결을 담은 책이다. 제목이 꽤 자극적이지만, 상하와 부하의 업무 관계만을 다룬 책은 아니다. 크게 2부로 나누어서 1부는 ’이 시대의 유능한 리더의 조건’(리더와 부하직원과의 관계,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을, 2부는 ’이 시대의 일 잘하는 조직의 조건’(조직 단위로 일을 맡겨라, 조직의 핵심, 부하직원의 관리)를 논한다. 전문적인 경영/조직 이론이라기보다는, 일반적인 경영/조직이론을 바탕으로 현장 경험을 통해 재정립한 ’교훈’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달리 표현하면, 경영 전반을 두로 통찰하는 ’조직 경영 개론서’라고 할 수 있겠다.

내가 경험한 ’한국형’ 조직의 부정적 특징이라고 하면, 일반화하기에는 좀 억지스러운 면도 있지만 직급이 올라갈수록 실무에서는 손을 떼고 ’도장’ 찍는 일에만 주력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부하 직원의 가장 큰 불만은 내가 일은 죽어라고 한 일의 성과와 공로가 ’도망’만 찍은 상사의 몫이 되는 것이다. 또다른 부정적 특징은, 상사들이 업무에 대한 핵심에서는 소외시킨 채, 일일이 상사의 명령과 지시를 통해 부하 직원이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부하 직원은 중요한 몫을 감당해내고 있다는 성취감이나 자존감 없이 심부름이나 하는 사람으로 인식되기 쉽다.

<일은 부하직원에게 맡겨라>에서 ’일을 부하직원에게 맡긴다는 것’은 업무의 효율을 높이고, 조직을 활성화하기 위해 상사와 부하 직원이 "함께" 일하라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신뢰하고, 상사는 부하에게 일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일을 가르쳐주고 통째로 맡겨 버린 후, 과정에 대한 검증없이 결과만 보아서는 안 되며, 또 "귀찮으니까 시킨다"라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개인적인 경험을 덧붙여 설명하자면, 이런 경우 자칫 부하 직원에게 상사가 ’논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도 있고, 일에 대한 책임이 모호해지며, 상사로서의 역할을 등한히 한 채, 부하 직원만 탓하게 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한편, <일은 부하직원에게 맡겨라>는 다른 사람에게 일을 맡기지 못하는 상사의 문제점도 지적한다. 이런 경우는 업무를 가르쳐주는 것이 귀찮다거나, "내가 하는 것이 빠르다"고 생각하여 혼자서 일을 떠안는 경우이다. 

<일은 부하직원에게 맡겨라>에서 유능한 리더, 일 잘하는 조직의 조건은 업무가 효율적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유능한 리더는 "함께 일하고 싶어지는 사람", 즉 "이 사람과 일하고 싶다"라는 지지를 받는 리더라고 말한다.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상사의 ’잔소리’나 ’지시’가 아니라, 규칙과 업무 매뉴얼을 바탕으로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조직을 말한다. 

내가 파악할 때, <일은 부하직원에게 맡겨라>의 핵심 포인트는 ’커뮤니케이션’ 기능의 중요성이다. 유능한 리더, 일 잘하는 조직, 활기찬 직장의 기본 요소는 ’커뮤니케이션’에 있다. ’고객만족’(Customize Satisfaction : CS)이라는 용어가 경영용어로서 뿐만 아니라, 일반용어로도 정착되어 사용되고 있는데, 이 책의 저자는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직원의 만족도(Employ Satisfation : ES)를 높여야 하고, 직장생활에 대한 직원만족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좌우한다는 것이다(개인적으로 정리한 정리이기 때문에 독자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도 있다).

일을 할 때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매릴 스트립이 연기한 편집장 ’미란다’ 같은 스타일인 내게 가장 부족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뭘까를 고민해봤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중에 나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이것이다.
"만약 자신이 틀렸다고 생각했다면 즉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의견을 철회한다. 자신이 틀렸다고 생각했을 때 깨끗하게 인정하는 것도 전략이다"(40).

직장에 대한 직원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경영인이나 고용인이나 모두 함께 노력해야지, 일방적인 노력으로는 모두가 만족하는 직장생활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활기찬 직장, 만족도가 높은 직장을 만들어가기 위해 누군가 한 사람부터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면, 아무래도 부하 직원보다는 조직 내 영향이 큰 ’리더’가 그 역할을 맡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일은 부하직원에게 맡겨라>는 경영인은 물론, 조직에서 생활하는 모든 직장인들이 스스로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을 돌아보면서 조직 내 문제점을 두루 점검하는 목적으로 읽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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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째 매미 사건 3부작
가쿠타 미쓰요 지음, 장점숙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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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과거(상처)를 지우려는 여자, 
그 여자의 과거 때문에 헝클어진 자아라는 상처를 안게 된 또다른 여자!

 

 

 

"내가 바람피랬지, 연애하랬어? 
바람은 그냥 바람이지만, 연애는.. 뵈는 게 없어지잖아. 지금 너처럼!"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내조의 여왕>에 나왔던 대사이다.
'남자'는 바람을 피고, '여자'는 연애를 하나 보다.


왜, 여자는 유부남과 불안한 연애를 할까.
왜, 남자는 가정을 버릴 생각이 없으면서 바람을 필까.


<8일째 매미>, 이야기는 미스테리한 납치 사건에서부터 시작된다. 기와코는 그 사람 아기가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걸로 전부 다 끝내려고 했었다. 그런데 아기의 얼굴을 본 순간, 품에 안은 순간, 따뜻함을 느끼는 순간, 아기를 감싸 안고 무조건 뛰었다. 아기를 안고 그 아파트를 나왔을 때부터 그녀는 줄곧 도망치는 삶을 산다. 기와코는 유부남과 연애를 했고, 버림받았다. 남자는 낙태를 종용했고, 그의 아내는 아기를 낳았다. 기와코를 가장 화나게 하는 것은 "빈껍데기"라고 빈정대는 그의 아내의 말이었다. 그녀는 이성을 잃고 격분했다! 기와코는 왜 그 말에 그토록 상처를 받았을까.

이야기가 다 끝나갈 때까지 납치한 아이에 대한 집착만큼 자신을 버린 남자와 그의 아내에 대한 증오심이 나타나지 않는다 생각했는데, 그녀는 후일에 이렇게 반추한다. "남을 미워하다가 말도 안 되는 짓을 저지르고, (...) 도망치고, 또 도망치는 동안 모든 것을 잃어버린 빈껍데기가 되었"(343)다고. 텅 비고 바짝 마른 매미의 허물처럼.

<8일째 매미>는 기와코의 이야기를 느닷없이 끝내고, 기와코가 납치한 아이가 어른이 된 18년 후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납치된 아이'라는 헝클어진 자아를 가지고 살아가는 그녀도 유부남과 연애를 하고 그의 아기를 가졌고, 홀로 아기를 낳아 키우려고 결심한다. 

'납치된 아이'는 가족에게 돌아왔지만 그들과 진정으로 가족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부정하고 싶었던 과거, 즉 납치된 채 살았던 어린 시절과 마주함으로써 증오와 공포에서 해방된다. 그리고 "거부할 수 없는 가족"(293)을 진심으로 받아들인다. "그래, 다 잘될 거야. 엄마다울 수 없었던 엄마와, 누구를 엄마라고 해야 하는지 모르는 나와, 태어날 아기를 키우자. 아빠라는 자리에서 언제나 달아나려고만 했던 아빠에게, 아빠처럼 아기를 귀여워해 달라고 하자"(332). 

작가는 이 소설의 "등장인물 모두 인생을 납치당한 사람들"이라고 하며, "어디서 누구의 손에 키워졌든, 그 과정이 조금 비정상적이라고 해도 인간은 파괴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작가가 보여주려 한 것은 '에리나'의 선택이었을까. 기와코는 상처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자신의 과거를 지우려 했다. 세상과 단절된 채 가족마저 부정하는 공동체 '엔젤의 집'으로까지 흘러 들어가지만, 결국 그녀의 '도망'은 성공하지 못했다. 납치된 아기 '에리나'는 그 때문에 돌발적인 과거(상처)를 떠안게 되지만, 자신을 납치한 여자까지 엄마로 받아들인다.

<8일째 매미>, 7일만 살도록 주어진 운명 속에서 자신만 8일째에 살아남은 매미. "8일째"라는 것은 순차적 시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남과 다른 운명의 시간을 말하는 것인가 보다. 지금 이 순간 어딘가에서 8일째의 마지막 몇 시간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한다.  
"7일 만에 죽은 매미보다도 8일째에 살아남은 매미가 더 불쌍하다고, 네가 그랬잖아. 하지만 그렇지 않을지도 몰라. 8일째에도 살아 있는 매미는 다른 매미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으니까. 어쩌면 보고 싶지 않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눈을 꼭 감아야 할 만큼 가혹한 일들만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318-319).

여성 문제를 다룬 여성소설, 성장소설, 연애소설 등 다각도로 읽을 수 있는 <8일째 매미>는 감각적이고 치밀한 여성의 내면 묘사와 함께, 여성의 다양한 문제를 사회적으로 끌어올리는 시사성도 강하다. 차분하고 조용한데 날카로운 눈매를 가지고 있어 섬뜩한 기분이 들 정도이다. 다양한 주제가 여러 각도에서 복합적으로 만나고 있어 읽는 사람마다 주목하고 느끼는 부분이 다양할 수 있는 재밌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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