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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자식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4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평점 :
니힐리스트는 무(無)라는 라틴어 니힐에서 나온 말로 아무것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아르카지와 함께 온 바자로프는 자신을 니힐리스트라고 한다. 귀족의 정규코스를 밟은 파벨은 그런 바자로프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1840년대 귀족사회를 대표하는 파벨과 1860년대 과학과 이성과 맞지 않는 모든 것을 거부하는 니힐리즘을 추구하는 바자로프는 팽팽히 맞선다. 서로 간의 이념을 이해하고 인정하지 않는다.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숙제가 세대 간의 갈등이다.
푸시킨을 읽고 첼로를 켜는 아버지를 '구시대 인간'으로 치부하는 아르카지와 바자로프를 보며 니콜라이는 낙담한다. 니콜라이의 말 중 「우리의 노래는 끝났어」가 이해가 되면 나도 구시대 사람이 된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아들과 다른 부모들보다는 대화가 통한다고 생각하지만 가끔 아이들의 언어나 행동의 의미를 따라가기 벅찰 때가 있다.
난 이제야말로 아르카지와 친밀하고 다정하게 어울릴 수 있겠다고 기대했는데, 나는 뒤처지고 아르카지는 앞으로 가 버려서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없게 됐어.
난 이제야말로 아르카지와 친밀하고 다정하게
어울릴 수 있겠다고 기대했는데,
나는 뒤처지고 아르카지는 앞으로 가 버려서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없게 됐어.
아버지와 자식 p84
서로가 나란히 같은 선상에 서야만 이해를 할 수 있는 것일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 이해를 못 하는 것일까? 부모 세대는 이미 지난 온 시절의 기억만을 가지고 이야기하고 자식세대는 현재 자신들의 시절만을 이야기한다. 지난 시대를 겪은 지혜를 꼰대라고 비꼬고 너무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무조건 자신들의 틀안에 맞추기를 원하는 두 세대에 맞춤 해결책은 없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