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체코슬로바키아 작가 대회 연설문 「문학과 약속 민족들」과 1983년 프랑스의 지식 저널 「데바」지에 기고한 시론 「납치된 서유럽」 두 편이 각각의 소개 글과 실려있다. 문학과 약소민족들의 소개 글은 자크 루프니크가 납치된 서유럽의 소개 글은 피에르 노라가 썼는데 꽤 인상 깊었다. 본 글에 대한 시대 상황이나 정치 상황 등 전반적이 상황들을 알 수 있어서 본 편을 읽을 때 도움이 되었다.
「문화와 약소 민족들」은 읽으며 일제강점기 때의 우리나라가 계속 떠올랐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 거대한 동유럽과, 러시아라는 막강한 나라 사이에 끼어 점점 자신의 언어는 물론 문화의 정체성이 사라져가는 것을 밀란 쿤데라는 안타까워한다. 체코는 1차, 2차 세계대전 당시 많은 피해를 입었다. 그리고 공산주의에 의한 정부가 수립되어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가 된다.
『반달리즘』이라는 단어는 처음 보았다. 검색해 보니 <문화·예술 및 공공시설 등을 파괴하는 행위 또는 그러한 경향>이라 한다. 밀란 쿤데라는 공산주의의 언론탄압이나 여러 정책들이 체코어와 체코 문화를 파괴하는 행위라 한다. 유럽의 흐름을 놓쳐 그 안에 속하지 못하고 점점 변방으로 밀려나 체코어를 가르치는 이들의 유럽 문학 지식수준에 관한 보고서를 보고 답답해한다.
그리고 <약점은 문학이 불충분하게 해방되었기에 그것이 긴밀하게 의존하고 있는 체코 사회의 교육 수준과 도량, 그리고 혹시나 드러날지도 모르를 교양에 결핍에 있습니다. 가끔 저는 우리 체코의 고전 연구자들과 민족 부흥 지도자들이 그토록 중요하게 여긴 이 유럽적 특성을 우리 현대 교육이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라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교육은 문화를 이어가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중요하다. 체코의 특수한 상황을 놓친 현대 교육을 밀란 쿤데라는 지적한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며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문화의 힘이다.>라는 김구 선생의 말이 생각났다. 우리나라도 일제 치하에서 일본의 문화 말살 정책으로 창시 개명이나 일본어 쓰기를 강요받았었다. 일부 지역의 사투리가 일본어인 경우가 있는 경우를 보면 당시의 일본의 정책들이 얼마나 강력했는지 알 수 있다. 그럼에도 한글을 지켰냈다. 그것은 한 사람의 힘으로만 된 것은 아니다. 몇 달 전 본 영화 「말모이」에서 극장 모임이 들킬 위기에서 기지를 발휘해 다시 모여 사전을 만들어가는 장면은 깊은 울림을 주었었다.
책 소개에서 <21세기 러시아 군사적 확장을 예견한 역사적 글>이라는 문장이 의미심장해 보였다. 20세기에 이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예견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납치된 서유럽」에서는<19세기 내내 러시아는 유럽에 다가왔다. 러시아와 유럽은 서로 매혹되어 있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어가 제국 내 다른 민족들의 언어를 질식시키고 있지만 그것은 러시아의 비민족적이고, 반민족적, 초민족적인 러시아의 관료주의 때문이라고 한다. 서유럽의 동쪽 경계선, 즉 중앙 유럽은 언제나 러시아의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며 폴란드는 특히 더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우리는 헝가리를 위해,
그리고 유럽을 위해 죽을 것이다.
납치된 서유럽 P39 <헝가리 통신사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