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주말이 아들놈 생일이다. 만 열세살.
일곱살에 학교에 들어가 봄에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간다.
아이가 태어나던 2001년 1월 18일 새벽.
그 전날 서울엔 눈이 내렸었고 날은 제법 찼다.'
출산 예정일은 일주일 남았고 아이는 기미가 없었다.
다들 초산엔 예정일보다 늦게 나온다고들 했다.
나도 아내도 그런가하고 무심히 여겼다.
17일 저녁에 선배 집들이에 가서 술을 마시고 얼큰히 취해 자정 무렵에 집에 가니
식탁에 옹송그레 앉아있던 아내가 겁먹은 얼굴로 산통이 온다고 했다.
술이 저절로 깼다.
집 앞 병원까진 걸어서 10분.
눈이 얼어붙은 길은 미끄러웠고 바람은 찼다.
한 손엔 보따리, 한 손에 뒤뚱거리는 아내를 잡고 어두운 골목길을 걸으며
오만가지 상념이 머리를 스쳤다. 불안, 기쁨, 황망함 두려움.
서른 셋이었지만 나는 어렸다.
다행히 아이는 지 어미를 별로 애먹이지 않고 두시간만에 세상으로 나왔다.
모포 사이로 살펴보니 손가락 10개...발가락 10개..눈,코,입이 다 제자리에 붙어 있었다.
착하게 살아야한다고 다시 생각했디.
세월이 흘러 이제 아이는 나보다 키가 크다.
외탁을 한 아이는 최소한 나같은 호빗족은 아닐 모양이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서 무심코 쳐다보면 뭐가 길고 마른 물건 하나가 걸어다닌다.
아내도 나보다 크고 아이도 나보다 크다.
나는 점점 쪼그라드는 것 같다. 곧 쪼그랑망태가 될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기쁘다.
공덕이 모여 가피가 되고 가피가 쌓여 발복이 된다.
잘살아야지.

준비한 아들놈 생일 선물이다.
검색해보니 중딩들한테는 이 지샥모델이 인기가 있단다.
편지에 시계를 가진다는 건 시간의 주인이 된다는 뜻이라고 적어야지.