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 아버지가 월급날이면 사오시던 <소년중앙>이나 <새소년>같은 잡지에 꼭 실려있곤 하던
미래 이야기들, 로봇이 밥을 해다 바치고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타는 이야기들,을 읽으며
'큰 꿈'을 키우며 자랐는데 이제 그 때 아버지 나이보다 더 들어 세상을 바라보니 '개뿔'이다.
뭐 그닥 더 살기 좋아진 것 같지도 않고 더 희망적이지도 않다.
누구의 성마른 지적처럼 '현생 인류의 진화는 그 이전 시기의 존재보다 느리다.'
오늘은 '미래 과학 명작 동화'이야기 시간. 나는 SF를 읽는 사람이면 하나같이 입을 모아 칭송하는
작가들, 아시모프나 필립 K 딕 또는 하인리히같은 이들의 책들은 읽기가 싫다. 몇 권보기는 했는데
지겨워서 덮었다. 어찌나 고색창연하거나 식상하거나 상투적인지.
히치콕은 영화를 '만들었고' 존 포드는 영화를 '찍었을 뿐'이라고 폄훼들 하지만 까놓고 말해서
난 존 포드 영화가 더 재미있다.
댄 시먼스의 히페리온 연작은 스페이스 오페라의 진경이라고들 하지만 이 책은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의 SF버전이다.
댄 시먼스는 잘 교육받은 인문주의자가
SF를 쓰면 어떤 걸작을 쓰는지를 보여
준다. 장중하고 우아하고 세련됐다.
반대로 우리 젊은 작가들의 빈곤한 상상
력과 허접한 글쓰기에 대해서 되돌아 보게 만든다.
스포일러는 아니지만 읽을 예정이라면 꼭 '영사'가 이야기하는 자신의 할머니 이야기를 주의깊게
보시길. 어떤 사랑의 이야기와 '시간'이란 것의 상대성과 절대성에 대해서도.
조 홀드먼의 <영원한 전쟁>을 히피즘에 기반한 반전소설이라고들 하지만 나는 사랑 이야기로 읽는다. 또 '시간'에 대한 아름다고 허망한 헌사이다. '시간'이다. 시간...양자역학적 시간. 괴델과 하이젠베르크
그리고 아인쉬타인을 불러다 들어야 할 그 '시간' 그리고 시간의 갭.
비유클리드의 세계..z좌표의 세상에서 인간이란...이 책을 읽지 않은
이들에게 줄거리를 들려주는 대신 이것만 이야기 하고 싶다.
'시간'
그리고 이 홀드만의 아우라는 다음에 소개할 스칼지에게서 다시 변주된다.
왼쪽 <노인의 전쟁>부터 오른쪽 <조이 이야기>까지가 연작이다. 1권,2권에서 홀드만의 냄새가 짙게 난다.
스칼지의 3부작은 SF장르의 클리쉐에
기반하면서도 인간, 과학과 군대 메카니
즘에 기반한 이해와 성찰 그리고 절묘한
디테일...그리고 미국인 특유의 스크류
볼 코미디를 연상시키는 농담과 재치로
가득 찼다.
그것이 댄 시먼스의 한없이 우아하고 장중하지만 그만큼 딱딱한 스페이스 데카메론과 달라지는 지점이다.또 홀드만<영원한 전쟁> 의 정서와 비슷하지만 히피즘의 냄새는 없다.
대신 디즈니가 만든 '주말 가족 SF드라
마'의 냄새도 슬쩍 난다. 그럼에도 이 세권의 3부작과 한 권의 외전은 다 읊을 수 없는 미덕과 측정할 수 없는 재미로 가득찼다. 아직 읽지 않은 이들에게 질투를 보낸다.
(딴 이야기지만)미국 작가들은 단체로 어디 모여서 에디 머피나 Russel peter같은 코미디언들을 불러다 놓고 워크샵을 여는게 분명하다. 1권 <노인의 전쟁>은 '깔깔 유머북'. 스티븐 킹도 그렇고 다들 입심들이 대단. 2권 <유령여단>은 재미나 관점 그리고 가치론의 측면에서 별 다섯.
특히 진화한 종과 창조된 종에 대한 존재론적 질문들.
3권 <마지막 행성>은 디즈니가 해리슨 포드를 주연으로 불러다 만든 홈 무비 냄새가 좀 나긴 하지
만 그래도 별 넷반. 마지막 <조이 이야기>는 일종의 팬 서비스..DVD판 부클렛같다.ㅋ
테드 창은 천재다. 지구별에 휴가 나온 다른 별 사람이다. 상상력과 디테일 그리고 관점이 지구인의 수준이 아니다. 아는 만큼 읽히는 소설.
난 번역판과 원서로 이 책을 가지고 있는데 멍한 시기가 오면 번갈아
가며 읽는다. 영감을 주는 책이란 이런 것이다.
정말 '당신 인생의 이야기'다.
SF 하드보일드라고 불러야 한다는데 쉽게 말헤서 해리 보슈가 '기억을 저장'하고 '전송'하는 미래 어떤 시대에서
또 그 포즈로 그러고 산다.
그 시대에도 인간은 여전히 악하고 부자
들은 더 사악하기만 하다. 해리 보슈가
아니라 해리 홀레가 더 어울릴까.
읽는 내내 심장이 두근 두근한다. 텍스트를 읽는데도 시각적으로 강렬한 체험을 준다. 마치 3D안경을 낀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