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날 블로그를 가보니 7년 전 사진이 한장 있다.
옛날 사옥 5층 가편집실 3번 방.
곧 담배 연기로 기화하거나 커피로 액화할 것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열심히 밤을 새던 곳.
8년 사이에 환경도 많이 변화했다.
이젠 많은 곳에서 저런 선형 편집기로 일하지 않는다.
나도 네트워크로 연결된 맥킨토시에서 영상 클립들을 끌어다 비선형 편집을 한다.
손가락이 부러져라 in점을 찍고 조그 셔틀을 돌리는 대신에 마우스로 딸깍거린다.
담배도 못 피운다. 담배 연기에 화재감지기가 울린다.
때때로 다시 저 편집기로 일하고 싶을 때가 있다.
컷과 컷이 프리롤 타임 5초 다음에 척하고 붙는 느낌도 그립고
5층 구석 창으로 내다 보던 풍경도 그립고
하루 열번씩 서로 저주를 퍼부으며 싸우다가 화해하던 작가들도 그립다.
십칠년 전 나의 첫 사수는 내 편집이 끝날때까지 꼼짝도 안하고
뒷 자리 의자에 앉아 나를 지켜봤다. 잘했다, 못했다 지청구 한마디 없이...
대신 마음에 안들면 방송에 안 내보냈다. 가혹한 사람이었지만 고마운 선배였다.
시간이 지나서 알게되었지만 가장 비싸지만 효과적인 OJT였다.
불방회수와 편집실력은 정비례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으니까.
이젠 나도 현업보단 뒤에 서 있는 사람이 되었다.
기계보단 사람과 더 많이 일한다.
그래서 그런가...기계가 그립다. 종종. 자주, 불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