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가 거리에만 쏟아지는게 아니라 마음에도 내린다는 걸 알 무렵이면 오도 가도 못할 어정쩡한 나이가 된다. 최승자의 뼈아픈 고백처럼 '죽을수도, 살수도 없는' 오후 4시쯤이 된다. 지금의 내가 그렇다.
이런 저런 일상의 세파와 생업의 고단함 그리고 애옥살림의 씁쓸함으로 고단한 날들이다. 이럴 때 만나고 싶은 작가가 아사다 지로이다. 산다는게 비록 지금은 남루하더라도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것이라는 희망을 보여주는 아사다 센세...누구나 알듯이 그 희망이야 말로 헛되고 헛되어 영원히 오지 않은 고도같은 존재일 뿐이지만 때론 그 거짓 희망에 위로받고 싶은 날이 있다.
비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프리즌 호텔>1-3권을 다시 읽고 4권을 처음으로 읽었다. 4권은 앞의 1-3권을 합친 것보다 더 마음을 울린다. 그리고 위로받았다. '좋은 일은 반드시 나쁜 일 다음에 온다'는 가르침도 얻고...어떤 날에는 옆에 앉아 같이 울어주는 누구보다는 내 앞에 앉아 사소하고 헛된 위로를 건네는 누군가가 더 큰 힘이 된다.
프리즌 호텔 <극락탕>에 몸을 담그고 이 '봄날의 긴 꿈' 같은 날들을 들여다 보고 싶다.
아사다 센세..오늘도 위로받았습니다. 아리가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