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가 주적이다. 매체마다 주점과 피시방 등 실내 공간에서 담배 피나 안피나 감시하러
다니는 탐방 기사를 수십개씩 쏟아내고 있다. 2013년 7월 현재 대한민국에서 담배 피는
사람은 탈주한 좀비이자 게토의 유태인이다. 증오의 대상이고 혐오의 대상이다.
헌법재판소도 " 흡연권은 사생활의 자유를 실질적 핵으로 하는 것이고 혐연권은 사생활의 자유뿐만 아니라 생명권에까지 연결되는 것이므로 혐연권이 흡연권보다 상위의 기본권이다"라는 취지의
판시도 낸 모양이다.
뭐 도망갈 퇴로도 없다. 집에선 담배 따위를 못끊는 '의지박약의 남편'으로 밖에선 공공건강을
침해하는 반사회 분자로 취급받는게 작금의 흡연자 처지다.
나는 하루에 열다섯 개비 정도를 피운다. 뭐 한 때는 두 갑정도 피웠으니 장족의 '절연'이다.
담배 끊으라는 지청구와 원성이 자자하지만 나는 아직 끊을 생각이 없다. 전혀.
배우 최민식이 어느 티비 프로에 나와 "이 세상 천지에 내속에 들어와 본 것은 담배 밖에 없다"
라고 한 말 처럼 일생 사는데 담배 한개비는 내 나름의 의지가지처다.
비흡연자가 보기엔 찌질한 니코틴-일산화탄소 중독자일수도 있지만 그 중독의 효능에 기대어
그럭 저럭 하루를 버티고 한 시절을 살고 식구들을 부양하고 사람 노릇을 하며 산다.
나도 요즘 도시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성인 흡연자들처럼 몇 가지의 흡연 원칙들은 지키며
살려고 노력한다.
먼저 집에서는 절대 피우지 않는다. 담배 생각이 나면 참고 참다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경내 금연인 아파트 단지를 10분이나 걸어 후미진 골목 입구에서 피우고 들어온다.
그리고 술집이 아닌 식당에서도 안 피우고 걸으면서도 안 피운다. 또 주변에 아기와 아이,
여성이 있으면 안피우고 수시로 손을 씻고 양치질을 하고 옷을 턴다.
최소한 내 나름의 할 도리는 다하고 피운다. 그래도 피해를 준다고 화를 낸다면 할 말 없다.
미안하다.
어제 여의도에서 어쩌다 보니 전부 흡연자만 모인 술자리가 있었다. 어수선한 자리였다.
술 자리가 30분 마다 스톱됐기 때문이다. 30분 땡하면 전부 일어나서 술집 앞 대로를 피해
인적없는 뒷 골목에서 단체로 한 개비씩 피우러 들락거리느라 난리도 아니었다.
비를 잔뜩 머금은 바람을 맞으면서 담배를 피우다 누군가 말했다.
대체 우리가 피는 이 담배에 붙는 세금이 얼만데 이 궁상을 떨어야 하느냐고...
그래서 찾아 봤다.

2,500원짜리 담배 한 갑에 세금이 1564원이다. 이 정도면 거리에 흡연자들을 위해 최소한의
흡연 공간이나 흡연실을 만들어줘도 되질 않나. 안에서도 밖에서도 못 피우게 하고 그마저도
사람없는 곳에 몰려 피우면 연기나고 냄새 난다고 혐오스럽다고만 하니 기가 찬다.
그럴바에 끊으라고 하더라만 내 몸은 내가 알아서 할테니 논 어브 유어 비지니스다.
흡연은 나의 선택이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진다.
국민건강, 공공의식..다 좋다. 금연말고 나라에서 하란 걸 다할테니 맘 편히 담배 한 개비
피울 수 있는 흡연실이나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일본의 흡연실, 흡연 공간이다. 언감생심 이정도는 바라지도 않는다. 하지만
한 갑에 1540원씩 떼가는 국가가 이 비슷한 흉내는 내줘야 하지 않을까 ?
아니면 아예 마약류로 지정해 담배의 생산, 유통, 판매를 금지하던가.
우리는 박멸해야 할 세균이나 패스트 균을 퍼트리고 다니는 쥐떼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