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세 세이슈/이기웅 2012) 

 

zero back 5초.

RPM 6000이상의 속도로 내달리는 호접지몽의 경지.

이건 마치 내가 질척거리는 가부키초 뒷 골목에서 '한 판 뜨는 것' 같다.

 

누가 내게 이런 '소동극'의 명작이 무어냐고 물어오면

나는 늘 한상운의 <무림사계 1-6>을 목록의 맨 윗 칸에 적었다.

(특히 1권에서 3권까지의 스펙타클은...정말 심장을 타버리게 한다)

 

 

하지만 내가 과문했다. <불야성>도 그에 못지 않다.

살아 남기 위해 절강성의 항주와 소주 바닥을 뒤집어버리는 담진현과

카부키초에서 허우적거리는 류젠은 같은 종족이다.

더 크게 말하면 오늘도 이 오욕칠정의 사바세계에서 한번 살아보겠다고

몸부림치는 내가 그들이다.

 

<불야성> 도입부에 나오는 이 독백을 나는 이 책의 '야마'라고 생각한다.

머리속으로 저절로 콘티가 짜진다.

 

" 전화가 끊어졌다. 나는 조용히 전화기를 내려놓고 슈흥의 말을 곱씹어봤다.
  최악의 전개. 하지만 어딘가에 길이 있을 것이다. 가늘디 가는.
  거미줄처럼 의지가 안되는 길일지라도.
  난 늘 그런 길을 찾아 살아 견뎌 왔다.
  이번에도 어떻게든 될 것이다. 

  나는 담배를 밟아 끄고 엘리베이터 하강버튼을 눌렀다. "(pp47-48)

 

그렇다. '어떻게든...!'

 

'류젠' 그리고 우리 모두, 간빠레 !

( 한중위도 용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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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로 2012-01-11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작년도 해후 없이 지나가버렸더랬습니다.
올해를 기약해보죠. 그 사이 불야성 2를 열심히 작업하고 있겠습니다

알케 2012-01-11 18:04   좋아요 0 | URL
다음 주 초에 시간 어떤지...연락주시게. 곡차 한잔 하세.
2권도 학수고대.

2012-01-12 1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12 1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러므로,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혼자 앉아 있을 것이다

완전히 늙어서 편안해진 가죽 부대를 걸치고

등뒤로 시끄러운 잡담을 담담하게 들어 주면서

먼눈으로 술잔의 수위(水位)만을 아깝게 바라볼 것이다

 

문제는 그런 아름다운 폐인(廢人)을 내 자신이

견딜 수 있는가, 이리라

 

...............................................

 

동도 트지 않은 새벽부터 자기 말만 하는 주장하는 이들과

물어 뜯고, 쥐어박히고 패대기를 치며 개싸움을 했다. 

승자도 패자도 없이 서로 어정쩡한 포즈로 천구백원하는 달고 단 던킨 오리지널 커피를

나눠 마시다 예의바르게 헤어졌다.

결국은 잘해보잔 이야기를 우리는 정말 거칠게도 표현한다.

 

십 몇년 전 내 사수는 이런 상황이 오면 소리 한번 지르는 것으로

소요와 분란을 진압했다.  이제 그런 버럭이 통하지 않는 시절이다.

첩첩산중에 일모도원이다.

양은 어느길로 가버렸을까. 이 많은 갈랫길들 중에서.

 

하지만 나는 암시랑토 안타.

  

'먼눈으로 술잔의 수위(水位)만을 아깝게 바라'보기에는

아직 많이 남았다. 세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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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옥중서신] 중

"내 귀여운 아이들아.

애비가 어디 가서 오래 못 와도
슬퍼하거나 마음이 약해져선 안 된다
외로울 때는 엄마랑 들에도 나가보고
봄 오는 소리를 들어야지
바람이 차거들랑 옷깃 잘 여며
감기들지 않도록 조심도 하고”

'어디가서 오래 못오는' 아버지

그 마음이 너무 짠해서 아침 댓바람부터 눈물.

오늘 떠나시는 김근태 선배 영면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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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3 1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03 15: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03 14: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03 15: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12-01-04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김근태 1947 - 2011

 

한국의 민주주의자. 정치인.

 

5년 6개월 두 번 투옥, 26번의 체포,

7번의 구류, 7년 동안의 수배

10회 이상의 전기고문과 물고문.

 

우리가 잊을 수 없는 사람.

 

고단하고 괴로웠던 한 생애.

그러나 자랑스럽고 명예로운 사람.

 

김근태 선배.

안녕히 가십시오.

영면하시길.

 

재배하고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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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야 내남없이 번잡하고 어수선한 달이다. '한 해를 돌아보고 다가올 한 해를 경건한 마음으로

준비하자'는 말은 山中에 거하는 이들에게나 가당한 소리지 저자거리에 의탁해 사는 나같은 속인

무리에게는 뜬금없는 클리쉐다.

 

그 12월에 여러가지로 심란하기 짝없는 생업에 쫓기며 틈틈히(자주!) 술도 마시고 해장안한

쓰린 속과 아픈 머리로 몇 권 들여다 보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두권을 뽑자면 미유키여사의

<고구레 사진관>과 서경식 선생의 <나의 서양음악순례>다.

 

나는 미유키 여사가 '에도 시대'에 가있을 때가 가장 좋다. 한국인인 내가 '에도'로 상징되는

일본 문화사의 어떤 맥락을 체감하겠는가마는 그녀가 그 시대를 바라보는 시선의 따뜻함을

좋아한다. 그런데 현대물인 이번 작품에서 그녀의 그런 '시선'을 느꼈다면 나의 오독인가.

미유키여사는 진화하고 있다. 이 책 재밌다. 진짜다.

 

서경식 선생의 <나의 서양음악 순례>는 요즘 유행하는 클래식 음악 해설서라기보단 서선생의

연애사, 성장담이다. 아주 고통스러운...! 우리 현대사는  그와 그의 가형들인 서승, 서준식 

형제들에게 빚을 졌다.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사실이다. 형들은 낯선 '고국'에서 감옥살고

홀로 '태어난 곳'이지만 이방인일 수 밖에 없는 '낯선 곳'에서 악전고투하며 살아야 했던 한 청춘의

성장기에 음악이 들어가 있다. 그래서 그 울림이 더크다. 이 책은 한 챕터씩 읽고 쉬었다가 읽는 것이

좋다.

 

코넬리의 <다크니스 모어 댄 나잇>은 보슈 팬덤들에게 코넬리가 하사하는 종합선물세트다.

다 나온다. 정말이다.  보면 안다. 누가 나오는지는 말할 수 없다. (절름발이가 범인이다 ㅎㅎ)

코넬리의 팬이라면 어느 한 챕터에서 반가움에 짜릿할것이다. 재밌다. 보슈는 더 철학적이 되었다.

 

스티븐 굴드의 <풀하우스>는 진화심리학에 대한 관심이라기 보단 이 책의 한 챕터인 "4할 타자의 딜레

마'때문에 읽었다. 야구 '덕후'인 아들놈은 야구 통계학에 관심이 많고 내가 맞장구를 처주자면 꼬맹이들

은 모르는 '뭔가 좀 근사한' 이론이 필요했다. 3부에서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4할타자가 사라진 이유를 찾

아가는 굴드의 시도는 흥미롭다. 이 접근방법은 요 근래 카이스트 정재승교수의 <백인천 프로젝트>로

변용되고 있다. 그것도 트윗을 이용한 다중지성이란 흥미로운 실험으로...이 프로젝트의 결과가 발표되

는 내년 3월이 기다려진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11072.html)

 

레비의 <주기율표>는 샘 킨의 <사라진 스푼> 다음에 읽었다. 일종의 잠언집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희미하게, 또는 보이지 않게 존재하는 것들을 일일이 호명하여 슬프고 아름다운 속성을 부여한다.

읽다보면 "이 노인네 욕심은.."소리가 나온다. 샘 킨의 책과 두권을 병독하면 대단한 시너지다.

샘 킨의 책이 열전(列傳)이라면 레비의 책은 전기(傳記)다

 

정민선생은 요 근래 '다산'에 천착한다. 반쯤 읽었다. 정선생의 책은 두고 두고 읽는다. 이번 책의

문체가 내가 좋아하는 그의 스타일이다. 개인적으로 정민교수의 문체가 가장 빛나는 책은

<마음을 비우는 지혜 : 청언소품>과 <한시미학산책>(개정판말고 구판!)을 꼽는다. 

 

어지러운 엄동시절이다. 가카와 그 무리의 패악과 도적질은 그 끝을 모른다.

 

수첩에 적어놓고 한번씩 바라보는 옛 글이다.

 

  年年喜見山長在 日日非看水獨流

 해마다 즐겁게 바라보는 산은 거기 있고

 날마다 슬프게 바라보는 물은 외로이 흐른다

 

'獨流'하자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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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31 06: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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