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놈을 위해 준비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도착했다. 아이가 오랫동안 노래부르던 mp3플레이어...
요즘은 대부분 휴대폰에 내장된 플레이어로 음악을 듣지만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놈은 그 반에서 유일하게 손전화가 없는 아이다. 그건 뭐 우리 부부의 중뿔난 교육철학에 기반한 것이라기 보단
학원을 안다니는 아이의 동선이라봐야 집-학교이니 별 소용이 닿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후년에 중학교 입학하면 아이폰을 사주겠다고 약속해둔터라 아이도 별 내색없이 잘 지낸다.
문제는 음악듣기를 좋아하는 아이의 mp3가 저학년들이나 유치원생이 쓰곤 하는 미키마우스형
목걸이 mp3p라는 것이었다. 너무 유아스럽고 초딩같다는 불평보다는 액정화면이 없어서 곡 찾기
도 불편하고 음질도 안좋다는 불만이 컸다. 물론 아내야 아직 멀쩡한 물건을 두고 새 제품을 사줄
생각이 없었겠지만 내가 들어보니 타당한 불만이었다.
그래서 하나 샀다. 비싼 제품은 아니고 그냥 적당한 가격의 3인치 화면이 달린 mp3p.
아이가 좋아하기를 바란다.
나는 어려서 매해 크리스마스 때마다 아무도 선물을 주지 않을거란걸 알면서도
매년 크리스마스 이브날 잠자기 전에 양말을 머리맡에 두고 잤다.
막연한 기대와 설렘으로 말이다.
하지만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인 아버지는 아내를 잃은 아픔을 일로 달랬고
우리 형제를 길러주신 할머니는 손자들을 사랑하셨지만
서양 풍습을 이해하지 못하는 옛날 사람이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날 아침은 늘 우울했다.
아내의 지적처럼 나는 어떤 심리적 발달 시기에 고착되어 있는 사람이다.
미충족되고 미발현된 욕망을 아이에게 투사하는지도 모른다.
하나 어쩌랴..상처는 깊고 지혈제는 없었는데.
내 아들과 그 또래 아이들 모두가 행복한 성탄절 아침을 맞기를 바란다.
그 날 아침 만큼은 꼭.
그래서 그 아이들이 예수님 태어나신 날 새벽을 기쁘고 반가운 시간으로
마음에 기억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