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과 함께 다니고 있는 도서관에는, 아이들의 그림책 위에 점자를 찍어 붙인 라벨 테이프를 붙인 묵점자 도서가 꽤 많이 눈에 띈다. 
처음 묵점자 책을 보았을 때, '아, 이렇게 점자책을 만들 수도 있구나.',  '그림책에 이렇게 점자 라벨 테이프를 붙여 놓은 책을 보면, 우리 아이들이 시각장애인에 대하여 자연스럽게 인식할 수 있겠구나.',  '묵점자 책이 많아지면 시각장애 어린이들이 그림책을 좀 더 편하게 접할 수 있겠구나.'  ... 이런 생각들을 했던 것 같다.

지난 주말에 빌려온 책 중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도 묵점자 책이다.
(묵점자 책을 빌리려 했던 것은 아닌데, 책을 고르다 보니 함께 빌리게 되었다.)

어머님과 대화를 하는 중에 묵점자 책에 대해 말씀드렸더니 책을 보자 하셨고, 표지에 붙은 점자 테이프, 본문의 점자들을 손으로 만져 보시며, 점자를 손으로 만져 글을 읽는다는 것인지, 시각장애인들이 점자와 함께 있는 그림을 볼 수 있는 것인지, 이런저런 질문을 하셨다.
(사실, 부끄럽게도 나 자신이 점자에 대해서, 시각장애인에 대해서 알고 있는 내용이 많지 않아서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 ... 마지막에 하신 어머님의 질문은 내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네가 이 책을 빌려와도 되는거냐?"
"시각장애인을 위해 만들어놓은 책 아니냐?"

난, 점자 라벨이 투명하게 붙어있어 그림책의 내용이 환히 보이니, 우리도 그림책을 볼 수 있다고 단순하게 생각하고는, 덜렁 그림책을 빌려가지고 왔던 것이다.
정작 이 그림책을 소중하게 읽을 시각장애 어린이는 신경쓰지 않고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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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7-11-19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에 점자 라벨 테이프를 붙인 책을 묵점자 도서라고 칭하는건가요? 저는 처음 알았어요.

bookJourney 2007-11-19 22:00   좋아요 0 | URL
도서관에는 묵점자 도서라고 되어 있던데요... 정확하게는 묵•점자 혼용도서라고 한대요. 한국점자도서관에서는 '묵•점자 혼용도서는 묵자(墨字, 먹으로 쓴 글), 또는 그림이 그려진 지면 위에 점자를 덧찍거나 점자가 찍혀진 라벨 테이프를 붙여 제작한 통합도서'라고 설명을 하고 있네요.

순오기 2007-11-20 0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배려라는 말을 실감나게 하는 어머님 말씀! 정말 옳은 말씀이시네요. 역시 삶의 지혜와 배려는 인생 철학에서 향기를 내는거군요. 감동~~~~

bookJourney 2007-11-20 22:15   좋아요 0 | URL
저도 저희 어머님 말씀에 반성+감동~ 했답니다.
 

비교적 가까운 곳에 어린이 도서관이 문을 연 덕분에, 두 아이와 함께 일주일에 한 번씩 도서관 나들이를 다닌다.

1인 5책, 2주일. 첫째 아이와 내 대출증으로 모두 10권의 책을 빌릴 수 있었다.
처음에는 아이가 빌려보고 싶어하는 책 5권에, 내가 첫째 또는 둘째 아이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 2~3권, 내가 보고 싶은 책 1~2권 정도를 빌리는 것으로 충분했다. (사실, 둘째 아이가 볼 책은 집에 있는 책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으므로 .. ^^)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둘째도 책을 고르기 시작했다.
"엄마, 이 책.",  "엄마, 이것도."
둘째가 고르는 책 중에는 겉표지가 예쁜 책, 손에 딱 들어가는 작은 크기의 책도 있고, 때로는 꿀꿀이, 강아지의 그림이 들어있는 책도 있다.

아이가 책을 고르는 것은 반길 만한 일이나 ... 문제는 대출책수.
어느 날은 첫째가 고른 책 중 1~2권을 빼야 하고, 어느 날은 둘째를 달래어 예쁘기만 한 책(!)을 빼야 하고 ... 조정이 힘들어졌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 '둘째한테 도서관 대출증을 만들어주자!'
반명함판 사진을 따로 찍기는 번거로우니 집에 있는 사진 중에서 얼굴이 정면으로 나온 사진을 골라 작게 편집하여 칼라로 출력하고, 주민등록등본도 전자정부 홈페이지에서 출력하고(세상 참 좋다~) ...

오늘, 네 살된 둘째 아이의 도서관 대출증을 만들었다.
이제는 책 대출할 때마다 첫째가 고른 책 중 어떤 책을 다음으로 미뤄야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겠지.
설득이 거의 불가능한 둘째 아이를 달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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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11-18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일찍부터 자기 도서대출증으로 책을 빌리는 아이와 엄마의 행복이 느껴져요! 보물창고에서 나온 '처음으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어요'가 생각나네요.

bookJourney 2007-11-18 21:29   좋아요 0 | URL
처음에는 서가에서 아무거나 뽑는줄 알고 무시(^^;)했었는데, 나름대로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고르더라구요. 가능한 한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처음으로 도서관에서 ... '는 아직 못 읽은 책인데, 다음 주에 도서관에 갈 때 찾아보아야겠네요.
 

도서관에서 동물, 동물흔적 세밀화를 전시한다길래 보러 갔었습니다.
책을 반납하고 빌리러 가는 길에 세밀화를 구경하고 왔다는 표현이 좀 더 정확하겠네요.

전시된 그림을 보기 전에 <<보리 어린이 동물도감>>이나 <<동물 흔적 도감>> 에 실린 그림이겠거니 짐작했었는데... 자세히 보니 <<동물 흔적 도감>>의 그림들이었습니다.

책에서 보았던 그림들을, 혹은 책에서 볼 그림들을 전시 공간에서 보는 일은 반가운 일입니다. 고라니 발자국, 노루 오줌 흔적, 수달이 뛴 자국 같은 것들을 책에서는 무심히 넘길 수 있지만, 전시 공간에서 보게 되면 그 그림과 설명에 집중할 수 있어 책과는 또다른 재미도 느끼게 되는 효과도 있고요.

저희 아이들은 그림을 보며 즐거워했습니다. 저도 즐거웠고요.
그러나, 조금은, 아주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전시된 그림은 어느어느 책에 실린 그림의 원화라거나, 이 원화를 보고 함께 보면 좋은 책들은 이러저러한 책들이 있다는 설명이 있었다면 ...

일반 그림 전시회가 아니니 그림만 주욱 전시할 것이 아니라, 관련되는 책을 함께 소개해서, 그림을 보면서, 혹은 그림을 보기 전이나 후에, "나, 저 책 읽었는데", "나도 이 책 읽어보면 재밌겠다" 라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저만 아쉬워했었던 걸까요?

* 도서관 사서 선생님들한테 불평을 하는 것은 아니고요 ... 그냥, 도서관을 사랑하는 아줌마의 혼잣말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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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서재를 이리저리 기웃거리다 보면, 종종 아이들이 쓴 리뷰를 보게 됩니다.

엄마들이 잘 쓴 것만 골라서 올렸겠거니 생각하면서도, 어떤 날은 "얘는 우리 애랑 같은 또래 같은데 글 쓰는 품이 영 다르네."라면서 감탄하면서, 우리 애의 독서록을 흘끔 봅니다.

"읽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는데 글 쓰는 것은 책 읽는 만큼은 안 되는 것 같아요."라고 푸념 아닌 푸념을 했더니, 대학에서 아동청소년문학을 가르치시는 선배님께서, "쯧쯧, 그냥 둬.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고 생각하게 두면, 생각이 차고 넘치게 되어 있어. 차고 넘치면 엄마가 그렇게 닥달하지 않아도 저절로 글을 쓰게 될 거고." 라며 오히려 저를 나무라십니다.

책을 읽고 감동하는 것으로 그냥 두는 것도 괜찮다고, 꼭 독후활동이나 다른 것으로 아이에게 표현을 강요하지 말라고요. 자칫하면 독후감 내지는 독후활동이 목적이 되어, 읽는 즐거움을 누리지 못할 수 있다고요.

저도 그 말씀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런데, 가끔 원칙을 잊어버리고 조바심을 내게 되네요.

음, 마음을 다시 비우고, 아이와 책 이야기나 실컷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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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7-11-03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이랑슬이랑님~ 제 리뷰에 댓글 다시는 거 보고 찾아왔어요. 반갑습니다~.
- 위 글 무척 공감가는 내용입니다. 실은 우리 아이들도 책 보는 건 좋아하는데 쓰는 건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

bookJourney 2007-11-03 07:40   좋아요 0 | URL
아직 조그만 서재라 부끄럽습니다 *^^*
저는 직장에 다닌다는 핑계로 "독서록 썼느냐, 일기 썼느냐", "독서록 써라, 일기 써라" 하면서 아이 혼자 하게 두는 때가 많거든요.(성의 없는 엄마죠?)
어느 날, 저와 자연스럽게 책 얘기를 나눈 후에 편안하게 독서록을 쓰는 것을 보면서 반성을 많이 했답니다.

순오기 2007-11-04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 말씀에 공감~~ 초.중.고 세 아이가 다 즐겨 쓰지는 않았아요. 하지만 차고 넘치니까 쓰면 제법 쓰더군요. 조바심을 버리고 기다리는 엄마의 여유가 더 좋은 것 같아요!

bookJourney 2007-11-04 15:51   좋아요 0 | URL
전, 머리 속으로는 '기다려야지', '조바심 내지 말아야지' 하는데, 행동은 항상 앞질러 갑니다. 말한 다음에 '아차' 하고 후회를 하면서 말이에요...
"차고 넘치면 제법 쓴다"는 말씀을 들으니,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여유 있게 생각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퉁이길에서 2007-11-05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이 차고 넘치게 되어 있어. 차고 넘치면 엄마가 그렇게 닥달하지 않아도 저절로 글을 쓰게 될 거고" 이렇게 써놓으니 무척 근사한 보이는걸. 엄마이기 때문에 이론으로 알아도 실천하기가 어려운 것 같지 않아요?

bookJourney 2007-11-05 22:35   좋아요 0 | URL
예. 이론과 실천이, 머리와 행동이 제각각일 때가 더 많아요.
글쓰기에 대한 것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요. 매일매일 저질러 놓고 반성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어쩌다 맘에 드는 사이트를 만나면 다른 것들을 잊고 컴퓨터에 빠져지낼 때가 있습니다.

알라딘 서재가 최근에 재미를 붙인 사이트 중의 하나인데요,
명목 상으로는 "아이들과 책 읽은 소감을 올리고, 좋은 책들을 찾아본다"는 것이나, 실제로는 제가 책에 빠져, 혹은 이집 저집 서재 구경에 빠져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잠든 시간에 마실을 다녔으나,
이제는 아이들이 깨어있는 시간에도 열심히 마실을 다니며 책 구경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랬더니, 며칠 전 네 살 딸아이 하는 말이 ...
"엄마, 컴퓨터 그만 하고 책 읽어요~~"

이런 ....주와 부를 바꾸고, 목적과 방법을 혼동하고 있는 엄마에게 건넨 아이의 말이었습니다. !!!

"미안하다, 엄마가 잠시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구나."

* 2007.9. 슬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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