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일준 PD·이민 작가의 제주도 랩소디 - 아름다움과 맛에 인문학이 더해진 PD와 화가의 제주도 콜라보
송일준 지음, 이민 그림 / 스타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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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대학 졸업여행 때 간 적이 있다. 지금은 고등학생이나 중학생들의 수학여행이나 아니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되었다. 단체여행의 패키지 일정으로 간 여행이라 돌아본 곳이 거기서 거기였다. 성산일출봉, 천지연폭포, 한라산 등 바쁜 일정에 휘리릭 돌아본 것이 다였다. 그러고 나서는 계획만 세우고 가지는 못하였다. 내년에는 꼭 갈 거라고 남편에게 몇 번이나 못을 박았다. 만약 이번에도 못 간다 안 간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혼자서라도 갈 예정이다. 단체 여행에 바쁘게 지나쳤던 일정이라도 제주도 여행은 기억에 남았다. 특히 돌아올 때 제주도에서 배를 타고 부산에서 내릴 때 배 위에서 본 일출은 잊히지가 않았다. 바닷가에서 자라나 일출은 많이 보았지만 바다 한가운데서 맞이한 일출은 너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한 기억이 있는 제주도를 책으로 만나는 일은 가슴을 설레게 했다.

책표지를 넘기고 눈에 들어온 이민 작가의 사인이 반가웠다. 뒷면에 매직이 번진 걸 보니 직접 사인하신 것 같았다. 한참을 보다 조심스러워 넘긴 책장들을 가득 메운 그림들은 사진과는 완연히 다른 느낌을 주었다. 사진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날것 그대로 보여 준다면 이민 작가의 그림은 옛 향수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왔다.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그림들도 있고 단출하게 스케치만 되어 있는 그림, 흑백의 대비로 아날로그 감성을 일으키는 그림 등 다양한 그림들이 정겨움을 담고 있었다.

책장을 넘기다 만난 고씨 책방 그림에 눈길이 오래 머물렀다. 책방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짧게 지나가서 아쉬웠다. 두 권의 책을 한 권으로 추려 만드느라 많은 부분이 간단간단하게 소개되고 지나가는 부분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 만족스러워하기로 하였다. 책을 덮고 바로 제주도 책방을 폭풍 검색하였다.


아름다운 국제 관광도시, 최고의 여행지로만 알고 있는

제주도의 겉모습 뒤에 숨어 있는 너무도 슬픈 이야기들.

송일준 PD × 이민 작가의 제주도 랩소디 P056


제주 4.3 사건은 자세히 알지는 못하였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과거나 현재에 직접 겪은 일들 중심으로 살아가기에 오래전 일이에는 대체로 무관심할 때가 있다. 1980년대 광주사건보다 더 참혹했다는 사건이 어떻게 최근까지 많이 알려지지 않을 수 있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역사 이야기를 좋아해서 역사 책을 많이 보지만 고려나 조선시대 이야기 방면만 많이 읽은 듯하였다, 근현대 역사서를 찾아서 읽어보아야겠다. 4.3사건 이외에도 제주도에 관련한 가슴 아픈 역사가 많다는 건 예전에 선을 넘는 녀석들에서 잠깐 보아 알고 있었지만 무심히 지나친듯했다. 다시 방송을 찾아서 봐야 할 듯하다. 그리고 제주를 방문하게 되면 4.3평화기념관을 방문해야겠다.


원래 중국 온주에서 들어와 제주도 서귀포 지역에서 재배하기 시작한 재래종 귤은 갑신정변 후 제주도로 유배된 박영효가 일본에서 들여와 심은 개량종 귤로 바뀐다. 관광지 쇠소깍이 있는 효돈동 일대가 예로부터 귤 재배 지역으로 유명하다. 감귤 박물관이 있다.

송일준 PD × 이민 작가의 제주도 랩소디 P213


식구들 모두 겨울이면 귤을 몇 박스나 먹는 귤 귀신이다. 몇 해 전 제주도에 사는 친한 언니가 귤을 보내 준 적이 있는데 다음 해부터 귤 수확철이 되면 문자가 왔다. 그곳은 귤을 냉장고에 넣지 않고 수확철이 오기 얼마 전에 미리 예약을 받아서 귤을 따면 바로 보내 주는 곳이었다. 진짜 노지 귤인지 모양이 예쁘지는 않지만 맛있다. 금방 상하는 게 귤이라 많이 주문하지 못하는 게 늘 아쉽다. 맛있는 귤을 먹기만 하였는데 고려 시대와 조선시대에는 제주 도민들에게 고통을 주었다. 1년에 스무 차례나 진상하기 위해 나무에 달리 귤 수를 세어 관리하였다. 이에 너무 시달리다 못한 농민들이 귤 나무뿌리에 뜨거운 물을 부어 고사 시켰다. 자신들이 직접 키운 귤 나무를 고사 시킬 정도로 귤은 제주 농민들에게 고통을 주었다. 예전에 즐겨본 드라마에서 귤이 진상되면 황감과를 실시하고 성균관 유생들에게 귤을 상으로 내리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때는 귤이 많이 귀하여 그렇나 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누군가에는 일상에 흔해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 다른 이들에게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들이라는 것이 있다 것을 새삼 깨닫는다.


제주도에서 어딜 갈 때는 반드시 사전예약 필요 유무, 티켓 할인 구매 가능 여부 등등을 체크해야 한다. 알면서 깜박하고, 모르면서 무작정 찾아갔다가는 손해만 보고 있다.

송일준 PD × 이민 작가의 제주도 랩소디 P219


제주도 여행은 제주로 출발하기 전에 미리 일정을 꼼꼼히 짜고 방문할 곳의 홈페이지등을 미리 방문해서 사전예약이나 방문 인원수 제한 등등을 미리 체크하여야 한다. 계획형 인간이라 항상 계획은 잘 짠다. 그러나 사람 사는 일이 항상 계획대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계획하지 않은 일들에서도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가다 보며 즐거운 여행이 될 것이다. 내년의 제주도 방문은 멀었는데 마음이 이미 들떠 있다. 어떤 여행이 기다릴지 상상해 보는 것도 작은 행복이 되었다. 제주도 사람도 모르는 제주를 찾아 느긋하게 즐기고 싶다.


송일준 PD는 광주 MBC 사장을 끝으로 퇴사 후 제주도 한 달 살기를 한다. 그 이야기를 송일준 PD 제주도 한 달 살기 책으로 출간한다. 그러나 400여 쪽으로 너무 방대하여 줄인 책이 제주도 랩소디이다. 이민 작가의 독특하고 정감 있는 그림이 더해져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제주도 여행 안내서가 탄생하였다. 처음 제주도를 찾던 자주 방문하던 한 번쯤은 읽어보면 색다른 제주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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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담 싸부 - Chinese Restaurant From 1984
김자령 지음 / 시월이일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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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살던 동네에 노부부가 하던 오랜 단골 중국집이 있다. 바깥주인은 주방을 맡고 안주인을 홀에서 서빙을 한다. 질보다는 양을 선호하는 남편이 특히 좋아하던 곳이다. 여러 메뉴 중 쟁반짜장과 볶음밥을 좋아해서 자주 먹었다. 단골이라 쟁반짜장 곱빼기 하나를 시켜도 신랑과 둘이서 배불리 먹을 정도로 많은 양을 주셨다. 이사를 오고 자주 가지 못하나 가끔 신랑은 근처에 일이 있어 가끔 들리곤 한다. 최근에 갔다 온 신랑이 맛이 변한 것 같다고 했다. 처음 갔을 때도 나이가 지긋하셨는데 10년 가까이 세월이 흘렀으니 그때보다 더 나이가 드셨을 것이다. 늘 똑같은 일상이라 시간의 흐름을 느끼지 못하다 가끔 이런 일들을 주위에서 보면 눈앞에서 몇 년이 사라진 느낌에 놀란다. 「세월에는 장사 없다」라는 말이 있듯 시간의 흐름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드라마 작가와 영화 극본을 쓴 이력 때문이지 책을 읽는 동안 장면 장면이 눈앞을 스치며 시리즈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각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뚜렷하고 톡톡 튀는 문장들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꼰대 싸부 두위광의 시시각각 변해가는 모습에 어쩌면 나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라떼는 말이야』로 시작하면 또 시작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아들들을 보며 엄마 말은 다 「경험자의 말이라고」라며 언성이 올라간다. 그래서 좀 더 몰입이 되지 않았을까?


요령을 알면 쉬워. 중식의 요리명에는 보통 조리법과 재료의 종류, 모양, 식도법, 지명 같은 게 붙어 있거든. 조리법과 재료를 알면, 어떤 요리인지 대충 감이 와. 예를 들면 탕수육은 설탕의 당(糖), 식초의 초(醋), 고기의 육(肉)이 합쳐진 말이야. 양념과 재료의 조합이지.

건담 싸부 P97


엄청나게 많이 탕수육을 먹었지만 이름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탕수육 소스가 달콤새콤 한 맛이 나는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작은 아들은 소스를 싫어해서 탕수육이나 돈가스를 소스 없이 먹는다. 도저히 이해는 안 되지만 각자의 취향 다르니 별말은 하지 않는다. 탕수육이 부먹인 이유를 알게 되어 찍먹 부먹 중 찍먹파였는데 부먹파!가 될 것 같다.


손님들에게 「천러얼츠!」를 외치는 두위광을 처음에는 이해를 하지 못했다. 음식을 만드는 것은 요리사이지만 먹는 것은 손님이다. 손님의 성격이나 여러 가지의 상황에 따라 천천히 먹을 수도 있고 요즘은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거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 사진이나 촬영을 하는 경우도 있다. 먹는 것은 손님 영역이 아닌가. 그러나 「음식이 식으면 향이고 맛이고 다 사라지는데. 그렇게 영혼이 빠져나간 음식을 뭔 맛으로 먹어요? 요리에는 맛있는 온도가 있어요. P225」라면 진심으로 고객에게 이야기하는 두위광을 보며 음식을 먹는 것도 때가 있구나라는 깨달음이 들었다.


요리에 진심이고 손님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이고 싶은 두위광이지만 건담은 결국 폐업을 한다. 이제 더 이상 출근을 하지 않게 된 그는 본경과 나희 요리를 보고 먹으며 변화에 대해 생각한다. 새로운 길을 걸어보고 처음으로 다른 가게들을 방문하여 색다른 음식들을 먹어본다. 자신만의 성인 「건담(健啖))」이 자신의 세상이 전부인 줄 알던 이가 그 세상이 무너지고 나서야 진짜 세상을 만나게 되었다. 동네 여기저기를 여행하며 동네 여행자가 되어 변화한 세상을 접하고 즐기기 시작한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어린아이처럼 모든 것들이 낯선 그의 곁을 본경과 나희, 창모가 지킨다. 그렇게 그들은 다시 시작한다.


두위광은 생각했다. 변화가 만병통치약은 아니겠지. 오히려 기존의 질서를 깨고 혼란을 불러올지도 모른다. 갖고 있었던 것마저 거두 갈 수도 있겠지. 그러나 나는 모른다. 변화해 보적이 없으니 알 턱이 없다. 이렇다 할 정답을 말해주는 이도 없으니 변화해 봐야 알 일. 그 길을 한번 가보기로 하자. 그러나 이제는 안다. 변화는 기회를 만든다. 그것만을 도 큰 수확이다.

건담 싸부 P425


건담싸부 두위광은 변했다. 그러나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그의 음식이 변하고 손님들을 대하는 방식이 변하였으나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은 여전히 『맛있는 음식을 먹이고 싶다』는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남편과 함께 단골 중국집에 쟁반짜장을 먹으러 다녀와야겠다. 현재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기를 망설이는 이들에게 꼰대 싸부 두위광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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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노동 - 스스로 만드는 번아웃의 세계
데니스 뇌르마르크.아네르스 포그 옌센 지음, 이수영 옮김 / 자음과모음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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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노동이라는 제목을 접했을 때 사무직보다는 현장직을 먼저 떠올렸다. 그러나 책을 읽어나갈수록 처음 떠오른 생각과 너무 다른 내용들이 나왔다. 사회 문제를 제기하는 책인 만큼 짚어야 할 것도 논의하거나 생각해야 할 것도 많아 마지막 장을 덮으니 무수히 많은 인덱스가 붙어 있었다. 어떤 문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함이 몰려왔다.


저자인 '데니스'와 '아네르스'는 스웨덴의 사회학자 「롤란드 파울센」의 논문에 대한 토론하는 뉴스 프로그램에서 만난다. 각자 반대되는 진영으로 출연했던 그들은 토론회 후 수년이 지나 서로의 일터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한 후 만나 연구를 시작한다. 그들은 노동 현장에 있는 많은 이들과 직접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하고 이메일로도 접하기도 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이들이 가짜 노동에 대하여 토로하여 연구의 범위는 더 확장시킨다.


「산업화 사회」를 거치며 귀족들이 터부시하던 노동의 가치가 올라가며 자본가들에게로 권력이 넘어갔다. 노동가치를 시간 단위로 측정하여 임금을 지급하며 노동시간은 더욱 중요하게 되면서 가짜 노동이 생겨났다. 현장직들의 노동시간을 관리하는 관리자들인 사무직들이 늘어나면서 가짜 노동도 늘어난다. 저자인 데니스와 아네르스는 『무대 앞 노동』과 『무대 뒤 노동』으로 구분하였다. 무대 앞 노동은 현장 근로자들을, 무대 뒤 노동은 그들을 지원하고 조율하고 감독하는 관리직이다. 20세기에 들어서며 단계적으로 산업화가 진행되며 무대 뒤 노동은 급격히 확장된다. 그들은 컨설턴트, IT 전문가, 관리자, 연구자, 경영인, 홍보팀, 지원팀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한다. 현장직들은 일의 진척 상황을 눈으로 직접 확인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관리직인 사무직들은 누군가의 일이 얼마나 진척되었는지 아는 것은 어렵다. 이것이 가짜 노동이 생겨나는 원인이다.


모든 무대 뒤 노동이 가짜 노동은 아니다. 관리자는 공장 업무를 조율하고 예산을 세우고, 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지는 진짜 노동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무대 뒤 노동이 너무 빨리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잉여노동이 발생하게 되었다. 회사는 직원들의 업무 능력이 아니라 그들이 일한 근무시간에 비례해 임금을 지급한다. 하지만 처리해야 하는 업무가 모두 종료되어 진행해야 하는 업무가 없다면 어떡해야 하는가? 다른 일을 찾아서 해야 하는 것인가? 상관에게 업무가 없다고 보고를 해야 하는 것인가? 많은 이들이 자신이 하는 일이 없다고 하면 회사에서 필요 없는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낀다. 그래서 그들은 하는 일이 없어도 책상 위에 서류더미를 쌓아놓고 컴퓨터는 켜놓으며 바쁜 척을 하거나 동료의 일을 방해하거나 프로젝트를 진행을 느리게 하거나 의미 없는 미팅을 만들거나 회의 시간을 길게 한다.


예전에 읽은 바로는 덴마크의 관리자는 주당 평균 17시간을 회의에 쏟는다더군요. 심지어 그 수치는 점점 올라가고 있고요. 그걸 반으로 줄이면 우리처럼 일주일에 4일만 일하고도 같은 효율을 낼 수 있을 거예요. 가짜 노동 P259


가짜 노동을 눈치채고 이것을 바꾸려는 노력을 기울인 몇몇의 기업이 있다. 그중 하나는 IIH 노르딕사이다. 그들은 목요일까지만 근무한다. 저자들은 노르딕의 헨리크 스텐만 이사와 인터뷰를 진행한다. 스텐만은 저자들에게 「파킨슨 법칙」에 대해 질문한다. 노르딕사는 이 파킨슨 법칙을 뒤집어서 적용하였다.


파킨스 법칙은 주어진 시간만큼 일이 늘어진다는 것이다. 노르딕사는 반대로 근무시간을 줄이면 일은 결국 제한된 시간 안에 할당되어 끝날 것이라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IIH 노르딕은 직원 모두의 책상에 빨간 점멸등이 있어 그곳에 불이 들어오면 업무 시간으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다. 이메일과 전화도 받지 않고 일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그리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휴식을 한다. 이 방법은 업무 집중력이 올라가 적은 시간으로도 빠른 업무처리가 가능하고 일을 마친 후 주어지는 휴식시간의 보장으로 만족도도 올라간다. 이에 IIH 노르딕은 회사의 매출 증가는 물론 근무시간이 줄어든 후 세전 수익이 거의 두 배가 되었으며 직원들의 병가는 50%가 줄었다. 또한 직원 만족도 조사에서 스트레스 지주는 최저 수준이 되었다. 그에 반해 근무 의욕과 삶의 질은 올라갔다.


이 사례를 보면 그동안 가짜 노동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소비하며 개인의 도덕성과 자존감을 소모시키는지 알 수 있다. 자동차도 무리하게 속도를 올리면 과열되어 고장이 난다. 가짜 노동은 사람들을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병들게 한다. 저자들은 노동을 잠시 쉬어가는 휴식을 대안으로 제시하였다. 가짜 노동으로 쓰이는 근무시간의 일부를 「휴가시간』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그 시간 동안 자신을 발전시키고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마구잡이로 쌓아올린 블록은 빠르게 올라갈 수는 있지만 어느 순간에는 와르르 무너진다. 어디에 둘지 어떤 모양으로 만들어갈지 차분히 생각하고 주변을 돌아보며 일을 진행하여야 무너지지 않는 튼튼한 결과물이 된다.


2019년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거치며 근무환경이 바뀌면 가짜 노동은 더욱 확연하게 나타난다. 많은 이들이 집에서의 재택근무로 업무 시간과 회의 시간이 줄어들어도 일을 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우리나라도 몇몇 회사는 코로나로 인한 제한들이 완화되었지만 여전히 재택근무를 하거나 예전보다 재택근무시간을 늘리는 곳들이 생겨났다. 그리고 주 4일 근무에 대한 논의도 종종 되기도 하고 있다.


이 책은 가짜 노동에 내몰린 사무직들이 아니라 경영자나 공공부문의 장들이 읽어보았으면 한다. 조직을 구성하는 한 개인에 불과한 이들은 소속된 조직에서 불필요한 존재가 되어 내쳐질까 불안하여 자신들이 하는 일 없다고 이야기할 수가 없다. IIH 노르딕사의 경영자들이 업무 방침을 바꾸는 노력을 하였듯 위에서부터 변화하여야 한다. 덴마크의 총리 메테 프레데릭센도 이 책을 읽고 『가짜 노동』의 개념과 이를 분석한 내용을 언급하며 널리 추천하기도 했다. 변화의 시작은 결정권들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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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 1 열린책들 세계문학 278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허진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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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 1

루이자 메이 올컷 지음 ㅣ 허진 옮김 ㅣ 열린책들


크리스마스로 시작해서 크리스마스로 끝나지만 메그, 조, 베스, 에이미가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은 너무나 다르다.


「선물이 없는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가 아니야」라며 불평을 늘어놓던 네 자매가 1년의 시간 동안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어린 시절로 돌아가 함께 자라는듯했다. 초등학교 시절 처음 「작은 아씨들」읽을 때 그동안 부모님에게나 주위에서 받았던 크리스마스 선물 목록을 떠올리며 네 자매에게 나눠주고 싶은 것들의 목록을 만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들들에게 받은 크리스마스카드들이 생각났다. 무언가를 잘 버리지 않는 성격이라 편지 상자를 뒤적여보면 나올 수도 있을 듯하다. 읽었던 책을 재독할 때마다 새롭게 느껴지거나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부분이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때가 있다. 메그와 브룩 씨의 편지 사건이 그러했다. 아마 어린 시절에는 연애 감정이나 사랑에 대해서는 다 이해하지 못해서 기억 저편으로 밀려 휘발되었을 것이다.


도와줄게, 조. 내가 도와줄게.

그렇게 슬피 울지 말고 오늘을 기억하렴.

    - 중략 -

넌 네가 세상에서 제일 성격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나도 그랬단다.

작은 아씨들1 P140


마치 부인의 조언은 목록으로 만들어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두고 매일 봐야 할 것 같다. 딸에게 자신의 단점을 고백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조를 위하여 털어놓는다. 급한 성격 때문에 가끔 아이들이나 남편에게 짜증을 부리거나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 부인의 말들은 이런 성격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된다. 자신들이 감당하기엔 벅찬 문제들이 생기면 네 자매는 마치 부인에게 털어놓는다. 그러하면 부인은 야단을 치는 것이 아니라 공감하고 위로하고 가야 할 길을 찾아갈 수 있게 함께해 준다.


마치 부인이 잠시 작은 아씨들 곁을 떠나니 문제들이 뒤엉켜 점점 커져만 갔다. 중심을 잡아주던 이가 없어지니 점점 나태해져만 가다 결국 큰 문제가 생긴다. 메그와 조는 어떻게든 해볼 하나 불안함만 커져간다. 어쩔 줄 모르며 동동거리는 작은 아씨들을 보면 아! 이제 열일곱 열여섯 살 정도인 나이가 생각났다. 두 아들 모두 20살이 넘었지만 지금도 가끔 급하게 부를 때는 아가들아!라고 부른다. 다 큰 사내아이들에게는 어울리지 않지만 워낙 오래 자주 부르니 그러려니 한다. 사회생활을 몇 년간 한 큰아들도 아직 어린애 같은데 이제 중고등학교생의 나이인 두 자매가 감당하기에는 벅찬 일이었다. 하지만 마치 부인의 당부대로 해나의 말을 경청하며 하나하나 이겨나간다. 그런 그들은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는다.


1년 동안 네 자매에게는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그 사건들로 인하여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해 나간다. 네 자매들이 자라나는 모습은 때로는 웃기고 때로는 슬펐지만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며 의지해나가는 모습들에 어린 날의 부러움이 아닌 흐뭇한 엄마 미소가 머무는 건 세월이 준 경험에서 나오는 여유로움 때문일 것이다. 이제 폭풍 같은 10대 시절을 지나고 작은 아씨들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메그는 원하던 결혼을 할까, 조는 작가로서 성공할 것인가, 베스는 가족들을 위해 계속 노래하는지, 에이미의 그림은 어떤 평가를 받을지 2권을 빨리 펼쳐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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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여관 미아키스
후루우치 가즈에 지음, 전경아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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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여관 미아키스

후루우치 가즈에 지음 ㅣ 전경아 옮김 ㅣ 하빌리스 펴냄


길 위에서 헤매는 것인지 삶의 방향을 찾지 못하는 것인지 모를 이들이 만난 여관 미아키스. 신비로운 여관 주인과 통통 튀는 프런트 직원, 쾌활한 호텔 보이가 그들을 맞이한다.


시작의 서장부터 너무 무거웠다. 뉴스에 종종 나오던 아동학대가 떠올랐다. 어떤 이유에서든 아이들은 보호받아야 한다. 세상에 나온 모든 이들이 자신이 스스로 원해서 태어나지 않았다. 그럼으로 자신들이 미처 준비되지 않았는데 찾아온 생명이라 하여 학대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높이 나는 것만 생각하고 기를 쓰고 발돋움을 해 왔는데···

정말로 날기 위해서는 일단 땅에 발을 디디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고양이 여관 미아키스 P198-199


비행기가 이륙하기 위해서는 긴 활주로가 필요하다. 새들도 날기 위해서는 단단한 나뭇가지던 땅이던 박차고 오를 곳이 필요하다. 공중에서 바로 날아오를 수는 없다. 도시의 삶, 좋은 직장에서의 승진, 도피를 위한 결혼 등으로는 원하는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을 유카코는 깨닫는다. 그토록 싫어했던 고향에서 새롭게 날아오른다.

더 높이 날기 위해 했던 노력들이 헛되지 않고 단단한 땅이 되었다. 자신에게 진짜 소중했던 것이 무엇인지 잊어버리고 헤매는 많은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이다.


네 눈에 보이는 게 꿈인지 현실인지 내가 어떻게 아냐.

네 눈에 보이는 게 내 눈에도 똑같이 보인단 보장도 없는데.

사람들은 각자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고.

고양이 여관 미아키스 P228


세상 물정 모르고 어리게만 보이던 호텔 보이가 겐토에게 한 말은 깊은 생각에 빠지게 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관이나 신념 등 여러 상황들을 종합해서 사물이던 상황을 바라본다. 같은 부모와 같은 환경에서 자란 쌍둥이들도 각자의 성향, 취향들이 다르다. 가끔 다른 이에게 자신만이 옳다 주장하면 생각을 강요하며 행동을 통제하기도 한다. 특히 지위나 힘의 우위에 있는 이가 강제할 때는 무엇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지도 못하고 끌려가며 자존감을 스스로 깎아내린다. 미아키스 여관에서 겐토는 짓누르던 무거운 중압감을 떨쳐낼 수 있을까?


두 아들을 키우는 엄마이기에 샤슈티 마 신화에서 승려의 아내의 마음과 행동이 이해가 되었다. 세상의 모든 엄마가 같은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부모가 되었다고 자식을 꼭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보편적인 세상의 기준이 모든 이게 모두 적용된다면 범죄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너를 위해서라면 난 뭐든지 할 테니깐···.P305」 소노코의 말이 너무나 공감이 되었다.


다크 판타지라는 분류와 표지가 어딘지 모르게 미스터리하고 궁금증이 일어나는 제목에 긴장하며 펼친 책은 예상과는 너무 달랐다. 신비로운 분위기의 미아키스 여관에 방문하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하다. 지금 길을 잃어 삶 속을 방황하고 있는지 제대로 잘 가고 있는지 알 수 있을까? 문득 뒤돌아 걸어온 길을 돌아볼 때나 가고 있는 방향이 맞는지 의심이 들 때 생각나는 책일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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