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이라고 해봤자 음력과 양력 모두 1이라는 숫자가 세 개나 들어가기에
언제나 헷갈려하는 엄마를 제외한 식구들이라 엄마가 알려주시기 전까진 아무도 모른다.
어쩐지 몸이 아프다시는 엄마는 조금만 먹어보라며 미역국을 주셨다.
작년, 재 작년, 계속 안 먹었던 미역국이었는데 뭐 그 때야 말씀을 드려도 자꾸 잊으시는 통에
식탁에 올려뒀던 미역국 도로 냄비에 붓기 마련이었지만
이번엔 그냥 먹었다. 배가 아프더라도 또 으릉댈 수는 없으니까.
역시나 괜히 먹었다. 오전 내내 배가 아팠다.
점심 때도 매점에서 김치볶음밥을 시켰더니 미역국이 나온다.
저녁에는 당연히 또 미역국.
여느 때보다도 더 이용자가 많아 피곤해서 먹자마자 바로 잤다.
8시부터 잤던가.
케익을 사뒀던 모양인데 뭐, 알아서 먹었으려니.
아침엔 배아픈 미역국이지만 난 미역국만으로 족하다고 생각한다.
내 생일의 케익만큼은 다른 식구들이 먹고 싶어서 사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사오지 말라고 하니까.
'생일 축하한다'라는 말은 큰누나에게만 들었다.
나머지는 본 거니까.
어쨌든 축하해주신 분들 고마워요.
이상하게 생일만 되면 기분이 별로라니까.
괜히 서재에 생일이라고 글 쓴 게 후회될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