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블로그를 가보니 7년 전 사진이 한장 있다.

옛날 사옥 5층 가편집실 3번 방.

곧 담배 연기로 기화하거나 커피로 액화할 것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열심히 밤을 새던 곳.

 

8년 사이에 환경도 많이 변화했다.

이젠 많은 곳에서 저런 선형 편집기로 일하지 않는다. 

나도 네트워크로 연결된 맥킨토시에서 영상 클립들을 끌어다 비선형 편집을 한다.

손가락이 부러져라 in점을 찍고 조그 셔틀을 돌리는 대신에 마우스로 딸깍거린다.

담배도 못 피운다. 담배 연기에 화재감지기가 울린다.

 

때때로 다시 저 편집기로 일하고 싶을 때가 있다.

컷과 컷이 프리롤 타임 5초 다음에 척하고 붙는 느낌도 그립고

5층 구석 창으로 내다 보던 풍경도 그립고

하루 열번씩 서로 저주를 퍼부으며 싸우다가 화해하던 작가들도 그립다.

 

십칠년 전  나의 첫 사수는 내 편집이 끝날때까지 꼼짝도 안하고

뒷 자리 의자에 앉아 나를 지켜봤다. 잘했다, 못했다 지청구 한마디 없이...

대신 마음에 안들면 방송에 안 내보냈다. 가혹한 사람이었지만 고마운 선배였다.

시간이 지나서 알게되었지만 가장 비싸지만 효과적인 OJT였다. 

불방회수와 편집실력은 정비례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으니까.

 

이젠 나도 현업보단 뒤에 서 있는 사람이 되었다.

기계보단 사람과 더 많이 일한다.

그래서 그런가...기계가 그립다. 종종. 자주, 불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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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키 2012-01-31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편집기가 그립곤 해요.
그래서 모니터용으로는 테이프에 그림을 담아서 찾는사람도 없는 구석방에서
모니터하면서 글 쓰곤 해요.
아직도 비선형편집기는 뭔가 일한다는 느낌이 안들기도 하고.. 저도 구식인가봐요.
설연휴에 주환선배가 중국에서 들어와서 얼굴 잠깐 봤어요.
모두가 여전해요.
선배도 여전하죠?

알케 2012-02-01 09:06   좋아요 0 | URL
주환선배는 중국에 완전히 터를 잡은건가 ? 오래 못봤다. 지오 떠나던 그날 밤에 보고...나는 뭐 그렇다. 찬 날씨 몸 조심해라.

기억의집 2012-02-01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남동생이 음향편집이 직업인데...

알케 2012-02-02 09:02   좋아요 0 | URL
저보다 더 머리 아프고 어려운 일 하시는군요. -.-

2013-12-20 0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알케 2013-12-20 23:10   좋아요 0 | URL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직업을 들라면 바로 조연출..-.- 그 고생을 이기고 자기 프로하면 빛나요. 격려와 기다림이 필요하죠. 제 아내는 피디 미누라 이십년에 좀 늙었어요 ㅎㅎ

2013-12-21 15: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음악감독 아이팟에서 우연히 듣고 좋아서 찾아 본 음악.

호주 원주민 가수 Geoffrey Gurrumul Yunupingu.

선천적 시각 장애인이고 부족 토착어로 노래한다.

 

오세아니아 지역 특유의 정서라고 해야 하나.

무겁지 않은 우수와 쓸쓸함이 슬쩍 가슴을 친다.

 

찾아보니 솔로 앨범 한장이 있길래

mp3로 리핑해서 아이폰으로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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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2-01-27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넘 좋아요, 뜻 밖의 선물인듯 이곳에서 벌써 한시간 가량 헤헤거리고 앉았어요.
뒤에 풍경처럼 자리 잡은 더블베이스도 좋구요.
위에서 두번째 줄 Eoffrey가 아니고, Geoffrey거든요.
(저 Eoffrey로 찾느라고 애 좀 먹었어요~ㅠ.ㅠ)
왼손 컷 기타도 왠지 인상적이구 말이죠.

전 슬쩍이 아니구, 제대로 가슴을 치는걸요~^^

알케 2012-01-27 17:24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오타가....
리핑한 mp3 보내드릴까요 ?

기억의집 2012-02-01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곡 들으니 왜 제프 버클리의 할렐루야가 생각나죠.
 

 

메일을 확인하다 보니 zard의 20주년 기념 앨범 컬렉션이 나왔다는  소식이 있다.

미공개 음원을 포함해 128곡을 담고 공연 영상 dvd까지...

판매 가격도 대단하다.

 


속이 뻔히 보이는 마케팅이지만 구하고 싶다.

 

 

사카이 이즈미....

타마키 코지와 함께 내가 잊을 수 없는 가수.

1990년대 중반의 회현동..테크노마트 6층..뭔가 불온해보이던 BBS게시판의 중얼거림들

 

그녀가 죽은지도 5년이 지났다.

 

 

そんな胸さわき,搖れる午後
うつ向く橫顔,何か惱んでいるの
その理由を敎えて

 

나도 그 이유를 물어보고 듣고 싶다.

 

삿짱...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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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에세이스트이자 녹즙배달원인 김현진의 새 책 <뜨겁게 안녕>.

한 청춘의 도시 성장담이고 고군분투기이다.

하지만 이렇게 한 줄로 요약하기에는 너무야박하다.

 

나는 때때로 그녀가 지난 해 부친상을 당하고 쓴 아래 링크의 글을 찾아 읽는다.

세 번의 장례식, 카카오톡을 보내는 강아지, 고구마와 멀리 떠난 쥐 그리고 아버지 이야기이다.

 

 http://hook.hani.co.kr/archives/27646 

 

그리고 언제나 같은 단락과 문장에서 한참 쉰다.

눈이 아프기 때문이다. 가끔은 목도 아프다.

이 글의 어떤 부분이 내 마음의 결을 건드리는지 나도 잘 모른다.

하지만 몇 달마다 한번씩 읽은 글을 또 찾아 읽는다.

 

나는 이 젊은 작가가 세상과 사물을 바라보기 위해 서 있는 지점을 좋아한다.

우울과 위악 또는 위선과 냉소가 아닌 좀 어정쩡허게 서 있는 언덕.

그래서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어떤 정서같은 것 말이다.

 

 

빌 형님의 새 책.

빌 브라이슨의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사람은 많지만 

그의 책을 한 권만 읽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게 내 지론이다.

이 재미나고 유쾌한 작가가 유렵과 영국, 미국을 지나 이번에 호주로 갔다.

나도 갔다. 함께. 훌륭한 여행이었다.

height=315 src="http://www.youtube.com/embed/XGZ4eLgQ9RY" frameBorder=0 width=420 allowfullscreen>

f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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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2-01-27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 밑의 링크는 활성화가 안되는 걸요~ㅠ.ㅠ

알케 2012-01-27 17:41   좋아요 0 | URL
저는 왜 유튜브 링크가 안될까요 ? 다시 한번 알려주세요. 네이버 동영상 소스코드는 붙는데 유튜브 소스는 쓰기창에선 활성화되다가 (영상이 재생됨) 글 등록하기하면 윗글처럼 텍스트 태그만....아무리봐도 제가 뭘 잘못하고 있는데....
 

오랫동안, 17년이나, 만나지 못했던 친구를 만났다.

 

1995년 어느 봄날, 당시 내가 살던 마포 언덕 자취방에서 하룻 밤 자고

범상하게, 내일이라도 다시 만날 얼굴로 헤어졌던 사람을

17년이나 지나 만났다.

 

이렇게 오래 있다 만날 줄을

우리는 그 아침에 알았을까.

 

세월은 그도, 나도 비켜가지 못해

헤어질 땐 이십대의 홍안이었는데 다시 만나니

사십 중반의 장년이 되었다.

 

살아 다시 만나니 반갑고 좋다마는

가버린 날들이 쓸쓸하다.

 

어려서 하루 종일 같이 놀다가

해질 무렵 골목 어귀에서 내일도 만나자 손 흔들며

헤어졌던 친구들 중에도 다시 못보는 이들이 태반이다.

더러는 죽고 몇은 연락이 안되고.

 

이제는 볼 수 없는 사람들을 한 사람씩 속으로 호명해보면

마음이 곡진하다.

 

세월은 어디로 갔나.

바람은 어디서 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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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2-01-14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으시겠어요. 어떻게 연락이 되어 만난 것인지 궁금한데요.
저는 딱 두사람을 대학때 친한 친구와 선배를 만나고 싶은데...연락할 방법이 없더라구요.
제가 워낙 사람들하고 친하게 지내는 편이 아닌데도
그 둘은 아주 요원합니다. 젊은 시절에 친한 사람은 오랜 세월이 흘러도
친근함을 느끼게 되죠.
비연님 혹 사십대 중반?

알케 2012-01-14 15:12   좋아요 0 | URL
비연님은 아직 미혼 아니신가요 ? 기억님 아무래도 딴 집으로 착각하시고 계신 듯 ㅋ 여긴 알케네 집인데요 ㅎ

기억의집 2012-01-14 23:44   좋아요 0 | URL
아, 알케님 죄송해요. 제가 서재브리핑하면서 비연님하고 알케님글이 위아래 있어서 비연님 방 갔다가 알케님 방 왔거든요. 그러면서 알케님이라고 써야했는데 무의식적으로 비연님이라고 했나봐요.
정말 죄송해요.
알케님 그럼 사십대 중반이신건가요?

알케 2012-01-15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87이예요

기억의집 2012-01-16 09:26   좋아요 0 | URL
그럼 87년생!
(윤계상스탈로) 농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