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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클래식 1포옹 - 하루를 껴안는 음악의 힘 ㅣ 1일 1클래식
클레먼시 버턴힐 지음, 이석호 옮김 / 윌북 / 2022년 12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0120/pimg_7102652093717909.jpg)
책을 읽다 졸음이 오면 음악을 듣기도 한다. 주로 음악 앱의 최신 인기가요 100을 플레이하거나 최근에 끝난 쇼미 더 머니의 본선 진출곡들을 듣는다. 작은 아들이 랩을 좋아하여 쇼미 시즌 3인가 4부터 가족이 모두 함께 봤던 것 같다. 그리고 가끔 예전에 클래식 감상 수업을 읽으며 저장해두었던 유튜버 플레이리스트를 듣기도 한다. 책을 읽을 때도 느낀 거지만 피아노와 함께 연주하는 곡들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취향을 찾아가는 것 같다.
이번에도 역시나 피아노 연주곡들이 마음을 편안히 해주었다. 그리고 아들들이 어릴 때 배웠던 비올라와 첼로 관련 음악이 나오면 또 주의 깊게 듣게 되는 것 같았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 큰아들은 비올라를 작은 아들은 첼로를 배웠었다. 세종문화회관 M 시어터홀에서 오케스트라 공연을 하기도 하고 몇 년을 이곳저곳에서 몇 번 공연을 하였다.
어릴 때 오케스트라에서 비올라와 첼로 연주를 하며 클래식을 접했던 것이 후에 여러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가끔 스피커로 클래식을 틀어놓으면 아는 척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음악은 서로를 바로 보고 이해로 가는 길을 열어주기도 한다. 추측하건대 두 아들이 사춘기를 심하게 겪지 않고 지난 간 것에 음악이 영향을 주었지 않나 한다.
<1일1클래식1포옹.> 하루 한 곡 나를 안아주는 음악은 편안함을 준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갱년기(?)가 올까 말까 하는지 요즘 들어 감정 기복이 오르락내리락 널을 뛴다. 그때는 저장된 클래식 리스트를 플레이하고 릴랙스를 되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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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삼중주 G단조, 작품 17번 3악장:안단테 - 클라라 슈만(1819-1896년)
Piano Trio in G minor, op. 17 3:Andante by Clara Schumann
가장 깊은 비탄이자 몸의 기력이 모조리 빠져나가는 기분이 든다. 이런 상황에서 뭔가를 만들어낸다는 건 불가능한 일다. 그런데 클라라 슈만은 이 곡을 썼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작품을 말이다. 클라라가 겪었던 모든 질곡에 내 가슴이 무너진다.
366곡의 클래식 모두 너무 훌륭하고 아름다운 곡이지만 모두 다 소개하기에는 지면이 너무 작다. 특히 기억에 남은 곡이 클라라 슈만의 피아노 3중주 G단조, 3악장 안단테였다. 잔잔하게 피아노 선율로 시작하여 바이올린이 더해지고 잠시 후 첼로가 음을 보탠다. 중반 부분부터 바이올린이 주도를 하며 격정적으로 치달으며 피아노는 경쾌하게 움직인다. 후반부는 다시 느린 선율로 돌아간다. 이것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남편을 간호하며 유산의 아픔을 겪은 클라라 슈만 자신을 표현한 것은 아닐까 한다.
그녀의 사연보다 더 가슴 아픈 사연들도 있었다. 발보리 아울린은 스웨덴 후기 낭만주의 시절 활동한 여성 작곡가이나 사후 금세 잊혀진다. 그리고 1990년대에 조금씩 재발견되기 시작한다. 이처럼 아직도 기억해 내지 못한 역사 속에 흩뿌려져 있는 여성의 목소리를 클레먼시 버턴힐은 기억해내려 한다. 구스타프 말보는 그의 사후 59년 만에 정식 앨범이 출판되기도 한다.
클레먼시 버턴힐은 클래식 음악은 우아하고 부유한 백인 상류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공유할 수 있으며 그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그녀는 비주류인 여성, 비백인, 장애인, 성소수자들의 음악을 찾아 책에 담았다고 한다.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베토벤이나 모차르트와 무엇이 다른지 생각해 보곤 했다. 클래식 초보인 나에게는 모두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음악으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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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화성, 단조, 대위법 등은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이 듣는 이를 포근히 감싸 위로를 전하는 것은 알 수 있었다. 피아노나 바이올린, 첼로 등 악기가 아닌 사람의 목소리만으로도 음악을 만들어내는 아리아들은 또 다른 느낌을 선사했다. 매일매일 한 곡씩 들어도 되고, 한꺼번에 플레이 리스트를 들어도 좋다. 클래식을 들으면 서평을 쓰고 있는 늦은 밤의 고요를 가르는 음악은 다양한 영화에 사용된 막스 리히터의 <햇빛의 성격에 대하여>이다. 묵직한 첼로의 저음이 애잔함을 안겨준다.
클레먼시 버턴힐은 책을 준비하던 기간 중에 뇌출혈로 쓰러져 17일 가까이 의식을 찾지 못한다. 그녀를 아는 모든 이들은 병실로 음악을 보냈다. 병실에는 힙합과 소울, 재즈, 팝,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음악이 끊이지 않고 흘렀다. 깨어난 클레먼시는 코로나로 아무도 없는 병실과 재활훈련 중에도 음악에 더욱 몰입한다. 그리고 그녀는 처음부터 말하고 걷는 법을 배워 회복하게 된다. 주치의이자 수술을 집도했던 크리스토퍼 켈너 박사는 클레먼시의 회복 과정에 음악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녀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음악이었다.
잊혀지거나 숨겨진 보석같은 클래식 음악을 듣고 싶은 이들에게 보물찾기를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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