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플라시보 > 이력서와 면접에 관하여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여느 회사와 마찬가지로 인사권은 임원진들에게 있다. 하지만 특정한 한 분야에 대해서는 내가 인사권을 가지고 있다. 뭐 이렇게 말하면 꽤나 거창한것 같지만 내가 그쪽으로 워낙 오래 일을 했었기 때문에 임원들이 사람을 채용하는 것 보다 내가 채용하는게 훨씬 수월하기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가끔 직원을 채용하기 위해서 이력서를 받는다. 대부분은 이쪽 계통의 동료들에게 부탁을 해서 스카웃을 하거나 추천을 받지만 그게 임의롭지 않을때는 채용 공고를 내기도 한다.
이번달 말에 일하던 사람이 급하게 일을 그만두게 생겨서 나는 또 사람들에게 부탁 전화를 넣고 채용 공고를 올렸다. 기본적으로 이메일로 이력서를 먼저 받은 다음 정해진 날에 일괄적으로 면접과 테스트를 하는데 어제 처음 채용 공고를 올렸고 꽤 많은 사람이 이메일로 이력서를 제출했다. 내가 예전에도 한번 '이력서 쓰는 요령'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때에 절대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던 것을 쓴 지원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력서를 제대로 제출하지 못한 것을 유형별로 정리를 해 보자면 첫번째. 이게 가장 헉겁할 유형인데 이력서라 함은 일정한 양식을 갖춘 서류이다. 한글 파일을 열어보면 문서꾸러미에 이력서가 있으며 그게 안되면 문구점에 가서 이력서를 사면 된다. 그런데 몇 몇 이들은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 그리고 경력사항을 간단하게 적은 글을 이메일로 보냈다. 나는 이들의 경력이 어떠하던가 간에 서류 심사에서 가차없이 떨어뜨렸다. 아무리 날고 기는 경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이력서라는 양식에 이력서를 써야 한다는 기본조차도 모르는 사람에게 일을 시키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입사 지원서를 만드는 이유가 백번 이해가 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
둘째. 이미 채용공고에 다 나와있는 근무시간이나 복리후생등을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채용공고를 올릴때 비교적 정확하게 올리는 편이며 급여건 뭐건 애매모호하게 남겨두지 않는다. 그런데도 많은 지원자들이 내가 거의 정상근무가 불가능할 정도로 전화를 해서는 근무시간이 어떻게 되느냐 보너스는 어떻게 되느냐 하면서 물어댄다. 대체 채용공고를 정확하게 읽지도 않고 전화를 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더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하는 일도 다 적혀있는데 '저기 죄송하지만 무슨 일을 하는건가요?' 하는 얼빠진 지원자들도 있다는 것이다. 무슨 일이건 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에 입사하려는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할 사람을 뽑던간에 지원한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하나? 아니면 채용공고가 난 회사에는 마구잡이로 전화를 해서 그중 하나 걸리면 다행이라는 식으로 해석을 해야 하나. 참고로 내가 뽑는 사람은 신입이나 비경력이 아니기 때문에 무슨일을 하는지 묻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다시 이력서 문제로 돌아가서 셋째. 이력서에 연락처를 적지 않는 사람이다. 집 전화 번호도 핸드폰 번호도 이메일도 없으면 대체 나는 그 사람이 서류를 통과했을 경우 경찰에라도 의뢰해서 그 사람을 찾아내야 하는건가? 분명히 나는 이력서에 연락처를 기재할 것을 요구했고 면접과 테스트가 있기 때문에 그들은 필히 내 연락을 받아야 한다. 다른것 보다 비교적 가벼운 실수로 생각 할 수도 있겠지만 서류심사를 통과할 충분한 자격 요건을 갖췄는데도 연락할 길이 없어 떨어졌다고 생각하면 과연 가벼운 실수인지 생각 해 볼 일이다. 저런 이력서를 내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다시 나에게 전화를 해서는 이미 면접이 다 끝난 상황에서 '연락이 없으셔서...' 라고 말한다.
넷째. 쓰잘데기 없는 경력들의 향연. 내가 뽑고자 하는 사람은 분명하게 그쪽 계열의 경력만을 적으면 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지원자들은 이력서를 꽉꽉 채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이라도 있는듯 아무 연관없는 경력들을 다 적어놓는다. 예를 들어 그래픽 디자이너를 뽑는다고 치자. 그러면 그냥 어느 학교에서 시각 디자인을 전공했으며 어떤 근무 경력이 있는지 그리고 큰 대회의 입상 경력등이 있으면 그것 정도만 적어도 충분하다. (물론 포트폴리오가 첨부되어야 하겠지만) 그런데 거기다가 대학교때 학교앞 모모 커피숍에서 3개월간 아르바이트. 혹은 텔레마케터로 6개월간 근무 같은 경력은 적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래픽 디자이너는 손님을 상대로 음료를 서빙할 일도 없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해서 물건을 팔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그런 시시콜콜한 경력을 모두다 경력사항에 집어 넣는것은 정작 중요한 경력사항을 뭍히게 하는 꼴 밖에는 되질 않는다. 그 회사에서 원하는 경력. 그리고 자기가 그 회사에서 할 일과 연관된 경력만 적으면 된다는 아주 기본적인 사실 조차도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이력서를 꽉 채우는 것은 의미가 없다. 더구나 하등 상관도 없는 사항으로 채우는 것은 더더욱 그렇다. 중요하고 필요한, 내게 도움이 되겠다 싶은 경력만 적으면 되는 것이다. 많은 일을 전전했으니 사회경험이 풍부하겠군 이라고 생각하는 인사담당도 혹시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를 비롯해서 내가 알고 있는 인사담당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바로 연관없는 경력들을 잔뜩 적어놓은 것이다. (좀 심하게는 초등학교때 부터 받은 자잘한 상까지 다 적어놓는 사람도 있다.)
다섯째. 이건 정말 믿기 힘들겠지만 이모티콘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적어도 이력서에는 이모티콘을 쓰지 않지만 내가 요구하지도 않은 자기소개서에 이모티콘을 잔뜩 넣어서 쓰는 사람이 있다. 거기다 했어염. 좋아염. 넘넘 하고시포요 따위의 인터넷 용어를 쓰면 정말 엎친데 덮친격이라 하지 아니할 수가 없다. 나는 자기소개서가 구태의연하다고 느껴서 요구하지도 않지만 굳이 본인이 써서 보내고 싶다면 제대로 써서 보냈으면 한다. 서류가 괜찮다 하더라도 내가 어떻게 좋아염. 했어염. 넘넘 하고시포요 하는 사람에게 일을 시키고 싶겠는가. 회사는 장난을 치는 곳이 아니다. 엄연히 일을 하고 그 댓가를 받아가는 곳이다. 제발 회사를 좀 진지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적어도 자기가 앞으로 몸담고 싶다고 생각을 한다면 말이다.
여섯째. 쓸데 없는 자기 소개서. 위에도 말했다시피 나는 자기 소개서를 받지 않는다. 면접을 준비하면서 물어볼 사항을 다 적은다음 그 자리에서 직접 물어본다. 상대적으로 문장력이 뛰어나지 않은 사람들을 배려하기 위해서 이기도 하고 미리 썼다 지웠다 하는 자기 소개서 보다는 현장에서 바로 물어보고 인터뷰를 하는 것이 훨씬 진실에 가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자기 소개서를 꼭 쓰고 싶다면 내가 자기 소개서를 어디다가 왜 쓰는가를 생각하길 바란다. 인사 담당자는 자기소개서 한장을 읽고 그 사람의 모든 면을 알게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나 학창시절은 학우들과 잘 지냈을 것이고 모든 일에는 최선을 다 해 왔다고 쓰는 그 자기소개서를 가지고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어리석은 일이다. 따라서 나는 자기 소개서를 이력서에서 쓰지 못한 자잘한 경력을 자세하게 쓴다거나 혹은 앞의 이력에 대한 부연 설명등 자기가 하는 일에대한 자기 소개서를 쓰기를 원한다. 미스코리아를 뽑는것도 아닌데 신장 몸무게 키 등의 신체 사이즈를 적는 사람들을 보면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아무리 글을 잘 쓴다고 하더라도 자기 소개서 몇장으로 실제의 자기를 표현해낼 사람은 없다. 그러므로 인사 담당자도 그걸 읽고 그 사람을 파악했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거기다 요즘은 튀는게 유행이라 그런지 무슨 광고 카피같은 글을 적어놓고 그 아래 부연 설명을 적는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공부? 따라올테면 따라와 봐!~ ]라고 쓴 다음 자기의 학점을 쓴다. [평점평균 4.0!! 이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 그렇게도 노력했노라!!.] 이건 내가 지어낸게 아니라 실제 받은 자기소개서중 한 대목이다. 튀는게 대수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직장을 구하고 싶다면 튈 생각 보다는 자신의 경력이나 깔끔하게 적는게 좋다. 아무리 이력서가 많이 도착을 한다고 하더라도 인사 담당이 이력서를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단지 튄다는 이유만으로 서류를 통과시켜주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처음으로 걸러내야 하는 과정이므로 가장 꼼꼼하게 심사를 거친다. 그러니까 지원자가 너무 많을테니 어떻게건 튀어서 살아남아야 해 같은 생각은 하지 않아도 된다.
마지막으로 아직 면접을 보지는 않았지만 면접에 대해 잠깐 얘기한다면 옷차림을 바르게 하고 가라는 것이다. 면접을 보는데 탱크톱과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오면 아무도 그 사람을 제정신으로 보지 않는다. 만약 오픈한 가게 앞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도우미들 처럼 몸매를 필히 봐야 하는 곳이라면 모르겠지만 보통의 멀쩡한 직장에는 정장을 갖춰입고 가는 것이 좋다. 옷차림도 분명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좋은 옷을 입었다고 합격시키고 옷을 좀 못입었다고 불합격 시키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자신의 인상 정도는 다르게 남길 수 있다. 간만의 차이로 붙고 떨어질수도 있는 직원채용이라면 저런 작은 부분을 무시하기는 힘들다. 귀가 처지겠네 싶을 정도의 크고 화려한 이어링. 지나치게 화려한 손톱. 예사롭지 않은 헤어스타일 등은 모두가 개성있고 멋지다는 인상 보다는 예의가 없다는 인상만 남길 뿐이다.
면접관에게 너무 친근하게 구는것도 피해야 한다. 내가 여자라서 그런지 가끔 면접을 보다가 보면 나를 언니라고 부르는 믿지 못할 사건이 생기기도 한다. 모르는 여자를 언니라고 부르는 곳은 미용실이나 옷가계 처럼 서비스업에서 다소 친밀감을 발휘해야 하는 순간에나 통용이 되는 것이지 면접관에게 언니라니 가당치 않다. 또 대학을 막 졸업한 사람들이 가장 크게 저지르는 실수도 바로 선배님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건 입사를 하고 난 다음에 부를 일이며 더구나 선배님보다는 직급을 불러주는게 더 올바른 일이다. (물론 이건 두 사람의 친밀도에 따라 얼마든지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대목이나 적어도 면접자리에서 부터 그럴 필요는 없다.)
또한 지나치게 자신감이 넘치는 태도. 우리끼리는 일명 오바한다고 표현하는 태도도 좋지 않다. 마치 이 회사에 입사를 하면 자신의 능력으로 회사를 밑바닥 부터 저 위까지 개혁하고야 말겠다는 듯이 말하는 사람은 어딘가 모르게 좀 이상하게 보인다. 자신감이 좋기는 하지만 넘치지는 말아야 한다. 묻지도 않은 일에 대해 뭐든 다 해낼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별로 좋지 않다. 마찬가지로 너무 기는 자세도 좋지 않다. 원하는 급여를 얘기 해 보라고 했을때 다른 사람이 받는 급여의 반만 받아도 좋으니 제발 일을 하게 해 달라던가. 만약 이 일에 적합하지 않으면 다른 허접한 일을 시켜도 무관하니까 어떻게건 뽑아만 달라는 태도 또한 이상하긴 마찬가지이다.
좀 특이한 유형으로는 면접관을 가르치려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경력도 어느정도 있으며 자기가 이 분야의 최고라고 자부하는 사람에게서 흔히 보여지는데 면접관이 더구나 나처럼 젊은 여자이면 무슨 후배 대하듯 한다. 분명한것은 그들이 나보다 경력이 많건 적건 간에 나는 지금 그 사람을 뽑을지 뽑지 않을지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며 그 사람은 여기서 일 하기 위해 필수 관문으로 나를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기다 대고 엄하게 면접관을 가르치려고 해서는 안된다. 설사 면접관이 가르침을 좀 받아야 하는 사람이라 치더라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는 가르침을 원하지 않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대체 어떤 인간이 인사채용을 위해 지원자들의 면접을 보면서 그 지원자중 한 사람으로 부터 가르침을 받고 싶겠는가 말이다.
마지막으로 제발 시간 약속좀 지키길 바란다. 면접이 11시면 11시 이전에 와서 기다리는 것이 맞다. 차가 밀릴수도 있고 갑자기 배가 아플수도 있었겠지만 그 모든 사정을 다 봐주면 우리가 출장 면접을 가지 뭣하러 시간 정해서 일괄적으로 사람들을 부르겠나 말이다. 시간에 늦는다고 떨어지지는 않지만 분명 좋은 인상은 주지 못한다. 대체 면접조차 늦는 사람이 입사를 하면 얼마나 지각을 해댈까? 같은 인상을 주고 싶은가? 내 친구는 대기업에 취직을 해 놓고도 연수기간에 지각한 횟수가 3회를 넘어서 자동 탈락이 되었다. 시간 약속은 회사에서 그 사람에게 요구하는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고 그런만큼 지키지 않았을 경우에는 이미지에 치명적인 손상을 남긴다.
아직 면접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여태 면접을 보면서 봤던 저런 유형의 사람들을 얼마나 더 만날지도 모르겠다. 제발 이번에는 몇 안되었으면 하는게 내 바램이지만 이력서를 비교해 볼때 지난번 채용공고를 내고 사람을 뽑을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봐서 면접 또한 별로 다를바 없지 않을까 하는게 내 생각이다.
이 글을 보고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 할 것이다. '설마 이렇기야 하겠어?' 그런데 말이다. 나도 이 회사에 와서 처음으로 사람을 채용해보기 전 까지는 저런 얘기들을 들으면 농담 내지는 과장으로 알아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사실이라 치더라도 그건 학벌이 좀 딸리는 사람들 얘기겠지 하고 속으로 생각했을꺼다. 하지만 아니다. 저런 상황은 무척 자주 발생하며 단 한명의 예를 가지고 말 하는 것도 아니다. 거기다 그들은 학벌과 무관하며 (깜짝 놀랄만큼 좋은 학벌도 있고 중간도 있고 좀 아닌 경우도 있는걸로 봐서 나는 무관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나이가 어린 사람들일수록 저런 증세는 더욱 심했다. 대학교에서는 맨날 취업 때문에 3,4학년때는 도서관에서 거의 살아야 하는게 현실이다. 하지만 취업을 위해서 학점을 따고 입사시험을 잘 보면 뭣하겠는가? 저런 작은 상황들이 여태 해 온 노력들을 깎아먹을 충분한 이유가 되는것을 말이다. 이력서와 면접 만으로 실력과 무관하게 합격을 할 수 있는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고 그 기본은 왠만하면 지키는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