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국에서의 일 년
이창래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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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원문이 읽는 순간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평이한 문장보다는 "이전 문장에 만족하기 전에는 절대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지 못하기에" 같은 문장을 열 번, 스무 번씩 고쳐쓰기 예사인 이창래 같은 작가의 밀도 높은 문장으로..." P 699

책이 왜 이렇게 술술 읽히지 하는 의문은 마지막 '옮긴이의 말'을 읽고 나서 알게 되었다. 문장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열 번 스무버도 고쳤는 작가의 작품이니 빠져들어 읽힌 것이리라.

가제본이라 확실한 페이지는 책을 받고서야 알게 되었다. 흠.. 꽤 두껍네... 헐... 700페이지... 언제 읽지... 했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마지막 페이지였다. 뒷부분이 궁금해 꾸벅꾸벅 졸면서 책을 보고 있으면 '그만 보고 자라'라는 신랑이 타박이 들려온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오호... 흠... 엥... 다른 때와는 달리 각종 의성어를 남발할 때는 옆에 와서 걸쩍 들여다보면 무슨 책인데 하고 물어봤다. 그러면 읽은 곳까지의 대충의 줄거리를 이야기해 주면 꽤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듣고 있다. 직접 읽으면 될 것을 귀찮아한다.

어머니는 가출을 하고 아버지와 둘이 살고 있는 20대의 틸러가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지만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모두 개성이 있었다.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계속해서 머릿속에 떠다닌 의문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골프장에서 틸러의 어떤 모습에 퐁의 관심을 끌었을까 하고 둘째는 틸러는 왜 공항에서 만난 밸과 빅터 주니어와 함께 했을까였다. 책을 모두 다 읽은 지금도 그 궁금증을 해결하지 못했다. 책을 술술 잘 읽혔는데 놓친 부분이 있는 것일까? 700페이지를 다시 해독해야 하는 것일까?

퐁과 틸러의 아시아 여행기는 누구도 경험하지 못할 독특한 것이다. 하지만 일상으로 돌아온 틸러는 여행 전이나 여행 후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보통 긴 여행을 하고 나면 나름의 생각이 생겨나고 성숙해지기도 한다.

작가는 이 변화 없는 틸러의 모습에 살아간다는 것은 어는 순간이나 같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했을까? 틸러에게 일어났던 일들은 분명 강렬한 경험들도 있었다. 하지만 틸러를 변화 시킨 것은 밸의 자살 시도였다. 자신을 마치 제3자의 시선으로 보는 듯하던 태도가 바뀌어 간다.

아마 그동안은 밸을 연인보다는 어머니를 대신하는 보호자로 더 인식하다 이제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라고 바라보게 되는 시각의 변화 때문일 것이다.

틸러는 멀리 떠나서도 찾지 못했던 무언가를 가장 가까이 있던 이에게서 찾게 된 것이다. 자신을 찾기 위한 여행도 좋지만 지금, 바로 옆을 둘러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이창래 작가는 1995년 발표한 첫 작품 Native Speaker(영원한 이방인)으로 미국 내에서 6대상을 수상한다. 그중에는 펜 헤밍웨이상, 아메리칸북상등 굵직한 상도 포함되어 있다. 작품을 쓰기 전에 사전조사와 인터뷰에 공을 많이 들이는 작가라 알려져 있다. 그러기에 작품의 완성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듯하다.

서울에서 태어났어나 3살 때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갔다. 한국에는 강연 등으로 자주 오는데 영어만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 한국어는 서툰 듯하다. 어느 강연에서 자신을 한국에 관심 있는 미국인 작가라고 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뉴욕 매거진에서 지정한 '40대 미만의 대표적인 미국인 작가'로 알려져 있으며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지목되고 있다.

<파친코의 이민진 작가와 양대 산맥>이라는 카피 문구에 걸맞은 작품이다. 파친코를 재미있게 읽은 분들에게 추천해 본다.




[출판사 RHK에서 도서지원을 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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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렇게 피곤하게 살까 - 넘치는 생각과 감정 때문에 골치 아픈 당신을 위한 세상살이 심리학
크리스텔 프티콜랭 지음, 이세진 옮김 / 부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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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로 국내에 소개되었던 작가 크리스텔 프티콜랭의 신작이다. 가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들에게 휘둘리고 있을 때가 있다. 예전에는 왜, 언제 그렇게 되었는지 알지 못했다. 이성적인 신랑과 살며 판단이 필요할 때마다 조언을 들으며 이제는 눈치라는 게 쬐끔은 생겨 알아채기도 한다.

그래서 피드에서 서평단 모집 글을 보자마자 그래! 이 책이다! 하고 냉큼 신청했다. 다행히(?) 당첨이 되었다. 책을 받고 차례를 읽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었다. 저자는 책을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기를 권했다. 왜 그랬는지는 모두 읽고 나서 충분히 이해하였다.

앞장을 읽지 않으면 뒷장을 이해하는데 어러운 구조이다. 책에는 일반 사고인과 정신 과잉 활동인으로 두 분류로 나누었다. 이 책은 일반 사고인에게 정신 과잉 활동인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정신 과잉 활동인이 일반 사고인들의 사고방식, 행동 등에 관해 설명해 준다.

다수인 일반 사고인에게 소수인 정신 과잉 활동인이 맞추어 나아가는 게 '적당히 요령 있게' 사회에 썩여들어 갈 수 있다고 한다. 만약 이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이 정신 과잉 활동인이라면 몇몇 부분에서는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정신 과잉 활동인 인지 체크하는 리스트이다. 거의 다 해당이 된다...... 이 책을 읽기로 선택한 것은 탁월했다. 모임에 나가면 대화에 참여하기보다는 조용히 듣기만 하는 경우가 많고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이야기는 바로잡아주고 싶다. 정신 과잉 활동인이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저자 또한 자신도 정신 과잉 활동인이라고 한다. 그래서 글의 내용이 사실적으로 다가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

앞에서 언급했듯이 상대와 너무 가까워지는 것도 위험하지만, 나를 드러낼수록 불리한 상황에서 나를 너무 많이 보여주는 것도 문제다. 내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해 버렸다고 후회한 적이 얼마나 많았는가? P41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친밀감의 거리가 어느 정도가 적당한가 하는 것은 늘 어렵다. 몇 번 만났는지나, 아니면 알고 지내온 시간 등 여러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평소 지인들에게 먼저 연락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그 사람들을 멀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상대방들은 대부분 자신의 일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언제 연락을 하여야 할지 애매하다. 그럼에도 먼저 전화하는 경우는 진짜 친하다고 스스로 생각할 때다. 가끔 뜬금없는 연락에 상대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이러한 성격을 이해하는 소수의 사람들은 꽤 긴 시간을 만나고 있다. 보통이 10년이 넘어가는 인연이다.

모임을 갔다 오면 아... 그 이야기는 하지 말걸.... 그땐 이 이야기를 했어야 하는데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한 번 정도 생각해 보고 잊어버린다. 모두 머릿속에 넣고 있으면 다른 일을 못한다.

정신적 과잉 활동인이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그 자체로 받아들이면서 강점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아니라 자꾸 그를 '바꾸고' 그에게 맞지 않는 세상에 무조건 '적응하라고' 하지 않는가. 하지만 그러한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폭력이다. P271

정신 과잉 활동인이 소수인 것은 맞다. 그래서 다수인 일반 사고인에게 무조건 맞춰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수결이 민주주의 일반 원칙인 것이 맞지만 소수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소수민족, 장애인, 어린아이들, 노인들은 살아갈 수 없다.

정신 과잉 활동인 스스로도 '변화'를 원하고 있다. 대부분이 공감하는 주제의 대화에 끼여 함께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하지만 지금까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몰랐을 뿐이다. 이 책은 그러한 이들을 위한 책이다.

저자 크리스텔 프티콜랭은 30년간 심리 치료 전문가로 활동했다. 특히 정신적 과잉 활동과 심리 조정 메커니즘에 분야에서는 뛰어난 전문가이다. 지은 책 중 30만 부 넘게 팔린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가 궁금해졌다.

<젊은 ADHA의 슬픔>의 저자 정지음 작가는 이 책을 읽고 '남들과 비슷해지고 싶다'라는 가파른 욕망이 거짓말처럼 사그라들었다고 한다. '나다운 삶','나다움'의 깨달음은 나에게도 찾아왔다.

대화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은가? 눈치 없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가? 불필요한 참견이라고 한 소리 들은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이 책을 펼쳐라. 꼭!!!

[부키출판사 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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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유고집 복각본 - 윤동주가 직접 뽑은 윤동주 시 선집
윤동주 지음 / 스타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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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의 서거 3년 후인 1948년 2월 16알 명동 '플라워'다방에서 그를 기리는 자리가 있었다. 그때 생전 윤동주 시인이 직접 골랐던 19편의 시와 후배 정병욱이 맡아 두었던 5편과 그가 소장하고 있던 7편을 합쳐 31편의 시로 유고집을 출간 하기로 한다. 정식 출간 전에 추모제에서 지인들과 나누기 위해 10권만을 먼저 만들었다. 이 복각집은 바로 그 최초의 시집을 원본 느낌 그대로 살렸다.

진짜 최초 유고 시집은 윤동주 탄생 100주년 기념 무렵에는 1억 원 이상을 호가하는 보물이 되었다. 지금 그 복각본을 읽고 있는 것이다. 말미의 에필로그를 읽고 나니 시집이 새롭게 보였다.

당시의 인쇄술이 뛰어나지 않은 건지 알아보기 힘든 글자들도 있었다. 특히 한자들을 알아보기 어려울 때는 네이버 한자사전도 소용도 없어 애를 먹었다. 그러다 스타북스의 2022년 출간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양장본을 밀리의 서재에서 찾아 해석을 보았다. 한시름 놓았다.

최초 유고집은 윤동주 시인의 한글 사랑에 부응하고자 최초로 가로쓰기 시집으로 발행되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무슨 말이지? 할 수도 있다. 가로쓰기 이전의 책들은 세로쓰기였다. 책장이 오른쪽에서 왼쪽이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넘어간다, 가끔 일본 책에서 볼 수 있다. 옛 우리 선조들의 책들도 세로 쓰기에 왼쪽 책장 넘김이다. 하지만 한글이 보급되면서 가로쓰기가 많이 보편화되었다.

학생 시절 서시와 별 헤는 밤은 한 번쯤은 달달 외웠을 것이다.'죽는 날까지 하늘을 무르러...' 그렇게 외웠던 시가 책을 받을 때까지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책장을 넘기다 서시를 마주한 순간 아!... 맞다... 하는 신음이 나왔었다. 어떻게 이 시를 기억 못 할 수가 있는지......

책장을 하나하나 넘기다 몇 편은 필사를 해 보았다. 연필을 손에 쥐고 꾹꾹 눌러쓰며 당시 이 시를 적어 내려갔을 윤동주 시인의 마음을 조금은 헤아리려 노력해 보았다. 그렇게 한다 하여 알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적어 보았다.

강처중의 발문(跋文)을 보면 윤동주 시인이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나 외마디를 지르고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 외마디가 '조선 독립 만세'이지 않을까 한다고 윤동주 시인의 최후를 감시했던 일본인 간수가 유족에게 전해주었다고 한다. 머나먼 타국의 땅에서 해방을 바로 앞두고 운명을 달리하신 것이다. 친구였던 송몽규 작가도 며칠 후 윤동주 시인의 뒤를 따랐다 한다.

영화 <동주>에 「세상을 변화시키지 못할 거면 문학이 무슨 소용이오?」라는 대사가 나온다. 이 한마디가 당시 윤동주 시인의 조국에 대한 마음을 알 수 있다. 이 시집에는 이 대사에 대한 절절한 대답들이 있다.

윤동주 시인을 사랑하고 서시와 별 헤는 밤을 한 번쯤 외워 보았을 모든 이들에게 권해본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한 스타북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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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 (양장) - 무소유 삶을 살다 가신 성철·법정 스님의 아름다운 메시지
김세중 지음 / 스타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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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 고래 사진'으로 유명한 장남원 작가가 성철 스님의 사진을 찍으러 갔을 때의 일이다. 당시 10여 년의 수행을 끝마치고 큰 설법을 연 성철 스님을 취재하고 사진을 찍으려 많은 이들이 해인사를 찾았다 한다. 그런데 자신을 만나려면 3,000배를 하라는 말에 대부분의 기자들은 돌아가고 몇몇 기자들은 시작하였지만 108배, 500배, 1,000배도 채우지 못하고 나가떨어졌다고 한다.

📖

드디어 성철 스님을 뵈러 갔더니 누더기를 입은 해맑은 스님 곁에 뜻밖에도 맑고 단정한 법정 스님이 함께 계셨다. P301

자신은 이제 갓 입사한 신입이라 무슨 일이 있어도 성철 스님의 사진을 찍어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죽을힘을 다해 절을 하고 있는데 한 스님이 오더니 성철 스님께서 부르다고 하였다. 아직 3,000배를 못 채웠다 하니 웃으며 '3,000배를 하라는 것이 아니라 3,000배를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본 것이라고 하셨다'라고 한다. 그리고 사진을 찍으러 가니 성철 스님과 법정 스님이 나란히 계셨다고 한다.

'마음가짐'에 따라 세상이 달라 보인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고 있다. 그리고 결과도 큰 차이가 난다.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왜 포기를 하고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며 아까운 시간들을 허비하고 있을까?

'무소유'를 읽어보면 이미 알고 있는 사실들이 굉장히 많다. 그래서 더 크게 와닿았다. 잊고 있었던 삶에 대한 자세를 다시 한번 생각나게 한다. 불교의 법경은 어렵다고 알았는데 그냥 우리가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을 쓰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것이다.

법정 스님 무소유 - P130

실타래가 너무 많이 얽혀 있으면 풀 수가 없다. 인생도 그렇다. 너무 많은 것을 얽히게 되면 꼬여서 풀리지 않는다. '비우는 것' 즉 버리는 것은 얽힌 매듭을 하나하나 푸는 것과 같다. 무언가 일이 풀리지 않을 때는 어디가 필요 없는지, 틀렸는지를 찾아서 버리다 보면 나중에는 꼭 필요한 것만 남게 된다. 가벼워진 상자에서는 찾는 물건을 금방 찾게 된다.

성철 스님과 법정 스님은 이 단순한 원리를 직접 실천하며 우리에게 이야기하신다. 몇 방울의 기름을 버렸다고 호통을 치고 튼튼한 나일론 양말 선물을 마다하고 손수 기웠다. 많이 가진다고 해서 편하거나 행복한 것이 아님을 알고 있기에 가능한 이야기이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는 아무것도 갖지 않는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라는 말씀에 집안 빼곡히 쌓인 물건들이 생각났다. 정리되지 않아 여기저기 쌓여 어떤 물건이 있는지도 몰라 찾기도 어렵고 있는 물건을 또 사기도 한다. 반성해 본다.

며칠간은 집 정리를 할 것 같다. 다음 주면 큰아들이 군대에서 휴가를 나온다. 군대를 가서 비어있는 두 아들 방은 어느새 창고로 변해 짐들이 쌓여있어 정리를 해야 한다. 아이들 방을 시작으로 냉장고, 주방 베란다까지... 정리가 시급한 곳이 많다.

세상 살아가는 게 너무 복잡해 되는 일이 없다고 한탄하는 분들께 추천드린다. 그리고 무한 힐링이 필요한 이들에게도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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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를 위한 변론
송시우 지음 / 래빗홀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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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와 선녀가 살인자가 되었다?!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 인어공주와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의 색다른 각색과 처음 들어본 사회파 추리소설.

유명한 이야기나 영화 등은 다른 아류 작품이 나와도 원작보다 인상 깊지는 못하다. 하지만 인어의 소송과 선녀를 위한 변론을 읽고 나니 원래의 이야기 스토리보다 더 흥미로웠다.

어느 날 갑자기 알 수 없는 시간의 균열로 하이트 왕국에는 사법체계가 비약적으로 발전한다. 법원이 생기고 판사, 검사, 변호사 등이 등장하고 소송 등이 발생한다.

하이트 왕국의 맥스 왕자가 살해된다. 범인으로 에일이 지목된다. 말을 하지 못하는 에일은 답답하다. 손짓 발짓을 해서 겨우 자신이 바닷속 세상 공주임을 알린다. 그리하여 마녀가 소환되기에 이르는데......

인어의 소송 중 압권은 마녀의 소환이었다. 이런 기발한 생각은 어떻게 하는 거지 감탄을 하며 보았다. 마녀의 증언으로 에일의 누명은 어느 정도 벗겨진다. 그렇다면 범인은 도대체 누구인가?

주제작 선녀를 위한 변론! 나무꾼과 선녀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의 환상이 와장창 깨졌다. 옛날 옛적에 이야기는 언제나 훈훈하고 아름답게 끝을 맺는다. 왜? 교훈이 있어야 하니까. 그럼 그 이야기들을 현대의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각색한다면?

알 수 없는 시간의 균열이 서양의 하이트 왕국에 영향을 주었다면 동아시아의 작은 반도 국가인 고아라 왕국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곳도 사법체계와 과학기술이 근현대적으로 발전한다. 특히 법 과학과 법의학 분야가 반전하여 지문 감식, 유전자분석 등등 미세증거분석 등등이 가능해진다.

어느 날 나무꾼이 자신의 마당에서 죽었다. 선녀가 범인 용의자가 된다. 하지만 무죄를 강력히 주장한다. 여러 증거들이 선녀가 범인이라 가리키는데 어떻게 무죄를 증명할 수 있을까?

한 편의 막장 드라마를 본 것 같다. 막장 드라마는 욕하면서 본다. 재미있으니까!! 처음의 엉망진창으로 얽힌 사건들을 어떤 식으로 풀어갈까 궁금하였다.

누구의 편도 아닌 타미와 모서리의 메리는 첫 번째 소설 <아이의 뼈>에 등장했던 서행물산 총무부 직원 임기숙과 반려견 타미가 등장한다. 타미와 임미숙은 송시우 작가의 첫 소설 아이의 뼈에 수록된 5층 여자와 원주행에 나온다. 시리즈로 이어진 것 같다. 궁금해서 도서관에 상호대차로 신청해 두었다.

서행물산 해외영업부의 최오선 대리와 함께 갑자기 출근을 하지 않는 직원 추예나 집을 방문한다. 그러나 젊은 남자가 나와서 그녀는 없다고 한다. 주소가 잘못된 것이라 생각해 회사에 보고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가까운 곳에 있던 타미를 맡아서 돌봐주던 지민 엄마가 집으로 향한다. 얼마 후 추예나에게서 전화가 온다. 그 내용을 듣고 추리를 시작한다.

분명 앞에서 읽었던 부분인데 그게 모두 단서였다고? 그리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식의 과정은 처음에는 왜?라는 의문을 가지게 하지만 나중에는 아!라는 말을 내뱉게 했다.

셜록홈즈처럼 예리하고 냉철한 두뇌 플레이로 해결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위에 자주 있는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생각할 수 있는 추리 같았다. 그래서 해설에서 김수지 평론가는 임미숙을 '옆집 아줌마'로 표현했다. 맞는 듯하다.

작가는 자신의 사회파 추리소설을 쓴다고 하였다. 알렉산드리아의 겨울을 읽으며 이것이 사회파 추리소설이구나 하였다.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 이를 소재로 쓴 추리소설.

지금은 일상이 되어버린 온라인 커뮤니티와 10대 청소년들. 가끔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혼동해서 일어나는 사건들. 이 두 가지가 결합한 미스터리 소설이다.

작가의 말에서 이 작품은 집필 과정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모티프로 창작이라는 과정을 통해 허구로 재편되어야 했는데 충분한 반영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처음 쓴 원고가 따로 있었지만 우려되는 면이 있어 수정하였다고 하는데 그대로 내었어도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뉴스에 나오는 사건들은 갈수록 점점 더 수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웃긴 사람이었나.

두 번째 소설집 원고를 출판사에 보내놓고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 작가의 말 중- P283

작가는 '스스로 느끼지는 못했지만 지금 내가 행복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였다 한다. 그래서 그 행복한 유쾌함이 글에 묻어 나오는 것일까? 보통의 추리소설의 무거움이 없어 웃으며 읽었다.

삶에 무게에 짓눌려 답답에 해방이 필요한 모든 이들에 추천해 본다.



* 래빗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직접 쓴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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