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이나 지났지만

그날 아침의 황망함과 당혹스러움은 잊혀지지가 않네.

세상에.

 

너무 일찍 온 만큼 먼저 간 사람.

내가 뽑은 대통령.

노무현.

 

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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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동백  

 

                                이제하  

 

 

모란은 벌써 지고 없는데
먼 산에 뻐꾸기 울면
상냥한 얼굴 모란 아가씨
꿈속에 찾아오네

세상은 바람 불고 고달파라
나 어느 변방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나무 그늘에 고요히 고요히 잠든다 해도
또 한 번 모란이 필 때가지 나를 잊지 말아요

동백은 벌써 지고 없는데
들녘에 눈이 내리면
상냥한 얼굴 동백 아가씨
꿈속에 웃고 오네

세상은 바람 불고 덧없어라
나 어느 바다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모랫벌에 외로이 외로이 잠든다 해도
한 번 동백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또 한번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단벌 레파토리인 blue eyes crying in the rain으로 한 이십년 술판을 버텨왔다.

처음엔 다들 좋아라 하더니 꽃노래도 열흘이라고 그간 원성과 눈치가 자심했다.

그래서 오월을 맞아 새로운 십팔번곡을 준비했다.

 

그림도 그리고 시도 쓰고 소설도 쓰는 이제하 선생이 가사도 쓰고 곡도 만들었다.

본인이 직접 노래한 버전도 있지만 나는 조영남판.

 

연전에 세상 떠난 이윤기 선생이 조영남씨와 호형호제하며 이 노래를 상찬했다는

이야기는 읽고 들어서 알았는데 정작 이 노래를 직접 듣기는 근래의 일이다.

가사와 멜로디를 듣자말자 바로 나를 위한 노래란 걸 알았다.

 

내가 전국노래자랑에 나가 이 노래를 부를 가능성은 0에 수렴하지만

여태 단벌 레파토리를 참고 인내해 준 내 늙은 팬들에게 줄 서프라이즈 ! 이다.

 

이 노래로 또 이십년 버틸거다.

오늘 근처 주점에서 쇼케이스를 열어볼까.

 

멜로디와 가사의 쓸쓸함과 담담함이 가슴을 친다. 

 

"세상은 바람불고 고달파라

 나 어느 변방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나무 그늘에 고요히 고요히 잠든다 해도 
 또 한 번 모란이 필 때가지 나를 잊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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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5-21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작년에 어느 두 남자가
이 모란동백,의 가사를 손글씨로 적어 달라 해서
정성껏 가사를 적어 준 기억이 납니다. ^^
이제야 술이 깨어, 지금 모란동백,을 들으니 참 좋네요...

알케 2013-05-22 12:52   좋아요 0 | URL
ㅎㅎ

프랭키 2013-05-21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학교 선생님들이랑 같이 여행갔을 때,
시 쓰는 선생님에게 이 노래를 차안에서 배우면서 불렀던 기억이 나요.
참 잘 부르고 싶었던 노래였는데, 쉽지 않던데... 선배의 18번이라니.. ㅎㅎ
덕분에 오랜만에 듣고가요. 유튜브에 이 곡이 있을리라고는.. 옮겨둘까 합니다.

잘 지내죠? 이렇게 안부 묻고 가요. - 진.

알케 2013-05-22 12:53   좋아요 0 | URL
...!
 

주말에 뭘 분주히 왔다 갔다 하다가 아래 노래들을 무심결에 들었다.

뭔 일이었는지 유난히 가사 하나 하나가 꼭하고 박혔다.

 

멀리서 보면 상투적이고 통속적이지만 가까이서 들으니 어찌니

애잔하고 '짠'한지 일요일 밤에 책방 오디오 옆에서 맥주 몇 병 축냈다.  

 

"가려거든 울지말고 울려거든 가지 말라니"...아 이 무슨 심장에 못박는 소리인가.

거기다 "차창가에 힘없이 기대어 나의 손을 잡으며 안녕이란 말한마디 다 못하고 돌아서 우는"

여인을 "언제 다시 볼 수 있나"니...아. 이 구구절절, 곡진한 사연의 백미는

정인의 눈,코, 입...심지어 턱 밑의 점과 미소까지 그렸는데 '당신의 마음'만큼은 못그린다는 고백.

 

세상에 기가 찬다. 그 마음이.

 

아 둏쿠나.

 

 

바닷가 모래밭에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당신을 그립니다
코와 입 그리고 눈과 귀 턱 밑에 점 하나
입가에 미소까지 그렸지만은
아~아 마지막 한가지 못그린 것은
지금도 알수 없는 당신의 마음

 

 

 

가려거든 울지 말아요
울려거든 가지 말아요
그리워 못 보내는 님
못잊어 못 보내는 님
당신이 떠나고 나면
미움이 그치겠지만
당신을 보내고 나면
사랑도 끝이난다오


님아 못잊을 님~아
님아 떠나는 님아
두 눈에 가득
이슬이 맺혀
떠나는 나의 님아


가려거든 울지 말아요
울려거든 가지 말아요
그리워 못 보내는 님
못잊어
못 보내는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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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라이트 마일 밀리언셀러 클럽 85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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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라이트 마일>을 끝으로 아껴가며 읽던 루헤인의 켄지-제나로 시리즈를 끝냈다.

내 감상은 '아껴가며 읽었다'라는 결어에 다 담겨 있다.

 

좋다, 훌륭하다, 멋지다,재밌다, 끝장나는군, 이거..죽음이야..어썸! ..블라 블라 등등의

모든 호들갑스럽 상찬을 합친 것보다 열배쯤 좋았다.

 

영어판과 번갈아 가며 읽었는데 조영학의 번역도 멋지지만 루헤인..글 잘 쓴다. 정말.

이야기의 얼개를 짜는 능력, 캐릭터의 명확한 구분, 감정선과 심리 묘사의 디테일 심지어

유머와 재치까지...

 

나는 시리즈 중 <어둠이여 내 손을 잡아라>가 가장 좋았다. 그 이유는 상처받으며 함께 자란 동네

친구들의 이야기가 오버랩되고 비지엠으로 깔리기 때문일거다. 그리고 또 우리의 친구, 부바가 그

멋진 존재감을 가장 깊게 보여주었기 때문일까.  

 

우리는 서로를 보았다. 난 둘의 내면에서 그 옛날의 피가 물결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소년들의 신성한 유대감같은...필립도 나도 집안에서 환영받는 존재는 못되었다. 그의 아버지는 알콜중독자에 갱생 불가의 난봉꾼이었다. 동네 여자들과 닥치는대로 뒹굴고 아내한테 자랑까지하는 인간. 필립이 일곱 여덟살때쯤 그의 집은 욕설과 접시가 날아다니는 DMZ였다. 카민과 로라 티미시가 한 방에 있을 때면 예외없이 베이루트 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놈의 독실한 가톨릭신앙과 교리에 대한 몰이해로 둘 다 이혼이나 별거를 한사코 거부했다. 그래서 두사람은 낮에는 국지전을 즐겼고 밤이면 보상을 빌미로 격렬한 섹스파티를 벌였다. 아들 방을 가로 막은 벽에 온 몸을 부딪칠 정도의 광적인 섹스. 난 다른 이유로 가급적 집 밖을 떠돌았다. 필립과 나는 함께 피난 생활을 버텼다. 우리 둘 다 편안하게 생각했던 최초의 집은, 버려진 비둘기 둥지였다. 그 장소를 찾아낸 곳은 수단 스트리트의 공장 지붕이었다.


우리는 그곳의 흰똥을 모두 치우고 낡은 참상에서 뜯어온 널빤지를 깔았다. 버려진 가구도 몇 점 갖다 놓았고 그 다음에는 우리 같은 미아들을 불러들엿다. 처음엔 부바, 케빈 얼리히, 넬슨 페라르와 앤지, 이른바 계급에 대한 분노와 도벽으로 똘똘 뭉치고 권위에 대한 존중심 따위는 철저히 결여된 작은 악동들이엇다.


데니스 루헤인/조영학 번역, 『어둠이여 내 손을 잡아라』, 황금가지,  2009, pp361-362

 

그녀는 계속해서 내 얼굴을 살폈다.  뭔가를 찾아내려는 모양이지만 내 얼굴에  그 게 있을리가 없었다.  그녀가 잠시 시선을 돌렸다가 곧바로 돌아왔다.  마치 아이스크림 트럭 앞에 서 있는 가난한 아이처럼 보였다.

다른 아이들의 손에서 손으로 아이스콘과 초콜렛 에클레어가 건네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아이. 아이의  마음속에서는 결국 얻어먹지 못할 것이라는 아쉬움과  아이스크림 아저씨가 어쩌면 콘 하나를 공짜로 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시시각각 주먹다짐을 하며 피를 흘렸다.

 Ibid. p97.

 

<전쟁 전 한잔>-<어둠이여 내 손을 잡아라>-<신성한 관계>-<가라 아이야 가라>

-<비를 바라는 기도>-<문 라이트 마일>이 내용 전개 상 맞는 시리즈 순서다.

 

올 겨울에 다시 한번 읽을 예정. 정말 재미있고 멋지고 죽여주는데다 심지어 가슴에 큰 펀치 한 방까지 날려주는 그런 책을 찾는 이에게 버선발로 뛰어 나가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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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모어와 그랜트 버전)

 

내가 좋아하는 '로코'물 목록의 맨 첫 칸에 오른 영화.

 

아침에 출근하다가 CBS-FM <김용신입니다>에서 오랫만에 들었다.

드류 배리모어의 약간 혀 짧은 발음은 들을 때 마다

자극적이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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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중 공연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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