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 중 긴긴밤의 저자의 글이 유독 인상이 깊었다. 동물들도 우리와 비슷한 의례들을 한다는 것이 신기한데 그에 더해 <현명한 동물들>이라는 표현에서 신기한 것을 넘어선 묘한 감정이 일어났다. 책을 모두 읽고 나면 이 감정에 대해 설명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흔히 동물들은 본능을 우선시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인간만이 고유의 언어로 소통을 하고 격식을 차린 각종 의례를 하기에 모든 동물들의 정점에 있다고 여긴다. 그런데 동물들도 인간과 같은 의례들을 행동한다?! 어떤 동물들이 어떤 의례들을 행할까 하는 물음에 책장을 넘겨본다.
책은 동물들의 10가지 의례를 담고 있다. 인사, 집단, 구애, 선물, 소리, 무언, 놀이, 애도, 회복, 애도 의례들이다. 차례를 쭉 훑어보며 모두 인간들이 행하는 것들이다. 인간과 비슷한 침팬지에서나 이러한 것들이 있을 줄 알았는데 늑대, 코끼리, 하마, 코뿔소 등과 심지어 개미들도 이중 몇 가지의 의례를 한다는 것에 놀라웠다. 모든 의례와 동물들의 이야기를 적기에는 지면이 작아 아쉽다. 잔뜩 그은 밑줄과 붙여진 인덱스을 모두 기록할 수는 없는 것인지......
여러 의례 중 무언의 의례가 많은 궁금증을 불러왔다. 그 앞이 소리 의례라 곧이어 정반대의 의례가 나와서 더 그러하지 않았나 한다. 늑대의 우두머리 카모츠와 그의 형제 라코타의 이야기이다. 무리의 서열상 최하위인 라코타는 카츠모가 다가오자 어깨를 구부려 몸을 웅크리고 애원하듯 머리를 숙인다. 이것은 늑대들 사이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항복의 표시이다. 흥미로운 것은 라코타의 몸집이 제일 크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우두머리가 아니라는 것은 늑대의 서열이 몸집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머리를 숙이거나 웅크리는 무언의 행동으로 항복을 표시하고 엎드린 늑대 위에 올라 이빨을 드러내는 것으로 자신의 힘을 과시한다. 사람들은 대화를 하며 상대방의 몸짓이나 표정을 수시로 살핀다. 이 모든 것들은 보내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 과정들이 서로 간의 관계의 방향을 결정하기도 한다.
애도의 의례를 하는 동물들 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죽음학이라는 학문이 따로 있다는 재미있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죽음학은 전통적으로 사람에게만 초점이 맞춰왔다. 지금은 몇몇 벌레, 새, 원숭이와 유인원 등 포유동물로 범위를 점점 넓혀가고 있다.
이들에게도 애도할 기회를 주는 것이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