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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과 나 - 배명훈 연작소설집
배명훈 지음 / 래빗홀 / 2023년 11월
평점 :
📖 짧고 기분 좋은 침묵을 깨고 마침내 반음이 입을 열었다.
"싫어요."
그것은 정말 이상한 결론이었다.
나의 사랑 레드벨트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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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음의 "싫어요."라는 문장을 읽는 순간 떠올린 것은 화성이 아닌 지구였다. 지구가 목놓아 외치는 "싫어요!"라는 소리를 외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하는 고민이 머릿속을 가득 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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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고민은 '출간 기념 무크지'의 인터뷰에서 찾을 수 있었다. <저는 화성인 되기보다는 일단 지구인이 된 것 같아요.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 살고 있다는 감각 못지않게 지구라는 행성에 살고 있다는 감각도 점점 커진 게 느껴져요. 그게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하고요. -출간기념 무크지 P8>라고 배명훈 작가는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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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을 주제로 한 글을 쓸수록 지구인이 되어간다 감각이 커져간다는 것은 '지구'를 더욱 많이 들여다보게 되어서일 것이다. 왜 사람들이 지구를 떠나 화성으로 이주하게 되는지를 알려면 지구에서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하여야 했을 것이다.
붉은 행성의 방식에서의 '회복력', 김조안과 함께하려면의 '김조안의 귀환', 나의 사랑 레드벨트의 반음의 '싫어요'의 외침. 이 모든 것은 사실 지구에서 지금 일어나야 하는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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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지구 온도는 1.5도 정도 상승하게 되며 대 재난이 발생할 거라는 글을 어디선가 읽었다. 지금 지구에 가장 필요한 것은 예전으로 다시 돌아갈 '회복력'과 멸종 위기 동물들에게 위기가 없었던 시대로의 귀환, 지구를 아프게 하는 모든 일들에 한목소리로 '싫어요'라고 외치는 용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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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화성에서의 삶을 이야기하지만 결론은 지구에서의 살아가고 있는 지금을 말하고 있다. 새로운 행성 화성에는 지구의 '파괴'한 그 어떤 것도 용납하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책을 읽는 동안 강력히 전해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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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했다. 몇 번 읽고는 책장에 방치 중이었던 제로 웨스트 관련 책을 다시 꺼내보게 되었다. 결론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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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학과를 나온 SF 작가라는 이력이 특이하다. 그 이력으로 인해 외교부로부터 <화성의 행성 정치: 인류 정착 시기 화성 거버넌스 시스템의 형성에 관한 장기 우주 전략 연구>라는 보고서를 2010년부터 2년간 연구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알게 된 사실들, 느낀 것들이 책의 전반에 깔려있다. 화성 정착기에 해당하는 <화성과 나>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차기작을 기다려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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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래빗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이나 직접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