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디도 스트리트 정거장 1
차이나 미에빌 지음, 이동현 옮김 / 아고라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크지만 퇴락한 도시의 스모그위로 내달리는 고가 철도밑으로 더럽고 질척거리는 슬럼가를

어슬렁걸리다 개구리를 닮은 보야노이드족이 욕조에 앉아서 바텐더일을 하는 컴컴하고

천정낮은 술집에서 맥주 한 잔을 마시고 선인장 모양의 캑터스케이족이 더러운 골목에서 판매하는

싸구려 마약 한 봉지를 받아서 딱정벌레 얼굴을 가진 캐프리 여인과 함께 사랑을 나누는 도시..

뉴크로부존.

 

부패한 정치가와 탐욕스런 자본가들은 지옥의 마족과 정치적 협상을 벌이고

하역노동자들인 보야노이드족들은 "No Pay No Work"를 외치며

인간족과 연대 파업 투쟁을 벌이는 도시..뉴크로부존.

 

과학과 마법, 음모와 책략, 예술과 파업, 살인과 학살, 정치와 자본..

이종 연애와 섹스..생체개조와 이식..

이렇게 저렇게 섞이고 버무려진  뉴올리안즈 케이준 샐러드같은 소설.

(작가의 국적을 따르기엔 영국의 피시 앤 칩스는 맛없다)

 

예전부터 마음에 두고 있던 책이긴 했는데 기회가 닿지 않다가 읽었다.

1, 2권..천페이지 가까운 분량이 순식간에 먼지처럼 사라진다.

대단하고 멋지고 엄청나다.

 

상투적인 우울한 디스토피아인 줄 알았다가 마법이 공존하는 판타지로

연애소설에서 정치소설로...죽죽 외연과 내연이 확장되어서 종국에 거대한 만화경이 된다.

그런데 그 속에 오늘의 삶, 당대의 현실, 자본과 권력, 노동과 착취,

계급과 생산, 예술에 대한 패러디와 야유 그리고 희망이 담겨있다.

 

차이나 미에빌, 이 이국적인 이름의 영국 작가를 기억해 둘 것.

 

읽다가 정든 박쥐를 닮은 '티포투'의 귀염귀염한 말투를 빌리자면

"갑자기 우울하고 답답하세여 ? 그럼 퍼디도 스트리트 정거장으로 오세염"

(번역자의 재치에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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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3-04-11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고 차이나 미에빌이 너무 멋져 '쥐의 왕'인가 그 책을 구하려는데...
절판이더라는~ㅠ.ㅠ
게다가 제가 엄청 좋아하는 이창식님 번역이더라는..., ㅋ~.

알케 2013-04-12 13:00   좋아요 0 | URL
찾아보니 알라딘에 king rat 페이퍼백이 있네요. 저는 이거하고 <언런던> 주문할려구요. 대단한 상상력이예요. 이런 이들은 머리속을 한번 들여다 보고 싶어요. 신경구조나 시냅스가 다른가 ㅎㅎ
 

 

자신의 정치적 롤모델이 대처라고 주장하시는 '공주님'이 다스리는 나라에 사는

'하급 신민'으로서 불경한 소리를 끄적인다.

 

가난한 아이들에게서 우유를 빼앗고 그들의 아비들을 직장에서 내쫗았던 여자.

영국 노동계급의 적이자 자본가들과 금융자본의 성실한 수호자였던  대처가 죽었다.

 

풀 몬티..빌리 엘리어트를 보면서 그 시절을 살아낸 영국 노동계급의 몰락을

간접 체험했을 뿐인 이역 변방의 나에게 뭔 별다른 회오와 감상이 있겠는가 싶었는데 

영국신문 대일리 미러의 이 사설 하나를 읽고 여러 생각이 났다.

지금 이곳의 현실이기도 하고 또 장차 닥칠 우리의 우울한 미래가 아닌가.

 

The people who suffered under her ­have long memories.

They don’t forgive the agony inflicted on communities and industries systematically destroyed because they were deemed part of ­Britain’s past, not the future.

 

 

Selfish, reckless greed was unleashed in the City of London while much of the rest of the country endured mass unemployment. Deepening poverty created two nations.

 

 

And on one side, dumped on the scrapheap, were the bruised and bloodied ­casualties of her economic and political drive.

Margaret Thatcher broke Britain and replaced what had come before with something crueller, nastier.

 

Many of the problems experienced today on bleak estates – joblessness, drugs, despair and hopelessness – can be traced back to her disastrous premiership.

The balance sheet weighs heavily against her. Even the sale of council homes at a discount – hailed as a great success and extending property ownership – came with a nasty sting in the tale.

 

The legacy of that is today’s housing crisis.

We recognise she became a frail old lady and her two children have lost a mother.

But her passing away doesn’t rewrite political history.

 

Those who suffered will never love her, no matter how grand a funeral winds its way through central London.

 

 

 

 

영국의 완고한 좌파 영화감독 켄 로치의 일갈.

 

"그녀의 장례를 민영화합시다. 
 경쟁입찰에 붙여서 가장 싼 가격을 올린 사람에게 낙찰되게끔 합시다. 
 그녀도 그래주길 바랬을겁니다."

 

 

나는 살인마 전두환이 죽으면 글 하나를 쓸거다.

"Fuck'en the Butcher is dead라고 시작해서

Those who killed and suffered will never forgive the slaughterer."라고 맺을 글 하나를.

 

가카를 위해서도 쓸 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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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3-04-12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카를 위해서는 혹시...Thank U Gaka! Please put life into Hades' Five Liver!인가요? ^^

알케 2013-04-12 12:55   좋아요 0 | URL
Charon한테 잡아먹혔으면 좋겠어요 ㅎ

saint236 2013-04-13 22:54   좋아요 0 | URL
ㅎㅎ 가카는 카론에게 쥐어줄 수 있는 충분한 노잣돈이 있어서 카론이 VIP로 대우할지도 모르죠....
 
콜드 그래닛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8
스튜어트 맥브라이드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나를 세번 놀라게 했다. 표지 디자인을 보고 "표지에다 대체 뭔 지랄을 한것인가"싶어서

처음 놀라고 읽으면서는 "이거 대박이네" 두번 놀라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시계를 보고 나선

책의 두께와 읽은 시간의 반비례성에 세번 놀란다. 요약하면 뭐  '어썸'하다는 얘기다.

 

책 뒷 표지에 이런 저런 무시무시한 문장들이 적혀있어서 이거 또 미친 싸이코패스가 피바다를

철벅거리며 다니는 이야기인가 싶지만 '페도 새끼'들을 담은 소재에 비해선 '산뜻'하고 '담백'하고

때론 '유쾌'한  스코틀랜드 애버딘 경찰서 강력반의 분투기를 담은 '경찰소설물'이다.

 

아무래도 가장 큰 미덕을 꼽으라면 캐릭터들의 입체감과 생동감이 아닐까.

주인공인 로건 맥레이는 넬슨 드밀의 캐릭터인 '수다쟁이 뉴욕경찰 존 코리'가 좀 더 과묵해

져서 스코틀랜드로 갔다고 상상하면 적당하다. 서브 캐릭터들도 모두 생생하고.

우리나라로 치면 '꿈틀이'같은 젤리과자를 '마구 퍼먹는' 인치 경위나 '몸짱 여경'인 왓슨 순경,

레즈비언 경찰 스틸 경위..경찰서 문지기 듀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주구장창 내리는 '비'까지

모두 제 몫을 톡톡히 한다. 덤으로 시퀀스마다 등장하는 썰렁한 영국식 유머도 좋고.

 

이 작가와 동향인 발 맥더미드 여사의 때론 장황하고, 갈수록 더 어수선한 '시리얼 킬러 프로파일

링'에 질린 이들에게 권한다. (하긴 이 책에서도 프로파일링을 씹어대긴 한다. 토니같은 임상심리학자도 잠깐 출연하고) .

 

소개에 나와있는 '스코틀랜드 타탄 느와르'운운에 혹해서 집어들었다면 한번은 실망하고 또 한번은 만족한다. '느와르'치고는 마일드해서 그리고 '타탄 느와르'가 맛깔스럽다는 걸 알게되어서.

느와르 쟝르가 스코틀랜드로 가서 '남귤북지南橘北枳'된 셈인가.

(책 소개 미다시가 너무 세다. 편집자가 오버한다..)

 

Ps. 1.나는 스코틀랜드 애버딘에 가봤다. 자랑임. ㅎ

      2. 연작 시리즈 중 1권이라니 다음 권도 빨리 출간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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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형님 귀엽기도 하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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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도시 이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4
다나카 요시키 지음, 손진성 옮김 / 비채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뭐 하나 휘적거린다고 머물던 아무개 작업실에 이런 저런 책들이 많아서 자기 전에 아무거나 집어

들다가 발견한 책. 저자 이름을 보고 반가웠다. 이런 다나카 요시키 센세 아니신가.

 

을지서적판으로 <은하영웅전설>을 읽던 무렵이 내가 한창 바쁘게 살던 이십대 중반 무렵이었는

데 그때 다나카 요시키의 '삐딱선 프레임' (내가 define 한 것이므로 인용 시 레퍼런스 밝히길 ㅋ)

은  큰 조직 속에서 말 많은 사람들에게 치여 살던 나에게 제법 유용한 처세술 매뉴얼이 되었다.

(<은영전>은 SF가 아닌 정치소설 카테고리에 들어가야 한다.)

 

거리두기, 냉소와 회의..기본적으로 '인간종'에 대한 불신에 기반한 요시키의 세계관을 어떻게 수용하는가와 상관없이 <은영전>과 마찬가지로 <일곱 도시 이야기>도 숱한 '인용하고 싶은 문구'들

의 보물섬이다. 뭐 쫌 오글거리는 중 2병 스타일의 경구도 있지만 정곡을 찌르는 근사한 아포리즘이 더 많다.

 

<일곱 도시 이야기>는 <은영전> 캐스트들이 같은 피디가 같은 소재로 연출한 단막극에 출연한 것

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그 자체로  다나카 요시키스럽다. <은영전>을 본 이들이라면..아니

안보았더라도 충분히 끝내주는 책.

 

<은영전>도 완전판 박스셋으로 나왔다는 소식은 예전에 들었는데 잊고 있었다.

심란한데 은영전으로 한 시절 잊을까. 라인하르트.양 웬리...  반가운 이름들. ㅎㅎ

 

'휴덕'은 있어도 '탈덕'은 없다더니 잊고 있었던 '덕후질'의 불꽃이.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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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3-04-09 0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사려고 보관중인 책인데요, 궁금해지네요. 은영전은 정말 명작이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아직 완전판은 구하지 못했지만요. 사실 더 해보고 싶은건 은영전 게임인데, 이건 너무 어렵더라구요. 메뉴얼도 없고, windows의 한글/영어 호환도 문제가 있고해서 인스톨만 하고 못했었죠. 양 웬리는 정말 반가운 캐릭터입니다.ㅎ

알케 2013-04-09 14:23   좋아요 0 | URL
전 완전판 구해놨습니다. 좀 한가해지면 읽을 작정입니다. <은영전>게임이 있었군요. 한번 찾아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