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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블 - 신과 인간이 만들어온 이야기
필리프 르셰르메이에르 지음, 레베카 도트르메르 그림, 전경훈 옮김 / 니케북스 / 2023년 1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0218/pimg_7102652093749882.jpg)
표지 그림이 인상적이다. 성경과 기계 인간이 어떤 연관 고리가 있을까? 딱딱하고 단일화된 활자에 지나지 않던 오래된 성경이 새로운 이미지로 덧입혀졌다. 그리고 내용 또한 새로운 시각에서 해석됐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창세기 1장 1절>로 시작하여 빼곡히 기록된 구약과 신약을 읽어나가다 보면 글자들에 압도될 때가 있다. 기나긴 사람 이름들의 나열, 그들이 자나 온 길, 전쟁 등의 역사는 신기롭다. 하지만 활자에 갇혀있어 읽어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다.
<어떻게 이 모든 것이 시작되었을까. P10>로 시작하는 책은 강렬한 그림과 함께 첫 장을 시작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미 알고 있었던 이야기도 있으나 새로운 이야기들도 있다. 하지만 모두 처음 접하는 것 마냥 새롭게 해석됐다.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m/a/maae/IMG_20230218_011256733.jpg)
마리아는 예수를 다른 엄마들처럼 품에 안고, 처음 걸을 때, 말할 때 등을 기념하고, 아플 때나 싸웠을 때 걱정한다. 예수를 <다른 아이들과 다를 것 없는 아이>처럼 대한다. 거리를 맨발로 뛰어다니며 다른 아이처럼 소리 지르던 아이는 점점 자라 어른이 된다. 이게 그는 자신에게 지워진 운명대로 그녀를 떠난다.
하나님의 계시를 받고 예수를 낳은 마리아와 요셉은 어떤 마음으로 예수를 바라보았을까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들도 부모였는데......
예수살렘에서 아이를 잃어버리고 헤매다 찾은 요셉과 마리아에게 예수는 <왜 나를 찾았나요? 내가 있어야 할 자리는 저곳, 내 아버지의 집이라는 것을 모르시겠어요? P265>라 말한다. 이 말은 들은 마리아와 요셉의 마음은 어땠을까? 믿음이 강한 이들이니 당연한 듯 받아들였을까? 아들이 그들을 떠날 날이 멀지 않았음을 알게 되어 슬펐을까?
그리고 그는 혼자다.
발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는 채로 다리를 뻗는다.
그는 걷고, 걷고, 걷는다.
나뭇가지 하나가 갑작스레 그의 얼굴을 때린다. 그제야 그는 다른 방향으로 걸음을 옮긴다.
"나의 하느님." 그가 별을 향해 고개를 든다.
"나의 하느님." 그가 무릎을 꿇는다.
"나의 하느님." 그가 흐느낀다.
"나의 하느님"
바이블 P340
로마 병사들에게 붙잡히기 전 예수의 인간적이 모습도 인상 깊었다. 그도 고뇌하고 슬퍼하고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것을 잊는다. 성경에도 나오는 부분이긴 하지만 작은 책안에 글자들로 읽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으로 더 깊이 와닿는 것 같다.
<레베카 도트르베르>의 그림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그림들과는 많이 다르다. 추상적이면서도 글의 내용의 핵심을 짚어내었다. 시각화된 책의 내용은 책을 덮어도 떠오를 정도였다.
성경은 늘 새롭게 해석돼 왔다. 읽는 이들마다 각자의 해석을 내어놓는다. 몇천 년을 이어오며 기록된 책에 담긴 정확한 의미를 알고 있는 사람이 지금 존재할 수 없으니 틀려다 맞다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냥 자신이 받아들인 대로 느끼는 것일 뿐이다.
유대인 랍비들의 성경이 아닌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 성경을 바라본다. 호기심이 많은 이들에게는 딱 맞춤 책이다. 그리고 끝없는 논쟁에 참여해 보길 바란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0218/pimg_7102652093749897.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