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세기가 지나도 싱싱했다 : 오늘의 시인 13인 앤솔러지 시집 - 교유서가 시인선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공광규 외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경기문화재단 10권 중 마지막 책!!! 시집이라 금방 읽을 것 같았는데 책장마다 생각에 붙잡혔다. 짧은 글의 <시>는 읽을 때마다 신기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분명 알고 있는 단어와 문장들인데 시인의 펜을 거치면 다른 의미가 된다. 그리고 작가는 이 조합들에 어떤 의미를 부여했을지 골똘히 고민하게 한다.

 

13명의 작가들의 프로필을 유심히 보니 윤동주 문학상, 내일의 작가상, 현대시 작품상, 김춘수 시문학상, 전태일 문학상 등 쟁쟁한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등단이 20여 년이 넘은 분들도 있었다. 경기도라는 하나의 지역에 이리 다양한 문인들이 살고 있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다 소모된 것과 사라진 것의 차이는 뭘까

이 세상에 여지없는 것들

그것을 찾아 나는 어디를 이리 떠도는 것인지

몇 세기가 지나도 싱싱했다. - 김이듬 이 이 세상에 없는 것 중 - P65

 

책장을 넘겨 나가다 김이듬 작가의 <이 세상에 없는 것>의 한 구절이 여러 생각을 불러왔다. 고모에게 선물 받은 50년이 넘은 오래된 시계를 수리하기 위해 시계 방을 찾았다. 그러나 부품을 구할 수 없어 수리를 하지 못한다. 빠르게 발전하는 현대를 살고 있어 무슨 물건이든 교체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

 

물건을 한 번 사면 꽤 오랫동안 사용하는 편이다. 가끔 수리를 하고 싶어도 부품 생산이 단종되어 고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소모품>은 쓸수록 마모되어 점점 닳아 없어져가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고 오래된 것들은 쓸모가 없어 사라져야 하는 것일까? 이 구절을 보며 사람의 몸도 해가 지날수록 사용하여 점점 낡아가는데 오래되면 불필요한 존재로 사라져야 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문득 들었다.

 

시집 한 권에 모든 세상살이 이야기 담겨있다. 빨리빨리 급하게 돌아가는 일상에 지쳐있어 한 호흡의 쉬어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리의 크레이터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정남일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을 쓰려는데 시선이 자꾸 책표지를 향했다.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어지러이 그어진 선들이 복잡하게 얽혔을 뿐인데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것 같다. 별똥별이 긴 꼬리를 떨쳐내면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오히려 위로 향하여 쏘아 올라가는 것 같기도 하다.

 

소행성 세레스가 떨어졌을 때 미혼모였던 엄마는 세리를 낳기로 결심한다. <운석이 떨어지는 걸 보고 엄마는 생각을 바꾼 거야. P9>라는 세리의 말을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우연에 불과했을까? 아니면 필연이었을까? 우연과 필연의 차이는 무엇일까?

 

세리의 엄마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날 운석이 떨어졌고 엄마는 이것이 아이를 낳아야 하는 이유라고 한다. 그리고 '나'의 친구 오와 사귀었던 세리 또한 미혼모가 되었다. 현재 '나'는 세리와 같이 살고 있다. 하지만 아이의 아빠는 아니다. 우연이 우연을 끌어당겨 연쇄반응이 일어났다. 그 결과는 무엇이 될까?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는데 망설여지는 경우 누군가에게 조언을 듣기를 원한다. 그러나 그것은 선택을 할지 말지 망설이는 것이 아니라 선택의 이유를 만들어 <확신>을 얻기 위함이다.

 

글의 중반쯤 등장한 초계 분지. 경남 합천군에 있는 크레이터(분자공)에 내려가서 세리가 진짜로 보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그곳까지 동행하게 된 '나'는 어떻게 될까?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어 보이지만 이미 서울을 출발할 때부터 정해져 있었다. 그 선택은 상황에 따른 우연일까? 정해진 필연이었을까?

 


옆집에 전혀 모르는 거구의 흑인이 이사를 왔다. 그런데 그가 예전에 좋아했던 파이터 행크를 너무도 닮았다. 그래서 유심히 보게 되고 관심이 간다. 그런데 만약 전혀 알지 못하는 이였다면 어떻게 반응하였을까? 익숙함과 낯섬이 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쯤 될까?

 

아파트로 이사 온 후 '아내'는 <신도시 아파트 카페>에서 활발히 활동을 한다. 그리고 다람쥐 보호를 가장한 공공임대 반대 운동을 한다. 그리고 모든 것이 집값이라는 프레임에 맞춰진다. 옆집에 흑인이 사는 것이 알려지면 집값이 떨어지기에 알려지면 안 된다고 한다.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곳의 집값을 지키기 위해 공공임대 건설을 반대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집단이기주의> 인가? 개인의 이익보다 다수의 공공의 이익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일까? 해답이 궁금해진다.

 

천제 충돌은 크든 작든 상 우리에게 영향을 미쳤던 거야.

세리의 크레이터 P 22

 

사람들의 마주침은 소행성이 떨어져 만든 큰 크레이터처럼 자국을 남긴다. 세리와 '나', '나'와 아내, 옆집 남자는 그 자국으로 인해 영향을 받은 관계이다. 서로에게 남긴 자국은 관계를 변화 시킬까?

 

대부분 화성과 목성 사이의 수많은 소행성을 이루어진 곳에서 그중 하나가 목성의 인력에 이끌려 궤도를 이탈한 뒤 태양의 인력에 이끌려 태양을 향해 날라오다 지구의 인력에 우연히 이끌려 떨어지는 것이 운석이라고 한다. 우연에 우연이가 겹치고 겹쳐 결정적 순간이 만들어진다. 살아온 삶을 돌이켜 보면 <우연히>가 몇 번이나 있었을까? 헤아릴 수 없는 만남이 만든 자국을 따라가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임산부 로봇이 낳아드립니다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정은영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장애아 출산율 0%를 목표로 임산부 로봇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컴퓨터가, 인공지능이 완벽하게 계산을 하더라도 움직이는 것은 인간이다. <버그>가 생긴다. 버그는 쉽게 말해 에러이다. 인간은 아무리 정밀하게 움직여도 오차가 생기게 된다.


임산부 로봇에 장애를 가진 태아가 생기면 유산을 하고 기억을 지운다. 힐스의 태아에 장애가 생기게 된다. 그러나 <장애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전공이 컴퓨터공학이라 과제로 프로그램 작성이 많았다. 모든 프로그램은 일단 입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실행을 한다. 분명 직접 입력한 프로그램인데 버그가 생기면 어디가 문제인지 찾는 데 오래 걸린다. 가끔 도저히 버그를 못 찾을 때도 있다. 그리고 버그가 없이 실행은 되지만 원하던 결과값이 나오지 않을 때도 있다.


사람들은 자신과 다르다는 건 견딜 수 없어하니까?

임산부 로봇이 낳아드립니다 P27


명품 백을 들거나 비싼 차를 타거나 하는 듯 차별화된 것들을 자랑하면 특별해지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자신과 너무 다른 것에는 거부반응을 한다. <다르다>라는 것은 동질성이 없다는 것이고 혼자 외톨이가 되면 그룹에서 낙오된다는 두려움에 휩싸인다. 인간의 이중적인 이러한 잣대가 장애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가지고 온다.


<다름>을 인정하고 한발욱씩만 당겨 자리를 내어 준다면 함께 하는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다. <장애라는 것은 밀리유공원의 새소리, 나뭇잎 소리, 바람 소리처럼 그렇게 공존할 수 없는 겁니까?>라는 헐스의 물음이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소년과 소년>의 주인공 선호는 공부도 못하고 친구들을 괴롭힌다. 이에 선호의 아버지는 학교에 불려가게 된다. 어느 날 아들이 크게 다친다. 의사인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을 살린다. 여기까지만 보면 크~ 감정 포인트가 넘친다. 하지만 아들을 살리기 위해서라는 명목하에 공부를 잘 못하는 아들에게 수학천재의 의식을 옮긴다면 그래도 감동인가? 부모의 재단에 의해 만들어져가는 아이가 행복할까?


의식의 이식으로 선호안에는 또 다른 이가 존재하게 된다. 다른 이는 얼마 전에 죽은 선호 집에서 일하는 아주머니의 아들이다. 둘은 상반된 성격으로 격렬히 부딪친다. 과연 이 싸움의 끝은 어떻게 될까?


두 아들이 성인이 되었지만 자식을 키운다는 것은 언제나 어렵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참을 인자를 온몸에 새기는 것과 같다는 친정엄마의 말을 늘 실감한다. 부모의 욕망을 아이에게 투영하여 강요하는 것을 아이를 사랑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이들이 가끔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은 스스로 하면 된다. 부모의 틀 안에 아이를 가두면 그만큼만 자란다.



글안에, 작품 해설에서, 작가의 말에서 유독 질문이 많았다. 질문들은 답은 어떻게 찾아야 할까? 질문이 많은 책을 만났는다. 그러나 그 답도 책에서 찾아야 한다. <질문하고 사고하게 하는 것> 이것이 책이 존재하는 이유가 아닐까?


인연이 닿아 이 서평을 읽게 된다면 질문이 무엇인지 궁금해하였으면 좋겠다. 그래서 책을 읽고 함께 그 답을 고민하고 찾아가 준다면 손톱 밑 거스르미만큼이라도 세상은 변하지 않을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물여섯 개의 돌로 남은 미래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박초이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친밀한 타인>이라는 단어에서 친밀함을 규정하는 거리는 어느 정도일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문장을 배울 때에는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시간의 흐름은 경험을 쌓이게 한다. 이제는 이해하는 것을 넘어 공감하게 되었다.


장례식장이라는 공간과 몇 시간이라는 제한적 상황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한 권의 짧은 소설이 되었다. 그리고 그 안에 여러 타인과의 관계와 그로 인한 상실감 혹은 만족감 등이 밀도 높게 담겨있다.


<기차를 타고 여행 가고 싶어서 매표소 직원이 되었다. P26>는 '나'는 매표소 작은 사무실을 벗어나지 못한다. 집을 나선 다는 것은 목적지가 있어서 일 것이다. 그러나 삶에 목적지를 알고 제대로 가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미래가 보고 싶어 CCTV 달았다는 구. 미래를 돌보는 '나'의 모습이 구에게 어떻게 보였을지 궁금해한다. 매일 거울로 자신을 보지만 타인의 눈에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 하는 궁금증은 있다. 그리고 의식하고 신경을 쓴다. 왜? 라는 물음이 문득 들었다. 사람들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찾아간다. 만약 세상 모든 사람이 '나'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 '나'는 존재하는 것일까? 타인과 관계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 모르겠다.


작가는 <기억을 온전한 미래로 만들고 싶었다. P37>에서 미래에 이중적 의미를 담았다. 이 문장에서 제목이 가지는 의미를 어렴풋하게 알 수 있게 되었다. 알게 된 의미가 작가가 담고자 하는 의미와 같은 것일지는 모르지만 책은 작가의 손을 떠나면 읽은 이의 것이니 마음대로 의미를 붙여본다.



<집>은 돌아갈 곳이다. 아버지의 부재로 어머니와 생활하다 대학에 입학여 올라온 서울에 올라온다. 그러나 지낼 곳을 찾지 못해 고시원, 기숙사 등을 전전하다 식당의 작은 창고방에서 지낸다. 어느 날 '나'에게 집이 생겼다. 룸메이트를 구한다는 아는 언니의 SNS 메시지를 재빨리 낚아챘어 그곳에 살게 된다. 언니와 민이 나, 세 사람들의 동거는 그럭저럭이다. 평소에는 불이 켜지면 도망가는 바퀴벌레처럼 서로 마주치지 않으려 하지만 가끔 함께 맥주를 마시고 삼겹살도 구워 먹는다.


<나는 옥탑방을 낚아챘다.>는 옥탑에서 살아가고 있는 세 명의 여자들의 이야기이다. 모두 여유도 없이 숨 가쁜 게 살아간다. 청소는 언제 했는지 여기저기 먼지가 폴폴 날린다. 그럼에도 <집>이다.


나는 역할이 싫었다.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친구, 누군가의 무엇이 아닌  나로 살고 싶었다.  

 P68


타인과의 연결고리로 모두 제거하고 온전한 나로 살아간다는 것이 가능할까? 사람들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느끼던 '나'는 집 보증금 문제로 언니와 민이 함께 고민한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공통의 문제를에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해결해 나가다 보면 공감대가 생긴다. 같은 것을 공유한다는 것은 서로 관계를 가지게 된다.


두 작품 모두 타인과 관계를 바라보고 있으며 그 관계들로 인해 변해가는 심리묘사와 주인공들의 미래에 대한 태도 변화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헤매고 있는 분들에 권하고 싶다. 많은 질문들과 그 질문들에 대답을 찾아가는 길은 약간의 내비게이션이 되어줄 것이다. 삶의 목적지로 가는 정확한 내비게이션은 항상 업데이트되기에 누구도 <미래의 행방>은 알지 못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표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이대연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심코 들여다본  화물창에 퇴역 등부표가 누워 있었다.

 부표 P33

 

쓸모없는 해조류 담치가 잔뜩 붙어 있으며 지저분하고 쓸만한 장비도 다 빼낸 <낡은 빨간 등부표>는 항구에 도착하면 세척 후 도색을 거쳐 재사용된다. 인생도 그렇게 리셋이 가능하다면 아등바등 살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순간의 시간은 지나면 사라진다. 권력자든, 부자든, 가난한 자든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인데 어째서 후회하는 삶을 살고 있을까? 일확천금을 노리는 '아버지'는 왜 현재에 만족하지 못했을까? 적지 않은 돈을 벌어서 아내에게, 아들들에게 '보여주기'만 하는 그의 심리상태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돈을 벌러 갔다 집에 돌아오며 늘 끼는 '아버지'의 선글라스는 자신을 지키는 방어막이었을까? 부끄러움을 가리는 은폐막이었을까? '아버지'라는 이름의 무게는 얼마만큼의 무게일까? 절대로 풀 수 없는 수수께끼를 푸는 느낌이다.

 


광해, 인조반정, 정여립 등등 실존 인물과 Fiction(픽션)인 역사의 나열들에 깜박 속을뻔하였다. nonfiction(논픽션)인 소설을 읽고 있는 중이다.

 

<전-傳> '전할 전'이라 뜻이다. 무엇을 전하는 것일까? 세상의 부조리함은 옛날 옛적 먼 과거나 지금이나 매한가지인 것 같다. 그리고 그 피해는 온전히 백성들이 진다. 무영이 원한 것은 「대동」. 순박하고 원초적이 이상적이 사회를, 자신과 가족들이 배고프지 않은 삶을 원한 것뿐이다. 그들이 무엇을 잘못했길래 무언가를 요구할 때마다 가장 소중한 것들을 잃어가야 하는 것일까? 논픽션임에도 픽션 같은 이유는 되풀이되는 역사가 닮은 꼴이어서일 것이다.

 

두 편 모두 죽음을 이야기하며 시선은 삶에 두고 있는 독특한 글이다. 부표에서는 '아버지'의 죽음을, 전(傳)에서는 시방과 곽재우의 죽음을 바라본다. 그들의 죽음은 살아남은 이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게 할까? 죽음이 삶을 어떻게 움직이게 하는지 궁금한 이들에게 권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