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말랑 > 무성애도 일종의 성적 취향
성행위는 인간의 조건으로 여겨진다. 성적 욕망이나 팬터지를 갖고 있지 않거나 배우자와 성적 접촉을 꺼리는 사람들, 즉 무성애자(asexual)는 비정상이거나 불행한 존재로 치부된다. 그들의 '고장난' 정신에는 심리치료사의 설득을 주입하고 불모의 육체에는 호르몬을 주사한다. 분명히 현대문명에서는 섹스가 정상성의 요건이며 섹스 기피자는 배척 혹은 동정의 대상이다.
그런데 '무성애자를 위한 발견과 교육 네트워크'인 AVEN(Asexual Visibility and Education Network·www.asexuality.org)은 무성애자가 결코 괴물이 아니며 동성애자나 이성애자처럼 존중받아야 할 성적 취향을 소유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AVEN의 설명에 따르면 무성애자의 핵심적 특징은 타인에게서 성적 매력을 느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무성애자는 멋진 육신을 봐도 예술품이나 화려한 석양을 바라볼 때 느끼는 것과 비슷한 감동을 느낄 뿐이다.
무성애자도 일대일 사랑에 빠지지만 양상이 다르다. 이른바 '정상인'들의 이성을 향한 집착을 분석해 보면 80%가 성적 동기 때문이고 나머지 20%는 친밀한 관계에 대한 열망이라고 하는데, 무성애자는 전적으로 관계지향적이다. 그들은 인간적 관계와 친교, 낭만을 갈망한다.
언뜻 궤변으로 들릴지 몰라도 성과학자들은 멀쩡한 이성애자의 의식 저변에도 동성애적 욕망이 숨어 있고 동성애자도 부분적으로 이성을 동경한다고 설명한다. 마찬가지로 섹스를 사소하거나 번거로운 일로 여긴다면 그 사람은 무성애자에 속한다는 AVEN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