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래 가장 핫한 드라마 <나인>을 본방 중에는 일정 상 못보고 종방한지 한참 지난 어제부터
오늘 새벽까지 함께 일하는 여럿이 모여 작업실에서 총 20편을 단체 관람했다.
잘 만들었더라. 질투에 눈이 멀 지경이었다. ㅋ
'타임슬립'이라는 유구한 역사를 지닌 소재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장르적 컨벤션과
트릭들을 활용해 다루면서도 그 고식적인 클리쉐들을 세련된 구성과 탄탄한 내러티브를 통해
덮어버렸다. 동업계의 한 사람으로서 박수와 찬사를. 대본만큼 연출력이 좋았다.
초반 회, 그리고 중반부의 몇 몇 시퀀스들은 정말 반짝 반짝 빛났다.
자연스레 스티븐 킹의 <11/22/63>이 생각났다. 킹의 고질인 '마지막 챕터 헛발치기'가 없는
근래 최고의 작품이었다. 이 책의 후반부에 자주 나오는 귀절..."과거는 힘이 세다"와
드라마 <나인> 후반부에서 선우가 자주 말하는 대사, "과거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자기 의지를 갖게 되었다"는 말은 동일한 시니피에다.
'시간의 비가역성'이란 불변의 진리를 거스른 존재와 운명이 지불해야 하는 어떤 댓가..같은 것.
문제는 선택과 그에 따른 책임인데 1958년으로 간 제이크...1992년으로 간 선우 둘 다
그 책임을 다했다.
소재의 진부함을 메울 수 있는 것은 역시 구성과 연출이다. 당연한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나도 한방 ! 시놉 몇 개와 기획안 서너 개 만지고 있는 이시점에서 애 탄다.
ps. 1 나는 19회 1993년 선우의 공중전화 씬이 가장 좋았다. 울컥했다.
2. 선우의 친구 롤을 맡은 이승준이란 배우..정말 반짝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