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밤이고 낮이고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 종합편집실.
오디오 작업을 제외한 모든 비디오 작업을 끝내는 곳.
가편집본에 자막을 넣고 전후 타이틀과 광고를 붙이고
영상효과를 주고 색상을 보정하고 순서를 재배열해
민낯의 가편집본을 '환골탈태'시키는 성형외과같은 곳,
며칠째 새벽이 늦도록 이 방에서 일하다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까칠한 안색의 종편감독..지친 얼굴의 CG디자이너..졸고있는 작가
옆에서 가편집 중인 조연출 그리고 해뜨기전에 촬영 나가야하는 나..
이 다섯의 인생은 대체 앞으로 어떤 영화를 누릴려고 이 지랄인가.
이 새벽까지, 그것도 며칠째, 아니 몇 달째...
어떤 직업군의 인간들은 왜 자해와 자학에 가까운 노동행태를 취하는가?
마흔 여섯해 중 20년을 이 지랄하면서 살았는데도 모르겠다..
열정과 꿈 운운하는 '김난도류'의 개 풀뜯는 소리말고 뭐가 있을까.
'배운 도둑질'이 그나마 들음직한 대답인가.
아. 또 자해하러 가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