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토지 1 - 1부 1권 ㅣ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1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한참을 읽어나가다 보니 잉?! 기시감이!!! 언젠가 읽었는데? 갸우뚱? 언제 읽었지? 책을 읽고 기록을 해야 한다는 것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시작하면서 알게 되어 시작한지라 그동안 읽은 책의 정보가 하나도 없다.. ㅠㅠ 몇 권까지 읽었는지는 알 수는 없지만 오래전에 읽었었나 보다.
농촌 시골의 모습은 익숙하다. 13살 때까지 농촌에서 살았다. 집성촌인지라 한 집 건너 한집이 친척이었다. 조그만 동네를 휘젓고 다니던 왈가닥이라 동네 어른들에게 매일 혼이 났다. 콩서리해서 구워 먹고 감서리, 사과 서리 등등 사고를 치고 다녀도 꿀밤 한 대면 통했던 시절이었다. 그래서인지 『토지』 속 모습들이 정겨웠다. 큰할아버지 댁이 종갓집이라 기와집으로 크고 집안에 외양간이며 발로 밟아 찧는 떡방아도 있어 놀러 가서 장난치던 기억이 났다.
윤씨 부인을 보니 항상 바깥채에 앉아 긴 곰방대를 피우시던 큰할머니 생각이 났다. 겨울이면 따뜻한 아랫목에 사촌들과 올망졸망 모여들면 화로에 고구마며 밤 등을 구워주셨다. 그래도 큰 아주머님이나 다른 분들께는 호랑이같이 무서운 분이셨고 큰할아버지가 안 계신 종갓집의 가장 큰 어른으로 기둥이 되시는 분이셨다.
한 문중의 종갓집을 이끈다는 것은 어렵다. 어린 나이에 명절이나 제사가 있어 큰댁에 가면 수많은 문중 어른들이 오셔서 제각각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은 무서웠다. 그 많은 사람 앞에서 여자의 몸으로 자식을 지키고 가문을 지켜나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켠에 말없이 앉아계셨지만 늘 태산 같은 존재감을 온몸으로 표현하셨던 큰할머니와 윤씨 부인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사랑>은 소설의 소재 중 가장 많이 등장하는 소재가 아닐까 한다. 사랑에 울고 웃고 목숨을 걸고 하는 모습들은 현실에도 존재하기에 더욱 와닿는 것이리라. 가끔 왜 저렇게까지 할까라고 생각해 보다가 신랑과의 연애시절을 떠올려본다. 장거리 연애라 잠들기 전까지, 혹은 통화 중 잠이 들도록 전화기를 붙잡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한 것들을 보면 사랑에 목매는 모습들이 이해가 된다. 그럼에도 통념상 이해받지 못하는 사랑을 하는 이들을 보면 어떤 때는 분노하기도 하고, 어느 때는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구천이와 별당아씨의 사랑은 서글프고 안쓰러웠다. 냉대하는 남편이 서럽고 미웠을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만난 다정한 이를 거부할 수 있을까? 남겨진 서희 아가씨의 강짜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이 아니라 눈물이 맺히는 것도 떠나는 별당아씨의 무거웠을 발걸음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비밀과 깊은 한을 가슴에 담고 살아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한」이라는 감정은 다른 언어로 어떻게 번역해야 할까? 번역할 수나 있나? 만약 번역이 가능했다면 벌써 노벨문학상이 여러 번 나왔을 것이다. 『토지』는 이러한 우리네 「한」을 가장 잘 표현한 글이 아닐까 한다.
윤씨 부인, 구천이, 용이, 월선이, 그리고 최치수도 자신들이 감당할 수 있는 감정의 크기를 벗어난 한을 지녔지만 그것을 속으로 내리누르고 있다. 언제 폭발하여 자신과 다른 이들을 다치게 할지 조마조마하다.
20권의 긴 글을 이제 시작한다. 끝까지 완독을 목표로!!!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빨리 2권을 이어봐야겠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2023년 꼭 읽어야 할 책 100권 읽기로 내돈내산 내맘대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