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읽다 재미난 사실들이 있었다. 가끔 주석 비슷하게 적혀 있는 메모들이나 작은 글씨들의 글들이 진짜 진심인 것 같았다. 그러한 글들에서 재미난 위트가 느껴져서 읽는 내내 즐거웠다. 일기를 적으면서 왜 메모를 별도로 하거나 속마음을 따로 적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부분이 책을 전체적으로 밝고 경쾌하게 만들었다. 책을 읽다 웃음을 참지 못하고 가끔 크게 웃으면 옆에서 신랑이 왜 웃는지 물끄러미 바라볼 때도 있었다. 신랑을 보며 로버트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저녁 식사 후 로버트는 <타임스>를 읽다 잠이 든다.」 「하지만 로버트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마침 에설이 들어오는 바람에 대화가 완전히 끊긴다.」라며 타임지를 보다 잠이 들거나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는 로버트의 모습이 자주 언급된다. 지금도 주변에서 평범하게 볼 수 있는 남편들의 모습이다. 100여 년 전이나 현재나 별다르지 않은 모습이 신기하였다.
로빈의 부탁으로 카드를 모으기 위해 기차에서 만나 처음 보는 신사에게도 카드를 달라고 부탁하는 모습을 보니 엄마들의 모성애가 발휘될 때는 가끔 불가능한 일도 하는 것 같다. 홍역에 걸린 로빈과 비키를 간호하다 본인에게도 홍역이 옮아 고생하는 모습에서 어릴 적 큰아들과 작은 아들이 아파 병원에 입원했을 때를 떠올리기도 하였다. 비키의 가정교사인 프랑스인 마드무아젤(아가씨라는 뜻일 텐데 프랑식으로는 그렇게 하는듯하다)도 종종 깨알 웃음을 선사하였다. 프랑스어라 아래 해석을 일일이 찾아보다 흐름이 끊어질 때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읽는 재미가 있었다. 프랑스어만 따로 메모해서 표현을 익혀도 될 것 같다.
가끔은 동네 이웃과 수다를 떨다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여성회 등 공동체 활동, 약간의 허영심도 있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줌마이다. 경제적 어려움은 있지만 가끔 참을 수 없는 충동구매를 하고 아이들의 말썽에 머리를 흔들고 남편에게 대화를 시도하지만 돌아오지 않는다. 지금도 우리 주변 어딘가에 살고 있을 것 같은 이웃들의 모습에 주변인들을 대입해 보면 상상해 보기도 하였다. 이 일기는 실제 자전적 이야기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저자는 실제로 잉글랜드 남서부 데먼 주의 살았다. 자전적 이야기인데 등장하는 이웃들은 자신의 이야기인지 알고 있었을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