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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의 크레이터 - 교유서가 소설 ㅣ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정남일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평점 :
서평을 쓰려는데 시선이 자꾸 책표지를 향했다.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어지러이 그어진 선들이 복잡하게 얽혔을 뿐인데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것 같다. 별똥별이 긴 꼬리를 떨쳐내면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오히려 위로 향하여 쏘아 올라가는 것 같기도 하다.
소행성 세레스가 떨어졌을 때 미혼모였던 엄마는 세리를 낳기로 결심한다. <운석이 떨어지는 걸 보고 엄마는 생각을 바꾼 거야. P9>라는 세리의 말을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우연에 불과했을까? 아니면 필연이었을까? 우연과 필연의 차이는 무엇일까?
세리의 엄마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날 운석이 떨어졌고 엄마는 이것이 아이를 낳아야 하는 이유라고 한다. 그리고 '나'의 친구 오와 사귀었던 세리 또한 미혼모가 되었다. 현재 '나'는 세리와 같이 살고 있다. 하지만 아이의 아빠는 아니다. 우연이 우연을 끌어당겨 연쇄반응이 일어났다. 그 결과는 무엇이 될까?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는데 망설여지는 경우 누군가에게 조언을 듣기를 원한다. 그러나 그것은 선택을 할지 말지 망설이는 것이 아니라 선택의 이유를 만들어 <확신>을 얻기 위함이다.
글의 중반쯤 등장한 초계 분지. 경남 합천군에 있는 크레이터(분자공)에 내려가서 세리가 진짜로 보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그곳까지 동행하게 된 '나'는 어떻게 될까?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어 보이지만 이미 서울을 출발할 때부터 정해져 있었다. 그 선택은 상황에 따른 우연일까? 정해진 필연이었을까?
옆집에 전혀 모르는 거구의 흑인이 이사를 왔다. 그런데 그가 예전에 좋아했던 파이터 행크를 너무도 닮았다. 그래서 유심히 보게 되고 관심이 간다. 그런데 만약 전혀 알지 못하는 이였다면 어떻게 반응하였을까? 익숙함과 낯섬이 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쯤 될까?
아파트로 이사 온 후 '아내'는 <신도시 아파트 카페>에서 활발히 활동을 한다. 그리고 다람쥐 보호를 가장한 공공임대 반대 운동을 한다. 그리고 모든 것이 집값이라는 프레임에 맞춰진다. 옆집에 흑인이 사는 것이 알려지면 집값이 떨어지기에 알려지면 안 된다고 한다.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곳의 집값을 지키기 위해 공공임대 건설을 반대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집단이기주의> 인가? 개인의 이익보다 다수의 공공의 이익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일까? 해답이 궁금해진다.
천제 충돌은 크든 작든 상 우리에게 영향을 미쳤던 거야.
세리의 크레이터 P 22
사람들의 마주침은 소행성이 떨어져 만든 큰 크레이터처럼 자국을 남긴다. 세리와 '나', '나'와 아내, 옆집 남자는 그 자국으로 인해 영향을 받은 관계이다. 서로에게 남긴 자국은 관계를 변화 시킬까?
대부분 화성과 목성 사이의 수많은 소행성을 이루어진 곳에서 그중 하나가 목성의 인력에 이끌려 궤도를 이탈한 뒤 태양의 인력에 이끌려 태양을 향해 날라오다 지구의 인력에 우연히 이끌려 떨어지는 것이 운석이라고 한다. 우연에 우연이가 겹치고 겹쳐 결정적 순간이 만들어진다. 살아온 삶을 돌이켜 보면 <우연히>가 몇 번이나 있었을까? 헤아릴 수 없는 만남이 만든 자국을 따라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